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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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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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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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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27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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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쪽

대박 축하한다! (2)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지난해 11월 말에 ‘워크래프트 : 오크와 인간’을 출시했다.

현재까지 10만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하고 있다.

최종적으로 북미에서만 20만 장 이상이 팔려나가게 되고, 전 세계적으로 30만 장 이상 팔린다.


“자체적으로 퍼블리싱을 시작함으로써 수익성이 대폭 개선됐습니다.”

“유통이라는 것이 단시간에 망을 구축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IVE Entertament가 여러모로 협조를 잘 했습니다.”


북미 2~3위권의 홈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작정하고 도왔다.

그를 통해 게임개발이나 겨우 소화하던 Snowstorm이 ‘워크래프트’의 북미 퍼블리싱을 시작했다.

유럽의 경우는 Interplay Productions이 맡았다.

차기작부터 해외 모든 퍼블리싱까지 자체적으로 소화할 계획이다.


“그에 따라 후속 시리즈 개발비는 따로 지원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겨우 한 편 가지고 되겠어요?”

“한국에서 올라온 보고서 중에 불법복제 관련 내용도 있습니다.”


한국 발매는 WaW 엔터테인먼트가 유통했다.

플로피 디스켓 4장과 한글로 번역된 매뉴얼 북이 포함된 게임 타이틀로 1만 5천 원 가격에 팔렸다.

문제는 용산전자상가에서 조립PC를 구입하는 고객에게 무료로 ‘워크래프트‘ 게임을 깔아주고 있다는 사실.

저작권과 관련해서는 무법지대와 다름없는 시기다.


“후속작부터는 대책을 세워야겠죠.”

“저개발 국가의 저작권 침해 단속이 보통 골치 아픈 것이 아닙니다.”

“개개인까지 일일이 단속할 순 없겠죠. 하지만 업자들만큼은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어요.”


할리우드 스튜디오들도 손을 못 대는 것이 후진국의 불법복제 문제다.


“어쨌든 그간 게임을 발매해도 퍼블리싱을 외부에 의존해서 회사로 들어오는 수익금이 적었는데, ‘워크래프트’부터 자체 퍼블리싱을 시도해 흥행에 성공했다고 하니 성장의 주춧돌 정도는 놓았다고 볼 수 있네요.”

“유상증자는 어떻게....?”

“해야죠. 게임 회사 인수한다면서요?”

“최근에 잘 마무리 되었습니다.”


최근 Snowstorm Entertainment는 콘도르(Condor)라는 게임회사의 인수를 최종적으로 마무리했다.

류지호는 ‘디아블로’를 Snowstorm이 자체 개발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

실제로는 사연이 좀 있었다.

Snowstorm은 ‘저스티스 리그 테스크포스‘ 게임과 관련해서 게임쇼에서 콘도르라는 게임회사를 알게 되었다.

게임쇼 이후로 협력관계를 유지하던 중 그들이 개발 중이던 ‘디아블로’(그때는 턴제방식의 롤플레잉게임)를 눈여겨보고, 제작비와 인력을 지원해줬다.

영세한 게임업체가 다 그렇듯 콘도르 역시 ‘죽음의 계곡‘을 맞닥뜨리게 됐다.

비교적 무난하게 인수합병 협상이 이루어졌고, 지난달에 완전히 콘도르가 Snowstorm Entertainment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콘도르의 사무실이 샌프란시스코에 소재했는데, 그에 따라서 ‘Snowstorm North‘라는 이름으로 개발사 명칭을 변경하고 ’디아블로‘ 개발을 전담시켰다.

도널드의 설명을 가만히 듣고 있던 류지호가 뜬금없는 질문을 던졌다.


“뉴욕 쪽에 경영 자문할 인재가 있을까요?”

“새로운 사업이라도 발굴하셨습니까?”

“그건 아니고... Snowstorm이 게임은 잘 만드는데 재무적인 관리와 기업 운영 부분에서 많이 부족한 것 같아서요.”

“전문경영인을 앉히면 되지 않습니까?”

