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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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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2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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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쪽

대박 축하한다! (1)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조상의 빛난 얼을 오늘에 되살려, 안으로 자주독립의 자세를 확립하고, 밖으로 인류 공영에 이바지할 때다.”


올해부터 교과서에서 삭제된 국민교육헌장 첫 줄의 문장이다.

류지호는 이 구절을 암기하고 있다는 사실에 꽤나 놀랐었다.

사실 국민학교 때 전문을 암기하지 못해 담임에게 무수히 손바닥을 맞았다.

그때 일을 떠올리면 첫 구절을 기억하고 있다 것이 이상한 일도 아니다.

류지호 세대는 국민교육헌장 전문을 모두 기억하진 못해도 적어도 첫 줄은 암기할 정도다.

어릴 적 세뇌에 가까운 암기 강요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알게 해주는 사례다.

류지호가 국민교육헌장을 떠올린 이유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과 ‘조상의 빛난 얼‘이라는 문구 때문이다.


[광복 50년을 맞아 민족의 정기를 되살리기 위한 사업과 행사가 다채롭게 펼쳐진다. 구조선총독부건물이 철거가 될 예정이며 3월 1일에는 건물 철거를 알리는 고유제가 치러진 바 있다. 정부는 일제가 민족정기를 차단하기 위해 국토 곳곳에 박아 놓은 쇠말뚝을 뽑고 일제가 개악한 우리의 고유지명을 되찾는 운동도 벌이기로 했다. 다채로운 민족정기 되찾기운동을 범정부 차원에서 추진하기로 했는데, 그 일환으로 쇠말뚝은 내무부의 전국적인 조사가 끝나면 정확한 숫자와 위치가 파악되고 모두 제거된다. 쇠말뚝을 찾아내기 위해 내무부는 군의 협조를 얻어 지뢰탐지기까지 동원할 계획이다. 참고로 일제가 개악하거나 일본식으로 바꾼 지명은 지난 86년 국립지리원 조사에서 전국에 239곳으로 나타났고 국어학자들은 서울 동이름에만 146개라고 주장하고 있다.(후략)]

- 미주한국신문 사회부.


미국에서 한인들에게 영향력이 큰 한국의 신문매체는 한국신문 해외판이다.

류지호가 고등학교 시절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던 그 신문이다.

최근 한국신문에 쇠말뚝 제거사업과 조선총독부 청사 건물 철거 및 경복궁 2차 복원을 시작한다는 기사가 특집기사로 실렸다.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아버지 세대는 모든 걸 희생했다.

열심히 소처럼 일만 하며 평생을 일하는 것에 바쳤다.

그 결과 국민소득 1만 달러를 달성해 세계은행 공인 고소득국가에 처음 돌입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반면에 그 부작용의 조짐이 사회 곳곳에서 조금씩 드러나고 있기도 했다.


"조상의 빛난 얼을 오늘에 되살려...."


한국인들에게는 철전지 원수인 일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은 고베 대지진이 발생하자, 민족의 원수 자손들을 돕기 위해 성금을 모금하고 정부는 지원단을 파견하는 등 대인배적인 면모를 보였다.

반일도 뜨겁게 하고, 친한도 뜨겁게 하는.


“양립할 수 없는 뜨거운 감정을 동시에 분출하는 분석 불가능한 민족성이랄까.”


암튼 올해는 광복 50주년을 맞은 해다.

한인이 많이 살고 있는 LA지역에서도 다양한 기념행사가 열리고 있다.

올 한해 각종 행사가 줄줄이 예정되어 있다.

류지호는 미국에서 성공한 사업가다.

당연히 LA총영사관 및 한인 단체에서 수도 없이 행사참석을 요청하고 있다.

학업과 영화 개봉 준비 등의 이유를 들어 거절하고 있지만, 초청이 줄기는커녕 늘기만 한다.

미국이민 1세대 어른들은 류지호를 가리켜 ‘애국자’라고 말하곤 한다.

할리우드에서 한국인의 위상을 끌어올리고, 기부활동을 벌이는 것에 대한 칭찬이다.

류지호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한국인의 위상을 생각해본 적도 없다.

