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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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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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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0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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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쪽

JHO CONVENTION. (4)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3박 4일.

짧다면 짧고, 길면 긴 시간.

어떻게 보내는가에 따라 체감하는 시간이 다르다.

컨벤션 참석자들은 그 시간이 빨리 흐른 것처럼 느껴졌다.

각종 소규모 토론과 사교모임은 물론이고, 담배를 피우다가 불현 듯 최신 기술에 대한 토론이 벌어지기도 하고, 맥주를 나눠 마시며 미래에 대해 자신들의 비전을 내놓았다.

누구는 희망에 부풀었고, 누구는 의심했으며, 다른 누군가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어쨌든 참석자들은 다양한 정보교류와 사교를 나눴다.

나름 알찬 시간을 보냈다.

매일 공식 일정을 소화하면 뿔뿔이 흩어져 관광과 휴식을 즐겼다.

류지호는 각 회사 CEO들과 개인 면담 시간을 가졌다.

처음 계획에는 없는 일정이다.

CEO들의 요청에 의해 마련된 자리다.

투자확대를 요청하고, 새로운 사업진출에 대해 오너의 생각을 확인하려는 의도였다.


“Snowstorm 매출이 호조를 보이는데, 표정이 왜 그래?”

“...하하.”


마이클 모하임이 멋쩍은 웃음으로 얼버무렸다.

Snowstorm Entertainment는 ‘워크래프트‘, ‘디아블로‘ 등 히트작을 연이어 출시하며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그럴수록 CEO 마이클 모하임의 근심은 나날이 깊어져만 가고 있었다.

매달 늘어나는 게임 판매량과 달리 영업이익은 적자를 면치 못했기 때문이다.

적자를 기록한 가장 큰 이유가 아이러니했다.

Snowstorm 게임의 가장 큰 인기 비결인 배틀넷 때문이었으니까.

Snowstorm Entertainment는 누구나 ‘무료’로 배틀넷에 접속해 멀티플레이를 즐길 수 있게 했다.

게임의 수명을 늘리기 위해서다.

싱글 플레이게임에 싫증이 나더라도 온라인을 통한 멀티플레이로 게임 수명을 최대한 늘리려는 아이디어였다.

그런데 이에 따른 인프라, 인력 지원 비용이 예상치 못한 부담으로 다가왔다.

영업이익을 심각하게 갉아먹을 정도다.

한편으로 그 만큼 접속자가 많다는 것은 Snowstorm 게임이 인기가 있다는 증명도 된다.

어쨌든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마이클 모하임이 내린 결정은 모회사인 JHO Company와 단판을 짓는 것이다.

다만 매출과 판매량이 수식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음에도 투자를 요청하는 것이 못내 마음이 무거웠다.

무능력함을 스스로 실토하는 것만 같았기에.


“배틀넷 때문에 그래?”


류지호가 대수롭지 않게 던진 말에 마이클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아, 이미 보고를 받았겠구나?”

“배틀넷이 입소문을 타고, 여러 게임 잡지에서 극찬을 받고 있다면서?


끄덕.


류지호의 칭찬이 담긴 물음에 마이클이 심리적 압박감을 털어냈다.


“응.”

“마침 마이클과 그 문제를 의논을 해볼 참이었는데, 잘 왔어.”

“배틀넷을 포기해선 안 돼!”

“당연하지.”


즉각적으로 나온 류지호의 대답에 마이클이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지금 서버상황과 인력으로 도저히 감당이 안 돼?”

“배틀넷을 운영하는 것에는 당장 문제가 없어. 그걸로 인해 판매량에 비해서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어서 문제지.”

“당장의 순이익은 신경 쓰지 마. 아시아와 남미는 정품보다 복제품이 더 많이 돌아다니고 있을 테니까. 그럼에도 중요한 사실은 Snowstorm의 이름이 업계는 물론이고 게임 유저들에게 널리 알져졌다는 거야.”


사실 불법복제와 CD키 도용도 큰 문제이긴 했다.

이전 삶에서 ‘복돌이‘ 짓을 꽤 열심히 해봤던 류지호다.

도둑질은 해 본 놈이 잘 안다.

막는다고 막아지는 것이 아니다.

유저들의 인식이 바뀌기 전에는.

