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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딕 님의 서재입니다.

천사가 사람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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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딕
작품등록일 :
2021.07.26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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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09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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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02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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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 8. 개전과 내전

DUMMY

나는 이것저것 궁금한 것들이 있었지만, 일단 미야를 따라 널찍한 빈방 정중앙으로 갔다.



"이곳은 아주 튼튼함돠... 사령관님도 가끔 이곳을 훈련장으로 이용했을 정도니깐요."



훈련장의 정중앙.


그곳에 도착하니, 생각보다 이곳은 훨씬 넓었다.


대략, 축구와 피구를 병행해도 충분할 만한 크기로,


학교 강당이었더라면 다수의 반이 동시에 사용해도 남는 크기였지만,


이곳은 학교의 강당과는 또 다른, 원목 재질의 바닥이 아닌 새하얀 바닥에다,


벽은 또 푹신한 무언가로 되어 있어,


무슨 박물관이나 정신병동에서나 보았던 방이 서로 혼합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면 갑작스럽지만, 제가 이곳에서 천사의 힘을 사용하는 법에 대해 알려드리겠슴돠."



미야는 나를 향해 또 알 수 없는 말을 했다.



"아··· 우선 설명부터 드려야겠네요. 천사의 기술력은··· 음··· 그래! 전능함, 그것과 비슷합니다. 은별씨가 그런 몸을 가진 것도, 천사의 기술력 덕분이죠. 천사의 기술력은 무기인 것도 있고, 몸에 일부분인 것도 있고, 건물인 것도 있고, 아주 다양함돠. 그래서 뭐라 딱히 정의하지는 못하지만, 하나 확실한 건 천사의 기술력은 전능하다고 할 만큼 매우 강한 힘인 것만은 확실해요."



전능함...


그것에 왜 하필 천사가 들어가는지 여전히 의아했지만,


나는 일단 미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세세한 부분은 나중에 알기로 했고...


그러니까, 내 몸이 천사의 기술력으로 만들어진 무언가라는 건가?


한 마디로, 나는 더 이상 사람이 아니라는 뜻...?



"천사의 힘, 그러니까, 은별씨의 육체는 최대한 빠르게 통제해야 함돠. 이건, 우리 사령관님이 밝힌 사실인데, 저희 세계의 기준으로 이세계인들은 ‘천사의 기술력’에 대한 친화력이 매우 높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천사의 기술력을 통제하는 것은 매우 서툴렀다고 함돠."



미야는 내 등에서 꿈틀대는 천사의 날개를 흘끔, 바라보면서 말했다.



"당연히 친화력이 높으면, 이를 잘 사용할 수 있을 거라는 학자들의 의견과는 매우 다른 말이라 의아했지만, 사령관님이 경험한 것을 말해주길 애초 저희 쪽은 천사의 기술력을 사용하기 위해 극한으로 몸을 갈고 닦아 ‘사력’이란 것을 무의식적으로 사용하고 있기에 천사의 기술력을 통제할 수 있는 것이었고, 그러지 않은 이세계인들은 까닥했다가 천사에게 의식을 뺏길 수 있다고, 실재로도 동료 중 그러한 사람이 있었다고 그랬슴돠."



미야의 주위로 숨이 턱 막힐 정도의 넓은 들판이 펼쳐졌다.


한없이 포근한 햇볕과 그 밑으로 드리운 광활한 잔디들.


그곳에서 살랑이는 바람이 불어와 내 머릿결을 훑으며. 뒤돌아가 누군가의 시선이 되니,


나는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려...



"하..."



천사 한 마리.


그것에, 나는 겨우 정신을 차리니...



"결국 짧게 말하면, 은별씨는 그 육체에게 자아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거예요. 가족을 찾아야 하겠다는 그 의지가, 변질될 수도 있다는 거죠."



미야의 손 끝에 서 있던 새하얀 날이, 내 복부를 찌르고 있었다.



"자... 천사님. 지금부터 교육을 시작하겠슴돠. 오늘 교육은 바로, 저를 한 대라도 때려보세요.임돠."



나는 깜짝 놀라 그녀에게서 뒤로 다급히 떨어졌다.



"이야 그건 그렇고, 정말 무식하게 단단한 몸임돠. 무방일 때 전력으로 찔렀는데 날이 들어가지 않다니..."



