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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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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0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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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3쪽

JHO CONVENTION. (2)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익숙한 목소리에 류지호의 고개가 반사적으로 돌아갔다.

짧은 스포츠머리의 거구.

웃는 표정인지 인상을 쓰고 있는 건지 모를 표정.


“우찬아!”


류지호가 자신을 향해 달려오자 고우찬이 두 팔을 활짝 벌렸다.

고우찬의 생각과 달리.


퍽!


류지호의 발차기가 고우찬의 엉덩이에 작렬했다.


“왜 발차기를 날리고 지랄이야!”

“이 웬수야!”


고우찬이 으르렁거렸다.


“한 번 해보자는 거야! 오랜만에 만나서!”


살벌한(?) 재회에 사람들의 시선이 모였다.


“어디 다친 데는 없고?”

“내가 왜 다쳐?”

“작년에 강원도에 있었잖아!”

“말도 마. 무장공비 새끼들이 한 달만 일찍 내려왔어도 제대 못할 뻔 했다.”


작년 9월 중순이었다.

강릉에 무장공비가 침투해 대한민국이 난리가 났었다.

민간인 포함 40명이 넘는 사상자를 낸 대사건이었다.

작전 당시 강릉은 그야말로 전쟁 분위기였다.

고우찬은 이 사건이 있기 한 달 전에 제대를 했기 때문에 작전에 참여하지 않았다.


“걱정했잖아.”

“그런 놈이 면회 한 번 안 오냐?”

“바빴어.”


류지호는 입이 열 개라도 그 부분에서는 할 말이 없었다.

다른 친구들에게 안부를 물으며 피해갈 수밖에.


“다들 잘 지냈냐?”


얼굴만 보면 잘 지낸 것 같았다.

단 한명만 빼고.


“누구 덕분에 하루하루를 즐겁게 살고 있다.”


말과 달리 황재정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


“그런데 왜 이를 갈고 그래?”

“이가 갈리도록 즐거워서.”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지난 부산국제영화제에 류지호가 참석했다가 의장비서실에 여러 지시를 내린 바 있다.

업무도 많은 데가 전문영역이라 야근을 밥 먹듯이 하고 있다.


“그러게 비서진 보강 하라니까.”

“이제 나도 몰라. 김 과장이 알아서 하겠지.”


황재정은 올 가을 학기부터 스탠퍼드 경영대학원 과정에 들어갈 예정이다.

비서실장 직함은 김우영이 인계 받았다.

김준우가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난 즐거워.”


현재 김준우는 독일 대학에서 사진을 배우고 있다.

스스로의 미래를 개척해가는 친구들을 보며 류지호는 대견한 기분이 들었다.

제대하고 백수처럼 지내는 고우찬을 제외하고.


“야!”

“내 이름이 ‘야‘였냐?”

“거 새끼, 오랜만에 만나서 계집애처럼 까칠하게 굴기는.....”

“왜?”

“네 똘마니들의 대장만 모은 거야?”

“말 좀 이쁘게 해. 똘마니라니.”

“재정이가 그러던데? 대장들만 모인다고.”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대장이니 똘마니 타령이야?"


류지호의 핀잔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고우찬이다.


“휘유! 몇 사람이야? 하나 둘.... 이건 뭐.... 개천에서 용 나도 정도껏이어야지. 드래곤볼 일곱 개 모아서 소원성취 한 것도 아니고.”


황재정이 짐짓 으스대는 투로 말했다.


“캘리포니아 사업체 사장들은 아직 모이지도 않았어. 겨우 이 정도에 놀라?”

“여기 모인 사람만 대충 계산해도 한 열 개 회사는 되겠는데?”

“본격적으로 컨퍼런스가 시작되는 건 내일이야.”

“얼마나 더 오는데?”

“솔직히 나도 몰라. 비서실 보스인 도널드에게 물어봐야 돼.”

“지호한테 물어보면 되잖아.”

“지호도 잘 모를 걸?”

