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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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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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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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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1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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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6쪽

큰 힘에는 큰 문제가 따르는 법. (3)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일행의 맨 앞에 서 있는 매튜 그레이엄이 활짝 웃어보였다.


“매튜 그레이엄?”

“하하하. 안녕하세요. 칼?”

“.....!”

“우리는 시간을 정확하게 맞춰 왔는데, 이렇게 미리들 와계시니 괜히 미안해집니다.”


이사회 구성원들 가운데서 입을 다물고 있는 SkyBox/Fleer International의 사장은 올 것이 왔다는 표정을 지었다.

참고로 이 회사는 풍선껌으로 유명한 회사였는데, Timely IP를 활용해 트레이딩카드를 제작·유통하고 있다.


“우리 자리는 어디입니까?”

“.....”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진짜 거물들이 임시 이사회에 나타난 것이다.


“아무데나 마음에 드는 자리에 앉으면 되는 겁니까?”


매튜 그레이엄이 한쪽에 비워져 있는 자리로 일행을 안내했다.

일행이 모두 자리에 앉자 소개를 시작했다.


“여기는 G&P의 게리 벨슨씨. 이쪽은 Pinkerton Corp.의 대리인 데본 테럴씨, IVE의 지우베르투 코르테즈 마지막으로 임시 이사회의 주인공. 지호 류! 나는 Garam Invest의 매튜 그레이엄입니다.”

“.....?”

“설마 지호 류를 모르는 분은 없겠죠?”


모두 Timely Enterprise의 주주들이다.

류지호는 굳이 참석하지 않아도 되었다.

Timely를 말아먹은 이들이 어떤 작자들인지 궁금해서 참석했다.

임시 이사회의 주도권은 매튜 그레이엄이 완전히 장악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Garam Invest와 G&P, Pinkerton Corp., 트라이-스텔라, 류지호 개인이 보유한 주식이 대략 48%였고, 우호적인 주주들의 주식을 모두 아우르면 무려 56%에 이른다.

반면에 로니 페럴만의 앤디스 홀딩스가 17%, 칼 아이젠이 4.8%, 토이 비즈가 11%였다.


“우리가 도착하기 전에 건설적인 이야기는 많이 나눴습니까?”

“.....”

“다들 Timely의 미래에 대해 굉장히 열띤 토론을 벌이시는 것 같더군요.”


칼 아이젠이 목청을 높였다.


“나와 내게 권리를 위임한 모든 주주들은 파산보호 신청은 절대 반대합니다!”

“무작정 반대만 한다고 될 일입니까? 당장 채권자에게 지불해야할 원금과 이자만 1,000만 달러입니다.”

“채권자들과 협상을 해서 기간을 연장해야죠.”

“연장하면? 없던 방법이라도 생긴단 말입니까?”


기업이 파산보호를 신청하면 법원 감독 아래 채무상환이 일시적으로 연기되면서 기업회생절차를 밟게 된다.

이때 법원은 청산가치보다 존속가치가 높다고 판단되면 파산보호 신청을 받아들이게 되고, 기업은 영업활동을 계속 유지하면서 회생하기 위해 구조조정 등을 추진하게 된다.

이와 반대로 기업이 회생가능성이 없을 때 즉시 자산매각을 통해 청산에 들어가게 된다.

이때 해당기업은 영업이 중지되고 신탁업체(주로 은행)가 기업자산을 모두 매각해 채권자에게 나눠주게 된다.


“회사를 다른 곳에 팔면 되지 않겠습니까?”

“코믹북 시장의 거품이 꺼졌습니다. 코믹스 시장은 전망이 어두워요.”


야곱 펄뮤터가 제안했다.


“차라리 워너-타임과 협상해 보는 게 어떻습니까?”


무시하고 로니 페럴만이 의견을 냈다.


“차라리 자회사 몇 개를 팔거나, 코믹스 라이선스를 팝시다.”

“......”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자회사를 판다고 해서 만성적자와 부채를 해결할 수가 없다.

특히 라이선스는 Timely의 중요자산이다.

선뜻 팔기가 망설여졌다.

로니 페럴만이 정확하게 류지호를 쳐다보며 물었다.


