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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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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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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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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0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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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쪽

우리 실력을 제대로 보여드리죠! (1)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집을 나서는데 도널드 제이콥이 물었다.


“낸시양과 헤어졌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뭐, 그렇게 되었네요.”

“괜찮으십니까?”

“아무렇지도 않다고는 말 못하겠네요.”

“친구들과 술 한 잔 하는 것도 좋고, 클럽에 가서 신나게 노는 것도 도움이 될 겁니다.”

“그 정도로 힘들진 않아요.”


한국의 아침드라마나 고전 멜로영화에서는 이별장면에서 종종 비가 내린다.

다행히 LA의 날씨는 맑고 화창했다.

여자 친구와 헤어진 인생에서 중요한 사건이 일어났지만.

이별로 인해 상처 받는 일은 없었다.

류지호는 과거로 돌아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마음이 이끌리는 대로 행동하기 위해서 새로운 하루를 힘차게 시작했다.


부우웅-


로스앤젤레스(LA) 북쪽에는 영화의 메카, 할리우드 시티가 있다.

그 서쪽의 샌퍼낸도 밸리는 미국에서 제작되는 포르노 영화의 90%가 만들어지는 할리우드 마이너 리그가 존재한다.

밸리는 1970년대부터 포르노 산업의 중심지였다.


“샌퍼낸도 지역을 ‘포르노 밸리’ ‘샌포르낸도 밸리’라고 부릅니다.”


도널드 제이콥이 류지호를 수행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포르노 배우들이 가슴 성형 수술에 넣는 실리콘을 빗대 ‘실리콘 밸리’라는 별칭도 붙었지요.”

“왜 하필 샌퍼낸도 밸리일까요. 왜 이 지역에서 포르노 영화 산업이 성행하는 걸까요?”

“할리우드 때문입니다. 사람도 장비도 쉽게 이용할 수 있으니까요. 돈벌이가 급한 배우들도 널렸습니다. 통상 주연 배우들이 하루 촬영에 1,000달러를 받았지만 간혹 700달러에도 기꺼이 옷을 벗는다고 합니다. 보조 배우들은 일당 400달러, 그나마 남자 배우들은 100달러 정도 수입이 적다고 합니다. 정식 등록된 포르노 배우만 1,000명이 넘는다고 들었습니다.”


할리우드 일각에서는 포르노 밸리를 할리우드의 마이너리그로 보기도 한다.

메이저 판에서 일거리를 잡지 못하면 향하는 곳.


“산업적으로 절대 무시할 수 없는 것이 포르노입니다. 미국에서만 연간 100억 달러 매출 규모를 보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800억 달러가 넘는 매출 규모라고 보고 있고. 할리우드보다 영화가 많이 제작되는 곳이 바로 이곳 포로노 밸리입니다. 많이 제작될 때는 6,000편까지 이 지역에서 제작되고 있다고 합니다.”

“포르노 업계에서 일했던 적이 있었어요?”

“전혀요.“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소상히 알고 있는 걸까.

어쨌든 TMI다.

때문에 류지호는 화제를 전환했다.


“샌퍼낸도 밸리에 한인도 많이 산다면서요?”

“80년대를 전후해서 많이 이주했다고 들었습니다. 한인 상당수가 올 초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노스리지나 포터랜치, 그라나다 힐스에 살고 이곳 밴나이즈에 터를 잡은 한인들도 많다고 합니다.”


LA와 가깝고 주택 가격이 다른 곳에 비해 싸다는 장점 때문이다.

샌퍼난도 밸리 지역의 중심부에 자리 잡은 작은 도시 밴나이즈(Van Nuys)에 거주하는 한인들의 상당수는 LA에 직장이나 사업체가 있다.


“대지진이 발생하기 전에 포르노 제작자들이 일반 주택가까지 들어와 촬영을 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아마 소형 제작자들이 그랬던 모양인데, 대형 스튜디오들은 대부분 채츠워스, 밴나이즈, 캐노가 파크 등 상업지에 몰려 있다고 합니다.”


