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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딕 님의 서재입니다.

천사가 사람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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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딕
작품등록일 :
2021.07.26 19:45
최근연재일 :
2023.11.09 16:15
연재수 :
9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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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89
추천수 :
5
글자수 :
501,857

작성
23.06.05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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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6 - 3. 쟁탈전

DUMMY

"왜? 무슨 일 있었어? 저분들은... 항상 진지했잖아?"



맹세한 자.


갑자기 찾아온 저들은, ‘제국의 새장’에서 박사님의 부탁으로 우리를 도와주러 왔다고 했다.


물론, 박사님이 저들에 대해 미리 연락해주어서 놀라거나 그러진 않았지만, 로젤리나는 달랐다.


그녀는 박사님의 판단을 이해할 수 없다고,


제국의 새장이라면 학생들을 데려다가 실험체로 쓸 수 있다고 극구 반대했지만,


의외로 저들은 보급품만을 던져준 뒤, 우리와 함께 생활하는 일 없이 그저 멀리서 우리를 지켜볼 뿐이었다.



"보급품을 주면서 지켜주는 건 내일로 끝이라는 말을 하더라고... 뭔가... 느낌이 심상치 않아."

"그게 무슨..."

"박사님께 무슨 일이 있는 거 아니야? 최근 들어 연락한 적 없잖아?"

"... 어서 로젤리나씨를 만나러 가자."



나는 은지와 함께 로젤리나가 있던 천막으로 향했다.


그녀는 학교 밖 거주지에 묵지 않고, 굳이 이 학교 운동장에 설치된 천막 안에서 생활하며,


학교 안 ‘이상 증상’에 대해 연구하고 있었다.



"로젤리나씨. 계세요?"



잠잠한 천막.


천막 치곤 커다란, 이전에 박사님이 설치했었던 캐노피 천막은,


내 목소리에도 아무 기척이 없었다.



"... 주무시고 있는 건가?"



그녀는 보통 아침에 자고, 밤에는 주변을 순찰하면서 학교에 관해 연구하고 있었다.


그러니 그녀는 아마 잔다고 내 목소리를 듣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캐노피 천막을 걷으며, 안을 들여다보았다.



"로젤리나..."

"쉿~"



박사님과는 다른, 눈코입이 뚫린 채 ‘날개 달린 새장’이 그려진 한 안면 마스크.


그것이 캐노피 천막으로 들어오는 나를 바라보며, 가면 위로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소리 지르면 죽어요~ 아가씨들."



그는 나와 은지를 향해, 잔잔하고도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를 내었다.



"도... 도망... 쳐."



그에게 목이 붙들린 채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던 로젤리나.


그녀는 헐떡이는 숨소리를 비집으면서, 나를 향해 목소리를 간신히 토해냈다.



"안되죠. 안돼. 도망치면 로젤리나는 죽습니다. 당신들은 감정도 없는 사이코들인가요?"



로젤리나의 작은 얼굴이 그의 손아귀로 벌겋게 달아오르며,


격렬하게 저항하던 그녀의 발길질이 힘없이 축- 쳐졌다.



"... 뭘 원하시죠?"



내 입에서 떨림이, 숨소리와 함께 퍼져 나왔다.


이제 더는 잃기 싫은데...


친구들도, 선생님도 전부 죽어버렸는데...


이대로 가다가 로젤리나씨가 죽는다.


나는 옆에서 덜덜 떨던 은지의 손을 부여잡으며, 그에게 말했다.



"너희들 전부 우리와 함께..."

"이빨 빠진 ‘세난 왕국’이 우리 걸 뺏으러 왔군."



나는 남자의 말을 가로채는 걸걸한 여성의 목소리에,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뒤로 돌렸다.



"이곳에 들어오면 당연히 우리가 알아채지 못할 것 같았냐? 맹세한 자를 너무 만만하게 보고 있구먼."



맹세한 자 중 한 명인 거구의 여성.


그녀는 또 다른 맹세한 자인 ‘온몸에 붕대를 두른 남자’와 함께 이따금 우리에게 보급품을 지급하거나,


경비 목적으로 우리 학교와 마을을 순찰하던 그녀였지만, 나는 그녀의 목소리를 오늘 처음 들었다.


보통 그녀는 남자 뒤에서 묵묵한 표정으로 서 있었고, 우리는 오로지 붕대 두른 남자와 대화를 나누었다.



"흐흐흐... 역시 맹세한 자들은 대가리가 빈 녀석들이야. 우리가 그런 것도 생각 못 했을 것 같아?"



가면을 쓴 그는 마치 쓰레기를 집어 던지듯이 로젤리나를 바닥에 팽개쳤다.


나는 당장이라도 바닥에 팽개쳐진 로젤리나의 상태를 살피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저 무기력하게 이따금 몸을 부르르 떠는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



"우린 이미 너희 학생들을 인질로 잡고 있거든~ 만약 우리와 싸울 생각이라면, ‘제국의 새장’에 이런 생체 무기를 전부 넘길 바엔 싹~다 조지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말이야."

