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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딕 님의 서재입니다.

천사가 사람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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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딕
작품등록일 :
2021.07.26 19:45
최근연재일 :
2023.11.09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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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09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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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 9. 개전과 내전

DUMMY

"내 칼날은 천사의 몸에 치명상을 내지 못했다. 이건 자신의 문제로 국한될 게 아니라, 새장 단위로 심각한 상황인 거겠지."



류-웬달의 말에, 장관들은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그의 칼자루를 일제히 바라봤다.



"이번 사건으로 장관들은 나의 부대장 지휘에 의심이 들 테지. 그러니, 새로운 기회는 잘 잡도록."



류-웬달은 어두침침한 회의장을 뒤로한 채, 출입문을 열고 빛이 쏟아지는 밖으로 나갔다.


장관들은 그런 그의 뒷모습을 말없이 바라보면서, 마른 입술에 침을 묻히며 입맛을 다셨다.


일생일대의 기회... 앞으로 있을까 의심이 되는 하늘이 내려준 기회라고, 그들은 생각했지만,


그것도 잠시, 문 뜻 하나의 불안이 그들 마음속 구석에 자리 잡았다.


그 불안은 본능처럼 그들에게 곧바로 확신을 주면서, 나름 지금의 상황을 직시하기에 이르렀다.



'아무리 그래도 부대장 자리는 오만과 무지의 극치··· 팀장 자리를 노린다.'



장관들의 믿음에 찬 확신.


그들은 알고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계속 보고 느껴서,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맹세한 자의 부대장 류-웬달.


그의 힘과 기술은, 천사의 기술력이란 전능한 힘을 넘어서는, 그 무언가.


다른 맹세한 자들이 봤을 때도, 혀를 내두르는 그의 ‘칼의 극치’는,


이미 ‘제국의 새장’에서 수많은 우승 기록을 남길 만큼 전설로 기록되고 있으며,


맹세한 자의 ‘대장’인 그와의 결투를 제외한 패배는 기록에 있지 않았다.



'그래... 팀장 자리만이라도...'

'팀장이라도 되는 거야...'

'하다못해. 3인자라도...'



장관들은 저마다 본인이 투자하고 있는 맹세한 자들의 실력을 타협하면서,


앞으로 어떻게 대처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 그래도... 진짜 그가 나이를 먹어 실력이 죽은 거라면···'



김호령, ‘부유기구 방위 기획부’ 장관인 그만이, 류-웬달을 향해 작은 의문을 던졌다.



'그래... 그 정도로 오래 살았으면, 신체가 닳을 만도 해... 그렇지 않고서야 천사의 육체에 치명상 하나 내지 못할 수가 있겠어?'



김호령의 의심은 점차 앞을 가리는 그늘처럼 그의 시야 밑으로 번져왔다.



'그래그래... 이제 슬슬 물러날 때도 됐지. 본인도 그렇게 생각할 거야. 이제 귀찮은 것들은 뒤로 치운 뒤 쉬고 싶다고...'



황금빛이 만연한 제국의 옥좌.


그것이 자신을 향하여 웃고 있다고,


김호령은 류-웬달이 나간 회의장 출입문을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



"사력이란건 말임돠. 무의식중에 사용하는 검돠. 이건 단순히 훈련을 통해 사력을 익히는 것뿐만이 아닌, 보통 사람들도 극한으로 무언가에 집중하면... 에... 그러니까, 대부분 예술가에게서 많이 나타나는데, 그들이 하나의 작품에 진심으로 집중하면 그 예술품에 사력이란게 깃들지 말임돠."



미야는 복부를 두 손으로 껴안은 채 고통스러워하는 내게 다가와, 설교하듯이 말했다.



"지금 제가 하는 건 다소 억지스러운 방법이긴 한데, 사람이 죽겠구나 싶을 때도 사력이란 걸 무의식중에 사용함돠. 애초, 사력이란 건 ‘죽을힘을 다할 때 내는 힘’이라는 뜻이니까 말임돠. 하하하"



그녀는 내가 고통에 몸부림치든 말든 밝고 유쾌하게 웃으면서,


내 앞으로 팔을 뻗어 보였다.



"자자. 그러면 이런 식으로..."



