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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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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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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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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10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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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6쪽

인생의 기준이 너무 높아졌어. (1)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라스베이거스 관광을 마친 부모님이 웨스트우드 주택으로 돌아왔다.

식사를 하다가 류지호로부터 뜬금없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딜 간다고?”

“졸업하고 살 집을 둘러보려고요.”

“멀쩡한 집을 놔두고 또 이사를 가? 집으로 와야.....”


심영숙은 졸업하면 한국으로 돌아와야 하지 않겠냐고 말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미국에서 영화감독으로 데뷔한 아들이다.

한국 영화계에서 할 일이 있을 턱이 없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이 혼자 살기에는 나쁘지 않아요. 다만 사생활 보호를 위해서라도 외부인을 차단할 수 있는 고급주택단지로 이사를 가야 할 것 같아서요.”

“앞으로 가족들이 더 늘어날 텐데.... 그때를 생각하면 미리 좀 더 넓은 집으로 옮기는 게 좋을 것 같긴 해.”

“부동산 투자 전문가 말로는 미국의 부동산이 다시 활기를 되찾아서 몇 년 후에는 상당히 많이 오를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비싸 지기 전에 좀 더 넓은 평수로 옮기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비서들도 조언하고 있고요.”


침체일로를 걷던 부동산시장이 활기를 되찾기 시작한 것은 3-4년 전부터다.

80년대 말 미국의 부동산 경기는 피크를 찍었다.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천정부지의 부동산 호황을 누리던 ‘피크 경기’가 90년대 초반 경기침체와 더불어 LA폭동까지 겹치면서 순식간에 곤두박질쳤다.

부동산에 투자했다가 손해를 본 한인들이 상당했다.

최근 다시 부동산이 호황기에 접어들고 있다.

80년대 말엽에 못지않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참고로 이 같은 부동산 거품은 2006년 피크를 찍게 된다.

리먼 사태로 이후로 급락하게 된다.


“네가 살 집인데 네 마음에 들어야지. 우리가 봐서 참견해....”


심영숙이 얼른 남편의 말을 잘랐다.


“이왕 이사하겠다면 꼼꼼하게 따질 건 따져야지.”

“괜찮으시겠어요? 여러 곳 둘러볼 것 같은데.”

“웬걸 조금 피곤하다고 했더니 가이드가 친절하게 쉴 수 있는 곳으로 데려가 주더라. 쉬엄쉬엄 구경했어.”

“그랬다면 다행이네요.”

“아들.”

“네. 어머니.”

“어제는 영화에도 나오는 무슨 호텔인가 뭐시긴가 하는 곳에 갔는데, 물줄기가 분수처럼 하늘 높이 치솟는데 정말 장관이더라. 거기서 불꽃놀이도 봤어.”


처음 미국을 방문한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심영숙은 모처럼의 해외여행이 즐거웠던 모양이다. 사춘기 소녀처럼 들뜬 목소리로 라스베이거스에서 있었던 일들을 늘어놓았다.

즐거움이 묻어나는 어머니의 목소리에 류지호는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아라 개학 전에만 귀국하면 되니까, 여유롭게 즐기도록 하세요. 따로 드시고 싶은 거나 구경하고 싶으신 것이 있으면 제니퍼나 데니스 비서에게 말씀하시고요.”

“아들 덕분에 엄마아빠가 호강이다.”

“앞으로 더 잘해 드릴 테니까, 건강하시기만 하세요.”


아들 덕분에 무슨 호강인가 싶다가도 꿈인가 생시인가 싶을 때가 종종 있다.

바뀐 삶에 적응했다싶으면 또 다른 삶이 전개되고 있으니.

어린 류아라는 적응이 빨랐다.

부모님은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는 삶에 적응하느라 애를 먹기도 했다.


“아버지는 라스베이거스 여행 어떠셨어요?”

“날씨도 따뜻하고 괜찮더구나. 그건 그렇고 거기 호텔 객실은 왜 그런 고급으로 잡았어?”

“혹시 불편하신 거라도 있으셨어요?”

“달랑 둘이서 쓰는데 너무 크더라. 초호화판 호텔이라 숙박비도 엄청 비쌀 텐데.”

“몇 달을 묵으셔도 충분히 감당 가능하니까. 돈은 신경 쓰지 마세요. 최고급 객실에 묵어야 더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이고요.”

“너무 과하니까 그러지.”

