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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2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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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국제영화제. (6)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이번 토론토 국제영화제는 많은 영화들이 화제다.

관객들에게는 단연코 <샤인>이 열광적인 지지를 얻었다.

비평가들도 연일 호의적인 리뷰를 내놓고 있었다.

바쇼비츠 형제는 <바운드>로 주목을 받았다.

레즈비언적 요소, 한정된 공간 안에서 인물 간 빗어지는 갈등과 심리묘사, 각각의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개성을 매우 스릴감 넘치게 연출해낸 작품이다.

도그마 선언문 작성자인 라르스 트리르(Lars Trier)의 <브레이킹 더 웨이브> 역시 평단과 관객의 평가가 엇갈렸다.

가장 뜨거운 논쟁은 류지호의 <The Killing Road>였다.

토론토 대학 심리학과 대학원에 재학중인 한 학생은 <The Killing Road>에서 묘사한 사건들을 인터넷과 대학 도서관에서 찾아보았다.

그 결과 5건의 미국의 연쇄살인범 사례를 제시했다.


- 근작들 중 최고의 고문과 살인 시퀀스를 보여줬다.


뉴욕비평가협회 한 평론가(마이클 말틴)의 평가다.

한편으로 우회적으로 <The Killing Road>를 칭찬하기도 했다.


- 해리슨 노튼은 <프라이멀 피어>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것에 십분의 일도 다 보여주지 못했다.


반대의견이 없을 수 없었다.


- 미국이란 나라를 전혀 알지 못하는 아시아 감독이 티모시 버톤식 공상을 흉내 내면서, 미국사회를 어설프게 풍자한 싸구려 모조품에 불과하다.


일부 기독교인들이 모욕감과 불쾌감을 TV인터뷰에서 드러내기도 했다.

영화를 관람한 영화 마니아들은 카페에 모여앉아 류지호가 <The Killing Road>에서 오마주했거나 패러디 한 영화들에 토론했다.

일부 여성관객들은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영화라고 투덜거리기도 했다.

결론은 호불호가 명확하다는 것.


[한 시간을 인내하고 나면 티켓 값을 할 만한 장면들이 펼쳐진다. 하지만 그 한 시간을 인내하는 것이 문제. 대신 조명과 화면 구도만으로 만들어낸 불안과 긴장감, 심리묘사는 탁월하다.]

- filmcomment(미국).


[사이코스릴러는 까다로운 장르다. 이상성격자의 범죄행각 동기를 설득력 있게 표현해야 하고 추적자의 심리학적 지식이 뒷받침돼야 한다. 관객과의 두뇌게임에서도 이겨야 하는 부담이 있다. 그만큼 구성이 치밀해야 하고 팽팽한 긴장이 유지돼야 한다. 하지만 <The Killing Road>에서는 그런 것이 없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나면 영화에 농락당했다는 불쾌감이 든다. 마치 영화와 실컷 싸우고 패배한 느낌. 감독이 그걸 의도했다면 성공한 셈.]

- Positif(프랑스).


[지호 류는 <Se7ven>에도 협력 프로듀서 크레디트를 올렸다. 최근 몇 년 사이 할리우드에 등장한 네오-느와르 장르에 자신의 작품을 넣고 싶어 하는 야심이 드러나는 영화다. 기존 미스터리 스릴러와 다른 방향으로 영화를 진행시킨 것으로 어느 정도 성공한 듯 보인다.]

- Entertainment Weekly(미국)


[이 영화의 특이한 점 한 가지를 꼽자면 단연 빈 화면이다. 마치 동양화를 보는 것 같은 굉장한 여백이다. 이는 어떤 은유나 상징보다 강력하다. 우리는 인간인 이상 뻔히 그려지는 결과를 예상 하면서도 마음을 비우기는커녕 더욱 욕망에 몸을 맡긴다. 지극히 평범하고 정상적인 인간은 절제와 포기를 안다. 하지만 이 영화 속 인물들은 자신들의 미래를 예상하면서도 절망과 비극으로 전력질주 한다. 이 영화의 여백은 인물들의 공허함을 표현하는 것과 동시에 비어있는 공간 즉 무엇이든 채울 수 있는 가능성에 주목하는 것 같다. 물론 영화 속 인물들은 그 여백을 채울 생각도 가능성도 알아차리지 못하지만 말이다.]

