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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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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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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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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술사의 한 획! (4)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특별한 이슈 없이 무사히 로케이션을 촬영을 마쳤다.

두번째 졸업작품 촬영팀이 사운드 스테이지로 들어왔다.

스테이지 안이 꽤나 번잡스럽다.

영화촬영장인지 디지털 장비 개발실인지 분간 못할 정도다.

어디에 쓰는지 알 수 없는 각종 장비들이 세팅되어 있기 때문이다.

D-Cinema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컴퓨터와 기기들을 들여다보며 의견을 교환하느라 바쁘다.


‘Gower 스튜디오 공사가 끝났으면 그곳에서 찍는 건데, 아쉽네.’


작년 말 인수한 Gower Studios는 현재 공사가 한창이다.

사운드 스테이지 리모델링과 8층짜리 오피스 건물 신축이 진행 중이다.

JHO Company 계열 영화사들의 사무실 입주는 내년 여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사운드 스테이지 사용 또한 내년 봄에 가서야 트라이-스텔라 TV와 IVE Entertainment가 사용을 시작할 예정이다.

졸업작품이라고 본다면 UCLA 예술대 스테이지에서 찍어도 된다.

규모가 너무 작다.

촬영 여건도 열악한 편이다.

하는 수 없이 Bronson Studios에서 가장 큰 평수를 자랑하는 사운드 스테이지를 임대했다.

방 네 개짜리 방 탈출 게임장 세트를 짓고, 각종 장비들까지 세팅했다.

본래 세트 촬영은 차분하게 진행되는 법이다.

이번 영화는 연구원들까지 가세해서 꽤나 북적거렸다.

카메라 오퍼레이터가 불만을 드러냈다.


“이 뷰파인더, 믿을 수 있는 겁니까?”

“파나비전 제품과 똑같은 겁니다.”


뷰파인더로 포커스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기존의 디지털 캠코더를 생각해, 1인 촬영 방식도 가능할 줄 알았다.

말이 디지털 카메라지 기기 조작성은 영락없는 아날로그 35mm 카메라와 똑같았다.

당연한 거다.

렌즈는 영화용 렌즈를 사용한다.

카메라의 액세서리도 모두 기존 파나비전 카메라 제품을 그대로 사용한다.

홈비디오처럼 1인 촬영 방식도 영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35mm 필름 카메라 메커니즘을 그대로 따르는 것이 좋았다.

문제는 주로 장비에서 발생했다.

촬영팀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문제는 해결하라고 있는 것이지만. 이번 프로젝트는 다릅니다. 당장의 문제는 내일로 미룹시다.”


장비 테스트도 중요했지만, 영화가 먼저다.

류지호가 찍고 있는 두 번째 디지털 영화는 미래에 유행하게 될 방탈출 게임을 모티브로 한다.

<Escape>.

영화 타이틀은 직관적이다.

이전 삶에서 방탈출 게임은 2008년 일본에서 처음 시작됐다.

2010년대 말부터 그와 관련한 여러 영화들이 만들어졌다.

<쏘우> 역시 일종의 방탈출 영화라고 볼 수도 있다.

다만 퍼즐과 각종 단서를 이용한 풀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재미보다 미스터리 공포 스릴러에 더욱 집중하는 영화다.

D-Cinema 프로젝트가 본격화되면서 류지호는 적은 예산, 부족한 시간, 장르적 재미를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세트 촬영 위주로 작업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궁리했다.

그 결과 선택한 아이디어가 방탈출 게임과 공포 스릴러의 복합장르 영화다.

폐쇄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공포와 미스터리적인 요소, 그리고 게임에 참여한 인물들이 극한 상황에서 표출하게 되는 부정적인 감정들, 이런 것들을 한 데 버무린 영화다.

<Dream Come True>가 로케이션 및 데이씬 촬영 실험 성격이 강하다면 <Escape>는 인공조명 및 어두운 분위기 촬영 실험 성격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복잡한 동선도 없는데 스토리보드를 그렸어?”

“이렇게 준비를 안 하면 허전해서요.”

“배우들에게는 꽤 도움이 되겠어.”

“그러라고 스토리보드를 꼼꼼히 하는 편이죠.”


영화의 모든 커트를 그림콘티로 만드는 것은 이제 류지호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스토리보드도 하도 그리다 보니 조금은 실력이 향상된 것도 같다.

선으로 이루어진 단순한 인간형태의 그림만 그릴 줄 알던 류지호는 이제 인물에 옷도 입히고 이목구비도 그려 넣었다.

물론 최종작업은 전문 작가에게 맡기지만.

스토리보드를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Escape>의 촬영은 스크립트 순서대로 진행했다.

굳이 씬을 뒤섞어서 찍을 이유가 없었다.

다만 장비에서 발생한 오류를 수정하는데 시간이 지연되는 일이 종종 벌어졌다.

어쨌든 영화는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만 로케이션 장면이다.

영화 본편은 90% 가까이 방탈출 게임장에서 스토리가 진행된다.

