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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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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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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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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20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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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쪽

토론토 국제영화제. (5)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짝짝짝.


객석에서 박수가 터졌다.

영화제이니까 가능한 반응이다.

류지호가 슬쩍 극장 객석을 둘러봤다.

처음과 달리 듬성듬성 빈자리가 보였다.

해외영화제에서 이런 광경은 그다지 특별한 일이 아니다.

영화 중간에도 마음에 안 들면 관객들은 고민 없이 극장을 떠난다.

수백 편을 상영하는 영화제에서 볼 마음이 사라진 영화를 관객이 끝까지 볼 이유가 없으니까.

그래도 중간에 극장을 빠져나간 관객은 많지 않았던 것 같았다.


‘감독은 이 영화에서 무엇을 말하려고 했던 거지?’


이어진 취재진들과의 인터뷰에서 류지호는 작품의도를 간략하게 설명했다.

세기말.

새로운 천년을 맞이해 인류는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을까.

20세기 말까지도 여전한 폭력과 무너진 인간성.

인간애를 회복시키는 숭고한 가치관의 부재.

시대가 변화하는데 철학이 부재한 상황이다.


“누군가는 도피로 마음의 위안을 찾지만, 반대로 변화의 모습이 어떻게 될지 상상하는 사람들도 많지 않나. 다만 공통적으로 그 상상들 속에는 불안이 가시질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 할리우드와 많은 문화예술계에서 그리는 미래는 거의 전부라고 해도 될 만큼 디스토피아다.

비록 <The Killing Road>가 SF장르 혹은 포스트 아포칼립스 픽션은 아니지만, 세기말을 살아가는 현재 우리들의 불안과 이유 없는 분노를 담아보려고 노력했다.“


조금 이른 감이 없진 않았지만, 류지호의 설명을 듣다보면 <The Killing Road>가 세기말 디스토피아적 영화의 문을 연 것이다.

물론 이 전에도 <매드맥스>시리즈, <12 몽키스> 등 영화가 있긴 했다.

그런데 바로 이 시점에 세기말을 은유하고 상징하는 영화는 본격적으로 등장하고 있진 않았다.

토론토 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들이 그것을 읽어냈기 때문에 초청한 것이다.

폐쇄된 마을, 인간성 상실, 암울한 설정 등은 디스토피아를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현재와 19세기 말 그리고 1999년을 암시하면서 그런 것들이 공존하는 공간과 그 속의 인물들을 통해 폭력은 결코 종말을 고할 수 없는 세기말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라는 예언과 함께 그것에 대한 문제제기가 들어있는 영화다.


- 혹시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습니까?


당연히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가 아니다.

다만 미국 어딘가 시골에서 벌어지고 있을지도 모를 일상이다.

미국의 시골은 집들이 멀리 떨어져 있다.

집들 사이가 수 킬로미터 떨어진 경우도 허다하다.

그 같은 시골 가정 안에서 무슨 일이든 벌어질 수가 있다.

무슨 일이 벌어져도 알 수가 없다.

노동과 단조로운 일상의 스트레스를 풀길 없는 가장의 자녀 학대와 가정 폭력은 기본이다.

미국의 슬래셔 무비, 호러 무비, 좀비 무비가 아무런 맥락 없이 탄생했으며, 인기를 끄는 것이 아니다.

그런 미국의 단면을 반영한 것이다.

암튼 ParaMax Films 홍보마케팅 담당자는 이런 질문이 나올 경우 정확한 답을 주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따라서 류지호는 긍정도 부정도 아닌 ncnd(neither confirm nor deny).


- 영화의 결말이 다소 이해하기 힘듭니다.


이 시절까지만 해도 디스토피아를 담은 영화들의 주제는 유대, 인간관계, 신뢰 등의 교훈을 얻으려 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류지호는 그런 것보다 디스토피아 그 상황 자체, 그리고 사회비판에 조금 더 집중했다.

이는 <공각기동대>, <신세기 에반게리온> 등 일본 애니메이션이 대흥행하고 난 뒤, 2000년대에 들어서며 이를 계승한 할리우드 영화에서 나타나게 되는 경향이다.