류지호가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가만 보자..... 일단 서버 증축하고 관리운영 직원 보강하고.... 이참에 데이터 센터를 구축해 봐야 할까? 미래를 내다보면 그 편이 Snowstorm 비용관리 측면에서 나을 수도 있고. ESD는 지금 이 시점에서 너무 성급하고.... 자회사 하나를 만들어야 하려나....?”


ESD(Electronic Software Distribution)는 전자 소프트웨어 유통망 혹은 배급을 이르는 판매방식이다.

즉 소프트웨어나 영상, 컴퓨터 프로그램, 비디오 게임 등의 제품을 컴퓨터에서 인식 가능한 파일 형태로 다운로드 받아 사용하도록 하는 유통 방법이다.


“보스....!”


마이클이 혼자만의 생각에 빠진 류지호를 상념에서 건져 올렸다.


“아! 미안.”

“그래서 말인데, Snowstorm에 투자를 좀 더 해줄 순 없어?”

“걱정 마. 서버문제는 해결해 줄 테니까.”

“부탁이 한 가지 더 있어.”

“다음 게임타이틀 개발비도 넉넉하게 보내줄게.”

“고마워. 보스.”

“혹시 회사를 떠난 사람은 없어?”


마이클이 자랑스럽게 대답했다.


“다들 신나게 일하고 있지.”


이전 삶에서는 이 시기 즈음 윌리엄 로퍼를 비롯한 많은 개발자들이 회사를 떠났다.

Compagnie ViVo라는 프랑스 미디어 그룹의 자회사가 되면 간섭이 심해질 것을 우려해서다.

JHO Company 산하에서는 직원 이탈이 벌어지지 않고 있는 모양이다.

도리어 활기가 넘치는 것 같았다.

모회사는 전혀 간섭을 하지 않는다.

투자도 넉넉하게 해주고 있다.

게임 개발도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진행되고 있다.

게다가 내놓는 게임 타이틀마다 연이어 히트를 하면서 개발자들이 일할 맛이 났다.


“보스.....”

“또 건의할 거라도?”

“사실 인터플레이라고 우리와 밀접한 관계의 게임 회사가 있어. 자금난 때문에 요즘 좀 힘들어. 어쩌면 곧 문을 닫을지도 모르겠어.”


류지호는 인터플레이를 인수해줄 것을 부탁하는 것으로 알았다.

비서실을 통해 알아보겠다고 말하려고 했다.

헌데.


“그 회사에 우수한 개발자들이 많아. 그들이 업계로 쏟아져 나오기 전에 Snowstorm로 불러왔으면 해.”

“그런 것은 내게 일일이 의견을 구하지 않아도 돼. 게임은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이. 영화는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오케이?”

“하하.”


그간의 시름을 모두 날려버린 마이클이 활짝 웃었다.


“그런데... 마이클.”

“응?”

“시에라라는 게임유통사 어때?”


류지호가 무슨 의미로 묻는 것인지 몰라 마이클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의장비서실의 짐이 그 회사 분위기가 어수선하다고 하더라고.”


JHO 의장 비서 짐 맥라퍼티(Jim McLafferty)는 법률가이자 M&A가 전문분야다.

계열사에서 올라오는 인수합병 관련 사후 보고를 정리해 류지호에게 알려주는데, 때때로 유망하거나 비교적 적은 금액으로 시장에 나오거나 JHO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는 기업이 있을 경우 따로 보고서를 작성해 올리기도 했다.

최근 보고서에 게임개발사이자 유통사 시에라 온라인(Sierra On-Line)의 인수검토를 건의하는 내용을 첨부해 올린 바 있다.


“잘 나가는 개발사야. 작년엔가 매출 9,000만 달러를 기록했을 걸? 인수하려면 상당한 자금이 필요할 텐데....?”


시에라 온라인(Sierra On-Line)의 최고 전성기는 지난 1995년이었다.

최근에 종합 멀티미디어 회사로 변신을 꾀하면서 게임개발사와 출판 및 교육 소프트웨어 회사를 다수 인수합병하며 급작스럽게 몸집을 불렸다.

그 과정에서 부채가 급격하게 불어나고, 자금 경색이 심각했다.