“그렇게 되면 오로지 수익성만 따지고 들다가 게임이 아닌 슬롯머신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겠죠. 게이머이자 개발자인 이들의 고유한 기업문화가 만들어질 시간도 필요하고.... 개발자들과 잘 지낼 수 있는 컨설턴트가 필요해요.”

“매튜 그레이엄 CEO와 의논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전 삶에서 Snowstorm Entertainment는 엄청 유명한 게임 회사였다.

게임으로 돈을 엄청 벌어들였을 것이다.

그럼에도 회사는 늘 적자라는 이야기를 얼핏 들었던 것도 같았다.

무언가 회사 내적으로 문제점이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배틀넷이 공짜여서 그랬던 걸까.....?’


‘스타크래프트‘의 배틀넷을 떠올리던 류지호는 엉뚱한 사업 분야의 욕심이 났다.

갑자기 생겨난 욕심을 지그시 누른 후에 현실에 충실했다.


“배틀넷을 언제부터 운영한다고 하던가요?”

“후속편부터입니다.”

“1~2년 정도 지켜보다가 초기투자로 해결할 수 있다면 대규모로 투자를 통해 불안요소를 제거하는 것도 한 방법일 듯 싶고.... 암튼 그 부분은 Snowstorm의 친구들과 따로 만나서 진지하게 대화를 나눠봐야겠어요.”


류지호가 게임 사업 부문에서 흥미를 더 이상 보이지 않자, 도널드가 자연스럽게 영화 사업 부문으로 화제를 돌렸다.


“트라이-스텔라는 인하우스 영화를 줄이고, 투자·배급 쪽으로 중점사업 전환이 진행 중입니다. 오라이언이 가지고 있던 해외 배급라인도 70% 정도 통합작업을 마쳤습니다. 금년 내 나머지 30%에 대한 통합작업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스튜디오의 외형적인 규모, 자산 가치, 보유 라이브러리에서 메이저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올 해도 총매출에서 무난하게 20억 달러를 넘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TV부문에서 <레니게이드>와 <X-파일> 두 편이 시청률 고공행진 중이네요.”

“흑인들의 일상을 그린 시트콤 <Malcolm & Eddie>가 UPN에서, <시카고 썬 타임즈>가 CBS에서 첫 시즌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참고로 두 편의 TV시리즈가 추가되면서 트라이-스텔라 텔레비전은 최소 5시즌짜리 프로그램을 4편이나 보유하게 됐다.


사락~


보고서 마지막에는 가온GP투자신탁에서 넘어온 보고서가 첨부되어 있다.

한국주식시장은 작년 11월 종합주가지수가 1128.75포인트라는 사상 최고점을 찍은 이후로 맥을 못 추고 있다.

연초 멕시코 페소화 폭락이후 신흥시장(이머징마켓)의 증시가 동반 하락했다.

외국인들이 한국의 시장에서 주식을 내다 판 것이 침체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 외에도 여러 악재들이 계속해서 터져 나왔다.

다만 우량주들은 악조건 속에서 선전했다.

특히 대광산업 주가로 류지호는 큰 이득을 봤다.

증권사 주식을 팔아 생긴 자금으로 사들이기 시작한 대광산업은 10만 주 가까이 모았다.

4년 전 5만 원, 작년 초 마지막으로 17만 원 대에서 매입했던 대광산업 주가가 4월 1일 76만 원 최고가를 기록했다.

류지호는 70만 원이 넘었을 때부터 대광산업 주식 처분을 지시했다.

당시에 류지호가 보유하고 있던 주식만 처분한 것이 아니다.

91년 44,000원 일 때 외가 어른들에게 사주었던 300주, 그 외 사인방 친구들이 보유하고 있던 주식까지 모두 팔 것을 지시했다.

3월 29일부터 4월 4일까지 평균 73만 원 선에서 모두 팔아치울 수 있었다.

사인방과 외가 식구들은 대략 2억 원 가량을 손에 쥐게 됐다.