그녀는 나를 찌른 단검의 끝 부분을 하늘로 치켜들고는 유심히 훑으면서 말했다.


나는 그녀의 말에, 칼이 찔린 내 복부를 이리저리 손으로 더듬었지만, 다행이 상처는 없었다.



"나, 나한테 왜 그러는 거야?!"



나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이 상황에, 그녀에게 소리치다시피 말했다.



"왜 그러냐니... 확인차라고 해야 하나? 차피 칼날이 천사의 몸에 박히지 않을 거라는 건 알고 있었슴돠. 그러니 그 강도가 어느정도인지, 알고 싶었지 말임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말하는 미야.


그녀는 칼날을 눈 깜짝 사이에 어디론가 집어넣고는,


팔짱을 낀 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칼을 갑자기 들이대면..."

"흠? 놀랐슴까? 하하하... 원래,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말이 있죠. 당신 세상엔 이런 말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미야는 마치 깜빡이는 전등처럼, 사라졌다 내 턱 밑에 나타났다.



"칼이 안 통하면, 충격임돠."



퍽!


내 턱과 그녀의 주먹이 정통으로 부딪혔다.



—————



태양 밑으로, 유유히 떠 있는 부유 기구들.


부유 기구에는 ‘제국의 새장’의 상징인, 동그란 큰 원 안에, 작은 검은 원이 그려져 그것을 중심으로 좌우, 위아래로 빨간 줄이 각각 하나씩 이어진 마크를 확인한 아르는,


뒤에 서 있던 울란드에게 고개를 돌렸다.



"통신을 해킹하니, ‘개벽의 날개’들이 새장 영공권 문제로 ‘제국의 새장’에게 협상을 제기해 부유 기구들이 정체된 것 같아요."

"... 이 주변엔 ‘개벽의 날개’의 새장이 없었을 텐데··· 생각보다 빠르게 새장들이 움직이고 있군."

"네. 개벽의 날개도 이것을 인지하고, 새장이 더 가까워지기 전에 이 문제를 해결할 협약의 틀만이라도 지금 만들어 두자고 의견을 말하고 있고, 제국의 새장에서는 그건 황제님과 이야기할 문제이고, 만약 영공 허가가 1시간 안에 떨어지지 않는다면, 이것은 명백히 제국의 새장과 적대하는 행위라고 엄포를 놓는 상황이네요."

"츳... 설마, 제국의 새장은 개벽의 날개를 집어삼킬 생각인 건가?"



울란드는 늑대의 송곳니를 드러내며, 인상을 잔뜩 구겼다.



"그렇지 않고서야, ‘개벽의 날개’가 ‘맹세한 자’들까지 타고 있는 ‘제국의 새장’ 최정예 부대를 이런 식으로 멈춰 세워 놓고 빌지는 않을 것 같은데 말이지..."



개벽의 날개.


그들도 물론, 초거대 새장으로 불릴만큼 세력이 강하긴 하지만,


초거대 새장 중에서도 경제력도 군사력도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제국의 새장에 비하면,


그들은 그저 일개 작은 새장일 뿐이었다.



"... 맹세한 자의 성향을 생각한다면, 이 상황도 그리 안 좋게만 평가할 수는..."



아르가 말하고 있을 때,


쿵!


무언가 박사의 부유선 갑판 위로 떨어지며, 옆으로 조금 기울게 했다.



"올 걸 예상했지만, 벌써 눈치채다니... 아르, 부유선 내부를 맡아. 그리고 박사의 실험체를 내보내라."



울란드는 대답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아르를 뒤로한 채,


부유선 조타실에서 나와, 무언가 떨어졌던 갑판 위로 올라갔다.



"크... 신수! 말로만 듣던 신수로군!"



올란드가 올라간 갑판 위에는 볼록한 가슴과 얼굴이 아니었다면, 남자로 착각할 만큼의 근육질로 부푼 몸과,


큰 키를 지닌 한 여인이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팔짱을 낀 채 올란드를 보며 포효와도 비슷한 우렁찬 목소리를 냈다.



"너는··· ‘맹세한 자’의 부대장과 파트너인 그웬이로군."

"오! 날 아는 거야?"

"알다마다."