“혹시 트라이-스텔라에서 Timely 캐릭터 라이선스를 살 의향이 없습니까? 마음에 드는 걸로 마음대로 선택해도 됩니다.”


셰인 아라드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서 따졌다.


“라이선스를 팔다니요? 지금까지 팔아먹을 걸 회수해도 모자를 판에!”

“......”

“Timely의 캐릭터가 어떤 가치가 있는 줄 몰라서 그런 소리를 해댑니까!”


류지호가 테이블을 손바닥으로 세 번 내려쳤다.


탕탕탕!


서로 목청을 높이던 사람들이 입을 다물고 류지호를 쳐다봤다.


“아이젠씨는 파산보호신청을 하게 되면 Timely가 청산될 거라고 단정하시는 군요?”

“당연하지. 미스터 류도 지난 2년간의 회계장부를 확인했을 거 아닌가. 향후 코믹스 시장 전망도 매우 어둡고 말이야.”


류지호는 가타부타 말하지 않고, 입을 다물었다.

포커페이스를 유지한 채 슬쩍 상체를 뒤로 젖혔다.

더는 할 말이 없다는 듯이.

매튜 그레이엄이 끼어들었다.


“한참 재밌는 불구경을 하고 있는데, 보스가 불을 꺼버렸어.”


류지호를 향해 작게 투덜거린 매튜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뚜벅.


곧장 회의테이블 앞 쪽으로 걸어 나갔다.


“존경하는 스탠 리버께서 나의 보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Jay, Timely를 부탁해.”

“.....?”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팔을 벌려 보이는 매튜를 보며 류지호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오늘따라 매튜가 굉장히 들떠있는 것처럼 보였다.

당연했다.

매튜 역시 어릴 적 Timely 코믹스를 보고 자랐고, <스파이더 맨>을 굉장히 좋아했다.

투자자로서 Timely는 매력적인 회사가 아니다.

그런데 류지호의 약속을 믿었다.

Timely 히어로들을 극장에서 보게 해주겠다는 그 약속을.


“부탁한다는 말이 무엇을 의미합니까?”

“트라이-스텔라가 <데어데블>과 <데드풀>의 판권을 사줄 수 없겠습니까?”

“작년 적자가 4,840만 달러인데, 그 두 편으로 해결할 수 있겠습니까?”


또 다시 중구난방으로 떠들기 시작했다.


“내게 집중해주시겠습니까?”


매튜는 류지호에게 향했던 장내의 주목을 자신에게 돌렸다.


“파산보호신청을 하든, 회사자산을 매각 하든! 그런 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


잠시 뜸을 들인 매튜의 입이 한참 만에 열렸다.


“이사회와 주주 대리인 여러분들에게 Timely Enterprise 인수합병을 제안하는 바입니다.”

“인수합병?”

“쉬운 말로 해줘요? 여러분의 주식을 JHO에게 팔라는 말입니다. 주식이 휴지값으로 떨어지기 전에.”

“.....!”


몇몇은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특히 로니 페럴만이 그랬다.

칼 아이젠과 야곱 펄뮤터은 바쁘게 머릿속으로 이해득실을 따졌다.

셰인 아라드만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식으로 기습적으로 치고 들어오다니.....”

“아라드씨.... 기습은 덩치 작은놈이 큰놈을 칠 때 쓰는 겁니다. 실질적으로 JHO Company가 최대 주주입니다만.”


이사회에서 처리를 해야 출혈도 적다.

주주총회나 주식시장에서 공개적으로 처리하게 되면 채권자들까지 끼어들어 괜히 사안만 복잡해진다.

매튜 그레이엄에게 질문이 쏟아졌다.


벌떡.


류지호가 슬그머니 일어서서 열띤 대화가 오가는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데본 테럴과 코르테스가 그 뒤를 따랐다.

인수합병은 매튜 그레이엄과 게리 밴슨의 전문분야.

그 자리에 낄 필요도 이유도 없었기 때문이다.


“보스. 파산보호신청 기간 중에 채권단과 협상을 해도 되었을 텐데....”

“그러면 늦을 것 같아서요.”


Timely Enterprise의 적자도 문제지만, 파산보호신청 기간에 벌어질 영화 라이선스 판매가 더 큰 문제다.