전직 조사팀장답다고 해야 할까.

따로 지시를 하지 않아도 미리 리서치를 해두었다가 필요할 때 보고를 한다.

굳이 몰라도 되는 것들까지 꼼꼼하게 조사해서 보고하기도 하지만.

암튼 류지호가 미국 포르노 산업의 중심이랄 수 있는 밴나이즈에 와 있다.

이전 삶부터 수십 년 영화 업계에서 종사했지만, 전 세계 포르노 산업에서 중요한 지역 중 하나에 와보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그렇다고 딱히 포르노 산업이 궁금하진 않았다.

어쨌든 이곳 밴나이즈에 지난 노스리지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JHO Company 산하 홈비디오 업체 IVE Entertainment의 생산시설이 존재했다.


후우.


류지호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지진 발생 시에 무너졌던 건물 잔해를 치운 듯 보이는 공터가 보였기 때문이다.


“참혹하네요.”


한동안 지진의 충격에서 벗어나기 어려웠을 만큼 샌퍼난도 밸리 지역 모습은 몹시 우울해보였다.

여름을 훌쩍 넘겼지만, 완전한 지진 피해복구는 꿈도 못 꿀 상황이다.


“끊어진 10번, 14번, 210번 프리웨이 복구 역시 꽤 시일이 걸릴 것 같습니다.”


노스리지 대지진은 LA폭동 이후 2년 만에 또 다시 한인사회에 큰 상처를 안긴 재앙이다.

지진 반경 85마일 내 건물 4만여 채가 무너져 57명이 숨졌고, 5,000여명이 다쳤다.

사망자 중에 4명이 한인이다.

재산상의 피해는 더 처참했다.

진앙지가 한인 밀집 거주 지역이었기 때문에 한인 주택 200여 채가 무너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인은 침착한 대처를 보여주었습니다.”


끄덕.

한인사회 지도층에 대해 좋지 못한 감정을 가지고 있던 류호지도 인정하는 바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LA폭동 경험 덕분에 한인들은 더 빨리 똘똘 뭉칠 수 있었다.

지진 발생 4시간 만에 LA한인회, 남가주한인노동상담소, 한인청소년회관, 한미연합회 등등 13개 한인대표단체가 힘을 모아 노스리지 인근 밸리연합감리교회에 구제센터를 차렸다.

구제센터 개원 소식이 알려지자 한인들은 식수, 라면, 쌀, 김밥 등을 들고 찾아왔다.

또한 센터로 한인교회 봉사자 100여명이 모여들었다.

이들이 만든 따뜻한 국밥 한 그릇에 한인을 포함한 이재민들은 위로와 용기를 얻었다.


“미운 정도 정이라고.....”


LA폭동 성금처리 문제로 정나미가 뚝 떨어졌다가도 대지진으로 힘겨워하는 동포들을 보고 있자니 류지호로서는 나 몰라라할 수가 없었다.

거금을 구제센터에 기탁한 것 외에도 Pinkerton Corp. LA를 움직여 최대 피해 지역을 중심으로 주정부군을 보조해서 치안과 복구활동을 돕도록 했다.

물론 짜증나는 것도 있었다.

한국의 정치인들 때문이다.

먼 미국까지 굳이 찾아와 기자회견을 열지 않나 자원봉사자들의 활동에 방해를 하고 돌아갔다.

10만 달러 지원을 약속한 한국에서 유명한 어떤 단체 인사는 이후로 깜깜무소식이고, 그 외 각종 공수표를 남발했던 한국의 정치인 가운데 후속조치를 취한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한국의 정치인들이 개념도 없지만 정말 눈치도 없다는 것을 류지호는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기대도 없으니 실망도 없어서 넘길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고.


“성금과 구호물품 전달에 큰 잡음이 없이 깔끔하게 진행되었다면서요?”

“한인단체들이 지혜를 모아 성금분배 룰을 정했고, 그 같은 내용을 신문에 투명하게 공개하고 집행한 것을 확인했습니다.”


