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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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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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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07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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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쪽

우리 실력을 제대로 보여드리죠! (2)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건강하게 30개월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것 뿐이다.

그런데 류지호는 입대 전과 완전히 다른 신분이 되어 있다.

영주권 문제가 잘 해결되어서도 아니고, UCLA 재입학 심사가 잘 처리될 것 같아서도 아니다.

7개의 자회사를 거느린 비상장 지주회사 JHO Company의 대주주(오너)이자 이사회의장.

현재 류지호의 신분이다.

류지호는 격세지감(隔世之感)이란 말을 절감했다.

영화 사업 부문은 메이저 스튜디오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가 되었다.

홈비디오 부문에서는 워너-타임 홈비디오에 이어 미국 제2의 업체라고 불려도 이상할 것이 없는 규모다.

또한 보안회사는 탐정 분야에서 미국 내 1~2위를 다투는 회사다.

JHO Company는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 기준 대규모기업집단 기준은 진즉 뛰어넘었다.

즉 류지호는 한국기준으로 어엿한 대기업의 오너 내지는 총수가 된 것이다.


‘그것도 20대 중반에....!’


사실 대기업에 대해 전 세계 공통으로 통용되는 명확한 정의는 없다

미국의 경우도 명확한 기준이 없다.

다만 미국에서는 제조업의 경우 종업원 500인 이하, 서비스업은 연간 매출 700만 달러 이하를 중소기업 기준으로 삼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대기업 개념에도 너끈히 들어가는 규모와 매출을 자랑하는 기업이 JHO Company이다.

이제는 대규모 기업집단 혹은 복합기업(conglomerate)인 'JHO 그룹‘으로 칭해도 될 정도다.

물론 JHO Company는 포춘 및 포브스 미국 500대 기업에 간신히 들어가는 수준이고, 글로벌 기업순위로 확장하면 500위 안에 끼지도 못하는 수준이다.


‘실감이 잘 안 나지만....’


류지호가 초고층의 본사 사옥 회장 집무실로 매일 출근하는 것도 아니고, 직접 경영일선에 나서지도 않기 때문에 바뀐 신분을 실감하지 못했다.

최근 밴나이즈 IVE Entertainment를 방문했을 때 비로소 회사가 정말 커진 것을 조금 실감한 정도.


“뭘 자꾸 중얼중얼 거려?”


한눈에 봐도 비싸 보이는 수트를 차려 입은 매튜 그레이엄이 웨스트우드 주택 2층에서 내려왔다.


“형.....”

“왜 동생아.”

“미국 기업들은 인수합병에서 왜 그토록 진심으로 적극적인 거야?”


미국 대기업들은 어느 정도 성장하고 나면 예외 없이 공격적인 M&A를 통해 혁신을 일으키고 시장을 확장해 나간다.

좋게 포장했을 때 그렇다.

적대적 인수합병을 통해 시장점유율 증대를 꾀해 독점적 지위 확보에 열을 올린다.

혹은 헐값에 기업을 사들여 잘 만들어서 되팔아 차익을 남기거나.


“당연히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성장 잠재력 확보를 위해서지.”

“내가 아는 한 한국에서는 중소기업이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하거나 내놓거나 하면 대기업이 리소스를 투입해서 기술을 복제하고 돈으로 밀어붙여서 중소기업을 죽이거든. 근데 미국은 안 그렇잖아. 중소기업이든 벤처기업이든 그 가치를 인정하고 돈을 지불한 후 사들이는 것 같아.”

“자본주의 시스템이 후진적이어 그래. 한국이.”

“재벌들의 탐욕 때문이 아니라?”

“너도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니까 잘 알거야. 표절(plagiarism)에 대해 미국인들이 어떤 태도를 보이는지.”

“LOG를 보면 알지. 미키 마우스 저작권을 가지고 아주.... 지독하잖아.”


미키마우스 캐릭터 디자인 특허는 1930년에 출원 되었다.

그런데 세계2차 대전 직전에 LOG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마스코트인 미키마우스가 미국 내 여러 스튜디오에서 마구잡이로 도용을 되는 일들이 비일비재했다.

그때 이후로 LOG는 자사 저작권 침해와 관련해서는 일절의 타협이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심지어 법까지 바꿔가며 저작권 연장을 계속해 오고 있다.