- 영화평론가 마이클 말턴.


[모두에게 삶이 찬란한 것은 아니다. 세상에는 너무나 비참하다 못해 참담하고, 끔찍한 삶이 도처에 널려있다. 그렇기 때문에 죽음은 누구에게나 평등하지만 그 의미는, 또 상황은 전부 제각각이다. 필자는 이 영화의 에필로그의 의미를 모르겠다. 왜 그렇게 처리해야 했는지. 그건 도대체 무얼 의미하는지 읽어낼 수 없다.]

- 영화평론가 로저 에버트.


로저 에버트(Roger Ebert)는 현재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영화평론가다.

가장 권위 있는 평론가는 아니다.

그럼에도 별점의 창시자인 마이클 말틴(Michael Maltin)과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영화평론가임에는 틀림없다.

그런 비평가로부터 <The Killing Road>가 평가를 받았다.

일단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엄지가 들어 올려졌다.

괜찮게 봤다는 의미다.

로저 에버트와 마이클 말틴을 시작으로 미국에서 이름값 있는 평론가들이 저마다 <The Killing Road>를 비평했다.

류지호가 기억하기로 올해 토론토 영화제는 중요한 분기점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관객상의 영화제’라고 불리게 된다.

21회부터 토론토 국제 영화제는 관객상을 받은 작품이 대부분 크게 흥행이 되면서 붙는 별명이다.

류지호가 대충 기억나는 영화만 해도 <샤인>, <인생은 아름다워>, <와호장룡>, <호텔 르완다> 등이 있다.

그런 면에서 ​<The Killing Road>가 비평과 관객들 사이에서 뜨거운 논쟁이 되는 분위기는 좋은 신호라고 할 수 있다.

토론토 국제영화제에서 수상을 하게 되면 아카데미 노미네이트로 직행하기 때문이다.


✻ ✻ ✻


영화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나오는 질문들은 대개가 영화 엔딩과 여백이 많은 앵글에 대한 것이다.


“인물과 사물들로 화면을 꽉 채우면 이미 인물들이 가진 미래의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 같아 비웠습니다. 해리슨과 마리아 그리고 존 등은 촬영 내내 내가 제시한 빈 공간과 투쟁해야 했습니다. 그들은 나의 기대를 뛰어넘어 여백에까지 긴장감과 생명을 불어넣었습니다. 나로서는 매우 놀라운 경험이었습니다만 배우들은 매우 난처하고 고통스러운 도전이었을 겁니다.”

- 배우들에게 사과할 의향은 없습니까?

“사과보다는 감사와 존경을 표합니다.”

- 뉴욕타임즈의 브라이언 베버입니다.

“예. 베버씨.”

- 터너 브로드캐스팅과의 인수합병을 거절했다고 하는데, 메이저로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사실 메이저 언론사 기자들은 300만 달러짜리 저예산 영화 <The Killing Road>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류지호의 사업 부분에 대해 질문할 것이 쌓여 있었다.


“에드윈은 굉장한 분입니다. 그가 조그만 요트로 아메리카컵 요트대회에서 우승했던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 하하. 터너씨는 그 사실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그에게서 무용담을 실컷 들어봤겠군요?


사적으로 친한가에 대한 함정질문이다.


“무용담인지는 모르겠지만, 에드윈의 말솜씨가 정말 뛰어났습니다. 40분 동안 그 이야기를 들었는데. 전혀 지루하지 않더군요. 다만 그 때문에 폰다 여사의 훌륭한 요리에 집중하지 못해 미안할 뿐입니다.”


하하하.

정색하고 진지하기만 한 기자회견이 아니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담소를 나누듯이 하는 기자들과의 인터뷰라 편한 대화가 오갔다.