오랜만에 ‘국뽕’에 심취해보는 류지호다.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면 그 사람은 한국인이 아닐 겁니다.”

“LA폭동 충격으로 인해 한인들이 캘리포니아 공직사회와 정계에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습니다. 물론 보스의 조언도 상당 부분 영향을 미쳤습니다만. 어쨌든 올 초 지진 사태에서 한국계 공무원들과 정치인 보좌관들이 나름 한인구호단체와 주정부 사이에서 가교역할을 톡톡히 해냈다는 평가입니다.”


위기에 강한 것이 한민족이다.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위기의 순간에도 이기적이며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짓을 벌이는 한국인도 분명 있다.

그럼에도 올 초 노스리지 대지진에서 보여준 한인들의 단결력은 칭찬 받아 마땅했다.

지난한 피해복구와 상처치유가 큰 숙제로 남았지만.


부우웅.


밴누이스 공항 근처의 산업단지로 들어온 차량이 IVE Home Video 간판이 걸린 공장으로 들어왔다.


“이곳이 IVE Entertainment의 홈비디오 공장입니다. 보스.”

“베드타운인 줄로만 알았는데, 이런 산업시설 단지가 있었군요?”

“버드와이저 생산시설도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것으로 압니다.”


공장 규모를 처음 접한 류지호는 꽤나 놀랐다.

이곳에 오기 전에는 인천남동공단의 중소기업 규모 정도를 상상했다.

아니었다.

류지호가 대충 가늠해 본 바로는 인천 용현동의 대유전자 공장부지 정도(약 3만6천 평)는 되어보였다.

홈비디오를 생산하는 것치곤 규모가 상당했다.


“비디오테이프를 생산하는 공장도 아니고.......”

“IVE가 보유한 각종 콘텐츠 비디오판권만 3,000개가 넘습니다. 앞으로 JHO 계열사들 홈비디오를 모두 책임질 테니 이 정도는 되어야 합니다.”

“컬버시티 쪽으로 공장을 이전 시키려고 했는데, 쉽진 않을 것 같네요.”


1년에 미국에서 유통되는 홈비디오 숫자가 수십 억 개다.

JHO Company 계열사들이 한 해 배급하는 영화·TV시리즈를 전부 합하면 60편이 넘는다.

영화 당 10만 장만 제작해도 한 해 600만 장을 제작해야 한다.

<터미네이터Ⅱ>급 영화를 몇 편 제작한다면 1,000만 장 이상을 제작해야 할 수도 있다.

참고로 <터미네이터Ⅱ>는 현재까지 홈비디오와 레이저디스크를 포함해 북미에서 120만 장 판매고를 기록 중이다.

감독판을 뺀 판매수량이다.

현재까지 스페셜 홈비디오세트와 레이저디스크가 각각 한 번씩 제작되어 판매되었다.

두고두고 우려먹는 알짜 콘텐츠다.

그렇듯이 가내수공업 정도로는 북미시장에서 홈비디오 사업을 제대로 전개할 수가 없다.

그러니 트라이-스텔라 픽처스 임원들이 류지호에게 기를 쓰고 홈비디오 사업에 대해 강조하고 또 강조했던 것이다.


“LD 부문만 따로 떼어내서 새로운 곳으로 이전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음반도 일부 위탁 받아 생산한다고 했죠?”

“EMI의 음반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생산시설 이전 문제는 코르테즈 CEO와 따로 의논해 봐야겠네요.”


류지호를 맞이하기 위한 떠들썩한 마중은 없었다.

본관 건물로 들어가자 그제야 비서실 직원이 류지호를 안내했다.

참고로 JHO Company 지주회사 체계가 개편되면서 계열사에 뿔뿔이 흩어져 중구난방이던 홈비디오 사업을 LIVE Home Video로 통합했다.

최초의 홈비디오 기업명인 International Video Entertainment, Inc로 브랜드가 변경되었다가 최종적으로 IVE Entertainment, Inc로 확정되었다.


