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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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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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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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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쪽

Collapse. (4)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지난 토요일 밤 11시 40분에 방영된 <강현길과 사람들>에 한국인으로서 할리우드에서 당당하게 활동하고 있는 류지호가 초대 손님으로 출연했다. 류지호는 할리우드와 한국 영화계 모두에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하는 인물로 그가 출연한다는 것만으로도 큰 화제가 됐다. 강현길의 식견 높은 질문에도 당당하게 자신의 생각을 밝힌 류지호는 나이답지 않은 명석함과 미국식 유머를 곁들여 1시간 내내 시청자를 궁금함을 해소해 주었다. 이번 방송에서는 지금까지 알려진 개인적인 차원의 얘기를 뛰어넘어 대중문화에 대한 현대인들의 취향까지 점검하면서 수준 높은 토크쇼를 선보였다. 실제 류지호의 화제성은 프로그램 방영 2년여 만에 시청률을 최상위로 끌어올리는데 적지 않은 기여를 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한미 양 국가에서 가장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는 류지호를 초대하여 그를 해부하겠다는 기획은 상당한 효과를 톡톡히 누린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 날 방송에서 류지호는 진행자의 진지한 질문에 한 치의 오차도 없는 또렷한 주관을 밝히는 한편 자신이 추구하는 영화세계에 대한 논리 정연한 설명도 곁들이는 등, 해박한 대중문화에 대한 식견을 드러냈다. 연예인이 아님에도 대중문화계 우상이 된 24살 청년에 대한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줌으로써 좀 더 일반 대중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됐다. <강현길과 사람들>은 성인을 대상으로 한 심야 토크쇼다. 일반적인 토크쇼가 청소년이 열광하는 대중스타들을 초대해 신변잡기만 늘어놓으며 전파를 낭비하는 것과 달리 대중스타의 가치관과 철학까지 들여다 볼 수 있는 이런 프로그램이 많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대중문화 우상 만들기가 사회 각 분야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한 사람의 스타가 탄생하면 온 매체들이 다투어 인터뷰를 하고 광고업자들은 억대의 모델료를 지불하면서 우상 만들기에 나선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 사회는 그들의 대한 검증과 여과장치가 없다. 출연자가 불편할 수도 있는 질문을 눈치 보지 않고 할 수 있고, 또 그에 대한 답변을 출연자가 명확하게 할 수 있는 환경의 토크쇼가 더 많이 제작되길 기대한다.]

- 겨례일보 문영식 기자.


각종 매스컴에서 출연 섭외가 왔다.

그 중에 가장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주영진 쇼>도 있었다.

류지호가 거절했다.

그 대신 교양 프로그램적인 성격이 강하면서 성인 대상 심야 토크쇼인 <강현길과 사람들>에 출연했다.

이 토크쇼는 정치, 연예, 문학, 건축계 등 각 분야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들을 초대해 사생활부터 전문적인 분야까지 다뤘다.

이번 한국 방문에 맞춰 출연한 것이 아니다.

올 초에 진행자 강현길이 직접 LA를 방문해 하루 동안 사전 녹화를 진행했다.

비서실과 조율 후 영화 <Collapse> 개봉에 맞춰 방영되었다.


“미국식 유머는 뭐야?”


류지호의 투덜거림에 황재정의 삐딱하게 대꾸했다.


“네 개그가 재미없었다는 걸 우회적으로 비꼰 거 아니겠냐?”

“개그 친 적 없는데?”

“쳤어.”

“안 쳤어.”

“그래, 안 친 걸로 할게.”

“진짜 안 쳤다니까. 난 진지하게 토크쇼에....”

“그러니까 재미없지. 시사대담 프로 나갔냐? 진지하게 임하게?”

“남은 일정 확 다 취소한다?”

“맘대로 하세요, 의장님.”

“진짜? 취소해도 돼?”

“되겠냐?”

“안되겠지?”

“이틀만 고생해라. 미국 들어가면 비서실에서 다 커트할게.”

“커트가 돼? 사방에 얼굴 다 팔았는데?”