“사업 잘되는 거 아시잖아요. 제 능력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으니까 염려하지 마세요. 그리고 이미 한참 전에 다 결제한 것들이라 무를 수도 없었고요.”

“......”

“제가 너무 바빠서 모시고 다니질 못했네요.”

“아니야. 그 바쁜 와중에도 함께 식사도 하고, 쇼핑도 하고. 우리만 팔자 좋게 노는 것 같아 아빠엄마가 미안했어.”

“그런 말 마세요. 전 신경 쓰지 마시고 한국으로 돌아가실 때까지 두 분은 재미있게 지내세요. 필요한 것이 있으면 부담스러워 하지 마시고 바로 말씀하시고.”

“그래 알았다.”

“근데, 바쁜 거 아니었어, 아들?”

“컨벤션도 끝났고, 졸업반이라서 강의도 거의 없어요.”

“미국의 대학은 졸업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그러던데.....?”

“실습수업 위주고 졸업작품 교수들에게 점검 받고 뭐 그래요.”


류지호는 거의 열외나 마찬가지다.

장편영화 데뷔 감독이자 국제영화제 수상 작품을 연출한 감독이니까.


“오늘 당장 집 보러 다니는 거야?”

“내일부터 사나흘 정도 몰아서 돌아보죠 뭐.”

“알겠어.


류지호가 살만한 지역은 LA에서 몇 군데 되지 않는다.

일명 '3B'라고 일컫는 지역 혹은 LA의 3대 부촌 중 한곳은 되어야 한다.

즉 베벌리힐스, 브렌트우드, 벨에어, 홈비 힐스 정도다.

차체적인 치안과 교육 인프라가 잘 되어 있고, 사생활이 보호되는 지역이다.

한국에서 언덕은 달동네라 해서 빈촌이 형성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미국은 반대로 다운타운 부근에 할렘이나 게토가 형성되어 범죄에 쉽게 노출된다.

게다가 ‘3B‘ 지역은 산타모니카 산맥의 수많은 지류의 산기슭에 위치했기 때문에 LA뿐만 아니라 태평양까지 눈에 들어오는 천혜의 전망을 자랑한다.

다만 고속도로를 타려면 30분이 넘게 언덕길을 내려가야 하는 큰 단점이 있다.

가파른 길과 교통체증까지 고려한다면 같은 거리의 다른 지역보다 1시간 가까이 차이가 난다.

LA에서 언덕 위에 살기 위해서는 재력과 시간적 여유가 있어야 한다.

출근하기 바쁜 샐러리맨은 돈이 많아도 언덕 동네 살기 쉽지 않다.

대학을 졸업한 류지호가 살아가게 될 삶은 아니다.

충분히 '3B' 지역보다 더한 부촌에서도 살 수 있다.


✻ ✻ ✻


Los Angeles.

스페인어로 The Angels를 의미한다.

이 도시는 뉴욕에 이어 미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인구를 보유한 거대도시다.

교외의 위성도시까지 포함하면 거의 1,500만에 가까운 인구다.

실제로 LA만의 인구만을 따진다면 400만 명 정도.

LA면적은 서울의 두 배에 달한다.

실제 인구밀도로 따진다면 LA는 서울의 1/4 이하라고 볼 수 있다.

당연히 LA는 서울에 비하면 스카이라인이 훨씬 낮다.

다운타운을 제외하면 도시 전역의 층고가 높아봐야 5층 정도다.

거주지는 거의 2층 이내다.

그 때문에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지만, 반면에 거주환경은 훨씬 쾌적하다.

거주환경으로 최고로 치는 ‘3B‘ 가운데 한 지역인 벨 에어(Bel-Air).

산타모니카 산맥 지류 산기슭 가운데서도 높은 축에 들어가면서 바람이 잘 통하고 전망이 좋은 곳에 자리 잡고 있어 캘리포니아를 넘어 미국에서도 손에 꼽히는 부촌으로 통한다.

벨에어는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지역이다.

지역의 서쪽과 동쪽에 게이트를 통해서만 출입이 가능할 정도로 거주자 보안이 철저한 곳이다.


부우웅.


벨에어 서쪽 게이트를 SUV와 고급 세단이 섞여있는 차량행렬이 통과했다.

언덕길에는 각종 슈퍼카와 최신 모델의 고급 세단이 흔하게 지나다녔다.