대략 97,000주 정도 보유하고 있던 류지호는 무려 700억 원을 벌었다.

의형 매튜 그레이엄을 포함해 모두가 주식처분을 만류했다.


“물론 지금보다 더 오를 수도 있겠죠.”

“내년에 한국이동통신과 함께 100만 원 선을 뚫을 수도 있습니다.”

“이미 수십 수백 배의 이익을 실현 했어요.”

“나중에 왜 말리지 않았냐고 원망이나 하시 마십시오.”

“곧 코스닥이 출범하잖아요.”

“......”

“이번에 생긴 수익으로 벤처 캐피탈 하나 새롭게 만들어 보죠.”


내년 출범하는 코스닥 상장사 전부에 투자를 할 수 있는 엄청난 액수다.

벤처 투자라는 것이 리스크가 큰 투자이여서 그런 만행을 저지를 수는 없겠지만.


“이 기회에 가온웨딩, WaW, 나래 안전에 유상증자도 좀 하고, 일부는 달러에, 또 금에도 투자하고, 오성전자, 한국이동통신, 경성자동차, 금성통신, 뉴월드 같은 대형우량주식도 좀 더 매입하고..... 그러고 남은 200억 정도 가지고 벤처 캐피탈 시작해 보죠.”


그렇게 해서 가온이란 브랜드로 벤처 캐피탈 설립이 결정됐다.

가온이 대기업이 되기 전에 캐피탈, 보험, 카드, 저축은행 같은 비통화금융기관에 발을 걸쳐놓는 것이 좋다.

회사 규모가 커지면 법적인 규제는 물론이고 여러 압력이 들어오게 되어 있으니까.

보고를 마치고 웨스트우드 사무실로 돌아가려던 도널드가 말을 덧붙였다.


“보스의 친구들과 가족들이 주식으로 얻은 수익의 일부를 떼어 기부를 했다고 합니다.”

“오, 그래요?”

“아동복지 재단에 15,000 달러씩 기부를 했다고 합니다.”


한화로 대략 1,100만 원이다.

자동변속기 옵션을 선택한 경성자동차 쏘나타Ⅱ 한 대 값이다.


“하하하.”


류지호가 기분 좋은 웃음을 터트렸다.

주식으로 대박을 터트리고 입을 싹 닦는다고 누가 뭐랄 사람도 없다.

그런데 사인방과 외가식구들은 1,000만 원이란 거금을 선뜻 내놓았다.


“나도 질 수 없겠네요. 돈을 벌면 벌수록 계속 써줘야 세상을 돌아서 다시 내게 돌아오겠죠.”


돈은 돌고 돌아야 돈인 것이다.

한 곳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으면 부패하고 썩는다.

모든 것이 그러하듯.


❉ ❉ ❉


도널드의 보고가 끝이 나고 류지호가 한국의 의장비서실로 전화를 걸었다.


“대박 축하한다.”


수화기 너머에서 황재정의 시큰둥한 음성이 들려왔다.


- 너만 할까.

“임건희 사장과 증자에 대해서 이야기 좀 나눠봐.”

- 이번 수익금을 나래안전 시스템에 넣으려고?

“전부는 아니고.”

- 가온웨딩이나 WaW는?

“거긴 증자한지 얼마 안 됐잖아.”

- 아네모네는?

“사정이 안 좋아?”

- 이번에 투자를 좀 해주면 직영점이 늘겠지.

“채 사장님한테 물어 봐. 투자 필요한지.”

- 알겠어.

“이번에 주식 팔고 생긴 자금으로 내 포트폴리오를 새로 짜 봐.”

- 비중은 어떻게 할까?

“200억 정도는 놔둬.”

- 그 큰돈은 뭐 하려고?

“벤처 캐피탈 설립하게.”

- 내년에 코스닥이 열리는 것 때문이구나? “겸사겸사. 일 순위로 한국사업체 전반의 증자나 투자금으로 쓰고, 달러도 좀 사놓고, 금에도 투자하고, 오성전자나 한국이동통신 대형우량주식도 좀 더 매입하고”

- 부동산은?