“무슨 회장이 지 회사도 다 파악하지 못하냐?”

“작년부터 작은 회사들을 연달아 인수해서 기존 회사와 합치고 나누고... 암튼 정신없었어. 그래서 이번 행사를 여는 것이고.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거든.”


고우찬과 김준우가 황당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류지호는 까도 까도 계속 나오는 양파 같았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의 웨딩업체 사장 그리고 영화사를 소유한 청년 기업가 정도였다.

물론 미국에서 잘나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미국에 와서 보니 자신들의 상상을 아득히 뛰어넘는 수준의 일을 벌여놓고 있었다,

친구들은 류지호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간 알고 있었던 것들은 빙산의 일각이었다.


“도대체 뭘 하고 다니는 거야?”

“대학 다니고, 영화 찍고, 사업하고.... 그런다, 왜!”

“재정이한테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너 진짜 대단한 놈이 됐구나.”


고우찬의 경이로운 시선에도 류지호는 대수롭지 않아 했다.


“엉아가 원래 대단했거든.”

“재정이야 비서니까 당연히 알았을 거고, 준우 너도 이 정도인 걸 알고 있었어?”

“잘 나가는 거야 알고 있었지. 몇 년 사이에 회사가 이렇게 많이 늘었을 줄은 몰랐어.”


두 친구는 류지호가 자신들과는 스케일이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미친 새끼, 너 진짜 외계인에게 납치라도 당했다가 돌아온 거 아냐?”

“입 조심해. 여긴 미국이야.”


황재정이 고우찬의 입을 즉각 막아버렸다.


“아차!”

“뭘 아차야?”

“미국의 비밀연구소로 끌려갈까봐.”


류지호가 한심하다는 듯 두 녀석을 쳐다보다가 등을 떠밀었다.


“헛소리 하지 말고. 얼른 들어가기나 해.”


오랜만에 뭉친 사인방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로비를 걸었다.


“재욱이는 새영화 들어가서 못 왔어.”

“알아.”

“부모님하고 동생들은?”

“좀 전에 도착해서 쉬고 있어.”

“가서 인사드릴 테니까. 넌 하던 일이 마저 해.”

“이따 밤에 내 방으로 모여.”

“당연하지. 오랜만에 뭉쳤는데, 술 한 잔 해야지.”

“첫날부터 술 판 벌이고 싶냐?”


황재정에게 비아냥거림에 고우찬이 발끈했다.


“잔소리 좀 그만해. 비행기에서 잠도 못 자게 잔소리하더니.... 하여간 자식들이 나이를 먹었으면 좀 진득한 맛이 있어야지.”

“인간아! 잔소리 안 하게 생겼냐?”


세 사람이 티격태격하며 엘리베이터로 걸어갔다.

티노 곤잘레스가 웃는 얼굴로 류지호의 곁으로 다가왔다.


“오랜만에 친구들이 모였군요?”

“한 녀석이 빠지긴 했지만, 오랜만에 뭉쳤네요.”


류지호가 엘리베이터 안에서 방정맞게 손을 흔드는 고우찬을 발견했다.

모두가 함께 한 길을 걸을 순 없다.

각자의 삶이란 게 있으니까.

그럼에도 친구들은 이전 삶과 달라진 삶을 살 것임에는 틀림없다.

자신의 삶이 바뀌었고, 황재정이 그랬으며 김준우가 그렇게 되어가고 있다.


“우찬이가 문제야.”

“뭐라고 하셨습니까?”

“아니에요. 아무것도.”


해가 지고 뉴욕에서 매튜 그레이엄과 Timely 및 Pinkerton Corp. 수뇌부가 도착했다.

그 무리에 레오나 파커도 끼어있었다.

산타모니카로 놀려나가려던 두 소녀는 어른들이 허락하지 않아 리조트에서 놀 수밖에 없었다.

한편 류지호는 밤새 친구들과 밀린 이야기를 나눴다.


❉ ❉ ❉


JHO 컨벤션 첫째 날.