“에드윈은 남들이 하는 것을 따라한 게 아니라 남이 보지 못하는 글로벌 뉴스 네트워크의 가능성을 누구보다 먼저 보고 실천한 사람이죠.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먼저 확실한 것을 봅니다. 우리 모두가 똑같은 그림을 바라보지만, 에드윈은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거죠. 그리고 그가 보고 난 뒤에야 그게 모두에게 분명해지는 겁니다. 아마도 그는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할 일을 벌일 겁니다.”

“최근 Timely의 프로덕션과 Films을 통합해서 Timely Studios를 만든 것으로 압니다, 향후 Timely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까지 흡수한 Timely Films에서는 <인크레더블 헐크>, <X-맨>, <스파이더 맨> 애니메이션 TV시리즈를 만들었다.


- Timely는 고율의 2억5천만 달러 부채와 1,100만주에 달하는 우선주로 힘들어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연간 이자만 3,000만 달러라고 알려졌습니다.

“하하하. Timely를 인수한 나보다 더 잘 아시네요. 부채를 모두 해결하진 못했지만, 급한 불은 끈 상태고, 우선주 역시 매우 합리적이고 공정한 방법으로 인수했습니다. 또 Timely는 적극적으로 라이선싱 비즈니스 모델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영화, 텔레비젼 그리고 의류와 학용품 같은 소비자 상품 등에도 적극적으로 Timely 캐릭터를 적용할 예정입니다. 이러한 라이선싱 비즈니스 강화는 Timely 브랜드를 단기간에 글로벌 소비자들에게 널리 알리는 효과도 있겠지만, 본격적으로 콘텐츠 다각화를 시도하는 것입니다.”


류지호와 새롭게 구성된 경영진이 Timely 확장을 목표로 추진하는 두 가지 축이 영화와 비디오 게임이다.

기존 코믹북과 텔레비전 중심에서 영화와 비디오 게임까지 확대함으로써 광범위한 대중과 만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 Timely 캐릭터는 향후 Timely Studios에서 제작하게 됩니까? 혹시 미스터 류도 그 가운데 한 개 이상의 캐릭터로 영화를 찍을 계획이 있습니까?

“그 부분은 아직 내부적으로 의견이 모아지지 않았습니다. Timely의 모든 캐릭터들은 우리에게 아주 소중한 자산입니다. 만약 영화 권리를 외부에 임대한다면 어떤 한 스튜디오에 모든 제작을 맡기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캐릭터별로 가장 잘 만들 수 있는 스튜디오를 골라서 배분하게 되지 않을까 합니다.”

- 트라이-스텔라나 ParaMax가 제작하는 것이 아니고요. 아참 JHO도 있었지요?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이미 3월에 배니 소넌펠트가 <맨 인 블랙> 촬영을 시작했습니다. 본격적인 Timely의 캐릭터가 근사한 영화로 재탄생하게 되는 겁니다.

- 코믹스보다 영화 관련 사업으로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드리면 되겠습니까?

“Timely는 다양하고 불확실성을 줄여줄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일환 중 하나가 비디오 게임으로의 확장입니다. 영화, TV와 함께 또 하나의 축인 비디오 게임으로 확장도 매우 중요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추진할 생각입니다. 게이머들은 13살에서 서른 살까지의 남자 중심으로 코믹북 수요층과 겹치기 때문에, 흥행한 콘텐츠의 캐릭터를 토대로 게임을 발매해 시너지를 높일 생각입니다.”

- 비디오 게임은 Snowstorm에서 출시하게 되는 겁니까?


원래 이런 질문의 대답 한마디 한마디는 매우 중요하다.

상장기업이었다면 주가가 출렁일만한 빅뉴스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회사들은 모두 비상장이다.

주가보다 두 콘텐츠 회사의 브랜드를 홍보하는 효과를 거둘 뿐.

재무적인 기업비밀만 아니라면 뭐든 대답해 주어도 무방했다.


“게임 제작도 영화처럼 어느 한곳으로 몰지 않고 분산시킬 겁니다. Timely 아이덴티티에 대한 통제가 우리에게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여담으로 향후 십 수 년 후 Timely 매출에 있어서 비디오 게임 부문은 장난감 매출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매출 비중을 차지하는 사업으로 성장하게 된다.