조국과 민족을 위해 무언가를 도모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류지호가 조국을 위한 마음이 있었다면, 미국에서 번 돈을 열심히 한국으로 보냈을 터.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미국에서 번 돈은 미국에서, 한국에서 번 돈은 한국에서.

미국과 한국의 사업을 철저히 분리해서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양 국가에서 벌이고 있는 자선사업의 규모도 큰 차이가 있다.

그런데다 류지호는 미국 영주권자다.

일반 유학생은 부여받을 수 없는 사회보장번호도 발급받았다.

미국에서 세금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마음만 먹으면 시민권도 취득할 수 있다.

류지호는 결코 애국자가 아니다.

그런 것에 얽매이고 싶은 생각이 추호도 없다.

한국의 병역의무도 수행했다.

태어나고 자란 한국에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한국과 미국 가운데 단 한 곳만 선택해야만 한다면.


“빌어먹게도 한국이겠지....!”


가능한 완전한 국적변경을 고려해야할 상황은 벌어지지 않길 바랐다.


“사람 일은 한치 앞도 모르는 거긴 하지만.....”


미국을 넘어 글로벌 사업을 전개하는데 한국국적보다 미국 국적이 유리하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외국 경제전문가들은 한반도의 휴전상황보다 정치적인 불안정성이 더욱 심각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낮은 수준의 한국 정치와 경제정책에서 과연 류지호가 자유로울 수 있을지.

현재로서는 장담할 수 없다.


탁.


류지호가 보고 있던 한국의 일간지들을 정리해서 한쪽으로 치웠다.

그런 후, 지하로 내려갔다.

처음에는 미니 홈시어터로 꾸미려고 했던 지하공간이다.

그러다 경호원들의 운동공간이 되기도 했다.

현재는 류지호의 작업실로 사용되고 있다.

햇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지하다.

벽면 마다 범죄수사 장르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범죄조직 계보도부터 각종 신문 스크랩들이 붙어 있는 대형 메모판이 걸려있다.

그 외에 이동식 화이트보드도 두 개나 있다.


드르륵.


류지호가 이동식 화이트보드를 끌어 방 가운데 위치 시켰다.

인물관계도, 페이퍼, 포스트잍 등이 빼곡하게 붙어 있다.

화이트보드 상단에 쓰여 있는 문구.

<The Killing Road>.

아서 힐러 감독의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를 90년대식으로 재해석하고, 쿠엔 태런티노가 쓰고 윌리엄 스톤이 연출한 <내추럴 본 킬러>보다 정제된 스타일의 사이코패스 스릴러 로드무비다.

류지호가 최근 준비하고 있는 장편영화다.

여름 방학 12주 안에 촬영을 마쳐야할 스스로에게 부여한 미션이다.

영감은 부지불식간에 찾아오는 법이다.

<The Killing Road>의 아이디어는 카투사 복무 시절에 떠올라 정리했다.

초고가 완성된 것은 제대 후다.

큰 관심 없이 묵혀두고 있었다.

그러다가 작년 11월에 스래쉬/헤비메탈 밴드 메가데스의 6번째 정규앨범이 발매되었다.

류지호는 메가데스의 열렬한 팬은 아니다.

동생 류순호 때문에 듣게 됐다.

공교롭게 여섯 번째 수록곡이 ‘The Killing Road’다.


“메스테인이 은근히 자살을 암시하는 가사를 노래에 잘 넣어.”


류순호가 해 준 말이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서 앨범을 들어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빌보드 200차트에서 4위까지 랭크된 앨범이다.

앨범명은 'Youth' + 'euthanasia'의 합성어 ‘Youthanasia’다.

젊음의 안락사란 의미란다.

리더/보컬 머스테인이 만들어낸 단어다.

앨범 재킷에 빨랫줄에 걸린 갓난아이와 유모가 등장한다.

‘낙태‘를 암시한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플래티넘을 기록하게 될 ‘Youthanasia’ 앨범은 생명경시 풍조를 비판하는 콘셉트란다.

그런데 수록곡 중 ‘A Tout Le Monde‘가 논란을 불러왔다.

메가데스 최초의 발라드 시도로서 정말 못 들어주겠다는 평가부터 메가데스 팬들이 최애 하는 발라드라는 평가까지.

심하게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암튼 그런 평가는 류지호의 관심사가 아니다.

다만.