“미국까지 찾아갈 매체가 얼마나 되겠냐?”

“특파원들도 있는데?”

“제이콥 실장이 커트 할 거야. 한국에서 입맛에 맞는 매체 몇 군데 인심 쓰는 척하면서 미국관광 시켜줄게. LA에서 밥이나 사 먹이고 보내라.”

“화장 진하게 한 거 보여주다 생얼 나오면 사람들 엄청 실망하는데....”

“뭔 개소리야?”

“내가 찍은 영화가 형편없으면 거품이네 뭐네 엄청 까댈 걸?”

“걱정도 팔자다.”

“그러냐?”

“실력이면 실력, 돈이면 돈, 사람이면 사람, 네가 부족한 게 뭐냐? 다 가진 놈아!”


흐흐흐.


류지호가 웃으며 황재정을 껴안았다.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다, 친구야!”

“징그러 새꺄!”


황재정이 질색하며 류지호를 떼어내려 발버둥 쳤다.

김재욱이 한심한 표정으로 두 친구를 나무랐다.


“야, 체통 좀 지켜.”


킥.


주변에서 웃음을 참는 소리가 들렸다.

류지호는 부모님, 지인들과 함께 가온웨딩의 예식홀에 와 있다.

마침내 신효정 변호사가 노처녀 딱지를 떼는 날이다.

신부가 제법 잘 나가는 변호사다.

신랑 역시 만만찮은 사회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

때문에 하객들 면면이 범상치 않았다.

류지호의 참석이 주목을 끌지 못할 정도로.


“드디어 시집가네. 우리 신변.....”

“방탄유리보다 더 단단한 한국의 법조계 유리천장을 뚫을 자신이 없대.”

“법률사무소 덩치를 키우고 있다며?”

“배신하지 않을 똘똘한 남자와 결혼해서 바지사장으로 앉혀놓고 자신은 주물딱주물딱 하지 않겠냐?”

“신변 성격에 그럴 리가?”

“아무리 서울대·하버드 라인에 미국변호사 라이선스가 있으면 뭐하냐? 서울대 50대 경상도 남성 아니면 법조계에서 기침도 못하는데.”

“신랑은 뭐 하는 사람이야?”

“몰라?”

“판사 출신이라는 것 밖에는.”

“너처럼 천재과인 가봐.”

“......?”

“법대 2학년 때 한 번에 사시에 붙고, 재미 삼아서 행시를 봤는데 그것도 붙었대. 법조계에서 평판도 나쁘지 않고. 대법관 일 순위였다고 하더라.”

“근데 왜 법복을 벗었어. 신변이 꼬신다고 넘어갔을 리는 없고.”

"과중한 업무 때문에 지병을 얻었다나봐."

“술병 아니고?”

“엄청 성실한 스타일이라던데?”

“우리나라에 병을 얻을 정도로 열심히 일하는 법관이 있는지 몰랐네.”

“사회지도층이나 고위 공직자가 다 부패기득권이면 이 나라가 거덜 나도 진즉 거덜 났겠지.”

“그렇긴 하지만... 앞으로 법무법인 다온은 신변의 남편 중심으로 돌아가는 거야?”

“그렇게 되겠지.”

“다온을 최고의 법무법인으로 키우기는커녕 괜히 남편 병수발만 드는 거 아냐?”

“그 정도는 아니고.”

“세 개 법률사무소가 합병하면 변호사가 총 몇 명이 되는데?”

“50명 조금 넘나 봐.”

“그 사이즈면 대략 어느 정도 위치가 되는 거야?”

“대략 7~9위 권.”

“M&A 특화?”

“아마도....”

“가온GP, 산동회계법인, 다온법무법인 삼각 축을 이루는 건가....?”


M&A 시장 역시 생태계가 존재한다.

거래 중개인 역할을 하는 금융자문 분야에서 스탠리모웬, 골드만애거스 같은 전통적인 투자은행 및 증권사가 있고, 법률자문으로 로펌들이 참여하며, 경영컨설팅 기업, 회계법인, 마지막으로 인수금액을 조달할 수 있는 금융기관 역시 생태계의 한 축을 이룬다.