처벅처벅···


부유선 갑판 위로, 철퍽이는 발소리와 함께,


잘린 머리 대신 ‘동그란 할로’가 떠 있는 두 사람이 올라오더니, 울란드 양옆에 섰다.


그들은 어디 물속에서 나왔는지 투명한 액체로 몸을 젖힌 채 새하얀 천바지만 입고 있어,


다부진 육신과 창백한 피부가 유독 도드라지게 보였다.



"네가 이 부유선에 탔다는 건, 박사와의 계약은 파기된 거로 봐도 되겠지?"

"계약 같은 시시한 건 집어치우고 나와 붙자고!"

"... 그래, 단도직입적이라 좋네. 좋지만··· 네 상대는 내가 아니라..."



울란드 양옆에 서 있던 두 마리의 정체 모를 괴물 중, 하나가 처벅처벅 앞으로 나왔다.



"천사의 기술력을 수호하기 위해 존재했던 고대 병기··· 그것에 개량판이다."



그것은 등에서 새하얀 날개를 펼쳐, 곧바로 그웬을 향해 날아갔다.



—————



"사령관님. 현재, 박사의 부유선에서 그웬이 전투를 시작했습니다."



각종 서류를 품에 안은 제복 차림의 여성이 류-웬달을 향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의 말을 들은 류-웬달은, 커다란 원형 테이블 위에 띄워져 있던 한 사람의 홀로그램을 슬쩍 바라본 뒤,


다시 그녀에게 고개 돌렸다.



"미야를 제외한 정예 대원들을 전부 불러 모아라."

"... 네?"

"설명할 시간 없으니 어서."



그녀는 그에게 경례 대신 고개를 한 번 숙인 뒤,


부랴부랴 이 어두침침한 장소에서 문을 열고 빠져나갔다.



"아~ 지금 와서 눈치채도 늦었답니다. 제국의 새장과 신수와의 마찰은 인제 피할 수 없을 테니깐요."

"시간을 끌 대 알아봤어야 했는데... 암-바야드. 설마, 네 녀석이 ‘개벽의 날개’ 대표 중 한 사람 있었다니... 언제부터지?"

"처음부터랍니다. 모두의 힘이 있었기에, 비로소 많은 천사를 하늘로 날려 보낼 수 있었죠."



평범한 중년층 남성이었던 홀로그램 속 사람이 얼굴 위로 검은 가면을 쓰자,


우두둑, 뼈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신체 구조와 입고 있던 옷이 하나의 찰흙 덩어리처럼 뭉쳐지다가,


이내 완전히 다른 사람의 신체로 빚어져, 검은 가면이 되었다.



"류-웬달··· 아, 그때가 떠오르는군요. 용사와 그의 동료들이 신수를 사냥하던 그때 그 기억이···. 마치 천사가 사람을 먹는 것처럼, 다정하고도 정의로운 손길이 포악한 그늘이 되어 지금의 새장을 만들었죠."



검은 가면의 홀로그램이 추억에 잠긴 목소리에 따라 곧 꺼질 것처럼 흔들거렸다.



"저는 나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목적이 어떻든, 격동하는 그들의 인류애적인 모습은 훌륭히 신수와 수인족을 넘어섰으니, 저는 만족하였지만... 역시, 개벽이란 파란만장한 모험을 눈앞에 두고도 가만히 있기란 힘들더군요. 그러니, 이제 몇 걸음 남지 않았습니다. 저와 함께 새로운 세상을 위하여..."



틱-


홀로그램이 꺼졌다.



"···"



그러자 류-웬달과 함께 이 회의장에 모여,


검은 가면의 홀로그램을 보고 있던 장관들이 웅성거리며 떠들기 시작했다.


그들은 저마다,



"이건 명백히 인류에 대한 도전..."

"개벽의 날개 놈들... 역시 수인족이 대다수일 때 알아봤어야..."

"감히 우리 제국에게 도전하다니, 본보기로..."



류-웬달은 한껏 달아오른 회의장 분위기를,


쿵!


탁상을 가볍게 내리치는 것으로, 조용히 시켰다.



"우선 지금 병사들을 전부 무장시켜, 천사 사태에 대비한다. 그리고, 나는 박사와 직접 대면하고 올 테니, 맹세한 자들과 황제에게 이 사실을 알린 뒤 긴급회의를 준비하는 거로 하고, 이상 다른 질문은?"



