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새글

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최근연재일 :
2024.07.05 09:05
연재수 :
901 회
조회수 :
3,838,310
추천수 :
118,862
글자수 :
9,980,317

작성
22.10.05 09:05
조회
4,756
추천
151
글자
24쪽

JHO CONVENTION. (3)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밖에서 보면 미국의 유대인 자본으로 만들어져 수십 년 간 할리우드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던 기득권들이 약화되고 있는 것 같다.

빅 식스가 언론 재벌, 아시아계 글로벌 기업, 다국적 기업 등의 자회사처럼 되어버린 것 같다.

유대계들의 영향력은 여전히 미국의 언론과 엔터테인먼트에서 막강했다.

류지호는 그 같은 유대인들의 자본이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에 직접적으로 들어오는 것을 경계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싫었다.

JHO Company가 증권거래소에 상장되는 순간부터 적대적 인수합병의 먹잇감이 될지도 몰랐다.

특히 20세기 PARKs의 타깃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메이저 스튜디오의 인수합병이 90년대의 시대적 요청에 의한 효율적인 기업발전현상인지, 아니면 1960년대의 광적인 기업합병의 재현인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앞으로 10년은 지켜봐야 결과를 알 수 있겠죠.”


대부분의 참석자들이 류지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1960년대의 미국 기업들은 약 10년간 서로 합쳐졌다가 다시 흩어졌습니다. 소비자들은 다양한 개인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소규모 기업들을 선택했었죠. 지금 이 시기의 합병열풍은 위성방송의 보급과 디지털화의 진전으로 인한 다채널 시장에서 경쟁이 심화된 점, 또 정부가 미디어 산업에의 규제를 완화시켰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류지호가 잠시 말을 멈추고, 단상에 놓인 물을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다시 무대 앞으로 나와서 말을 이었다.


“그러나 인수·합병을 한 기업들 중에서 많은 기업들의 주가가 합병전의 주가보다 떨어질 것이고, 합병으로 시너지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 확신합니다. 또 내가 알기로는 큰 규모의 기업 간의 인수·합병이 기업의 성장에 도움을 준 성공한 사례보다는 실패한 사례가 더 많다고 알고 있습니다. 서로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덩치만 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겠죠.”


듣기에 따라서는 류지호가 TBS와 인수합병이 불발된 것에 대한 변명을 늘어놓는 것 같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종 사업 간의 인수·합병은 실패할 가능성이 많다고 조언합니다. 따라서 최근의 대형 인수합병 분위기는 일회성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속단하긴 어렵다.

아직 패러마운틴이 남아있기에.


“혼란했던 메이저 스튜디오의 주인 자리가 어느 정도 정리가 된 상황입니다. JHO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언론 미디어 그룹과 합치는 것을 거절하고 독자적인 콘텐츠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하는 기업으로 나아가기로 했죠. 두 세 곳 정도를 더 인수하고 나면 JHO는 계열사의 연구개발 지원에 전념할 생각입니다.”


모리스 메타보이가 모두를 대신해 물었다.


“앞으로 인수할 기업에 관해서 힌트를 줄 수 없나?”

“새로운 세기에는 ‘콘텐츠와 함께 네트워크 시대다‘라는 말로 대신하겠습니다.”

“인터넷 기업은 지금도 많이 투자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OMDb도 인터넷 기업이었지 아마?”

“여러분 모두가 알고 있는 것처럼 인터넷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죠.”


지난해부터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닷컴 광풍이 본격화 되었다.

내년 중반에 가서 미국의 금리정책이 다시 저금리로 전환될 전방이다.

그야말로 자금이 벤처기업으로 쏟아져 들어오게 된다.


“사람들이 인터넷 대항해시대라고 말합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웹사이트가 몇 개씩 늘어나고 있듯이, 세계 곳곳에서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크고 작은 웹사이트라는 항구를 개항하고 있지요.”

“하지만 웹사이트라는 것으로 수익을 창출해내는 기업은 많지 않습니다. 특히 연구개발과 제조업 기반 기업의 경우 인터넷으로 크게 뭔가를 도모할 수도 없고 말입니다.”


날카로운 질문이다.

류지호는 즉각 대답을 하지 않았다.

잠시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고민했다.