영화와 비디오 게임에서의 성장은 전통적인 코믹북의 매출에도 영향을 주게 되고, Timely는 그 자체로 무시무시한 콘텐츠 기업으로 성장하게 된다.


“코믹북의 유통을 서점, 대형 소매점 그리고 편의점까지 확산시키는 노력도 병행됩니다. Timely의 근간은 코믹북이니까요.”


아무튼 혁신의 과정을 거친 Timely Entertainment의 코믹북 판매점유율은 1999년의 25%까지 떨어졌다가 2010년경 45%~50% 수준까지 크게 높아지게 된다.


- 모든 실사화 작품은 트라이-스텔라가 배급하게 되는 겁니까? 아니면 Timely Entertainment 자체적으로 합니까?”

“다시 말씀드리지만, Timely 기본 방침은 특정 스튜디오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겁니다. Timely가 가진 캐릭터와 스토리를 가장 잘 구현해줄 스튜디오를 선별해 함께 협력할 것입니다.”

- 다른 메이저 스튜디오에게 기회가 된다는 의미입니까?

“Timely Entertainment 경영진에 십 년 넘게 할리우드에서 영화를 제작했던 아주 유능한 인력들이 보강되었습니다. 향후 Timely의 영화 전문가들이 업계 관계자들과 협의를 해 나갈 겁니다. 비디오 게임 역시 마찬가집니다. Snowstorm은 언제든지 이 문제를 가지고 업계 관계자들과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이 이상의 답변을 원하신다면 Timely의 리버먼씨와

Snowstorm의 모하임에게 물어보십시오.”


영화 인터뷰로 시작한 기자들과의 간담회가 사업방향으로 바뀌어 진행됐다.

인터뷰가 마무리될 즈음 기자 한 명이 물었다.


- <The Killing Road>에 대해 아무도 이해 못할 영화라거나, 허세 가득한 영화라는 평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영국의 록 그룹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도 처음 음반이 발매되었을 때는 음악 비평가들에게 좋은 소리 한 번 못 들었지요. 엄청난 조롱과 악담을 들어야 했죠. 지금은 어떤 가요?”

- 듣던 거와 달리 자신만만하네요.

“누가 제게 조언하길, 할리우드에서는 겸손 떨 필요 없다라고 하셨죠.”

- 모리스 메타보이씨입니까?

“사울 젠츠 어르신도 똑같은 말씀을 하셨죠. 너는 할리우드에서 유일무이한 특별한 아시아 꼬맹이다라고. 독보적이니 겸손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하셨죠.”


하하하.


기자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트렸다.

허세를 잘 떨지 않는 것으로 소문난 류지호다.

백인 중심의 할리우드를 거물 제작자 사울 젠츠의 말을 인용해서 우회적으로 비판한 농담이다.


❉ ❉ ❉


류지호의 영화사 직원들이 묵고 있는 호텔 연회장에서는 매일 밤마다 파티가 벌어졌다.

전 세계에서 모인 배급사 관계자들과의 파티, 할리우드 투자·제작사들과의 파티, 언론사 기자들과의 파티, 지인들과의 파티, 영화 판매를 자축하는 파티 등.

호텔 카페테리아에서는 비즈니스 미팅이 벌여졌다.

모든 비즈니스가 숙소인 호텔에서 벌어졌기 때문에, 호텔로 방문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당연히 호텔 측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의 방문에 입이 귀에 걸렸다.

트라이-스텔라의 스탠 크레이그가 이런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

호텔 측과 협상을 벌였다.

JHO Company 계열 영화사가 매년 영화제 기간 동안 호텔 3개 층 객실을 통째로 사용하고, 각종 시설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류지호는 스탠 크레이그와 정운영 팀장을 불러 당부했다.


“칸, 베니스, 베를린에도 이곳과 같은 거점 호텔을 정하세요.”


정운영이 슬쩍 스탠 크레이그를 의식하며 류지호에게 물었다.