전날은 해외와 다른 주에서 온 손님들이 도착했다.

당일 아침 일찍부터 캘리포니아 주에 흩어져 있는 JHO Company 산하 기업들의 수뇌부들이 리조트로 속속 모였다.

오찬을 겸한 리셉션이 리조트 메인 홀에서 열렸다.

테이블마다 각 회사의 명패가 놓여있었다.

자신의 자리를 혼동해 앉는 것을 방지할 수도 있고, 서로가 근무하고 있는 기업도 확인할 수가 있었다.


웅성웅성.

왁자지껄.


이미 안면이 있는 사람은 그들대로, 이번에 새롭게 안면을 익힌 사람들은 또 그들대로.

비즈니스맨들답게 허물없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유일하게 그들과 섞이지 못하는 부류가 있긴 있다.

바로 한국에서 온 사장들이다.

박건호, 임건희, 심재우, 채연지 등.

오동석과 가온 의장 비서들, 제니퍼, 제니퍼 정 등이 열심히 통역을 해주고 있었지만, 쉽게 어울리지 못했다.

그나마 류민상은 아들의 부하(?)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모리스 메타보이 회장을 비롯해 비슷한 연배의 사장들과 손짓 발짓을 다 동원해 대화를 해보려고 노력했다.

비즈니스 관련 대화라면 입 다물고 가만히 구경만 했을 터.

아들에 대한 이야기였기에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류민상으로서는 아들이 미국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고, 무슨 일을 벌이는지 사소한 것이라도 궁금했기에.


톡톡.

스피커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리셉션 홀의 모든 시선이 간이무대로 향했다.

우월한 외모의 여성이 간이무대에서 음향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그녀의 뒤편으로는 JHO, GARAM, TRI-STELLA, PARAMAX, PINKERTON, TIMELY, DALLSA, GAON, WAW, COM 등 류지호가 소유하고 있는 모든 기업의 로고가 새겨져 있다.

로고 숫자만 해도 15개가 넘었다.

각 기업의 자회사까지 포함하면 30개에 이를 정도다.

기업집단 즉 그룹이라고 칭해도 될 정도다.

비록 기업 규모는 고만고만했지만.


“누구지?”

“배우인가?”


나이를 먹을수록 농염해지는 비서 제나 그레이스를 보고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 JHO convention을 위해 먼 곳에서 와주신 모든 분들게 감사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5분 후 컨벤션를 개회하도록 하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나 그레이스가 무대에서 내려가고, 정확히 5분후.

같은 자리에 류지호가 섰다.

무대 중앙으로나온 류지호가 잠시 참석자들과 눈을 맞췄다.


“안녕하십니까. 지호 류입니다.”


짝짝짝.


참석자들이 박수로 류지호를 환영했다.

특히 한국에서 넘어온 사장들의 박수가 가장 컸다.


“먼저 CEO분들은 이 무대로 올라와서 한 분씩 간략하게 자신 소개와 기업 소개를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JHO Company Holdings CEO 겸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 CEO 모리스 메타보이가 나와서 자신과 회사를 소개했다.

15개 이상의 기업 CEO들이 차례로 무대에 울라 자신의 기업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매출이나 실적을 자랑하는 것이 아니다.

기업의 간략한 연혁과 주력하는 사업을 소개했다.

매튜 그레이엄을 마지막으로 소개시간이 끝났다.

류지호가 간이무대로 올라왔다.


“엔터테인먼트 기업에서 무슨 비즈니스 컨퍼런스를 하느냐....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 부분을 의아해 하시는 분도 계실 겁니다.”

“.....?”

“아무 말 없는 걸 보니, 진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네요?”


하하하.


참석자 일부가 웃음을 터트렸다.

젊은 CEO 몇 명은 거물들 옆에서 긴장한 채 마음대로 웃을 수 없었다.


“저를 처음으로 보는 분도 계실 겁니다. 심지어 GARAM Invest 매튜 그레이엄 CEO를 나와 혼동하시는 분도 계시더군요. 매튜 그레이엄이 아시안처럼 보입니까?”


