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새글

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최근연재일 :
2024.07.05 09:05
연재수 :
901 회
조회수 :
3,838,194
추천수 :
118,862
글자수 :
9,980,317

작성
22.09.30 09:05
조회
4,790
추천
146
글자
21쪽

말한 것은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2)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유럽에서 일이 잘 해결되어서 다행이에요.”

“Le Studio channel+에서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프랑스의 영화 스튜디오 Le Studio channel+는 미디어그룹 Compagnie Vivo의 계열사다.


“Ox-Eye Films이 아니라요?”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는 <레옹>, <제5원소> 등에서 프랑스의 유서 깊은 영화사 Ox-Eye Films와 협력을 한 바 있다.


“Le Studio channel+가 최근에 판권인수에 열을 올리면서 미국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습니다.”

“MSM의 판권을 두고 그들과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니었어요?”

“치열한 눈치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경쟁자를 도와준 꼴이 되었네요.”

“할리우드 스튜디오와의 협력을 증대하고 싶어합니다. 특히 트라이-스텔라와의 협력관계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의 사업부문에서 자회사로 분사한 오라이언 클래식에서 영화 판권을 사들이고 있다.

재정이 어려워진 MSM Studios가 다시 한 번 영화 판권을 경매에 붙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주목하고 있다.

프랑스의 Le Studio channel+ 역시 공격적으로 영화 판권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라서 MSM의 영화 판권을 놓고 물밑에서 눈치싸움이 한창이다.


“암튼 <The Killing Road>의 P&A만 1,000만 달러 이상 들어갔다고 하던데, 유럽에서 영화가 잘된다고 하니 다행이네요.”

“대신 보스의 조국을 포함해 아시아와 중동에서는 우울합니다.”

“2000년이 오기 전에는 극장에서 상영할 수 있겠죠 뭐.”


도널드 제이콥이 못 말리겠다는 듯 쓴웃음을 지어보였다.

영화를 만드는 것 자체에만 즐거움을 느끼는 것인지, 보스는 완성된 이후 상황에 대해서는 도통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어떤 대단한 흥행에도 좀처럼 큰 반응을 보이는 법이 없다.


‘메이저 스튜디오를 소유한 사람은 그래야 하는 것이 맞지만....’


일 년에 30편 가까이 다루는 메이저 스튜디오의 최고책임자들은 영화 한 편에 일희일비할 이유가 없다.

지금 당장은 손해를 본 것 같아도, 수익 사이클인 3년 정도가 지난 총수익에서는 본전 혹은 약간의 수익을 결국 거두기도 하니까.

영화팬들이 완전히 망했다고 알고 있는 영화중에서 몇 년이 흘러 기회비용까지 포함해 손해를 모두 복구한 영화들도 꽤 많다.

전 세계가 영화를 동시에 개봉하는 것이 아니다.

일본 같은 나라는 최소 6개월 길게는 1년 시차를 두고 개봉한다.

부가시장 상황 역시 국가마다 다 제각각이다.

게다가 영화 완성도와 상관없이 할리우드 스타가 출연한 영화는 관객이 잘 드는 국가도 많다.

할리우드의 흥행영화들은 최대 5년 동안 유의미한 수입이 꾸준히 들어오는 편이다.

재개봉으로 얻는 수익도 쏠쏠하고.

다만 현금회전율 측면에서 오랜 시간에 걸친 수입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그 때문에 메이저 스튜디오가 직배를 통해서 전 세계 동시 개봉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수익 사이클을 3년으로 당기기만 해도 현금회전율과 수익성이 몰라보게 개선된다.


“아참! 트라이-스텔라는 유럽 각 나라별로 더빙업체를 따로 선정해 둔 것으로 알고 있는데, ParaMax도 그렇대요?”

“저도 자세히는 모릅니다.”


도널드 제이콥도 모르는 것이 있다는 것이 류지호로서는 신선했다.


“다만 ParaMax는 A-리스트 스타급이 나오는 전형적인 할리우드 흥행영화가 없었기 때문에 개별 업체와 따로 제휴를 맺고 있지는 않았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현지 배급사가 알아서 더빙판을 만들어 배포하겠군요?”

“그러지 않을까 싶습니다.”


ParaMax Films에 전화 한통이면 확인이 가능한 내용이다.

