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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딕 님의 서재입니다.

천사가 사람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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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딕
작품등록일 :
2021.07.26 19:45
최근연재일 :
2023.11.09 16:15
연재수 :
9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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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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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수 :
501,857

작성
23.06.24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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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6 - 4. 쟁탈전

DUMMY

"맞아... 솔직히, 은지 네가 가봤자... 저런 괴물들 상대로 뾰족한 수가 없잖아. 오히려 붙잡혀서 짐만 되지 않을까...?"



이번엔, 김세빈 옆에 앉아 두 다리를 품에 끌어안은 채,


머리를 무릎에 파묻고 있던 한정현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들었지? 남을 생각하기 전, 지금 네 처지를 생각해라. 넌 지금 아무것도 모르는 작은 새, 다른 사람을 구하고 싶으면, 지식이든 힘이든 더 기르고 와라."



맹세한 자는, 은지에게 뻗은 칼날을 허리춤에 찬 검집에 집어넣었다.


은지는 잠시 우두커니 서 있다가, 털썩 그 자리에 무릎을 굽히며 주저앉았다.


작은 새... 누구에게서 들어본 것 같다.


우리는 그저 새장 안에 무력한 작은 새.


아무것도 아닌, 날아가지 못하는 작은 새라고...



"... 쿨럭... 으..."



로젤리나가 기침하면서 눈을 떴다.



"지수야... 녀석... 녀석들을 믿으면 안 돼."



로젤리나는 목을 손으로 문지르면서,


인상을 반쯤 찌푸린 채, 몸을 세워 앉으려고 했다.


나는 그녀의 등을 받치며, 앉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 제국의 새장도... 세난 왕국도, 모두... 너희를 이용할 셈이야."



쉰 목소리에 겨우 힘을 주면서 내게 말하는 로젤리나.


그녀는 우리를 등진 채 칼자루에 손을 올리고 있던 맹세한 자를,


경계의 눈초리로 흘끔거렸다.



"그럼... 저희는 어떻게 하죠?"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이 새장을 벗어나야지. 왕가의 손가락과 맹세한 자들이 싸우는 틈을 타서..."



로젤리나는 운동장 끝에서 자욱한 먼지와 함께 아지랑이처럼 바닥에서 번져 오른,


안면 가면을 쓴 세 명의 사람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말을 멈췄다.


그러자, 맹세한 자는 자세를 더욱 엉거주춤하게 낮추어 칼자루를 꽉- 거머쥐었다.



"..."



3명의 가면이 느린 듯 빠른 걸음으로 ‘맹세한 자’ 앞까지 걸어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동시에 고개를 갸웃 옆으로 꺾었다.


그 장면은 마치 인형과 비슷해 오묘하게도 비현실적이라,


나는 뭔가 소름이 돋았다.



"조금은 하는 것 같군. 앞으로 한 걸음이었으면, 너희들의 목은 날아갔을 텐데."



맹세한 자는 재밌다는 듯이, 세 가면을 향해 여유로운 미소를 흘렸다.



"류-웬달. 당신이라면 저 고깃덩어리 파트너와 다르게 대화가 통하겠죠?"

"내 이름을 알고 있군."

"당연하죠. 우리 손가락들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답니다. 당신이 딸 하나를 지키기 위해 새장에 있는 모든 사람을 베었다는 것도 알고 있지요."



세 개의 가면 중, 정중앙에 있는 가면이 말했다.



"당신이 지키려고 하는 학생들이, 당신의 딸과 겹쳐 보이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만, 당신의 딸은 아직 ‘제국의 새장’의 가호를 받으며 살아 있죠. 자... 선택하시죠. 이대로 아무것도 못 하고 모든 것을 잃을지, 아니면 희생을 통하여 더욱 많은 생명을 살릴지. 모든 건 당신의 칼날에 달려 있습니다."



정중앙에 있는 가면이, 반걸음 슬쩍 앞으로 발을 내디뎠다.



