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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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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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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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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1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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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6쪽

쯧.... 역시 생각이 많은 녀석!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봄부터 시작된 Timely Enterprise의 인수합병은 초여름에 가서야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다.

JHO Company와 로니 페럴만과의 소송전은 그것대로 진행하면서, Timely Enterprise 조직개편 작업에 착수했다.

먼저 Timely Enterprise를 Timely Entertainment로 변경하고,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코믹스 부문에서 개발, 출판, 캐릭터 라이선스 사업분야를 명확히 구분했다.

추후 서비스할 인터넷 사업부분의 TFT도 꾸렸다.

독립적으로 운영되던 Epic Comics와 Razorline을 자회사로 편입시켜서 관리하기로 했다.

그 외에 지적재산권을 관리하는 Timely Rights 부문을 강화했다.

기존 Timely Films을 Timely Studios로 개편해 컬버시티 트라이-스텔라 픽처스에 입주했다.

추후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시작되면 새로운 곳으로 이주하기로 했다.

로니 페럴만이 무리하게 인수합병했던 회사들은 Timely Entertainment에서 계열분리하거나 독립시켰다.

따라서 펄뮤터와 아라드가 Timely 경영진에서 빠졌다.

그로 인해 생긴 공백을 채우기 위해서 류지호는 고심에 빠졌다.

내부 승진부터 외부에서 전문 경영인을 영입하는 것까지.

류지호가 전개하는 영화사업 부문에서 중요한 축이 되어야 할 Timely다.

아무에게나 맡길 수가 없었다.

마침내 결정을 내린 류지호가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로 전화를 걸었다.


“샘, 부탁이 있어요.”

- 말씀하십시오.

“Timely를 맡아줘요.”


류지호는 개편된 Timely Entertainment의 경영진을 트라이-스텔라 인수 초창기 멤버들을 포함해서 자신의 사람으로 여겨지는 인사들을 앉히기로 했다.


- 제게 Timely의 경영을 맡기시겠단 말씀입니까?


류지호의 대답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다.


“네.”


확신의 찬 대답에 도리어 샘 리버먼이 당황할 정도다.


“샘은 트라이-스텔라에서 할 만큼 했어요. 이제 조금 더 큰물에서 놀아 봐요.”

- 보스.... Timely는 지금 최악의 상황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재는 그런 것이 맞아요. 하지만 다가올 21세기에는 세계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위상을 갖출 겁니다. 내가 그렇게 되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할 겁니다.”


샘 리버먼에게는 분명한 기회다.

Timely과 AC의 캐릭터는 언제나 할리우드가 군침을 흘리는 프로젝트다.

특히 티모시 버톤의 <배트맨> 시리즈가 성공을 거두고 나서부터는 스튜디오들이 Timely 캐릭터 판권구입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Timely는 영화 판권을 좀처럼 팔지 않았다.

심지어 이미 팔려 나간 판권까지 열심히 회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샘 리버먼이 보기에 앞으로 Timely 캐릭터의 실사영화는 자체적으로 제작할 가능성이 매우 농후했다.

자신의 보스가 Timely를 인수한 이유이기도 하고.


- 저에 대한 보스의 신뢰에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왜 망설이죠?”

- 너무 뜻밖이라서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앞서 한말 취소하겠습니다.”

- 보, 보스!

“부탁이란 말 취소합니다. 샘 리버먼, Timely로 가세요. 명령입니다.”

- ......!


수화기 너머에서 어떤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매우 놀라고 당황하고 있으리란 걸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었다.

모리스 메타보이가 영원히 트라이-스텔라에 남아있으리란 보장이 없었다.

후임으로 점찍어 둔 인물이 샘 리버먼이다.

그런데 상황이 바뀌었다.

모리스 메타보이가 독립하려던 생각을 완전히 접었다.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가 곧 빅 세븐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모리스 메타보이는 할리우드 파워 랭킹에서 매우 높은 순위를 차지하며 업계에 상당한 발언권을 가지기 시작했다.

트라이-스텔라를 떠난다고 해서 그 지위와 명성이 흐려지진 않겠지만, 빅 세븐이 될 지도 모르는 트라이-스텔라의 회장에 앉아 있을 때와는 분명 다를 것이 틀림없다.