아직은 비관적인 상황 자체를 묘사하는 디스토피아 영화는 별로 없다.

그래서 영화를 본 많은 사람들이 현실의 부조리에 대한 은유와 상징을 보며 주저 없이 사회파 스릴러라고 했던 것이다.


“사회파 스릴러 아닙니다.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담은 사이코패스 스릴러 장르로 영화를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독이 그렇다는데 아니라고 박박 우길 기자는 없었다.


- 당신의 단편영화 <Life Goes On> <Help Me, Please> 또 각본을 쓴 <Collapse>에서는 모두가 서로 돕습니다. 아, 물론 공권력은 철저하게 시민을 외면하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모두가 이기적입니다. 왜 그들은 서로를 돕지 않는 겁니까?

“여러분이 도와주십시오.”


하하하.


취재진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졌다.

류지호는 공식인터뷰 내내 진지함과 여유로움을 넘나들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기속에서 진행되던 공식인터뷰는 1시간 후 마감했다.

토론토 국제영화제에서 <The Killing Road>가 월드프리미어를 마치고 다음날 영화전문 매체들의 리뷰가 속속 나오기 시작했다.


[장르는 범죄/미스테리/스릴러라고 해야 하나... 좀 애매하다. 심령공포적인 요소까지 포함하면 장르가 복합된 혼종으로 볼 수도 있다. 음울한 분위기는 시종일관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 24 images(캐나다).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볼 만한 영화. 하지만 분위기가 어둡고, 영화의 템포가 느린 편이라 지루하게 여길 관객도 분명 존재할 듯. 특히 잠들기 전, 식후에 보게 되면 끝까지 따라가지 못하고 결말을 확인하지 못한 채 눈이 감길지도 모른다.]

- 시네마스코프(캐나다).


[가상의 인물들로 이야기를 만들었음에도 불쑥불쑥 실화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해보게 되는 영화. 이렇게 악의로 똘똘 뭉친, 죄 많을 사람들이 떼거지로 나오는 스릴러 영화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탈출구 없는 암울함.]

- Cahiers du Cinéma(프랑스).


[관객을 너무나 철저하게 무기력하게 만드는 영화. 특히 후반부 살인 장면은 쉽게 잊히지 않는 사실감을 선사한다.]

- Bianco e Nero(이탈리아)


[날 것 느낌이 나는 영화. 영화를 통해 아름다움이나 감동을 느끼길 원하고, 현실 도피를 꿈꾸는 사람들은 절대로 봐서는 안 될 영화. 오히려 고어영화가 나을 정도. 너무나 사실적이라서 보기 불편한 장면이 많다. 한마디로 가슴이 답답해지는 영화다.]

- Empire(영국).


[모델 출신의 마리아 베리는 죽음의 문턱에 다다라 모든 희망을 잃기 직전인 한 여인의 고통을 실감나게 연기해내고, <프라이멀 피어>에서 관객의 뒤통수를 화끈하게 후려친 해리슨 노튼은 사이코패스 살인마 배역에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적절한 무게감을 실어낸다. 존 터튜는 영화의 한축을 맡아서 제 몫을 든든하게 해낸다. 특히 스태파니 배역을 연기한 9살의 래티 조핸슨은 대사 한 마디 없음에도 깊은 인상을 남긴다. 영화는 벤 사이퍼란 인물을 주축으로 티아라 이브가 심각한 범죄에 연루되는 과정과 그들의 잔인한 행각을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그렇다고 해서 영화적 재미를 놓치지도 않는다. 이 영화의 실제 사이코패스 모델을 특정할 순 없다. 왜냐하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 호주 스노우타운에서 벌어진 엽기적인 연쇄살인부터 대공황 시대 보니와 클라이드 커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사실감과 영화적인 영감을 조화롭게 펼쳐 보인 신예 지호 류의 솜씨도 나쁘지 않다. 지호 류는 단편영화로 여러 유수의 국제영화제에서 주목 받은 감독이고, 현재는 영화를 전공하는 학생이다. 기성감독들 가운데 유일한 학부생이란 사실처럼 패기 넘치는 작품을 선보인다.]