“앞으로 트라이-스텔라, ParaMax와 WaW가 함께 움직이는 겁니까?”

“그렇진 않아요. 일부 업무협조를 트라이-스텔라로부터 받을 순 있지만, WaW는 이들과 하는 비즈니스가 전혀 다릅니다.”


스탠 크레이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메이저와 마이너의 비즈니스가 같을 리가 없다.


“정 팀장은 트라이-스텔라, ParaMax와 미팅을 하기 위해 호텔을 찾는 사람들과 친분을 만들어 가세요. 호텔 로비에 WaW가 배급하는 영화와 관련된 브로셔를 비치해 두어도 됩니다. 미국 영화사가 주최하는 파티에 참석하는 것에 의의를 두지 말고, WaW도 자체적으로 파티를 개최해야 합니다.”

“저희가 초대를 한다고 바이어들이 와줄까요?”

“북미나 유럽 관계자가 아니어도 상관없어요. 아시아 관계자들을 초청해서 사교파티를 열어보세요.”

“아시아라면.....”

“일본, 대만, 홍콩 영화관계자들과 협력을 하는 것도 방법이죠.”


협력은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영화에 대해서 그들이 거들떠도 보지 않는다.

두 나라에 비해 한국영화 수준이 높지 않기에.


“유럽은 오 본부장이 꽤 공을 들여서 네트워크를 만들어 놓은 걸로 압니다. 정 팀장은 북미 쪽과 인맥을 만들어 보세요. 동남아시아는 기존 네트워크를 더욱 다져놓고요. 특히 중국과 일본 관계자들과 공동으로 협력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보세요.”

“.....”

“일본 시장은 토착 메이저들 때문에 쉽게 시장을 뚫기 힘듭니다. 트라이-스텔라도 애를 먹고 있죠. 그건 할리우드 빅6도 마찬가집니다.”


일본의 영화 비즈니스는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상당히 폐쇄적이다.

도쿄다카라(東宝), 도쿄에이가, 마츠다케의 삼대 메이저 영화사가 자체 촬영시설을 가지고 있고, 극장까지 가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패러마운틴 판결로 인해 영화배급사가 극장을 소유할 수 없다.

일본은 그런 게 없다.

일본의 메이저 스튜디오들은 투자부터 극장상영 이후 부가시장까지 모든 비즈니스 영역의 수직계열화가 완성되어 있다.

외국업체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을 정도로 견고했다.

중국이 부상하기 전까지 일본은 3번째 영화시장을 자랑한다.

저작권 관리가 피도 눈물도 없어서 실제 수익구조는 불법복제의 천국인 중국을 앞선다.

다만 일 년에 개봉하는 영화편수는 시장규모와 달리 10위권 밖이다.

스크린 독점도 없고, 멀티플렉스 상영관 크기도 최소가 200석인 데다가 영화 한편이 흥행에 성공하면 주구장창 극장에 걸어두는 관행이 있다.

심지어 영화 한 편을 1년 반 동안 극장에서 상영하는 곳이 일본 극장이다.

그 기간 동안 꾸준히 관객이 찾아온다.

실사영화보다 애니메이션이 더욱 각광받는 것도 다른 국가들과 크게 다른 점이기도 하고.


“우린 일본과 국가적으로나 민족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나 감정이 많죠. 하지만 지리적으로나 정서적으로 가깝습니다. 우리가 웰메이드 영화를 만든다면 일본의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 있습니다. 필름마켓에서 일본 메이저 영화사 관계자들과 선을 대 보세요.”


정운영 팀장이 씩씩하게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정운영의 얼굴에는 싱글벙글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한국에서야 WaW 픽처스가 메이저이지 해외영화제나 필름마켓에 오면 주류에 끼어들지 못한다.

변방출신 취급을 받으며 외곽만 돌았다.

그런데 토론토 국제영화제에 와서 주류로 들어갈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었다.

정운영 팀장과 WaW 픽처스 외화수입팀은 자신감을 품었다.