모리스 메타보이로서는 메이저 스튜디오로의 도약이란 도전과제가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다가오고 있는 시점에서 독립을 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래리 킴과 함께 Timely로 옮기세요. 버나드 휴즈 기술이사도.”

- 알겠습니다. 보스....! 그리고 감사드립니다.


샘 리버먼이 Timely 최고경영자 자리를 수용하자, 류지호는 모리스 메타보이에게 양해를 구했다.

모리스 메타보이는 흔쾌히 류지호의 생각을 지지해줬다.


- 샘이라면 종합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경영할 역량이 충분하지.


게다가 류지호가 콕 찍은 인사들이 Timely로 이동하면, 그 동안 알게 모르게 정체되어 있던 트라이-스텔라에도 인적 쇄신을 도모할 수가 있다.


“부탁이 하나 더 있어요.”

- 말해보게. 무슨 부탁이든 못 들어줄까?

“우리도 클래식 무비를 전문적으로 구매하고 관리할 사업체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 클래식 무비라....

“트라이-스텔라와 구 캐롤코, 구 오라이언에서 보유하고 있는 50년대 이전 영화들을 따로 관리하고 배포할 수 있는 클래식 무비 전문 영화파트가 필요할 것 같아요.”

- ....흠.

“물론 30편도 안 되는 보잘 것 없는 수준이긴 하지만.”

- 혹시 케이블 채널을 인수합병할 생각인가? 아니면 터너 브로드캐스팅의 인수합병 제의를 수락한다거나.

“아니요. 지금 각각의 영화사들의 포지션이 약간 중구난방인 것 같아요. 각 영화사별로 명확한 사업방향을 정리해 둘 필요가 있을 것 같네요.”


여력만 된다면 영화 저작권은 많이 가지고 있을수록 좋다.

추후 OTT까지 내다보고 있기에 더더욱.


- 나도 정리의 필요성은 느끼고 있었네. ParaMax와 디멘션은 어떻게 할 계획인가?

“그쪽은 명확해요. 아트 필름, 독립영화 그리고 공포영화 전문.”

- JHO Pictures는?“

“다섯 장의 영화선택 권리는 유지할 겁니다.”


모리스 메타보이가 자신의 영화선택 권리를 없애려고 하는 줄 알았다.

즉 JHO Pictures에서 지지고 볶고 하라는 뜻으로 들었던 것.


- 사실 자네가 이번엔 ParaMax에서 첫 영화를 찍었지만, 추후 워너-타임이나 PARKs와 작업을 하지 말라는 법이 없지 않겠나? 난 감독으로써 자네가 다양한 스튜디오와 작업을 하길 바라네.


류지호는 모리스 메타보이의 계획을 알아차렸다.


“JHO Pictures가 다른 빅6와 작업하게 되면, 그걸 매개로 해서 메이저 스튜디오와 협력을 확대시킬 생각이신가 봐요?”

- 스티븐 아들러나 조지프 루카스처럼 자네가 야망을 크게 가졌으면 좋겠어.

“......”

- Timely의 실사화는 어떻게 할 생각인가? JHO에서? 아니면 Timely 자체적으로?

“Moe는 트라이-스텔라에서 하길 바라시겠죠?”

- 글쎄....

“......?”

- 자네가 어떻게 영화를 만들 것인가에 달렸겠지.


89년에 제작된 <퍼니셔>처럼 B급 액션영화라면 자신들은 끼어들지 않겠다는 의미다.


“5,000만 달러 안팎의 영화부터 최대 1억 달러까지 고민하고 있어요.”

- ......!


류지호의 말이 모리스 메타보이에게 꽤나 충격적인 모양이다.

수화기 너머에서 숨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였으니까.


“배급 스케줄을 짜려면 골치 꽤나 아프실 걸요.”

- 1억 달러짜리 텐트폴 영화를 너무 우습게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

“전혀요. <타이타닉>은 1.5억 달러에 제작될 예정이잖아요.”


