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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딕 님의 서재입니다.

천사가 사람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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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딕
작품등록일 :
2021.07.26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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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1,857

작성
22.12.17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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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 - 5. 낙원

DUMMY

"테델...!"



테델의 머리를 받침 삼아 두 팔을 머리에 얹고 있는 여자.


그녀는 어두운 듯한 인상에 입술과 눈썹의 피어싱이 돋보이는,


대외적으로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가드너로 활동하던 ‘레베카’라는 여자였다.



"너 아빠가 회의하는 모습을 줄곧 여기에서 지켜봤지? 이름이... ‘실베스타’ 맞지?"

"죄... 죄송합니다."



나는 고개를 숙이며, 레베카에게 사과했다.



"귀여운 꼬마들이네~ 반용인족이라고 했던가? 이 테델이란 녀석은 딱 봐도 드워프고..."



레베카는 먹잇감을 노리는 거미처럼 거미줄에 걸린 우리를 슬그머니 훑어보다가,



"자~ 그럼 어떻게 할까? 이거 영주님께 보고하면, 꽤 일이 재밌어질 것 같은데."



입속에서 독니를 슬그머니 꺼내 드러냈다.



"테델은 잘못 없어요. 전부 제가 꼬셔서 이렇게 된 거니까, 영주님께는 저만 보고해주세요."



나는 음흉하게 미소지은 레베카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이렇게 된 이상 테델 만이라도 빠져나가게 해야 한다.


내가 먼저 제안을 하지 않았더라면 테델은 이곳에 비밀 회의장이 있다는 것도 몰랐을 테니까.



"호오... 꼬마 주제에 의리는 있다는 건가?"

"진짜예요. 그... 테델이 카르리나 할아버지를 걱정해서 제가 여기로 데려온 건데..."

"내가 듣기론 그 할아버진 친인척 따위 없는 거로 아는데?"



레베카는 팔을 받치고 있던 테델의 머리를 내려다봤다.



"우리 드워프들은 너희 인간족들과 다르게 유대가 깊다고..."



뭐... 테델의 말대로 드워프들은 우리 새장에 있는 종족 중에서 가장 유대가 끈끈한 종족이었다.


그들은 뭉쳐서 뭔가 뚝딱뚝딱 잘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그리 인구수가 많지도 않아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어,


이번에 카르리나 할아버지의 실종 사건은 드워프 종족들에게 꽤 큰 사건 다가왔을 것이다.



"그래서 오늘 난 실베스타를 몰래 따라온 거라고. 저 녀석은 어차피 아버지가 가드너들의 기술자잖아? 그러니 회의를 봐도 딱히 상관없는 녀석이고, 난 아니지. 그러니까 이번 일의 책임자는 나만으로 충분해."



나는 테델의 말에 깜짝 놀라, 녀석의 얼굴을 바라봤다.



"하하하하 니들 정말 귀여운 애들이다. 막 데려가서 잡아먹고 싶어..."



입술과 눈썹에 피어싱이 덜렁거리도록 웃으면서 말하는 레베카.


가드너들은 항상 친절한 줄 알았는데, 나는 오늘 그 환상이 조금 깨진 것...



"레베카, 너무 심술궂게 말하지 마시죠. 아직 애들이잖아요."



엇...! 저 사람은 텔레우스?


가드너들의 수장.


우리 새장에서 영웅으로 불리는 남자.


감은 듯한 눈매에, 입가에 항상 은은한 미소를 담고 있는 그는 잘생기기까지 해서,


여자애들 사이에선 신랑감 1순위로, 남자애들 사이에선 롤모델 순위 1순위로 통하고 있었다.


그런 그가 레베카 뒤에서 걸어오며 내가 상상했던 가드너들의 모습 그대로를 실천하자,


레베카는 테델의 머리에 올리고 있던 팔을 슬그머니 내렸다.



"테델, 카르리나 할아버지가 많이 걱정되었구나. 괜찮아. 카르리나 할아버지가 무사 한다면, 내가 꼭 구해올 테니 걱정하지 말렴."



