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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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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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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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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1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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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쪽

예전의 내가 아닙니다. (1)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미국에서 가장 바쁜, 어쩌면 세계에서 가장 바쁠지 모르는 뉴욕의 JFK공항.

류지호가 경호원들과 함께 게이트를 빠져나왔다.

미모의 여성이 활짝 웃으며 류지호에게 다가왔다.

나이 서른을 넘기면서 물 오른 미모를 자랑하는 비서 제나 그레이스다.


“오랜만이에요.”

“오서오세요. 보스.”


두 사람이 가벼운 포옹으로 재회 기쁨을 나눴다.

공항을 빠져나온 류지호는 기시감을 느꼈다.

근사한 리무진 한 대가 대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앞에는 운전기사 유니폼을 멋지게 차려입은 죠셉 브라이언트가 서있다.


“Joe!”


류지호가 죠셉에게 성큼성큼 걸어갔다.


와락.


손가락 두 개로 거수경례를 하던 죠셉이 얼떨결에 류지호를 껴안았다.


“3년 만에 어른이 되어 돌아왔군요?”


한껏 격식을 차리는 죠셉 브라이언트다.

류지호도 그에 맞춰 대답했다.


“여전하네요?”

“언제나 한결 같죠.”

“파커가의 리무진이에요?”

“그렇습니다. 윌리엄 어르신이 보내셨습니다.”


류지호는 처음 뉴욕을 방문했을 때 윌리엄이 리무진을 태워줬던 걸 떠올렸다.

리무진의 앞뒤로 경호차량이 에스코트하며 맨해튼으로 향했다.


“너무 요란한데....”


제나 그레이스가 즉각 대답했다.


“매튜가 신신당부했어요. 빅보스가 오랜만에 뉴욕을 방문했는데, 사람들에게 초라하게 보여서야 되겠냐고.”


이어 리무진 안의 냉장고를 열며 물었다.


“와인 한 잔 드릴까요?”

“시원한 물이면 돼요.”


제나가 생수를 컵에 따르고, 얼음을 띄워 류지호에게 건넸다.


꿀꺽.


류지호가 차창 밖으로 보이는 맨해튼 풍경에 시선을 뒀다.

웨딩비디오 사업의 투자를 받기 위해 처음으로 뉴욕을 방문했었다.

G&P의 고위인사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었고, 100만 달러라는 거금을 투자받을 수 있었다.

LA가 서부의 아메리칸 드림이라면, 뉴욕은 동부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이다.

성공을 위해 세계 각지에서 모인 무수한 인종들.

그들이 어울리는 치열한 삶의 전쟁터.

수많은 욕망과 아메리칸 드림의 열망이 엉켜있는 정글.

뉴욕에 머무는 동안 촌뜨기인 걸 들키지 않기 위해 남몰래 얼마나 긴장을 했었던지.

당시에 류지호는 뉴욕에서 큰 세상을 보았다.

더 큰 열정을 품었다.


‘내가 다시 뉴욕을 찾게 되는 날은 그때와 다른 모습일거라고 다짐했었지.’


류지호가 새로운 기회를 잡은 곳이 바로 이곳 세계금융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뉴욕에서부터다.

뉴욕은 거리공연을 하는 가난한 예술인들과 성공을 꿈꾸는 청년들로 넘쳐나는 도시.

하루에도 수천 명이 빅애플(Big apple)을 꿈꾸며 들어왔다가 눈물을 흘리면서 떠나는 도시가 뉴욕이다.

류지호 개인적으로는 의형 매튜 그레이엄, 사진작가 해리 맥코트, 고언형제 그 밖의 많은 예술가들과 인연을 맺은 곳이기도 했다.


“보스가 고언형제 영화에 처음 투자하고 나서 뉴욕의 많은 언론매체들이 취재를 하기 위해 수소문을 했다고 해요. 럭키 보이가 뉴욕 사교계에 데뷔한 후에 갑자기 사라졌다가 할리우드에서 데뷔를 하는 바람에 신비감이 생겼어요. 게다가 보스의 군입대를 두고 친 이스라엘 성향의 언론매체가 보스를 이용해서 애국주의를 선동했죠.”


‘은둔‘이란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언론 노출을 극도로 조심했던 류지호다.

