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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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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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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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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1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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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쪽

잘하는 팀과 작업하고 싶으니까.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영화의 포스트프로덕션에서 사운드 부분의 작업과정은 크게 컷유닛→프리믹스→파이널믹스로 나눌 수가 있다.

가장 먼저 작업이 시작되는 것이 다이얼로그 편집이다.

그를 위해 사전에 각종 잡음을 제거하는 작업(Noise Clinic)을 하게 된다.

촬영현장에서 녹음된 각종 소음들을 지워내고, 가능한 동시녹음 소리들을 특히 대사를 중심으로 살려놓는다.

할리우드 촬영현장에서 나그라(nagra) 릴테이프 녹음기가 사라진지는 꽤 오래되었다.

디지털 사운드로 넘어가기 직전이다.

DAT테이프에 사운드가 담겨 녹음실로 넘어온다.

초창기 테이프 레코더는 붙박이 장식장 크기였다.

세계 최초로 포터블 사이즈로 컴팩트하게 만든 주인공이 스위스의 녹음기 및 앰프 제조회사 나그라다.

영화와 방송에서 테이프 레코더가 사라진다고 해서 나그라가 망하진 않는다.

그들은 꾸준히 프리앰프와 파워앰프를 발매해 음악애호가들에게 사랑받게 되니까.

암튼 백퍼센트 디지털 시대가 도래 한다고 해도, 현장녹음 소스를 백퍼센트 활용할 수는 없다.

조명기의 전기 소음부터 카메라 진동소리 같이 현장에서 들려오는 잡소리 그리고 과도하게 들려오는 앰비언스(Ambience sound)는 어떻게 할 수가 없다.

현장에서의 변수, 동시녹음 기사의 의지, 현장녹음에 대한 현장의 배려 등 영화촬영현장에서는 현장녹음의 여건을 좋게 만들 여지보다 나쁘게 만들 여지가 훨씬 많다.

때문에 양질의 동시녹음 사운드를 얻기 위해서는 현장에서의 소통과 배려가 매우 중요하다.

교과서적인 이야기다.

<The Killing Road>를 촬영할 때, 매 씬의 촬영이 끝나면 류지호는 모두에게 양해를 구해 다이얼로그 동시녹음을(Sound Only) 따놓았다.

즉 배우가 방금 촬영을 마친 씬의 감정 상태와 연기가 증발하기 전에 어떤 잡소리도 없는 공간에서 대사만 따로 녹음을 해 둔 것이다.

동시녹음 사운드에 노이즈가 너무 많아 클리닉 공정에서 사운드 질이 하락했을 경우 대체를 한다든가, 또는 ADR(Automated Dialog Replacement) 즉 후시녹음을 하는데 있어서 가이드로 쓰일 수도 있다.

류지호는 동시녹음 기사가 괜찮다고 해도 대사가 있는 씬은 매번 Sound Only를 녹음해 두었다.

겨우 몇 십초, 길어야 2분이면 할 수 있는 작업이다.

포스트프로덕션까지 고려한다면 낭비되는 시간이 아니다.

현장에서 감독과 배우 모두가 만족한 느낌을 후시녹음에서 재현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제 아무리 더빙에 능숙한 배우라도 마찬가지다.

충무로 감독이나 배우들은 영화를 만드는 전 과장을 통틀어 제일 두려운 공정을 ADR로 꼽곤 한다.

감독 입장에서 촬영현장에서 좋았던 연기를 시간이 꽤나 흐른 후에 배우로부터 다시 한 번 생생하게 끌어낸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배우 역시 후시녹음을 할 때가 되면 어느 정도 역할에서 빠져나온 상태다.

당시의 연기를 그대로 재현해 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앰비언스, 룸 톤은 똑같은 조건을 만들어놓고 녹음할 순 있다.

그런데 다이얼로그는 기술이 아니라 감각과 감정의 영역이다.

할리우드 사운드 디자이너들도 동시녹음 사운드를 쓰고 싶어 한다.

그럴 여건이 되지 않기 때문에 후시녹음을 하는 것 뿐.

때문에 현장 다이얼로그 녹음 소스가 최대한 보존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영화는 대사 중심의 영화 비중이 사운드 효과 중심의 영화 비중보다 높다.

한국영화산업이 발전해도 별로 달라지지 않는다.

여기서 감독과 사운드 스태프 간의 네 탓 공방이 벌어진다.