류지호는 농담을 섞어가며 개회사를 시작했다.


“형식적인 개회사가 뭐가 필요하겠습니까? 오랜만에 혹은 처음으로 산타모니카에 왔는데. 즐겨야죠. 안 그래요? 개회사를 양보해 준 해준 모리스 메타보이씨에게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JHO Company 이사회 의장이자 최대주주로서 여러분들을 보게 되니 우리가 앞으로 뭐든지 다 이루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듭니다. 비록 긴 시간은 아니지만, 좋은 시간 보내고 각자의 일터로 돌아가시기 바랍니다.”


류지호의 개회사인 듯 아닌듯한 연설이 끝나고, 본격적인 JHO Company 컨벤션의 막이 올랐다.


✻ ✻ ✻


오찬이 끝나고 잠시 휴식을 겸한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첫 번째 포럼은 JHO Company CEO 모리스 메타보이와 이사회의장 류지호가 시작했다.


“음료와 다과는 왼쪽 편에 마련되어 있고, 특별히 원하는 것이 있으면 직원에게 말씀해주면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참석자들이 자신의 주변을 슬쩍 돌아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컨벤션에 참석한 이들이 한 명도 빠짐없이 참석했다.

할리우드 파워랭킹의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두 사람의 대담을 접할 기회가 없었다.

류지호는 그 흔한 토크쇼에도 출연한 적이 없었으니까.


“거기 계신, 미스터 에드윈 락.”


DALLSA Corp.의 CEO 에드원 락(Edwin Rock)은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고개를 갸웃했다.


“옆에 계신 분이 누군지 잘 아시죠?”

“Eye-MAX의 몬티스씨는 잘 알고 있습니다.”

“같은 캐나다 기업인이지만, 평소 만날 일은 별로 없었을 겁니다.”

“그렇긴 합니다.”

“앞으로는 자주 만나게 되겠죠? 어떠십니까?”

“네. 그렇습니다.”


류지호가 두 사람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청중들을 향해 말을 시작했다.


“Eye-MAX는 70mm 영화 포맷뿐만 아니라, 시네마 카메라, 영사기, 스캐닝, 카메라 액세서리 등 자체 포맷을 구현할 수 있는 일체를 생산하고 서비스 하는 기업입니다. 워털루에 소재한 DALLSA Corp.은 이미지 센서를 제공하는 전 세계에서 몇 안 되는 기업이죠.”


DALLSA Corp.은 반도체 회사다.

인쇄 회로부터 디지털 방사선 촬영 장비, 항공 측량 및 천문 광학 장비, 의료용 디지털 이미징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인상적인 것은 NASA의 우주 탐사선과 위성에 사용되는 이미지 센서를 납품하고 있다는 점이죠. Eye-MAX 역시 NASA의 우주선에 달릴 3D 카메라를 독점 납품하고 있고 최신 카메라를 연구개발 중입니다.”


NASA 납품을 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강조하려고 함일까.

류지호가 장황하게 말을 늘어놨다.


“여러분의 회사를 따로 떨어뜨려놓고 보면, 크게 연관성이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JHO Company가 추구하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비전과 연결 지으면 모두가 하나로 귀결됩니다.”


모리스 메타보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왜 이 자리에 모인 기업의 사업 분야가 모두 연관이 되어있는지 간단한 예로 설명을 해보겠습니다.”


류지호가 아예 자리에서 일어서서 무대 앞으로 걸어 나왔다.

제나 그레이스가 얼른 무선마이크를 류지호에게 전달했다.


“트라이-스텔라 픽처스는 지난 91년 제이미 캐머론과 함께 <터미네이터 : 심판의 날>을 제작했습니다. 현재까지 그 영화 한 편으로 전 세계에서 5억 달러의 매출을 거두고 있습니다. Moe, 제 말이 맞나요?”


류지호가 확인해줄 것을 요청하자, 모리스 메타보이가 대답했다.