“할리우드와 가깝다보니 영화나 TV프로그램 촬영지로도 자주 등장하는 곳입니다.”


류지호의 부모님을 태운 차량에는 데니스 정이 통역을 위해 함께 탑승해 있다.

심영숙이 남편 류민상에게 물었다.


“여보, 이 동네가 한국으로 치면 평창동이나 마찬가지라는 거죠?”

“젊은 부자도 많이 산다고 하니까, 강남 같은 동네인 가봐.”

“정 비서, 아파트나 빌라는 하나도 안 보이네요...?”

“워낙 땅 값이 비싸기도 하고, 조닝규정상 고층건물은 지을 수 없습니다. 콘도와 같은 다세대 거주공간도 다른 지역에 비하면 거의 없는 편입니다. 벨에어는 시 남쪽에 있는 홈비 힐스, 이웃동네인 베벌리 힐스와 더불어 LA의 '3각 플래티늄'중의 하나라고 불립니다.”

“조닝?”

“쉽게 말해 시에서 토지사용에 대한 용도를 지정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류민상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지목을 말하는 모양이구만.”


한국에서 조닝규정과 유사한 개념이 필지의 목적에 따라 분류한 지목(地目)이라고 할 수 있다.

조닝규정은 건물 크기, 높이까지 규정하기도 한다.


“내로라하는 부자들도 많이 살지만, 스포츠 스타나 할리우드 스타들도 이곳에 많이 살고 있습니다. 만약 보스가 이곳으로 오시면 많은 유명 인사들의 환영을 받지 않을까 합니다.”


수백만에서 수천만 달러를 호가하는 초호화저택이 군락을 이루는 곳.

집집마다 방·화장실이 기본적으로 5개 이상이고, 수영장은 기본이고 영화관과 피트니스장을 갖춘 곳도 많다.


“한남동보다 비싸겠죠, 여보?”

“평수가 넓으니까 당연히 더 비싸지 않겠어.”


주택 가격이 화제에 오르자 데니스 정이 슬그머니 입을 다물었다.

빅보스로부터 주택 계약을 체결하기 전까지 부모님께는 함구하라는 지시를 받았기 때문이다.


끼이익.


차량 행렬이 산기슭에 위치한 럭셔리 맨션 앞에 멈췄다.

거대한 출입문 앞에는 근사하게 차려입은 남자와 여성이 고급세단 앞에 서있다.

데니스 정이 얼른 뛰쳐나가 차문을 열어주었다.

차에서 내린 부부의 시선에 미국인 선남선녀와 악수를 나누는 장남의 모습이 보였다.


“이 집의 주인인 모양이죠?”

“아닙니다. 중개인... 한국으로 대입하면 부동산 사무실 직원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저 사람들이 부동산에서 나온 사람들이라고요?”


데니스 정의 설명에 부부가 다시 한 번 부동산 중개 에이전트를 돌아봤다.

부동산 에인전트는 명품 정장에 명품 시계를 착용한 것처럼 보였고, 그들이 타고 온 차량은 리스비용만 한 달에 2,000 달러가 넘는다는 최고급 세단이다.

의상, 액세서리, 자동차, 언행 등이 평범한 에이전트와 달랐다.


“럭셔리 주택을 취급하는 부동산 에이전트들은 집주인과 매수자의 수준에 맞추기 위해서 명품으로 치장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너무 과하게 사치스럽게 치장하면 고객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도 있지만, 인맥과 친목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남다른 품위 유지비가 들어간다고 알고 있습니다.”

“한남동 이사할 때도 복덕방 수준이 아니라 회사가 중개를 했으니까 뭐.....”


심영숙의 중얼거림을 들은 데니스 정이 말을 보탰다.


“굳이 수퍼리치만 상대하는 중개업자가 아니더라도 미국의 부동산 중개인은 고소득의 사업자에 속합니다.”


류지호는 선셋가의 Gower Studios를 매입할 때 미국의 투명하고 안전한 부동산 거래에 꽤나 놀랐던 경험이 있다.

미국은 책임중개제도를 적용한다.

한 곳의 부동산에만 의뢰를 해도 만족할만한 계약이 이루어질 때까지 무한책임을 져준다.

대신 고객도 책임중개제도를 선택했으면, 다른 곳에 의뢰를 중복으로 할 수가 없다.

중개사 한 곳과 부동산 매도매수 계약을 하게 되면, 그들에게 전속 권한을 준다.