이번 뉴욕 방문에는 동부 유력매체들과 인터뷰가 예정되어 있다.

그를 통해 군복무 3년 공백을 일거에 해소하는 것과 함께 더 이상 숨어 다닐 수도 없기 때문이다.

장편영화 작가 및 프로듀서 데뷔를 앞두고 있기도 하고.

<Collapse>가 한국에서 개봉하게 되었을 때를 대비하는 면도 있다.

삼봉그룹이 WaW 픽처스에 수작을 부리지 못하도록 미리부터 미국 언론에 노출되어 위세를 보일 생각이다.

뉴욕은 류지호와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파커와 그레이엄이라는 거물이 존재감을 뽐내는 곳이다.

아시아계로서 자수성가한 한국청년 이미지.

더불어 미국 재계의 거물과 가족처럼 지내는 사이.

한국에서 큰 주목을 끌게 되면서 성가신 일도 생길 것이다.

하지만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한 것이 한국의 부자들.

운 좋은 청년 부자가 아니라 미국 상류층에 네트워크가 탄탄한 기업가로 포장할 생각이다.

한국의 부자들이 함부로 도발하지 못하도록.


“Don과 충분히 조율이 되었겠죠?”

“물론이에요.”


도널드 제이콥은 서부지역에서 처리할 일이 산적했기에 이번 뉴욕행을 함께 하지 못했다.

제나 그레이스가 그의 역할을 대신할 예정이다.


“학교생활에 지장이 없길 바라지만.....”

“전처럼 LA 다운타운을 자유롭게 활보할 순 없을 거예요.”

“파파라치들이 많아졌다면서요?”

“낸시양을 만나러 갔을 때 보스의 사진이 찍혔다고 해요. Pinkerton Corp. LA의 데본 테럴씨가 잘 처리한 것으로 알아요.”


마피아식 해결이 아니다.

부자의 방식을 썼다.

바로 돈이다.

타블로이드에서 사는 가격보다 두 배를 주고 류지호와 낸시가 찍힌 필름을 사들였다.

원본을 깨끗하게 소각해버렸다.


“파파라치 중에 덜 쓰레기를 선별해 봐야겠어요.”

“그런 사람이 있을까요?”

“좋아서 하는 사람도 있고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업계에 들어온 사람도 있겠죠. 대화가 통하는 파파라치가 있다면 적당히 거래를 해보는 게 좋을 것 같네요.”

“관리 영역 안으로 넣고 싶으신 거군요?”


고개를 끄덕여준 류지호의 시선에 교회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월스트리트에 들어섰다는 것을 증명하듯 85m에 이르는 고딕 양식의 첨탑이 빌딩 숲속에서도 유난히 눈에 띠는 교회다.

바로 1846년에 완공된 트리니티 교회다.

뉴욕은 타임리과 AC 코믹스의 수많은 히어로와 빌런이 살고 있는 도시다.

지하 하수구의 눅눅하고 더러운 곳에는 닌자거북이와 헬보이가 둥지를 틀고 있다.

밤마다 맨홀 뚜껑을 열고 뉴욕 시내를 나와 바쁘게 활동하다가 다시 맨홀 뚜껑 아래로 사라진다.

스파이더맨은 초고층 빌딩에 거미줄을 발사 해 도심 속 타잔이 된다.

맨해튼 중심가에는 스타크 빌딩과 판타스틱4의 본부가 자리하고 있다.

브루클린에는 데어데블을 포함해 제시카 존슨과 루크케이지가 서민들의 보호자 노릇을 한다.

코믹스뿐만 아니라 영화나 TV시리즈에서도 뉴욕은 영웅과 악당이 하루가 멀다 하고 싸우는 곳이다.

배트맨의 활동무대 고담시티 역시 뉴욕이 모델이다.

뉴욕이라고 노골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그렇듯이 각종 콘텐츠에서 뉴욕은 수없이 망했다.

앞으로도 영화와 코믹스, TV시리즈에서 계속해서 뉴욕은 망할 예정이다.

현실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초고도화 되는 도시 또한 뉴욕이다.

류지호가 문득 생각난 것이 있어 제나에게 물었다.


“요즘 타임리는 어때요?”