- 인생이 주마등처럼 지나가고 지금까지 이룬 것이 허탈해.

- 산 자는 고통을 받지만 죽은 자는 더 이상 고통을 느끼지 않지.

- 세상이여, 친구들이여, 사랑해 하지만 난 떠나야 해.


가사에서 자살하기 직전에 남긴 유서 같은 감정을 느끼게 한다.

게다가 뮤직비디오에서는 매장지에서 갈등하는 모습이나 다른 사람들이 매장지 안쪽으로 뛰어드는 장면 등이 나온다.

그 때문에 M·Television에서 자살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방영 금지시켰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곡을 작곡하기 전 심리학자의 강연을 찾아다니며 들은 사실이 알려졌다.

머스테인이 죽은 자를 다시 만나서 나누는 대화에 관한 내용이라고 해명했지만, 세상 사람들과 이별하기 전 즉 자살 전의 마지막 심경을 담은 자전적인 곡이란 설명이 더욱 신빙성을 얻게 됐다.

최근 불고 있는 청소년 자살 문제로 더욱 논란이 되고 있는 노래다.

암튼 류지호는 ‘Youthanasia’를 듣고 어떤 영감을 받았다.

초고를 완전히 뒤집어엎었다.

초고와는 많은 부분에서 달라진 범죄스릴러 로드무비 스크립트가 탄생했다.


똑똑.


류지호가 방문을 열어줬다.


“어서 와요.”


도널드 제이콥이 두툼한 서류철을 들고 지하방 안으로 들어왔다.

잠시 방안을 둘러보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 방에 들어올 때마다 느끼는 것인데, 마치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의 방 같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다.

방문을 열고 들어오면 제일 먼저 보이는 벽면은 트라이-스텔라에 접수된 영화 스크립트의 타이틀과 로그라인들이 정리되어 있고, 다른 한 쪽에는 WaW 픽처스 기획작품 목록과 간단한 메모들이 있고 <퇴마기록> 진행사항도 메모되어 있다.

이동식 화이트보드에는 <The Killing Road>와 졸업작품으로 궁리 중인 프로젝트 몇 개가 중구난방으로 메모되어 있다.


“이왕이면, 멀더의 사무실 같다고 해주세요.”

“‘I Want To Believe‘ 포스터라도 한 장 구해다 드릴까요?”

“나도 한 장 있어요. 너무 소중해서 곱게 모셔놔서 그렇지.”

“이렇게 마구잡이로 붙여놓으면 더 헛갈리지 않습니까?”

“아이디어가 혼돈 속에서 나오나 봐요. 노트에 말끔하게 정리해 놓는 건 눈에 잘 안 들어오더라고요.”


도널드가 다시 한 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예술가들의 정신 상태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그거에요?”

“부탁하신 연쇄살인범죄 사례와 사이코패스에 관한 FBI 보고서입니다.”

“고마워요. 잘 볼 게요.”


류지호가 받아든 서류철은 미국에서 벌어진 연쇄살인 사례에 관한 FBI 보고서의 일부다.

물론 비공개 자료라거나 기밀은 아니다.

범죄행각에 대한 묘사나 보고서의 내용이 너무 끔찍하고 잔인해서 일반인에게 자유롭게 공개만 하지 않을 뿐, 연구목적으로 자료열람을 청구하면 누구나 받아볼 수 있는 자료들이다.

그 과정이 귀찮고 번거롭다.

때문에 정부와 여전히 끈이 닿아있는 데본 테럴에게 부탁해서 구했다.


“FBI 사이코패스 행동분석가와의 만남을 주선해 줄 수 있다고 데본이 전해달라고 했습니다.”

“UCLA에 그쪽 방면으로 유명한 교수가 몇 분 계세요. 그 분들께 부탁을 드려볼 생각이에요.”

“알겠습니다.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하시면 데본이 도울 겁니다.”

“데본 쪽에는 별 일 없죠?”

“직원 몇 명이 남미로 출장 갔다가 총상을 입은 것 외에는 별다른 사고는 없습니다.”

“직원들 모두 미국으로 후송해 왔어요?”

“현재 UCLA 메디컬 센터에서 치료받고 있습니다.”

“재활을 마칠 때까지 회사차원에서 신경 쓰라고 해주세요.”