만약 법정보호에 들어가면 구조조정 명목으로 수백 명을 해고할 터.

그 가운데는 작가와 편집 관련 직원도 포함될 가능성이 높았다.

냉혹한 기업사냥꾼 페럴만과 아이젠은 그러고도 남을 작자들이다.


“오늘 와서 직접 저들은 보니 알겠어요.”

“무엇을 말입니까?”

“저 사람들은 그냥 돈 넣고 돈 먹는 사람들이구나. Timely의 역사와 가치 따위는 안중에도 없구나 하는 걸.”

“비즈니스란 게 다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그럴까요?”

“보스가 특이한 겁니다.”

“로니 페럴만이 그랬다죠. Timely는 작은 Laugh-O-Gram이고, 어린 시절을 함께한 히어로가 득실거리는 캐릭터의 보물 창고라고. LOG를 따라한답시고, 스티커 회사부터 코믹스 유통 회사, 장난감 회사까지 인수해서 몸집을 불려왔어요. 오늘 보니까, LOG를 따라하려고 했던 게 아니었던 것 같네요. 월가의 투자회사가 그러는 것처럼 몸집을 잔뜩 키워 비싸게 팔아먹으려고 했던 것 같아요.”

“지적재산권은 안정 자산이니 당연한 겁니다.”

“그렇죠. 그런 걸로 돈을 버는 사람이니까..... 그래서 조금 빨리 움직인 거예요. 저 탐욕스러운 기업사냥꾼들이 Timely의 라이선스를 마구 팔아치우기 전에.”


가만히 류지호와 데본 테럴의 대화를 듣고 있던 IVE의 코르테즈 사장이 입을 열었다.


“Timely를 인수하고 난 후의 계획이 있습니까?”

“쓸데없는 회사들은 처분해야죠.”

“코믹스만 남겨 둘 생각입니까?”

“정밀실사를 한 후에 결정해야죠.”


80년대 이미 Timely는 애니메이션과 TV시리즈를 제작하는 프로덕션을 설립했다.

이후 Timely Production→Timely Films→Timely Studios로 법인명을 변경해 왔다.

파산보호신청 기간 Timely films이 20세기 PARKs에 매각되어야 하겠지만, JHO Company가 인수합병하게 되면 조직개편이 불가피했다.

데본 테럴은 Timely 인수합병에 큰 관심이 없었다.


“한국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무엇을.....?”

“영화사업에서 지저분한 장난을 친 대유와 오성 말입니다.”

“오성의 박 이사라는 사람은 영화판에서 치워버리고. 대유의 본부장은 잠시 놔두려고요.”

“놔둔단 말입니까?”

“예.”

“재벌이라서?”

“오성의 박 이사라는 사람이 있으나 없으나 똑같아요. 오성영상사업단에 워낙 유능한 사람들이 많거든요. 대유는 무능한 사람이 대표로 있어야 WaW가 움직이기 편해요. 코엑스 몰 지하시설 임대 입찰 전, 그 시점에 스캔들 터트리는 걸로 장문식 이사와 계획을 세워놨어요.”


1997년 초에 삼성동 코엑스 몰 시설 임대 입찰이 있을 예정이다.

코엑스 몰 지하 3,800평 규모의 공간.

이전 삶에서 메가플렉스가 들어섰던 곳이다.

G.O.M Cinemas가 그 공간의 장기임대를 노리고 있다.

이전 삶에서 처음 임대를 따낸 곳은 대유그룹이었다.

나중에 동영그룹에 넘기게 되었지만.

어쨌든 경쟁업체 수뇌부가 무능할수록 G.O.M Cinemas의 입찰 경쟁 부담이 줄어들 터.


“어떤 계획인지 제가 알 수 있겠습니까?”

“입찰이 있기 전, 김지훈 대표와 관련된 스캔들을 터트리고 사법처리도 받게 하려고요. 막강한 경쟁자를 하나 치워놓고 시작하는 거죠.”

“대기업들도 모두 입찰에 참여할 텐데.....”

“코엑스를 대유건설이 지었어요. 아마 그들이 가장 강력한 적수가 될 겁니다. 입찰 시작도 전에 점수를 따고 들어갈 테니까.”