“몇 년 만 기다리면 줍줍... 헐값에 사들일 수 있어.”

- 진짜 한국경제가 위험한 거야?

“그렇다네.”


이미 일본의 오사카증권 보고서부터 한국의 경제전문가와 학자 몇 명이 한국정부에 경고를 하고 있다.

한국정부는 경제는 문제없다는 큰소리만 치는 상황.

3월에만 덕산 그룹과 고려 시멘트가 부도를 냈다.

2년 후 불어 닥칠 한국경제의 대재앙의 전조를 암시하는 것 같았다.


- 매튜 형이 달러나 금으로 바꾸래?

“그러는 게 좋겠대. 각 사업체 사장들에게 대규모 투자와 인력충원은 올해까지만 하라고 전해. 그리고 최대한 총알을 쟁여놓으라고 하고.”

- 총알을 쟁여 놔?

“위기는 기회이기도 하잖아. 현금 실탄이 넉넉하면 위기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수 있겠지.”

- 와, 이 새끼! 진짜 많이 컷네!

“어허! 키는 내가 니들보다 더 크다니까.”

- 쓸데없는 소리 집어치우고, 노아 시거 CEO를 미국으로 보낼까?

“노아는 왜?”

- 여기 한국에서는 객관적으로 상황 분석이 안 될 것 같아서.

“이미 뉴욕과 활발하게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고 있어. 넌 그쪽은 신경 쓰지 말고, 나래안전과 아네모네 쪽에도 확실하게 경고를 해둬. 무리하게 사업 확장하면 안 돼. 영화사업도 한 동안 힘들 거야. 욕심 부리지 말라고 단단히 당부해 둬.”

- 비상대책 팀이라도 꾸릴까?

“아직 일러. 내년이 되어야 뭔가 구체적인 징후들이 나타나기 시작할 거야.”

- 알겠어. 또 전달사항 없어?

“너희들 주식으로 생긴 수익, 기부했다며?”

- 그냥, 조금....

“잘 했어. 주식 처분한 돈 중에 10억만 떼서 나 대신 기부 좀 해줘.”

- 10억씩이나?

“미국에서는 그 몇 배를 기부하고 있어. 솔직히 10억은 아무것도 아냐.”

- 아버님이 자선재단 만드신다고 하지 않았냐?

“그건 그거고.”

- 알았다. 700억이 많긴 더럽게 많긴 해. 무당이 굿할 때 귀신 먼저 먹으라고 음식을 떼서 고수레한다던데, 그 큰 돈 꿀꺽 삼키고 입 닦으면 나중에 벌 받지.

“좋은 말 놔두고 고수레가 뭐냐? 말을 해도 그렇게 해야겠냐?”

- 또 전달사항은?

“없어. 다른 건 한국 들어가서 이야기 하자.”

- 얼마나 머물 건데?

“4박 5일 정도. 학교 수업 때문에 그 이상은 힘들어.”

- 혹시 잡지 인터뷰 몇 개 잡아놔도 돼?

“잡지?”

- ‘씨네마21‘이라는 영화잡지를 곧 발간하는데, 네 인터뷰 기사를 창간호에 싣고 싶대. 특집 기획기사라더라. 지면도 상당히 많이 할애해 줄 것처럼 이야기 하더라고.

“....음.”


영화잡지 ‘씨네마21‘은 4월 중순에 창간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키노’와 ‘프리미어’가 올해 창간한다.

참고로 ‘스크린’과 함께 양대 영화잡지였단 ‘로드쇼’는 올해 폐간한다.


“비서실 의견은 당연히 하는 쪽이겠지?”

- 특히 너에 대한 PI 콘셉트를 새롭게 기획하고 있는 송선희 대리가 꼭 좀 인터뷰 해 달라고 간청하더라.

“거기만 해주면 다른 잡지 기자들이 뭐라고 하지 않을까?”

- 그 문제는 비서실에서 조정해볼게. 굳이 대면 인터뷰가 아니더라도, 지면 인터뷰로 대체해도 되니까.