감독들은 배우의 감정이 온전히 실린 현장 대사를 녹음 상태가 나빠 쓸 수 없음에 안타까워하고, 녹음실에서는 현장 녹음을 많이 배려하지 않는 현장의 풍토에 대한 섭섭함을 토로한다.


“연기의 본질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ADR은 최후에 써야 할 방법이죠.”


류지호가 라이언 클라이스에게 다가가며 대답했다.


“모두가 알지만 쉽지 않은 부분인 것 같아요.”


할리우드에서 다이얼로그까지 후시녹음을 하는 이유는 별 것 아니다.

소음 때문이다.

미국은 교외로 나가서 촬영하지 않는 이상 온 사방에서 소음이 들린다.

대도시는 경찰차, 소방차, 앰뷸런스 소음이 심심찮게 들린다.

문제는 미국의 사이렌이 매우 공격적이란 점이다.

몇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울리는 사이렌 소리가 마이크에 들어올 정도다.

사운드 스테이지에 들어와서 세트촬영을 한다고 해서 소음이 없는 것이 아니다.

할리우드에서는 대화씬도 A,B,C 세 개 유닛으로 촬영할 때가 있다.

촬영 셋업이 많을 경우, 한 방향에서 최대한 많은 편집 소스를 얻기 위함이다.

제아무리 동시녹음 카메라라고 하더라도 소음이 흘러나온다.

조명기에서도 소음이 흘러나온다.

붐 마이크와 카메라, 조명기의 위치가 가까울수록 잡음이 크게 들어올 확률이 높아진다.

애초에 깨끗한 동시녹음 사운드를 얻지 못한다는 의미다.

동시녹음이 최고가 아니다.

후시녹음도 최고는 아니다.

여건과 상황에 따라서 선택하면 된다.

그 차이와 장단점을 감독은 알고 있어야 한다.

할리우드 배우라고 해서 모두가 최고가 아니다.

많은 배우들의 발음·발성이 엉망이다.

관객들이 그걸 알아차리지 못해서 그렇지.


“오프닝에서 해리슨 혼자 떠드는 다이얼로그는 최대한 현장 사운드를 사용했습니다. 후시녹음으로 도저히 그의 연기 맛이 살지 않더군요.”

“후시녹음 경험이 없어서 그럴 겁니다. 영화가 처음이나 마찬가지거든요.”


라이언 클라이스가 다소 놀란 듯 물었다.


“영화가 처음이었습니까?”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한 것도 채 2년이 안 된 걸로 알아요. 연극 두 편으로 무대에 선 경험이 전부라고 알고 있어요.”

“잠재력이 큰 배우군요.”

“그런 편이죠.”

“디렉터가 웅웅 울리는 느낌도 나쁘지 않다고 해서, 그것도 일부 살렸습니다.”

“동굴처럼 느껴지면 안 되지만, 해리슨의 목소리가 울리면서 공간감을 살리는 게 좋더군요.”

“현장 사운드가 좋았습니다. 프로덕션 사운드 팀의 녹음이 워낙 잘돼서 클리닝을 많이 하지 않아도 쓸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현장에서의 연기를 거의 살린 셈입니다.“

“좋은 팀과 작업한 것 같네요.”


라이언 클라이스의 손이 바빠졌다.

빠르게 장면이 넘어갔다.

보안관 사무실 앞에 멈추는 지역 보안관 차량과 경찰차들.

<The Killing Road>에서 유일하게 사운드가 풍부한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보안관 사무실 총격전 시퀀스다.


“현장에서 왈라를 녹음해 와서 사운드 편집 시간을 많이 줄일 수 있었습니다.”


웅성웅성, 왈라왈라.

군중소음을 뜻한다.

군중이 떠드는 목소리라고 해서 ‘왈라’라는 이름이 붙었다.


“비용을 아끼려고 그랬던 거죠.”


영화 장면 속에 등장하는 사람만큼 스튜디오로 불러 녹음한다면 당연히 추가비용이 발생한다.

그럴 예산이 <The Killing Road>에 없었다.

류지호와 동시녹음팀은 현장에서 따로 ‘왈라‘를 따놓았다.

저음의 왈라, 사투리가 섞인 대사가 구체적으로 들리는 왈라, 보안관 차에서 새어나오는 무전음에 쓰일 왈라.

세 종류의 왈라가 녹음되었다.