류지호는 인터넷을 통해서 뭔가 큰 이득을 볼 생각까지는 없었다.

단지 IT의 선도자라는 명성.

그로 인해 생겨날 JHO에 대한 주목도.

마지막으로 브랜드가치.

그 정도 구상만 하고 있었다.

사실 구체적인 계획이 아직 수립되진 않았다.


“그에 대해서는... 아직 상황이 너무 유동적이라서 확실히 얘기할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간단한 키워드 정도는 알려줄 수 있을 것 같군요... 스트리밍, 전통산업과 정보통신 산업의 융합, 이 정도로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스트리밍(streaming) 그리고 융합(fusion).

그 두 단어를 참석자들이 몇 번이고 되뇌었다.


"영화 부분만 놓고 보면 디지털 분야는 젊습니다. 우리는 선두주자들을 무서워 할 필요도 지레 겁먹을 필요도 없다는 말입니다. 격차가 크지 않기 때문입니다. 북미 시장을 넘어 세계무대에 나서야 성장할 수 있습니다. 올림픽 금메달 선수들과 함께 수영시합을 한다면 나 또한 최고 기록을 세울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입니다.“


뛰어난 기량을 갖춘 선수들과 실력이 모자란 선수가 시합을 하면 그 치열한 경쟁 속에서 최고의 기량을 펼칠 수밖에 없는 절박함이 생긴다.

실력이 모자란 선수가 1등을 할 순 없을지 몰라도 개인 최고 기록을 달성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IVE, Eye-MAX, Timely, Hues & Rhythm 등 모두 자체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JHO Company 혹은 트라이-스텔라가 구축한 플랫폼 비즈니스를 통해 유통은 물론이고 원소스멀티유즈까지 이루어질 겁니다.”


플랫폼(platform).

사전적인 의미로는 역에서 기차를 타고 내리는 곳이다.

2000년대에는 여러 분야에서 다른 의미로 사용된다.

그런 의미의 개념을 류지호가 첫 번째 JHO 컨퍼런스에서 사용했다.

구구절절 개념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다.

이야기 해봐야 참석자들의 머리만 복잡하게 만들 뿐이니까.


“DALLSA는 반도체 생산에만 머물지 말고, 우수한 이미지 센서 기술을 카메라를 넘어 다 다양한 분야에서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합니다. 굳이 디지털 카메라 분야에서 소닉처럼 되겠다고 전사적으로 달려들 필요는 없습니다. ARiCH처럼 업무용으로 특화하는 길 조언합니다. Eye-MAX는 70mm포맷 장비와 설비 생산 및 극장 용역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자체적으로 Eye-MAX 영상 콘텐츠를 투자·제작할 수 있어야 합니다.”


류지호는 영화라고 하지 않고 영상 콘텐츠라고 표현했다.

Eye-MAX 디지털이 더욱 다양하게 사용되길 바라기 때문이다.

가령 미식축구결승전, 팝 스타의 콘서트, 올림픽 경기 중계 등을 Eye-MAX 전용관에서 실시간으로 즐길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지길 바랐다.

KPOP 스타의 투어 공연실황을 전 세계 한류팬들이 Eye-MAX 상영관에서 공연장과 동시에 즐길 수 있다면, 팬과 회사 모두에게 좋은 일이니까.


“Hues & Rhythm이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LMI은 루카스씨 덕분에 유지되고 있지요. 사실 그들은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업계 1위인 보스 필름은 장담하건데 수년 내에 망할 것입니다. 자체 콘텐츠 없이 기술 용역만으로는 현재의 덩치를 유지할 수 없습니다. 반면에 Pix-art는 LOG와 불공정한 관계를 맺고 있긴 해도 <토이스토리>를 통해 성공적으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로 재탄생했습니다. Hues & Rhythm의 경쟁력은 기술력이 맞습니다. 그런데 그 같은 기술력을 보기 좋게 무너뜨리는 것이 가격입니다. 값싼 노동력으로 밀고 들어오면 버틸 재간이 있겠습니까?”


엔지니어 출신 참석자들은 류지호의 의견을 동의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야유를 보내진 않았다.