나는 그녀가 눈앞으로 들이대는 팔을 반강제적으로 보니,


투명하고 맑은 무언가가 그녀의 팔을 감싼 채,


아지랑이처럼 하늘로 피어오르고 있었다.



"이게... 뭐야?"



나는 환각처럼 번져오는 이 광경을 잠시 넋 놓은 채 바라봤다.



"오! 보이나요? 역시! 신체는 일반의 것을 넘어선 괴물이지만, 정신은 평범한 사람이라 그런지, 사력을 받아들이는 지수가 아주 간단하지 말임돠."



그녀는 내 등을 턱! 턱! 치면서, 기쁜 듯이 말했다.



"그거 아심까? 저는 당신과 반대였슴다. 저는 연약한 몸에 정신이 죽음에 너무나 익숙해져 버린 나머지, 사력을 익히기 정말 힘들었지 말임돠."



미야는 두 팔을 하늘로 뻗으면서, 몸을 좌우로 틀어 스트래칭을 하니,


그녀의 팔에만 피어오르던 아지랑이가 전신으로 퍼지면서, 내게 기묘한 위협으로 다가왔다.



"자자... 거기 로젤리나 언니, 기록하는 건 좋은 데, 더 떨어지는 게 좋겠지 말임돠. 아까보다 더 과격하게 날뛸 테니깐 말이죠."



미야는 작은 수첩에 열심히 무엇을 적고 있던 로젤리나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저기... 급한 건 알겠지만, 조금 쉬어가면서 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정신은 아직 평범한 사람이라 하셨는데... 그러면 적절한 휴식이 더 좋은 성과를 만들지 않을까..."



로젤리나가 말하자 미야는 그녀에게 다가가더니,


부담스러울 정도로 그녀에게 크고 동그란 눈을 들이밀었다.



"저희는 한시가 급함돠. 언제 또 천사가 우리 제국을 침략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쿵!


한 개의 폭음이 미야의 말을 끊으며,


이 훈련장 벽을 부수고 두 개의 덩어리가 되어, 내 옆으로 추락했다.



"이야! 이렇게 강한 녀석이 있었다니..."



곧이어 두 개의 덩어리 중 하나가 거구의 여인으로 변해,


이마에 흐르는 피를 옷소매로 문지르면서, 걸걸하게 웃어 보였다.



"이런 기분은 류-웬달과 싸운 이후로 처음이야!"



바닥에 박힌 거구의 덩치를 가볍게 일으켜 세워,


다시금 엉거주춤하게 허리를 숙이며 주먹을 뻗는 여인.


그녀의 앞에는, 머리 대신에 ‘동그란 원’이 떠 있는 어떠한 괴물이,


거구의 여인과 같은 자세로 서 있었다.



"그웬...?"



미야의 짤막한 중얼거림이 찰나의 순간이 되어,


깊은 여운처럼 이 장소에 잠시 맴돌다가,


곧이어 쿵! 하는 소리와 함께 강렬한 충격음이,


거구의 여인과 괴물의 중심에서 소용돌이쳐졌다.



"크..."



소용돌이는 좌우로 심하게 요동치다가,


한 여인의 허탈한 웃음과 함께 천천히 잦아들었다.



"이걸... 어떻게 이겨... 크크..."



잦아드는 소용돌이 속에서 나타난, 몸 여기저기에 큰 구멍들이 숭숭 뚫려있는 거구의 여인.


구멍에서는 내장과 핏물들이 아래로 추락하다가, 거구의 여인도 함께 바닥으로 떨어졌다.


괴물은 거구의 여인이 쓰러지기 무섭게 아무런 여운 없이,


천사의 날개를 펄럭이면서 하늘로 치솟아 올라, 천장에 뚫린 구멍으로 날아가 버렸다.



"응, 응급처지를 해야..."



로젤리나는 바닥에 쓰러진 거구의 여인을 향해 주저 없이 달려들어,


가슴에 귀를 가져다 대었다.



"... 심장이 멎었어..."



믿기 힘들다는 표정을 지은 채,


바닥에 쓰러진 거구의 여인을 바라보는 로젤리나.


나는... 생전 처음으로 흘러내린 사람의 내장을 보자,


그만 바닥에 주저앉아, 헛구역질했다.



"설마, 그웬이 죽다니 저 괴물은 대체 뭠까...?"