다온법률사무소는 류지호와 해외전문가들이 경고하는 아시아 금융위기에 대비해서 한국의 M&A 시장 생태계를 선도할 원대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적어도 G&P, JHO, 가온이 관계된 한국기업의 M&A 만큼은 절대 포기할 수 없었기에.

암튼 전직 판사와 중견 법률사무소의 대표변호사가 결혼식을 올리기 때문인지 법조계 인사들이 하객으로 상당히 많이 참석했다.

다온 법률사무소의 신동혁 변호사가 마치 수행원처럼 류지호를 졸졸 따라다니며 주요 인사들을 소개시켰다.


“처음 뵙습니다. 김철호 변호삽니다.”

“반갑습니다. 류지호라고 합니다.”


신동혁 변호사가 김철호 변호사의 이력을 잠시 읊었다.


“김 선배님은 3년 전에 공안부장을 지내시다 나오셔서 개업을 하셨는데. 올 초에 저희가 삼고초려를 해서 모실 수 있었습니다.”


전관 약발이 막 빠질 즈음에 합류한 것이다.

류지호는 알고도 모른 척 의례적으로 말했다.


“앞으로 가온과 WaW 그 외 사업체들에 많은 도움 부탁드립니다.”


신효정은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캐서린 & 윌슨 로펌과의 제휴를 무기로 자신의 법률사무소에 전관 숫자를 차곡차곡 늘려가고 있다.

대표변호사가 여성이라는 약점은 하버드 대학 동문 중 가장 고참 변호사를 대표로 내세워 명문 고등학교-서울대-아이비리그 라인을 구축하는 한편 김철호 같은 전관을 스카우트 해 진용을 갖추고 있다.

한국의 법률시장이 개방되려면 한참 멀었다.

때문에 캐서린 & 윌슨과는 업무제휴 형식으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김철호 변호사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뒤에서 류지호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여왔다.


“의장님....!”


류지호가 고개를 돌려 자신을 부른 상대를 확인했다.

이희경 상무와 함께 웨스트우드 사무실을 찾아 왔던 오성물산 박충식 상무다.


“이런 곳에서 또 보게 되네요.”

“아...네.”


어딘지 태도가 어색하다.

어려워하는 눈치다.

전과 비교해 완전히 다른 사람 같았다.


“일전에는 제가 오만방자했습니다. 죄송합니다. 혹시 노여우셨다면....”


류지호가 손을 들어 말을 막았다.

나이 많은 사람이 이렇듯 공개된 장소에서 젊은 사람에게 굽실거리는 모습이 좋게 보일 리 없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나는 잘 모르니 화가 날 일도 없습니다.”


류지호가 대수롭지 않게 말하자 박충식은 체통도 잊은 채 더욱 굽실거렸다.


“감사합니다. 일간 따로 찾아뵙고 제대로 된 인사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몇 주도 안 돼서 태세가 바뀐 이유를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최고위층 귀에 박충식의 실수가 전해졌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어쩌면 회장 앞에 불려가 크게 꾸지람을 들었을 수도 있다.


“미국 출장길에 잠시 들르는 것이라면 모를까... 일부러 웨스트우드까지 먼 걸음 하진 마세요. 오겠다면야 대접은 소홀하지 않을 테지만.”


오성 가문의 직계손녀인 이희경 상무라면 모를까.

이자는 뱀의 머리조차 되지 못하는 인사다.

이어질 인연이 아니다.


“그럼 나중에 뵙겠습니다. 즐거운 시간 보내십시오.”


끝까지 깍듯한 태도를 유지하며 박충식이 물러났다.

그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던 황재정이 이죽거렸다.


“암튼 똥인지 된장인지 꼭 찍어 먹어 봐야 아는 인간들이 있어요. 어디 가나 똑똑하다는 말 듣는 사람들이 더 바보 같을 때가 있다니깐.”


황재정의 말을 들어서였을까.

김철호 변호사가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류지호 앞으로 현직 후배 법조인들 데리고 와서 인사를 시켜주었다.