“어서 오십시오. 의장님.”


50대로 보이는 시원하게 머리가 벗겨진 남미계 IVE Entertainment의 CEO가 손을 내밀었다.


“만나서 반가워요. 코르테즈씨.”

“편하게 길(Gil)이라고 부르면 됩니다.”


지우베르투 코르테즈(Gilberto Cortés).

이전 회사에 인수된 Vestron Video의 임원이었는데, DVD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워너-타임의 홈엔터테인먼트 책임자인 워런 리버팝의 주장을 열렬히 지지하는 할리우드 종사자 가운데 한 명이다.

전 회사에서 DVD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하다가 미운털이 박혔던 인물이다.

JHO 계열 홈비디오 회사들의 베테랑 CEO들과의 경쟁에서 지우베르투 코르테즈가 IVE Entertainment의 초대 CEO로 발탁된 이유다.


“물건 납품 지연 문제는 잘 해결됐습니까?”

“아직 모든 도로가 복구가 된 것이 아니어서 애를 먹고 있긴 하지만, 올 초에 비해 상황은 많이 호전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오늘 샌퍼난도 밸리 지역을 돌아보니까, 예전으로 돌아가려면 꽤 시일이 걸릴 것 같더군요.”

“그럴 것으로 예상됩니다.”

“IVE에 직접 와보기 전에는 조금 쉽게 생각한 면이 없지 않았습니다.”

“무엇을.....?”

“이 시설을 컬버시티로 옮기고 싶었지요.”

“JHO 자회사나 계열사 중에 어떤 회사도 그 지역에 홈비디오 생산시설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새롭게 인수합병을 준비하고 있습니까?”

“아닙니다. 10에이커 정도 토지를 구입해 확장 이전한다는 막연한 계획을 가지고 있었지요. 그런데 오늘 와서 보니까 좋은 생각이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되네요.”

“DVD 생산시설 때문이겠군요?”

“맞습니다.”


지난 80년대부터 줄기차게 DVD를 전도하고 있는 사람은 워너-타임 홈비디오 책임자 워런 리버팝이다.

그는 80년대 홈비디오 홍보전에서 미국 시골의 소규모 소매점들을 상대로 <리쎌 웨폰>을 판매할 때도 말을 들어줄 만한 사람이라면 누구든 붙들고 DVD 기술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CD가 LP 레코드를 대체한 것처럼 DVD가 비디오테이프를 대체할 것으로 믿었다.

워런 리버팝은 엔지니어가 아님에도 DVD 기술에 깊이 파고들었다.

비록 워런 리버팝이 ‘DVD의 아버지‘라고 불리게 된다고 하지만, 그가 영화를 디지털 디스크에 담는다는 아이디어를 처음 낸 것은 아니다.

1970년대에 앨범 크기의 값비싼 레이저 디스크를 생산한 IBT과 MCA의 디스코비전 제휴를 포함해 몇 건의 시도가 있었다.

후쿠인 전기(福音電機)가 내놓은 2세대 레이저 디스크도 있었지만, 역시 인기가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80년대 중반 CD 크기의, 좀 더 작고 소비자에게 친근감을 주는 디지털 디스크를 생각해낸 것이 워런 리버팝이었다.

그는 영화 디스크가 다양한 채널과 향상된 화질로 홈비디오를 위협할 디지털 TV에 대한 대응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끈질긴 홍보전을 펼쳤다.

1980년대 말에 워런 리버팝이 속해 있던 워너 브로스는 네덜란드의 RPE과 함께 DVD 기술의 초기 버전 작업을 했다.

전자회사 RPE는 일본의 소닉과 함께 오디오 CD 기술을 공동 소유하고 있다.

안타깝지만 성과는 없었다.


“올 초 워런 러브팝과 도쿄시바우라 연구팀이 개발한 ‘타즈’가 공개됐다면서요?”

