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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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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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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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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2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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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쪽

우리 잘 해봐요. (5)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다온과 거인합동은 16일 리츠앤가든호텔에서 합병조인식을 갖고 ‘법무법인 다온'으로 새롭게 출발했다. 이창선 대한변협회장, 김진혁 서울변호사회장등도 참석 “법조사에 길이 남을 일"이라며 합병을 축하했다. 법무법인 다온의 대표변호사는 박문표, 신효정, 임건웅, 고상현 변호사가 맡게 되고 명칭은 ’다온‘으며 하며 거인합동사무소는 당분간 서초분사로 사용하기로 했다. 박문표 대표변호사는 이날 인사말을 통해 "우리의 합병을 폄하하는 말들이 없지 않았지만 양 사무소 구성원들이 다가올 미래에 대한 비전을 공유한다는 대원칙 아래 성사시키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양 법률사무소의 합병은 국내 로펌 역사상 처음 있는 일로서 지난해 여름 합병원칙이 합의되었을 때부터 국내 법조계 및 경제계가 큰 관심을 가지고 지켜본 일이었다. 신효정 대표변호사는 "거인합동은 송무사건에 대단히 강점이 많은 곳이며, 송무는 모든 사건의 기본으로 로펌의 대외 신인도를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아울러 재조출신과 연수원 출신 변호사 및 노장과 소장 변호사간 조화를 이뤄 최상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 미주한국신문. 알렉스 조 기자.


한국을 떠나기 전 신효정 부부가 찾아와 로펌 간 대형 합병이 있을 거라고 하더니, 마침내 그 건이 성사가 된 모양이다.

캘리포니아주의 한인들이 주로 보는 한국신문에서까지 대서특필됐다.


“한국신문에서 나와 다온의 관계를 알고 있었던가....?”


미주한국신문은 한국신문의 LA지국으로 시작했다.

올해 뉴욕 지사를 직영화하면서 독자적인 취재망을 갖췄다.

미국에서는 LA와 뉴욕, 유럽에서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등에서 동시에 인쇄하면서 북미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의 뉴스와 정보를 다루는 신문으로 도약을 준비 중이다.

사실 기자가 조금만 성실하게 취재를 하다보면 류지호와 법무법인 다온과 관계가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캐서린 & 윌슨, G&P, GARAM Invest의 한국투자 관련 법률 자문을 다온이 도맡아서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미주한국신문은 관리가 되니까.”


LA폭동을 계기로 의장 비서실에서 미주한국신문과 LA타임스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LA타임스의 경우는 류지호와 좋지 못한 관계였기에 특별히 관리를 하고 있다.

한국신문은 류지호에 대한 소식을 미주한국신문을 통해 전달 받고 있다.

JHO Company 의장 비서실에서는 미주한국신문의 류지호 관련 기사를 한국의 신문사들이 받아쓰도록 은근슬쩍 유도하고 있다.


뚜우.


- 한국 WaW 픽처스의 권영균씨가 찾아왔습니다.

“들여보내세요.”


미국에 입국한 권영균 피디가 웨스트우드 의장 집무실을 방문했다.

곧 이어 캐나다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인연을 맺은 박은상 감독이 찾아왔다.


“권 피디, 박 감독님과 인사 나누세요.”

“안녕하세요. 감독님.”

“네. 안녕하세요.”


일제강점기부터 제1공화국 시기까지 활동했던 협객.

시라소니를 다룬 영화 프로젝트를 권영균 피디가 맡기로 했다.

깡패를 협객으로 치켜세우기 민망한 노릇이다.

따라서 워킹 타이틀은 <풍운아>로 정했다.

WaW 픽처스 소속 프로듀서 중에서 대작을 맡길 만한 이는 몇 명 되지 않는다.

전하영 피디는 주로 제휴영화사들과의 협업을 담당하고 있다.

언젠가 WaW 픽처스를 나가 독립할 것이 확실했다.

기간이 오래 걸리는 프로젝트를 그녀에게 맡길 순 없었다.

WaW 픽처스에서 제작되는 모든 영화를 총괄하는 것은 주영호 상무다.

매년 다루는 영화가 많아지면서 주로 내근을 하면서 지원업무에 주력하고 있다.

남은 인물은 초창기 멤버로서 제작파트의 실무책임자라고 할 수 있는 권영균 피디 밖에 없다.