류지호의 매스컴 관리는 비서실에서 전담하고 있다.

지금까지 ‘스크린’이나 ‘로드쇼’에 류지호 인터뷰 기사가 많이 실렸다.

사실 비서실에서 대신 만든 지면 인터뷰였다.

류지호가 최종 검토한 후 승낙을 했을 경우에만 실리긴 했지만.

PI(President Identity)를 책임지고 있는 비서는 송선희 대리다.

류지호의 이미지 메이킹에 초점을 맞춘 마케팅 전략을 새롭게 수립하고 있다.

기업 오너의 PI 활동을 통해 기업의 이미지가 좌우되기도 한다.

대중과 소통하고 사회에 공감하는 류지호의 PI 마케팅은 가온의 장기적 전략과 트렌드로 자리 잡을 예정이다.

그에 따라서 송선희는 류지호의 외모부터 어휘 선택, 수사(修辭), 말투, 스피치 속도까지도 꼼꼼하게 모델링하고 있다.


“하는 김에 ‘스크린‘하고도 하자. 대신 G.O.M에 관한 기사도 함께 실어주는 조건으로.”

- 당연하지. 넌 비싼 몸이야. 그 정도 딜은 충분히 해볼 수 있어.

“또 없지?”

- 영화제작가협회에서 참석해 달라고 사정하는데 일단 네가 미국에 있다는 이유로 거절하고 있어. 극장연합회에서도 널 좀 보자는데 이것도 커트했고.

“박 대표가 아니라 나보고 참석하라고?”

- 영화제작가협회는 꼰대들의 그 영화제작자협회가 아니라, 젊은 영화사 대표와 프로듀서들이 만든 단체야. 네가 참석해서 미니 세미나 한 번 열어 주면 고맙겠대.

“그게 다야?”

- 백설제당이 DreamFactory에 투자하는 것과 관련해서 네 의견을 듣고 싶은 게 더 큰 것 같아. 게다가 최근에 부쩍 창업투자회사에서 영화판에 돈을 많이 집어넣고 있기도 하고. 제일 중요한 이유는 아무래도 우리 극장에 자신들 영화를 걸고 싶은 게 크겠지. 무려 10개관짜리 멀티플렉스잖아.

“그 문제도 한국 들어가서 이야기 하자. 전화로 할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당장 시급한 사안도 아니고.”

- 엣썰. 보스! 한국에서 뵙겠습니다.


황재정과 통화를 마친 류지호가 고심에 잠겼다.

자신은 다른 한국의 재벌들과 달리 대외활동을 많이 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영화감독이자 프로듀서로 활동하게 될 테니까.

따라서 PI(President Identity)에 대한 명확한 전략이 필요했다.

다가올 21세기에는 은둔의 대기업 총수, 독불장군식 카리스마 오너는 안 통한다.

대중들이 기업에게 요구하는 시대적 정신의 변화를 잘 받아들이고 이에 상응하는 행보를 보이기 위해 힘쓰지 않으면 그 영향이 기업 실적으로 이어진다.

시간이 지날수록 소비자는 더 이상 기업의 ‘위선’을 믿지 않는다.


‘그래도 Flitter는 인생의 낭비야.’


10여 년 후에 자신이 주주가 될지도 모르는 SNS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류지호다.


절레절레.


잡념을 털어낸 류지호가 다시 수화기를 들었다.

WaW 픽처스의 프리프로덕션 오피스로 전화를 걸었다.

<퇴마기록>을 준비 중인 배창훈 감독과 통화했다.


“혹시 경기도 용인에서 11년 전 살해 후 암매장된 영생교 신도의 유골을 발굴했다는 뉴스 보셨어요?”

- 봤네.

“3월 말에 있었던 옴진리교 지하철 독가스 살포 사건 자료도 받아보셨죠?”

- 한국의 일간지에 난 것보다 상당히 자세하게 써져있던데. 혹시 자네 상상력이 들어간 건가?

