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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딕 님의 서재입니다.

천사가 사람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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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딕
작품등록일 :
2021.07.26 19:45
최근연재일 :
2023.11.09 16:15
연재수 :
92 회
조회수 :
3,828
추천수 :
5
글자수 :
501,857

작성
22.07.23 17:59
조회
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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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2쪽

제 1장. 새장

DUMMY

천사 침략 이틀 후.


새장 속, 도심 중심에 있던 시청의 한 회의실.


그곳은 원래라면 총 여덟 명의 팀장들이 모여 회의를 진행하던 곳이었지만,


현재 그곳에는 좀 떨어진 자리에 단 두 사람만이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 몇 명이나 죽은 건지 대충 파악했는가?"



이마에 주름이 가득한 한 노인이, 좀 떨어져 앉아 있던 그에게 말했다.



"아시다시피 남아 있는 시신이 없어 희생자를 집계하는 데 많이 곤란한 상황입니다만, 희생자 가족의 증언과 비어있는 집을 토대로 분석했을 때... 현재까지 파악된 인원만 해도 도시 인구 약 5만 3천 명 중 7천 명을 넘어가고 있습니다. 이 숫자는 현재도 계속 늘어나고 있고... 도시 외곽에 거주하는 사람까지 포함하면 더욱 많이 늘어나겠군요."



그는 책상에 얹어져 있던 희생자들의 명단과 인적 사항이 적힌 두꺼운 서류 뭉치를 넘기며, 노인에게 말했다.



"그럴 수가... 단 4시간 만에 그런 숫자가 먹혀버리다니."



노인의 목에 걸린 ‘구름 모양 메달’이 미묘하게 떨렸다.



"대표님. 설마 우리 새장과 가장 가까운 ‘하울링 새장’도 같은 상황일까요?"



그는 서류 뭉치를 넘기다가 문득, 무엇이 생각난 것처럼 노인에게 물었다.



"그건 나도 잘 모르겠네만, 어제 사람들을 보냈으니 며칠 후쯤에나 알 수 있겠지. 그런데 그곳에 아는 지인이라도 있는 겐가?"

"그건 아닌데... 그냥 혹시나 해서... 흠흠"



그는 노인을 흘끔 바라보며, 목에 가시라도 걸린 듯이 헛기침을 했다.


노인은 그런 그가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지 눈치채기라도 한 듯,


작은 소리로 한숨을 한번 쉬고 말을 이어갔다.



"... 하울링 새장의 사람들이 만약 전멸했다면 그곳에서 물자를 가져오는 것도 검토해봐야겠지. 하지만 한 사람이라도 생존해 있다면 그건 힘들겠어."



그렇게 말한 노인은 볼펜을 들어 앞에 놓인 서류에 무엇을 적기 시작했다.



"... 알겠습니다."



그는 헝클어진 머리를 긁적이며 조금 아쉬운 듯한 표정을 짓고 대답했지만,


노인은 서류에 무엇을 적느라 그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그건 그렇고... 나는 그 포식자들이 또 올까 걱정이야."

"그것들은 이전에 발견된 ‘유물 벽화 새겨진 천사의 모습’이었는데... 그것과 관련 있는 걸까요?"



그는 1년 전, 새장에서 발견된 ‘천사가 새겨진 유물 벽화’를 떠올렸다.


그 유물은 가로 30cm, 세로 20cm로 어느 건물에서 떨어져 나온 벽면의 일부였으며,


벽면에는 ‘천사가 사람을 새장으로 데려가는 모습’이 새겨져 있었다.


그래서 벽면이 떨어져 나온 원래 건물을 찾으려고 인근 땅을 파헤쳤지만, 결국엔 헛수고로 끝났다.



"모습은 그저 모습일 뿐. 나에겐 날개 달린 포식자로만 보일 뿐이었다네. 아무튼, 우리도 그냥 잠자코 있을 수 없어. 그 박사라도 찾아가든지 해야 할 것 같군."

"... 그 맛 간 박사를 찾아간다고요? 과연 무슨 도움이 될지..."



현재 이 새장에서 박사라고 불리는 인물은 단 한 명.


박사는 ‘새장 개척 단계’의 인구 선출 과정에서 정착한 인물로,


그는 새장의 ‘부유석 개선’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고 세간에 알려져 있었지만...


5년 전쯤 너무 똑똑했던 탓인지 단단히 맛이 가버려,


시청에 하루가 멀다고 찾아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시위를 한 사람이기도 했다.