문제는 현장을 뛰는 제작부들의 실질적인 수장이 권영균이라서 대작을 선뜻 맡기기 쉽지 않았다.


“전화통화로 충분히 뜻을 전달하긴 했지만, 다시 한 번 정리해보죠.”


류지호가 운을 떼자, 박은상 감독과 권영균이 진지한 표정으로 귀를 활짝 열었다.


“<풍운아>는 한중미 합작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WaW, JHO, 중국 제작사 한 곳. 이렇게 합작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영화제작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WaW입니다. 제작비 조달 역시 WaW가 받아야 합니다. JHO Pictures는 FX, 마샬 아츠, 특수분장, 미술 등을 지원합니다. 중국 제작사는 현지 진행, 오픈 세트 섭외 및 현지 제반 업무를 지원합니다.”

“WaW와 감독님의 프로덕션까지는 알겠는데, 중국 쪽 합작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겠죠.”

“감독님도 잘 아시겠지만 중국은 모든 걸 국가가 철저하게 통제합니다. 영화라고 해서 다를 것이 없어요. 중국에는 영화 지표라는 것이 있는데, 정부에서 16개 국가소유영화제작소에 이것을 나눠줍니다. 그러면 이 지표를 가지고 국유영화제작소에서 직접 투자제작배급하거나, 민영영화제작소에 비싼 값에 판매하는 거죠. 비싼 가격에 구입한 영화지표를 이용해 민영영화제작소가 영화를 제작하게 되는데, 웃기게도 해외영화제에 출품 시에는 실제 영화를 제작한 민영영화제작소의 이름으로 나가는 게 아니라 이름만 빌려준 국유영화제작소의 이름으로 나간다는 겁니다. 만약 해외영화제에서 수상하는 일이 발생해도 수상은 이름만 빌려준 국유영화제작소가 하는 거죠.”


2000년 초반에 가서 16개의 국유영화제작소를 6개로 통폐합한 민영영화그룹이 탄생하게 되는데, 영화팬들에게도 익숙한 북경영화그룹과 상해영화그룹이 중국의 양대 영화 그룹으로 성장하게 된다.


“권 피디도 잘 알고 있네요.”


공자 앞에서 문자 쓴 격이다.

권영균이 무안한 듯 류지호와 눈을 못 마주치고 딴청을 피웠다.


“JHO Pictures에서 중국의 국유영화제작소인 상해영화유한공사와 접촉하고 있어요. 물론 그들과 합작이 잘 진행되었다고 해도 중국 정부가 승인하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 되어버리겠지만.”


류지호는 중국에서 단물만 빨고 빠질지.

범 화교문화권인 동남아시아로 향하는 징검다리로만 사용하고 깊숙이 들어가지 않을지.

확실한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이전 삶에서 중국의 무서운 성장 기세와 함께 불공평하고 불공정한 시장 상황에 대해 다양한 매체로부터 듣고 보았기 때문이다.

발을 들여놔도 수렁이고, 안 들여놓자니 아쉬운 시장이 중국이다.


“권 피디는 그 문제는 고민하지 마세요. 중국과의 합작은 멀티플렉스 사업하고도 연결되어 있어서, 따로 TFT팀이 가동 중이니까.”

“아. 그랬습니까?”


권영균이 과도하게 안도했다.

현재 충무로에서도 중국과의 합작이나 현지 로케이션을 조심스럽게 추진하고 있다.

한중수교 이후로 마치 중국이 기회의 땅처럼 여겨지고 있는 분위기다.

실제 합작이 이루어진 경우는 한 건도 없었지만.

여담으로 G.O.M Cinemas는 이르면 2000년에 중국에 멀티플렉스를 진출시킬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단독으로는 중국에 진출할 수 없다.

중국의 메이저와 합작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따라서 <풍운아> 프로젝트로 중국 현지 비즈니스를 직접 부딪쳐 보기로 했다.


“부산영화제에 갔다가 장이모 감독과 대화할 기회가 있었는데, 내년에 민영영화제작소를 설립할 예정이라고 하더군요.”

“장이모와 합작을 하게 됩니까?”

“그렇진 않아요. 장이모 감독의 설명을 들으니까 중국은 철저하게 국가가 통제하고 있어서, 장이모 감독 역시 국유영화제작소에서 영화제작 지표를 취득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장이모 감독과 계속해서 친분은 유지하겠지만, 우리는 상해영화유한공사에 올인할 겁니다.”