"... 앙?"



거구의 여성은 성큼성큼 그의 앞으로 다가가 핏발 가득한 눈초리로 그를 내려다보았다.



"이 새끼가... 넌 좀 맞아야겠다?"

"맹세한 자는 이렇게 품위 없는 고깃덩어리 애들뿐인가? 정말 말이 통하지..."



쿵!


소리가 나중에, 그의 몸이 붕- 떠 날고 있는 모습을 뒤로,


나는 순식간에 사라진 거구의 여자와 가면 쓴 남자의 모습에,


생각보다 몸이 먼저 로젤리나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



"앤지... 넌 씨앗으로서 ‘회백 새장’에 심어졌을 텐데?"

"... 그러게..."



앤지는 따뜻한 코코아가 담긴 컵을 입으로 호호 불며 한 모금 마신 뒤,



"박사님은 무슨 꿈을 꾸고 있을까?"



부엌 테이블의 빈 한 자리를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



울란드는 테이블에서 의자 하나를 빼내 와, 앤지의 뒷모습을 향해 앉았다.



"나도 모르겠군. 모르겠지만... 그는 자신의 꿈을 위해서인지, 공주님을 위해서인지 많은 희생을 치르면서까지 모든 걸 바꾸려 하고 하지."

"박사님은 왜 라프만 좋아할까?"

"... 앤지... 그러면 넌 왜 박사님을 그리 좋아하는 거냐?"



울란드의 차분하지만, 걸걸하고도 큼직한 목소리가 부엌 한편에 그림자를 만들었다.



"박사... 그는, 우리들의 아버지와도 같은 사람이지만, 동시에 아무것도 아닌 존재. 형태도, 감정도, 그 어떤 것도 그는 하얀 가면에 감추어져 있지. 앤지... 넌 그의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드는 거냐?"

"나도 몰라. 모르지만, 나는 꿈을 꾸거든. 지루한 꽃밭에서 그냥 누구를 기다리는 것처럼, 서 있는 꿈. 진짜 아무것도 아닌, 너무 지루해서 머리가 이상해져 버리겠지만,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꿈..."



앤지는 등에 달린 새하얀 천사의 날개를 활짝- 펼쳤다.



"하지만, 그런 지루한 꿈에서 박사님이 꼭 나를 구해줘. 그러면... 마치 진짜 내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거야!"



기쁜 듯이 앤지는 날개를 위아래로 펄럭거리다가, 갑자기 축- 늘어뜨렸다.



"그런데... 이제 지루한 나를 누가 구해줘."



울란드는 앤지의 쳐진 날개를 잠시 바라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의자를 식탁 안으로 밀어 넣고는 그녀에게서 뒤돌았다.



"어쨌든 슬슬 너도 마음을 정리하는 것이 좋을 거다. 박사님은 지금 이곳에 없고, 곧 새장은 모여 들테니..."



울란드는 부엌 밖으로 향하는 나무 문 열어젖혔다.


그 너머엔 아르가 라프의 머리 위에 태운 채, 두 손을 포개어 쭈뼛거리며 서 있었다.


울란드는 아르의 주뼛거리는 모습을 꾹 다문 커다란 입으로 지켜보다가, 앤지를 향해 고개 돌렸다.



"앤지, 앞으로 지루하지는 않을 거다. 그러니, 이곳에 남아주면 좋겠군."



앤지는 울란드의 말에 대답 대신 뜨거운 코코아를 호호 불며 입에 댔다.



----------



집, 가족, 친구, 고향.


예전에 그것들은, 당연한 것들이었다.


어쩌면, 지금도 당연한 것들인지 모른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돌아갈 장소가 있다는 건 소중한 것이니까.


다만, 내가 이런 생각을 하기 시작한 건, 최근 들어서였다.



"경계병들은 앞으로 이 구역을 맡을 특수부대원들에게 인수인계하러 갔고. CCTV를 보고 있는 당직 사령이나 사관은 내가 보급품으로 나눠준 햄버거를 먹고 배탈이 나서 아마 화장실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을 거야."



정부가 재난 구역을 몇 중으로 빙- 둘러친 급조된 철책과는 다른,


'사라진 곳'의 중심을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철벽.


소령인 그녀는, 철벽에 나 있는 철재 문을 향해 불안한 듯이 목소리를 떨었다.



"이제 이곳으로 들어가면 사라진 곳이 나오긴 할텐데..."



떨리는 그녀의 숨소리가, 우리를 걱정하듯이 머뭇거렸다.



"전 들어갈 건데, 다른 분들은 어떻게 하실 거죠?"



나는 그녀의 머뭇거리는 걱정 따위 인제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고향의 땅.


그곳에 집이 있을지, 괴물이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아니. 정확히 이 지역을 관리하는 군부대만 알고 있을 것이다...