그런데다가 시에라를 둘러싸고 여러 기업들이 군침을 삼키면서 안팎으로 인수합병 이슈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업계 최초로 온라인 게임 환경이라고 할 수 있는 시에라 네트워크를 시작했다며? 또 게임에 동영상을 도입했다고 하더라. Snowstorm 창립멤버들도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은 거 아니었어?”

“체급이 다른데..... 가능할까?”


Snowstorm Entertainment가 최근 급부상하고 있다곤 해도 시에라에 비할 바가 아니다.

자칫 두 회사 간 합병이 이루어지면 Snowstorm이 일개 자회사로 전락할 수가 있다.


“만약 Snowstorm 경영진이 시에라 인수에 관심이 있다면 추진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

“나는 시에라 네트워크와 Snowstorm의 배틀넷이 어떻게 다르고 어떤 것이 유사한지 몰라. 내게 중요한 관심사는 네트워크 게임플레이야. 내년에 출시하게 될 ‘스타크래프트’의 네트워크 게임플레이에 도움이 된다면 인수를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Snowstorm의 게임유통 사업부문도 시에라를 통해서 제대로 보강할 수 있을 테고. M&A가 성사된다고 해도 Snowstorm이 시에라 밑으로 들어가는 일은 없을 거야. 그 반대라면 모를까. 약속할 수 있어.”


류지호는 Snowstorm의 창립멤버는 아니다.

하지만 그의 투자를 통해 지금의 Snowstorm이 될 수 있었다.

최초의 투자자이기 때문에 애정도 남달랐고.

창립멤버들은 류지호를 의심하지 않았다.


“마이클, 5년만 잘 유지해 줘. 시에라를 인수하든지 대규모 유상증자를 하든지. 21세기가 오기 전에 전 세계를 커버할 수 있는 서버와 판매망을 갖춰줄게. 돈 벌 고민할 시간에 게임 개발에만 집중하란 말이야.”

“고맙다, Jay!"

"개발비 넉넉하게 넣어줄 때만 Jay라고 하더라?“

“내가 언제? 그리고 지금은 공적인 업무가 끝났잖아. 사적인 시간이라고!”


말을 마친 마이클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벌써 가려고?”

“빨리 가서 친구들에게 이 소식을 전해야지.”

“저녁파티에 알렌, 프랭클린도 불러. 오랜만에 얼굴 좀 보게.”

“오케이!”

“시에라 건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해 보고.”

“내가 직접 시에라의 윌리엄스씨와 대화를 해 볼 게.”

“그래 봐.”


이전 삶에서 이 시기의 Snowstorm Entertainment 분위기는 매우 어수선했다.

1998년까지 회사 주인이 여러 번 바뀌었기 때문이다.

바뀐 주인 중에는 시에라를 인수했던 Comp-U-Card인터내셔널도 있었다.

전화 및 우편 주문 쇼핑 기업이던 Comp-U-Card가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로 진출하기 위해 게임 개발사들을 인수합병했는데, 1998년 분식회계가 발각되어 Snowstorm은 당시 모회사와 함께 프랑스의 광고기업으로 매각되었다.

몇 년 후에 또 다시 프랑스 미디어그룹 Compagnie ViVo에 매각되면서 안정화 되었다.

게임개발력이 약화되기 시작한 시점이 그때부터였다.

경영이 안정되는 대신에 수익성과 주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전형적인 이윤추구 기업으로 바뀌게 되었으니까.

일찍부터 JHO Company 자회사로 안정적인 회사 운영을 하고 있는 Snowstorm Entertainment는 매각되는 신세가 아니다.

도리어 인수를 하는 주체가 되었다.

결국 올 해 여름에 Snowstorm Entertainment가 시에라 온라인(Sierra On-Line)을 7.2억 달러에 인수하게 된다.

그로인해 Snowstorm Entertainment는 기업가치 18억 달러의 대형 게임회사로 발돋움하게 된다.

Snowstorm 타이틀 라인업에 플라이트 시뮬레이터 시리즈, 건설&경영 시뮬레이션, 어드벤처 게임이 포함된다.

그뿐이 아니다.

올 가을 인터플레이가 회사 문을 닫게 된다.

많은 우수한 개발자들이 시장으로 나온다.

마이클 모하임은 눈여겨보던 개발자 상당수를 Snowstorm Entertainment으로 불러오게 된다.