“그렇군요.”


참고로 내년에 장이모가 설립하게 되는 ‘신화미엔‘은 장이모 영화만을 전문적으로 제작·배급하는 영화제작소가 된다.


“일단 그렇게 알고 있고. 두 분께 양해를 구할 게 있습니다.”

“.....?”

“<풍운아> 프로젝트는 내 후년에 가서야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질 것 같습니다.”


박은상이 깜짝 놀라 물었다.


“내 후년이요?”

“중국 영화계가 조금 복잡한 모양입니다. 개혁개방에 대한 목소리가 크다고 하더군요. 북경대학 영화과 교수들을 중심으로 홍콩·대만과의 합작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 중국 내부 사정을 잠시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네요.”


국제적으로나 인지도 면에서 한국영화보다 홍콩과 대만이 앞서 있는 것이 현실.

중국의 영화사 입장에서 일본은 역사적으로 감정이 상당히 안 좋았고, 한국 영화는 안중에도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JHO Pictures를 <풍운아> 프로젝트에 끼워 넣었다.

할리우드 제작사를 끼워 넣어서 프로젝트를 얕보지 못하도록.

박은상이 매우 실망스럽다는 투로 중얼거렸다.


“휴우! 2년을 더 기다려야 하다니.....”


그러거나 말거나.


“권 피디는 <풍운아> 기획개발을 멈출 필요 없어요. 속도조절을 하세요. 대신 다른 WaW 프로젝트에 집중 하다록 하세요.”

“네. 감독님!”

“박 감독님은 <풍운아>가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지기 전에 나와 영화 한편 하시죠.”


뜬금없는 제안에 박은상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물었다.


“류 감독과 영화를...?”

“<풍운아>가 언제 들어갈지 모르는데, 마냥 기다리고 있을 순 없잖아요. 개발진행비는 드리지만 그걸로 세인트루이스에 살고 있는 가족들이 생활할 수 있겠어요? 나와 1,000만 달러짜리 액션영화 하나 찍어 봐요.”

“.....?”

“공동연출이 되어도 좋고, 옴니버스 영화여도 좋고.”

“혹시 시나리오 나온 게 있습니까?”

“함께 머리를 맞대 봐요.”


박은상은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


“선배님이 계속해서 영화를 작업해 온 것은 압니다. 실례되는 말일지 모르지만 저예산 B급 위주로 해왔죠. 스튜디오 시스템은 경험해 보지 못했을 테죠. 충무로에서도 너무 오래전에 작업을 해봤잖아요. WaW 픽처스에서 작업을 하게 되면 예전 충무로 작업방식을 생각하다가는 적응을 못할 수도 있어요.”

“......음.”


되도 않은 후배 제작자가 말했다면 박은상이 받아들일 수가 없는 말이다.

자신은 무려 60년대 후반부터 영화밥을 먹었으니까.

그런데 류지호는 되도 않은 후배가 절대 아니다.

무려 할리우드 준메이저 스튜디오를 소유하고 있고, 여러 편의 흥행영화를 제작했으며 최근 토론토 국제영화제에서 국제비평가상을 수상한 영화를 연출한 감독이기까지 하다.


“부담 없는 예산 규모의 영화를 한 편 찍으면서 WaW 픽처스의 제작시스템을 경험해 보세요.”


그 과정에서 류지호도 액션영화 스타일을 연구해 볼 작정이다.

당장 머릿속에 떠오르는 영화가 <본>시리즈, <옹박-두 번째 미션>, <레이드-첫 번째 습격> 등 여러 땀내 나는 리얼 액션이 있다.

한국 조폭영화의 액션 스타일까지 어느 정도 기억하고 있었고.

박은상 감독 특유의 잔혹 액션스타일과 결합하면 재미있는 액션 스타일이 나올 것도 같았다.


“감독님, 우리 잘 해봐요.”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류지호는 묵혀 두었던 <풍운아>를 시작으로 그간 골치를 섞고 있던 프로젝트를 정리해 나가기 시작했다.


“헤이, 보스!”


JHO Company가 Timely를 인수하고 첫 번째로 진행하는 프로젝트 <블레이드>의 프로듀서 패디 크로울리(Paddy Crowley)가 의장 집무실로 찾아왔다.

그는 <로보캅Ⅱ>와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가을의 전설> 등에 참여한 바 있다.