“여기 최 검사는 현재 공안3과장입니다. 왜, 예전에 의장님이 찍은 단편영화로 시비를 걸려고 했던 검사 있었잖습니까. 그때 그 검사가 이 친굽니다.”


공안과장이 인상을 구기며 한 마디 했다.


“선배님은 철지난 옛날이야기를 왜 끄집어내고 그러십니까?”


류지호가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잊은 지 오래입니다.”

“당시에 공안부에서 류 의장님이 뭐하는 사람인지 궁금해서... 내가 총대 메고 조금 파보다 말았어요. 업무가 업무이다 보니까. 의례 있는 일이니 너무 고까워하지 말아요.”


사람이 궁금하다고 검찰에서 조사를 하는 법은 없다.

접대를 받으면 받았지.

당시에는 일종의 ‘신흥재벌 길들이기’로 의견이 모아졌다.

미국의 유명한 가문과 인연을 맺고 있는 어린 사업가에게 미리부터 누가 더 힘센 사람인지 각인을 시키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어차피 대한민국 상위 1%의 기득권끼리는 어떤 식으로든 네트워크가 맺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누가 더 상위인지 인식시키는 것이라나.

동물의 왕국도 아니고.


“앞으로 친하게 지냅시다. 류 의장님.”

“예.”


친하게 지내자는 이야기는 보통은 ‘뇌물 좀 먹여봐라‘ 그런 의미로 해석하면 된다.

단편영화 <Help Me, Please>를 촬영할 때 날파리가 꼬인 적이 있었다.

그때는 장문식이란 건달 인맥을 사용했다.

앞으로는 대왕 똥파리가 윙윙거리게 될지 모른다.

법률가들을 동원한다고 해서 대왕 똥파리를 박멸하진 못할 것이다.

더러워서 피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법조인들이 모여 있는 모습을 보며 류지호는 약육강식의 야생을 느꼈다.


‘억울하면 출세하라!’


류지호는 그 말을 곱씹으며 부모님을 모시고 뷔페로 향했다.

대검찰청 공안3과.

남북교류협력 관련, 보안관찰법에 의한 보안관찰처분에 관한 사항, 노동관련 사건, 학원관련 사건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며 또한 사회·종교·정치 등 단체 관련 공안사건 및 집단행동관련 사건, 테러사건, 출입국 관련 사건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는 부서다.

공안1과는 국가 안보와 관련한 대공사건, 공안2과는 선거사건을 주로 담당한다.

참고로 대검 공안부가 탄생한 것은 1973년 1월 25일이다.

그보다 12년 전인 1961년 4월 발족한 중앙수사국이 공안 분야 업무까지 처리했던 만큼 법조계에선 이를 사실상 공안부의 전신으로 보고 있다.


“누가 찔렀었나.... 그때?”

“그냥... 인지수사였죠.”


공연윤리위원회에서 공안관련 사건으로 고발을 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건수가 될 만해 보여서 쑤셨다고 보는 것이 맞았다.

만만한지 아닌지는 ‘조져‘보면 답이 나올 것이고.


“겨우 단편영화에서 518 슬쩍 언급했다고? 영화적인 은유일 뿐이잖아.”

“시국이 시국이다 보니....”

“저 친구가 나이만 어리지 자본주의 최전선인 월가에서 플레이하고 있어. 그런 친구가 불온한 빨갱이 사상을 가졌을 리가 있겠어?”

“좌파색이 너무 짙었다니까요. 충분히 반정부성향을 의심해 볼 수 있었어요.”

“좀비 영화가 언제부터 좌파였어?”

“아시잖습니까? 우리는 헌법 최고 가치인 자유 민주주의 체제를 지키는 파수꾼이라는 걸.”


지랄하고 앉아 있네.

라고 김철호는 야유를 보낼 뻔했다.

김철호 본인도 한때 공안부 검사였다.

최고위직까지 올랐었다.

자유민주주의 수호 같은 거 없다.

권력자 혹은 부자로 향하는 직행티켓을 받는 코스가 공안부 검사다.