"... 경고했을 텐데? 나는 한번 말한 건 두 번 말하지 않는다."



바람결이 ‘맹세한 자’의 낮은 목소리처럼, 내 머리맡에 잠시 머물다,


봄바람처럼, 차분히 모래를 가라앉히는 자상한 손길이 되어,


반걸음 다가온 가면에게로 휘몰아쳤다.



"칫..."



정중앙에 있던 가면은, 피가 흐르는 목 위로 손을 올렸다.


그러자 양옆에 있던 두 가면이 각각 다른 방향으로, 우리를 빙-둘러 걷기 시작했다.



"아직 이해하지 못하셨나 보군요. 우리가 당신을 죽이면, 제국의 새장에 있는 딸은 ‘천사의 기술력’의 실험체로 쓰일 텐데 말이죠."

"말이 많은 녀석이군. 덤비던가. 포기하던가 둘 중 하나만 말해라."



‘맹세한 자’는 우리를 둘러싸는 세 개의 가면에도,


한결같은 나무처럼 지그시 그 자세만을 유지하면서,


평온한 두 눈으로 정중앙에 있는 가면을 주시했다.



"... 아쉽게 됐..."



정중앙의 가면의 말이 끝나기도 전,


3개의 가면으로부터 피바람에 불어닥쳤다.


나는 갑자기 만개해버린 그들의 피바람에,


끔찍하다고 생각하기 전, 맹세한 자를 바라보았다.


그는 손에 든 기다란 검을, 검집에 꽂아 넣고 있었다.



"이... 빌어먹을 놈이..."



세 개의 가면은 동시에 목을 부여잡으며 우리에게서 멀찌감치 뒤로 물러났다.



"최대한 좋게 넘어가려고 했더니만 이렇게 유도리가 없었을 줄이야."



3개의 가면은 저마다 단검을 손에 쥐었다.



"이렇게 된 이상 저희도 진심으로 가죠."



이다음부터는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나는 알 수 없었다.


가을바람이 떨어지는 낙엽을 살랑이듯이 옆으로 스치고 좌우로 스치고,


높다란 하늘에 옅은 생체기를 흩날리며, 이따금 내 머리칼을 훑고 갈 뿐이었다.



"젠장..."



그것은 내가 느끼기론 1분 정도 흐른 것 같았다.


마침내, 한 개의 바람이 운동장에 깔린 고운 모래를 휘날리며,


짤막한 짜증과 함께 멈춰 섰다.



"그래도 꼴에 ‘맹세한 자’의 부대장답군요. 저희를 3명이나 동시에 상대할 수 있다니... 하지만 아무리 당신이라도 여기까지인 것 같군요."



한 개의 가면이 저기 멀리, 운동장 출입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2명의 학생을 확보했습니다. 뭐, 마음 같아선 몇 명 더 데려가고 싶었지만... 저희들의 ‘검지’는 현재 바쁜 관계로 이만 실례하죠."



가면이 향한 그곳엔 내게 익숙한 2명의 학생이, 또 다른 가면에게 붙들려 있었다.


그 두 명은 장준형과 장수연, 이들은 남매 관계로 천사 사태 후 항상 함께 다니고 있었다.



"잠..."



나는 자리에서 일어서며, 그들에게 뭐라도 말해보려고 했지만,


그전에 로젤리나가 팔을 부여잡으며 나를 말렸다.



"... 방금... 일어섰더라면 ‘맹세한 자’가 너를 베었을 거야..."



나는 로젤리나의 말을 듣고는, 곧바로 맹세한 자를 바라봤다.


그는 여전히 살짝 허리를 낮춘, 부동의 자세를 유지하면서 거목처럼 꼼짝하고 있지 않았지만,


보란 듯이 은빛으로 반짝이는 검의 날을, 칼집에 집어넣고 있었다.



"... 그럼, 저흰 이만..."