미야는 괴물이 날아간 구멍 뚫린 천장을 바라보면서 중얼댔다.



----------



박사의 부유선 갑판 위.



"자... 그러면, 학생들을 우리에게 인도해라."



울란드는 자신 곁으로 내려오는, 머리 대신 할로가 동그랗게 떠 있는 천사 한 마리를 보자,


앞에 서 있던 류-웬달을 향해 먹잇감을 노리는 늑대처럼 눈을 빛냈다.



"... 그웬의 사력이 잦아든 것을 보니. 그녀는 마침내, 황야로 돌아간 거로군."



류-웬달은 허리춤에 차고 있던 검의 손잡이에 손을 올린 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러곤 기도하는 사람처럼 눈을 지그시 감았다.



"그래... 우리의 여정은 확실히 잘못되었지. 우린 동화 속 주인공처럼 ‘용사’와 함께 정의와 사명감을 외치며 많은 이들을 죽이고 무릎 꿇리게 했다. 오만으로 눈이 멀었고, 천사의 기술력으로 진실이 가려져 버렸지."



한 편의 바람이 류-웬달의 몸을 칭칭 감고 있던 붕대를 살랑이다가,


그의 부르튼 입술과 붕대 사이로 삐죽 튀어나온 머리칼을 지나쳐,


그가 바라보고 있던 하늘로 퍼져갔다.



"굳이 지금, 과거의 이야기를 꺼내야겠나?"



울란드는 회상에 잠긴 듯한 류-웬달을 바라보고는,


늑대의 커다란 주둥이를 일그러뜨리며 말했다.



"지금 너와 내가 만나는 이유가 거기에서부터 시작했으니 말이지. 그저 단순히 흘러가는 한 소녀와 소년의 이야기... 그래. 거기에서부터니까."



류-웬달은 지그시 감은 눈을 뜨며, 칼집을 잡고 있던 손을 뗐다.


울란드는 그런 그의 모습을 의아한 듯 일그러뜨린 주둥이가 돌아왔지만,


뾰족하고 날카로운 손톱은 여전히 그를 향해 빛내고 있었다.



"신수들이 죽고, 수인족들이 인간들의 노예로 전락하고 있을 때, 새장은 분열되었고 그로 인해 수인족들의 노예화은 되지 않았다. 난 그게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지."



류-웬달은 울란드에게 한발 다가왔다.



"뭘 말하고 싶은 거냐? 잡담이나 하자고 네가 이곳으로 온 건 아닐 텐데?"



울란드는 한발 다가오는 류-웬달의 모습을 보자,


팔짱을 풀며 뾰족한 손톱을 그에게 비추었다.



"암-바야드. 녀석은 설마, 그날의 소년인가?"

"왜 그 녀석에 관해 묻는 거냐?"

"암-바야드가 개벽의 날개 대표 중 한 사람으로서, 신수와 우리 사이를 갈라놓으려고 하더군."

"...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 녀석의 작전이 통했다고 봐도 되겠지. 류-웬달, 너는 본인의 생각이 어떻든, 일단 ‘제국의 새장’의 ‘맹세한 자’. 제국은, 학생들을 앞으로 있을 전쟁의 도구로 쓸 생각이겠지? 미안하지만, 우리도 그 부분에 있어서 학생들이 필요하다."



울란드 양옆에 있던 두 괴물이, 쿵 쿵, 류-웬달을 향해 육중한 몸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래, 알겠다. 학생들을 돌려주도록 하지."

"...?"

"30분 내로 학생들을 부유 기구에 실어, 이곳으로 보내겠다. 이걸로 된 거겠지?"

"무슨... 꿍꿍이냐?"

"나는 그웬이 죽은 시점에서, 이번 전투에 가망이 없다고 판단했다. 게다가, 우리의 진짜 목표가 나타난 지금 박사의 세력에게까지 밉볼 일 순 없으니까, 적절한 판단을 한 거지."



류-웬달은 울란드에게서 뒤돌아,



"그럼, 다시 볼 수 있으면 좋겠군."



박사의 부유선 갑판과 다리 하나를 두고 길게 이어져 있던 ‘제국의 새장’ 부유선으로 걸어갔다.



—————



"자... 이 방이 당분간 저희 3명이 지낼 곳임돠."