그는 지금껏 내가 몰래 훔쳐보던 아버지와의 비밀회의에는 참석한 적 없었는데...


이런 초대박 연예인을 여기서 이렇게 볼 줄이야.



"감... 감사합니다."



나는 이상향과 같은 그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고 말을 버벅댔다.



"그럼 다음부터는 이런 일은 없도록 하고... 회의에서 들었던 내용은 비밀인 거 알지?"

"당연하죠!"

"그래. 그럼 우린 네 아버지가 기다리고 있으니 이만."



레베카가 있어 더 비교되게 빛나는 그의 뒷모습을 나는 테델과 함께 바보처럼 바라보다가,



"... 그래. 멋지긴 하네."



텔레우스와 레베카가 시청의 뒷마당을 벗어나자,


테델은 기다렸다는 듯 ‘마치 어쩔 수 없는 것처럼’, 녀석에게 있어 최고의 칭찬을 했다.



"너희 드워프들은 전부 너 같냐?"

"아니 나만 유독 난거지."

"... 다행이네."



수염을 빙빙 꼬면서 애어른처럼 말하는 테델.


정말인지 병X 같은 놈이지만,


그렇기에 친구 같은 놈이니까.



"이곳에 안내한 답례는 그대로 내놔라."

"뭐?"

"텔레우스 봤잖아?"

"난 할아버지 소식을 들으러 왔지 텔레우스를 보러 온 적 없는데?"

"그래도 내가 아니었으면 넌 평생 이 정도로 가까이에서 텔레우스를 볼 기회는 없었을걸?"

"속단하기에 이르지... 만, 그래. 내가 한턱내는 거로 하자고."



드워프들은 깐깐하다.


그래서 그런지 이들은 건축물, 부유기구, 부유선의 설계부터 제조까지, 모든 종족 중에서 담당한 비중이 대단히 높았다.


그리고 이런 까칠한 드워프 중들에서 테델은 그야말로 으뜸이었다.


이 녀석이라면 혹시나 내 날개를 만들어주지 않을까,


내가 하늘로 날아갈 수 있을 정도로 크고 멋진 날개를 이 녀석이라면, 만들어 줄 수 있을 것도 같았다.


나는 테델과 함께 시청의 뒷마당에서 빠져나왔다.



----------



"아이들 덕분에 회의 시간이 조금 지체된 것 같은데..."



시청에 들어간 텔레우스는 뒤따라오던 레베카를 향해 가느다란 눈을 향했다.



"너무 밖으로 얼굴 드러내지 마세요. 그러다가 시민들이 우리를 보면 어떻게 할 거예요?"



텔레우스의 가느다란 눈이 조금 흐트러지면서 미간에 인상을 더하자,


미카엘은 애써 그를 외면하며 시청 벽에 매달린 천사 그림들을 바라봤다.



"내 ‘감추는 황혼’은 이 정도로 정체가 드러나지 않아... 게다가, 나는 귀여운 걸 보면 못 참아서 말이야."



날개 달린 아기 천사들.


통통하게 살이 올라 앳되게 날아오르고 있는 그들의 모습이,


마카엘의 짙은 눈그늘에 토악질해댔다.



"그래도 말이죠. 맡은 바 최선을 다해주시면 좋겠네요. 앞으로 용사도 깨워야 해서 힘들어질 텐데 너무 제멋대로면 저도 당신의 취미 생활을 제약할 수밖에 없다고요."

"어... 그게 내 인생에 전부인데... 그러면 나야 가드너를 관두면..."



레베카는 순간적으로 흐물흐물해지는 시야 속에서,


옆으로 기우는 몸을 겨우 바로 세웠다.



"레베카씨의 취미를 위해 우리가 몇 명씩이나 새장 밖 사람들을 잡아 드렸는데요. 인제 와서 그러시면 정말 곤란하다고요."

"..."



레베카의 피어싱이 꽂힌 살갗으로부터 스멀스멀 핏물이 기어 나왔다.