도널드 제이콥은 보스가 더빙 배우 문제를 물어볼 것이라곤 미처 생각 못했다.

암튼 유럽은 더빙 상영이 일반화되어 있다.

할리우드 배우를 전담하는 유명 성우들이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안토니 드니로의 더빙만 무려 40년 동안 담당하는 성우의 경우 할리우드 스타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실제 유럽인들 중에서 안토니 드니로의 목소리를 모르는 사람도 많다.

그런데 안토니 드니로의 전문 목소리 배우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ParaMax도 언젠가는 자체적으로 전 세계 배급을 할 텐데.”

“그렇긴 합니다만, 배급비용이 급격하게 상승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무리라고 보입니다.”

“그런 부분은 알버트가 알아서 판단하겠죠.”

“그렇게 전달할까요?”

“아니요. 놔두세요.”


유럽에서 영화·TV시리즈를 모조리 더빙하는 나라는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스페인 등 여러 국가가 있다.

특히 독일과 이탈리아에서는 외국영화를 상영할 때도 자막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심지어 자막이 있는 영화와 더빙한 영화의 흥행성적이 매우 큰 차이를 보인다.

때문에 프랑스 같은 경우 40여개에 달하는 더빙 전문 회사가 있다.

대략 600명에 달하는 외화더빙 전문 배우들이 활동 중이다.

특히 할리우드 유명 배우의 경우 전속 더빙 배우가 국가별로 정해져 있다.

더빙 전문 배우들의 목소리와 연기 수준도 꽤 높다.

원판 영화 완성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편이다.

독일은 자국뿐만 아니라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 독일어권 나라들을 커버할 수 있다.

일찍부터 더빙 산업이 크게 발달한 나라 중 하나다.

오리지널 영어판의 흥행 수입보다 더빙 버전의 흥행 수입이 더 많은 예가 종종 벌어지는 것이 독일이다.

반면에 영국, 아일랜드, 네덜란드, 벨기에 등의 나라에서는 국외의 영화들도 어린이 대상이 아니면 자막 상영은 물론 텔레비전에서도 자막 방영이 원칙이다.

<The Killing Road>의 더빙 판에는 A급 업체와 전문 배우들이 참여했다.

주연 배우인 해리슨 노튼의 경우 <프라이멀 피어>에서 더빙을 했던 배우가 마리아 베리의 경우는 <파이널 디시전>의 성우가 목소리 연기를 했다.

두 영화를 본 현지 영화팬들의 몰입을 해치지 않았다.

자막 수준은 말 할 것도 없다.

전반적인 더빙 판과 자막판 완성도가 메이저 스튜디오 영화에 비견될 만큼 훌륭했다.

이러저런 이유들과 맞물려서 <The Killing Road>가 북미보다 유럽에서 더욱 환영 받았다.

영화의 흥행 수익은 극장 측과 반으로 나눠서 가져가게 되니까 최소 2배는 벌어야지 본전치기다.

거기에 배급비용과 광고마케팅비까지 포함하면 3배 이상을 벌어야 수익이 발생하게 된다.

<The Killing Road>는 순제작비 대비 25배의 매출을 낸 영화가 되었다.

이는 90년대에 들어와서 할리우드 영화 최고 기록이다.

이 기록은 4년 후 <블레어 위치>가 깬다.

6만 달러 제작비로 전 세계 박스오피스 2.4억 달러를 기록하니까.

또 그 기록을 1만 5천 달러 순제작비로 1.9억 달러의 박스오피스를 기록하게 되는 <파라노말 액티비티>가 깬다.

그 중에서 압권은 <나의 그리스식 웨딩>이다.

무려 1년 동안 극장에서 상영되는데, 500만 달러 순제작비로 무려 3.7억 달러를 벌어들이게 된다.

결론적으로 류지호의 <The Killing Road>는 제작비 대비 최고 할리우드 흥행영화 50위 기록에 영원히 남게 된다.

할리우드 역사를 통틀어 천만 달러 미만 제작비 부분에서는 20위권에 들어가게 된다.

이는 순수 박스오피스 기록으로만 달성한 성과다.

부가시장 수입까지 포함해서 1,300만(P&A포함) 달러를 써서 1억 달러가 훌쩍 넘는 매출을 기록하게 된다.