“오성과 경일의 미디어사업부를 무시해선 안 됩니다.”

“물론이죠.”


오성그룹의 영화사업 진출은 진심이었다.

외환위기와 자동차사업으로 인해 그룹이 어려워지지 않았다면 한국영화계는 백설그룹이 아닌 오성이 장악했을지도 모른다.


‘서 실장만 스카우트할 수 있으면 충무로에서 내가 완전히 손을 떼도 될 텐데.....’


서병욱 실장은 오성그룹의 영상사업단을 기획한 인물이다.

오성전자 비서실 출신인데, 오성물산에서 신사업 개발을 하다가 정보통신 쪽에 눈을 떴고, 문화 콘텐츠의 미래가치에 대해 확신을 품게 되었다.

94년에 오성물산에서 오성전자 비서실로 발령 받은 서병욱은 범 오성그룹 프로젝트인 영상사업단을 출범시켰다.

오성전자 비서실을 주축으로 물산과 백설식품의 A급 기획자들을 모아 그룹 차원의 TFT를 만들었다.

이후로 오성그룹 전체에서 인원을 선발해 그 규모가 600명에 이르렀다.

오성그룹이 영상사업 분야를 정리하지 않았다면, 대한민국의 미디어 및 영화 분야는 오성이 지배했을 것이다.

물론 범 오성가인 백설 E&M이 영화계를 넘어 엔터테인먼트 전 분야를 장악하게 되지만.

오성영상사업단이 해체된 이후에 그 곳 출신 50여명이 영화, 음반, 케이블TV, 인터넷 등 각 분야로 흩어져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현재 백설식품이 DreamFactory와 투자계약을 했다지만, 오성영상사업단에 비할 바가 아니다.

백설식품 멀티미디어 사업부는 오성영상사업단의 일개 부서에 불과한 수준이니까.

여담으로 오성영상사업단은 해체하기 전까지 2,000억 원의 적자를 보게 된다.

이전 삶에서 영화 <쉬리>로 흥행대박을 맞았지만, 이미 영화사업에서 철수하고 난 후였다.

오성그룹이 영화사업에서 철수하면서 다른 대기업들도 한국영화 투자를 망설이기까지 한다.

그 정도로 이전 삶에서는 오성영상사업단이 한국영화판에서 막강한 파워를 자랑했었다.


‘오성 출신 중에서 딱히 욕심나는 사람은 없는데, 서 실장만큼은 진짜 영입하고 싶긴 해.’


서병욱은 영상사업단 세팅만 해놓고 다시 오성전자로 돌아갔다.

몇 년 후에 오성물산 부사장까지 오르게 된다.

뼛속까지 오성맨인 그가 류지호에게 올 리가 없다.


“데본, 뉴욕에 온 김에 하루만 플라이 낚시 하고 갈까요?”

“일정은 괜찮습니까?”

“다음 주에 봄 학기 시작이라, 괜찮아요.”

“그레이엄씨도 함께 갑니까?”

“그래야죠.”

“Timely는.....?”

“JHO에 전문가가 매튜만 있나요?”


꽤 오랜 시간 준비한 인수합병이라서 매튜가 빠져도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었다.


✻ ✻ ✻


다음 날, 아침 일찍 류지호와 일행이 비버킬 밸리로 향했다.

몇 년 만에 다시 찾은 비버킬 밸리는 변함이 없었다.

일행은 상류 쪽에서 플라이 낚시를 즐겼다.


“형!”

“응?”

“예전에 내가 했던 말 기억나?”

“무슨 말?”

“재활센터 나오면 플라이 낚시 데려가 달라는 말.”

“그랬냐?”

“못 들었어?”

“들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쳇. 나만 바보된 거네.”


두 사람은 공통점이 있다.

죽다 살아났다는 것.

그것으로 인해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는 것.

매튜는 말 그대로 죽을 뻔했다 산 것이고, 류지호는 진짜 죽었다가 살아난 것이지만.

어쨌든 그랬다


“Jay.”

“왜?”

“우리 가끔 플라이 낚시 오기로 했는데, 여태 한 번도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내가 군대에 있었으니까.”

“너는 그때나 지금이나 바쁘게 사는 것 같아.”