이 녹음소스를 복사해서 10명이든 20명이든 여러 사람의 군중소음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디렉터, 이제 준비 끝났습니다. 저 쪽 소파에 가서 앉으시죠.”


류지호가 콘솔과 대형 화면 중간 공간에 마련된 소파로 걸어갔다.

소파 앞에 놓인 테이블에는 다과와 각종 음료수가 마련되어 있다.

저예산영화라서 다과는 소박했다.

수천만 달러짜리 영화였다면 랍스타도 준비해달라고 하면 제작진에서 준비해준다.

소파에 엉덩이를 걸친 류지호가 가방에서 노트를 꺼냈다.


“킴, 불 좀 꺼주시겠습니까?”


김정혁이 얼른 믹싱룸의 소등했다.

그러자 라이언 클라이스가 믹싱 콘솔 한쪽에 설치되어 있는 스탠드 램프를 켰다.

소파에 앉아있는 류지호 역시 테이블에 놓여있는 미니 스탠드의 스위치를 눌렀다.


팍.


믹싱룸이 어둠에 잠겼다가 스크린에 영상이 뜨면서 밝아졌다.

<The Killing Road>의 파이널 믹싱 작업이 시작되었다.

류지호가 특별한 코멘트를 하지 않으면, 라이언 클라이스는 그대로 씬을 넘겼다.


“독립영화라면서요?”


김정혁이 류지호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끄덕.


“무슨 독립영화 포스트에 4개월이나 걸립니까?”


김정혁은 300만 달러(약 24억 원) 예산이 저예산이란 것에 놀라고, 사운드 후반 작업만 4개월 간 진행했다 것에 또 한 번 놀랐다.

<The Killing Road>의 사운드 작업은 폴리작업에 1개월, 사운드 소스 전체 작업에 두 달여가 소요되고, 프리믹싱에만 1개월이 소요됐다.

이 당시 스케일이 큰 충무로 영화 사운드 후반작업에 1개월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굉장히 여유 있는 스케줄이다.

충무로에서는 블록버스터라고 불리는 영화에서조차 2개월이 최장 작업기간이었니까.


“우리가 들어도 불만스러운 부분이 있고, 아쉬움이 남아요. 소리를 좀 더 예쁘게 다듬고 정리를 깔끔하게 하지 못한 점은 분명 있습니다.”


음향 슈퍼바이저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물론 대감독에게나 이런 속내를 털어놓는다.

일반감독들에게는 절대 그 같은 말을 하지 않는다.

언제나 자신들은 최선을 다했다고 말한다.

알면서도, 또 속에서 열불이 터져도 어쩔 수 없다.

특히 공무원인 영화진흥공사 직원들과 영화 작업할 때는.

멱살을 잡고 싶은 순간이 자주 벌어지기도 한다.


“....차갑고 비정한 영화네요.”


처음 <The Killing Road>를 보고 김정혁이 받은 느낌이다.

장소도 단조로운 편이라서 사운드를 디자인할 만한 여지가 별로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다가 어딘지 주요 공간들이 비현실적인 것처럼 보여서 영화적으로 끌어들일 만한 사운드 요소가 없어보였다.

그런데 라이언 클라이스라는 아주 먼 곳의 소리들을 가져왔다.

바람에 나뭇잎이 쓸리는 소리.

목장에서는 저 멀리 방목장에서 말이 투레질하는 소리.

혹은 말들이 뛰어노는 소리.

미세한 산새소리.

눈을 감고 소리만 들으면 어떤 풍경이나 공간감이 저절로 연상된다고 할까.


‘썰렁한 시골 읍내 사운드 디자인은 정말.... 감독이 만들어낸 배우의 시바이(연기)에 따라 소리의 원근감이 장난 아니야.’


<The Killing Road>는 도시가 아닌 시골 마을, 그리고 외딴 곳이 주로 등장하는 영화다.

소리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제한적이다.

헌데 라이언 클라이스라는 이름의 젊은 기사는 가믹싱 안에서 말도 안 되게 풍부한 사운드를 배치해 두었다.


‘그걸 또 저 어린 감독이 오미트(생략, 삭제) 시키고 있지.’


그것도 고민이나 망설임 없이.

김정혁 기사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류지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름다운 새소리는 아닙니다.”

“가까운 곳에서 들려온 새소리 말입니까?”

“네.”

“없앨까요?”