검열 등으로 개봉이 지연되는 일부 국가까지 정산이 마무리 되는 3년 후의 결과다.


❉ ❉ ❉


“갑자기 나타나서는 어딜 가자는 거야?”

“가보면 알아요.”


류지호가 모리스 메타보이를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에서 몇 블록 떨어지지 않은 지역으로 데리고 갔다.

Gower Studios.

할리우드 초창기 콜롬비아스 영화사 스튜디오였다가 여러 차례 주인이 바뀌었고, 현재는 독립 영화사의 작품을 주로 촬영하는 곳이다.

한때는 전설적인 팝 아티스트들의 리허설이나 레코딩 스튜디오로 사용되기도 했다.

5만 평 규모의 대지에 14개의 사운드 스테이지와 6동의 지원 건물이 들어서 있는 아담한 종합촬영단지다.

참고로 5만 평은 축구장 20여개 크기다.

<The Killing Road>의 포스트프로덕션 일부를 진행하기도 했다.


“갑자기 이곳에는 왜 오자고 한 건가? 파이널컷 시사회는 오전에 마쳤는데.....”

“어제 부로 이 스튜디오가 우리 것이 되었어요.”

“.....?”

“안 팔겠다고 버티던 배노프 컴퍼니를 겨우 설득해서 구입할 수 있었네요.”


허....


모리스 메타보이가 황당하다는 얼굴로 류지호를 바라봤다.

류지호는 천연덕스럽게 그와 눈을 마주쳤다.



“대신 스테이지 리모델링 비용과 신축 건물의 공사비는 트라이-스텔라에서 해결해 주세요.”


허허....


모리스 메타보이는 그저 웃기만 했다.


“비록 소닉-콜롬비아스 스튜디오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규모이지만, 우리도 드디어 스튜디오 시설을 갖게 되었네요.”


컬버시티의 소닉-콜롬비아스 스튜디오는 23만 평 규모로 야외 세트장 없이 사운드 스테이지만 18개가 들어서 있다.

개별 사운드 스테이지 크기 역시 Gower Studios보다 규모가 컸다.

워너-타임이나 유니벌스 스튜디오는 소닉의 컬버시티 스튜디오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무리 한 거 아닌가?”

“현재 컬버시티의 건물로는 트라이-스텔라 하나도 수용 못하잖아요.”

“보안에도 취약하고....”

“내 말이요. 이곳으로 TV 사업부문도 불러들일 생각이에요.”

“ParaMax도 불러들일 생각인가? Bronson Studios까지 확보하면 일대가 JHO 엔터테인먼트 타운이 되겠구만.”


모리스 메타보이는 여전히 ParaMax가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다.

최근 몇 년 동안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한 영화를 다수 투자·배급하면서 경쟁자로 인식하는 것 같았다.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와 자회사들만 입주하는 것으로 하죠.”

“.....?”

“브론슨과 팔마스도 차차 인수할 생각이에요. 그곳들은 따로 생각해 둔 게 있어요. 두 곳을 인수하게 되면 말할 게요. 양해해 주세요.”


두 블록 떨어진 Bronson Studios는 추후 StreamFlicks가 사용할 수도 있다.

절반 크기의 Las Palmas Studios는 ParaMax가 사용하거나 Timely가 사용할 수도 있다.

현재 계획은 그렇다.


“스티븐 아들러의 플라야 비스타 개발에 참여하는 거 아니었어?”

“발로나 습지 문제가 해결 되지 않을 것 같아서 참여하지 않기로 했어요.”


LA와 산타모니카 사이에 위치한 옛 휴즈항공 터에 DreamFactory를 중심으로 부동산개발사들이 합작회사를 설립해 대규모 개발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약 125만 평 부지에 총 9억 달러의 개발비를 들여서 종합촬영소를 건설하고 IT기업을 유치하겠다는 생각이다.

JHO Company에도 제안이 왔었다.

류지호는 솔깃했다.

그런데 주요 임직원들이 모두 반대했다.

부지 절반에 해당하는 베로나 습지로 인해 사실상 개발이 힘들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하긴 휴즈항공이 비워진지도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개발이 쉽지 않았어.”

“시정부에서 허가를 내줄 것인지도 확실하지 않은가 봐요. 환경단체로부터 소송도 수십 건이 진행 중이고.”