“5억 2천만 달러라네. 물론 박스오피스 매출만. 총매출은 공개할 수 없네.”

“영화의 흥행성공을 여러분께 자랑하기 위해 <터미네이터> 이야기를 꺼낸 건 아닙니다. 사실 그 영화보다 전 세계 매출이 더 많은 영화도 있으니까요. 이 영화의 VFX는 LMI이 메인을 담당했습니다. 포스트프로덕션에서 텔레시네와 색보정에는 Da Vinci Systems의 기술과 제품이 사용되었지요. 당시에 멀티플렉스에 Eye-MAX 전용관이 있었다면 70mm 전용 포맷도 고민해 봤을 겁니다. 아쉽지만 현재까지 Eye-MAX 전용관은 극히 일부 멀티플렉스에서만 서비스 되고 있습니다. 새로운 세기에는 상업영화도 Eye-MAX 포맷으로 만들어져 멀티플렉스에서 언제든지 볼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류지호가 딜런 몬티스(Dylan Monteith) Eye-MAX 사장과 눈을 마주치고 미소를 지어보였다.

딜런 몬티스 사장 역시 미소로 화답했다.


“<터미네이터> 이야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자, Timely 코믹스에서 영화를 원작으로 해서 3권짜리 시리즈를 발간했습니다. Malibu 코믹스를 인수한 후로는 ‘ Cybernetic Dawn’과 ‘Nuclear Twilight’를 내놨지요. 그뿐 아니라 애니메이션도 제작되고, ‘존 코너 연대기’란 타이틀로 원작과 전혀 다른 스토리의 애니메이션도 제작됐지요. 아케이드 게임기과 가정용 게임기에서 현재까지 일곱 개 타이틀이 제작되었고, 트레이딩 카드도 출시됐어요. 개봉 당시에는 트라이-스텔라가 관련 사업을 전개할 수 없어서 라이선스만 대여할 수밖에 없었지요.”


모리스 메타보이 회장을 포함해 영화 사업 관계자들이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부질없는 가정이지만... 그 당시 지금의 회사들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면 흥행영화 한편으로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은 극장상영 수익의 몇 배에 달했을 것이고, 시너지 효과를 누렸을 테지요.”


물론 현재까지도 <터미네이터> 프랜차이즈 라이선스 수익이 만만치 않게 들어오고 있다.

다만 일찍부터 Timely Entertament 정도를 계열사로 두고 있었다면 <터미네이터> IP를 통해 수익창출을 극대화 했을 수도 있었다.


“작년에 유니벌스와 LOG에서 한 가지 재미있는 제안을 해왔습니다. 그들의 테마파크에서 10분짜리 <터미네이터> 3D 영상물이 포함된 어트랙션을 만들고 싶다는 겁니다. 예산이 얼마인 줄 아십니까? 무려 6,000만 달러입니다. 물론 순수한 3D 영화 제작예산은 2,400만 달러였지만 말입니다.”


OMDb의 폴 니드햄이 손을 번쩍 들었다.


“폴, 질문 있습니까?”

“그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습니까?”

“아쉽지만, 일단 거절했습니다.”

“아쉽군요. <터미네이터>를 3D로 감상할 수 있는 절호에 기회였는데 말입니다.”


참고로 <터미네이터> 3D 영화 <T2 3-D: Battle Across Time> 프로젝트는 94년부터 Universe Parks & Resorts의 회장이 자사의 협력업체에 <터미네이터> 프랜차이즈를 기반으로 한 스턴트쇼를 개발할 것을 의뢰하면서부터 시작됐다.

테마파크 어트랙션과 쇼를 기획하는 협력업체에서는 대략 1년 반의 개발과정을 거쳐서 불꽃놀이, 실물 로봇 등장, 3D 영화를 아우르는 극장 기반 쇼를 구상했다.

제이미 캐머론은 <터미네이터> 프랜차이즈가 놀이기구가 되는 아이디어에는 반대했다.