"젠장... 알겠다고..."



레베카는 얼굴에 흐르는 핏물을 옷소매로 문지르면서 말했다.



“뭐... 그건 그렇다 치고, 이미 이 새장에 들어온 쥐새끼들은 어떻게 처리할 거야?”



레베카는 눈동자에 새겨진, 아기 천사 그림들을 하늘 저기 멀리 날려 보내면서,


텔레우스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글쎄요. 그들이 어떻게 우리 새장으로 들어온 건지 모르겠지만, 잡아서 심문해봐야겠죠?"

"... 설마 그 녀석들, 암-바야드와 관련된 건가?"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암-바야드가 보낸 것 치고는 무방비에다가 빈틈투성이었으니깐요."

"그래? 그러면, 그 녀석들을 잡으면 내 컬렉션에 넣어도 되겠지? 그러면, 나도 당분간은 조용히 지낼 거니까."

"네네 마음대로 하세요."

"좋아!"



어느덧 텔레우스와 레베카는 수많은 아기 천사 그림들을 지나쳐,


시청의 지하창고 밑바닥에 다다랐다.



"제 아들 때문에 고생이 많군요."



그러자 그 둘을 기다렸다는 듯이 한 남자가 안경을 바로 고치면서,


지하창고 한가운데에 있던 테이블 위 도면 위로, 얼굴을 드리웠다.



"하하하 아니에요. 아들분이 요즘 애들과 다르게 심지가 곧던걸요?"



텔레우스는 가벼운 웃음을 지하실에 잠시 퍼뜨리다가,



"그건 그렇고, 용사가 잠들어 있다던 지하실의 설계도면이 이건가요?"



뱀처럼 기어갈 것 같은 가느다란 눈을 뜨며, 설계도면을 스윽- 한 번 훑었다.



"설계도면을 보다시피 용사가 잠들어 있는 지하시설은 시청의 지하 180m 아래에 있고... 그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몇 가지의 숨겨진 잠금장치만 해제하면 쉽게 갈 수 있을 것 같네요. 아마 장로분들이 눈에 띈다는 이유로 일부로 거추장스러운 함정 같은 걸 설치 하지 않았던 것 같군요."



남자는 설계도면에서 빨간 동그라미 친부분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그런데 문제는 봉인을 푸는 방법인데... 이게 봉인이라고 하기에도 모호한 것이 용사는 지금 천사의 기술력으로 시간이 얼어붙어 있는 상태입니다."



흘러내리는 안경을 다시금 바로 고치면서 남자.


그는 텔레우스와 레베카를 한 번씩 쳐다보았다가, 곤란하다는 듯이 머리를 긁적였다.



"이 말은 즉, 결국엔 용사의 봉인을 해제하기 위해선 ‘천사의 기술력’에게 선택을 받아야 한다는 건데... 이미 이 ‘천사의 기술력’의 소유자인 ‘아마데로’는 노화로 세상을 떠난 상태... 한마디로 ‘새로운 주인’을 맞이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남자는 가지고 있던 빨간 볼펜을 핑그르르, 한 바퀴 돌렸다.



"... 그렇군요. 그거참 곤란하게 되었네요..."



텔레우스는 달을 품은 것 같은 차디찬 은색 눈동자를 슬그머니 실눈처럼 만들면서, 눈썹을 찡그렸다.



"... 일단 알겠습니다. 설계도를 분석해주셔서 감사해요. 지금부터는 우리 가드너들이 맡도록 하죠."



어느덧 지하실 속으로 컴컴한 밤이 내려와 세 명의 사람을 품었다.



----------



나는 테델과 함께 저녁에 먹을 인스턴트 음식을 잔뜩 사 들고,


인근에 있던 이름 모를 작은 산 올라갔다.



"후... 아니 그냥 음식점에서 먹으면 되지. 꼭 우리 비밀 아지트에서 먹어야겠냐?"



앞에서 오르막을 오르느라 숨이 가빠진 테델이 투덜거렸다.