“자네 한국 스튜디오의 라이벌이 들어오기로 했다면서?”

“정식으로 투자계약을 체결한 것은 아닌 것 같은데, 3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뉴스기사는 났더라고요.”


사실 컬버시티 당국에서도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의 스튜디오 유치를 위해 애를 쓰고 있다.

현재 컬버 시티에서 소닉-콜롬비아스의 영향력이 생각보다 크다.

지난 1988년 컬버시티 시정부와 소닉이 지역 경제 활성화 방안에 관한 계약을 체결한 바가 있어서 각종 혜택은 물론 투자도 상당히 이루어졌다.

컬버시티 시정부 입장에서는 소닉-콜롬비아스에 이어 트라이-스텔라 스튜디오까지 들어서게 되면 스튜디오 시티라고 불리는 버뱅크에 이어 제2의 스튜디오 시티라고 불리게 될지도 모른다.

자연스럽게 관광객 유치, 상권 부흥과 부동산 가치 인상을 기대할 수 있다.

일단은 시정부와 계속해서 논의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기존의 스튜디오를 인수하는 것과 새롭게 건설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이기 때문에 성급하게 결정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저는 말한 건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그렇구만.”


왠지 반응이 뜨뜻미지근했다.


“혹시 PARKs 플라자처럼 대단하지 않아서 실망했어요?”

“아니.”

“그런데 왜 반응이 재미가 없어요? 좀 놀라고 고맙고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자넨 항상 날 부끄럽게 만드는 것 같아.”

“좋으면 좋다고 말하지, 뭘 부끄럽다고.....”

“.....!”

“제가 트라이-스텔라의 실질적인 오너에요. 잘 아시면서 그러세요?”

“잘 알지. 배당금이나 수익만 빼먹는 기업사냥꾼이 아니라는 거....”

“자, 저는 말한 대로 스튜디오만 사줬어요. 이곳을 리모델링하고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전적으로 트라이-스텔라의 몫입니다.”


말을 마친 류지호가 성큼 걸음을 옮겼다.

모리스 메타보이는 그 자리에서 꼼짝하지 않았다.

그저 류지호의 등을 가만히 바라봤다.


“내 인생에서 또 한 번의 실수를 할 뻔했군.”


친구들과 독립 프로덕션을 설립하지 않은 것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판을 깔아주는데 빅6를 트라이-스텔라가 포함된 빅7으로 만들지 못할 것도 없다.

사실 대규모 스튜디오 시설을 구입한 것은 관리운영 비용만 들어가지 합리적인 의사결정은 아니다.

하지만 상징성이란 것이 있다.

지금의 메이저 스튜디오 소닉-콜롬비아스도 저 옛날 이 아담한 스튜디오에서 시작했다.

몇 블록 떨어진 브론슨 스튜디오는 워너의 <재즈싱어>가 촬영된 곳이다.


“뭐 해요! 함께 구경 안 해요?”

“난 이곳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데?”

“그때는 남의 것이었잖아요. 지금은 우리 거란 말입니다! 달라요, 달라!”


하하하.


모리스 메타보이가 통쾌하게 웃으며 얼른 류지호를 따라갔다.

그 말이 맞았다.

빌려 쓸 때는 보지 못했던 것이 자신의 것이 되면 보이는 법이다.


1996년 연말.


드디어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의 자체 스튜디오가 생겼다.

리모델링 공사와 본사 빌딩 신축으로 입주는 몇 년이 걸리게 되지만.

메이저 스튜디오로 올라서는 것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았다.


❉ ❉ ❉


LA국제공항에 류지호의 비서인 제니퍼와 한국계 데니스 정이 나와 있다.

제니퍼의 손에는 한글 이름이 적혀 있었다.

두 사람이 게이트를 빠져나오는 사람들을 일일이 확인하다가 한국인 남자를 발견했다.

데니스 정이 한국인 남자를 향해 손을 들어 흔들며 제니퍼를 향해 입을 열었다.


“저기 저 사람이야.”

“.....?”

“여기요!”


한국인 남자가 여행용가방을 끌고 데니스 정에게 다가왔다.

데니스 정이 자연스러운 한국말로 인사를 건넸다.


“LA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어서 오세요. 박중환씨.”


LA에 나타난 한국인은 배우 박중환이다.