“차별화를 할 수 있는 것은 고유의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어쩌면 생존과 직결될 수도 있습니다. Snowstorm도 마찬가집니다. <워크래프트>가 <디아블로>가 소설로 코믹스로 애니메이션으로 TV시리즈로 블록버스터 프랜차이즈로 확장되지 말라는 법 없습니다. 게임을 잘 만드는 것을 무엇보다 최우선으로 해야 하겠지만. 경영진들 역시 상상력을 발휘해 보세요. 인터넷에서 신발과 옷을 주문 받아 파는 것처럼, 게임 타이틀도 Snowstorm이 구축한 배틀넷 플랫폼을 통해 거래가 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당장 기술력이 있다고 해서 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아니다.

미국 일반 가정의 인터넷 속도가 너무나 한심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Timely 역시 종이 잡지에만 갇혀있지 마세요. 나는 피터 파커가 뉴욕의 맨해튼을 날아다는 모습을 Eye-MAX 3D 영화로 극장에서 보고 싶습니다. 티켓 값은 무척 비싸겠지만.”


무대 중앙에 서 있던 류지호가 Timely Entertament 관계자들 쪽 방향으로 몇 걸음을 다가갔다.


“코믹스를 인터넷에서도 손쉽게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Timely IP가 활용된 장난감을 오프라인 매장뿐만 아니라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매할 수 있길 기대합니다. 올랜도의 LOG나 유니벌스 스튜디오 테마파크의 한 구역이 Timely 테마로 채워지도록 하고 싶습니다. 테마파크용 3D 라이드 시설은 Eye-MAX와 협력하면 됩니다.”


류지호가 Snowstorm 창업자들이 모여 있는 방향 쪽 무대로 걸어갔다.


“<워크래프트>의 오그림 둠해머의 영웅담을 코믹스로 그려 볼 수도 있습니다. 히트하게 된다면 스핀오프 TV시리즈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다시 그 IP가 Snowstorm에 의해 오픈월드 솔로 RPG 게임으로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그렇게 서로에게 영감을 주다보면 토르가 오그림에게 묠니르의 짝퉁 둠해머에 대해 조롱하는 개그가 팬포럼 사이에서 만들어질 지도 모르겠군요.”


JHO Company 계열사 간의 비즈니스 모델 구축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었다.

기술과 콘텐츠 융합을 역설했다.

당장 가능한 부분도 있고, 꿈같은 이야기도 있다.

참석자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한 부분도 많았다.


“주제넘게 전문가들 앞에서 너무 많은 말을 한 것 같군요.”


절대 주제넘은 것이 아니다.

오너이자 이사회 의장이 할 수 있는 연설이다.

이사회를 이끄는 이사회의장은 회사의 주요 비전을 설정한다.

나아가 CEO가 회사의 전략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조언하는 역할이다.

이사회의장이 큰 그림을 그리면 이사회 동의를 얻어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CEO가 수립하고 이를 행하게 된다.

주식회사의 경영절차다.


“요점은 이것입니다. 따로 떨어져 있을 때는 보이지 않던 독립된 분야도 조합하고 보면 비로소 새로운 미래가 보인다는 겁니다. 우리가 함께 하는 일들이 많은 사람들을 좀 더 유익하게 만드는 일들이 되길 기대해 봅니다.”


류지호는 연설 내내 ‘함께‘라는 표현을 자주 섞었다.

공동의 목표를 위해 힘을 모으는 것에서 나아가 상생까지 내포하고 있었다.


“내 이야기는 이 정도에서 마무리하죠. 긴 이야기 들어줘서 고맙습니다.”


짝....


막 박수가 터지려고 할 때 누군가 류지호를 향해 물었다.


“젊은 나이에 성공한 비결은 뭡니까?”

“기자들에게 자주 듣는 질문이네요. 혹시 이곳에 몰래 기자가 들어온 것은 아니겠지요?”


누구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얼른 류지호가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기만을 기대했다.


"약간의 운과..... 약간의 어리석음.“

“.....?”

“어릴 때부터 정말 큰 꿈을 꿨고, 그게 다 이뤄질 거라고 믿었으며, 두려움을 가진 적이 없었습니다.”