제나가 얼른 가방에서 노트를 꺼냈다.

페이지를 넘겨가며 열심히 자료를 찾아낸 끝에.


“타임리 엔터테인먼트는..... 작년 말 기준 이익규모는 대략 5,600만 달러, 상장 당시 2달러였던 주가는 지난 주 기준으로 35달러까지 올라 시가총액은 34억 달러에 달하고 있어요.”

“여전히 기업들을 인수합병하고 있어요?”

“네, 보스.”

“만화 시장이 예전 같지 않다는 보고서를 본 것 같은데....”

“올해 들어 급격히 코믹스 시장의 거품이 빠지고 있다고 해요. 코믹스 시장은 수집가들이 주도했는데, 그들의 소비가 줄었다는 분석이에요. 그럼에도 타임리는 오히려 몸집을 더 키우고 있어요. 트레이딩 카드, 장난감 회사, 코믹스 유통사에 이어 스티커 제작사까지 인수했더라고요.”

“몸집을 줄이고 구조조정을 해도 모자랄 판에 경영진은 도대체 무슨 생각이래요?”

“수익성 개선이라는 명목 하에 무리한 인수합병을 지속하고 있어요.”

“그 일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역시 로니 페럴만이겠죠?”

“예.”

“쯧. 진즉에 투자금은 다 회수했고, 주가도 35달러면 Exit해도 될 것 같은데.... 얼마나 더 욕심을 부리려고.”

“인수합병의 결과는 대부분 실패라는 평가에요. 내년에는 그로 인해 대규모 부채를 떠안게 될 거라는 전망이 우세해요.”


류지호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타임리 엔터테인먼트의 인수를 생각하고 있지만, 회사가 망가진 상태에서 인수하고 싶진 않다.

너무 부실해지면 그 부담이 고스란히 JHO Company로 돌아올 테니까.

류지호가 기억하기로 타임리 엔터테인먼트는 90년대 중반 파산보호 신청을 한다.

이르면 내년, 늦어도 후년 즈음일 것 같다.


“슬슬 타임리 이사회에 관여를 해야겠어요.”

“예. 보스.”


맨해튼의 월스트리트라고 불리는 금융가.

류지호 일행이 Garam Invest가 입주해 있는 초고층 빌딩에 도착했다.

JHO Company 개편에 따라 Garam Invest 또한 몇 가지 변화가 있었다.

그 가운데 G&P 빌딩을 벗어나 새로운 건물로 확장 이주했다는 것.


“오랜만입니다.”


류지호는 Garam Invest의 초창기 멤버들과 반갑게 해후를 나눈 후, 새로 채용한 임원들과 인사를 나눴다.


“부사장은 처음보지?”


3년 전보다 훨씬 많은 아시아계 직원들이 보였다.

그 가운데 중년의 한국인 남자가 더욱 도드라져 보였다.


“안녕하십니까. 조민욱이라고 합니다.”

“뉴욕에서 한국말을 들으니 더 반갑네요.”

“뉴욕도 LA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의장님.”

“그렇긴 하죠.”


조민욱은 올해 43세로 서울대 경제학과와 대학원을 거쳐 프리스턴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딴 후 골드만대거스에서 다년간 헤지 펀드를 다룬 경험이 있는 유능한 금융인이다.

JHO 이사회 의장 비서실 소속 데니스 정의 추천으로 영입한 인물이다.


“혹시 이민....? 미국 국적을 취득했습니까?”

“영주권자입니다. 은퇴 후에 고국으로 돌아갈 생각입니다.”

“그렇군요.”


류지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조민욱이 믿을 만한 사람이고, 능력이 있다면 노아 시거의 후임으로 키워볼 생각도 있다.

노아 시거는 언젠가 미국으로 복귀시켜야 한다.

그 후임으로 기왕이면 한국인을 앉히는 게 좋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가온GP신탁투자는 투자은행으로 나아가야 할 수도 있다.

골드만대거스에서 기업공개(IPO), 회사채 발행, 인수합병(M&A) 자문, 대체투자·투자금융·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까지 두루 경험한 조민욱은 썩 괜찮은 CEO 후보다.

월가의 업무 강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1년차 애널리스트에게 주당 100시간 근무는 흔한 일이다.