- Daily Variety(미국).


❉ ❉ ❉


세계 3대 국제영화제라고 불리는 곳이 있다.

‘칸’, ‘베니스’, ‘베를린’ 영화제다.

몇 년 후면 세계 4대 국제영화제가 된다.

그 주인공은 바로 토론토 국제영화제다.

국제영화제마다 각기 특색이 있다.

그런 가운데 베니스와 토론토는 묘한 경쟁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열린다.

베니스 영화제는 작품성 있는 예술영화와 작가로서의 감독을 중시한다.

반면에 할리우드의 입김이 강한 토론토는 작품성과 대중성의 균형을 중시하는 편이다.

이때만 해도 베니스 국제영화제가 칸이나 베를린에 비해 더욱 위상이 높았다.

예술영화를 발굴해 세계적으로 알리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유럽 영화팬들이 칸보다 더 큰 애정을 보이는 것이 베니스 영화제다.

유명 스타에 의존하지 않고 예술영화와 독립영화, 제3세계 영화들에 관심을 쏟으며 특색 있는 영화제로 성장해 왔던 베니스 영화제는 칸만큼 화려하지는 않지만 예술 영화를 옹호해오며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80년 이후 필름마켓을 바탕으로 영향력을 넓혀간 칸 국제영화제에 밀리며, 예전의 화려한 명성은 조금 퇴색한 느낌을 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베니스 영화제가 개최되는 시기에 열리는 토론토, 뉴욕, 몬트리올 영화제 등 북미 지역에서 개최되는 영화제들의 위상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미국의 메이저 스튜디오들이 베니스 대신 북미 영화제에 관심을 쏟기 시작하며 이러한 현상은 가속되기 시작했다.

<The Killing Road>를 한국에서 제작·연출했다면, 무조건 베니스로 보냈을 것이다.

북미 영화제보다 훨씬 많은 주목을 끌었을 터.

북미에서는 한국영화가 변방 중에 변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The Killing Road>는 할리우드 제작 영화다.

비록 300만 달러 저예산영화였지만, 어쨌든 주 흥행시장은 북미다.

ParaMax Films가 <The Killing Road>를 토론토 국제영화제에서 처음으로 소개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할리우드 영화의 경우 보통 초순의 유럽 영화제를 보냈다가 북미 영화제에 다시 초청 받고 그걸 토대로 개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미국의 인디영화나 작가주의영화들의 영화 세일즈 공식이다.

칸 국제영화제가 띄워주고 밀어주는 고언형제나 태런티노는 미국시장에서 저평가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고언형제의 <파고>는 당연히 칸 국제영화제에 보냈다.

그곳에서 형제는 감독상을 받았다.

그 같은 성과를 토대로 개봉해서 제작비 대비 3배를 벌었다.


“유럽 쪽 국제영화제 보냈으면 그쪽 심사위원이 좋아했을 법한 영화인데 말입니다.”


나름 해외영화통인 정운영 팀장이 아쉬운 듯 말했다.


“그러지 않아도 북미와 유럽 쪽 평단의 반응이 조금 엇갈리긴 하네요.”

“마켓에서 <The Killing Road>의 반응이 좋습니다.”

“한국영화는 실적은 어때요?”

“<귀천도>와 <박봉곤 가출 사건> 정도가 몇 건의 가계약을 체결했을 뿐 베니스 마켓보다 실적은 그리 좋지 못합니다.”

“주요 작품은 칸 마켓에서 이미 계약이 끝났지요?”

“예.”


세계 최대 규모의 칸 필름마켓에서 <은행나무 침대>를 비롯해 한국영화 주요 작품들이 해외에 팔렸다.

이번 토론토 국제영화제 필름마켓에서는 하반기 기대작들과 내년 개봉 예정작들 선재를 가지고 왔다.

생각보다 실계약은 저조한 모양이다.


“의장님.... 건의 드릴 말씀 있습니다.“

“말해보세요.”