“아니요. 여기 미국은 다양한 언론매체가 있어요. 제 회사의 자체적인 조사팀도 있고. 현재까지 일본 언론에서 보도된 걸 모두 취합해서 정리한 겁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은 들어가 있지 않은, 밝혀진 사실만 적었어요.”


3월 20일 오전에 일본 도쿄 지하철에 옴진리교가 사린가스를 살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고로 12명이 사망하고 500명이 중독되었다.

일본사회에 큰 충격을 준 사건이다.


“감독님이 이 작가와 이야기를 나눠봐야 하겠지만, <퇴마기록>의 해동밀교편이나 브리트라편이나, 종교단체이지만 주식회사 교회라는 은유가 들어가는 것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 주식회사 교회?

“일종의 교주와 장로들이 주주로 있는 영리를 추구하는 종교단체인 거죠. 물론 해동밀교는 설정이 완전히 뒤집히는 것이지만요.”

- ....음.

“일부 교회가 세습되는 것처럼....”


배창훈이 류지호의 말을 끊고 들어왔다.


- 정말 테러를 일으킨 범인이 일본에서도 알아주는 엘리트인 거야?

“그렇다네요. 범인들, 그러니까 사린가스를 살포한 이들이 일본 전체를 따졌을 때 엘리트로 불릴만한 고등 교육을 받고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랍니다.”

- 엘리트라....

“우리가 <퇴마기록>에 다룰 종교단체가 사교이긴 하지만, 약간의 음모론을 영화적으로 가미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좋은 생각이야. 난 겨우 오대양 집단자살사건 정도를 떠올렸는데, 류 감독은 조금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모양이구만.

“큰 그림까지는 아니고.... 암튼 이 작가의 소설이 가지고 있는 판타지는 관객들에게 너무 멀리 있잖아요. 현실에서 실제 벌어진 사건을 직접적으로 가지고 들어온다면 관객의 공감을 얻는데 조금은 수월해지지 않을까 하네요.”

- 나와 이 작가가 고민하던 지점이야. 영화와 소설은 분명 다르니까. 소설의 세계를 제 아무리 시각적으로 잘 보여준다고 하더라고 결국 종착점은 스토리텔링이니까.

“악에 물들고 영혼을 판 악당은 어쩔 수 없이 스테레오 타입이 될 수밖에 없다손 치더라도, 그 외 그들의 협조라고 해야 할까. 저번 사린가스 살포의 범인들처럼 사이비 종교의 악행에 가담하지 않고, 사회에 올바르게 적응했다면 그들은 어쩌면 국가와 사회를 지탱할 우수한 인재가 될 수도 있었을 사람들이었잖아요. 그들의 바보 같은 짓거리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전형적인 평범한 소시민들이었고.”

- 기막히게 아이러니하지.

“옴진리 교주나 오대양 교주였던 여자의 교리는 영화에 필요 없겠죠. 이미 이 작가가 소설 속에 사이비 종교를 만들어 놨으니까요. 다만 일부러 공간과 배경을 판타지스럽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 지난 번 말한 <고스트 버스터>나 <터미네이터>와 같은 접근방법으로 말이지?

“익숙한 서울이라는 공간에 이질적인 캐릭터가 등장하는 것만으로 이미 판타지라고 생각해요. 굳이 영화가 관객에게 판타지임을 강하게 어필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대중들이 판타지든 게임이든 만화든 그 세계관에 익숙해질 때까지는 현실에서 너무 동떨어지면 안 된다.


- 이 작가도 그 부분은 동의했어.

“씨네-누보에서 준비하는 <은행나무 침대> 시나리오 읽어 보셨죠?”

- 읽어봤네. 악역이 꽤 매력적이더군. 멜로 라인도 잘 구축해 놓았고.

“멜로를 감독님이 잘 다루시긴 하지만, <퇴마기록>에 멜로를 억지로 대입하는 부분은 충분히 고민해보셨으면 해요. 제 생각에는 차후 시리즈가 되고 난 후에 그때 가서 다뤄도 충분할 것 같아요.”