검사복을 벗으면 고위관료, 대기업 법률팀, 대형 법률사무소, 정치권, SKY대학 강단 등.

어디든 갈 수 있다.

서로 모셔가려고 난리도 아니고.

기를 쓰고 공안검사가 되려고 하는 이유다.

암튼 권위주의 정권에서 공안검사들은 국가보다 정권의 안위를 더 중시하는 '정치검찰' 노릇을 했다.

반정부 성향의 인물은 철저하게 가려내 본때를 보여주는 것이 주된 업무였다.

그 판단은 검사가 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인이 했다.

아직 검찰은 정치인의 통제 안에 있었다.


“류 의장 후견인에 대해 몰랐어?”

“누구요?”

“파커 필드라는 글로벌 농업기업 명예회장.”

“그때는 그것까지 파악하지 못했죠.”


한국의 엘리트들은 파커와 그레이엄 가문의 회사가 정확히 뭘 하는지 알진 못한다.

다만 거물인 것은 안다.

월스트리트저널, 포브스 같은 미국 경제지를 읽다보면 툭하면 언급되는 가문이니까.


“도대체 뭐하는 놈입니까? 진짜 정체가 뭐에요?”

“한국에서는 웨딩업과 영화업이 주력이고, 미국에서 할리우드 중급 영화사와 보안업체를 소유한 투자회사의 최대 주주.”

“서른도 안 된 나이에 그게 가능합니까? 혹시 누구 사생아에요? 기업 쪽입니까 관료입니까?”

“파본 거 아니었어? 그런 거 없어. 고등학교 때부터 사업을 시작한 평범한... 아니 조금 특이하고 특별한 청년이야.”


국내에서 류지호를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곳은 안기부다.

LA총영사관에서 동향정기보고가 수시로 들어갈 정도로 VVIP 대접을 받고 있다.

당연히 청와대 고위급도 알고 있다.

그 다음으로 대한민국의 모든 정보가 모이는 곳이 바로 검찰이다.

뚜렷한 범죄 사실이 없어도 류지호에 대한 정보가 차곡차곡 검찰 캐비닛에 쌓여가고 있다.

그런 정보들이 오성, 경일, 금성, 선경 등 재벌 쪽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류지호가 제조업 쪽으로 관심을 보이는 순간 그들로부터 엄청난 견제가 들어올 터.

아직은 관망만 하고 있다.

류지호의 사업분야와 영향력이 그들의 이익을 침해하고 있지 않았으니까.


“나중에 이병길이나 정진영 회장처럼 일가를 이룰 수도 있어. 세계적인 기업의 오너가 뒤를 봐주고. 미국 정관계에도 나름 인맥도 탄탄한 것을 보면.”


까불지 말라는 협박이 아니다.

줄타기를 잘 고민해보라는 충고다.

검찰출신 선배로서.


“......”


검사는 아무나 기소할 수 있다.

아니 유일하게 검사만 기소할 수 있다.

법도 자기 마음대로 가져다 붙일 수가 있다.

견제도 받지 않는다.

털어서 먼지 안 나오면 먼지를 만들어 낸다.

그들에게 찍히면 도저히 빠져나갈 방법이 없다.

그것도 검사복을 입고 있을 때다.


후우.


공안과장이 내심 안도했다.

국가보안법으로 류지호를 건드리지 않은 것은 잘 한 것 같았다.

미국의 거물이 뒤를 봐준다고 해봤자 그들이 한국에서 뭘 할까마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를 필요는 없는 법.


‘......’


공안과장이 선배 김철호 변호사를 힐긋 쳐다봤다.

공안부 검사시절부터 인맥 질에 매우 능했던 인물이다.

그런 약싹 빠른 인물이 정치권이나 다른 대형 로펌의 러브콜을 마다하고 신효정에게 갔다.

그쪽의 네트워크에서 뭔가를 봤다는 거다.

부장검사 못 달 것이라면.

영원히 공안부 검사 해먹을 것도 아닌데.

10대 재벌대기업의 법무팀으로 스카우트 될 것이 아니라면.