“사실 국내출장에 비해 해외출장의 경우 현실적으로 모든 경비에 대한 증빙을 받는다는 것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해외출장비용에 대해 영화제 내내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다.

WaW 픽처스의 해외업무부서 직원은 모두 7명이다.

해외업무 전반을 정운영이 책임지고 있고.

류지호와 언제 다시 만나게 될지 기약이 없다.

헤어지기 전에 꼭 하고 싶은 말을 하려고 정운영은 용기를 냈다.


“사내규정이 있다고 하여 모든 비용을 증빙 없이 처리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사내규정을 준수하고 있다면 법인의 업무와 관련하여 지출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나 대외적인 증빙으로 세법에서 인정하는 것은 법적으로 정한 정규증빙 뿐만 아니라 그 거래사실 등까지 입증되는 증빙을 통하여 법인의 비용임을 입증해야 합니다. 제 예전 회사는 일비를 넉넉하게 주는 대신에 교통비와 식대는 그 안에서 해결하라는 방향이었고 우리 회사는 가능한 경비를 법인카드로 사용하라고 하는 대신에 최대한의 실비보장 취지에서 해외 출장으로 고생하는 직원에 대한 거마비조로 용돈을 별도 지급하고 있습니다.”

“오동석 본부장이 있던 시기에 만들었겠죠?”

“그렇습니다. 그 당시보다 일비가 오른 것은 사실입니다.”

“1일 약 20~30달러씩 주고 있지요 아마도?”

“맞습니다. 일비로는 현지 교통비와 식비를 계산하는 것이고, 기타 비용은 실비처리 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실제로는 교통비와 식비도 법인카드로 결제해서, 일비는 용돈, 거마비로 그냥 직원에게 주는 것이 되었습니다.”

“어떤 방식이 되었든. 합리적으로 규정을 새롭게 정비해 보세요. 회사에서는 별 이견 없이 정 팀장의 의견을 수용할 겁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출장비 항목이 어떻게 되든지 관심 없어요. 회사가 직원의 출장시 문제없이 일할 환경을 제공하는가 하는 것에 관심이 있을 뿐입니다. 국내든 해외든 상관없이.”


아직까지는 회사가 그렇게 크지 않아서 임원급인 정운영도 영화제를 돌아다니면서 직접 세일즈에 나서고 있다.

해외비즈니스 부문이 더 커지게 되면 정운영은 데스크에서 관리업무에 집중하게 될 것이다.

그때가 되면 규정과 현실이 달라졌다는 것을 까맣게 잊게 될 수도 있다.


“암튼 기존에 있던 걸 없애려고 하면 반발이 있을 수도 있고, 해외업무팀원들의 불만을 유발할 수 있을 테니 어떻게 변하든지 변경 취지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한 후에 적용하는 것이 맞을 것 같네요.”

“명심하겠습니다.”

“스탠 크레이그와는 친해졌습니까?”

“호탕한 성격이라서 금방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상당한 마당발입니다. 그와 어울리다보면 일본과 유럽 업계 인맥을 뚫는데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예.”

“매년 국제영화제 마무리는 도쿄에서 합니까?”

“시체스까지 마쳐야 대략적인 국제 일정이 끝난다고 보시면 됩니다.”


시체스 국제영화제는 스페인의 카탈루냐 정부의 지원을 받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호러·판타지 영화제다.


“수고해요. 정 팀장.”

“좋은 결과 얻으실 수 있길 직원들과 기도하겠습니다.”


정운영은 하병준 영화제작소에서 스카우트해 온 인재였다.

어학연수 한 번 받아본 적 없다고 하는데, 영어가 꽤나 수준급이다.

최근에는 프랑스 영화 <제8요일>을 사와서 회사에 쏠쏠한 이익을 안겨주기도 했다.

하병준 영화제작소 출신이라서 그런지 영화를 바라보는 시선이 예술성과 대중성 사이에서 적당히 균형이 잡혀 있었다.

안정적인 할리우드 영화 수급과 달리 비 할리우드 영화 수급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WaW 픽처스로서는 잘 관리해야 할 인재 가운데 한 명이라고 할 수 있다.