“그때보다는 한가해. 그러니까 영화를 찍지.”

“Jay.”


핑.


류지호의 낚싯대가 크게 휘었다.


“말시키지 마. 물었어!”


한동안 류지호가 물고기와 씨름했다.

하지만.


“아씨! 형이 말시켜서 놓쳤잖아!”

“웃기시네. 네가 요령이 없어서 그런 거야. 어디서 가만히 있는 나를 끌어들여?”

“쳇!”


류지호가 다시 찌를 흐르는 물에 풀어놓았다.

낙엽이 물에 떠내려가듯, 플라이가 물의 흐름을 따라 떠내려갔다.

그렇게 물고기가 덤빌 때까지 기다렸다.


“TBS는 정말 생각 없어?”


에드윈 터너는 류지호가 인수합병에 뜻이 없자, 매튜 그레이엄을 공략했다.

NBC 인수합병에 실패한 에드윈 터너는 더욱 몸이 달았다.


“고민이야.”

“왜 고민하는지 난 이해를 못하겠다. 최근 들리는 이야기로는 TBS의 주식 19%를 가지고 있는 워너-타임이 인수의향을 전했다고 하더라.”

“.....음.”

“터너씨는 거대 미디어 공룡인 워너-타임과 합치는 것보다 트라이-스텔라와 합치는 것에 더 관심이 많아. 워너-타임에 인수되면 돈 방석에 앉을 텐데도 썩 내키지 않는 모양이야.”

“워너-타임 이사회에 들어가는 것에 부담감을 느끼시지는 않던데....?”

“그렇다고 터너씨가 경영권을 틀어쥔다는 보장도 없지.”


굴러 온 돌이 박힌 돈을 빼내기란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이사회와 주요주주들은 모두 유대계다.

그 안에서 권력싸움을 벌여 에드윈 터너가 승리할 가능성은 그렇게 높아보이지 않았다.

오로지 에드윈 터너 본인만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뿐.


“터너와 트라이-스텔라와 합병하면 단숨에 메이저가 되는 거야.”

“MPAA가 우릴 회원으로 받아줄 것 같지 않은데?”


미국영화협회(Motion Picture Association of America, MPAA)는 메이저 스튜디오 여섯 곳이 1922년 설립한 비영리단체였다.

긴 역사 속에서 몇 개 스튜디오가 들어왔다 나가는 등 변화가 있었지만, 창립멤버 스튜디오 여섯은 바뀐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MSM Studios가 다시 회원사가 되려고 시도 중이다.

기존 회원들이 받아들일지 미지수다.

미국영화협회는 할리우드 영화의 전 세계 전파의 첨병이고, 할리우드에서의 영향력을 유지하는 권력이며, 개봉영화의 등급을 결정하는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이 협회가 필름 포맷을 결정했고, 비디오 포맷을 결정했으며, LD 포맷을 결정했다.

곧 DVD 포맷도 결정하게 된다.

미국영화협회가 할리우드의 수백 개의 영화 제작사들을 대신해 할리우드의 영화 및 비즈니스의 중요한 문제들을 결정하고 있다.

이 단체에 대항할 수 있는 곳은 전미극장주협회(NATO) 정도다.

그런데 빅6는 대형 멀티플렉스 브랜드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패러마운틴 판결로 극장을 소유만 하지 않고 있지 메이저 멀티플렉스 체인의 대주주들이다.

따라서 미국영화협회를 견제할 할리우드의 단체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터너와 합병하는 게 싫어?”

“응.”

“왜?”

“언론 같은 큰 힘을 갖게 되면 휘두르고 싶어질 것 같아서.... 아니다. 그걸로 딴 짓을 계속 벌일 것 같아서.”

“딴 짓?”

“가령 정의의 사도 짓 같은. 캡틴 아메리카나 Timely의 히어로들처럼.”

“엉뚱한 놈!”

“난 진짜 그렇게 할지도 몰라. 아니 해야 할지도 몰라.”


류지호가 정의로워서가 아니다.

앞으로 벌어질 온갖 사건사고들이 머릿속에 남아 있다.

언론을 가지게 되면, 모른 척 하기 쉽지 않다.

