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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딕 님의 서재입니다.

천사가 사람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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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딕
작품등록일 :
2021.07.26 19:45
최근연재일 :
2023.11.09 16:15
연재수 :
9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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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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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수 :
501,857

작성
22.12.31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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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5 - 6. 천사와 악마

DUMMY

"네... 네가 실베스타... 셀베르니의 아들이야...?"



테델이 바라보고 있던 평지 위,


그림자 하나가 가로등에 비추어지면서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 아... 저기..."



스산한 가로등 빛 뒤로 모습을 드리우는... 나보다 어려 보이는 한 소년?


소년은 초점을 잃은 것 같은 눈에 메마를 때로 메말라 버린 입술을 내비치면서,


나를 향해 목소리를 주눅 댔다.



"잠시만! 그 전에 네 이름부터 말하지? 적어도... 넌 우리 동네 사람이 아닌 것 같은데?"



테델은 그림자와도 비슷한 소년을 향해, 미심쩍은 말투로 물었다.



"아... 미안... 나는 아리야라 하는데..."



아리야라는 소년은 슬금슬금 내게로 다가왔다.



"나... 나는 새장 밖에서 왔어. 나와 함께 가준다면..."



쿵!


하는 굉음을 시작으로 내 시야가 상황을 인식하기도 전,


난 아리야 위쪽으로 곧장 떨어지는 무언가의 여파에,


몸을 크게 휘청이면서 뒤로 벌렁덩 넘어져 엉덩방아 찧었다.



"뭐... 뭐야?"



테델도 수염이 휘날릴 정도로 엉덩방아를 찧으면서,


갑자기 휘몰아치는 먼지 때문에 한쪽 팔로 얼굴을 가리며 두 눈을 끔뻑거렸다.



"쥐새끼 같은 새끼가 감히 우리 새장에 들어오다니... 너 때문에 우리 보안팀이 얼마나 욕 들었는지 알아?"



자욱한 먼지 속에서 쩌렁쩌렁 한 남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나는 테델과 함께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서며,


눈을 가늘게 떠 먼지 속 사람의 형상을 바라봤다.



'저 뱃지는 보안팀...?'



새장의 출입구 보안팀.


그들은 항상 검은색 정장 오른쪽 가슴 위에 ‘사과 베지’를 달고 있어 뭔가 눈에 매우 띄는 존재들로,


우리 새장 사람들에게 깡패 집단이라고 평가받고 있던 무뢰배였다.



"씨X... 이것으로 한 건 해결이네."



무슨 일이지?


나는 연기 속에 피어난 사과에, 물음과 안도과 아쉬움을 달랬다.


뭐가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지만,


그 소년은 새장 밖에서 찾아와 나를 부르던 소년, 궁금한 것이 당연했고.


그는 이 스산한 밤기운과도 같은 감정을 품고 있던 소년, 무서운 것이 당연했고.


마지막으로... 웬지 그 소년이 내게 날개를 달아 줄 것 같았기에,


밖에 대해 좀 더 많은 것을 알려줄 것 같았기에, 나는 아쉬움을 달랬다.



"너희 두 녀석 뭐지? 이 새끼와 무슨 이야길 하고 있던 거야?"



스킨헤드에 정장 차림이라 더욱 조폭 같아 보이는 ‘출입구 보안팀’이 우리에게 핏발을 곤두세우며 말했다.



"..."



나는 그 소년이 어디에 있는지 주변을 슬쩍 살펴보다가,


남자의 발밑에 깔려있던 소년을 발견하고는 그를 바라봤다.



"저희도 오늘 처음 보는..."

"아 됐고. 따라와라. 함께 가줘야겠다."



이 보안팀 남자는 쓰러져 있던 소년을 한쪽 팔로 가뿐히 들어 어깨에 걸친 뒤, 우리에게 다가왔다.



"안 따라오면 대갈통 깨질 테니 순순히 말 들어."



소문대로 출입구 보안팀 사람들은 조폭이나 보다.


인상 쓰는 거 하며, 말하는 품새 하며, 일단 그의 비위를 거슬러선 좋은 꼴 보지 못할 것 같았으니,


나와 테델은 서로 눈치를 살피면서 남자를 바라봤다.



"아...! 그러고 보니 이 녀석과 머리에 로브를 쓴 쥐새끼가 한 마리 더 있다고 하던데..."