이전 삶에서 <블레이드>를 누가 기획제작 했는지 류지호는 모른다.

새롭게 선임한 감독과 스타병 말기 증상을 보이고 있는 웨스 스나입스 사이를 잘 조율해 줄 것으로 판단해서 크로울러를 프로듀서로 데리고 왔다.


“디렉터 고메즈는 로케이션 헌팅을 끝냈어?”

“세트에서 주로 촬영할 것이라서..... 카노가 파크의 폐공장을 빌려서 세트를 짓기로 했어.”


류지호는 <블레이드> 감독에 멕시코 출신의 기예르모 고메즈(Guillermo Gómez)를 데리고 왔다.

디멘션필름에서 <미믹>이란 공포영화를 연출했는데, 이전 삶과 달리 웨인스타인 형제와 험악한 관계로 발전하진 않았다.

영국신사 알버트 마샬이 밥 웨인스타인과 기예르모 고메즈 사이에서 조율을 잘 했기 때문이다.


“별 문제 없지?”

“빌런 역할의 배우가 너무 약하지 않아?”


류지호는 디컨 프로스트 역할에 스위스 출신의 톱모델 대니 베른하르트(Danny Bernhardt)를 캐스팅했다.

이름만 대면 모두가 아는 유명 패션 디자이너의 전속모델로 활동하다가 B급 액션영화 전문 감독 마크 디젤의 <죽음의 게임>이란 영화에서 배우로 데뷔했다.

슈퍼모델 출신답게 외모는 매우 출중한 편이다.

가라데와 태권도를 수련해 둘 모두 검은띠다.

단 하나 아쉬운 점은.


“연기력 때문에?”

“더빙전문 배우를 붙일 수도 없고.”

“배우 본인과 에이전트에게 연기 트레이닝을 받으라고 했잖아. 잘하겠지.”

“열심히 하고는 있는 것 같은데, 과연 잘해낼 수 있을지. 감독도 그 부분에서는 믿음이 가지 않는 편이고.”


류지호는 베른하르트의 연기 트레이닝에 조금 특별한 사람을 붙여주었다.

할리우드에서도 유명한 전문 연기 트레이너다.

류지호가 구상한 디컨 프로스트 캐릭터의 연기를 세심하게 디자인해서 작은 제스처부터 숨소리까지 일일이 대니 베른하르트에게 이식시키고 있다.

즉 목소리 톤과 얼굴 찡그리는 것까지 사소한 연기까지 모두 계산해서 지도를 하고 있다.

연기 기초를 닦아 줄 수 없기 때문에 마련한 고육지책이다.

과거부터 할리우드에서 실제로 행해지고 있는 맞춤형 배우 트레이닝법이다.

실제 촬영현장에서 트레이너가 대니 베른하르트의 Stand-In(대역)을 수행할 예정이다.

그가 리허설한 연기를 베른하르트가 똑같이 복제하는 방식이다.


“외모와 액션연기는 좋잖아.”

“B급 마샬아츠 영화로 만들 생각이야?”

“절대 아니지.”

“빌런이 카리스마가 부족할 것 같아서 마음에 걸려.”

“기예르모가 잘 만들어주겠지.”


류지호는 <블레이드>의 흥행성공을 낙관하고 있다.

이전 삶의 기억 때문에?

아니다.

이 시기 분위기가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맨 인 블랙>의 흥행으로 Timely 코믹스 실사화에 대해 팬들의 관심이 모아졌다.

이 당시까지는 생소한 호러와 액션을 결합한 혼합장르다.

새로운 것을 선호하는 관객들에게 제대로 먹힐 것임을 확신했다.

게다가 류지호와 크로울러가 개입하게 됨으로써 영화의 플롯과 개연성이 꽤나 유의미하게 보완되었다.

액션안무는 황민식 사범으로부터 한국과 홍콩 스타일의 마샬 아츠 연출을 배운 빅키 햄휴즈 스턴트팀이 합류했다.


“빅키가 잘 해주겠지.....”


류지호가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는 이전 삶의 <블레이드>보다 좀 더 다이내믹한 액션을 만들어줄 것이라 기대했다.

만약 이전 삶처럼 영화가 성공하게 된다면, 기예르모 고메즈에게 2~3편 동시 제작을 맡겨버릴 생각이다.