한국처럼 소유자 본인이 매매 과정 전부를 자기 책임 아래 진행하지 않는다.

에이전트가 최고가 매도를 목표로 매수자들을 상대한다.

비용은 더 든다.

대신 가격 극대화나 시간 절감 등에서 오히려 효율적이다.

또 잔금 처리 및 등기이전까지 모든 과정에서 오가는 금전적 부분을 제삼자의 금융 계좌에 맡겨놓게 되는데, 에스크로(Escrow) 제도라고 해서 중개인, 변호사, 은행 모기지 담당자 등이 에스크로 계좌로만 송수신하다가 등기가 완료되면 배분하는 시스템이다.

때문에 자금상 법적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거의 없다.

그리고 인스펙터(Inspector) 제도라는 것도 있다.

매수자들은 구입하려는 주택의 어디에 문제가 있고, 어느 정도 수리해야 하는지 점검해야 할 것이 많다.

외형적인 건물 구조 등은 바로 알 수 있다.

하지만 지하의 상·하수도 배관이나 기름 탱크 같이 보이지 않는 부분을 파악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인스펙터'라는 자격증을 가진 주택 조사관이 고객 의뢰를 받아 계약 전에 샅샅이 조사한다.

지하 배관은 물론 나무 기둥 속 벌레까지 조사할 정도다.

문제가 발견되면 수리비를 감안해 매도금액을 재산정한다.

이런 제도들 때문에 매수자는 안심하고 집을 살 수 있다.

중개수수료는 매도자 부담 원칙이다.

주택 등을 살 때 매수자는 잔금과 각종 비용 마련에 늘 애를 먹는다.

반면 매도자는 상대적으로 자금 여유가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해 중개수수료는 모두 매도자가 부담한다.

매수자는 다른 비용은 몰라도 중개수수료만큼은 부담하지 않는다.

일종의 '여유자 부담 원칙'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미국은 매매 시간과 비용이 한국보다 더 들어간다.

특히 중개수수료는 한국보다 상당히 높다.

하지만 거래의 안정성과 투명성은 한국에 비해 훨씬 높다.

때문에 류지호로서는 그 같은 차이에 불만이 전혀 없었다.


“문을 열어드리겠습니다.”


부동산 중개인이 저택의 대문을 열어주었다.

데니스 정이 입안의 혀처럼 부부를 밀착 마크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기본적으로 미국에서 집을 매물로 내놓으면 ‘세일’ 사인판을 집 앞에 내놓습니다. 이 집에는 안 보이시죠?”


끄덕.


“보통 수퍼리치들은 주택을 파는 것이 주변에 알려지는 것을 싫어합니다. 럭셔리 맨션의 경우는 공개적으로 매도를 알리지 않는 편이고, 부동산 회사 중개인 개인 인맥을 이용해서 거래를 주선하는 경우가 많은 편입니다. 할리우드 스타나 유명 스포츠 스타들의 경우가 특히 그렇습니다. 보스께서 계약한 부동산 중개회사는 초고가 주택을 주로 매매하는 전문 에이전트가 소속되어 있습니다. 오늘 나온 저 두 사람은 럭셔리 주택 수준만 사고파는 전문가라고 보시면 됩니다. 믿으셔도 됩니다.”

“우리 비서들이 어련히 알아서 잘 했을라고.”


자신들이 살고 있는 한남동 주택 매매를 할 때도 서울에서도 알아주는 부동산 중개업체와 다온 법률사무소를 통해 계약 전 과정을 진행했었다.

미국에서도 알아주는 부촌이라는 이 동네에서 거래하는 부동산 업자라면 한남동보다 더 하면 더 했지 모자랄 리가 없다.

부부는 그런 부분은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기이잉.

철컹.


저택 부지 크기만큼이나 거대한 주차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집 주인의 차로 보이는 100만 달러가 넘는 가격의 스포츠카를 비롯해 20만 달러 이상 가는 고급 세단 두 대가 얌전히 주차돼 있었다.


“주인은 다운타운으로 쇼핑을 나갔습니다. 편히 둘러보십시오.”

“레오나, 가자!”


류아라가 레오나를 데리고 달려갔다.

넓은 정원.

지중해식으로 지어진 주택.

지중해식 저택답게 ‘ㄷ’자로 굽어진 앞마당에는 네모로 된 예쁜 정원이 있고 집 왼쪽 한편에는 멋들어진 수영장이 있었다.