자신을 필요로 하고, 자신도 할 일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곳에 의탁하는 것이 좋다.

이제 이십대 중반의 청년이지만, 할리우드 중급 스튜디오를 소유하고 있다.

미국에서 2~3위를 다투는 보안업체도 가지고 있다.

월가의 중소규모 헤지펀드 중에서는 톱급의 투자회사도 소유하고 있다.

한국에서 인맥이랄 것이 전혀 없다는 것이 약점이다.

그것은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다.

다 떠나서, 미국 쪽 후견인들이 너무나 거물이다.

제 발에 걸려 넘어지지만 않는다면, 20년 후에는 재벌의 한 자리를 차지할 수도 있다.

그런 청년의 모든 법률적 문제를 도맡아 처리하는 곳이 다온 법률사무소다.

이참에 의탁할 곳 후보라고 생각하고 미리부터 한 다리 걸쳐 놓는 것이 좋다.


“죄송해요. 먼저 좀 가볼 게요.”


이 사람 저 사람 하도 인사를 시켜줘서 식사는커녕 오랜만에 보는 이들과 대화도 제대로 나누지 못할 지경이다.


“밥은 먹고 가지....”

“저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불편해지네요.”

“비서들에게 이야기해서 간식이라도 꼭 챙겨먹고.”

“예. 아버지.”


법조계 인사들에게 쉬운 사람으로 보여서 좋을 것이 없다.

말을 섞다보면 원하지 않는 네트워크가 만들어질 수도 있고.

법조계 인맥은 신효정 부부의 다온으로 충분했다.

류지호는 부모님께만 인사를 하고 미련없이 결혼식장을 빠져나왔다.


❉ ❉ ✻


광화문 미국대사관 뒤편 수송동에 위치한 뉴스전문채널 YnTV 사옥.

그곳 로비에서 송일성 기자와 류지호가 만났다.

로비를 빠져나온 일행이 근처 한식당으로 향했다.

광화문 인근에서도 작고 허름한 건물에서 영업 중인 식당에 자리 잡았다.

점심 식사 시간이 한참 지났기 때문인지 손님이 한 명도 없어 무척 한가했다.

주문한 한정식이 나오자, 서로 챙겨주며 다정하게 식사를 시작했다.


“술 한 잔 할래?”

“업무 중 아닙니까?”

“밥 먹는데, 업무는 무슨.....”

“이제 업무가 되실 걸요?”


황재정의 말에 송일성이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청탁 같은 거 하려면 사람 잘 못 찾아왔어. 딴 데 가서 알아 봐.”

“선배님께 청탁할 일이 뭐가 있겠어요.”

“그렇지? 나보다 훨씬 잘 나가는 네가 일개 기자나부랭이한테 뭘 바라겠냐.”


가만히 식사를 하던 류지호가 입을 열었다.


“재정아, 드려.”


황재정이 기다렸다는 듯이 가방에서 제법 두툼한 서류봉투를 꺼냈다.

곧장 서류봉투를 송일성 앞에 놓았다.

송일성은 서류봉투에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대신, 류지호를 똑바로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뭐냐?”

“묻지 말고, 확인 먼저 해 보세요.”

“이거 열었다가 탈나는 거 아냐?”


황재정이 불퉁거렸다.


“무슨 기자란 분이 가리는 게 많아요? 기자는 죽을지 알면서 잿물도 마신다고 하더만.”

“뭐, 인마!”


류지호가 두 사람을 진정시켰다.


“특종은 아니겠지만 한 번 보세요. 그러고 나서 마저 이야기합시다.”

“오랜만에 그 비싼 상판 떼기 내민다 했다. 내가.....”


툴툴거린 송일성이 노란 봉투 안에서 서류를 꺼내, 빠르게 눈으로 훑었다.


“......!”


천천히 서류를 넘기던 송일성의 손이 분주해졌다.

손가락에 침까지 발라가며 페이지를 넘겼다.

송일성은 서류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류지호와 황재정은 가만히 송일성이 서류를 모두 확인할 때까지 기다렸다.


탁.