“그런 사건들을 수십 년 동안 거치면서 다른 회사에서 개발한 기술을 복제해서 쓰려고 하기 보다는 대가를 치르고 사용하는 것이 아깝다고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거야. 만약 섣불리 복제했다가 나중에 소송이라도 당해서 지게 되면 천문학적인 명예, 금전적 손해를 입기 때문이기도 하고.”


한국과 미국의 근본적인 인식의 차이다.


“게다가 금융 시스템에서도 큰 차이가 있지.”

“한국은 이제 막 금융시장이 개방됐어.”

“개방 유무와 상관없어. 예를 들어 벤처 캐피털은 기술력 있거나 잠재력 있는 작은 회사에 투자하고 나서 곧바로 그 회사를 인수할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리서치해.”

“증시에 상장하는 것으로 안전하게 투자금을 회수할 수도 있지 않나?”

“너무 오래 걸리잖아. 투자한 회사가 언제 상장할 줄 알고.”


끄덕.

류지호가 곧바로 수긍했다.


“벤처 캐피탈이나 프라이빗 에쿼티들의 주요 목적이 뭐야. 레버리지 그러니까 은행 대출을 이용해서 회사를 매입한 후에 해당 기업의 구조와 모양을 좋게 다듬은 다음에 되팔아서 차익을 남기는 거잖아. 여기까지는 알겠지?”

“응.”

“되팔기 위해서 누군가 캐피탈이 투자한 회사를 사야 하는데, 현금을 많이 가진 곳은 대기업 아니면 금융권이잖아. 그러니까 미국에서는 창업을 적극 유도하고 그렇게 새로운 기술이나 아이디어가 나타나면 자본력 있는 기업이 사들여서 기존 개발자들과 힘을 합쳐서 시장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그림을 그릴 수가 있는 거지. 미국의 투자은행들이 잘 발달 된 건 너도 알지?”


그레이엄과 파커 가문의 합작 투자은행 G&P를 고등학교 때부터 보게 되고 함께 일도 해봐서 류지호가 모를 수가 없다.


“투자은행에게는 기업의 상장(IPO)과 기업 매각이 아주 좋은 수익원이야. IB입장에서는 기업 매각이 자꾸 일어나야 좋은 거야. 그래서... 내가 한때 주로 했던 일 중에 하나가 기업 매각 및 매입을 부추기는 거였지. 한쪽에 가서는 매각할 때가 되었다고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고 하고 다른 쪽에 가서는 정말 좋은 가격에 나왔으니 다른 기업에서 선수 치기 전에 얼른 매입해야 한다고 바람을 잡았더랬지. 거래가 성사가 되면 나와 IB는 상당한 수수료를 벌 수 있는 것이고.”

“한국도 기업을 둘러싼 금융 시스템이 선진화될수록 기업 인수가 활발해지고 중소기업을 죽여버리거나 일방적으로 기술을 빼앗는 일이 없어질까?”

“남이 만든 유무형자산의 가치를 진정으로 이해해주고 그 대가를 지불하는 문화가 먼저 정착되어야 하겠지. 그게 선행되지 않으면 한국은 M&A가 활발할 수가 없어.”


사회 지도층과 지식인들이 죄의식 없이 표절논문으로 학위를 따는 나라가 한국이다.

류지호는 한국에서는 미국식 기업인수합병 문화가 정착되긴 글렀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동생아, 말 나온 김에 한 가지 덧붙이자면....”

“......?”

“기업을 합치는 것만이 M&A가 아니야. 기업을 쪼개는 것 역시 M&A 중 하나야. 요리에 비유하자면, 결국 M&A라는 게 이윤 창출이라는 목적 아래 재료를 자르고, 굽거나 삶고, 거기에 양념과 소스를 추가하는 것과 같이 기업을 요리하는 것과 다르지 않아. 내게 필요 없는 사업 부분은 과감하게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해. 포트폴리오 다변화니 비즈니스 다각화니 같은 전략도 중요하지만 서로 시너지를 발휘하지 못하는 사업을 사들이는 것에는 신중해야 하고, 내 사업 구조와 구성에서 완전히 동떨어져서 융합이나 시너지가 없는 부분은 팔아치우는 것이 현명한 거야. 그것도 값을 아주 잘 받아내야겠지.”


매튜가 잔소리처럼 길게 말을 덧붙인 이유가 있다.