수영장 옆에는 우리 식의 ‘열탕’과 같은 온수 욕조(hot tub)도 빠뜨리지 않고 갖춰 놨다.


“집값은 690만 달러 선에서 형성될 것 같습니다. 전부터 팔라는 요청이 많지만, 집 주인은 전혀 팔 생각이 없었습니다. 자신들 손으로 집안 곳곳을 챙기면서 직접 만든 집이라서 아무리 돈을 많이 줘도 팔 생각이 없었지요. 하지만 가족 모두가 해외로 이주해야 하는 바람에 처분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벨에어 안쪽에는 수천만 달러를 상회하는 파커 대저택 수준의 집들도 있다.

그에 비하면 중저가 메가 맨션이라고 할 수 있다.


“지중해식으로 지어진 이 집의 연면적은 1만4000스퀘어피트 입니다. 대지와 건물 규모에 비해 조금 싸게 나왔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평으로 환산하면 400평에 달하는 규모다.

‘3B‘ 지역에서는 넓은 평수는 결코 아니다.


“벨에어 북쪽으로 셔먼옥스가 있고, 동쪽에는 베벌리글렌이 있고 남동쪽으로는 베벌리힐스와 홈비 힐스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남쪽에는 웨스트우드와 UCLA가 있죠. 서쪽은 산타모니카 산자락에 위치한 게티 뮤지엄이 있으며 남서쪽에 브렌트우드가 있습니다.”


데니스 정이 열심히 에이전트의 말을 부부에게 통역해 줬다.

황재정은 두 친구를 전담했다.

류순호 남매와 레오나는 일행에게 떨어져 나와 이곳저곳을 구경하는데 열중했기에 따로 통역을 붙여줄 필요가 없었다.

레오나의 보호자로 따라온 매튜 그레이엄은 에이전트의 설명에 별 감흥 없는 얼굴로 저택 외부를 건성으로 살펴보았다.


“현재 나와 있는 매물의 대부분은 200~800만 달러 사이입니다. 1,000만 달러 이상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현재 가장 비싼 리스팅은 3,000만 달러로 대지면적 2에이커(2,400평)로 방10개, 화장실은 14개입니다. 벨에어 지역 주택의 건축연도는 1920년대부터 최근에 지어진 새집까지 다양합니다.”

“혹시 콘도나 타운 하우스는 없습니까?”

“대략 40만 달러부터 120만 달러대가 있긴 합니다.”

“그냥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데, 이 동네 렌트비는 어때요?”

“단독주택이 월 1,000 달러부터 시작되며 1만~3만 달러대가 많습니다. 방9개, 화장실 12개짜리 메가 맨션의 경우 한 달 렌트비가 웬만한 콘도가격수준인 40만 달러에 나와 있습니다. 콘도와 타운 하우스는 2,000~5,000 달러수준입니다.”


류지호가 제니퍼 허드슨을 돌아보며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마음에 안 드십니까? 이곳처럼 살기 좋고 편안한 곳을 찾기도 어렵습니다."

“주택 내부도 구경해 봅시다.”


류지호는 대답 대신 성큼성큼 주택으로 걸어갔다.

방만 모두 6개.

1층은 마치 호텔 입구 같았다.

여유로운 현관을 비롯해 거실이 2개나 되었다.

현관 가운데 자리한 원형 탁자에는 호텔 로비에서나 볼 수 있는 예쁜 꽃들이 마치 방금 따온 것처럼 싱싱하게 자태를 자랑하고 있다.

NBC에서 일을 했던 안주인의 안목이 스며든 덕에 집안 곳곳은 수준 높은 골동품과 미술품으로 가득했다.

8명이 앉을 수 있는 식탁이 각각 두 개의 다이닝 룸에 놓여 있고, 주방에는 맞춤형 냉장고를 비롯해 최신식 조리기구들이 가득했다.

2층의 마스터 룸에서 바라보는 LA 시가지는 가슴을 탁 트이게 만들었다.

침실 공간보다 넓어 보이는 욕실에는 대형 버블 베스까지 준비되어 있다.


"벨에어의 장점 중 하나는 안전하다는 겁니다. 단지에 모두 200 가구가 사는데 첨단 경비시설을 갖춰 놓고 출입구도 24시간 경비원들이 확인된 사람들만 들여보내도록 돼 있습니다. 이곳 사람들의 가장 큰 관심이 안전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이 집 주인의 자녀들은 모두 사립학교에 다녔다.