❉ ❉ ❉


“불편한 영화야 몹시, 매우.....!”


한창 영화제 일정을 소화하고 있던 류지호를 찾아온 모리스 메타보이가 한 말이다.

모리스 메타보이가 당일치기 일정으로 토론토 국제영화제를 방문했다.

<The Killing Road>를 지원하기 위함이 아니다.

할리우드 스튜디오 관계자들과의 미팅이 있었기 때문이다.


“칸이나 베니스도 불편한 영화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에요.”

“<크래쉬>가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것 봐. 아카데미 위원회가 질색할 영화를 그들은 잘도 상을 주고 띄워주지.”

“황금종려상은 <비밀과 거짓말>이 받았죠. 고언형제는 감독상을 받았고요.”

“아쉽지 않아?”

“뭐가요?”

“칸이나 베니스였으면 상을 받았을 것 같은데, 적어도 해리슨 노튼이나 마리아 베리 둘 중 한 명은 상을 받았을 걸?”

“국제영화제가 올림픽도 아니고. 출품된 영화들의 등수를 매기는 시합은 아니잖아요.”

“자넨 너무 치열해. 지나치게.”

“한 번뿐인 인생 열심히 후회 없이 살아야죠.”

“자네 삶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야.”

“그럼요?”


모리스 메타보이가 정색했다.

실없는 소리와 장난을 잘 걸 던 이전과는 어조나 말투가 달랐다.

오랜만에 무게를 잡았다.


“자넨 유럽에서 영화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 영화흥행 산업을 이끄는 영화공장 할리우드에서 영화를 하고 있어. 그렇다면 그런 환경에 어느 정도는 발을 맞출 필요가 있단 말이지.”


할리우드 영화에 적당히 타협하라는 충고다.

류지호는 제2의 코언형제나 태런티노 혹은 다른 누군가가 될 생각이 없다.


“10대에 할 수 있는 이야기와 스타일이 있고, 20대가 할 수 있는 영화가 있다고 생각해요. 3~40대가 되어서까지 이렇게 날만 바짝 서있는 영화를 쓰고 연출하고 싶진 않아요. 전에도 말했잖아요. 내키는 영화를 하겠다고. 그런 과정 중에서 나온 영화일 뿐이에요.”

“그래도 한 템포 쉬었다 가.”

“그러지 않아도 졸업 작품은 힘 빼고 편안한 영화하려고요.”

“그 말이 아니야.”

“연말까지 어떤 영화작업도 하지 않고, 충분히 쉴 생각이라니까요.”

“Timely 영화를 해보는 건 어때?”

“......?”

“아니면 <REMO>를 자네가 연출 해봐도 좋고.”


뜬금없는 조언에 류지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리부트 될 예정인 <REMO>는 프로듀서 잭 워든이 한창 시나리오 개발 중에 있다.


“감독을 못 구했어요?”

“세 명이 합류했다가 나갔어. 제 발로 나간 감독도 있고, 잭이 쫒아낸 감독도 있지.”


류지호는 <The Killing Road>와 다른 속편 영화들을 신경 쓰느라 <REMO> 리부트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


“자넨 가진 게 많은 감독이야. 아들러나 루카스와는 달라. 자넨 어떨 때는 클린턴 우드처럼 영화를 찍을 수도 있고, 제이미 캐머론처럼 영화를 찍을 수도 있어. 아니 둘 모두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 에너지가 떨어지지만 않는다면.”

“영감이 아니라 에너지란 말입니까?”

“당연하지. 막말로 세 곳의 영화사에 들어오는 아주 좋은 스크립트만 골라잡아도 매년 영화를 찍을 수 있지 않겠어?”


영화사 세 곳과 Timely까지 포함하면, 류지호에게 프로젝트가 고갈될 이유가 없다.

심지어 그는 흥행이 보증된 영화를 다수 알고 있다.

그런 프로젝트는 할리우드에서도 A급 작가들이 각색이나 윤색을 한다.

시나리오대로 영화만 나와도 평타 이상이다.