“그렇습니다. 그에 자극을 받았는지 소닉과 RPE 역시 그에 상응하는 디스크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일본의 대표적인 전자기업 중 하나인 도쿄시바우라(東京芝浦)는 녹화 가능한 광디스크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는데, 우연히 워런 러브팝과 손잡게 됐다.

1992년 워너-타임과 도쿄시바우라가 제휴를 맺게 되었고, 워런 리버팝과 도쿄시바우라 연구팀이 암호명 ‘타즈’(Taz)라는 DVD의 최초 형태를 구현했다.

당연히 소닉과 RPE(로열필립스)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워너-타임-도쿄시바우라의 협력제안을 뿌리치고 독자적인 포맷을 밀어붙였다.

양 측은 진영으로 갈려졌는데, 그 갈등의 뿌리는 로열티 문제가 있었다.

소닉과 RPE(로열필립스)가 DVD의 필수 부품이었던 CD의 기술 특허권을 갖고 있었던 것.

그러니 DVD라는 명칭부터 거부하고 계속해서 CD로 명하도록 밀어붙이고 있다.


“결국 막대한 로열티 때문이겠죠.”

“맞습니다. CD 로열티가 소닉 하나만 해도 연간 7억 달러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절대 포기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두 진영의 대립과 갈등도 곧 끝날 겁니다. 내년 중반 이후 양측이 타협을 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수익이 걸려 있는 문제라 그렇게 간단치 않습니다.”

“내년에 파인소프트에서 윈도우95가 출시됩니다. PC시장이 DOS에서 윈도우로 재편될 겁니다.”


그것과 DVD가 도대체 무슨 상관인지 이해를 못하는 코르테즈다.


“생각해 보세요. 퍼스널 컴퓨터에 쉽고 편리한 운영체제가 등장합니다. 컴퓨터 업계는 지금까지 새로운 데이터 저장 수단에 목말라 있었지요. 광디스크 기술에 매료될 수밖에 없습니다. IBT의 부사장과 워런 리버팝이 꽤나 죽이 잘 맞는다고 하더군요.”

“IBT 노트북 컴퓨터에 광디스크가 들어갈 거라고 보는 겁니까?”

“Gil이 IBT의 최고임원이라면 어떨 것 같습니다.”

“저라면 무조건 광디스크를 노트북 컴퓨터에 필수적인 부품으로 넣을 겁니다.”


역시 열렬한 DVD 신봉자다웠다.


“어째섭니까?”

“영화와 컴퓨터의 데이터를 둘 다 저장할 수 있는 DVD가 나온다면 결국 소비자 수요가 늘지 않겠습니까? 당연히 컴퓨터 산업이 급속도로 발전할 겁니다.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면서 제조단가도 금방 낮출 수 있을 겁니다.”

“맞습니다. DVD는 영화와 음반업계 모두에서 불법복제 이슈로 의견통일을 쉽게 이룰 수 없지만, 컴퓨터 업계는 다릅니다. 또한 가전업체들까지도. 새로운 전자제품 출현을 환영할 겁니다.”

“CD나 LD플레이어가 아니라 DVD를 전문적으로 재생하는 기기도 팔 수 있겠군요?”

“자연스러운 전개입니다. 게다가 IBT가 일본의 대기업과 로열필립스와 오랫동안 사업을 해왔기 때문에 그들 기업이 타협할 수 있도록 나설 겁니다.”

“그 시점을 파인소프트의 새로운 프로그램이 나오게 되는 내년 후반기로 보는 거군요?”

“그렇게 두 개의 전자기업 진영이 원만하게 타협한다고 해도 문제는 여전하겠지만.”

“할리우드 내부의 불신 말이군요?”

“그것 외에도 워너-타임 내부적으로도 손발이 잘 안 맞을 겁니다.”


사실 DVD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워런 리버팝의 노력은 워너-타임 내에서도 별로 환영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워너타임 뮤직 그룹은 대규모 CD 제작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워런 리버팝은 DVD 대량생산의 가능성을 시험하기 위해 기술적인 도움이 필요했지만, 워너타임 뮤직 그룹의 경영진은 전혀 도와주려 하지 않았다.