제이미 캐머론의 <타이타닉>은 제작비 문제로 트라이-스텔라와 패러마운틴이 물밑에서 한창 논쟁 중이다.

심지어 류지호는 타이타닉호를 실물 세트가 아니라 실제 운항 가능한 배로 만들라고 주문했다.

다들 미쳤다고 했다.

최연소 억만장자라고 떠받들어 주니 천지분간을 못한다는 소리까지 들려오고 있다.

류지호는 남들이 뭐라고 떠들든지 강행했다.

결국 세트를 지어서 촬영하나 실제 타이타닉호를 복원하나, 제작비 부분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어차피 제작비가 최대 2.5억 달러까지 상승할 것이 틀림없다.

한 번 쓰고 버릴 세트를 짓는 것보다 복원 된 타이타닉호를 촬영이 끝나고 박물관에 기증해도 되고 해안가의 레스토랑이나 호텔 또는 테마파크로 운영해도 된다.

본래 역사대로 20억 달러(박스오피스 최종)를 벌어들이게 된다면 그깟 타이타닉호를 실제로 운항가능한 배로 복원하는 비용은 아무것도 아니다.


- 후우.


수화기 너머에서 한숨과 함께 담배를 피워 무는 소리가 들려왔다.

<타이타닉>과 관련해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는 걸 알 리 없는 모리스 메타보이는 그저 제작비 문제와 패러마운틴과의 의사소통이 골칫거리 일 뿐이다.

총 제작비가 1.5억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는(이때만 해도) <타이타닉> 프로젝트는 트라이-스텔라 단독으로 감당하는 것은 무리다.

제작비 조달은 문제가 없다.

G&P 펀드와 Garam Invest라는 든든한 투자회사가 파트너로 있으니까.

문제는 세계 배급과 부가시장 배포다.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는 빅6처럼 전 세계에 걸쳐서 거미줄 같은 배급망을 갖추고 있지 못했다.

따라서 1억 달러 이상 예산이 소요되는 블록버스터는 빅6와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했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걱정 말아요. 우리는 아주 잘하고 있으니까.”

- 누가 누굴 위로하는 건지... 나 원 참!

“위로가 아니라 응원과 격려입니다.”

- LA로 언제 돌아올 예정인가?

“애틀랜타에 들렀다 갈 생각이라, 월요일에나 돌아갈 거예요.”

- 알겠네.


류지호는 트라이-스텔라의 모리스 메타보이와 ParaMax Films의 알버트 마샬에게 양해를 구하고 당사자들의 동의를 얻어서 Timely Entertainment로 인력재배치를 마무리했다.

CEO(경영)는 샘 리버먼 전 트라이-스텔라 운영 사장.

CFO(재무)에는 래리 킴, 전 트라이-스텔라 재무 이사.

COO(운영)는 데니스 스캇, 전 ParaMax Films 운영 이사.

CTO(기술)는 버나드 휴즈, 전 트라이-스텔라 기술지원 이사.

나머지 주요 임원들은 기존 Timely 인물들을 유임시켰다.

LA에서 살고 있던 이들이 대거 Timely Entertainment 본사가 있는 뉴욕으로 이주했다.

그들이 지낼 주택들은 모두 회사에서 제공하기로 했다.


“촬영스튜디오 시설이 필요한 시점이네.”


남의 스튜디오에서 영화를 찍는 생활을 청산해야 할 때가 왔다.

류지호는 그간 배당을 받지 않아 쌓아놓고 있던 유보금과 본인 계좌에서 무의미하게 이자만 발생시키고 있는 자금을 써야할 때가 왔음을 강하게 느꼈다.


❉ ❉ ❉


미국 동남부 조지아의 주도 애틀랜타.

그 중에서도 조지아 공과대학이 위치한 미드 타운.

이 지역에 터너 브로드캐스팅 관련 기업들이 모여 있다.

Turner Entertainment Networks의 접견실에는 10개가 넘는 TV모니터가 열심히 화면을 쏟아내고 있다.