“새소리에 감정을 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냥 분위기? 화면 속의 적막한 순간들이 지나친 긴장을 품지 않도록 새소리가 들어간 건 정말 좋아요. 다만 적막함이란 심심하고 따분한 분위기에 약간에 균열만 일어났으면 좋겠어.”

“균열이란 말입니까?”


적막감.

영화 속의 적막한 순간들은 자칫 지나치게 긴장감을 품을 수가 있다.

적어도 티아라 이브의 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 캠핑 트레일러 주변에서는 지나치게 긴장감을 조성하는 것은 좋지 않았다.

그걸 이해하고 있는 라이언 클라이스는 다양한 자연의 소리나 야생동물 사운드를 심어두었다.

류지호의 예상보다 많은 소리들이 디자인되어 있었다.

그런 소리들이 티아라의 삶에 개입함으로써 차가운 영화 톤에 약간의 숨통을 트여놓았다.

배우들의 미세한 연기 호흡을 컨트롤한 감독.

그 소스로 묘한 정서를 만들어낸 편집.

사소하거나 평범한 소음들로 세심한 공간 연출을 시도한 음향 감독.

김정혁은 신세계를 만난 기분이다.


“새소리란 것도 결국 인식문제에요. 고즈넉한 전원에서 여유로운 휴가를 보내는 사람에게 산에서 들려오는 새의 지저귐은 아름다운 음악이거나 평화로움을 확인시켜주는 찬가에요. 하지만 화가 나있거나 예민해져 있는 사람에게는 신경질이 나는 소음일 뿐이죠. 벤 사이퍼가 등장할 때와 티아라 이브가 등장할 때의 느낌이 달라졌으면 좋겠어요.”

“이해했습니다.”

“이 새가 영화 속 계절, 시간대에 캘리포니아 북부에서 서식하는 새가 맞는 거죠?”


영어가 서툰 김정혁 기사를 위해 류지호는 천천히 또박또박 말했다.


“샌프란시스코 대학 생태학 교수로부터 확인을 받았습니다.”


김정혁 기사가 내심 욕을 토해냈다.


‘이런 미친놈들....!’


새소리가 다 새소리지.

서식하는 지역과 구체적인 새 종류까지 구별하면서 사운드를 쓴단 말인가.


“캘리포니아 북부 숲에서 서식하는 새소리 몇 개.... 다시 한 번 들어보겠습니까?”

“들려줄 수 있어요?”

“물론입니다.”


라이언 클라이스가 새소리만 따로 수록된 라이브러리에서 몇 가지 새소리를 들려줬다.

김정혁의 입에서 절로 헛바람이 새어나왔다.


“허....!”


자신의 예민한 귀가 말해주고 있다.

똑같은 소리가 아니라는 걸.

그런 한 편으로 지금껏 자기가 써온 새소리들이 얼마나 계절과 공간에 맞지 않는 소리들이었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새마다 울음소리가 다르다.

계절마다 우는 새들이 다르다.

당연한 것이다.

여태껏 참새, 까치, 소쩍새 울음소리밖에 모르고 살았던 김정혁이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한국 생태계에 얼마나 많은 새가 서식하는지 알아볼 작정이다.


“.....”


류지호가 의도한 바다.

라이언 클라이스가 가믹싱 본에 넣어둔 사운드에 불만이 전혀 없었다.

매우 마음에 들었다.

그럼에도 간간이 라이언 클라이스와 사운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김정혁 들으라는 듯이.

할리우드 사운드 작업뿐만 아니라 그곳에서 일하는 프로들의 마인드도 함께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 ✻ ✻


사운드 믹싱은 때로 영화 속에서 캐릭터를 보강해주기도 한다.

바로 지금처럼.

벤 사이퍼가 보안관의 게으름을 지적한다.

이때 둘 사이 대사 사이에 약간의 틈이 있다.

라이언 클라이스가 그 틈에 전화벨 소리를 넣었다.

한 동안 전화벨 소리가 계속 들려온다.

그 위로 벤 사이퍼와 보안관은 계속해서 대사를 주고받는다.


턱.


보안관은 숫제 다리를 책상 위에 올려놓는다.

그 효과음과 함께 전화벨 소리는 더 이상 울리지 않는다.

전화벨 소리는 신고전화일 수도 누군가의 도움요청일 수도 있다.

보안관은 제 일이 아니라는 듯 무시해버린다.