자신들의 빅보스가 토론토 국제영화제에서 어떻게 대접을 받고 있는지 똑똑히 보았다.


“트라이-스텔라는 몰라도, ParaMax는 별 거 아니지.”


ParaMax Films이 투자·제작·배급하는 영화와 WaW 픽처스의 영화 완성도에서 별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당연한 거다.

ParaMax Films은 할리우드 독립영화의 일부분을 제작·배급할 뿐이다.

엄청나게 대단한 스튜디오가 아니다.

반면에 WaW 픽처스는 국가대표급 영화들을 가지고 필름마켓에 나온다.

ParaMax Films의 영화와 비교해 완성도가 떨어진다면, 그것만큼 우울한 것도 없다.

스탠 크레이그와 정운영 팀장이 스위트룸을 떠났다.

짧은 휴식시간을 갖게 된 류지호가 도널드 제이콥을 호출했다.


“<공각기동대>와 <아키라> 판권은 여전히 답보상태래요?”

“안타깝지만 그렇습니다. 그들은 애니메이션으로 만족하고 있답니다. 실사화는 전혀 생각하고 있지도 않고, 하고 싶지도 않답니다.”


류지호의 입에서 옅은 짜증이 삐죽 흘러나왔다.


“....에이. 거 참.”


Timely의 TCU를 선점한 것처럼,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권리를 확보하려고 노력중이다.

일본 쪽에서 좀처럼 영화권리를 내놓지 않았다.

빅 식스가 수년 째 설득해도 넘어오지 않고 있는데, 트라이-스텔라에게 실사화 판권을 팔 리가 없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어요. 계속 노력해 달라고 하세요.”

“.....?”

“정성을 다하면 하늘도 그 정성을 알아준다는 말이에요.”

‘알겠습니다. 보스.“

“트라이-스텔라의 일본 현지법인이 있던가요?”

“직배 회사는 아니고, 일본의 메이저 스튜디오와 소통창구로 사용하는 지점이 있습니다.”

“판권관련 업무만 전담할 직원을 몇 명 보강하라고 전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오성이 트라이-스텔라 영화 몇 편을 가지고 DVD 타이틀을 출시하고 싶다고 했다면서요?”

“네.”


실제 세계 최초의 DVD타이틀은 5월에 북미에서 개봉한 <트위스터>다.

여담으로 이전 삶에서 한국 최초의 DVD 타이틀은 오성영상사업단 계열에서 출시한 <컷스로트 아일랜드>였다.

류지호가 <컷스로트 아일랜드>를 개발지옥에 빠뜨리면서, 역사가 달라졌다.

오성영상사업단에서는 <12 몽키스>의 DVD 타이틀을 발매하고 싶다면서 한국의 배급사 WaW 픽처스에 문의를 해 왔다.


“<12 몽키스>가 극장에서 크게 재미를 못 봤다고 하던데, DVD 출시로 조금의 수익이라도 발생하면 좋겠네요.”


내년부터 <하얀전쟁>부터 시작해 WaW 픽처스가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는 한국영화의 DVD 타이틀을 줄줄이 출시할 예정이다.

초기 수준의 서플먼트(부록)가 포함된 DVD이다.

이전 삶에서는 초창기 DVD 타이틀에 부록이 없었다.

오로지 영화 본편만 실린 영화 DVD타이틀이 주로 출시되었다.

뛰어난 화질과 사운드.

원본 화면 비율을 그대로 유지한 DVD는 그 동안 VCR의 미진함으로 갈증을 느낀 영화팬들에게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최초의 DVD 타이틀이 <트위스터>였다는 것에서 알 수 있듯, DVD시장을 개척한 선두주자는 워너-타임과 소닉-콜롬비아스 진영이었다.

워너-타임은 저가공세를 펼치며 DVD 플레이어에 타이틀을 끼워 파는 전략을 적극적으로 펼칠 예정이다.

VCR, DVD 규격의 승리자였던 소닉은 풍부한 서플먼트로 승부하기 시작한다.

패러마운틴과 20세기 PARKs 등은 DVD 분야에 뒤늦게 뛰어든다.