맨 위는 헤드라인뉴스, 인터내셔널이 숨 가쁘게 전하는 지구촌 뉴스가, 그 아래쪽에는 미국 최대 만화영화 전문 케이블TV 채널인 카툰 네트워크의 <개구쟁이 스머프>, 또 다른 화면에 선 파인 라인 시네마 제작의 극영화들, 스포츠 사우스 채널의 농구경기들이.....

류지호는 접객실이 마치 방송실 부조실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지금 보시는 영상들은 모조리 에드윈 터너 회장님이 소유한 회사의 작품들입니다.”


홍보실장 미라 트웨티의 음성에는 자부심이 묻어있었다.

TV 모니터들은 터너 미디어 제국의 위용을 뽐내는 일종의 시각 조형물이다.

방송매체만 대충 꼽더라도, 지방방송국인 터너 브로드캐스팅 시스템(TBS)을 비롯해 터너신화를 만든 CNN, 고품질의 클래식영화와 스포츠를 공급하는 터너 네트워크 텔레비전(TNT), 만화영화 전문 채널인 카툰 네트워크, 터너 클래식 무비스, 스포츠 네트워크인 스포츠 사우스(Sports South) 등.

그 외에 축산업과 부동산 업체까지.

에드윈 터너가 이끄는 사업은 열 손가락으로 꼽기가 벅찰 정도다.

한마디로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다양한 영역에 사업을 전개하고 있었다.

특히 미디어와 영화소프트웨어의 동시장악을 노리는 에드윈 터너가 93년을 전후해서 독특한 컬러의 작품들을 만들어온 영화사들을 잇달아 통째로 사들인 사실은 주목할 만했다.

비교적 작품성 있는 영화를 주로 제작하는 독립영화사는 물론이고 파인라인 시네마 같은 영화사에서는 철저한 흥행영화 위주로 만들고 있다.

또한 만화 전문회사인 하나-바바라 카툰스는 한국인에게는 다소 생소한데 <톰과 제리>, <개구쟁이 스머프>, <플린트스톤>등의 만화로 미국인들의 어린 시절을 지배해 온 회사다.

이에 앞서 에드윈 터너는 <벤허>,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 2,300여 편의 주옥같은 클래식 명화들이 포함된 MSM의 필름 라이브러리도 매입한 바 있다.


“뉴스에 잠이 깨서 카툰 네트워크에서 방영하는 <톰과 제리>를 보고, 낮엔 극장에서 영화 <바스켓볼 다이어리>를 관람한 뒤, 저녁엔 집에서 비디오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시청한 미국인은 하루 종일 ‘터너의 땅‘을 벗어나지 못한 셈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특히 터너의 카툰 네트워크는 매주 토요일 아침이면 어린이들의 시선을 붙잡는 다양한 만화영화를 방영해 어른들 사이에서는 ‘토요 보모‘로 불릴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류지호는 미라 트웬티의 안내로 사옥 곳곳을 둘러볼 수 있었다.


“어떠냐?”


에드윈 터너가 얼굴 가득 미소를 띠고 류지호의 대답을 기대했다.


“멋지네요.”

“하하하. 난 아직 갈 길이 멀어.”


그러시겠지.

다 계열의 복합 미디어 산업.

영토 확장과 유사한 면이 많다.

마치 계란 가게가 양계장까지 운영하는 것을 떠올리게 하는 사업 전략이랄까.

워너-타임, 20세기 PARKs, LOG 컴퍼니가 대표적 다 계열 복합미디어 기업이다.

에디윈 터너는 파인 라인 시네마의 실사영화 <덤 앤 더머>가 현재 터너 계열사인 하나-바바라 카툰스에서 만화영화로 제작 중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서로 다른 영역의 각 회사들은 상호 자극을 주기도 하고, 경쟁과 협동의 관계를 형성하지. 콘텐츠 제작 부분과 배포의 영역이 복합적으로 구성된 미디어이기 때문에 가능한 상상력의 공유인 거야.”


에드윈 터너는 91년에 벌어진 걸프전의 처참한 실상을 마치 ’쇼’처럼 생중계해서 높은 시청률과 엄청난 비난을 동시에 받았다.

막대한 기부를 통한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반면에 미디어 사업에 있어서는 결코 정도라고 볼 수 없는 태도를 보이는 에드윈 터너다.