“센 영화만 찍다보면 언젠가 지치는 순간이 와.”

“페이스 조절을 하란 말이에요?”

“어떤 부지런한 할리우드 감독도 일 년에 한 편을 작업할 수 없어.”


맞는 말이다.

영화작업이 수많은 전문가들과의 협업이라고 하더라도 감독이 하는 것은 무수히 많다.

배우만 배역에서 빠져나올 휴지기를 가져야 하는 것이 아니다.

육체적으로 쉬면서 건강을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머리를 식히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할리우드 감독들은 영화가 개봉하고 3주(극장 숫자의 변동이 있는 시점)에 따라 장기 휴가를 떠난다.

쉬면서 떨어진 활력을 다시 되찾고, 머리를 비우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할리우드 액션 장르를 하면서 MPAA의 등급을 가늠해 보게.”

"영화 등급은 저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어요.“


<The Killing Road>는 당연히 NC-17 등급을 받았다.

피, 욕설, 성행위 묘사, 과도한 폭력이 묘사되었으니까.

NC-17 등급을 피할 수가 없다.

90년대 전에는 X등급이었다.

몇몇 영화로 논쟁이 벌어지면서 대체된 등급이 NC-17이다.

기존 17세 미만이었던 것이 올해부터 기준 연령이 18세로 상향 조정되었다.

NC-17등급 영화는 예전 X등급처럼 신문과 TV에서 광고하기 어렵다.

상영하겠다고 나서는 극장도 많지 않다.

또한 Blockbuster와 Hollywood Video와 같은 대형 비디오대여 체인은 X등급과 마찬가지로 NC-17등급 영화를 잘 취급하지 않으려 한다.

거의 흥행에 대한 사형선고와 같은 것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NC-17등급을 포기하거나 피하기 위해 ‘Unrated(제한상영가)’으로 개봉해도 운명은 비슷했다.

욕설의 뒤끝을 흐리는 예컨대 ‘Fu...'이라거나 발음만 유사한 표현으로 대사를 조정하고, 적나라하게 묘사된 피 부분의 쇼트 몇 개를 제거하고, 폭력묘사의 수위를 조절하는 편집을 한다면 R등급도 가능할 줄 알았다.

그래서 류지호는 편집을 바꿀 생각도 잠시 해봤다.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반대했다.


“NC-17등급은 낙인이 아니라 영광의 배지입니다. NC-17등급은 <The Killing Road>에게 명예를 가져다주어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조언자들은 감독 스스로 영화 자체를 검열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를 함께 펴기도 했다.

맞는 말이긴 했다.

흥행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영화등급을 프로듀서와 배급사 사장이 받아들이니 류지호는 환영하면 했지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사실 X등급과 NC-17등급은 기본적으로 차이가 없다.

1990년에 굳이 X등급을 NC-17이라는 새 이름으로 바꾼 이유는 X등급 영화라고 하면, 흔히 포르노그래피를 먼저 떠올렸기 때문이다.

<미드나잇 카우보이>, <시계태엽 오렌지>, <이블 데드>, <스카페이스>와 같은 작품들이 X등급이라는 이유만으로 포르노그래피와 동급이 되는 것은 억울한 일이니까.

가깝게는 트라이-스텔라가 투자·배급한 <원초적 본능> 등 많은 영화들이 NC-17 등급을 받았다.

매우 큰 박스오피스 성적을 거둔 바 있다.

어쨌든 NC-17등급이 X등급을 대체한 것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흐려지는 것은 앞으로 10년이 지난 후다.


“MPAA는 보수적이지. 특히 이중 잣대가 심한 편이야. MPAA는 전통적으로 목이 잘려나가는 폭력보다 살색이 드러나는 나체에 더 민감하게 반응해. 여성보다 남성의 누드를 더 가리고 싶어 하고, 같은 성행위라도 동성 간의 성행위 묘사를 더 경계하지. 웃긴 게 뭔 줄 알아? 예술과 외설, 폭력이나 마약 묘사의 불가피함과 과도함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사실이야.”


PG-13.