마샬아츠 안무에 홍콩에서 얀쯔단을 불러와 2~3편에 모두 참여시킬 생각도 있다.


“파인라인 시네마와 커뮤니케이션은 잘 돼?”

“별 다른 문제는 없어.”


패디 크로울리가 Timely와 파인라인 시네마와의 협력문제까지 보고를 마치고 집무실을 떠났다.

또 다른 골칫거리인 <나 홀로 집에 Ⅲ> 세팅도 완료되었다.

감독은 <여인의 향기>의 마르틴 브레스트와 계약했다.

순순히 계약서에 서명하진 않았다.

<조 블랙의 사랑> 투자·배급을 묶어서 계약했다.

투자배급사가 정해지자 마르틴 브레스트는 곧장 브래들리 피트에게 스크립트를 보내고 에이전트를 미팅하는 듯 열성을 보였다.

마르틴 브레스트가 <조 블랙의 사랑>의 열성을 보일 때 주인공을 여자 아이 레티 조핸슨으로 교체해서 기존의 시나리오를 완전히 갈아엎었다.

본래 준비된 시나리오가 있었지만 선임된 감독과 상의해서 전면적으로 수정된 각본으로 제작하기로 했다.

또한 모리스 메타보이를 비롯해 트라이-스텔라 수뇌부들이 맥커리 컬킨을 설득했다.

결국 특별출연 약속을 받아내는데 성공했다.

오프닝에서 레티와 케빈이 우연히 만나 잠시 대화를 나누고 헤어지는 장면이 추가되었다.

크리스마스만 되면 사건에 휘말렸던 케빈이 저주에서 벗어나고 새로운 여주인공에게 사건이 넘어간다는 설정을 명확하게 하는 장치다.

<나 홀로 집에 Ⅲ>는 겨울에 뉴욕에서 촬영을 시작할 예정이다.

어차피 망했던 영화다.

많은 부분이 바뀌면서 흥행 성적은 류지호도 알 수 없게 되었다.


“남은 것은 이제 이 거 하나인가?”


류지호의 손에 <The Destroyer>의 스크립트가 들려있었다.

1985년에 개봉한 <REMO> 리부트다.

몇몇 감독이 관심이 보였다.

새로운 스펙스크립트를 뽑기도 했다.

그런데 프로듀서인 잭 워든은 성에 차지 않는 모양이다.

계속해서 퇴짜를 놓고 있었다.

결국 모리스 메타보이 회장이 류지호에게 <The Destroyer> 연출을 제안하기에 이르렀다.

1985년에 이미 4,000만 달러 예산의 대작영화였다.

잭 워든은 류지호가 연출을 맡아서 8,000만 달러까지 영화예산을 올릴 야심을 숨기지 않았다.

류지호가 보기에 무모한 생각이다.

톰 메이포더급의 스타가 출연하지 않는 액션 블록버스터의 흥행은 쉽지 않다.

게다가 감독으로서 류지호는 할리우드에서 햇병아리일 뿐.


“일단 액션영화 한 편 찍어 보고나서.”


류지호는 박은상 감독과 액션영화를 찍어보며 가능성을 타진해보기로 했다.

빅키의 스턴트팀이 <블레이드>에서 어떤 액션 안무를 만들어내는지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영화 판권이 어디 도망가는 것도 아니고.

류지호로서는 서두를 필요가 전혀 없었다.


❉ ❉ ❉


“그만 좀 찾아와!”


케이아누 립스가 신경질을 냈다.

그는 따로 거주하는 집이 없다.

주로 호텔에서 묵고 있다.

스케줄이 없을 때는 여동생 집과 밴드(Dogstar) 연습실이 주요 동선이다.

그의 동선을 파악한 류지호가 집요하게 쫓아 다녔던 것.

<스피드> 속편에 출연시키기 위해서.

케이아누는 류지호를 스토커로 경찰에 신고하려까지 했다.

스케줄이 없는 날에는 백혈병을 앓고 있는 여동생의 집에서 지내며 병간호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류지호가 그 집을 수시로 들락거렸다.

공략대상을 오빠에서 여동생으로 바꿨던 것,

어느 정도 먹혔다.

경찰에 신고한다는 말이 쏙 들어갔다.

케이아누는 바이크 마니아다.

간혹 바이크를 타고 훌쩍 떠났다가 며칠 만에 돌아오기도 한다.