류지호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TV화면에선 뉴스 사이사이마다 계열사인 파인 라인 시네마 영화의 비디오출시 광고가 줄기차게 나오고 있다.

이런 거다.

공중파든, 위성방송이든, 케이블TV든, 자사 콘텐츠를 줄기차게 홍보할 수 있다는 이점.

그것이 복합 미디어 그룹이 노리는 바다.


“내 좌우명이 뭔 줄 알아?”

“......?”

“앞장을 서든지, 따라오든지, 그렇지 않으면 비켜라.”


파티나 식사자리에서는 볼 수 없었던 에드윈 터너의 저돌적인 면이다.


‘그러니까 늘 남이 안 가던 길들을 한 발자국씩 앞장서서 개척했겠지.’


현재 전 세계 140개국에 방송되는 CNN이 그랬다.

통신위성을 이용해 케이블TV업자에게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슈퍼스테이션 사업도 그렇고.

에드윈 터너가 이룩한 세계 최초의 사업들은 모두 ABC, CBS 등 대형 네트워크들이 못하는 약점들을 파고든 것 들이다.

그런 에드윈 터너의 최초의 실패는 CBS인수합병이었다.

80년대 중반부터 야심차게 꿈꿔왔던 ‘쥐가 코끼리를 집어 삼키는’ 야망이었다.

그런데 작년 8월에 웨스트하우스(WEC)가 CBS와 54억 달러에 인수계약을 하면서, 선수를 쳐버렸다.

에드윈 터너의 야망이 꺾이는가 싶었다.

그는 류지호의 트라이-스텔라 픽처스에 욕심을 드러냈다.

하지만 에드윈 터너는 또 한 번의 실패를 맛보아야만 했다.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어 매우 유감이에요.”


동양에서 온 25살의 청년이 워너-타임 못지않은 거대한 미디어 그룹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인수합병 기회를 시원하게 거절했다.


“후회할 텐데?”

“제겐 다른 기회와 꿈이 있어요.”

“다음번에는 이번처럼 신사적인 인수합병 제의가 가지 않을 거야.”

“얼마든지요.”


인수합병이 공식적으로 무산되었지만 두 사람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류지호는 저녁식사 초대까지 받았다.


“안녕하세요.”

“호호. 어서 와요. 미스터 류.”

“Jay라고 부르세요.”

“그래요. TV에서 보던 것 보다 Jay는 훨씬 멋진 청년이었군요?”


류지호는 에드윈 터너의 저택에서 그의 부인 시모어 폰다를 만났다.

엄청난 동안을 자랑하는 폰다 여사에게 문전박대를 당하지 않을까 걱정했던 류지호다.

폰다 여사는 반전운동에 진심이었다.

미국의 노병들과 매우 불편한 사이였다.

노병 중에는 당연히 한국전쟁참전용사들도 있다.

한국전쟁참전용사회는 류지호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폰다 여사가 그런 류지호를 곱지 보지 않을 것이라 지레짐작했던 것.

아니나 다를까.

저녁식사 내내 폰다 여사는 류지호에게 전쟁반대와 세계 평화를 역설했다.

류지호는 적당히 맞장구쳤다.

토론을 한 것이 아니라서 저녁식사를 무난하게 마칠 수 있었다.

터너 저택에서 성대하게 저녁을 얻어먹은 류지호가 애틀란타 공항으로 향했다.


‘에드윈 터너가 만국기를 특별히 좋아한다고 했지.....?’


애틀랜타 사옥 앞엔 만국기들이 펄럭이고 있다.

심지어 에드윈 터너 본인도 만국기 넥타이를 애용하고 있다.


‘지구촌을 자신의 작품으로 뒤덮고 싶다는 정복욕의 또 다른 표현이 아닐까?’


할리우드 스튜디오를 소유했거나 하고 있는 이들의 공통된 야망이다.

그럼에도 류지호는 만국기를 JHO나 가온에 걸어두는 짓을 하고 싶지 않았다.

21세기가 되면 첨단화된 정보통신 기술로 인해 세계가 연결된다.