"어. 아지트에 안 간 지도 꽤 오래됐지 않냐? 거기에 애들이 무슨 메시지를 남겼을 수도 있고. 기억난 김에 가봐야지."



총 다섯 사람.


나, 테델, 레온, 구용현, 서희는 이렇게 5명은 작년까지만 해도 항상 함께 어울려 다니는 절친들이었다.


하지만 레온과 구용현은 영주님의 ‘섞기’로 인해 바로 옆동네로 이사 가게 되었고,


서희는 두 개의 도시나 떨어지게 되었다.



"레온과 용현이는 이 산에서 좀 떨어져 있잖아? 메시지 같은 걸 남길 거였으면 전화로 했겠지."



테델은 여전히 투덜댔지만 그래도 지가 제일 궁금한 듯이,


나보다 더 빠른 걸음으로 산을 타고 올라갔다.



"야... 씨 천천히 좀 가 힘들다."

"넌 반용족이라면서 드워프인 나보다도 체력이 안 좋냐?"

"넌 키가 작아서 올라갈 때 다리 많이 올릴 필요 없잖아?"

"하! 반용족 주제에 날개도 없는 놈이 주둥이만 훨훨 날아다니네. 큭큭... 후..."



비밀 아지트가 있는 이 이름 모를 산은,


크기가 작은 동네 산으로 우리 동네와 바로 옆 동네의 경계선으로 쓰이고 있었다.


그래서 한 석 달 전까지는 가끔 이 산에 있는 비밀 아지트에서 레온과 용현이를 만나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고 있었다.



"하... 하... 나도 늙었나? 조금 쉬다 가자..."



... 좀 무리한다 싶었더니만,


역시 빠른 걸음으로 걷던 테델이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원래 우리 아지트가 이리 높게 있었던가?"

"다른 애들 떠날 때 더 높게 옮겼잖아? 그러는 게 더 만나기 편하다고."

"아... 맞네..."



나도 테델의 옆에 앉으면서, 들고 있던 음식이 든 봉투를 바닥 내려두었다.



"이제 한 5분만 가면 비밀 아지트가 나오니까..."



나는 내려둔 봉투에서 주섬주섬 음료수병을 꺼내 들며, 옆에 있던 테델에게 내밀었다.



"흠... 뭐해?"



하지만 테델은 내가 내민 음료수병을 받지 않고,


오르막길 한쪽 구석 운동기구가 설치된 평지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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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6 - 3. 쟁탈전 23.06.05 22 0 12쪽
85 6 - 2. 심해족 23.05.20 25 0 12쪽
84 6 - 1. 심해족 23.05.06 25 0 12쪽
83 5 - 19. 나무 23.04.22 35 0 13쪽
82 5 - 18. 일상 23.04.08 28 0 12쪽
81 5 - 17. 일상 23.03.26 31 0 12쪽
80 5 - 16. 일상 23.03.18 32 0 12쪽
79 5 - 15. 일상 23.03.04 34 0 13쪽
78 5 - 14. 서막 23.02.26 34 0 12쪽
77 5 - 13. 서막 23.02.18 36 0 12쪽
76 5 - 12. 날개 달린 것들 23.02.11 41 0 13쪽
75 5 - 11. 날개 달린 것들 23.02.04 39 0 13쪽
74 5 - 10. 날개 달린 것들 23.01.28 44 0 14쪽
73 5 - 9. 들판 23.01.21 40 0 13쪽
72 5 - 8. 들판 23.01.14 44 0 12쪽
71 5 - 7. 천사와 악마 23.01.07 54 0 12쪽
70 5 - 6. 천사와 악마 22.12.31 56 0 13쪽
» 5 - 5. 낙원 22.12.17 58 0 12쪽
68 5 - 4. 낙원 22.12.10 53 0 12쪽
67 5 - 3. 낙원 22.12.03 57 0 13쪽
66 5 - 2. 주인공 22.11.26 55 0 12쪽
65 5 - 1. 주인공 22.11.19 61 0 12쪽
64 4 - 19. 주인공 22.11.12 5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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