이 지역에 사는 부자들은 주택담보대출(모기지)을 활용하는 비율이 낮다.

때문에 실제 거래액을 알기 쉽지 않다.

벨에어 단지에는 유대인들이 가장 많이 살았다.

돈 많은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들의 숫자를 일일이 헤아리기가 쉽지 않다.

의사나 변호사도 이곳에서는 가장 흔한 직업 중 하나다.

400평짜리 주택을 유지하는데 대략 한 달 비용만 5,000 달러가 들어간다.

여기에 단지 내 주민들이 공동으로 쓰는 테니스장과 클럽하우스 사용료 등의 비용 1,000 달러를 추가로 부담한다.


“재정아....”

“네.”


심영숙의 부름에 황재정이 얼른 다가왔다.


“혼자 사는데 집이 너무 화려하고 큰 거 아니니?”

“지호가 이 정도에서는 살아야 돼요.”

“큰애가 부자인 건 아는데, 이런 집을 관리하려면 사람도 많이 써야 하고, 집이 크고 넓으면 외로움을 더 타지 않을까?”

“이 동네 사는 사람들은 그냥 부자가 아니에요. 스포츠나 연예계 스타들이 있긴 하지만 일반 사업가들이 더 많아요. 웬만한 전문직 종사자로는 이런 저택에 살 수 없죠. 지호가 미국에서 상대하는 사람들이 다 이런 동네 사는 사람들이에요. 한국에서 돈 좀 있다고 자랑하는 웬만한 부자보다 몇 단계 넘어선 수준이라고 상상하시면 돼요.”

“지호가 대단한 사업가라는 것은 나도 알아. 하지만 장가도 안 간 상태에서 이런 대저택에서 사는 게 엄마로서는 걱정이 되는 구나. 더구나 여긴 미국이잖니. 친구도 별로 없을 텐데.”


류지호에게 흉허물을 터놓을 친구는 거의 없다시피 한 건 맞다.

그런데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은 한국보다 미국에 더 많았다.


“지호 친구가 얼마나 많은데요.”

“친구가 많아?”

“스무 살이 되기 전에 유학 왔잖아요. 한국보다 미국에서 사귄 친구가 더 많아요. 특히 유명 인사들하고 친분도 두텁고요. 지금까지는 자취를 하고 있어서 홈파티 한 번 연 적이 없고, 손님을 초대해 사교행사를 열지 못했어요. 이젠 그래서는 안돼요. 거물들 하고 개인적인 친밀관계를 더욱 깊이 가지려면 저녁식사에도 초대하고, 가끔 홈파티도 열어야 해요.”

“그러니?”

“지금까지 변변한 생일파티 한 번 열지 않았다네요. 미국에서는 그러면 안 좋다고 하더라구요.”


류지호처럼 유명인사가 홈파티를 열지 않는 것도 문제다.

파티문화는 친목도모 외에 비즈니스 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류지호가 학교 밖에서 상대하는 많은 인사들은 사회적으로 매우 유명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공개적인 장소보다 개인적인 장소를 더욱 선호했다.

집이라는 편안하고 안전한 장소에서 함께 식사하고 가볍게 술잔을 기울이다보면 사적으로 친밀해지는 것과 함께 사업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속 깊은 대화를 나눌 여지가 생기게 된다.


“손님들을 위해서 이런 큰 집에서 살아야 한다는 말이지?”

“일거양득이죠. 아니 삼득이죠.”


류민상이 슬쩍 끼어들었다.


“나중에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투자로서의 의미도 있지. 부동산은 배신하지 않으니까.”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심영숙이 다시 물었다.


“혹시 지호 사귀는 아가씨 없어?”

"없는 걸로 알아요.“

“얼른 장가를 보내야지 원.”

“......”

“너희 집도 중매쟁이한테 어지간히 시달리지?”

“그렇죠 뭐.”


갖출 걸 다 갖춘 신랑감을 아들로 둔 부모.

사방에서 가만히 놔둘 리가 없다.

부부는 강남의 유명한 마담뚜들의 1순위 공략대상이다.

황재정이라고 해서 사정이 다르지 않았다.