성공한 사람들이 매번 하는 틀에 박힌 말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뛰어난 사람들을 모아다가 '당신들은 뭐든 할 수 있다'고 얘기해주면 정말 뭐든 이룰 수 있었다는 겁니다. 물론 현재까지가 그렇다는 말이고. 앞으로도... 왠지 그럴 것 같습니다.”


오만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실제로 그랬다.

컨벤션에 참석한 JHO의 초기 멤버들의 면면을 보면 알 수 있다.

한명 한 명이 뛰어난 사람들이다.

이전 삶에서는 가진 바 역량에 비해서 날개를 펼치지 못했던 사람도 있고, 대자본에 잡아먹혀 쓸쓸히 퇴장했던 사람도 있고, 미처 꽃을 피우기도 전에 거대한 세상사 속에서 엑스트라로 전락했던 사람도 있고, 실제 큰 족적을 남겼던 인물도 있다.

류지호가 알았든 몰랐든.

그런 이들에게 판을 깔아주고 지원했다.

전폭적인 신뢰도 보냈다.

어느 순간부터 그들이 결과를 내놓았다.

대부분의 성과가 류지호에게 모아진 것일 뿐.

한 명 한 명이 성공을 향해 멈춤 없이 전진하는 과정에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다.

가진 바 역량을 쏟아 부어 성과를 낸 사람들은 그에 합당한 보상을 받고 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내 성공을 부러워하거나 따라하려고 하지 마세요. 스스로를 굳게 믿으세요. 나와 함께 서로의 꿈을 나누고, 더 큰 꿈을 향해 나아갑시다. 이상입니다.”


짝짝짝.


연회장에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졌다.

정제된 단어와 유려한 문장으로 구성된 훌륭한 연설은 아니었다.

하지만 JHO Company의 창업자이자 주인이 어떤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 충분히 전달되었다.

참석자들이 보기에 류지호의 목표는 제법 거대했다.


‘전통적인 극장 상영시스템과 디지털 세계를 모두 잡아먹은 공룡 미디어그룹.’


아무리 똑똑한 참석자라도 이 당시의 상상력으로는 그 정도로 규정할 수밖에 없다.

미래를 경험해 본 류지호는 그 이상을 계획하고 있었지만.

상상에서나 가능했던 장면이 펼쳐지는 영화를 최신 디지털 기술로 제작해 최고의 시설에서 상영하고, 동시에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고, 콘솔게임기로도 모든 콘텐츠를 즐길 수 있으며, 모든 종류의 스마트 기기에서도 감상 가능하게 하는, 온오프라인 가릴 것 없이 모든 콘텐츠를 물 흐르듯이 어디서든지 어떤 플랫폼이든지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게 하는 것.

대략적인 로드맵은 그리고 있다.

수십 수백조가 소요될 것 같아서 실행을 미뤄두고 있을 뿐.

물론 너무 심해지면 반독점 위반으로 공격당할 수도 있다.

너무 앞서가선 안 된다.


‘그렇다고 경쟁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달려서도 안 되지만.’


경쟁자들과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꾸준히 앞 서야 한다.

선도적인 브랜드와 표준이란 것이 매우 강력한 경쟁력이기 때문에.

세상사와 흐름이라는 것이 생각한대로 진행되지는 않겠지만, 지금까지 류지호가 자신의 편으로 만든 사람들과 보유한 자본의 힘을 생각해보면 실현될 가능성은 결코 낮지 않았다.

올해 윌모트 헤이스팅스와 마크 버네이스가 StreamFlicks 서비스를 시작한다.

당장은 비디오와 DVD 대여 서비스를 시행하는 것이지만.

어쨌든 2000년대를 위해 당장 할 수 있는 준비는 거의 마치는 셈이 된다.

남은 부분은 계열사들의 연구개발비와 안정적 기업운영자금을 벌기 위한 투자활동 뿐.

영화감독이자 프로듀서로서는 이미 준비를 마쳤고.


✻ ✻ ✻


류지호 가족이 모처럼 한 데 모여서 휴가를 즐겼다.

사인방은 물론 매튜 그레이엄과 레오나 파커도 함께 했다.

산타모니카 해변에서 물놀이를 즐기고 명소인 산타모니카 피어(Santa Monica Pier)로 향했다.