별 것 아닌 전화벨 소리만으로 씬이 훨씬 풍부해졌다.

대사, 연기와 함께 효과음 하나로 캐릭터와 그의 태도까지 함께 표현된 것이다.

전화벨소리는 방 너머에서 들려오기 때문에 귀에 거슬리지 않는다.

소리가 조금만 크게 들려도 관객의 주의가 그쪽으로 이동할 위험성이 있다.

일종의 환경음처럼 자연스럽게 장면에 녹아드는 것이 핵심이다.

만약 이 장면 다음에 전화 통화하는 누군가가 붙는다던가, 전화기 인서트가 바로 붙는다면, 당연히 전화벨 소리가 관객에게 명확하게 인지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 장면은 그러면 안 된다.

캐릭터를 보조하는 선에서 더 나아가면, 사운드가 없느니만 못하다.

영화는 지극히 주관적인 매체다.

영화가 표현하려는 감정에 최대한 가깝게, 감독의 주관적인 의도를 관객이 객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조율하는 사람이 사운드 디자이너다.

때문에 영화음향을 다루는 사람은 사실감과 함께 설득력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영화니까.... 영화적인 과장을 할 수밖에 없는 거죠.”


화면에서 비가 내리는 장면이 펼쳐진다면, 사운드 디자이너는 감독의 연출의도에 따라 각 채널의 빗소리 볼륨을 조절한다.

실제로 빗소리가 가운데 소리가 덜 나고 좌우 소리가 커질리 없다.

그런데 영화니까.

영화적인 표현으로 관객의 주의를 한 곳에 집중시키거나 정서를 전달하기 위해 자유자재로 채널 별로 볼륨을 조작할 수 있다.

영화의 사운드가 리얼리티를 담고 있든 과장되게 창조된 것이든, 소리에 집중하다 보면 공간을 그려낼 수 있어야 한다.

소리는 언제나 공간을 환기시킨다.

영화 속에서 인물의 대사가 어떻게 울릴 것인지, 발소리는 어떻게 들릴 것인지, 집 바깥의 소음은 어떤 것일지 등 모든 소리와 관련된 의도가 있다면 공간을 그려낼 수 있다.

사운드를 만드는 사람들은 관객들이 자세히 둘러본 적 없는 공간을 머릿속에 그려내고, 가까이 들여다보지 않았던 사물의 재질까지 호기심을 가져야 한다.

그렇게 해서 영화 사운드가 하나의 세계를 완성하는 것이다.


“잠깐만요! 방금 씬 다시 한 번 봐요.”


류지호의 요구에 라이언 클라이스가 장면 하나를 반복해서 보여줬다.

<The Killing Road> 영화 속에서 호프 타운의 메인 도로는 거의 차가 다니지 않는다.

오로지 벤 사이퍼의 차만 오간다.

타운에서 가장 바쁜 사람은 오로지 벤 사이퍼 뿐인 것 같다.

도대체 무슨 일을 하기에.

일반적으로 블록버스터는 시끄럽다.

좋게 말하면 소리가 관객의 감정과 기분을 계속해서 자극한다.

사람을 쉽게 감정적으로, 정서적으로 동요시키는 것이 사운드이기 때문에.

촬영현장에서 그림이 잘 안 나오면 사운드가 의도적으로 강조해준다.

<The Killing Road>는 상업영화가 아니다.

따라서 관객의 청각을 과도하게 자극할 필요가 없다.

<The Killing Road>에는 긴박한 추격전의 시끄러운 사운드도, 건물 붕괴음이나 폭발음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라이언 클라이스가 작은 소리들로 인물들의 심리를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둔 것이다.

류지호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라이언! 끝내주네요!”


함께 일하는 크루가 자신의 연출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감독입장에서 매우 즐겁고 흥겨운 순간이다.


“정확하게 내가 원했던 겁니다. 소리를 작게 표현해서 여백이나 긴장감을 살리는 것 말입니다!”

“디렉터는 참 특이한 사람입니다.”

“내가요?”

“할리우드 감독들의 사운드에 대한 고집은 전면에 소리를 내세우는 거 아닙니까.”

“제작자가 내세우는 고집입니다. 감독들은 안 그래요. 핀처하고 작업을 해보고도 그래요?”

“그건 그렇습니다만.”


류지호가 한껏 만족감을 드러냈다.


“Okay!"