Pinkerton Corp.의 직원 복지는 경쟁사보다 우수한 편이다.

업무 중 경미한 부상을 당하더라도 최고의 의료시설에서 치료를 받게 했다.

몸이 재산이고 능력인 보안계통 직원들에게 부상치료와 재활치료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JHO Company로 인수되면서 바뀐 가장 큰 변화가 바로 건강보험이다.

정직원에 한하여 가족 전체에 대한 건강보험의 80%를 지원해주고 있다.

건강보험이 민영화로 돌아가는 미국에서 이 정도 부담해주는 회사는 많지 않다.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직원의 건강보험료 일부를 지원해주는 정도다.

JHO Company처럼 가족까지 보험료를 지원해주는 회사는 많지 않다.

게다가 실적이 좋으면 보너스도 팍팍 푼다.

인센티브 항목도 꽤나 다양하게 적용하고 있다.

가계에 상당한 부담인 건강보험비용을 회사가 상당 부분 책임져주고, 뜻하지 않은 보너스도 자주 지급되기 때문에 직원들의 충성도가 꽤 높은 편이다.


“이곳에서 보고 받으시겠습니까?”


류지호가 웃으며 도널드의 등을 떠밀었다.


“거실로 나가죠.”


거실로 자리를 옮긴 류지호가 궁금한 것부터 물었다.


“한국정부에서 건설안전대책본부라는 것이 발족되었다던데, 그들이 뭔가 일을 하고 있던가요?”

“성수대교 붕괴사고에만 매달려있습니다. 주로 한국에 산재해있는 교량의 안전도에 관해서만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성수대교 붕괴사고가 부실공사의 때문이라는 것이 최종적으로 확인되었다.

따라서 건교부 산하 건설안전대책본부가 발족되었다.

반면에 삼봉백화점과 관련된 민원에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곧 대구에서도 큰 일이 터질 텐데.... 도대체 뭐 하자는 건지.....!”

“한국말로 말하면 제가 알아들을 수 없습니다.”

“하도 답답해서 잠시 혼잣말로 욕 좀 했어요.”

“먼저 뉴욕에서 올라온 보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세계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냉전이 끝난 뒤로 세계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올 1월 전 세계가 하나의 시장으로 묶이게 된 WTO가 출범했다.

정보화 시대에도 가속도가 붙었다.

파인소프트는 윈도우95 발매를 앞두고 있다.

참고로 류지호와 Garam Invest는 파인소프트 총주식의 7.8%를 보유하고 있다.

하버드대 중퇴생 두 명이 설립한 PS는 1986년 나스닥에 상장됐다.

마침내 올해 시가총액 519억 달러를 기록해 톱10에 진입했다.

자본금 1,500달러로 시작한 벤처기업이 창립 20년 만에 시총 톱10에 오른 것은 기회의 땅 미국에서도 흔치 않은 일이다.

특히 컴퓨터 산업의 ‘공룡’ IBM이 이 시기 몰락하고 있는 중이다.

1990년을 끝으로 대장주 자리에서 내려온 IBM은 1992~93년에는 시총 톱 10에도 들지 못했다.

현재는 간신히 턱걸이하는 등 어둠의 터널을 걷고 있다.


“아시아에서 문제가 터지기 전에 지분을 더 확보하고 싶은데....”

“PS는 주식 액면분할을 자주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주주의 이익이 늘어난다.


“10%는 확보하고 싶네요.”

“적대적 인수합병이라도 하고 싶은 겁니까?”

“아니요. 주가가 지금의 세 배 정도까지 도달하면 처분할 생각도 있어요.”


상장 후 10달러에서 요지부동인 주가가 막 꿈틀대는 시기다.


“시장에서는 파인소프트의 시장주도주 행진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

“넷스케이프와의 본격적으로 인터넷 브라우저 주도권 싸움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McIntosh의 부상도 위협요소이겠네요.”

“버려진 사과 소리 듣는 McIntosh 말입니까?”


스테픈 잡스가 애플에서 쫓겨난 후로 McIntosh는 이렇다 할 히트제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93년부터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데, 벗어날 대책이 전무 한 상황이다.

그에 따라 회사 로고인 사과에 빗대어서 '버려진 사과'라는 조롱을 듣고 있다.