한국으로 치면 15세 이상 관람가 정도의 영화로 불 수 있는 등급이다.

대부분의 블록버스터가 이 정도의 등급을 받는다.

적당히 통쾌한 폭력과 위험 수위를 아슬아슬하게 넘지 않는 섹스의 표현.


“아카데미 위원회에 아부 좀 해 보게.”

“로비를 하란 말이에요?”

“말 돌리며 모른 척 하지 말고.”


고상한 말로 하면 미국적인 가치를 드러내는 주제의식, 빈정거리는 투로 표현하자면 ‘미국만세‘ 영화를 찍어보라는 충고다.


“<REMO>나 Timely 캐릭터 영화를 찍는다고 해서, 아카데미 위원회가 제게 호의를 가질 거라고 생각해요?”

“적어도 자네가 뉴욕파 감독이 아니란 것은 알아주겠지.”

“제게 충고할 정도로 뉴욕과 할리우드 기 싸움이 그렇게 세요?”

“지난 시간 동안 세 개의 영화사들을 지켜봤잖아. 자네는 내가 오스카에 목매는 것처럼 보겠지만, 거기서 인정받는 작품들의 박스오피스를 떠올려보면 쉽게 답이 나오지 않나?”

“그렇긴 하죠.”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 프로듀서로 시작했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 생각이네. 난 영화감독이 되고 싶은 마음이 없어. 자네는 달라. 나와도 다르고, 아들러와도 다르고, 캐머론하고도 다르지. 그들은 죽었다 다시 태어나면 모를까 300만 달러 영화는 찍을 수 없어. 그들에게 돈을 대는 사람들과 그들의 영화를 팔아야 하는 사람들이 그걸 원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자네는... 뭐든지 할 수 있지. 자네가 말한 것처럼 내키는 대로 할 수 있단 말이야. 대신 자네 세계만 고집하지 말라고 조언하는 거야.”


류지호는 묵묵히 모리스 메타보이 조언을 들었다.

반론을 펼칠 수도 있다.

류지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자신의 영화를 고집하는 것도 맞고, 그렇지 않은 것도 맞다.

류지호가 Timely Enterprise를 인수한 이유 중에는 자신도 TCU에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Snowstorm를 인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언젠가 모든 부분에서 준비가 되면 <스타워즈>나 <스타트렉> 또는 <은하영웅 전설> 같은 스페이스 오페라를 제작·연출할 계획이다.

또 <반지의 제왕> 대신에 인간과 오크 거기에 엘프와 드워프 같은 수많은 종족들이 전쟁을 벌이는 판타지 전쟁 영화를 만들 꿈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서 사회파 감독이라고 규정짓는다고 해도, 그들은 배신감을 느낄 것이라고 류지호는 확신했다.

물론 <아키라> 실사화 프로젝트 같은 포스트아포칼립스 장르를 건드리게 된다면, 사회파인척 찍은 영화들로 단련된, 현대사회를 풍자하고 조롱하는 태도를 유감없이 드러낼 테지만.


“충고는 잘 들었어요.”

“그냥 약간에 팁일 뿐이야. 들을지 말지는 자네가 선택하는 거지.”

“Moe.”

“또 왜?”

“왜 내게 이런 친절한 조언을 해주는 거죠? 언젠가 독립할 거 아니었어요? 저와 계속 함께 계속 갈 생각이에요?”

“자네는 키우는 맛이 있거든.”

“제가 알아서 컸거든요.“

“맥도웰이 학교에서 자넬 가르쳤다면, 할리우드 비즈니스는 내가 가르쳤다는 걸 잊지 말아.”

“글쎄요.”

“나중에 나도 자네 자서전에 출연 좀 해야겠어.”

“자서전을 써도 50년은 걸리지 않을까요?”

“자네가 40대 전에 한 번 망해야 자서전이 드라마틱한 건데 말이지. 그리고 이렇게 쓰는 거야. 그때 난 모리스 메타보이의 진심어린 조언대로 행동했어야 했다.”