송일성이 서류를 덮고,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고민스러운 표정으로 류지호를 똑 바로 쳐다봤다.

류지호는 대수롭지 않은 표정을 지어보일 뿐.

송일성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


“진짜냐?”

“안타깝지만.... 전부 사실입니다.”

“그래도 건물이 그렇게 쉽게 무너지겠냐?”

“청주의 우암아파트상가는요, 성수대교는요.”

“이거 죽은 뉴스 아니었어? <PD수첩>도 물 먹은 것 같던데?”


송일성의 미적지근한 반응에 황재정이 끼어들었다.


“아, 선배님이 연예부에 계셔서 힘들겠구나. 친한 사회부 기자 좀 소개시켜주세요.”

“연예부 아냐 인마! 내가 사스마리(사회부 기자)만 몇 년차인데.... 어디서!”

“최근에 지호 기사 쓰셨던데요?”

“이 놈은 경제부, 사회부, 연예부 다 걸쳐 있잖아.”


류지호가 짐짓 발끈했다.


“내가 사회부하고 뭐가 관련 있어요? 나는 법 없이도 살 놈입니다.”


송일성이 장난기를 지웠다.

신중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쉰 소리 집어치우고.....”


류지호 역시 진지한 자세로 돌아왔다.


작가의말

한 주 마무리 잘 하시고 행복한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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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4 Collapse. (6) +6 22.08.08 5,232 161 24쪽
243 Collapse. (5) +4 22.08.06 5,293 158 25쪽
» Collapse. (4) +6 22.08.05 5,251 167 22쪽
241 Collapse. (3) +10 22.08.04 5,276 163 27쪽
240 Collapse. (2) +9 22.08.04 5,065 144 23쪽
239 Collapse. (1) +7 22.08.03 5,413 165 23쪽
238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개놈이라니까! (5) +8 22.08.02 5,255 169 22쪽
237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개놈이라니까! (4) +6 22.08.01 5,316 163 22쪽
236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개놈이라니까! (3) +7 22.07.30 5,423 156 24쪽
235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개놈이라니까! (2) +2 22.07.29 5,331 160 24쪽
234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개놈이라니까! (1) +5 22.07.28 5,532 148 26쪽
233 대박 축하한다! (2) +5 22.07.27 5,693 152 24쪽
232 대박 축하한다! (1) +10 22.07.26 5,612 156 21쪽
231 OK할 때까지..... +7 22.07.25 5,417 151 25쪽
230 배고픈 놈이 이긴다. (4) +14 22.07.23 5,485 168 26쪽
229 배고픈 놈이 이긴다. (3) +9 22.07.23 5,165 135 21쪽
228 배고픈 놈이 이긴다. (2) +7 22.07.22 5,388 158 22쪽
227 배고픈 놈이 이긴다. (1) +10 22.07.21 5,548 166 26쪽
226 후회가 남지 않게! (3) +4 22.07.20 5,552 162 28쪽
225 후회가 남지 않게! (2) +10 22.07.19 5,647 151 27쪽
224 후회가 남지 않게! (1) +7 22.07.18 5,721 162 26쪽
223 나만 잘 먹고 잘 살려는 게 아닙니다. (3) +4 22.07.16 5,774 155 22쪽
222 나만 잘 먹고 잘 살려는 게 아닙니다. (2) +6 22.07.15 5,607 159 22쪽
221 나만 잘 먹고 잘 살려는 게 아닙니다. (1) +5 22.07.14 5,567 171 21쪽
220 예전의 내가 아닙니다. (3) +5 22.07.13 5,772 170 28쪽
219 예전의 내가 아닙니다. (2) +4 22.07.12 5,705 167 27쪽
218 예전의 내가 아닙니다. (1) +2 22.07.11 5,842 160 23쪽
217 우리 실력을 제대로 보여드리죠! (4) +4 22.07.09 5,832 144 24쪽
216 우리 실력을 제대로 보여드리죠! (3) +4 22.07.08 5,773 164 23쪽
215 우리 실력을 제대로 보여드리죠! (2) +6 22.07.07 5,837 169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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