남자는 미간을 대각선으로 삐딱하게 좁히면서, 나와 테델을 유심히 바라봤다.



"이 두 놈은 아닌 것 같고... 그 년은 또 어디..."



밤공기가 조폭 같은 남자의 목소리를 끊으며, 바닥으로 사뿐히 가라앉았다.


조폭 같은 남자는 어깨 위에 걸쳐진 소년에게 어떠한 기척을 느꼈는지, 얼른 고개를 그곳으로 돌렸다.



"벌... 벌레가... 기어가고 있어."



가라앉은 밤공기를 짚고 공중에 두둥실 떠오르는 소년.


그는 밤공기를 짓누르면서, 나의 후각을 공포라는 서늘함으로 마비시켰다.



"씨X..."



남자의 짤막한 욕설은 두 번째로, 그의 주먹은 이미 공중에 두둥실 떠 있던 소년에게로 날아가고 있었다.



"읍!"



하지만, 그의 주먹은 소년에게 닿지 못하고,


남자는 자신의 몸속에서부터 살을 파먹고 삐져나오는 벌레들로,


온몸이 순식간에 뒤덮여 버렸다.



"튀... 튀어!!!"



나는 그 모습을 그저 넋 놓고 바라보았지만,


테델이 상황파악이라도 했는지 내 옷을 강하게 당기며 소리쳤다.



----------



시청의 지하 깊은 곳.


한쪽 벽면은 매끈한 콘크리트로 막혀 있고,


한쪽 벽면은 끝이 보이지 않는 절벽으로 막혀 있는 가파른 계단에서,


텔레우스는 손전등으로 계단을 비추며 천천히 지하실의 그 뱃속까지 내려가고 있었다.



"잠시만...! 내가 여기를 다시 올라와야 한다고? 아! 나 못해!"



텔레우스 앞에서 계단을 내려가던 더벅머리의 한 남자가 갑자기 털석, 계단에 주저앉으며 말했다.



"텔 형씨. 나 힘들걸랑. 그냥 그 용사라는 놈은 깨우지 말자. 이거 완전 초과 근무야."



남자는 더벅머리를 긁적이면서, 와이셔츠에 매달린 넥타이를 풀어 제쳤다.



"오! 네 머리가 초과 근무라는 말도 알고 있어? 야야 너 대단하다! 킥킥킥"



계단에 주저앉은 남자의 등을 옆에 있던 한 여자가 끼고 있던 커다란 건틀릿으로 냅다 후리면서 익살스럽게 웃어댔다.



"악!!! 등가죽!!! 등가죽 때졌어!"



남자는 여자가 때린 등을 두 팔로 이리저리 헤집으면서, 물 밖으로 나온 생선처럼 자리에서 파닥파닥 뛰었다.



"풉! 바닥에서 춤추고 있어. 큭큭"



이번엔 여자도 계단에 반쯤 주저앉으며, 배를 부여잡고 폭소했다.



"... 텔레우스님. 이 녀석들 정말 괜찮은 겁니까?"



텔레우스 뒤에서 계단을 내려오던 안경 쓴 남자가, 품에 안고 있던 파일철을 뒤로 넘기며 말했다.



"뭐... 어떻게든 되지 않겠어요?"



텔레우스는 계단에 걸쳐 앉았다.



"조금만 쉬도록 할까요? 그때까지 민기씨는 이들의 인적 사항을 확인하는 것도 좋겠네요."



민기는 텔레우스와 어느 틈에 서로 치고받고 싸우기까지 하는 두 남녀를 지나쳐,


아직 저기 계단 위쪽에서 엉거주춤한 자세로 뒤따라오고 있던,


딱 봐도 소심해 보이는 여자를 보며 안경을 바로 고쳐 쓴 뒤 한숨을 짧게 쉬었다.



"후... 텔레우스씨가 그렇게까지 말하면 저도 할 말이 없긴 하지만..."

"그럼 된 거죠."

"알겠습니다..."



민기는 오늘 이곳으로 올 때 받았던 파일철을 펼쳐 들며, 텔레우스 옆에 앉았다.