영화가 나빠지거나 지지부진해지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하지만 확연하게 좋아지는 것을 확인하게 되면, 그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사운드 믹싱은 영화 공정의 마지막 작업이다.

일주일 동안의 파이널 믹싱 작업이 이루어졌다.

사실상 <The Killing Road>의 포스트프로덕션에서 감독 류지호가 할 일은 끝이 났다.

미세조정과 남은 과정은 프로듀서와 포스트프로덕션 수퍼바이저의 몫이다.


❉ ❉ ❉


지글지글.


웨스트우드 류지호의 주택 뒷마당에서 삼겹살이 구워지고 있다.

<The Killing Road> 포스트프로덕션을 끝낸 류지호가 오랜만에 여유롭게 술잔을 기울였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김정혁과 Hues & Rhythm Studios에서 연수를 마친 오인방의 송별회 자리다.


챙.


류지호와 일행이 건배했다.


크!


류지호가 한인타운의 마트에서 사온 소주를 단숨에 들이켰다.

김정혁이 류지호의 빈잔을 채워주며 물었다.


“할리우드는 다 그렇게 작업합니까?”

“더 여유롭고 더 꼼꼼하죠. 후반 작업에 충분한 시간을 들이긴 해요. 포스트프로덕션 스태프들의 실력도 고른 편이고. 물론 높은 작업비를 받는 톱클래스의 사운드 디자이너들은 최소 6개월씩 작업하죠. 트라이-스텔라에서 제작하는 영화의 경우를 예로 들면, 사운드 예산이 최소 15% 이상 되는 것 같아요.”

“15%?”

“1,000만 달러 예산이라면 150만 달러가 사운드에 배당되는 거죠. 이것도 최소로 잡은 겁니다. 블록버스터의 사운드 예산은 30%까지 넉넉히 편성하기도 해요. 그러니까 폴리나 사운드 이펙트의 질이 높을 수밖에요.”

“그런데 믹싱룸은 양수리보다 후진 것 같습니다.”

“내 영화는 예산 때문에 가장 작은 사운드 믹싱룸을 렌트해서 그래요. 메이저의 사운드 스튜디오는 극장 크기와 똑같은 믹싱룸을 4~5개씩 보유하고 있어요. 사용하는 믹싱 콘솔은 엔지니어들의 성향에 따라 메이커가 조금씩 다르지만, 실내는 미국의 5대 극장 체인에서 사용하는 스피커와 앰프를 거의 그대로 재현해 놓았어요.”

“역시 할리우드....!”


김정혁의 감탄에 CG팀 오인방이 격하게 공감했다.

그들 역시 Hues & Rhythm Studios에서 연수를 하며 할리우드 현실을 뼈저리게 경험하고 있었으니까.

술잔을 기울이다가 류지호가 중요한 사안에 대해 물었다.


“어떻게... 생각은 해봤어요?”

“......음.”


김정혁은 선뜻 대답을 못했다.

몸담고 있던 회사를 나와 독립을 하려던 차다.

그러던 차에 류지호가 자신이 차리게 될 녹음실에 투자를 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할리우드처럼 세팅하려면 돈이 엄청나게 들 텐데..... 투자금을 언제 다 회수하시려고......”


류지호는 딴 소리를 했다.


“한국의 영화관과 유사하게 만들어 놓은 스튜디오는 현재 양수리 종합촬영소밖에 없어요. 그게 아쉬웠어요. G.O.M의 사운드가 어떤지는 김 기사도 잘 알죠?”


끄덕.


“한국의 형편없는 극장 사운드 시스템에서 할리우드 영화 사운드가 꽤 선방하고 있죠. 반면에 우리 영화는...... 최근 많은 극장들이 리모델링을 좀 했죠. 예전보다 사운드가 좋아졌어요. 그런데 그걸 한국영화는 전혀 써먹지 못하고 있어요.”


기껏 한다는 짓이 360도 서라운드 사운드를 극장에서 몇 번씩 돌리는 것 정도다.

관객들은 누구도 신경 안 쓰는데, 관계자들만 신기해하는 해프닝까지 있다.


“적어도 WaW가 제작하는 영화만큼은 G.O.M의 THX 인증 시스템을 제대로 써먹었으면 좋겠네요.”

“좋은 시설과 충분한 작업 기간을 보장해준다면 기술적으로는 할리우드를 따라잡을 자신은 있습니다.”


류지호는 회의적이었지만 내색하진 않았다.