로빈 팔도(Robin Pardo)라는 게임 디자이너도 합류하게 되는데, 이후로 Snowstorm 프랜차이즈 게임에서 알렌 에이든과 함께 핵심 개발자로 떠오르는 인물이다.

수 년 후에는 최고창작책임자(CCO)로서 차세대 게임 개발을 지휘하기도 한다.

암튼 시에라 온라인을 인수합병하는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그 비슷한 시기에 게임계의 돌풍이 될 람다 로고(λ)를 사용하는 게임개발사가 시에라 아니 Snowstorm에 FPS 게임 배급을 의뢰하게 된다.

그 게임이 바로 ‘하프라이프’다.


✻ ✻ ✻


여러 명의 CEO가 류지호와 면담을 하고 돌아갔다.

이번에는 Eye-MAX와 DALLSA Corp.의 CEO가 찾아왔다.


“재작년이었죠? 디지털 캠코더 첫 제품이 출시된 것이?”


DALLSA Corp.의 사밥 체임벌린(Savab Chamberlain)이 대답했다.


“소닉과 NVC 제품이었지. 또 오성전자가 올 1월에 제품을 내놨다네.”

“가격이 너무 비싸서 시장점유율은 미미한 수준이더군요.”

“미미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라네. 세계 캠코더 시장에서 디지털 제품의 비중이 14%까지 도달했으니까. 주로 프로페셔널하게 사용되고 있는 모양이야. 영화분야에서는 뉴욕의 인디영화 감독들을 중심으로 실험되고 있다고 하더군.”

“유럽의 도그마95 멤버들이 대표적이죠. 그들이 디지털 영화의 최전방에 서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소닉의 제품이 선호될 것 같네.”

“VX-9000이라는 기종이죠.”


뉴욕의 인디감독들과 도그마 멤버들은 소닉의 6mm 디지털 비디오(DV) 캠코더를 가지고 저예산으로 촬영해서 편집도 컴퓨터를 활용해서 소화하고 있다.

Eye-MAX의 딜런 몬티스(Dylan Monteith)가 이해할 수 없다는 투로 물었다.


“상영은 다시 35mm 필름으로 트랜스퍼(키네코)해서 하는 것 같던데, 저예산 독립영화 예산에서 가능하긴 합니까?”

“키네코 비용을 극복할 정도로 프로덕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것이죠. 현재 두 개의 주목할 만한 디지털 영화 움직임이 있어요. 하나는 보스턴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토드 버로라는 사람과 뉴욕의 인디영화 감독 스티븐 아발로스의 DV 6mm 작업이죠.”


참고로 스티븐 아발로스는 <블레어 위치>와 비슷한 시기에 <마지막 방송>이라는 페이크 다큐영화를 내놓게 된다.

<블레어 위치>에 완전히 묻혀 버리게 되지만, 누구보다 발 빠르게 디지털 영화에 대해 관심을 기울였던 인디감독 중에 한 명이다.


“다른 하나의 흐름은 할리우드 거물 조지프 루카스가 소닉의 VX-9000을 영화용으로 개량해 달라는 주문을 넣었다는 것이죠. 이르면 98년 가을, 늦어도 99년 여름에 디지털 영화를 세상에 선보일 것 같네요.”

“하나의 흐름을 더 추가해야겠지.”


CEO 사밥 체인벌린이 류지호를 보며 씨익- 웃었다.


“Origin 개발을 완료했다고요?”

“완성단계는 아니고....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지.”


DALLSA Corp.은 JHO Company가 인수합병 하기 전부터 ‘Origin’이라 명명된 디지털 시네마 카메라를 개발하고 있었다.

현재 2K 해상도의 프로토타입으로 각종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소닉, NVC, 로얄필립스 등 세계적인 전자회사들은 일반 소비자를 겨냥한 캠코더가 주력 상품이다.

반면에 DALLSA Corp.은 처음부터 영화 및 방송 전용 디지털 카메라 개발에 집중했다.

DALLSA Corp.의 주력 제품은 CCD 이미지 센서다.

나름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디지털 카메라 부품 중 가장 중요하면서 비싼 부품 중 하나가 바로 CCD다.

성능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어떤 CCD를 카메라에 쓰느냐는 필름 카메라에서 좋은 필름을 사용하는 것과 같다.