'저 품위가 제로인 남자의 이름은 ‘테이야 이노’ 16세... 흠? 생긴 건 그렇게 생기지 않았는데... 아무튼, 그는 ‘천사의 기술력’을 다룰 수 있는 자로 이틀 전 가드너에 들어온 신입... 이런 녀석이 가드너의 신입!?'



가드너에 새로운 신입이 있었단 건 알았지만, 설마 이런 망나니가 들어오다니.


... 그 정도로 이 양아치가 실력만큼은 훌륭한 것인지,


아니면 양아치 놈들조차 받아야 할 정도로 새장 밖에서 일어난 ‘천사 사태’가 위중한 것인지, 민기는 괜스레 걱정되었다.


지금 깨우려 하는 용사도 어쩔 수 없는 ‘필요악’이니까, 원로들의 입장은 일단 깨우고 뒷일은 그다음 생각하자는 거였지만,


이게 참 너무 막무가내라고 그는 생각하며, 민기는 서류에 붙여진 ‘테이야 이노’의 사진과 실물인 그의 얼굴을 비교해보다가 다시 밑에 써진 내용을 바라봤다.



'신입으로, 그는 악마...를 조종하는 천사의 기술력을 다루고 있다...?'



악마, 천사가 있다면 당연히 악마도 있다.


악마와 관련된 유물은 천사 것들보다 훨씬 희귀하며,


지금까지, 천사의 기술력과 비교해서 말하자면, ‘악마의 기술력’이라고 불리는 것은 발견된 적 없었다.


이유야 학자들 사이에선 의견이 분분하지만, 뭐 하나 증거가 확실한 게 없는 단순한 이론... 보다도 훨씬 가능성이 낮은 뇌피셜 뿐이었다.



"어서 등 때린 값 내놔!"

"난 돈 따위 없다. 텔레우스에게 받아가라. 킥킥."

"이년이... 이걸 죽일 수도 없고..."



민기는 아직도 다투는 ‘테이야 이노’와 그녀... 이름이 수잔이라 적힌 그녀를 바라봤다.



'... 수잔, 그녀는 15세로 지능은 ‘천사의 기술력’으로 유아 퇴행했다... 덕분에 그녀는 무엇이든 부실 수 있는 강철 컨틀릿을 얻었다... 이게 끝?'



아무리 요즘 같은 세상에 개인정보가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인적사항이 대충 적혀 있다니...


종족이나 출신지 같은 건 그렇다 치더라도, 천사의 기술력에 대한 주의 사항은 반드시 적혀 있어야 하는데...



"텔레우스님 혹시 이분들이 말씀하셨던 ‘밖’에서 데려온 고아들입니까?"



보통의 사람이라면 이런 사항들을 그저 ‘대충’ 적은 거라 흘려 넘겼겠지만, 본인은 아니었다.


민기는 원로 중의 한 명이 인력 충당을 이유로 ‘고아들의 새장’에서 아이들을 데려오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는 걸 알았기에, 작은 목소리로 텔레우스에게 속삭였다.



"쉿. 이것들은 우리를 위해 일해주는 충실한 인형입니다. 당신은 그것만 알고 있으면 돼요."

"아... 네."



깊고 진하게 그을린 눈, 텔레우스의 살짝 감은 듯한 실눈은 그러했다.


이 깊고도 뒤죽박죽 뚫린 지하실처럼, 안에 숨어 있는 게 뭔지 모를 눈.


민기는 마지막으로, 뒤에서 엉거주춤하게 쫓아와 벽에 손을 짚은 채로 덜덜 떨고 있던 여자를 바라봤다.



'이름은... 김하늘. 나이는 21세. 종족은 인간. 그녀의 ‘천사의 기술력’은 ‘희생 안의 답례’. 몸속 장기들을 희생하여 신수를 소환. 신수는 희생된 장기들의 양과 질만큼의 특정한 힘을 발휘함. 신수의 소환은, 소원이 결실을 맺는 순간 지불된 장기를 돌려주고 소환 해제됨. 여기서 신수는 소원을 이루는 가정 중 소모된 육체적 손실에 따라 지불되었던 장기에 상처를 입힘... 신수라면, 고대에 새장을 수호하던 수호종족을 말하는 거군요. 종류가 참 다양하다고 하던데... 리스크가 있는 ‘천사의 기술력’이라고요...?'



‘천사의 기술력’은, 사용자와 기술력이 교감을 통해 얻어지는 힘.