“내가 망하는 걸 보려면 술과 담배를 줄여야 하지 않을까요? 해가 갈수록 뱃살만 늘어나고 있다고요. 비만은 만병의 근원입니다.”

“걱정 말게. 내 주치의는 앞으로 백 살까지 산다고 했으니까.”

“주치의 바꿔요. 완전 돌팔이네요.”


순식간에 진지한 이야기를 집어치우고, 투덕거리는 두 사람이다.

할리우드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유대계 거물 프로듀서 모리스 메타보이.

아시아의 존재감 없는 나라에서 온 애송이 류지호.

둘에게는 우정을 나눌만한 어떠한 접점이나 이유가 없었다.

두 사람은 특별히 관계를 돈독하기 위해 노력하지도 않았다.

그저 자연스러웠다.

류지호는 모리스 메타보이를 신뢰했다.

따라서 트라이-스텔라를 통째로 맡겼다.

모리스 메타보이는 류지호의 기대 이상의 성과를 매년 내고 있다.

간섭하지도, 무리한 권력을 행사하지도 않는 오너.

자유롭게 수억 달러를 영화 프로젝트에 집행하며, 그 결과 명예와 부를 얻어가고 있는 프로듀서.

두 사람은 10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우정이라고 할 수 있는 신뢰 관계를 쌓아가고 있다.


작가의말

참고 : Compagnie ViVo SE - 프랑스 미디어그룹 비방디, Ox-Eye Film Company - 프랑스 고몽영화사, Le Studio channel+ - 프랑스 Canal+ Group(비방디 그룹 자회사)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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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3

  • 작성자
    Lv.99 Under85
    작성일
    22.09.20 10:37
    No. 1

    연참 감사합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65 k4******..
    작성일
    22.09.20 12:05
    No. 2

    조용히 읽다가 답답함을 늨겨서 써봅니다ㅡ 모리스메타보이가 한말을 작가한테 돌려주고싶네요, 저나 우리는 류지호 자서전을 보러온건거요? 엘에이 폭동때 무리한 개입히는 영웅적인 행동을 보려고 지금까지 읽은건가요?갈피못잡겟고 지호가뭐하는지 모르겟어요, 영화하는건지 사업가하는건지 도대체뭐하는건가요? 난 여기서 지호의 영화와 감독일하는 지호를 보고싶지 폭동에 나대는 지호나 삼풍에 개입하는 영웅이나 사업하는 지호를 보고싶지않내요, 너무 중구난벙인데요?

    찬성: 2 | 반대: 1

  • 작성자
    Lv.65 k4******..
    작성일
    22.09.20 12:06
    No. 3

    작가가 혹시 지호에 본인을 투영해서 하고샆으데로하는거고 우리는 작가의 자서전을 보는거고요??? 앞으로 자서전을 쓸생각이면 전여기서 하차하는게 맞는거같네요, 너무 재미없습니다.

    찬성: 1 | 반대: 1

  • 작성자
    Lv.99 할젠
    작성일
    22.09.20 12:31
    No. 4

    연참은 추천!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바람으로
    작성일
    22.09.20 13:26
    No. 5

    잘 보고 갑니다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霧梟
    작성일
    22.09.20 13:36
    No. 6

    영어를 꽤나 수준급이다 - 수준급으로 한다? 영어가 꽤나 수준급이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3 트뤼포
    작성일
    22.09.24 10:50
    No. 7

    수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OLDBOY
    작성일
    22.09.20 14:01
    No. 8

    잘 보고 있어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9 루시오엘
    작성일
    22.09.20 15:23
    No. 9

    3연참인가 했는데 영화다시보기 라는걸 떠올리며 아쉬움 ㅋㅋ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99 무한땅꼬마
    작성일
    22.09.20 16:11
    No. 10

    잘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2 책읽남
    작성일
    22.09.21 16:01
    No. 11

    영화이 없지는 않았다. 문장이 약간 이상한것 같아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2 책읽남
    작성일
    22.09.21 16:04
    No. 12

    고어 영화가 나올정도 나을정도 인거 같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3 트뤼포
    작성일
    22.09.24 10:50
    No. 13

    수정/보완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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