산타모니카 해변에서 서핑을 즐기기도 한다.

좋게 말하면 자유로운 영혼이다.

건전한 청년이다.

조금 삐딱하게 보면 매우 심심한 삶을 사는 청년이라고 할 수 있다.

<리틀 부다>를 촬영할 때 케이아누는 불교경전까지 따로 공부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류지호는 케이아누를 꼬시기 위해 불교까지 공부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단전호흡을 해오고 있어 명상은 류지호에게 일상의 일부다. 자연스럽게 불교와 명상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캐나다의 비영리단체 SickKids Foundation을 후원한다며?”

“......”

“어제 그곳에 백만 달러 기부했어.”

“......”

“한국의 태권도 마스터에게 배운 단전호흡을 알려줄게.”


귀찮아하고 피해 다니기 급급했던 케이아누가 단전호흡과 명상에는 관심을 보였다.


“인도식 명상하고는 조금 달라. 하지만 이 숨쉬기와 명상을 병행하면 좋아. 매일 꾸준히 해봐. 심리적 안정에 도움이 될 거야.”


철벽을 치던 케이아누의 마음이 조금 열렸다.


“왜 그렇게 날 <스피드> 속편에 출연시키고 싶어 하지? 넌 그 영화에 감독도 아니잖아.”

“케이아누가 없는 <스피드>를 보고 싶지 않아. 그건 다른 영화팬들도 마찬가지일거라고 확신해. 케이아누가 마음에 들어 하지 않은 부분도 모조리 뜯어고쳤어. 전작과 콘셉트를 일치시켰지. <스피드>의 매력은 타이틀 그대로 스피디한 액션과 스타일에 있으니까.”


이전 삶에서 <스피드> 속편이 망한 것은, 주연배우였던 케이아누 립스가 빠진 것도 있지만, 속도감을 내기 어려운 바다를 선택함으로써 결정적으로 영화 콘셉트인 ‘스피드’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이전 삶에서는 속편의 공식이라고 할 수 있는 엄청난 제작비를 들여 스펙터클한 화면을 연출했다.

관객이 기대한 것은 특수효과를 가미한 화려한 볼거리가 아니었다.

전작에서 보여줬던 숨 막히는 속도감과 쫄깃한 긴장감이 다시 재현되길 기대한 것이다.


“액션배우로 이미지가 고정되는 것을 원치 않아.”

“올해 <데블스 어드버킷>을 찍었잖아. 다시 한 편의 액션영화를 할 필요가 있어.”

“<매트릭스>도 하자고 하지 않았어?”

“스크립트가 마음에 든다며?”

“그 스크립트를 쓴 감독과 만나서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

“그건 내가 따로 자리를 마련해 줄게. <스피드>도 함께 계약하자.”

“일단 바람 좀 쐬고 올게.”


계약 이야기만 나오면 케이아누는 훌쩍 떠나버렸다.

케이아누(Ke-anu)는 하와이어로 산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란 뜻이다.

조부가 하와이 원주민 혼혈이었다.

산들바람이란 이름처럼 케이아누는 방황하는 자유인 같았다.

바람처럼 자취를 남기지 않고 떠도는 그의 방랑벽은 그칠 줄 몰랐다.

류지호는 케이아누와 친해지기 위해 바이크 운전면허까지 땄다.

캐스팅을 위해 정성을 들이는 것이 유례가 없을 정도로 지극했다.


“계약 하면 원하는 커스텀 바이크 한 대 사줄게.”


케이아누를 캐스팅하기 위해서 별의 별 방법을 다 동원했다.

결국 케이아누 립스가 계약서에 서명했다.

류지호의 끈질길 구애에 항복을 한 것인지.

바뀐 <스피드>의 각본이 마음에 들어서일 수도 있고.

마침내 <스피드> 속편과 <매트릭스> 두 편을 묶어서 계약할 수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매트릭스> 시리즈 전부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고 싶었다.

케이아누는 단호히 거부했다.


"나는 무비스타가 아니라 배우다.“

“당연하지.”

“모든 사람들이 내가 출연한 영화를 보러 와주길 바라진 않는다. 난 그냥 나일뿐이야. 내게 무비스타를 바라고 있다면 단념해."

“무비스타든 평범한 삶을 사는 일반인이든 불교와 명상을 하는 구도자든. 그건 케이아누 맘대로 해. 다만 영화 준비나 철저히 해줘.”