물리적인 영토는 의미가 없다.

이제 터너 브로드캐스팅은 과거가 될 것이다.

워너-타임에 잡아먹힐 것이니까.

물론 에드윈 터너는 자신이 사냥꾼이라고 여기겠지만.

터너 브로드캐스팅의 인수합병 제안을 거절한 것에 류지호는 어떤 미련이나 아쉬움도 없었다.

훨씬 밝은 미래가 류지호를 기다리고 있으니까.

Timely Entertainment를 손에 넣었다.

겨우 타임리 시네마틱 유니버스(TCU)에 만족할 생각이 없는 류지호다.

그를 위해 퓨어 아트리아 소프트웨어를 잘 처리해만 했다.

왜?

그 회사의 사장과 기술이사가 바로 윌모트 헤이스팅스(Wilmot Hastings)와 마크 버네이스(Marc Bernays)였으니까.

그들의 회사 퓨터 아트리아 소프트는 현재 인수합병 논의가 진행 중이다.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실리콘 밸리 사상 최고액수(8.5억 달러)의 계약이 이루어진다.

GARAM Ventures가 그 거래를 통해 돈을 버는 것은 류지호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퓨어 아트리아 소프트에 투자하며 인연을 맺은 윌모트와 마크가 중요할 뿐이다.

그 두 사람이 퓨어 아트리아를 떠나 시작하는 사업이 바로....


“스트림플릭스이니까.....!”


스트리밍(streaming)과 영화(Flicks)의 합성어.

바로 미래의 OTT 절대강자 StreamFlicks다.

영화를 인터넷을 통해 내려받을 수 있고 실시간으로 재생해 볼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

21세기에는 텔레비전, 케이블 채널, 비디오 사업은 시청자를 상당히 잃게 된다.

얼마 안 가서 DVD 시대가 찾아오고,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 시대가 열린다.

그 시장을 선점할 수만 있다면, 류지호의 영화사업은 탄탄대로가 될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류지호는 사업을 운영하는 기업가가 아닌.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하는 프로듀서이자, 감독으로 살아갈 수가 있게 된다.

지금처럼 돈벌이에 머리를 싸매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 ❉ ❉


류지호가 뉴욕으로 돌아왔다.

LA로 돌아가기 전, G&P 빌딩에서 윌리엄 파커에게 작별인사를 했다.


“이제 아픈 데는 없으시죠?”

“난 괜찮다. 너는 어떠냐?”

“저야 언제나 건강해요.”

“눈이 더 맑아졌구나.”

“호흡을 매일 해서 그런가 봐요. 할아버지도 제가 가르쳐 준대로 매일 호흡을 하고 계시죠?”

“하루도 빼먹지 않고 하고 있단다.”


류지호가 하는 호흡이 비기는 아니다.

그럼에도 꾸준히 하면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툭툭.


윌리엄이 류지호의 어깨를 다독였다.

류지호를 바라보는 시선은 마치 손주를 대하는 할아버지 같았다.


똑똑.


“손님 오셨......”


비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대니얼 그레이엄이 방으로 들어섰다.


“할아버지, 잘 지내셨어요?”


대니얼이 류지호를 보자마자 대뜸 불만을 드러냈다.


“잘 못 지냈다. 누구 때문에.”


류지호는 이미 그가 어떻게 나올지 알고 있었기에 놀라지 않았다.


“앉아서 대화를 나누도록 하지.”


류지호가 고급스러운 소파에 엉덩이를 걸치자마자 대니얼이 다짜고짜 물었다.


"네 녀석은 하는 일들은 잘되고?”

“걱정해 주신 덕분에 잘 진행되고 있는 것 같아요.”

“내가 뭐 해준 게 있다고. 하여간 입만 산 놈.”


하하.

틱틱거리는 대니얼을 보며 류지호가 웃음으로 어색함을 대신 했다.


“인사는 집어치우고. 왜 그랬냐?”


터너 브로드캐스팅 시스템의 인수제안을 거절한 것을 묻는 것이다.


“차도 한 잔 안 주세요?”

“너 요새 돈 잘 버냐?”

“할아버지만 하겠어요?”