“McIntosh의 주식도 꾸준히 모으라고 하세요. 1~2년 안에 스테픈 잡스가 복귀할 겁니다.”

“....예.”


도날드가 떨떠름하게 대답했다.

그럴 수밖에 없다.

McIntosh는 INTECH와 파인소프트의 협공으로 설 땅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던 출판과 그래픽 분야에서 시장점유율이 처음으로 10% 밑으로 떨어졌고, 회복할 돌파구도 없어 보인다.


“넷스케이프 문제 역시 뉴욕에선 신경 쓸 필요 없다고 하세요. 파인소프트는 IBT와 손을 잡고 무지막지한 횡포를 부리게 될 테니까요.”


작년 연말 넷스케이프가 자사 브라우저를 무료로 배포하기 시작했다.

파인소프트로서는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식으로 운영체제인 윈도우에 익스플로러를 소위 ‘끼워팔기’ 시작한다.

이 전략으로 시장점유율은 완전히 뒤집어 지고 넷스케이프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또한 그 유명한 MS ‘끼워팔기’ 반독점 판결을 낳게 된다.


“스탠퍼드 출신의 벤처회사 Yaaho에 이어서 몇 개의 검색엔진 업체들이 서비스를 준비 중입니다.”


인터넷 웹브라우저 전쟁과 함께 포털 사이트 춘추전국시대가 열렸다

류지호는 인터넷에 Gerry and David’s Guide to the World Wide Web이란 일종의 블로그 같은 웹이 뜨자 데이브 보우먼을 실리콘밸리로 보냈다.

대만계 미국인 게리 양(Gerry Yang)을 수소문하도록 했다.

GARAM Ventures의 투자를 받은 게리 양과 데이빗 필로는 웹사이트를 ‘Yaaho!‘로 개명하면서 처음으로 인터넷 포탈 사업을 시작했다.

올 1월에 역사적인 'Yaaho.com' 도메인을 획득하고, 3월 1일 정식으로 회사를 창업했다.


“넷스케이프와 협력은 잘되고 있다던가요?”

“지금까지는 그랬는데,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습니다.”

“......?”

“벤처 캐피탈 세쿠아가 200만 달러를 Yaaho에 넣었습니다."


그것과 Yaaho와 넷스케이프의 협력에 무슨 상관이 있는지.

류지호가 설명을 바라는 표정으로 도널드를 쳐다봤다.


“Yaaho의 투자를 담당했던 인물이 마이크 모리츠입니다. 넷스케이프에 투자를 결정한 인물은 KPC&B의 잭 도어입니다.”

“양 대 캐피탈이 Yaaho와 넷스케이프에 따로 투자를 했군요?”

“그렇습니다.”


세쿠아 캐피탈과 KPC&B 캐피탈은 벤처 캐피탈 업계에서 양대산맥이다.

당연히 라이벌이다.

이들 두 캐피탈의 라이벌 의식은 정말로 대단했다.

절대로 상대방이 투자한 회사에게는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이 있을 정도다.


“투자자들 알력 때문에 Yaaho와 넷스케이프 두 회사의 협력관계가 깨진다고요?”

“웨스트우드 벤처 투자팀과 뉴욕 헤드쿼터 양쪽이 일치하는 의견입니다. 아마도 세쿠아의 압력으로 Yaaho가 넷스케이프와의 협력관계를 정리하고 독자적인 서비스에 나서지 않을까 전망하고 있습니다.”

“.....음.”


피도 눈물도 없는 캐피탈이 무슨 자존심 싸움인지.

류지호로서는 웃기지도 않았다.


“우리가 넷스케이프에 투자를 해서 양측의 협력관계를 이어가게 하면.....?”

“대주주가 되어야 하는데, 창업자들이 지분을 내놓으려 하지 않을 겁니다.”


올 하반기에는 일본의 소프트인프라까지 투자를 할 예정(?)이기 때문에 대주주 간의 의사결정 조율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았다.


“넷스케이프는 아직 상장 전이죠?”

“예.”


넷스케이프는 워낙 짧은 전성기를 보내고 사라졌다.

그 때문에 사실 류지호는 큰 투자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넷스케이프 건은 500만 달러 선에서 데이브가 알아서 운용해 보라고 하세요.”