“네가 운동하는 체육관에서 하게 되는 건가?”

“빅키 스턴트 팀의 체육관이 컬버시티에 있어. 그곳에서 훈련 받을 거야.”

“알겠어. 숨 쉬는 법을 알려주러 올 때 말고는 여동생 집으로 더는 찾아오지 마.”

“킴과 많이 친해졌는데..... 아쉽지만 쾌유를 빌어.”


케이아누는 계약서에 서명하고 얼마 안 있어 액션 트레이닝을 받기 위해 컬버시티의 한 호텔로 숙소를 옮겼다.

그리고 류지호가 이야기한 빅키의 체육관으로 운동을 다녔다.

컬버시티에 마련한 빅키 스턴트 팀의 체육관은 류지호가 투자해서 만들어졌다.

Vic & Jay Stunt Design.

빅키 햄휴즈가 <레니게이드> TV시리즈를 시작할 때 설립한 체육관 겸 회사다.

최초에는 류지호가 제작·연출하는 영화의 스턴트를 전담하기 위한 목적이 컸다.

현재는 JHO Company 계열 영화사 작품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영화와 TV시리즈에서 스턴트팀이 활약하고 있다.

문을 열 때 무술 베이스는 합기도와 태권도였다.

류지호의 투자를 받아 안정적으로 체육관 운영이 가능해지자 쿵푸, 가라데, 주짓수, 무에타이, 칼리아르니스, 시스테마 등 다양한 무술 및 격투가들을 영입했다.

파쿠르, 트릭킹 같은 익스트림 스포츠까지 섭렵하고 있다.

팀 없이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스턴트 코디네이터들도 찾아와 영화적인 액션 안무를 연구하고 실험하는 공간으로 차츰 개방적인 운영으로 가고 있다.

여성스턴트 명예 회원인 섀런 스톤과 마리아 베리도 가끔 Vic & Jay Gym에 나와 운동을 하고 있다.

태권도 3단에 윌 욱 리도 자주 체육관을 찾고 있다.

류지호와 친분을 쌓고 싶어 하는 배우와 프로듀서들도 많이들 방문하고 있는 컬버시티의 명소다.

그로 인해 파파라치가 꼬이는 부작용도 있지만, 할리우드에서 꽤 유명한 스턴트 팀으로 각광받고 있어 빅키를 비롯해 스턴트맨들은 기꺼이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


“시리즈로 쭉 가는 거야? <다이 하드>처럼?”


모리스 메타보이의 기대에 찬 물음에 류지호가 명확히 선을 그었다.


“아니요. <스피드>는 속편으로 끝이에요.”

“왜?”

“케이아누가 3편에 출연하지 않을 테니까요.”

“<나 홀로 집에>처럼 배우와 설정을 바꾸면 되잖아.”

“그 열정과 에너지를 다른 영화에 쏟아 봐요. 우리가 여름시즌 텐트폴 영화가 없어요? 아니면 프로젝트나 라인업이 부족해요?”


<스피드> 속편은 해양 액션 블록버스터에서 뉴욕 지하철 테러 사건으로 콘셉트를 바꾸어버렸다.

세계에서도 그 복잡한 노선과 번잡함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뉴욕지하철이다.

그곳에서 폭주하는 지하철이 배경이다.

케이아누가 좋아하는 바이크를 이용한 액션도 추가했다.

전편이 버스로 LA 시내를 폭주했다면, 속편에서는 뉴욕 지하철과 지상을 오가며 액션이 벌어진다.

실시간에 가깝게 이야기가 전개돼, 현장감과 사실감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각본이 나왔다.

감독은 앤소니 스콧을 어렵게 모셨다.

레온 부룩하이머와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 계약을 체결하기 앞 서 먼저 선수를 친 것.


“앤소니, 케이아누, 아네트가 모두 다음 영화 스케줄이 있어. 내년 여름이 끝나기 전에 프로덕션을 무조건 마쳐야 돼.”

“전편에서 손발을 맞췄던 크루를 그대도 모았잖아요. 프리프로덕션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고. 별 문제는 없을 것 같네요.”


류지호가 정신없이 프로듀서로서 업무를 처리하는 가운데, 11월이 찾아왔다.

11월 둘째 주.

마침내 <The Killing Road>가 북미, 호주, 유럽에서 동시 개봉되었다.


작가의말

편안하고 충만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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