조용해진 그들은 저마다의 인상으로,


고개를 끄덕인다던가,


팔짱을 낀 채로 무엇이 유심히 고민한다던가,


주변을 훑어보면서 슬쩍 눈치 보다가,



"... 알겠습니다. 그런데... 이번 ‘맹세한 자’ 긴급 소집으로 ‘본인의 정보’가 누출된다면 그건 역시 ‘맹세한 자’ 본인도 별로 좋지 못하고, 그분에게 기대를 걸고 있는 ‘타 새장’에도 좋지 못할 것 같은데 말이죠."



그들 중에서 눈 한쪽에 안대를 낀 남자가,


류-웬달 앞으로 걸어 나오면서 말했다.



"맞아요... 저도 그게 좀 걸리긴 하는군요."



그러자 몇몇 명의 장관들이 그의 편을 들기라도 하듯, 맞장구쳤다.



"흠..."



류-웬달은 이들의 의도를 알고 있었다.


‘맹세한 자’는 그 칭호를 가지기 매우 어려 울뿐더러,


칭호를 지닌 것 만해도 엄청난 부와 명예를 얻을 수 있는 만큼,


그 칭호를 딸 때 상당한 노력이 필요했다.


이 노력이란 건 단순히 ‘개인적인 노력’을 넘어서,


‘제국의 새장’에 속한 ‘새장 하나’의 ‘노력’이 들어갈 때도 있었고,


‘몇 개의 새장’의 ‘노력’이 들어갈 때도 있었다.


그래서 보통 이 정도의 노력은, 힘 있는 장관들의 등을 빌려 이루어질 때가 상당했고,


장관은 자신의 모든 걸 투자하여 이루어진 결과를, 함부로 내던질 수 없다는 것이, 현실이었다.



"그래. 이렇게 하면 되겠군. 이번 천사 사태를 계기로, 맹세한 자의 순위를 정정하겠다"



류-웬달은 지그시- 평온한 말투로 흘러가는 물처럼,


자신 앞에 서 있는 안대 낀 남자를 향해 말했다.



"... 네? 갑... 갑자기..."

"썩어버린 물은, 이럴 때 갈아엎어야지, 아니면 언제 또 갈아엎겠나?"

"경솔한 발언입니다!"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썩어버린 물이란 건 이 몸도 포함되는 말. 그러니, 경솔하다긴 보단, ‘나의 각오’라고 하는 게 좋겠지?"

"...윽..."



류-웬달은 허리춤에 차고 있던 검 자루에 손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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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6 - 4. 쟁탈전 23.06.24 19 0 12쪽
86 6 - 3. 쟁탈전 23.06.05 22 0 12쪽
85 6 - 2. 심해족 23.05.20 25 0 12쪽
84 6 - 1. 심해족 23.05.06 26 0 12쪽
83 5 - 19. 나무 23.04.22 35 0 13쪽
82 5 - 18. 일상 23.04.08 28 0 12쪽
81 5 - 17. 일상 23.03.26 31 0 12쪽
80 5 - 16. 일상 23.03.18 32 0 12쪽
79 5 - 15. 일상 23.03.04 35 0 13쪽
78 5 - 14. 서막 23.02.26 34 0 12쪽
77 5 - 13. 서막 23.02.18 36 0 12쪽
76 5 - 12. 날개 달린 것들 23.02.11 41 0 13쪽
75 5 - 11. 날개 달린 것들 23.02.04 39 0 13쪽
74 5 - 10. 날개 달린 것들 23.01.28 44 0 14쪽
73 5 - 9. 들판 23.01.21 41 0 13쪽
72 5 - 8. 들판 23.01.14 45 0 12쪽
71 5 - 7. 천사와 악마 23.01.07 55 0 12쪽
70 5 - 6. 천사와 악마 22.12.31 57 0 13쪽
69 5 - 5. 낙원 22.12.17 58 0 12쪽
68 5 - 4. 낙원 22.12.10 54 0 12쪽
67 5 - 3. 낙원 22.12.03 58 0 13쪽
66 5 - 2. 주인공 22.11.26 55 0 12쪽
65 5 - 1. 주인공 22.11.19 61 0 12쪽
64 4 - 19. 주인공 22.11.12 57 0 12쪽
63 4 - 18. 운명 22.10.29 5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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