"이곳까지 왔는데 들어가야겠지?"



내 뒤에 서 따라오던 형이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기처럼 두 손에 쥐었다.



"그럼 얼른 들어가자고. 뭐 하러 뜸 들여?"



중년의 여인이 나를 지나쳐 먼저 쌍여닫이 철문 앞에 섰다.



"어휴... 고지가 코앞인데 빨리빨리 안 하고 말이야..."



중년의 여인은, 꽉 닫혀 절대 열리지 않을 것만 같은 철문을, 부드럽게 밀어젖혔다.



----------



쿵! 쿵!


멀리서도 한눈에 볼 수 있을 정도로, 공중에 솟아올랐다 땅으로 내려꽂히는 거구의 여성.


그녀가 공중에서 주먹을 휘두르며 땅으로 내리꽂힐 때마다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새장이 흔들거렸다.



"인원들은 다 모였나?"



거구의 여성과 함께 다니던 ‘맹세한 자’인 온몸에 붕대를 두른 남자가,


운동장에 모인 우리를 보며 말했다.



"아직 몇 명이..."

"너희들이 만이라도 내게 붙어 있어라. 그리고, 죽기 싫으면 무슨 일이 있어도 지금 이 앉은 자세에서 머리를 들지 말도록."



그는 허리춤에 찬 5개의 칼자루 중 가장 날이 기다란 칼자루에 손을 올린 뒤,


허리춤을 조금 낮추어 당장이라도 검을 빼낼 그런 자세를 취했다.



"이제부터 이곳에 접근하는 모든 것들을 벤다. 그것이 설령 학생이라도 어쩔 수 없으니, 목숨을 부지하고 싶으면..."

"... 잠시만요."



내 옆에 있던 은지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붕대 두른 맹세한 자의 말에 불쑥 끼어들었다.



"제가 나머지 학생들을 데려올게요."



은지가 그렇게 말하며 어딘가로 달려 나가려고 할 때,


내 시야에 붕대 두른 맹세한 자의 모습이 순간 사라졌다가,


마술이라도 부린 것처럼 은지 앞에 생겨나, 막아섰다.



"헛...!"



은지는 갑자기 생겨난 그의 막아섬에 깜짝 놀란 듯이,


눈이 토끼눈처럼 동그래졌다.



"... 다른 학생들은 포기한다."

"... 네...? 아니... 저는 포기 못해요."

"아니, 포기해라."



그는 칼집에서 검을 빼내, 은지 앞에 겨누었다.


나는 은지에게 칼을 겨눈 그의 모습에, 지금 의식을 잃은 채 맨바닥에 누워 있던 로젤리나를 바라봤다.


지금, 이 상황, 로젤리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 과연, 로젤리나처럼 생각하는 게 옳은 판단 일까?


나는, 우리는 그녀에게 빚이 있는데...



"미리 말해주지. 너희들은 지금부터 ‘제국의 새장’에 소속되어, 우리와 함께 제국의 새장으로 간다. 험한 꼴이라도 당하기 싫다면, 지금부터 내 말을 듣는 게 좋을 거다."

"... 그... 그렇게 되면 박사님이..."

"그가 지금 네 옆에 있기라도 한건가? 그러니, 죽기 싫으면 다시 앉아라."



날카롭게 날이 선 그의 눈과 검날이 은지의 야윈 뺨에 기다란 상처를 그어내, 핏방울이 맺히게 했다.


하지만 은지는 흘러내리는 핏방울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그를 곧바로 응시했다.



"은지야. 앉아. 다른 애들은 알아서 오겠지."



은지 곁에 있던, 김세빈이라는 남학생이 그녀를 타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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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6 - 4. 쟁탈전 23.06.24 19 0 12쪽
» 6 - 3. 쟁탈전 23.06.05 23 0 12쪽
85 6 - 2. 심해족 23.05.20 2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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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5 - 17. 일상 23.03.26 32 0 12쪽
80 5 - 16. 일상 23.03.18 33 0 12쪽
79 5 - 15. 일상 23.03.04 35 0 13쪽
78 5 - 14. 서막 23.02.26 35 0 12쪽
77 5 - 13. 서막 23.02.18 36 0 12쪽
76 5 - 12. 날개 달린 것들 23.02.11 41 0 13쪽
75 5 - 11. 날개 달린 것들 23.02.04 40 0 13쪽
74 5 - 10. 날개 달린 것들 23.01.28 45 0 14쪽
73 5 - 9. 들판 23.01.21 41 0 13쪽
72 5 - 8. 들판 23.01.14 4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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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5 - 6. 천사와 악마 22.12.31 57 0 13쪽
69 5 - 5. 낙원 22.12.17 58 0 12쪽
68 5 - 4. 낙원 22.12.10 5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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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5 - 2. 주인공 22.11.26 55 0 12쪽
65 5 - 1. 주인공 22.11.19 62 0 12쪽
64 4 - 19. 주인공 22.11.12 5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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