"달리 방법이 있나? 거기다 지금 이런 상황이 되니 그 박사가 했던 말이 기억나는구먼. '우린 천사의 날개를 먹어 하늘로 날아가야 한다!'라고 시청에 와서 떠들어댔지. 난 지금 그 박사의 말이 충분히 이해되네. 우리는 그저 새장에 갇힌 작은 새일 뿐이었어. 그리고 또 모르지 않는가? 그 박사가 이런 일을 짐작하고 있었는지도."



노인은 회의실 빈자리에 올려진 팀장들의 이름 명패를 바라보며 말했다.



"... 알겠습니다. 그러면 제가 한번 찾아가 보도록 하죠."



노인의 모습을 본 그는 그저 씁쓸하게 제안을 받을 수밖엔 없었다.



"고맙네. 그럼 다음으로 처리할 일이 부모를 잃은 아이들을 추려내어..."



----------



그는 노인의 뜻에 따라 ‘박사의 저택’ 현관문 앞에 섰다.



‘이름은 불명, 박사라고 불리며 나이는 40대 초반 (추정)이고 성별은 남자. 연락은 안 되는군. 아무리 옛날에 특출한 인재였다고 하나, 이름조차 모르다니.. 그래도 세금은 꼬박꼬박 내고 있었어. 박사라는 가칭을 써서 말이지. 이거 참..’



그는 그렇게 속으로 생각하며, 허름하고 커다란 저택의 현관문을 두드렸다.


저택은 ‘새장 속 도시’와는 좀 떨어진 외진 곳에 지어져 있었지만, 그곳도 역시 새장 안이었다.


쾅! 쾅!



"박사님 계십니까!? 대표님의 부탁으로 좀 여쭙고 싶은 게 있습니다."



내리쬐는 햇볕이 새장을 통과해, 저택의 현관문을 두드리는 그에게로 쏟아졌다.



"박사..."



끼이익.


그가 ‘박사님’이라고 다시 외치려고 할 때 문이 자동으로 열렸다.



"박사님?!"



그는 불쑥 저택으로 들어갔다.


사람이 없는 집에 무단으로 출입하는 건, 자칫 ‘추방자의 새장’으로 쫓겨날 수도 있는 큰 범죄에 속하는 행위였지만...


그는 지금 그런 걸 따질 상황이 아니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다.



‘윽!! 이 냄새는 뭐야?’



그는 저택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풍겨오는 역한 냄새에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천사에게 먹히지 않고 고독사라도 했나? 그런데 이건 시체 썩은 냄새와는 또 다른데...’



자신은 인사 팀장으로서 새장의 인구수를 조사하며 치안도 담당하고 있던지라,


이런 역한 냄새 속에서도 시체 썩는 냄새는 확실히 구분할 수 있었다.



‘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던 거야?’



그는 저택 1층 둘러보았다.


아침이었지만 불은 전부 켜진 상태였다.


저택 1층은 현관에서 이어지는 기다란 복도를 중심으로 오른쪽으로는 넓은 홀로 이어져 있었고,


왼쪽으로는 또 다른 복도들이 여러 갈래로 뻗어 나와 수많은 방과 이어진 상태였다.



‘각종 실험관과 실험용 도구. 거기다 의사도 아닌데 의료용 시술 도구까지?? 이것들을 대체 어디서 구한 거지?’



그는 왼쪽으로 길을 꺾어 저택의 방들을 둘러보았다.


그곳에는 여러 알 수 없는 장치에다 의사 면허증이 있어야만 사용 가능한 의료기기들이,


위생과는 거리가 멀게 이방 저방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그래도 우리 새장에선 단속이 꽤 엄격할 텐데 잘도 가지고 왔군.'



그는 훗날 꼭 박사에게 이런 장치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고 다짐했지만 지금은... 그래. 지금은 그냥 묵인하리.



"박사님! 어디 계신 거죠? 현재 긴급 상황이다 보니 그냥 들어왔습니다!"



그가 외쳤지만 돌아오는 건 깊은 침묵뿐.


소리만 들었을 때 이 저택에는 사람이 있을 것 같진 않았다.


그는 저택의 깊숙한 곳까지 들어갔다.



‘저택의 흔적을 보아서는 천사들은 들어오지 않았다.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저택 꼴이 너무 엉망이라 잘 파악이 안 돼... 뭐, 그건 그렇고... 이 냄새 적응했나 싶더니 이젠 꽃냄새 같은 것이 풍겨오는 것 같은데...?’



그는 무언가에 홀린 듯이 꽃냄새가 풍겨오는 곳으로 걸어갔다.