오늘 어바인에서 류지호가 직접 지휘하는 인수합병 계약이 때문이다.

매튜는 오늘 거래에 대해 그다지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그렇기에 나중에라도 매각할 수 있음을 염두에 두라고 충고했다.

오늘 류지호가 인수합병 하는 기업이 후일 어떤 모습이 될지 모른다.

알았다면 절대 그 같은 충고를 하지 않았을 터.


“자, 일단 계약해 놓고 시너지든 뭐든 고민해 보자고.”


류지호와 매튜가 비서실장 도널드를 포함해 비서진과 함께 오랜지카운티의 기업형도시 어바인(Irvine)으로 향했다.


✻ ✻ ✻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한번 살아보면 도저히 떠날 수가 없다.'


경호원 말릭이 오렌지카운티에 들어서면서 강조한 말이다.

그만큼 살기 좋은 곳이 바로 남부 캘리포니아란 말이다.

LA와 샌디에이고의 중간쯤에 위치한 오렌지카운티는 10년만 지나면 캘리포니아에서 실리콘밸리 다음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곳으로 명성을 떨치게 된다.

특히 류지호 일행이 향하고 있는 어바인은 5~6년 정도 지나면 ‘미국에서 가장 살기 안전한 장소’로 여러 차례 선정되는 도시다.

한국계 시장이 8년간 재임하기도 하는 등 제2의 한인타운이 되는 도시가 된다.

그 같은 도시로 변모하는 것은 10년 후에나 찾아올 미래의 일.

현재는 교외풍의 평화롭지만 곳곳에 개발이 한창인 기업형 도시 중에 하나일 뿐이다.

이 도시는 포화 상태에 이른 LA의 인구와 산업을 분산시키기 위해 1960년대부터 조성한 계획도시로, 도시의 녹지 비율이 무려 40%에 이른다.

주택과 건물의 디자인까지 시에서 통제할 정도로 철저한 계획도시다.

엽서에 나올 법한 그림처럼 아름다운 풍경, 연중 습기 없는 온화한 날씨 덕분에 부유층이 선호하는 주거지다.


“한국 연예인들이 이곳에 많이 거주한다는 뉴스를 본 것도 같고....‘’


류지호가 한국말로 중얼거렸다.

조수석 앉아 있는 도널드가 고개를 돌려 뒷좌석의 류지호에게 물었다.


“뭐라고 하셨습니까?”

“간간이 한글 간판이 눈에 띠어서요.”

“최근 한국계들이 돈 좀 벌어 성공하면 오렌지카운티로 많이들 집을 옮긴다고 합니다. LA나 샌디에고의 중산층들이 대부분이 그렇지만 말입니다. 신도시 특성상 꾸준히 인구가 유입되고 있습니다. 방대한 도시 면적이 비해 인구 10만 명을 넘진 못하지만, 신도시 시민들의 연령이 매우 젊습니다. 특히 백인 다음으로 아시아계가 많은데, 한국계의 이주가 눈에 띠게 늘고 있는 지역입니다.”


류지호가 한인 커뮤니티에 크든 작든 연결되어 있기에 도널드 제이콥은 따로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정보의 수집·분석·해석에 집착하는 것이 직업병 같기도 하고.

간혹 도널드 제이콥이 만물박사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한인타운도 있겠네요?”

“LA 한인타운처럼 대단지로 모여 있지는 않고, 시내 중심가를 중심으로 몇 군데 상점들이

모여 있는 편입니다.”

“지난 노스리지 지진의 피해는 없고요?”

“샌퍼난도 밸리 지역보다 피해는 크지 않습니다. 현재는 안정을 찾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남가주에도 금전적 지원과 인력파견 등을 전개해서 보스의 명성이 대단합니다.”

“무슨 명성이에요. 내 이름을 거론하지 말고, 회사 이름으로 움직이라니까.”


매튜가 끼어들었다.


“JHO의 명성이 곧 보스의 명성 아니겠냐?”


류지호는 서로 얼굴의 금칠하는 것 같아 서둘러 화제를 전환했다.


“이 지역의 주택 가격은 어때요?”

“LA쪽 부촌보다는 저렴한 편입니다. 그리고 아파트먼트, 콘도가 적당히 섞여있기도 하고.”


아파트먼트는 기본적인 주방시스템을 갖추어진 월세 내는 임대 주거공간을 통칭하는 말이고, 콘도는 개인이 소유권을 갖는 주택을 지칭한다.