다만 3D 영화로 만들어지는 것에는 관심을 보였다.

문제는 이 프랜차이즈의 완전한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는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와 JHO Pictures 승인이었다.

모리스 메타보이는 후속편 개발에 난항을 겪고 있던 차에 유니벌스 스튜디오 파크에 <터미네이터> IP가 활용되는 것을 반겼다.

그래서 3D 영화 제작이 급물살을 탈 줄 알았다.

제동을 건 사람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방해자는 다름 아닌 <터미네이터> 후속편을 개발지옥에 빠트리고 있는 류지호다.


“일단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맞습니다. 우리가 각자 가지고 있는 기술과 역량을 합치게 되면 당시보다 훨씬 적은 비용과 시간으로 테마파크용 <터미네이터> 3D 영화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어쩌면 Eye-MAX까지 결합해 상상 할 수 없는 결과물을 세상에 내놓을 수도 있겠죠.”


오오.


비교적 젊은 축에 드는 참석자들의 입에서 탄성이 터졌다.

3D, 이미지 센서, 카메라 및 영사 기술을 가지고 있는 계열사들.

VFX 실력과 매출로 업계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Hues & Rhythm Studios.

얼마 안 가서 ‘미니’ 딱지를 뗄 수도 있는 할리우드 스튜디오 Tri-Stella.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 쯤 열렬히 구독했던 Timely Comics.

<워크래프트>, <디아블로> PC게임 타이틀을 연달아 히트 시키며 게임 업계에서 무섭게 부상하고 있는 Snowstorm Entertainment.

그 외에 실리콘 밸리의 IT 벤처회사들.

마지막으로 한국의 멀티플렉스 체인까지.

JHO Company는 거대 미디어 그룹처럼 방송사와 케이블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진 않았다.

다만 극장 체인과 엔터테인먼트와 관련된 디지털 테크 기업들을 다수 거느리고 있다.

얼핏 보면 벤처 정신이 돋보이는 기업 구성이라 볼 수 있을 정도로.

모리스 메타보이가 류지호의 비전에 우려를 표명했다.


“지금 할리우드 기업 환경이 급격한 변환을 겪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잖아요. 더 이상 콘텐츠가 왕이란 말은 유효하지 않은 것 같네만....?”

“맞아요. 현재 미국에서는 ‘콘텐츠가 왕(Content is king)‘이란 말에 이의가 제기되고 있죠.”

“그 이유는 미국을 대표하는 양대 미디어 기업인 LOG와 워너-타임의 공격적인 인수합병 때문이라고 할 수 있지요. 미국의 메이저 스튜디오는 영화와 TV 프로그램의 제작 부문에서 세계 최고의 기업들입니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영화는 텔레비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르예요. 그런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들이 대기업에 인수되어 자회사 격으로 위상이 낮아졌지요.”

“LOG Company는 ABC의 모회사입니다만.”

“의장도 알다시피 LOG 역시 ABC를 인수하기 전에는 성장 한계에 봉착했었잖아요. 안 그래요?”


콘텐츠에 중점을 두고, 캐릭터 사업에서 관광 사업까지 사업 영역을 넓힌 LOG가 성장 부진을 겪던 것과 달리 케이블 네트워크로 미국 내 2위의 케이블 인프라스트럭처를 가진 워너-타임은 놀랄 만한 호조를 보였다.

워너-타임은 터너 브로드캐스팅까지 인수합병 하면서 자사 콘텐츠의 2차 배포에서 이전과는 달라진 큰 이익을 보고 있다.

워너-타임의 TBS 인수합병, LOG와 ABC의 인수합병을 높이 평가하는 사람들은 ‘콘텐츠가 아니라 역시 인프라스트럭처다’라고 입을 모았다.

대기업의 자본과 할리우드 스튜디오가 서로 아쉬운 부분을 채워주면서 콘텐츠의 제작과 유통부분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더욱 강화했다.