“사실 일 년에 서 너 작품 해서는 직원 월급도 못 줍니다.”

“WaW는 새천년까지 크고 작은 영화들로 연간 10작품 정도를 투자·제작할 계획입니다.”

“작품 수가 아니라 마진이 문제죠.”

“할리우드처럼 순제작비의 30%를 사운드에 투자할 순 없어요. 대신 최대한 합리적인 작업료를 책정할 겁니다. 내가 투자한 녹음실이라고 해서 돈을 적게 받거나 하는 일은 절대 없어요. 그 부분은 VFX 회사도 마찬가지고.”


박준우가 우려를 표했다.


“작업료가 비싸면 충무로에서 아무도 일을 맡기지 않을 겁니다.”


당연했다.

충무로에 영화 전문 CG 업체가 거의 없다시피 한 것일 뿐.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고만고만한 업체들이 경쟁하는 상황에서 비싼 돈을 지불한다면 아무도 일을 맡기려 하지 않을 것이다.


“상관없어요. WaW 영화만큼은 현실적인 계약금을 책정할 겁니다. 회사는 비록 몇 년간 수익이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이 높지만, 기술력과 창의력은 대한민국 최고가 될 것이니까요. 그걸로 충분합니다. WaW 컴퓨터 그래픽 연구소에서 작업한 CG 퀄리티가 대한민국 최고다. 할리우드에서도 외주를 받아 작업하는 곳이다. 그러면 됩니다.”

“외주요?”

“제이미 캐머론의 디지털 도미니언 알죠?”


끄덕.


“<타이타닉>을 그 회사 혼자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천만에요. 중요한 씬들은 자신들이 하고, 나머지는 다섯 개 회사가 나눠서 해요. 단순 작업은 단기고용으로 해결하고. 박 사장과 강 실장은 1년 간 Hues & Rhythm에서 배우고 익힌 걸 토대로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관련분야 인재들을 키워야 합니다.”


Hues & Rhythm 오인방은 한국으로 돌아가 VFX 회사를 설립할 예정이다.

WaW 픽처스의 자회사다.

사장은 맏형이자 경험이 많은 박준우가 나머지 4인은 팀장으로 시작한다.

첫 작품은 배창훈 감독의 <퇴마기록>.

1998년 상반기 개봉을 목표로 준비에 들어간다.


"경험해 봐서 알겠지만, Hues & Rhythm가 외주를 주는 사이즈만 봐도 답 나오잖아요. 이 동네 인건비가 얼마나 비싼지.“


그럼에도 생활비는 언제나 빡빡하다.

LA 같은 대도시 물가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CG업계 임금수준은 처참한 수순이다.


“당장은 외주를 맡더라도 데이터를 전송하는데 어려움이 따르니까, 관련 기술이 발전하는 상황에 발을 맞춰야 하겠죠. 여러분은 그 시간 동안 기술력을 키우면 되는 겁니다. 뭐로요? 한국영화로요.”


오인방 중 막내인 강동철이 설레발쳤다.


“어휴, 감독님 말만 들어도 가슴이 막 벌렁벌렁 합니다.”

“일단 다른 건 생각하지 마세요. 회사 세팅과 배 감독님 영화에 올인 하세요. 모회사가 지원을 못하면 내가 개인적으로 지원합니다. 미국에 설립한 GMG에서 한국 현장에 맞는 적당한 툴을 제공하거나 추천해 줄 겁니다. 여러분은 그걸 마음껏 가지고 노세요.”


박준우가 놀라서 되물었다.


“가지고 놀라고요?”


최소 억 단위의 워크스테이션이 어린이 장난감도 아니고.


“가지고 놀다가 문제점이나 해결책, 또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GMG에 피드백을 주면 됩니다. 그러면서 서로 발전하는 겁니다.”


오인방 중 넘버 투 강선필이 물었다.


“그러다가 저희가 나가서 회사를 차리면요?”

“언젠가 여러분도 독립을 할 수도 있겠죠. 근속계약한 10년 동안 놀면서 시간을 탕진할 겁니까? 그 소중한 시간을? 그리고 여러분이 떠나도 회사에 노하우와 시스템은 남습니다. 여러분 자체가 노하우라고요? 아니요. 여러분이 실험하고 연구하고 작업한 모든 것이 노하우인겁니다. 그건 고스란히 회사에 남아있게 될 겁니다.”