아침 9시에 출근해서 다음 날 새벽 5시까지 근무하는 하는 ‘banker’s nine-to-five‘ 근무 때문이다.

월가에는 아이비리그 출신에 스펙이 차고 넘치는 엘리트가 비정규직으로 일하다가 하루아침에 해고되는 것도 일상이다.

실패보다 성공에 익숙했던 엘리트들은 시도 때도 없는 상사의 질책과 숨통을 조여 오는 살인적인 업무량에 죽을 맛이다.

고급 정장에 가죽서류가방을 들고 초고층빌딩으로 출근하는 고액연봉을 받은 월가맨들은 겉으로 보면 선망이 될 수도 있다.

실제로 월가에서 선공한 투자전문가는 그리 많지 않다.

성공 루트 자체는 꽤 단순한 편이다.

금융업계 최고봉에 오르려면 팔꿈치에 기름칠을 해야 할 정도의 엄청난 노동량과 헌신이 요구된다.

일단 직장 하나를 골라 2년 동안 등이 휘어지도록 일하고 난 뒤 헤지펀드나 사모투자업계로 옮겨 2년 더 숫자에 미쳐 시간을 보낸다.

그렇게 4년 남짓 보내고 나서 경영대학원에 진학해 MBA를 취득한 뒤 다시 헤지펀드나 사모투자업계로 돌아가 관리직으로 승진 사다리를 탄다.

각 단계를 거칠 때마다 10만 달러 안팎이었던 급여가 20만 달러로, 그 후에는 다시 40만 달러로 오르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러다 어느 날 자신의 생일이 몇 번째인지를 확인하게 되면 대략 마흔 살 즈음이다.

그때 즈음이면 부사장(Managing director)에 올라 연 수백만 달러의 이르는 돈을 벌며 안락한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여전히 금융맨은 직급이 올라가도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사실 성공 루트를 따라가는 이들은 극소수다.

대체로 금융 지식이 뛰어나지만 영업력에 자신 없는 director급부터 다른 업계로 떠나고 투자은행에 남아 있지 않게 된다.

류지호는 격무에 시름하는 월가 금융맨들이 딱히 불쌍하거나 안타깝지는 않았다.

스스로 선택한 직업이니까.


“회사 구경 해볼래?”

“나중에. ParaMax 들렀다가 롱아일랜드로 갈 게.”

“저녁은 월리엄과?”

“내일까지 파커 저택에서 쉬려고.”

“그럼 푹 쉬고. TBS 인터뷰 때 보자.”


투자부문에서 당장 챙겨야 할 사안은 없었다.

따라서 류지호는 주요 임원진들과 인사만 하고 Garam Invest를 나섰다.


✻ ✻ ✻


“오랜만이구나.”


만면에 웃음을 걸고 있는 윌리엄 파커가 류지호를 안고 등을 쓰다듬었다.

제임스가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이제는 꼬맹이라고 놀리지도 못하겠어.”


“큰오빠!”


레오나가 류지호의 품안으로 뛰어들었다.


슥슥.


류지호가 레오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내년 7학년(중학생)이 되는 레오나는 더 이상 어린이가 아니다.

소녀가 되어 있다.

캐서린을 꼭 빼닮아서 몇 년 만 지나면 남자 꽤나 울릴 것 같다.


“길에서 만나면 몰라보겠는데?”

“피이. 큰오빠가 뉴욕에 안 놀러오니까 그렇지.”

“군대에 있었잖아.”

“나하고는 상의도 안 하고.”

“앞으로는 레오나와도 상의할게, 됐지?”

“군대 또 갈 거야?”

“아니, 이제는 안 가.”

“그럼 자주 놀러 와.”

“응.”

“약속.”

“그래 약속.”


류지호와 레오나가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이어 캐서린이 포옹했다.


“그 사이에 너무 몰라보게 변했는걸.”


캐서린이 류지호의 등을 부드럽게 쓸었다.

10만 달러에 감격하던 소년은 이제 더 이상 없다.

6년 만이다.

망할 뻔한 영화사를 선물로 줬더니, 단 6년 만에 수십억 달러 가치의 기업으로 키워놓았다.

게다가 20대 중반에 할리우드 거물로 성장했다.