- 그렇긴 하지만, 한국 관객들은 기본적으로 멜로를 좋아해.

“남성미 물씬 풍기는 영화도 좋아하죠.”


할리우드 액션장르는 어지간히 엉터리로 만들지만 않으면 망하는 법이 없다.

한국영화도 대체로 그렇다.

<퇴미기록> 기획포인트의 중요한 지점이다.

현암을 주인공으로 하는 판타지액션영화.

즉 현암이 메인 주인공이다.

박신부와 준후 그리고 승희가 차례로 합류하는 팀 업(team-up) 무비다.

<오션스 11>이나 <도둑들>처럼 범죄를 모의하는 영화를 하이스트 영화(Heist film)라고 한다.

그 같은 하이스트 영화에서도 주인공은 단 한명이다.

나머지 멀티 캐스팅의 배역들은 비중이 아주 많은 주인공급 조연인 셈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팀 업에 참여하는 멤버들은 주인공이 아니라 조연인 것이다.

<퇴마기록>의 실사화 실패요인 가운데 하나가 주인공을 네 명으로 놓고 그들의 분량을 공평하게 분배하려들다가 모든 캐릭터를 망쳐버린 것이다.

류지호가 분석한 여러 요인 중에 하나다.

특히 승희 캐릭터는 원작소설처럼 발랄하고 통통 튀는 신세대 캐릭터로 묘사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아 있었다.

네 명 모두 진지하고 우울하고 어둡다.

류지호는 성별만 다르고 연령대만 다른 똑같은 캐릭터 네 명의 인물을 교차로 보여주는 것에 어떤 긴장도 매력도 못 느꼈다.


“영화 분위기는 느와르 성격도 있겠지만, 캐릭터와 그들의 대사까지 느와르는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WaW가 투자했던 영화들 가령 <결혼이야기>이나 <게임의 법칙>의 주인공들처럼 사람 냄새가 났으면 좋겠어요. 80년대 우울하고 진지하고 만화적인 평면 캐릭터가 아니라.”


류지호는 캐릭터의 매력에 대해 신신당부를 했다.

판타지 세계관과 상상력은 원작자가 제공해 줄 것이다.

프로듀서와 감독은 그것에 현실을 입혀야 한다.

어설픈 눈요기를 영화에서 많이 늘어놔 봐야 지루하기만 하다.

눈요기도 제대로 구현할까 의문이고.

선택과 집중.

그리고 장르 영화는 캐릭터가 절반이다.

80년대에 처음 선보인 <다이하드>, <리셀웨폰>이 지금까지도 프랜차이즈 시리즈가 만들어지고 있다.

캐릭터의 힘이다.


“말은 쉽지. 그걸 능수능란하게 하면 충무로에 머물러 있을까. 진즉에 할리우드 진출했겠지.”


통화를 마친 류지호가 다시 지하방으로 내려왔다.

<퇴마기록> 보드판에 붙어있던 현암 배역의 배우사진을 떼어냈다.

다른 배우의 사진을 붙였다.

하루에도 몇 번씩 배우들이 바뀌고 있다.

류지호가 보드판 하단에 붙어있는 이민재 사진을 뗐다 붙이며 중얼거렸다.


“이민재더러 군대 가지 말고, 이거 찍자고 해볼까?”


새삼 한국영화계에 스타배우가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판타지 영화 중흥의 역사적 사명은 강 감독의 <은행나무 침대>와 배 감독의 <퇴마기록>으로 충분하고, 자본으로부터 자주독립의 자세 확립은 제휴영화사 기획프로듀서들을 성장시켜야 하고, 인류 공영의 이바지는... 내 알바 아니고. 조상의 빛난 얼을 오늘에 되살리는 건... 왜 적당한 감독이 안 나타나지?”


사극 혹은 시대극을 제작하고 싶다.

간절하게.

적당한 감독이 없다.


"때가 되면 나타나거나, 내가 알아볼 수 있겠지."


조급할 필요는 없다.

류지호에게 영화 할 날은 새털 같이 많이 남아있으니까.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십시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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