가면들이 우리에게서 멀어졌다.


나는 그저, 친구를 납치해간 저 가면들을 무기력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이 느낌... 정말, 싫다.


죽음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이 느낌...


천사들의 온화함처럼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목표만을 달성하고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뒤돌아서는 이들은,


무기질의 영역에서 이빨을 드러낸 포식자들.


내게, 이들의 날개는 너무나 새하얬다.



"인제, 그만 일어나도 된다."



맹세한 자가 말했지만,


대부분에 학생들은 다리에 힘이 풀리기라도 했는지, 좀처럼 일어나지 않았다.



"너희들은 오늘부로 ‘제국의 새장’ 소속이다. 좋든 싫든, 우리를 따라와야 할 테니 순순히..."



윙---


학교로부터 퍼져 나오는 굉음이 순식간에 새장을 뒤덮었다.


나는 귀를 틀어막으며, 굉음이 퍼져 나오는 학교를 바라보았다.


쿵!


굉음은 곧 한 줄기 빛으로 변해, 나와 친구들과 새장을 뒤덮었다.



----------



나는 인원들과 함께 ‘사라진 곳’으로 들어간 그 순간, 정체불명의 하얀 빛이 우리를 덮쳐왔다.


고향의 향기처럼 그것은 나를 순식간에 그리움 속으로 잠식시키니,



"부디 사랑을 다오."



그리움은 이윽고 한 여인의 숨소리로서 길게- 내 귓가를 타고,


나를 어느 학교 안에서 깨어나게 했다.



"여... 여긴, 학교?"



어딘가 익숙하지만, 내가 기억하는 것과는 많이 다른 학교 복도.


곳곳에 파손된 기물들과 검붉은색으로 얼룩진 학교 복도를,


나는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학교 밖 창문 너머로, 시선이 고정되었다.



"... 사라진 곳..."



낯익은 풍경이다.


많이 보았던 풍경이다.


감상에 잠기기 좋은 풍경이라,


나는 잠시 눈을 비비적대다가 때니,


가면을 쓴 사람과 거구의 여자가, 학교 창밖 저기 멀리에서 날아오고 있었다...?



"뭣...?"



챙그랑! 이란 소리가 들리며,


그 두 명은 곧장 학교 유리창을 부수며 내게 날아올 것 같았지만,


어떤 일인지 두 명은 무언가 투명한 장벽에라도 막힌 것처럼, 허공에서 멈춰 섰다.



"뭐... 뭐야?"



나는 그들이 달려들려고 했던, 교실로 들어갔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이곳이 어디인지, 당신들은 누구인지,


나는 이런 궁금증보다도 그냥 귀신에 홀린 사람처럼,


교실 창문을 열어 그들을 바라보다가,


어떤 말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입을 여는 순간,


등에서 끔찍한 격통이 느껴져 자리에 주저앉았다.



"사랑을..."



내 등에서 무엇이 돋아났다.


그렇게 느껴졌다.



"... 내 아이야. 일어나서 부디, 앞을 보렴."



나는 귀에서 속삭이는 말에 따라, 일어서서 앞을 바라봤다.



"천사...?"



환각처럼,


꿈속에 잠긴 것처럼 몽롱하게,


내 앞에 두둥실 떠 있는 하얀 색의 무언가.


그 무언가의 지휘에 따라, 내 등에서 날개가 펄럭이는 것 같았다.



"천사의 축복을 받은 자여. 너는 당연히 영문도 모르는 일이 테지만, 죽어줘야겠다."



나는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다급히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온몸에 붕대를 두른 한 남자가, 엉거주춤한 자세로 나를 향해 서 있었다.



"같은 이세계인으로서 더는 이 새장에 민폐를 끼치지 말고 얌전히 죽어라."



그가 허리춤에 찬 칼날을 내게 뻗어왔다.



"엇!"