영화 한 편을 작업할 때마다 작업공정을 정리해서 남겨둬야 한다.

그것에는 어떤 아이디어를 적용했는지, 무슨 툴로 며칠 간 작업했는지까지 남겨둬야 한다.

그것을 계약서에 명시해 놓았다.


“자, 다시 사운드 부분으로 돌아와서. 당장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처럼 다 해줄 순 없어요. 대형 영화관 수준의 작업실을 4~5개 갖추어 드릴 순 없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종합촬영소 녹음실 수준 정도는 투자할 수 있어요. 아, 이것도 당장은 아니고, 5년 안에나 가능하겠네요. 내가 97~98년 두 해 동안은 조금 바쁠 것 같거든요.”

“종합촬영소 녹음실 세팅하는데 얼마나 들어갔는지 아십니까?”

“유능한 비서들이 이미 대략적인 견적을 뽑아서 보여줬어요. 가능하니까 말한 겁니다.”

“프로 툴즈를 쓰려고 했는데....”

“Abid 디지테크의 프로 툴즈요?”

“디지디자인 아니었습니까?”

“작년에 Abid 디지테크에 합병 됐어요.”


프로 툴스(Pro Tools)는 UC버클리 출신 공학도들이 설립한 디지디자인이란 회사에서 첫 출시된 음향소프트웨어다.

10여년이 흐르게 되면 관련 업계의 점유율 80%를 차지할 정도로 각광을 받는 소프트웨어다.

현재도 음악, 영화 분야에서 전문가용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그것도 쓰세요. 그 같은 소프트웨어가 다이얼로그 편집 수고를 크게 덜어줄 테니까. 그 외에 쓰임새는 알아서 판단하시고.”


충무로에 첫 도입한 기술이나 그렇게 한 장본인들을 류지호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영화판에서 처음으로 컴퓨터와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사운드 작업을 한 기사가 바로 김정혁이었다.

현장모니터를 류지호가 처음으로 충무로에 도입한 것처럼.

오인방이 설립하게 될 VFX 업체는 충무로 최초의 CG팀은 아닐지라도 이들이 사용하는 모든 툴과 기술들은 한국영화 최초일 가능성이 높았다.

류지호가 미국에서 소유하고 있는 관련 기업들이 직간접적으로 지원할 테니까.


“만약 결심이 선다면 제일생명사거리에 있는 WaW 픽처스의 박건호 대표를 찾아가면 됩니다. 회사 설립부터 녹음실 임대, 장비 구입까지 지원해 줄 겁니다.”


김정혁은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류지호의 태도에 약간 질린 얼굴을 하면 대답했다.


“....네.”


작은 녹음실 하나 세팅하는 것에도 몇 억이 들어간다.

하물며 종합촬영소 수준의 녹음실이라면 도대체 예산이 얼마나 소요될 것인지.


“정말 WaW 자체적으로 스튜디오를 만드시려고요?”

“언젠가 한국에서 영화를 찍지 않겠어요? 좋은 팀이 아니라 잘하는 팀과 작업하고 싶네요.”


자신의 영화를 잘 만들기 위해서 지금부터 충무로의 인프라를 세팅한다는 의미다.

오만하게 들리지 않았다.

미국에 준메이저 스튜디오를 소유하고 있고, 할리우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VFX 회사까지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 류지호였으니까.


“아, 참고로 G.O.M Cinemas 자체적으로 음향팀이 있어요. 멀티플렉스 체인의 극장 사운드 시스템을 관리하고 점검하는 부서지만, 나름 음향 쪽 경력자를 채용하고 있죠. 그들과 자주 의견을 나누면 분명 도움이 될 겁니다.”


류지호가 쐐기를 박았다.

망설이던 김정혁이 가슴이 벌렁벌렁 뛰기 시작했다.


“벌써 술이 다 떨어졌네요.”


류지호는 냉장고에 넣어둔 시원한 소주와 반찬을 챙기기 위해 집 안으로 들어갔다.

박준우가 진지하게 김정혁에게 충고했다.


“뭘 망설여요. 투자 받으세요.”


다른 오인방들도 이번 기회를 잡지 않으면 바보라면서, 그 외의 말을 따로 보태지 않았다.

그 어떤 말도 잔소리일 뿐이니까.


작가의말

추석 연휴 잘 보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번 한 주도 하고자 하는 일들 잘 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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