파커 가족에게 류지호의 성장은 남 일이 아니다.

가족의 성공이다.


“피곤하지?

“오랜만에 온 거라서 그런가. 피곤한 줄도 모르겠어요.”

“일단 올라가서 쉬어. 조금 쉬었다가 함께 저녁 먹자. 지호가 오랜만에 뉴욕에 온다고 하니 주방에서도 신경을 많이 썼어. 기대해도 좋을 거야.”

“미군부대에서 지내면서 파커 요리사들의 요리가 얼마나 그리웠는지 몰라요.”


류지호가 기대감을 한껏 드러냈다.

파커 저택의 요리사들은 고급요리부터 집밥까지 소위 손맛이 있었다.

고급요리도 잘하지만, 일반 가정식도 일품이다.

그러니 대니얼 그레이엄이 호시탐탐 자신의 요리사로 데려가려고 러브콜을 보내고 있을 정도다.


“모두들 그대로 남아 있어서 안심이네요.”


브래들리 아담 집사는 여전히 파커 저택을 지키고 있다.

죠셉과 마찬가지로 3년 전의 고용인들도 그대로다.


“와우~”


윌리엄 파커의 장담 그대로였다.

류지호가 온다고 하니 특별히 한국인 요리사까지 초청한 모양이다.

김치는 물론이고 갈비찜, 잡채 심지어 김밥까지 식탁에 올라왔다.

무려 2시간에 걸친 저녁 만찬이 이어졌다.

식사시간 내내 류지호는 파커 가족의 질문공세에 시달려야 했다.

특별할 것이 없는 군생활이다.

그럼에도 파커 가족들은 흥미진진하게 들었다.

약간의 양념을 치긴 했다.

이전 삶에서 류지호가 경험했던 일반 현역병 생활과 카투사 생활을 적당히 비교하며 이야기를 들려줬다.

저녁식사를 마치자 디저트로 수정과까지 나왔다.

사실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만찬이었다.

류지호는 파커 가족이 남이 아니라는 생각에 당연하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안녕히 주무세요.”


연말까지 뉴욕에 머물 예정이다.

앞으로 파커 가족들과 함께 할 시간은 많았다.

류지호가 묵는 방은 3년 전 마지막으로 사용했을 때와 똑 같았다.

전혀 낯설지가 않았다.

1시간 거리에 위치한 맨해튼은 매초 매분 정신없이 변한다.

반면에 이곳 파커 저택은 시간이 멈춘 세상 같을 때가 있다.

그 멈춤의 느낌이 류지호를 안정시켰다.


후루룩.


브래드 집사 가져다 준 차를 마시며 테라스로 나갔다.

정원 곳곳에 가로등 불빛이 밝혀져 있다.

그로 인해 밤에도 그림 같은 정원을 감상할 수가 있다.


“......”


3년 만에 돌아오고 보니 점검해야 할 일이 꽤 많았다.


‘기업이 살아있는 생물도 아니고 3년 사이에 새끼를 몇을 낳았는지....’


뉴욕에는 류지호의 미국 사업 근간이라 할 수 있는 Garam Invest가 있다.

JHO Company Holdings 체제로 개편되면서 투자회사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개편 이후로 두 개의 자회사로 가지를 쳤다.

벤처캐피탈과 신탁투자 부문을 독립시켰다.

Garam Venture Capital Inc.는 글로벌 신기술 기업을 발굴하고 투자하는 사모펀드를 운용하고, Garam Trust Corp.은 부동산사모펀드까지 취급하기 시작했다.

한때는 동부지역 영화 사업의 본부로 기능하기도 했지만, 현재는 ParaMax 뉴욕 사무실로 영화 관련 업무는 모두 넘어간 상황이다.

하비 와인스타인이 운영할 때는 ParaMax 뉴욕 사무실이 헤드쿼터였다.

JHO Company 산하로 편입된 후로 본사가 할리우드가 있는 LA로 완전히 이관됐다.

뉴욕 사무실은 명맥만 유지하고 있던 ParaMax Television과 인디영화 사업부문 중심으로 운영되어 왔다.

그러던 차에 ParaMax Family Films 사업부문이 신설 되었다.

자회사는 아니다.