얼굴이 푸석푸석했다.

오랜 비행 때문이지 피곤에 절어있는 모습이다.


“혹시 지호가.....?”


제니퍼가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박중환씨를 에스코트하기 위해 왔습니다.”


데니스 정이 재촉했다.


“가시죠. 호텔로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지호가 살고 있는 집으로 가는 것이 아니었습니까?”

“보스는 지금 학교에 계십니다.”

“방학 아니었습니까?”

“마지막 겨울 학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쪽은 쿼터제였죠?”

“그렇습니다. 여행은 편안하셨습니까?”

“뭐 그렇죠.”

“영화촬영은 잘 하셨고요?”

“엊그제 크랭크 인한 것 같은데 한 달이 후딱 지나가더군요.”


박중환은 데니스 정의 질문에 친절하게 대답했다.

한 동안 박중환은 미국인들과 생활했다.

한국말과 한국음식이 간절하던 차다.

한국말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자 수다가 발동했다.


❉ ❉ ❉


대한민국으로서는 한국전쟁 이후로 최악의 해가 밝았다.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일류국가 도전과 화합의 해라고 힘주어 말했지만, 1월 23일 재계 14위의 대기업 한보그룹의 철강회사가 5조 7,000억 원 불법대출 건과 엮여 부도를 냈다.

한국에서 외환위기의 신호탄이 터질 때 류지호는 뉴욕비평가협회 신인감독상 수상을 위해 뉴욕에 잠시 다녀왔다.

외부 활동은 그것이 전부였다.

모든 시간을 졸업작품 준비에 할애했다.

해가 뉘엿뉘엿 지는 시간.

류지호를 태운 승용차가 베벌리힐스의 럭셔리 호텔에 도착했다.

호텔에 박중환이 묵고 있었다.

객실로 올라가기에 앞서 미리 전화를 걸었다.


“좀 쉬셨어요?”

- 침대에 눕자마자 골아 떨어졌다.

“올라갈까요? 아니면 내려오실래요?”

- 그냥 올라와.


객실로 들어가자 박중환이 다짜고짜 류지호를 껴안았다.


와락.


“으아! 진짜 반갑다. 아우야!”


류지호가 박중환을 떨어뜨려놓으며 질색했다.


“왜 오버하고 그래요?”


박중환이 특유의 얼굴을 우그러뜨리는 표정을 지으며 하소연했다.


“진짜 힘들었어.”


울상인 것도 같고, 성내는 것 같기도 한 표정.

영화 속 캐릭터가 현실로 튀어나온 것 같았다.

그는 <더블 앳지> 촬영을 모두 마치고, 하루 휴식을 취했다.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류지호는 그와 놀아주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다.


“고생하셨어요.”

“고생은 뭐.....”

“어때요? 할 만했어요?”

“별 거 없던데?”

“큭큭. 허세는.....”


류지호는 웃으며 소파로 가서 엉덩이를 걸쳤다.

<Double Edge>.

박중환이 출연하는 할리우드 영화다.

한국배우로서는 최초의 할리우드 영화 진출이다.


“11월에 크랭크인 했었던가요?”

“응. 캐나다에서 주로 촬영했어.”

“LA에서는 얼마나 머물 예정인데요?”

“한 달 정도.”

“예산이 500만 달러 맞죠?”

“잘 몰라. 제작비까지는.”

“절반은 한국의 대유가 투자했을 걸요?”

“그렇다고 하더라.”


따지고 보면 박중환의 출연료를 한국의 대유가 낸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전 삶에서는 오라이언 픽처스가 투자·배급했던 영화였다.

류지호가 소유한 트라이-스텔라가 오라이언을 인수합병함으로써 이 영화의 공동제작은 다른 영화사로 넘어갔고, 결국 MSM에서 투자·배급하게 되었다.

영화의 제작사는 <덤 앤 더머>, <쓰리썸>을 제작한 MPCA(Motion Picture Corporation of America)이다.

두 작품 모두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가 투자·배급한 바 있다.

MPCA는 오라이언 픽처스의 제휴영화사였는데, <더 록> 샤워씬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 마이클 코넬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버디 형사물을 몇 년 전부터 기획해 왔다.