“현재 업계에서 DVD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높은 사람은 워런과 의장님 그리고 저 정도일 테니까요.”

“워너-타임 회장도 있죠. 그가 워런 리버팝의 DVD 연구예산을 승인했으니까요. 아마 워너타임 뮤직 그룹 경영진에게 협조를 지시하게 될 겁니다.”

“불법복제 문제가 해결 된다면 2~3년 내에 DVD를 출시할 수 있을 것도 같은데 말입니다.”


일부 할리우드 스튜디오나 영화사들은 아예 DVD의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이 당시만 해도 비디오카세트가 호황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터미네이터Ⅱ> 영화 한 편으로 홈비디오 100만 장 이상을 판매하는 시기니까.


“그 모든 것들은 겉으로 드러나는 문제들이고.”

“문제가 또 있습니까?”

“빅6 서로 간의 의심과 질투라는 문제도 있죠.”

“.....음.”


코르테즈 사장이 침음을 흘렸다.


“DVD 기술은 누가 개발했지요? 그 특허권은 누가 가지게 될까요?”

“소닉-콜롬비아스는 말할 것도 없고, LOG나 심지어 패러마운틴, 유니벌스가 워너-타임에 로열티를 내는 것을 달가워할까요?”

“로열티뿐만 아니라, DVD 가격 전략도 쉽사리 합의를 보기 어렵겠습니다.”


말을 마친 코르테즈 사장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차를 입으로 가져가는 JHO Company 이사회의장 아니 오너를 쳐다봤다.

아마 10년 넘게 DVD 도입과 활성화를 위해 애쓰고 있는 워런 리버팝조차 지금의 오너처럼 DVD를 둘러싼 사안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문제점까지 파악하고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자신 역시 DVD의 장점과 몇 가지 자잘한(?) 문제의식만 있었고.

만약 그 문제에 대한 해답을 알고 있다면 재주는 워너-타임과 소닉-로열필립스 등이 부리고 진짜 혜택은 자신들이 볼 수도 있다.


“LD 생산시설 일부를 줄이고 DVD 생산시설 구축을 준비해야 할까요?”

“아니요.”

“......”

“아직 시간적 여유는 충분합니다. DVD 복제를 완전히 방지할 수는 없다고 해도 어느 정도 방지가 가능한 장치가 5년 내 갖춰질 겁니다. JHO는 아직 워너-타임의 손을 들어주는 스탠스를 취하고 있진 않고 있죠. 조만간 모리스 메타보이씨가 워너-타임 회장을 만나 DVD 문제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협조를 약속할 겁니다. 그렇게 정리가 되는 것을 확인한 후에 컬버시티 지역에 부지를 매입하든 공장을 임대하든 시설을 갖출 준비만 하는 걸로 합시다.”

“먼저 시작해야.....”

“나는 IVE가 워너-타임과 도쿄시바우라의 DVD 테스트베드가 되는 걸 원치 않습니다.”

코르테즈 사장도 이해했다.

자신들이 개발한 기술도 아니고, 지금 끼어든다고 해서 몫을 챙길 수도 없다.

오너가 말한 대로 기술이 어느 정도 성숙기에 들 때까지 차분하게 준비하면 된다.

수익성 높은 신기술이 다 그렇듯이 곧 DVD를 둘러싸고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질 터.

뛰어난 혜안을 가진 오너가 지적한 것처럼 당장 그 각축전에 뛰어든다고 해서 이로운 것이나 떨어질 떡고물도 없다.


“어쨌든 JHO는 소닉-로열필립스가 아닌 워너-타임 쪽에 손을 들어줄 거라는 것만 알고 있어요.”

“알겠습니다.”

“아참. 오늘 내가 이야기한 파인소프트의 새로운 제품 관련 이야기나 IBT 관련해서 향후 전개 될 전망은 코르테즈씨만 알고 있는 것으로 하세요.”

“안심하십시오. 정보는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가치가 있는 걸 잘 압니다.”