“예.”


나스닥 상장 전에 투자를 해도 좋고, 상장 후에 주식을 매입해도 되고.

뭐가 되었든 2000년 버블붕괴 전에 다 팔아치우면 손해는 보지 않을 테니까.


"넷스케이프와 Yaaho 모두에서 대주주가 되기 전에 IT업계 거물들과 전화 통화를 꼭 하십시오.“

“알겠어요.”


어떤 비즈니스 세계나 거물들과 척을 져선 안 된다.

실리콘 밸리의 별 볼일 없는 벤처기업의 대주주가 되더라도 그로 인해 IT업계 판도가 달라질 수가 있다.

때문에 업계 거물들에게 사전에 양해를 구해 둘 필요가 있다.

세쿠아 같이 미국에서 오래된 벤처 캐피탈이 아닌 이상 PS, San Cisco, Sun 같은 IT업계 공룡들의 눈치를 봐야 할 처지다.

특히 넷스케이프 투자는 파인소프트의 헨리 게이츠에게 허락(?)을 구할 필요가 있다.

더럽고 치사해도 어쩔 수 없다.

실리콘 밸리의 벤처 캐피탈이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아 큰손이 되기 전까지는.


“외환시장에서 1달러 당 엔화 90엔대가 무너졌네요?”


올 상반기 국제금융시장은 혼란 그 자체였다.

작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미국 금리인상 릴레이, 페소화 폭락, 고베 대지진과 엔고사태, 영국의 베어링스 은행 파산 등.

그런 혼란 속에서 Garam Invest는 위기를 잘 피한 것뿐만 아니라, 기회를 만들었다.

나름 만족할 만한 수익을 거두었다.

남의 불행은 다른 누군가의 행복을 가져다주는 모양인가.

Garam Invest의 투자실적은 나날이 쌓이고 있다.

그에 따라 류지호의 호주머니도 두둑해지고 있다.

류지호는 대부분 결과만 확인한다.

돈 벌기 쉬워 보일 때가 있다.

위험한 생각이다.

한 발 삐끗하는 순간, 모든 것들을 날릴 수도 있는 것이 투자다.

베어링스 은행의 어이없는 파산만 봐도 알 수 있다.

직원 한 명의 무모함과 투자실패로 인해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투자은행이 파산하는 결과를 초래했으니까.


“Snowstorm 실적도 나쁘지 않네요.”


작가의말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PS. 후원해주신 을병정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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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박 축하한다! (1) +10 22.07.26 5,613 156 21쪽
231 OK할 때까지..... +7 22.07.25 5,417 151 25쪽
230 배고픈 놈이 이긴다. (4) +14 22.07.23 5,486 168 26쪽
229 배고픈 놈이 이긴다. (3) +9 22.07.23 5,165 135 21쪽
228 배고픈 놈이 이긴다. (2) +7 22.07.22 5,388 158 22쪽
227 배고픈 놈이 이긴다. (1) +10 22.07.21 5,548 166 26쪽
226 후회가 남지 않게! (3) +4 22.07.20 5,552 162 28쪽
225 후회가 남지 않게! (2) +10 22.07.19 5,647 151 27쪽
224 후회가 남지 않게! (1) +7 22.07.18 5,722 162 26쪽
223 나만 잘 먹고 잘 살려는 게 아닙니다. (3) +4 22.07.16 5,774 155 22쪽
222 나만 잘 먹고 잘 살려는 게 아닙니다. (2) +6 22.07.15 5,607 159 22쪽
221 나만 잘 먹고 잘 살려는 게 아닙니다. (1) +5 22.07.14 5,567 171 21쪽
220 예전의 내가 아닙니다. (3) +5 22.07.13 5,772 170 28쪽
219 예전의 내가 아닙니다. (2) +4 22.07.12 5,705 167 27쪽
218 예전의 내가 아닙니다. (1) +2 22.07.11 5,842 160 23쪽
217 우리 실력을 제대로 보여드리죠! (4) +4 22.07.09 5,832 144 24쪽
216 우리 실력을 제대로 보여드리죠! (3) +4 22.07.08 5,773 164 23쪽
215 우리 실력을 제대로 보여드리죠! (2) +6 22.07.07 5,837 169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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