“내 위치까지 올라오려면 세 번 죽었다 다시 태어나도 불가능해.”


류지호는 순순히 인정했다.


“그건 그렇지요.”


류지호는 한국과 미국에서 사업을 벌이면서 깨닫게 되었다.

글로벌 기업이란 곳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TBS의 제안을 걷어차고 21세기 비전이랍시고 몽상을 휘갈긴 사업계획서에 대한 감상을 듣고 싶으냐?”

“귀를 씻고 경청할게요.”


대니얼의 입을 쉽게 열리지 않았다.


“제게 승산은 있을까요?”


류지호의 질문에 대니얼은 그저 미묘한 미소만 지었다

기존과 다른 방식의 미디어와 플랫폼으로 거대 미디어 복합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승산.

터너 브로드캐스팅의 인수합병 제안을 통해서 류지호는 많은 걸 확인했다.

딴에는 많은 자회사를 거느리고, 사업 기반을 탄탄하게 꾸려놨다고는 하지만, 그들의 자본력과 권력 앞에서 아무것도 아닌 존재임을 확인했다.

과연 그들의 견고한 아성을 뚫고 살아남을 있을 것인지.

이길 수 있는 승산이란 것이 있기나 한 것인지.


“불가능해.”


대니얼이 단언했다


“......!”


류지호는 그럴 줄 알았다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고 실망한 표정은 아니다.


“라고 말하면 그만 둘 거냐? 아니잖아? 그럼 그런 걸 왜 물어보는 거냐. 네 자신에 대한 불신은 머리를 무겁게 만든다.”

“후회하게 될까요?”

“응. 반드시.”

“왜 요?”

“넌 비즈니스맨으로는 빵점이야.”

“50점은 될 줄 알았는데.....”

“기업은 이윤을 추구해야해. 이상을 현실에서 실현시키고 싶다면 기업경영을 할 것 아니라 사회운동가나 정치인이 되어야 하지. 넌 이것도 저것도 아니야.”

“저는 매우 현실적인데요?”

“어딜 봐서?”

“그저 제가 만든 영화를 많은 사람들이 봐줬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단 한명이라도 제 영화를 보고 즐거워하거나 한 번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고.”

“그렇다면 왜 지금처럼 일을 벌였지? 그냥 예술의 길을 가면 되었잖아?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었다고 하지 마. 세상에 인과 없는 결과 없고, 욕망이 없는 성공도 없으니까.”


류지호는 대꾸할 말이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


“네 녀석은 웨딩비디오를 찍을 때부터 흐리멍덩한 목표를 추구했어. 그조차 한심하기 짝이 없는 목표이긴 했지만.”

“제 목표가 한심한가요?”

“쓸데없이 뒤돌아보지 마. 앞으로 나가기도 한창 바쁜 녀석이.”

“......!”


류지호의 눈이 커다래졌다

순간적으로 머리를 강하게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대니얼의 말이 맞았다.

지금의 방향성을 포기하기에는 너무 늦어 버렸다.

그럴 생각도 없고.


“충고 하나 할까?”

“.....예?”

“목표를 더욱 명확히 해. 그리고 동기를 제대로 파악해. 너는 왜 할리우드에 뛰어든 거지? 왜 승산 따위를 계산하는 거지?”

“그거야 당연히 기존 기득권의 틈새에서 살아남아야 하니까..... 그리고 선진적인 시스템을 배워서....”

“정말?”


대니얼이 되묻자, 류지호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당연하지 않...아요?”


류지호가 미국에서 사업을 시작한 이유다.

또한 할리우드의 시스템을 배워 장점만 추린 후에 한국에 적용하는 것.

누구로부터의 간섭 없이 자유롭게 영화를 하는 것.

그것이 류지호가 사업을 하려는 이유의 전부였다.

처음에는.


“정말?”


그때 머릿속에서 한 줄기 의문이 떠올랐다

그 의문은 점차 덩치가 커져 갔다.

이내 류지호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었다


‘정말..... 정말로 그게 처음이자 끝인가?’


머리가 아득해지는 기분이다.


작가의말

한 주 마무리 잘 하십시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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