후발주자들은 가격은 비싸게 받고 내용물은 무성의하게 제작해서 영화팬들에게 많은 원성을 듣게 된다.

이런 것들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는 류지호다.

류지호의 향후 DVD 전략은 명확했다.

패러마운틴과 소닉의 판매 전략을 동시에 구사하는 것이다.

이미 수 년 전부터 DVD 시대를 준비해 온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다.


“계열사 IVE Entertainment는 DVD 전문 생산시설을 착착 갖추어나가고 있습니다. 내년부터 DVD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게 되면, 단숨에 치고 나갈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내년부터 StreamFlicks도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네요. 아마도 다양한 방식으로 JHO 계열 영화사들의 DVD 타이틀을 마케팅 할 수가 있을 것 같아요.”


도널드 제이콥이 내심 혀를 찼다.


‘...허참.’


큰 그림의 퍼즐 하나가 맞아가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도널드는 반신반의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큰 그림이 실제로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20대 나이에 그렸던 그림이.

더는 놀랄 일도 없다고 생각했다.

하루하루가 놀람에 연속이다.

어쨌든 DVD의 출현은 기정 사실이다.

그론 인해 <터미네이터>나 <나 홀로 집에> 같은 수익 사이클이 끝나가고 있는 프랜차이즈를 소생시킬 수가 있게 됐다.

보스의 계획대로 된다면 DVD 시대는 워너-타임과 소닉이 열고, 열매는 트라이-스텔라가 따먹을 수도 있다.

그런 구도가 될 것 같았다.

도널드 제이콥은 지금 맞춰져 가는 퍼즐을 봐서는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작가의말

편안하고 차분한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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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 인생의 기준이 너무 높아졌어. (1) +9 22.10.10 4,606 144 26쪽
299 네 인생이지 내 인생이냐? +12 22.10.08 4,692 156 24쪽
298 JHO CONVENTION. (5) +8 22.10.07 4,728 143 31쪽
297 JHO CONVENTION. (4) +9 22.10.06 4,911 161 25쪽
296 JHO CONVENTION. (3) +7 22.10.05 4,758 151 24쪽
295 JHO CONVENTION. (2) +8 22.10.04 4,659 150 23쪽
294 JHO CONVENTION. (1) +6 22.10.03 4,892 161 23쪽
293 말한 것은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3) +6 22.10.01 4,779 159 22쪽
292 말한 것은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2) +11 22.09.30 4,791 146 21쪽
291 말한 것은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1) +12 22.09.29 4,761 164 21쪽
290 우리 잘 해봐요. (5) +6 22.09.28 4,845 157 26쪽
289 우리 잘 해봐요. (4) +7 22.09.27 4,753 153 25쪽
288 우리 잘 해봐요. (3) +8 22.09.26 4,776 154 23쪽
287 우리 잘 해봐요. (2) +3 22.09.24 4,831 157 21쪽
286 우리 잘 해봐요. (1) +8 22.09.23 4,976 147 23쪽
285 박스오피스는 내가 더 높거든! +11 22.09.22 4,904 173 28쪽
» 토론토 국제영화제. (6) +6 22.09.21 4,837 164 24쪽
283 토론토 국제영화제. (5) +13 22.09.20 4,726 163 27쪽
282 토론토 국제영화제. (4) +13 22.09.20 4,427 140 26쪽
281 토론토 국제영화제. (3) +7 22.09.20 4,473 122 25쪽
280 토론토 국제영화제. (2) +7 22.09.19 4,712 157 26쪽
279 토론토 국제영화제. (1) +4 22.09.17 4,924 162 28쪽
278 쯧.... 역시 생각이 많은 녀석! +6 22.09.16 4,808 153 26쪽
277 큰 힘에는 큰 문제가 따르는 법. (3) +5 22.09.15 4,789 162 26쪽
276 큰 힘에는 큰 문제가 따르는 법. (2) +2 22.09.15 4,509 140 23쪽
275 큰 힘에는 큰 문제가 따르는 법. (1) +7 22.09.14 4,730 151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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