대유영화사업부에서 투자제의를 해오게 되었고, 한국영화의 빅스타 박중환을 캐스팅해 전격적으로 영화제작에 들어갔다.


“이번 달에 모두 촬영을 끝내는 거예요?”

“스케줄은 그런데, 영화가 예정대로 끝나는 법이 없잖아?”

“미국은 대체로 예정대로 끝이 나요.”

“그래?”

“대략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에 개봉하겠네요?”

“연말에 하려고 하더라.”


될 리가 없다.

올해 크리스마스 시즌과 연말에 걸리는 텐트폴들이 만만치가 않아서.


“아차, 마실 거 줄까?”

“한인타운 가서 얼큰한 국물에 소주 한 잔 해요.”

“조오치!”


박중환이 얼른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마치고 나왔다.

여행용 가방까지 챙겨 객실을 나섰다.


“짐은 왜?”

“왜긴... 네 집 놔두고 뭐 하러 호텔에서 지내냐?”

“제 집이요?”

“그래.”

“불편할 텐데.....”

“내가 가는 게 싫어?”

“싫은 건 아닌데, 그냥 평범한 주택이에요.”

“암튼, 출국하기 전까지 신세 좀 지자.”

“일단 가보고 지내기 불편할 것 같으면 언제든 호텔 잡아드릴게요.”

“내가 알아서 해. 일단 앞장 서 봐.”


류지호가 박중환과 매니저를 데리고, 단골 한인식당으로 향했다.


작가의말

한 주 마무리 잘 하십시오. 활기차고 즐거운 하루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Mr. 할리우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04 영화 기술사의 한 획! (3) +5 22.10.14 4,510 139 24쪽
303 영화 기술사의 한 획! (2) +11 22.10.13 4,532 156 24쪽
302 영화 기술사의 한 획! (1) +7 22.10.12 4,765 148 25쪽
301 인생의 기준이 너무 높아졌어. (2) +11 22.10.11 4,624 151 23쪽
300 인생의 기준이 너무 높아졌어. (1) +9 22.10.10 4,605 144 26쪽
299 네 인생이지 내 인생이냐? +12 22.10.08 4,691 156 24쪽
298 JHO CONVENTION. (5) +8 22.10.07 4,728 143 31쪽
297 JHO CONVENTION. (4) +9 22.10.06 4,911 161 25쪽
296 JHO CONVENTION. (3) +7 22.10.05 4,756 151 24쪽
295 JHO CONVENTION. (2) +8 22.10.04 4,657 150 23쪽
294 JHO CONVENTION. (1) +6 22.10.03 4,892 161 23쪽
293 말한 것은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3) +6 22.10.01 4,778 159 22쪽
» 말한 것은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2) +11 22.09.30 4,791 146 21쪽
291 말한 것은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1) +12 22.09.29 4,760 164 21쪽
290 우리 잘 해봐요. (5) +6 22.09.28 4,845 157 26쪽
289 우리 잘 해봐요. (4) +7 22.09.27 4,752 153 25쪽
288 우리 잘 해봐요. (3) +8 22.09.26 4,776 154 23쪽
287 우리 잘 해봐요. (2) +3 22.09.24 4,830 157 21쪽
286 우리 잘 해봐요. (1) +8 22.09.23 4,976 147 23쪽
285 박스오피스는 내가 더 높거든! +11 22.09.22 4,903 173 28쪽
284 토론토 국제영화제. (6) +6 22.09.21 4,836 164 24쪽
283 토론토 국제영화제. (5) +13 22.09.20 4,725 163 27쪽
282 토론토 국제영화제. (4) +13 22.09.20 4,425 140 26쪽
281 토론토 국제영화제. (3) +7 22.09.20 4,472 122 25쪽
280 토론토 국제영화제. (2) +7 22.09.19 4,711 157 26쪽
279 토론토 국제영화제. (1) +4 22.09.17 4,923 162 28쪽
278 쯧.... 역시 생각이 많은 녀석! +6 22.09.16 4,808 153 26쪽
277 큰 힘에는 큰 문제가 따르는 법. (3) +5 22.09.15 4,788 162 26쪽
276 큰 힘에는 큰 문제가 따르는 법. (2) +2 22.09.15 4,508 140 23쪽
275 큰 힘에는 큰 문제가 따르는 법. (1) +7 22.09.14 4,730 151 2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