리스크가 없어야 정상일 거라고, 민기는 그녀와 대화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천사의 기술력’과 다소 강압적인 계약을 성립한 피험자입니다. 정상적인 루트인 경우엔 천사의 기술력을 ‘대부분’ 위험 부담 없이 쓸 수 있지만, ‘계약’을 통한 사용은 확실한 등가교환이 성립되죠."



텔레우스는 민기가 김하늘을 보며 자리에서 일어서는 이유를 다 안다는 듯이 말했다.



"... 그녀는 괜찮은 건가요?"

"그녀가 저렇게 벌벌 떠는 건 원래 저러신 분이라 그런거고... 그녀는 자진해서 막대한 보상을 받는 대신, 이 실험에 지원한 거예요."

"아... 다행이네요."



민기는 벽에 붙은 채 덜덜 떨던 그녀에게 다가갔다.



"괜찮으세요?"

"아... 아. 네."

"힘드시면, 텔레우스에게 부탁해 돌아갈 수 있는데..."

"괜... 괜찮아요. 저는 돈이 급하니까요..."



김하늘은 뒤에서 티격태격 다투던 테이야 이노와 수잔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 돈이 급하시군요..."



‘사람을 다룰 때’ 필요한 특기 전력들을 모은 거라고는 하지만,


여러모로 개성이 넘치는 사람들이 모인 것 같다고,


민기는 머쓱하게 머리를 긁적이면서 이들의 얼굴을 한 번씩 살펴보며, 들고 있던 파일철을 닫았다.



"... 자자! 지금 우리 새장이 소란스러운 것 같으니 쉬는 건 여기까지 하고, 조금 속도를 내도록 하죠. 여러분 힘내주세요."



텔레우스가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집어넣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나는 테델과 함께 동네 뒷산을 내려와, 다급히 보안청으로 달려갔다.


내 손에 쥐어져 있던 먹을 것들이 담긴 봉투는 이미 온데간데없었지만, 그런 건 지금 중요한 게 아니었다.


괴물이... 새장 밖에서 괴물이 찾아 왔다. 그게 지금 제일 중요했다.



"벌레가... 벌레가 기어가고 있어."



아리야는 천사처럼 포근한 날개를 무려 4쌍이나 윙윙대면서,


벌레 같은 목소리를 게워 내며, 내게 날아왔다.


나는 날아드는 천사 한 마리에 달리고 또 달리며,


목구멍으로 솟구치는 두려움을 간신히 참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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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6 - 4. 쟁탈전 23.06.24 19 0 12쪽
86 6 - 3. 쟁탈전 23.06.05 22 0 12쪽
85 6 - 2. 심해족 23.05.20 25 0 12쪽
84 6 - 1. 심해족 23.05.06 26 0 12쪽
83 5 - 19. 나무 23.04.22 35 0 13쪽
82 5 - 18. 일상 23.04.08 28 0 12쪽
81 5 - 17. 일상 23.03.26 31 0 12쪽
80 5 - 16. 일상 23.03.18 32 0 12쪽
79 5 - 15. 일상 23.03.04 35 0 13쪽
78 5 - 14. 서막 23.02.26 34 0 12쪽
77 5 - 13. 서막 23.02.18 36 0 12쪽
76 5 - 12. 날개 달린 것들 23.02.11 41 0 13쪽
75 5 - 11. 날개 달린 것들 23.02.04 39 0 13쪽
74 5 - 10. 날개 달린 것들 23.01.28 44 0 14쪽
73 5 - 9. 들판 23.01.21 40 0 13쪽
72 5 - 8. 들판 23.01.14 45 0 12쪽
71 5 - 7. 천사와 악마 23.01.07 54 0 12쪽
» 5 - 6. 천사와 악마 22.12.31 57 0 13쪽
69 5 - 5. 낙원 22.12.17 58 0 12쪽
68 5 - 4. 낙원 22.12.10 53 0 12쪽
67 5 - 3. 낙원 22.12.03 58 0 13쪽
66 5 - 2. 주인공 22.11.26 55 0 12쪽
65 5 - 1. 주인공 22.11.19 61 0 12쪽
64 4 - 19. 주인공 22.11.12 57 0 12쪽
63 4 - 18. 운명 22.10.29 5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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