나는 갑자기 내 목으로 다가오는 날붙이에,


깜짝 놀라 열어둔 창문으로 몸을 던졌다.



"...?"



내가... 날고 있어?


새하얀 날개를 펄럭이며, 중력에서 벗어난 것처럼 나는 두둥실 공중에 떠 있었지만,


아직 이 느낌에 익숙지 않은지, 내 몸은 천천히 땅으로 추락하고 있었다.


휘릭-


하지만 그도 잠시, 바람 이는 소리가 내 귀에 부딪히더니,


나는 곧장 학교 벽을 부수며 다시 복도로 들어갔다.


나는 이 정신 없는 상황에서도,


왠지 모르게 또렷한 의식만을 지니고,


앞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고개를 드니,


조금 전에 보았던 온몸에 붕대를 두른 남자가, 차분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거의 ‘용사’와 버금가는 수준의 축복."



그가 한 발 앞으로 내딛자, 복도 바닥에 쩌-억 금이 갔다.



"넌 너무 위험하군."



그의 칼바람 하나가, 순식간에 10개로 불어나,


내 머리부터 발끝까지 덮쳐왔다.


그야말로 피할 수 있을 거라 생각 들지 않는, 사지로 몰린 일격들.


나는 본능적으로, 등에 달린 날개를 방패 삼아 온몸을 막았다.


툭! 툭!


다행히 내게 불어닥치는 칼바람이, 뭉툭한 소리와 함께 날개에 막혔다.



"잠... 잠시만요! 저... 전 아무 잘못도 안 했다고요."



이게 무슨 일인가?


다른 세계라고?


내가 다른 세계에 넘어와, 처음 보는 남자에게 공격당하고 있다고?



"..."



나는 대답 대신, 뒤에서 느껴지는 어떠한 기운에,


얼른 막고 있던 날개를 돌렸지만,


이번 바람은 길게도, 내 머리를 후려쳤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나는 학교 복도 바닥을 부수고, 한 층 떨어졌다.



"잠시... 잠시만!"



나는 이번엔 날개 대신, 팔을 앞으로 쭈-욱 뻗었다.


뻗은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 사라진 팔과 치솟는 핏줄기에,


두 눈을 끔뻑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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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 4. 쟁탈전 23.06.24 20 0 12쪽
86 6 - 3. 쟁탈전 23.06.05 23 0 12쪽
85 6 - 2. 심해족 23.05.20 25 0 12쪽
84 6 - 1. 심해족 23.05.06 26 0 12쪽
83 5 - 19. 나무 23.04.22 35 0 13쪽
82 5 - 18. 일상 23.04.08 29 0 12쪽
81 5 - 17. 일상 23.03.26 32 0 12쪽
80 5 - 16. 일상 23.03.18 33 0 12쪽
79 5 - 15. 일상 23.03.04 35 0 13쪽
78 5 - 14. 서막 23.02.26 35 0 12쪽
77 5 - 13. 서막 23.02.18 37 0 12쪽
76 5 - 12. 날개 달린 것들 23.02.11 41 0 13쪽
75 5 - 11. 날개 달린 것들 23.02.04 40 0 13쪽
74 5 - 10. 날개 달린 것들 23.01.28 45 0 14쪽
73 5 - 9. 들판 23.01.21 41 0 13쪽
72 5 - 8. 들판 23.01.14 45 0 12쪽
71 5 - 7. 천사와 악마 23.01.07 55 0 12쪽
70 5 - 6. 천사와 악마 22.12.31 57 0 13쪽
69 5 - 5. 낙원 22.12.17 58 0 12쪽
68 5 - 4. 낙원 22.12.10 54 0 12쪽
67 5 - 3. 낙원 22.12.03 58 0 13쪽
66 5 - 2. 주인공 22.11.26 55 0 12쪽
65 5 - 1. 주인공 22.11.19 62 0 12쪽
64 4 - 19. 주인공 22.11.12 5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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