미국 서부해산에서 가장 오래된 부두이자 나무로 만든 교각인 산타모니카 피어에는 카페와 레스토랑, 놀이공원이 있었는데, 류지호 일행은 씨푸드 레스토랑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새우요리를 먹고 있는 류지호가 매튜 그레이엄을 향해 입을 열었다.


“마일로 만드는 영국 회사는 뭐래?”


마일로(MILO Rig).

영국의 Marc Motion Control에서 생산하는 모션 컨트롤 리그의 상표다.

모션 컨트롤(Motion Control)은 장치의 위치나 속도 등 움직임에 관련한 사항들을 특정 장치를 사용해 제어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장치에 카메라를 장착하면 모션컨트롤 카메라 시스템이 되는데, 이 시스템을 대표하는 상표가 MILO다.


“인수협상 자체를 거부. 관심 없대.”

“일고에 가치도 없는 거야?”

“응.”

“인수금액 오퍼는 넣어봤어?”

“아니.”

“한번 해 봐....”

“큰오빠!”

“지호야.....!”

“아들.”


가족들이 일제히 류지호의 말을 끊었다.


“왜....요?”

“식사에 집중하면 안 되겠니?”

“오랜만에 같이 식사하는데, 일 얘기만 해.”


심영숙과 류아라가 살짝 화를 냈다.

레오나는 섭섭한 듯 콧소리까지 냈다.


“힝~”

“힝은 또 어디서 배운 거야?”


레오나가 류아라를 쳐다봤다.

류아라가 혀를 쏙 내밀었다.


“너희 둘! 고등학생이거든. 어리광 부릴 때는 지난 것 같은데?”

“너무 해.”

“내 말이!”


여동생들의 칭얼거림에 류지호가 항복을 선언했다.


“내일까지만 참아. 컨벤션 끝나고 오빠랑 미키마우스랜드도 가고, 유니벌스 스튜디오도 구경 가자.”

“거기는 이미 구경 했어.”

“어디 가고 싶은데?”

“쇼핑!”

“어머니랑 가면 안 될까?”

“안 돼! 엄마는 돈 없단 말이야.”

“오빠가 카드를 주고....”


두 여동생이 째려보자 류지호가 곧바로 태세를 전환했다.


“오케이! 가자, 가. 쇼핑!”


류지호가 부모님께 물었다.


“두 분은 어떻게 하실래요?”

“나와 네 엄마는 따로 갈 데가 있다.”

“어디요?”

“네가 지원한다는 청소년 센터에 한 번 가보려고.”

“거기 위험한 동네에요.”

“데본이 걱정하지 말라고 하더라.”

“....음.”

“요새 그 동네에 교포들도 많이 오간다고 하던데 아니었냐?”

“센터 주변은 갱단 애들이나 마약 하는 애들이 얼씬도 안하긴 하지만.”


Pinkerton Corp. LA 직원들도 수시로 들락거리고 있고, LAPD 순찰차량도 자주 돌아다녀서 예전에 비해 훨씬 안전해지기는 했다.


“데본에게 경호원 숫자를 조금 더 늘리라고 말해 둘게요. 그 지역 시의원들하고 함께 돌아보시면 갱 애들도 함부로 나대지는 못할 거예요.”

“너무 거창한 행렬은 좀 그렇고....”

“시의원들은 아마 한인 커뮤니티의 감투 쓴 양반들이랑 놀 거라서 두 분은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되요.”

“알겠다.”

“맷은?”

“난 이 놈들하고 놀아야지.”

“순호는 우리랑 같이 갈래?”

“나도 형들하고 같이 움직일래.”

“그래라.”


1시간에 걸쳐 느긋하게 식사를 즐긴 류지호 일행이 리조트로 돌아왔다.


“재정이 너도 가는 거야?”

“난 휴직 상태야. 일 시킬 생각 마!“

“재밌게 놀다 와라.”


류지호의 동생들과 사인방 친구들, 레오나가 LA 명소를 구경하러 나갔다.

부모님은 LA 빈민가 곳곳에 만들어진 청소년센터를 돌아봤다.

리조트에서는 GMG 연구소장 프레드 모팻(Fred Moffat)을 중심으로 최신 기술동향에 대해 토론식 강의를 진행했다.

즉석에서 강사가 바뀌기도 했다.