“새로운 생산시설 문제는 업계에 IVE가 홈비디오 생산시설을 확장한다는 식으로 소문이 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네요.”

“물론입니다.”


이후로 평소 류지호가 궁금했던 미국의 홈비디오 시장에 대해 묻고 코르테즈가 답하는 식의 대화가 이어졌다.

공장에 내려가 실제 홈비디오가 제작되는 공정도 살폈다.

규모와 포장 방식이 다를 뿐, 한국과 특별한 차이는 못 느꼈다.

DVD가 부가시장의 주수입원으로 자리 잡힌다고 하더라도 미국은 한국과 달리 꽤 오랫동안 비디오테이프가 수명을 이어가게 된다.

그렇다는 말은 이 공장이 JHO Company 자회사로 앞으로도 10년 이상 존속된다는 의미다.


“아참. IVE가 포르노테이프도 만들어 납품합니까?”

“물론입니다.”


당연한 거다.

그 물량이 할리우드 영화나 TV시리즈 제작물량을 월등히 압도한다.


“그, 그렇군요.....”


살짝 말을 더듬는 류지호다.

미국에서는 B급 에로영화를 만들어 팔든 포르노테이프를 제작해 주든지 아무런 문제가 될 것이 없다.

사업일 뿐이니까.

다만 포르노테이프까지 제작해 주는 홈비디오 기업까지 소유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되면 한국의 친구들이나 지인들이 무슨 오해를 할지.

그 부분에서 괜히 꺼림칙했다.


작가의말

혹시나 예전 영화 비디오테이프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궁금하신 분이 계시다면 유튜브  시간여행자 채널 [추억의영상] 90년대 비디오테이프 우일영상 공장”을 참고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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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8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개놈이라니까! (5) +8 22.08.02 5,255 169 22쪽
237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개놈이라니까! (4) +6 22.08.01 5,315 163 22쪽
236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개놈이라니까! (3) +7 22.07.30 5,423 156 24쪽
235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개놈이라니까! (2) +2 22.07.29 5,331 160 24쪽
234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개놈이라니까! (1) +5 22.07.28 5,531 148 26쪽
233 대박 축하한다! (2) +5 22.07.27 5,693 152 24쪽
232 대박 축하한다! (1) +10 22.07.26 5,612 156 21쪽
231 OK할 때까지..... +7 22.07.25 5,416 151 25쪽
230 배고픈 놈이 이긴다. (4) +14 22.07.23 5,485 168 26쪽
229 배고픈 놈이 이긴다. (3) +9 22.07.23 5,165 135 21쪽
228 배고픈 놈이 이긴다. (2) +7 22.07.22 5,388 158 22쪽
227 배고픈 놈이 이긴다. (1) +10 22.07.21 5,548 166 26쪽
226 후회가 남지 않게! (3) +4 22.07.20 5,551 162 28쪽
225 후회가 남지 않게! (2) +10 22.07.19 5,646 151 27쪽
224 후회가 남지 않게! (1) +7 22.07.18 5,721 162 26쪽
223 나만 잘 먹고 잘 살려는 게 아닙니다. (3) +4 22.07.16 5,773 155 22쪽
222 나만 잘 먹고 잘 살려는 게 아닙니다. (2) +6 22.07.15 5,607 159 22쪽
221 나만 잘 먹고 잘 살려는 게 아닙니다. (1) +5 22.07.14 5,566 171 21쪽
220 예전의 내가 아닙니다. (3) +5 22.07.13 5,771 170 28쪽
219 예전의 내가 아닙니다. (2) +4 22.07.12 5,705 167 27쪽
218 예전의 내가 아닙니다. (1) +2 22.07.11 5,841 160 23쪽
217 우리 실력을 제대로 보여드리죠! (4) +4 22.07.09 5,831 144 24쪽
216 우리 실력을 제대로 보여드리죠! (3) +4 22.07.08 5,773 164 23쪽
215 우리 실력을 제대로 보여드리죠! (2) +6 22.07.07 5,836 169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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