좋은 필름이 좋은 사진과 영상을 만들어 내듯 디지털 카메라도 핵심 부품인 CCD의 성능이 제품의 완성도를 좌우한다.



“사밥의 승인이 필요한 사안이 있어요.”

“내 승인?”

“졸업작품에서 Origin 프로토타입으로 풀 테스트 해 보고 싶어요.”

“장편영화?”

“올 로케이션 한 편과, 사운드 스테이지에서 주로 촬영되는 영화 한 편. 그렇게 두 편을 Origin으로 촬영을 해 보고 싶어요.”

“나야 대 환영이지. 맘대로 가져다 촬영해 보게.”

“.....?”


류지호가 당황했다.

너무 쉽고 화끈하게 허락했기에.


“대신 조건이 있네.”

“뭐든지 말씀해 보세요.”

“우리 엔지니어들을 크루에 포함시켜주게.”

“내가 먼저 부탁하고 싶은 사항이었어요. 카메라 운용은 나와 친구들이 하겠지만, 카메라 관리와 데이터 백업 등은 DALLSA 엔지니어들이 해줘야 해요. 게다가 중요한 촬영 데이터 수집도 해야 하죠. 같은 이유로 Eye-MAX에도 엔지니어 파견을 요청 합니다.”


딜런 몬티스가 고개를 끄덕여 승낙을 표했다.


“그런데 왜 영화를 두 편으로 나눠서 찍는 것인가?”

“D-Cinema를 시도해 보려고요.”

“....?”

“촬영부터 편집, 색보정, 데이터 전송, 디지털 상영까지. 연구실 수준의 D-Cinema를 실제로 구현해 볼 생각입니다.”


영화에 있어서 디지털 부문은 디지털카메라 및 컴퓨터 이미지 작업을 통해 제작된 디지털 기술로 제작한 영화와 디지털 배급망을 이용하여 디지털 영화관에 상영되는 디지털 시네마로 구분된다.

단순히 제작에만 디지털 시스템이 적용되는 디지털 영화와는 다르게 D-Cinema의 경우 디지털 촬영, 디지털 후반작업 그리고 최종적으로 디지털 배급 및 상영 등 영화제작 전 과정을 디지털화한다.

현재 디지털 영화는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되고 있다.

1995년 소닉과 NVC에서 디지털 6mm 카메라를 출시했는데, 뉴욕파 감독들과 유럽의 일부 감독들이 6mm DV를 활용해서 디지털 영화를 제작하고 있다.

필름으로 바꿔 상영하고 있기에 완전한 디지털 영화라고 할 순 없지만.

어쩔 수 없다.

디지털 영사기가 설치된 상영관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D-Cinema의 상용화는 요원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극장 상영이 가능하겠나?”

“MovieMark와 협의 중입니다. 긍정적인 답변이 기대되는 상황이죠. 위성 전송 시험은 UCLA 공대와 GMG 등 여러 곳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고.”


영화의 디지털 데이터를 위성으로 극장의 영사시스템으로 송수신하는 분야는 USC를 필두로 해서 여러 대학과 연구소에서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UCLA 대학 역시 놀고만 있지 않았다.

공대와 TV·영화 대학원이 몇 년 전부터 연구개발 중이다.

경쟁 대학이나 연구소에 비해 성과가 지지부진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류지호라는 괴짜 부자가 군복무를 마치고 학교로 돌아오면서 D-Cinema 관련 연구에서 많은 것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류지호가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를 내세워 UCLA의 관련연구를 지원했다.

USC는 Skywalker Films 산학협력 프로젝트에 포함되어 있다.

미국 서부에서 명문 영화과를 보유한 대학 두 곳이 D-Cinema 분야에서 경쟁하는 구도가 만들어졌다.


“내가 알기로 UCLA 영화과가 과거보다 많이 보수적으로 변했다고 하던데....”


딜런 몬티스가 기억하는 UCLA TV·영화과는 과거 상당히 진보적이며 진취적이었다.

언젠가부터 할리우드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필름만이 유일한 영화의 가치라고 믿는 교수님도 계시긴 해요. 그렇다고 D-Cinema 연구를 비난하거나 방해하진 않죠. 설사 방해를 할 마음이 있으시더라도 학교 측에서 그 분들을 설득했을 겁니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지금까지 900만 달러를 학교에 지원했거든요.”