사업부에 가까운데, 어린이 가족영화와 애니메이션 전문 배급부서다.

설립될 때는 ParaMax Family와 ParaMax Animation으로 나눠져 있었는데, 최근 통합했다.

눈에 띄는 영화나 애니메이션은 없었다.

극장판 <톰과 제리> 정도가 홈비디오로 쏠쏠한 재미를 본 것 정도.

ParaMax Television은 ParaMax가 보유한 필름 라이브러리를 기반으로 TV프로그램을 제작하기 위해 설립되었지만, 지금까지 변변한 프로그램 하나 제작된 것이 없었다.

사업부서는 존재하지만, 현재 직원도 프로젝트도 없다.

류지호는 JHO 계열 영화사에 영화선택권리를 따로 행사하진 않는다.

간섭도 거의 하지 않는 편이다.

특히 인디영화와 예술영화 중심의 ParaMax Films은 알버트 마샬 중심으로 돌아가도록 관심을 아예 끊어버렸다.

ParaMax Films은 인하우스 제작도 하지만, 주된 사업부문은 배급이다.

매해 20~30편의 독립영화와 외국영화를 배급하고 있다.

많을 때는 40편까지 배급하기도 한다.

외국영화에는 한국·홍콩·일본 등 아시아 영화도 포함되어 있다.

주로 마샬아츠 혹은 사무라이 영화들이다.

류지호가 ParaMax Films를 인수해서 미래가 달라진 것은 하비 웨인스타인밖에 없다.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은 류지호가 몇 편의 영화를 가로챘다고 해서 크게 손해를 본 것도 없다.

도둑놈이라고 비난할 사람도 없다.

류지호 본인만 아는 사실이기니까.

물론 류지호가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며 캐롤코와 오라이언의 몰락이 앞 당겨지긴 했다.

없어져야 할 회사가 버젓이 살아나기도 했고.

그로인한 꺼림칙함은 어쩔 수 없다.

류지호가 할리우드에 깊숙이 들어감으로서 업계 판도가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영화가 만들어지고 있어 다행스럽긴 하지만.


‘제이미 캐머런이 벌써 <타이타닉> 기획에 들어갔지. 몇 달 전에 스티븐 아들러가 친구들과 함께 DreamFactory를 설립했고.’


야심차게 설립된 DreamFactory의 미래는 그 다지 밝지 않다.

류지호가 기억하기로도 2000년대로 넘어가면 매우 복잡한 부침을 겪게 된다.

류지호가 남의 집 사정까지 걱정할 이유는 없다.

트라이-스텔라 픽처스는 투자·제작·배급 편수가 15편 내외를 유지하다가 작년부터 20편까지 늘어났다.

ParaMax는 매년 30편 안팎의 영화 투자·제작·배급에 관여하고 있다.

JHO Company가 매년 생산하는 영화가 최소 50편이다.

현기증 나는 숫자다.

그 가운데 류지호가 기억하는 영화는 몇 편 되지 않았다.


‘ParaMax만 봐도 <크로우>, <리틀 부다>, <펄프 픽션> 정도....’


독립영화와 예술영화, 비할리우드 영화를 배급한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있어서 그렇지, ParaMax를 트라이-스텔라급으로 키울 마음을 먹는다면 대책이 없다.


‘<유주얼 서스펙트>는 정말 생각지도 못했어.’


친감독 성향의 프로듀서 알버트 마샬은 뉴욕 인디영화계에서 신망이 두터웠다.

쿠엔 태런티노의 성공적인 데뷔를 지원했으며, <크라잉 게임> <피아노> <펄프픽션>까지 세 번의 아카데미 노미네이트 작품을 제작했다.

그러니 예술영화감독들이 문턱이 닳도록 ParaMax를 들락거릴 수밖에.

오스카 욕심이 많은 모리스 메타보이가 은근히 신경을 많이 쓴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어쨌든 <유주얼 서스펙트>가 ParaMax로 들어왔고, 알버트 마샬이 550만 달러 예산을 승인했다.

사실 류지호의 기억은 최종결과들이 대부분이다.

한 편의 영화가 기획되고 제작되고 배급되는 일련의 과정까지 속속들이 꿰고 있는 것은 아니다.