어쩔 수 없이 그런 것들에 참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LA폭동, 삼봉백화점 사건에서처럼.


“Timely 합병한다고 갑자기 어린아이가 된 거야?”

“......겁이 나.”

“뭐가 무서운데?”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에서 멀어지게 될까봐.”

“네가 하고 싶은 일을 잘만하면서 살고 있잖아.”

“......”

“지금처럼 열심히 하다보면, 넌 해낼 수 있을 거야. 뭐든지.”

“그랬으면 좋겠어.”

“흔들리면 안 돼. 네게 속해있는 사람들을 생각해.”

“안 흔들려.”


‘단지 내가 욕하고 비난했던 자들과 똑같이 될까봐.... 그러지.’


류지호는 뒷말을 속으로 삼키고, 화제를 돌렸다.


“형은 어때?”

“자잘한 회사들 수집하는 재미가 있어.”

“Timely가 자잘한 회사야?”

“10억 달러 가치도 안 되는 회사잖아.”

“그런가? 겨우 10억 달러인건가.....?”

“자식이! Timely까지 완전히 합병하고 그룹으로 개편하면 TBS 못지않은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되는 거야.”


솔직히 류지호는 실감하지 못했다.

회계보고서에서 매출과 영업이익만 대충 확인하고 감사보고서만 보고 말기 때문이다.

사실 몇 번에 걸쳐 증자를 하면서 트라이-스텔라의 자본금이 대폭 늘어났다.

유상·무상증자를 적당히 활용해서 실제 자본금을 늘리는 과정에서 G&P와 기타 주주들의 지분율을 감소시키고 지주회사인 JHO Company Holdings의 지분율을 높였다.

지주회사는 사실상 류지호 소유나 마찬가지다.


“형, 나 부자 맞지?”

“이젠 나보다 부자야. 자랑스러워해도 돼.”

“그럼 5,000만 달러짜리 영화 찍어도 되겠지?”

“1억 달러짜리 찍어. <스파이더맨> 찍어 볼래?”

“Timely 프로젝트는 아직 일러.”

“묵혀 놨다 뭐하게?”

“Hues & Rhythm이 아직 준비가 덜 됐어.”

“그냥 만들어. 한 편 정도는 망해도 돼.”

“형이 영화를 알아?”

“경영이나 회계 알아?”

“나도 어느 정도 알거든.”

“시끄러! 이제 말 시키지 마. 낚시에 집중하게.”


두 사람은 그 후로도 낚시는 잊은 채 투덕거렸다.


✻ ✻ ✻


류지호는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지분을 확보하고 인수합병을 주요 주주들에게 통보를 하게 되면 무난하게 Timely Enterprise를 얻을 수 있을 줄 알았다.

아니다.

완전한 합병에 무려 2년이나 걸리게 된다.

원흉은 바로 탐욕스러운 로니 페럴만 때문이다.

Timely Enterprise의 지주회사인 앤드류 홀딩스가 94년에 4억 5천만 달러 채권을 발행했다.

로니 페럴만은 이 자금을 Timely Enterprise가 아닌 자신의 회사의 자본금으로 넣어버렸다.

Timely Enterprise가 5,000만 달러에 달하는 적자를 보는 상황에서도 채권발행으로 얻은 막대한 돈을 지주회사가 꿀꺽한 것이다.

JHO Company가 그 문제를 넘길 리가 없다.

캐서린 & 윌슨 로펌과 계약해서 로니 페럴만과 소송전을 진행한다.

두 당사자 간의 문제로 끝났으면 깔끔했을 텐데.

칼 아이젠이 소액주주들을 충돌질해서 이 분쟁에 끼어들게 되면서 진흙탕이 되어버린다.

그 과정에서 JHO Company는 Timely Enterprise의 상장을 자진해서 폐지해버린다.

그런 후에 류지호는 Timely Enterprise 이사회를 열어 개편안을 의결시킨다.

Timely Enterprise를 종합엔터테인먼트 회사로 전환시키면서 ToyBiz, SkyBox/Fleer, Panini 등 자회사를 계열분리 시키게 된다.