핫.

껄껄.


두 CEO가 동시에 웃음을 터트렸다.

과연 듣던 대로다.

신중한 성격이지만, 일단 결정내리면 망설임 없이 실행하는 추진력.

개인이 불확실한 연구에 거금을 투자하기란 쉽지 않으니까.


“아! DALLSA에게 또 양해를 구할 게 있어요.”

“뭔가?”

“디지털 프로젝터는 Eye-MAX에 양보해 주세요.”

“Eye-MAX는 전용 70mm 프로젝터만 제작하고 있습니다만.”

“어차피 Dallas Instruments에서 DLP 칩을 DALLSA에 주지 않을 것 같아요. 그렇다면 소닉처럼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건데... 나로서는 DALLSA가 CCD와 CMOS 이미지센서 한 분야만 집중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미래에는 어떻게 될지 알수 없지만.

참고로 DLP(Digital Light Processing) 즉 디지털 광원처리는 1987년 Dallas Instruments에서 개발했다.

이 시기에는 영상 프로젝터에 주로 사용되고 있지만, 수년 후부터는 다양한 제품으로 응용된다.


“내 생각은 궁극적으로 Eye-MAX가 35mm 포맷과 70mm 포맷이 호환되는 디지털 영사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딜런 몬티스가 되물었다.


“디지털 스캐닝과 마스터링 기술도 마찬가지겠지요?”

“이제 아날로그 시스템은 완전히 잊으세요.”

“신규 상영관을 오픈하진 못하고 있지만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Eye-MAX 포맷은 유효합니다.”

“알아요. 전 세계 테마파크나 전용 극장에 들어가 있는 시스템의 관리운영은 계속해야겠지만, 새로운 전용 상영관 영업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멀티플렉스까지 말입니까?”

“멀티플렉스용 Eye-Max 규격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잖아요.”

“.....음.”

“아날로그 시스템의 생산은 부품 위주로 돌리고, 디지털 체제로 전환을 해달라는 말씀입니다.”

“그 기간의 매출은 어떻게 하고....?”

“몇 년 째 매출이 제자리걸음 아니었어요? 뭘 새삼스럽게.....”

“그, 그렇지요. 하하.”


딜런 몬티스가 어색한 웃음으로 얼버무렸다.


“두 회사 모두 내게 확인 받고 싶으신 게 있죠?”

“.....!”


두 사람이 다소 긴장한 얼굴로 류지호의 입을 주시했다.


“구조조정도 임금이 밀리는 일도 없습니다. 그냥 지금까지 하던 그대로 모든 직원이 평소대로 근무하면 되는 겁니다. 단 JHO의 투자는 설비나 시설 투자보다는 당분간 R&D에 집중하게 된다는 것은 이해하시고.”

“알겠네.”

“이제야 안심이 되는 군요.”

“반도체와 크게 연관성은 없어 보이지만, DALLSA에서 스파이더캠, 플라잉캠, 핼리캠 분야 연구개발을 고민해 주세요.”

“우린 그 부분에 어떤 특허기술도 가지고 있지 않은데도?”

“적당한 업체가 나타나면 인수해서 DALLSA로 합병시킬 생각입니다.”


그 적당한 업체가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지만.


“GMG LAB에서 관련 기술의 기본 이론은 수집·정리하긴 한 모양인데 그걸 적용하는 부분은 DALLSA가 짜게 될 팀의 엔지니어들과 함께 협의해 보세요.”

“핼리캠이란 말이지.....?”

“최종적으로 민간 드론이 되겠죠.”

“드론에 우리의 CCD 이미지 센서가 달리는 것인가......?”

“이미지 센서는 어디에도 달리 수가 있잖아요. 각종 의료용 장비, 천문관측용, 인공위성용, NASA의 탐사우주선용. 차량에도 들어가고, 전쟁무기에 달릴 수도....”


당연한 것이지만, 향후 개발될 Eye-Max 디지털 카메라도 달릴 것이다.


“혹시 한국의 캠코더 브랜드에서는 딜이 없었어요?”