“아파트먼트의 경우 250~500달러 정도 하고, 냉장고 등 주방시설이 갖춰진 곳은 1,000달러 정도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매튜가 도널드에게 물었다.


“UCLA 캠퍼스까지 차량으로 이동하면 얼마나 걸리지?”

“LA 권역 주변 대도시 대체로 그렇지만 러시아워가 아닐 경우 1시간 안쪽 거리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맷, 난 이사 생각이 없어.”

“JHO Company 자회사 직원들도 오렌지카운티에 많이들 거주하고 있습니다. 보스.”


자회사들 매출과 이익이 크게 증가함으로 해서, 직원들의 연봉인상폭도 컸다.

소득이 늘어나게 되니 직원들은 조금 더 좋은 환경으로 이사할 수 있게 됐다.`


“직원들 가족이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살 수 있다면 그것처럼 좋은 것도 없죠.”


매튜가 선글라스를 쓰며 창밖을 내다봤다.


“일 년 내내 화창하고 햇볕이 쨍한 도시에 Snowstorm이란 이름을 건 회사가 위치했다니, 재미있네.”

“그쪽 분야에도 조금 엉뚱한 사람들이 많은 편이지.”


류지호를 태운 차량이 어바인 북부의 비즈니스 파크 지역에 들어섰다.

계획도시답게 405번 고속도로를 중심으로 조밀하게 깔려 있는 격자형의 대규모 간서도로가 상당히 인상적인 지역이다.


“넓고 시원한 도로망 체계로 인해 어바인 비즈니스 콤플렉스에는 도로가 막히거나 소통상태가 불량한 과밀혼잡이란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아직 도시 개발이 다 끝나지도 않았다면서요?”

“이미 60년대 도시의 마스터플랜이 완벽하게 마련되어 있어서 흔들림 없이 도시 개발을 진행할 수가 있다고 합니다.”

“나도 나중에 이런 계획도시 하나 세워 볼까?”


매튜가 심드렁하게 물었다.


“부동산개발에도 관심이 있어?”

“나중에 JHO 산하 기업들의 IP를 활용해서 테마파크를 만들어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대규모 위락시설도 나쁘지 않지. 단 미국 말고.”

“......?”

“북미는 테마파크 비즈니스가 포화상태일 걸?”

“그런가.....”


어바인 비즈니스 파크에서도 벤처기업들이 주로 모여 있는 지역.

가까운 미래 세계 최고 게임 스튜디오가 될지도 모를 Snowstorm Entertainment의 사무실이 입주해 있는 건물로 류지호 일행이 들어섰다.

올 초까지만 해도 직원이 스물 남짓이라고 하더니, 가을로 접어든 현재는 작업공간이 모자랄 정도로 직원이 넘쳐났다.

직원들 사이에 UCLA 기숙사 룸메이트 스티브 에이커의 모습도 보였다.


“마이클.”

“헤이. Jay!"


류지호가 졸업생은 아니지만, 어쨌든 마이클 모하임과 UCLA 동문이나 마찬가지다.

나이 차이도 몇 살 나지 않는다.

딱딱한 호칭을 부르는 것보다 친구처럼 지내기로 했다.

그것이 미국문화와도 맞았고.


"사무실이 너무 비좁은 거 아니야?”


실리콘 & 시냅스의 창립멤버이자 현 Snowstorm의 CEO이 마이클 모하임이 특유의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오크와 휴먼> 출시 때문에 최근 인력보강 좀 했어.”


Snowstorm 창립멤버 세 사람은 몇 달 전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 <오크와 휴먼> 데모를 가지고 참여했다.

아직은 CES가 세계 최대 규모의 전자박람회는 아니지만, 미국 내에서는 제법 큰 규모의 행사다.

그곳에서 <오크와 휴먼> 데모가 관람객들로부터 큰 호평을 받았다.

바로 실시간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의 전성기를 이끌게 될 <워크래프트> 시리즈의 출발이었다.


“직원 수 가지고 뭐라고 하는 게 아니라, 직원들 업무환경이 열악한 걸 지적한 거야.”

“그게... 개발비도 빠듯해서 말이지.”

“일단 계약부터 마무리 하고.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는 걸로 해.”

“좋지.”