나는 미야가 안내한 방으로 들어가니,


금빛으로 빛나는 샹들리애에다가,


바닥에는 포근해 보이는 카펫이 깔린,


널찍한 거실을 마주할 수 있었다.



"원래 저 혼자만 쓰던 곳이지만, 방 개수도 넉넉하니 함께 써도 문제없을 검돠."



호화로운 호텔 방 같은 곳.


나는 이 안락하고 포근한 장소에 오자,


그곳 정중앙에 놓여 있던 소파에 턱! 하니 앉아,


"하... 하..." 신음을 뱉어낼 수밖에 없었다.



"괜찮나요?"



로젤리나라는 여인이 내게 머뭇거리며 다가와, 옆에 앉았다.



"괜, 괜찮을리가요..."



나는 오늘 계속 얻어맞은 것뿐만 아니라, 끔찍하게 죽은 시체도 보았다.


분명, 몸은 멀쩡했지만, 정신은 이미 한계치를 넘어 너무, 괴로웠지만···



"...그래도... 견뎌내야겠죠."



침이 쓰다.


그래서, 뱉고 싶었지만, 나는 삼켰다.



"지금... 이곳에 오면서 들었는데, 학생들이 박사라는 자에게 인도될 거라 하더군요."

"...그게 무슨..."

"많은 일이 있었지만... 짧게 요약하면, 학교가 이 세상에 전이되었을 때, 검은 가면이란 남자가 천사들을 이용해 학생과 선생님을 학살했죠. 그리고 그걸 박사와 그의 동료들이 막아 주었고요."



천사...


여기서 또 천사가 나오다니.


아무튼, 나는 아직 궁금한 게 많았지만,


일단, 나는 희망고 학생들이 왜 내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는지 인제 와서 이해되었다.


붕대의 남자가, 자신을 공격했던 이유도, 어느 정도 납득이 되었다.



"... 그래서... 다른 아이들이 내 모습을 두려워했던 거군요..."

"네. 천사이니 검은 가면이니 뭐니, 다소 현실과 떨어진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그건 완전히 지옥의 도가니였어요. 학생들의 반응도 어쩌면 당연한 거였죠..."



나는 고개를 돌리며, 내 등에 달린 천사의 날개를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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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6 - 8. 개전과 내전 23.11.02 4 0 13쪽
90 6 - 7. 쟁탈전 23.09.08 11 0 13쪽
89 6 - 6. 쟁탈전 23.08.23 17 0 12쪽
88 6 - 5. 쟁탈전 23.07.03 21 0 12쪽
87 6 - 4. 쟁탈전 23.06.24 19 0 12쪽
86 6 - 3. 쟁탈전 23.06.05 22 0 12쪽
85 6 - 2. 심해족 23.05.20 25 0 12쪽
84 6 - 1. 심해족 23.05.06 26 0 12쪽
83 5 - 19. 나무 23.04.22 35 0 13쪽
82 5 - 18. 일상 23.04.08 28 0 12쪽
81 5 - 17. 일상 23.03.26 31 0 12쪽
80 5 - 16. 일상 23.03.18 32 0 12쪽
79 5 - 15. 일상 23.03.04 35 0 13쪽
78 5 - 14. 서막 23.02.26 34 0 12쪽
77 5 - 13. 서막 23.02.18 36 0 12쪽
76 5 - 12. 날개 달린 것들 23.02.11 41 0 13쪽
75 5 - 11. 날개 달린 것들 23.02.04 39 0 13쪽
74 5 - 10. 날개 달린 것들 23.01.28 44 0 14쪽
73 5 - 9. 들판 23.01.21 40 0 13쪽
72 5 - 8. 들판 23.01.14 45 0 12쪽
71 5 - 7. 천사와 악마 23.01.07 54 0 12쪽
70 5 - 6. 천사와 악마 22.12.31 56 0 13쪽
69 5 - 5. 낙원 22.12.17 58 0 12쪽
68 5 - 4. 낙원 22.12.10 53 0 12쪽
67 5 - 3. 낙원 22.12.03 57 0 13쪽
66 5 - 2. 주인공 22.11.26 55 0 12쪽
65 5 - 1. 주인공 22.11.19 61 0 12쪽
64 4 - 19. 주인공 22.11.12 57 0 12쪽
63 4 - 18. 운명 22.10.29 5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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