“지호가 미국에서 내는 재산세만 20만 달러가 넘어요. 비서와 세무사들이 지호더러 돈 좀 쓰라네요. 그래야 절세도 하고, 공제도 받을 수 있다고요.”

“돈을 쓰는데 세금을 깎아준단 말이야?”

“쉽게 설명 드리기는 힘든데.... 지호가 회사에 돈만 쌓아놓고 빼가지 않아서 그건 그것대로 회사입장에서는 문제. 각종 기부활동으로 세금 공제를 받을 수도 있는데 워낙 돈을 쓰지 않다보니 버는 것에 비해 비용처리도 잘 안되고, 남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절세를 하는데.... 암튼 미국은 세금을 좀 많이 내요. 지호처럼 부자는 세금이 억 소리 날 정도죠.”


류지호는 돈을 쓰는 일이 별로 없다.

근검절약에 몸에 밴 구두쇠라서 그런 것이 아니다.

일단 홀몸이다.

대학에 다니는 입장에서 틈틈이 영화까지 찍고 있다.

돈 쓸 시간이 거의 없다.


“제니퍼, 이 집 말고 이 지역에 또 나온 매물 없대요?”

“마음에 안 드십니까?”

“실제 보니까 지중해풍의 건축 양식이 내 취향하고는 조금 안 맞아요. 그냥 현대적이고 모던한 느낌의 건물이 나을 것 같네요.”

“벨에어는 마음에 드십니까?”

“이쪽에 할리우드 친구들도 많이 살고 있고, 웨스트우드하고도 가깝고. 위치는 좋아요.”

“두 곳이 더 있습니다.”

“에이전트에게 오늘 벨에어 매물 모아서 확인할 수 있는 지 확인해 봐요.”


당연히 문제없었다.

에이전트가 몇 군데 전화를 돌려보고 나서 금방 일정이 조정되었다.

류지호 일행은 벨에어에 나온 매물들을 모두 확인했다.

류지호가 태어나고 자란 인천의 수봉산이 대략 107m다.

신포고가 자리한 응봉산은 70m.

산타모니카 산맥에서 LA로 뻗은 산자락은 그 중간 정도 높이다.

비교적 신흥 부촌이라고 할 수 있는 벨에어나 브렌트우드와 달리 베벌리힐스는 전통의 부촌이다.

따라서 신축만큼이나 오래된 건물도 많다.

류지호가 부모님과 주로 구경한 저택 중에는 1950년 이전에 지어져 우아한 근대 유럽풍으로 리모델링해 건물을 유지하고 주택들도 있었다.

언덕 꼭대기에는 평평한 지대가 있어 LA 시내는 물론 태평양 바다까지 멀리 내려다보인다. 넓은 대지에 산책로는 물론 오랜 기간 숲으로 자란 식생이 저택의 가치를 높여주기에 부동산 투자로 안성맞춤이다.

특히나 유럽식 대저택들이 가치가 높다.

100년이 돼도 썩지 않는 최고급 목재를 활용하며 장식품도 자산 가치로 인정받는다.

문화재나 다름없는 동상, 분수, 샹들리에, 스테인드글라스 창문 등이 어우러진 집도 있다.

주거가 목적이 아니라 투자에 관심이 많은 이들은 3B 지역의 저택을 살 때 유럽에서 들여온 골동품에 특히 관심이 많아 이를 기준으로 저택을 선택한다.

당연히 집값에도 포함해서 구입하기도 한다.

때로는 자동차나 고서를 통째로 집과 함께 팔기도 한다.

그렇게 때문에 매매 거래가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자산으로 집 한 칸을 사는 게 아니라 가구·인테리어부터 정원과 오래된 건축 양식까지 라이프스타일 전체를 통째로 사들이는 셈이니까.


‘리먼 사태 때 미국 부동산이 폭락하지 않았었나....?’


이전 삶에서 LA 주택 가격은 모기지사태가 터지 직전인 2006~2007년 최정점을 찍었다.

고가의 초호화 주택 시장은 따로 형성되어 있기에 어떻게 됐는지는 알 수 없었다.

불황기이라고 해서 부자들을 위한 소비 시장이 출렁이는 일은 없다.

그렇다는 말은 메가 맨션을 구입해 두면 10여년 후 꽤나 남는 장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메가 맨션을 주거용으로 구입하는 것이지만, 괜찮은 재테크이기도 했다.


작가의말

 활기차고 즐거운 마음으로 한 주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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