'무엇을 재배하고 있어?'



그 냄새는 분명 계단 아래로 이어진 저택의 지하에서 풍겨오는 것이 분명했다.


마약류는 아니다. 아니 아닐 것이다.


그는 새장 속 도시로 유입되는 몇 가지의 마약들을 떠올렸다.


그중 대부분이 향 자체가 없었고, 향이 있는 마약은 이런 냄새가 아닌 무언가 느끼한? 냄새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는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다.


생전 처음 맡는 역한 냄새 뒤로 향기로운 꽃냄새.


그리고 그 냄새가 풍겨오는 곳이 저택의 지하.


그는 허리춤에서 테이저건을 뽑아 든 채, 천천히 계단을 내려가 지하실의 문을 발로 차 열었다,


그리고 동시에, 그는 테이저건을 의자에 앉아 있던 누군가에게 겨눴다.



"박사... 엇!"

"아! 날 부르는 소리는 들었지만 내 아이의 식사를 방해하기 싫어서 말이지."



의자에 앉아 있던 박사는 한쪽 팔과 양다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보다... 박사 옆 바닥에 너부러져 있는 날개 달린 천사의 시체,


그리고 그런 천사의 시체를 뜯어 먹고 있는 생전 처음 보는 생물.


생물은 사람 같은 ‘몸’과 ‘얼굴’이었지만, 중요한 부분들이 사람과는 동떨어져 있었다.


팔은 4개에 동물 같이 크고 길게 늘어진 귀,


하반신과 머리 그리고 귓등 부분에 덮인 새하얀 깃털 비슷한 털들,


크기는 7살 정도의 어린애와 비교되며,


그것에게서는 분명 향기로운 꽃냄새와 알 수 없는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흠. 내 아이를 보고 너무 놀라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지금 이 소녀는 태어난 지 하루밖에 되지 않았거든."

"대체 저게 뭐야? 왜 저것이 천사를 먹고 있는 거지? 아니. 그보다 박사 당신..."



그는 이런 지하실 광경에 당황했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 박사를 바라보았다.


박사는 지금 새장의 유일한 희망 같은 존재였다.


아니 존재일 것이다. 거기다 유일하게 이 상황을 설명해 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래. 나를 찾아온 이유는 말 안 해도 알겠지만, 보시다시피 난 곧 죽겠지. 그러니 요점만 말하면 이 소녀가 천사를 멈추게 해 줄 것이다. 그러니 얼마 있지 않아 이 새장에 방문하는 모험가들에게 소녀를 데려가라. 그 모험가들은 분명 소녀를 알아... 보고......"



말을 하던 박사가 갑자기 고개를 숙이며 몸이 축 처졌다.


만약 박사가 로봇이라면 마치 기계적으로 누군가가 스위치를 끈 것 같았다.


그는 고개를 숙인 박사의 코와 입에 손을 살짝 댔다.


역시나 숨은 쉬지 않는다.


인공호흡이라도 해야 할까?


그는 순간 망설였지만, 박사의 상태를 보니 인공호흡만으로 살릴 수 있을 것 같진 않았다.



‘이 고기 조각이 되어 버린 천사에게 당한 건가? 그리고 이 생물이 천사를 멈추게 해준다고?’



그는 박사가 죽어도 아무렇지 않게 천사를 뜯고 있던 생물을 바라봤다.


그것은 그저 열심히 먹을 뿐이었다.



'내 말을 알아들을 수는 있을까? 아니 그 전에 사람만큼의 지능은 있을까? 박사는 이 생물을 '소녀'라고 말했다. 그렇다는 건 이 생물은 사람... 혹시 수인족... 이라 하기에는 팔이 4개씩이나 달려 있으니 아니겠지...’



그의 머릿속은 여러 생각들로 가득 찼지만, 일단 이 ‘소녀’와 천사의 시체조각을 한시라도 빨리 대표님께 보여드려야 했다.


그러긴 위해선 먼저 이 소녀의 ‘위험성’부터 알아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처음 보는 생물인 만큼 그리고 천사와 관련 있는 만큼, 경계해야 하는 건 당연했으니까.



"얘... 얘야. 이름은 뭐니?"



그는 테이저건을 소녀에게 겨눈 채, 천천히 접근하며 말을 걸었다.



"..."



소녀는 그를 바라보며 물고 있던 천사의 몸통을 입에서 떼어냈다.


소녀의 뾰족한 송곳과 같은 이빨들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이빨 역시 '사람의 이'와는 차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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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5 - 11. 날개 달린 것들 23.02.04 40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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