더 전문적인 각 분야의 엔지니어가 무대에 올라 관련 지식들을 설명했다.

전문분야로 깊이 들어가기 시작하자, 일부가 자리를 벗어났다.

그 무리에 류지호가 끼어 있었다.

컨벤션이 진행될수록 자연스럽게 소모임이 만들어졌다.

형식도 규칙도 없는 자유로운 토론과 간이 세미나가 리조트 곳곳에서 열렸다.

류지호와 매튜 그레이엄이 토론장에서부터 떨어져 풀장 선벤드에 나란히 걸터앉았다. 리조트 직원이 눈치 빠르게 칵테일을 접대했다.


“이런 리조트 하나 사려면 얼마나 들까?”

“리조트도 가지고 싶어?”

“가지고 싶은 게 아니고. 회사 차원에서 하나 쯤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동생아, 2년 동안 운용할 자금은 건들지 않기로 했잖아.”

“당장 리조트를 사겠다는 게 아니고.”

“이제 좀 돈 되는 것 좀 사보자. 나는 Timely 빼고는 별로 믿음이 안 가.”


투자가로 보면 그럴 만도 했다.

따로 떨어뜨려놓고 보면 정말 별 볼일 없는 회사들이니까.


“퓨전이야. 퓨전.”

“아무리 퓨전요리라고 하더라도 하나라도 고유의 특징을 잃어버리면 이도 저도 아닌 요리가 되는 법이야.”

“구현하기 어려워서 그렇지, 막상 해내기만 하면 그것보다 놀랍고 새로운 건 없어.”

“쯧. 연구개발비를 얼마나 쏟아 부어야 할지.”

“인색하게 굴지 마. 우리가 투자한 만큼 달콤한 열매가 열릴 테니까.”

“그런 자신감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거냐?”

“뛰어난 분석력?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력?”

“근거 하나만 대봐.”

“조지프 루카스, 그리고 뉴욕의 인디영화 감독들. 또 도그마 멤버들.”

“다 괴짜들이잖아.”

“새로운 시대는 괴짜들이 열었어. 그리고 자본이 그걸 발전시켜서 배를 불리지.”

“그 말 듣고 보니, 너는 그 두 가지를 다 가지고 있네?”

“난 아주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사람이야, 왜 이래?”

“웃기고 있다.”


킥킥.


류지호의 웃음이 멈출 때까지 잠시 기다렸단 매튜가 다시 입을 열었다.


“곧 졸업이잖아. 계속 웨스트우드에서 지낼 거야?”

“비서실에서 집을 알아보고 있어.”

“베벌리힐스? 벨 에어? 브렌트우드?”

“그 동네 엄청 비싸지 않나?”

“정신 나간 놈. 배당금만 가지고도 그 동네 저택 몇 채는 사겠다.”


미국 기업들은 대부분 분기 배당을 한다.

GARAM Invest 설립 때부터 류지호의 자산을 관리했던 매튜는 배당주를 잘 활용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주었다.

매달 월급처럼 배당을 받는 것이 가능할 정도로 꼼꼼하게 구성했다.

현재 류지호는 1·4·7·10월 배당하는 종목, 3·6·9·12월에 배당하는 종목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어서 마치 월급처럼 배당금이 계좌에 들어오고 있다.

배당 잘 주기로 유명한 The Coke의 주식보유량을 94년까지 280만 주까지 늘려놓았다.

주당 취득가는 대략 3.9 달러 사이.

현재 The Coke의 주가는 70달러를 넘어섰다.

류지호의 투자금 회수는 3년 전에 사실상 끝났다.

지금까지 받은 배당금만으로 주식 취득가의 65% 이상을 회수하기까지 했다.

The Coke 단 한 종목만으로도 그런데, 9개가 넘는 슈퍼 배당주를 다 합하면 어떻게 될까.

분기별로 류지호의 계좌에 적게는 수십만 달러에서 많게는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배당금이 들어올 때도 있다.

왜 에드워드 버펫이 배당주에 진심인지 류지호는 분기별 배당내역을 확인하며 실감하고 있다.


“내가 형 속셈을 모를 줄 알아?”

"내 속셈이 뭔데?“

“내가 수영장이 딸려 있는 호화저택에 살면 매주 LA로 날아와서 파티 열려고 하는 거 아냐?"