“그들에게는 소닉이나 NVC가 편하겠지. 우린 그들과 주고받을 것이 없다네. 오성전자는 소닉의 CCD 뿐만 아니라, 메모리 스틱도 함께 납품 받고 있는 걸로 아네.”

“혹시 모르니까. 한국의 디지털 카메라 생산 업체들과 선을 대볼게요.”

“나는 뭘 준비해야 하지?”

“일단 제 졸업작품으로 DALLSA 제품의 탁월함을 알려야겠죠.”


20대 중반 나이에 엄청난 성과를 낸 것도 모자라 높은 위치에 오른 것도 말이 안 되는 일이다.

그런데 벌써부터 자신이 지닌 말의 힘까지 자유자재로 주무른다.

이십 대의 패기와 치기 가득한, 그저 안목을 자랑하려는 발언인 줄로만 알았다.

사실은 모두 의도된 발언이었다.

완성될 여지가 남은 천재라고 생각했는데....

사밥 체임벌린 전 워털루 대학 박사이자 현 DALLSA Corp. CEO는 류지호가 이미 완성되었다고 확신했다.


“좋네. 자네가 촬영하기 전까지 Origin 프로토타입의 회로 하나까지 새로 만드는 일이 있더라도 완벽하게 준비해 놓겠네.”

“4K 프로토타입은 언제 쯤 촬영해 볼 수 있을까요?”

“21세기가 오기 전에.”

“기대할 게요.”


류지호가 사밥 체임벌린과 악수를 나눴다.

어딘지 체임벌린 CEO의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간 것 같았다.


작가의말

편안하고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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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04 영화 기술사의 한 획! (3) +5 22.10.14 4,511 139 24쪽
303 영화 기술사의 한 획! (2) +11 22.10.13 4,532 156 24쪽
302 영화 기술사의 한 획! (1) +7 22.10.12 4,766 148 25쪽
301 인생의 기준이 너무 높아졌어. (2) +11 22.10.11 4,624 151 23쪽
300 인생의 기준이 너무 높아졌어. (1) +9 22.10.10 4,606 144 26쪽
299 네 인생이지 내 인생이냐? +12 22.10.08 4,692 156 24쪽
298 JHO CONVENTION. (5) +8 22.10.07 4,728 143 31쪽
» JHO CONVENTION. (4) +9 22.10.06 4,912 161 25쪽
296 JHO CONVENTION. (3) +7 22.10.05 4,758 151 24쪽
295 JHO CONVENTION. (2) +8 22.10.04 4,659 150 23쪽
294 JHO CONVENTION. (1) +6 22.10.03 4,892 161 23쪽
293 말한 것은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3) +6 22.10.01 4,779 159 22쪽
292 말한 것은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2) +11 22.09.30 4,791 146 21쪽
291 말한 것은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1) +12 22.09.29 4,761 164 21쪽
290 우리 잘 해봐요. (5) +6 22.09.28 4,845 157 26쪽
289 우리 잘 해봐요. (4) +7 22.09.27 4,753 153 25쪽
288 우리 잘 해봐요. (3) +8 22.09.26 4,776 154 23쪽
287 우리 잘 해봐요. (2) +3 22.09.24 4,831 157 21쪽
286 우리 잘 해봐요. (1) +8 22.09.23 4,976 147 23쪽
285 박스오피스는 내가 더 높거든! +11 22.09.22 4,904 173 28쪽
284 토론토 국제영화제. (6) +6 22.09.21 4,838 164 24쪽
283 토론토 국제영화제. (5) +13 22.09.20 4,726 163 27쪽
282 토론토 국제영화제. (4) +13 22.09.20 4,427 140 26쪽
281 토론토 국제영화제. (3) +7 22.09.20 4,473 122 25쪽
280 토론토 국제영화제. (2) +7 22.09.19 4,712 157 26쪽
279 토론토 국제영화제. (1) +4 22.09.17 4,924 162 28쪽
278 쯧.... 역시 생각이 많은 녀석! +6 22.09.16 4,808 153 26쪽
277 큰 힘에는 큰 문제가 따르는 법. (3) +5 22.09.15 4,789 162 26쪽
276 큰 힘에는 큰 문제가 따르는 법. (2) +2 22.09.15 4,509 140 23쪽
275 큰 힘에는 큰 문제가 따르는 법. (1) +7 22.09.14 4,731 151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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