프롤로그는 주인공들이 방 탈출 게임장에 입장하기 얼마 전, 똑같은 장소에서 누군가가 탈출 실패로 인해 죽음을 맞이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마지막 관문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남자를 향해 누군가가 변조된 음성으로 말을 건다.


[생각대로 잘 안 되지?]

[난 포기하겠어. 그만 날 내보내줘.]

[그건 곤란해. 이제 너의 동료도 사라졌으니까.... 서로 알아갈 시간을 벌었군.]

[내 친구들은 어디 있어? 왜 이런 짓을 벌이는 거야?]

[그 곳을 나가고 싶나?]

[날 내보내 주란 말이야. 이 망할 자식아!]

[지금부터 퀴즈를 낼 거야. 넌 제한 시간 안에 이 퀴즈를 풀어야 해.]

[무슨 개수작이야!]

[첫 번째.... 손은 있는데 팔은 없고, 얼굴은 있는데 눈은 없는 것은?]

[손? 얼굴? 그게 무슨 개소리야!]

[시간이 경과 했어.]

[으악! 그만! 왜 이래! 씨발!]

[두 번째... 많이 가져갈수록 더 많이 남겨두게 되는 것은?]

[잠깐만! 시간이 부족해. 시간을 더 달란 말이다!]

[세 번째....심장은 있는데, 내장이 없는 건 뭘까?]

[으악! 그만! 살려 줘. 제발..... 왜 이러는 거야!]

[마지막이야.... 마시면 죽지만 먹는 건 괜찮아. 뭘까?]

[공기? 물? 독인가? 불? 음식? 뭔데?]


퀴즈를 풀지 못한 남자는 결국 방탈출 게임에 실패하고....

공포에 떠는 얼굴로 어둠속으로 사라진다.

그리고 보이는 의미심장한 표지판.

Use Caution(사용주의).

친절하게 단순한 방탈출 게임이 아니란 걸 대놓고 암시한다.

방탈출 게임을 주재하는 미스터리한 남자는 가제트 형사 만화의 닥터 클로우처럼 신체 일부분만 드러낸다.

손짓 그리고 손목에 문신.

류지호의 전작을 본 관객이라면 방탈출 게임을 주재한 미스터리한 인물이 누구인지 알아차릴 수도 있다.

미스터리한 인물은 끝까지 얼굴을 드러내지는 않지만.


“아직 불안정한 것이 많아.”

“테스트 중인 시제품이니까요.”


첫 주를 촬영하면서 많은 문제점들이 발견되었다.

디지털 카메라 개발진에 촬영 전문가가 포함되지 않았다.

때문에 촬영전문가 입장보다는 엔지니어 측면의 접근으로 제품을 디자인했다.

지난 테스트 과정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들도 나타났다.

특정 상황에서 데이터 오류가 자주 발생하기도 했다.

이럴 경우 배터리를 갈고 재부팅을 해주면 보통 해결되었다.

문제는 데이터를 모두 날려먹었다는 데 있다.

어쩔 수 없이 오류가 생긴 부분의 촬영분을 모두 다시 찍어야 했다.

각오했다.

그럼에도 김빠지는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불안정한 것이 몇 가지 드러났다.

때문에 제대로 촬영이 되었는가를 수시로 확인하며 찍었다.

이중으로 백업을 받았다.

D-Cinema 프로젝트에 참여한 Da Vinci Systems의 개발자가 직접 현장에 상주했다.

촬영현장에서 촬영감독이 색보정에 대해서 곧바로 대화를 나눌 수가 있었다.

로저 A 딕스로서는 매우 신기한 경험이다.

그렇게 <Escape> 일반적인 영화촬영 현장과 달랐다.

다소 어수선한 두 번째 D-Cinema 프로젝트 촬영이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 ❉ ❉


DALLSA Corp.은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하면서 무게와 크기에 대한 부담이 없었다.

일반 대중을 상대로 하는 양산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영화 카메라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트라이포드(tripod)에 올려 사용한다.

휴대성 또한 고민하지 않았다.

북미에서 주로 사용되는 파나비전 카메라는 튼튼하고 무겁다.

70mm 카메라와 Eye-MAX 필름 카메라는 네 명의 그립이 카메라를 옮겨야 할 정도로 거대하고 무겁다.

북미 쪽 엔지니어들은 뭐든 크고 튼튼한 것에 대한 로망이라도 있는 것처럼 장비들도 그렇게 디자인하고 제작하는 것 같다.

그리고 DALLSA Origin 개발진들은 애초에 자동초점이나 노출 기능 등도 고려하지 않았다.

오로지 필름 화질과 안정성에 매달렸다.

35mm 필름의 화질을 재현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연구목표의 첫 번째는 HD급 2K(1920x1080)의 완벽한 구현.

그 이후 Super 2K (2048x1080)로 확장.

최종적으로 필름과 유사한 해상도 4K(4046x2048)의 구현이다.

DALLSA Corp.의 Origin 개발팀의 다미안 다실바(Damian DaSilva)가 힘주어 말했다.


“물론 6K, 8K까지 계속 연구개발을 멈추진 않습니다.”