JHO Company 주요 인사와 Snowstorm Entertainment 경영진이 작은 회의실에서 마주했다.

양측의 법률대인들이 조율하고 최종적으로 작성된 계약서를 꺼내놓았다.

Snowstorm Entertainment가 JHO Company 산하기업이 되는 역사적인 날이다.

올 초 Snowstorm 창립멤버와 주요 개발자들은 회사명을 변경하는 것과 더불어 안정된 자금조달을 위한 방안에 대해 격렬한 토론을 벌였다.

때마침 교육용 소프트웨어업체 D&Associates가 매입 의사를 제안했다.

처음에는 회사를 망칠까 봐 거절하던 세 명은 메인 투자자인 류지호에게 의견을 물었다.

류지호 역시 인수하겠다는 뜻 밝혔다.

금액은 총 750만 달러.

D&Associates가 제시한 금액보다 100만 달러가 많았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나와 JHO는 Snowstorm 경영에 직접 관여하지 않을 거야. JHO가 모회사니까 지분의 과반을 훨씬 넘기는 주식을 인수하겠지만 게임 개발은 Snowstorm이 알아서 하도록 해.”

“우린 Jay를 믿어.”


회사 지분은 JHO Company가 79%, 나머지는 창립멤버 세 사람의 몫으로 정리됐다.

서류에 서명을 마친 류지호와 마이클 모하임과 악수를 나눴다.


“이런 역사적인 날, 파티라도 열어야 하는데....”


창립멤버 프랭클린 피어스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며 말끝을 흐렸다.


“워크래프트 출시일이 언제야?”

“11월 23일.”

“아직 시간 많잖아. 하루 정도 모든 직원들이 놀아도 되는 거 아냐?”

“내년에 ‘저스티스 리그 태스크포스’와 ‘데스 앤 리턴 오브 슈퍼맨’을 줄줄이 출시해야 한다고. 축배는 ‘오크 앤 휴먼‘을 출시하고 해도 늦지 않아.”

“독재자!”

“아첨꾼!”


알렌 에이든, 프랭클린 피어스가 대뜸 마이클 모하임을 구박했다.


매튜 그레이엄이 Snowstorm 창립멤버 삼인방을 진정시켰다.


“이봐. 괴짜들 싸우지 말라고. 내가 이미 근사한 장소를 빌려놨어. 내일 일은 내일 고민하고 오늘은 먹고 마시고 신나게 놀아보자.”

“오오. 누구와 달리 센스가 있군.”


알렌 에이든이 회의실을 빠져나갈 듯 엉덩이를 들썩였다.


“애들에게 당장 하던 일 때려치우라고 말한다?”

“다들 하던 일이 있을 테니까, 앞으로 두 시간 후에 모든 업무를 종료하는 걸 하자.”

“오케이!”


후다닥.


알렌 에이든이 회의실을 박차고 나갔다.


“‘오크와 휴먼‘ 한 번 해봐도 돼?”


류지호의 요청에 마이클이 기꺼이 자신의 컴퓨터로 안내했다.

도스로 돌아가는 ‘오크와 휴먼‘는 처음 몇 분 동안만 추억을 선사했다.

단순한 조작성 때문에 상당히 불편했다.

10분 정도 추억에 젖어 게임을 가지고 놀다가 그만 뒀다.

파티를 벌이기 전까지 류지호와 매튜, Snowstorm 삼인방이 향후 사업 방향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부문의 트라이-스텔라 및 파라맥스와 VFX 회사 Hues & Rhythm과 마케팅 부분에서 협조할 수 있는 부분은 하도록 해줄게. ‘오크와 휴먼’ CD제작과 유통 부분에서 JHO의 자회사 IVE Entertainment와 논의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궁극적으로는 Snowstorm 자체적으로 게임 유통을 할 수 있어야겠지만.”

“’오크와 휴먼’에 기대를 걸고 있어. 아마 크게 한 방 터트려 줄 거야.”

“개발비 모자라면 50만 달러 더 지원해 줄 수 있어.”

“바라던 바야. 우리 실력을 제대로 보여주겠어!”


알렌 에이든이 기대감을 품은 표정으로 물었다.


“혹시 우리가 만든 게임을 영화로 만들어 줄 수 있어?”

“물론이지.”

“예스!”

“예~”


삼인방이 어린애처럼 좋아했다.


“단 게임이 크게 흥행을 해야겠지.”