Timely Entertainment의 회장이 되어야 할 야곱 펄뮤터와 타임리 유니버스를 책임져야 할 셰인 아라드는 ToyBiz와 독립프로덕션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전 삶에서는 300여명에 가까운 직원들이 해고되었다.

류지호는 이직을 원하는 이들을 제외하고 남고자 하는 이들의 고용을 보장해준다.

모두 2년 후에나 벌어질 일들이다.

현재 류지호는 ‘Timely의 아버지’ 스탠 리버에게 붙잡혀 잔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영화는 언제 제작하겠다는 거야?”

“때가 되면요.”

“그때가 언제야?”

“가까운 미래에요.”

“그 가까운....”

“스탠. 일단 Timely의 과거와 현재를 점검해 보세요. 코믹북 시장이 죽어가고 있는데, 보고만 있을 겁니까?”

“그러니까, 우리 콘텐츠를 영화로 옮겨야지.”

“당연히 영화로 제작될 겁니다. 그 전에 Timely의 초심부터 먼저 찾으시고요.”

“무슨 초심?”

“캐릭터들의 역사가 오래되면서 뒤죽박죽, 얼렁뚱땅, 몰개성 기타 등등. 온갖 잡탕에.....”

“Timely의 캐릭터는 여전히 최고야!”

“최고인 건 알아요. 그래도 처음으로 돌아가서 캐릭터들을 검토해보자구요. 모든 캐릭터들을 돌아보고, 무엇을 영화로 만들어야 할지 고민해보세요.”


류지호는 당장 Timely 캐릭터로 영화를 제작하자고 협박을 해대는 스탠 리버를 피해 LA로 도망쳤다.

코믹스 부분은 스탠 리버를 명예회장에 앉혀놓고 모든 Timely의 콘텐츠 혁신 작업을 시작했다.

JHO Company가 페럴만, 아이젠 등과 손해배상 및 법적분쟁을 진행하는 2년 동안, 스탠 리버는 Timely Enterprise의 직원들을 닦달하게 된다.

스탠 리버이기 때문에 가능한 닦달이다.

Timely 코믹스의 혁신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부터 시작했다.

류지호는 다른 모든 구조조정에 앞서 과거를 더 잘 이해할 것을 요구했다.

그 일환으로 Timely가 지금까지 내놓은 모든 캐릭터의 첫 출발부터 현재까지를 꼼꼼하게 점검할 것을 주문했다.

과거를 알고, 현재를 진단해야 미래의 청사진을 그릴 수 있는 법.

Timely Enterprise의 영화사업 Timely Studios는 그 동안 제작했던 모든 애니메이션과 TV시리즈, 영화들의 성공과 실패요인을 분석하게 된다.

그와 함께 오래 전에 넘긴 자사 저작권 회수작업에 나선다.

법적인 문제는 캐서린 & 윌슨 로펌이 활약한다.

2000년을 맞이하기 전에 대부분의 Timely 저작권을 회수할 수 있게 된다.

단 ‘스파이더맨’과 ‘X-맨’을 제외하고.

먼 훗날 스탠 리버가 류지호에게 말한다.


[큰 힘에는 큰 문제가 따르는 법이지.]


<스파이더맨>의 유명한 대사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라는 말은 스탠 리버가 그냥 생각나는 대로 대충 적은 말이다.

피터 파커라는 불쌍한 아이는 청소년이 겪어야할 전형적인 성장통 뿐만 아니라, 그의 인생에 걸쳐 그린 고블린, 샌드맨, 벌쳐 등과 죽어라 싸워야만 한다.

평범한 청소년이었다면.

큰 힘을 얻지 않았다면.

겪지 않았을 고난을 겪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스탠 리버는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르는 것이 아니라, 큰 문제가 따른다고 말했다.


“세상에 날로 먹는 건 없다니까.”


뭔가 얻기 위해서는 나도 뭔가를 내놓아야 한다.

땀이나 눈물일 수도 있고, 에너지일 수도 있고, 건강일 수도 있다.

어쨌든 법정분쟁과는 상관없이 Timely Enterprise가 JHO Company 계열사로 편입되었다.

한동안 적자를 각오해야한다.

그 시간을 인내하고 나면 분명 달콤한 열매를 따먹을 수 있을 터.

시간은 류지호의 편이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편안한 하루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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