”그게 뭐 어때서?“

“결혼할 생각을 해야지 언제까지 파티나 하면서 시간 낭비할 거야?”

“그러는 너는? 마지막으로 데이트한 게 언제야? 말 해 봐.”


류지호가 매우 신속하게 선베드에 등을 기대며 딴청을 피웠다.


“아! 별이 아주 쏟아지는 구나.”


유유상종이란 말처럼 사람은 자신과 매우 비슷한 사람과 엮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를 동류교배(Assortative mating) 현상이라고 한다.

유전적으로 표현형이나 몸크기 등이 매우 유사한 이성 간에 배우자가 되거나 그러한 상대를 좋아하는 것을 말한다.

캘리포니아의 한 대학원에서 이를 증명하는 연구결과까지 내놓았다.

짝에 대한 취향은 저마다 각각 다르지만, 사람들이 짝을 맺거나 무리를 지을 때 절대로 무작위란 없다.

당연히 서열 짓기가 뒤따른다.

따라서 현실에서 신데렐라 스토리나 온달 스토리가 나올 확률은 거의 희박하다.

다 떠나서.


[님을 봐야 뽕도 딴다]


현재 류지호에게 어울리는 속담이다.

연애든 사업이든.

시도조차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는 것이 없는 법이다.


작가의말

즐겁고 보람 찬 하루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7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Mr. 할리우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04 영화 기술사의 한 획! (3) +5 22.10.14 4,511 139 24쪽
303 영화 기술사의 한 획! (2) +11 22.10.13 4,532 156 24쪽
302 영화 기술사의 한 획! (1) +7 22.10.12 4,766 148 25쪽
301 인생의 기준이 너무 높아졌어. (2) +11 22.10.11 4,624 151 23쪽
300 인생의 기준이 너무 높아졌어. (1) +9 22.10.10 4,606 144 26쪽
299 네 인생이지 내 인생이냐? +12 22.10.08 4,691 156 24쪽
298 JHO CONVENTION. (5) +8 22.10.07 4,728 143 31쪽
297 JHO CONVENTION. (4) +9 22.10.06 4,911 161 25쪽
» JHO CONVENTION. (3) +7 22.10.05 4,757 151 24쪽
295 JHO CONVENTION. (2) +8 22.10.04 4,658 150 23쪽
294 JHO CONVENTION. (1) +6 22.10.03 4,892 161 23쪽
293 말한 것은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3) +6 22.10.01 4,779 159 22쪽
292 말한 것은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2) +11 22.09.30 4,791 146 21쪽
291 말한 것은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1) +12 22.09.29 4,760 164 21쪽
290 우리 잘 해봐요. (5) +6 22.09.28 4,845 157 26쪽
289 우리 잘 해봐요. (4) +7 22.09.27 4,752 153 25쪽
288 우리 잘 해봐요. (3) +8 22.09.26 4,776 154 23쪽
287 우리 잘 해봐요. (2) +3 22.09.24 4,831 157 21쪽
286 우리 잘 해봐요. (1) +8 22.09.23 4,976 147 23쪽
285 박스오피스는 내가 더 높거든! +11 22.09.22 4,903 173 28쪽
284 토론토 국제영화제. (6) +6 22.09.21 4,836 164 24쪽
283 토론토 국제영화제. (5) +13 22.09.20 4,725 163 27쪽
282 토론토 국제영화제. (4) +13 22.09.20 4,426 140 26쪽
281 토론토 국제영화제. (3) +7 22.09.20 4,473 122 25쪽
280 토론토 국제영화제. (2) +7 22.09.19 4,712 157 26쪽
279 토론토 국제영화제. (1) +4 22.09.17 4,924 162 28쪽
278 쯧.... 역시 생각이 많은 녀석! +6 22.09.16 4,808 153 26쪽
277 큰 힘에는 큰 문제가 따르는 법. (3) +5 22.09.15 4,789 162 26쪽
276 큰 힘에는 큰 문제가 따르는 법. (2) +2 22.09.15 4,509 140 23쪽
275 큰 힘에는 큰 문제가 따르는 법. (1) +7 22.09.14 4,730 151 2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