Snowstorm은 시네마틱 동영상 퀄리티가 매우 높은 것으로 정평이 나게 된다.

게임 스토리 역시 탄탄한 편이고.

비록 세계관이 엄청나게 방대해지면서 설정 충돌과 디테일의 모순 등으로 팬들에게 원성을 듣기도 하지만, 초반 게임 스토리는 꽤 호평을 받는다.

이전 삶에서는 온갖 나쁜 물들이 다 들어서 망조가 들었지만, 그 같은 물이 들기 전까지는 오로지 게이머를 위한 콘텐츠를 만드는 개발사였다.

망조가 똑같이 들게 될지, 혹은 들지 않게 될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는 일.

벌써부터 노파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


‘Snowstorm에게 부족한 것이 뭐가 있을까.....?’


류지호는 ‘엘더스크롤‘이라는 게임이 불현 듯 떠올랐다.

VR 콘텐츠로 개발해도 될 만큼 엄청난 스케일과 방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했다.

개발사가 어딘지는 모른다.


‘스타도 있고 와우도 있으니까.’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

괜히 잘하는 사람들에게 조언이랍시고 툭툭 아이디어를 던지다보면 배가 산으로 갈 수도 있다.


‘타임리도 인수해야 하고 게임 콘텐츠는 Snowstorm으로 충분해. Hues & Rhythm만 PIXART처럼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로 변신시킨다면 20년은 문제없겠지.’


이번 인수합병은 류지호보다 Snowstorm에게 행운일지 모른다.

류지호는 게임에 대해 쥐뿔도 모른다.

다만 류지호의 경영철학이라고 할까 원칙 중에 빠른 피드백과 그에 대응하는 기민한 행동을 중요하기 여기는 점이 Snowstorm에도 분명히 영향을 미칠 것이란 사실.

트렌드에 민감성이 높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유저(소비자) 피드백과 빠른 업데이트가 살 길이다.

변방 중에 변방이었던 한국 콘텐츠가 글로벌화에 성공한 요인 중에 하나가 바로 피드백과 빠른 대응(온라인게임 빼고)이었다.

인터넷과 SNS가 일상화된 시대에는 유저들의 생각과 흐름을 정확히 읽고 곧바로 반영하기 위해 애쓰지 않으면 ‘빠’가 ‘까’로 돌변하는 것이 한순간이다.

그런 면에서 류지호가 확고한 원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향후 게임 업계의 변혁이 일어날 때마다 Snowstorm이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해 줄 터.


“무슨 생각해?”

“.....응?”

“가자. 모두 기다리고 있어.”


상념에서 벗어난 류지호가 매튜와 함께 파티 장소로 이동했다.

오후에 시작한 파티는 자정까지 이어졌다.

올 초에 입사했다는 빈스 멧젠(Vince Metzen)이 자신이 속해있던 밴드까지 불러와 미니 콘서트를 열었다.

참고로 현재 빈스 멧젠은 아직 성년도 되지 않았지만, 2~3년 후부터 두각을 나타내 Snowstorm의 주요 프랜차이즈 시리즈의 세계관 정립을 주도하게 된다.

현재는 밴드 활동을 하다가 친구의 소개로 Snowstorm에 입사한 풋내기 그래픽 디자이너 일 뿐이다.


지징지징. 지지지징.


류지호의 귀에 익숙한 기타 리프가 들렸다.


[Under the lights where we stand tall.]

(불빛 아래 우리는 당당히 서서)


큭큭.


류지호가 낄낄거렸다.

빈스 맷젠의 밴드가 판테라의 유명한 헤비메탈곡 ‘Cowboys from Hell’을 연주했기 때문이다.

누구 하나 괴짜가 아닌 이가 없는 곳이 현재의 Snowstorm이다.

밴드 연주에 맞춰서 모두가 미친 듯이 헤드뱅잉을 하거나 제자리에서 방방 뛰기도 하고 서로 몸을 거칠게 부딪치는 등 난리도 아니다.


[But better not take it out on me. Cause a ghost town is found where your city used to be.]

(내게 그걸 꺼내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왜냐하면 너희 도시가 있던 곳에 유령마을이 만들어 질 테니까.)


광란의 현장의 한 가운데서 류지호는 생각했다.

영화를 여유롭게 찍으려고 사업에 관여하고 있다.