업계의 개편이 어느 정도 마무리 된 현재 스튜디오들은 인하우스 영화를 거의 없애고, 투자·배급 위주의 경영전략으로 완전히 전환했다.

대신 인디영화사, 저예산 장르영화 특화 프로덕션들을 자회사로 편입시키고, 제휴 영화사 숫자를 늘려가고 있다.

영화 생산자에서 유통업자로서의 비중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메이저 스튜디오 입장에서 장기간 흥행에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 재정적으로 어려워질 수밖에 없어요. 게다가 흥행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블록버스터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든든한 재정적 후원자가 필요하지요.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던 콜롬비아스가 글로벌 전자기업 소닉에 인수합병 되면서 안정적인 재정 지원을 받고 있어요. 아마도 다른 스튜디오들도 더 큰 자본에 합병되길 원할 겁니다.”


모리스 메타보이는 이미 끝난 이야기를 다시 꺼냈다.

여전히 TBS와 인수합병이 무산된 것이 아쉬운 모양이다.

참석자 중에서 그의 의견에 동조하는 이들도 꽤 있었고.


“수년간 북미 박스오피스 10위 안의 단 한 편의 영화도 올리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소닉은 수조 원의 자금을 영화 사업에 투자하고 있지요. 언론 미디어 기업과 합병한 회사들의 주가를 보세요.”


모리스 메타보이의 말에는 약간의 선동 의미도 담고 있었다.

JHO Company 아니면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라도 기업공개를 해야 하지 않겠냐는.


작가의말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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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1 인생의 기준이 너무 높아졌어. (2) +11 22.10.11 4,624 151 23쪽
300 인생의 기준이 너무 높아졌어. (1) +9 22.10.10 4,605 144 26쪽
299 네 인생이지 내 인생이냐? +12 22.10.08 4,691 156 24쪽
298 JHO CONVENTION. (5) +8 22.10.07 4,728 143 31쪽
297 JHO CONVENTION. (4) +9 22.10.06 4,911 161 25쪽
296 JHO CONVENTION. (3) +7 22.10.05 4,756 151 24쪽
» JHO CONVENTION. (2) +8 22.10.04 4,658 150 23쪽
294 JHO CONVENTION. (1) +6 22.10.03 4,892 161 23쪽
293 말한 것은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3) +6 22.10.01 4,778 159 22쪽
292 말한 것은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2) +11 22.09.30 4,791 146 21쪽
291 말한 것은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1) +12 22.09.29 4,760 164 21쪽
290 우리 잘 해봐요. (5) +6 22.09.28 4,845 157 26쪽
289 우리 잘 해봐요. (4) +7 22.09.27 4,752 153 25쪽
288 우리 잘 해봐요. (3) +8 22.09.26 4,776 154 23쪽
287 우리 잘 해봐요. (2) +3 22.09.24 4,830 157 21쪽
286 우리 잘 해봐요. (1) +8 22.09.23 4,976 147 23쪽
285 박스오피스는 내가 더 높거든! +11 22.09.22 4,903 173 28쪽
284 토론토 국제영화제. (6) +6 22.09.21 4,836 164 24쪽
283 토론토 국제영화제. (5) +13 22.09.20 4,725 163 27쪽
282 토론토 국제영화제. (4) +13 22.09.20 4,425 140 26쪽
281 토론토 국제영화제. (3) +7 22.09.20 4,472 122 25쪽
280 토론토 국제영화제. (2) +7 22.09.19 4,712 157 26쪽
279 토론토 국제영화제. (1) +4 22.09.17 4,924 162 28쪽
278 쯧.... 역시 생각이 많은 녀석! +6 22.09.16 4,808 153 26쪽
277 큰 힘에는 큰 문제가 따르는 법. (3) +5 22.09.15 4,788 162 26쪽
276 큰 힘에는 큰 문제가 따르는 법. (2) +2 22.09.15 4,509 140 23쪽
275 큰 힘에는 큰 문제가 따르는 법. (1) +7 22.09.14 4,730 151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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