기억 속의 성공할 영화를 골라서 투자한다고 해서 반드시 흥행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없다.

단편적인 기억일 뿐 모든 변수에 대해서 전부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니까.

그럼에도 류지호의 기억 대부분이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원래 작품의 완성도가 있는 영화는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배급력 그리고 홍보마케팅으로 영화를 과대포장해서 흥행에 성공한 사례 또한 많은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운을 무시 하지 못한다.


“....어쨌든 좋아.”


모든 기억에 남아 있는 정보들을 탐욕스럽게 실행에 옮길 것은 아니지만, 류지호가 할 수 있는 일들의 범위가 늘어나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다.

무엇보다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충분한 자금이 있다.


‘ParaMax는 적게 쓰고 적게 버는 걸로 생각하고, 고언 형제까지만 붙여주고 지금처럼 관여하지 말자.’


ParaMax가 큰 실적과 성과를 내지 못한다고 해서 류지호가 실망할 이유가 없다.

태생이 독립영화 및 예술영화 전문배급사 포지션이니까.

<유주얼 서스펙트> 같은 영화를 발굴해 투자·제작·배급한다면 그에 걸맞은 지원을 해 줄 뿐.


하암.


하품을 늘어지게 한 류지호가 침대에 누웠다.

얼마 안 가 잠 속으로 빠져들면서 뉴욕에서의 첫날이 저물었다.


작가의말

장마가 시작될 것이라고 합니다. 피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활기차고 행복한 한 주 보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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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4 Collapse. (6) +6 22.08.08 5,232 161 24쪽
243 Collapse. (5) +4 22.08.06 5,293 158 25쪽
242 Collapse. (4) +6 22.08.05 5,250 167 22쪽
241 Collapse. (3) +10 22.08.04 5,276 163 27쪽
240 Collapse. (2) +9 22.08.04 5,065 144 23쪽
239 Collapse. (1) +7 22.08.03 5,412 165 23쪽
238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개놈이라니까! (5) +8 22.08.02 5,255 169 22쪽
237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개놈이라니까! (4) +6 22.08.01 5,315 163 22쪽
236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개놈이라니까! (3) +7 22.07.30 5,423 156 24쪽
235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개놈이라니까! (2) +2 22.07.29 5,331 160 24쪽
234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개놈이라니까! (1) +5 22.07.28 5,531 148 26쪽
233 대박 축하한다! (2) +5 22.07.27 5,693 152 24쪽
232 대박 축하한다! (1) +10 22.07.26 5,612 156 21쪽
231 OK할 때까지..... +7 22.07.25 5,417 151 25쪽
230 배고픈 놈이 이긴다. (4) +14 22.07.23 5,485 168 26쪽
229 배고픈 놈이 이긴다. (3) +9 22.07.23 5,165 135 21쪽
228 배고픈 놈이 이긴다. (2) +7 22.07.22 5,388 158 22쪽
227 배고픈 놈이 이긴다. (1) +10 22.07.21 5,548 166 26쪽
226 후회가 남지 않게! (3) +4 22.07.20 5,552 162 28쪽
225 후회가 남지 않게! (2) +10 22.07.19 5,646 151 27쪽
224 후회가 남지 않게! (1) +7 22.07.18 5,721 162 26쪽
223 나만 잘 먹고 잘 살려는 게 아닙니다. (3) +4 22.07.16 5,773 155 22쪽
222 나만 잘 먹고 잘 살려는 게 아닙니다. (2) +6 22.07.15 5,607 159 22쪽
221 나만 잘 먹고 잘 살려는 게 아닙니다. (1) +5 22.07.14 5,567 171 21쪽
220 예전의 내가 아닙니다. (3) +5 22.07.13 5,771 170 28쪽
219 예전의 내가 아닙니다. (2) +4 22.07.12 5,705 167 27쪽
» 예전의 내가 아닙니다. (1) +2 22.07.11 5,842 160 23쪽
217 우리 실력을 제대로 보여드리죠! (4) +4 22.07.09 5,831 144 24쪽
216 우리 실력을 제대로 보여드리죠! (3) +4 22.07.08 5,773 164 23쪽
215 우리 실력을 제대로 보여드리죠! (2) +6 22.07.07 5,837 169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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