언젠가부터 그 길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폭주열차가 궤도를 이탈하지 않기 위해 쉬지 않고 달리는 것처럼.


‘이것까지만 해놓고 그만.’

‘요것만 마치고 나면 한숨 돌릴 수 있을 거야.’


그런 생각으로 지금까지 쉼 없이 달려왔다.

그때그때 이것만 끝내면, 이 정도 해놓으면, 그런 마음으로 일을 벌이고 나면 또 다시 새로운 기회들이 계속해서 튀어나오곤 했다.

이번에 Snowstorm Entertainment 인수합병도 그랬다.

딱히 자회사나 계열사로 받아들일 생각까지는 없었다.

헌데 노스리지 지진으로 실리콘밸리 투자가 잠시 주춤하면서 여유자금이 쌓여 있는 JHO Company 사정과 자금부족을 겪고 있는 Snowstorm의 처지가 맞아떨어졌다.

굳이 지분을 팔겠다는데 마다할 이유도 없고.

JHO Company는 궤도 위에 올라서서 달리는 열차다.

열차에서 뛰어내릴 것이 아니라면, 종착역에 다다를 때까지 계속 달려야 했다.

그렇다고 폭주열차에 올라 탄 것을 류지호는 후회하지 않았다.


[Step aside for the cowboys from hell!]

(지옥에서 온 카우보이에 길을 비켜라.)


류지호는 Snowstorm의 괴짜 게임 개발자들과 함께 ‘Cowboys from Hell’을 목청껏 따라 불렀다.


작가의말

무더운 날씨에 건강 유의하시고 건강한 하루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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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4 Collapse. (6) +6 22.08.08 5,232 161 24쪽
243 Collapse. (5) +4 22.08.06 5,293 158 25쪽
242 Collapse. (4) +6 22.08.05 5,250 167 22쪽
241 Collapse. (3) +10 22.08.04 5,276 163 27쪽
240 Collapse. (2) +9 22.08.04 5,065 144 23쪽
239 Collapse. (1) +7 22.08.03 5,412 165 23쪽
238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개놈이라니까! (5) +8 22.08.02 5,255 169 22쪽
237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개놈이라니까! (4) +6 22.08.01 5,315 163 22쪽
236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개놈이라니까! (3) +7 22.07.30 5,423 156 24쪽
235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개놈이라니까! (2) +2 22.07.29 5,331 160 24쪽
234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개놈이라니까! (1) +5 22.07.28 5,531 148 26쪽
233 대박 축하한다! (2) +5 22.07.27 5,693 152 24쪽
232 대박 축하한다! (1) +10 22.07.26 5,612 156 21쪽
231 OK할 때까지..... +7 22.07.25 5,417 151 25쪽
230 배고픈 놈이 이긴다. (4) +14 22.07.23 5,485 168 26쪽
229 배고픈 놈이 이긴다. (3) +9 22.07.23 5,165 135 21쪽
228 배고픈 놈이 이긴다. (2) +7 22.07.22 5,388 158 22쪽
227 배고픈 놈이 이긴다. (1) +10 22.07.21 5,548 166 26쪽
226 후회가 남지 않게! (3) +4 22.07.20 5,551 162 28쪽
225 후회가 남지 않게! (2) +10 22.07.19 5,646 151 27쪽
224 후회가 남지 않게! (1) +7 22.07.18 5,721 162 26쪽
223 나만 잘 먹고 잘 살려는 게 아닙니다. (3) +4 22.07.16 5,773 155 22쪽
222 나만 잘 먹고 잘 살려는 게 아닙니다. (2) +6 22.07.15 5,607 159 22쪽
221 나만 잘 먹고 잘 살려는 게 아닙니다. (1) +5 22.07.14 5,566 171 21쪽
220 예전의 내가 아닙니다. (3) +5 22.07.13 5,771 170 28쪽
219 예전의 내가 아닙니다. (2) +4 22.07.12 5,705 167 27쪽
218 예전의 내가 아닙니다. (1) +2 22.07.11 5,841 160 23쪽
217 우리 실력을 제대로 보여드리죠! (4) +4 22.07.09 5,831 144 24쪽
216 우리 실력을 제대로 보여드리죠! (3) +4 22.07.08 5,773 164 23쪽
» 우리 실력을 제대로 보여드리죠! (2) +6 22.07.07 5,837 169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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