“사실 일반 관객에게 6K부터는 4K와 화질 차이를 크게 느끼지 못할 겁니다. 전문가의 영역이죠.”


류지호의 대꾸에 다미안 다실바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로서는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이니 납득이 갈 리가 없다.


“카메라 장비의 전자적, 기계적 개발이 일차적으로 중요하지만, 무손실 압축 알고리즘의 타사 하드웨어 구현을 위한 여러 출력 형식도 충분히 고려해야 합니다. 카메라 내부적으로 색상 처리 기술과 원본 이미지 데이터를 출력하여 다양한 작업환경에 적용될 수 있는 유연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강조하고 싶군요.”


최초의 35mm 디지털 시네마 카메라는 최대 이미지 데이터에 관한 고민에서 출발했다.

압축되지 않은 RAW 센서 정보를 높은 비트 심도로 기록하는 기능이 주요 과제였다.


“우리의 기초 개념은 스틸 사진을 찍는 DSLR에서 기인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스틸 카메라처럼 버튼을 누르면 찍히는 구조입니다. 일정 시간 동안 찍힌 여러 장의 사진을 나열하여 보여준다는 필름 카메라의 원리에 충실하려고 한 거죠. 반면에 일본의 전자회사들은 ‘필름 같은 느낌’을 모드별로 설정할 수 있는 기능에 집착하는 것 같습니다. 사용을 복잡하고 어렵게 만들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미국이나 독일 카메라 메이커들에서는 잡스러운 기능보다는 디지털 한계를 극복하면서 필름에 조금이라도 더 근접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럼으로써 디지털 카메라의 태생적 콤플렉스도 극복할 수 있었다.


“소닉 같은 일본전자회사가 출시하는 카메라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미국 카메라가 참 밋밋한 카메라처럼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죠.”


다실바에 말에 류지호가 웃으며 대답했다.


“왜곡 없이 정성껏 찍고, 나머지 작업은 후반에서 조정한다는 기조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필름 또한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장비와 필름, 색보정 기술이 발전해왔으니까요.”


현재 디지털 색보정 기술은 카메라보다 앞서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영화시장보다 방송시장이 훨씬 거대하기 때문이다.

포스트프로덕션업체들이 디지털 색보정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

현재 미국에서 연간 제작되는 영화는 350~400여 편.

과거 500여 편에 이르렀던 제작편수는 90년대에 들어서며 급격하게 감소하는 추세다.

반면에 방송 프로그램은 그 몇 배가 제작되고 있다.

따라서 디지털 캠코더와 ENG 쪽은 풍부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영화 전용 디지털 카메라는 이제 막 태동하는 시기다.

맨땅에서 시작하는 것과 다름없다.

DALLSA Corp.이 4K를 본래 역사보다 빠르게 구현해낸다고 해도 문제는 여럿 남는다.

가장 중요한 문제가 디지털 프로젝터다.

그 외에 장비부분에서 CCD(CMOS), 스토리지, 배터리, 발열, 처리 속도, 전송속도, 플래시 메모리 등 무수히 많은 연관 기술들이 선행되어야 한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말이 있어요.”

“1000 마일 여행길도 한 걸음부터죠.”


누군가 첫 발을 떼는 순간.

업계에서 본격적으로 신기술 전쟁이 벌어질 터.

반 발자국 앞 서 있는 DALLSA Corp.의 Origin 개발에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도록 류지호가 기억하고 있는 디지털 카메라 경험을 적절히 꺼내 놓을 것이다.

그로인해 이전 삶보다 훨씬 뛰어난 디지털 시네마 카메라가 탄생할지 모른다.

엔지니어들과 대화를 나누는 사이 촬영준비가 끝났다.


“준비 됐으면 가봅시다!”


류지호의 외침에 촬영이 시작되었다.

저예산 디지털 영화 <Escape>의 설정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대학 동창생인 네 친구가 있다.

그들은 사회적 위치도 경제적 능력도 다들 제각각이다.

네 친구 가운데 리더 격인 해밀턴은 월가에서 잘나가는 부자다.

샘은 미식축구 3부 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하는 마초 남자다.

데이비드는 가난한 예술가로 친구들이 보기에 한심한 놈팡이에 불과하다.

마지막으로 존은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지적이고 똑똑한 남자다.

이들 네 친구는 데이비드를 제외하고 모두 여자 친구와 함께 라스베이거스 모임에 참가한다.

해밀턴의 여자 친구는 히스패닉계 여성, 샘의 여자 친구는 금발의 전형적인 골빈 백인여자, 존의 여자 친구는 똘똘해 보이는 흑인 아가씨다.

이들은 라스베이거스 카지노호텔에서 묵으며 호화로운 식사를 하고, VIP룸에서 포커 게임을 즐긴다.

겉으로 보기에는 죽마고우 같은 사이다.

그런데 대화 속에 묘한 뼈들이 숨어있다.

대학 교수인 존은 마초 친구 샘에 대해 피해의식이 은연중에 드러난다.

어릴 시절 트라우마 때문이다.

부러울 것 없는 부자 해밀턴은 존에 대한 열등감이 있다.

학창시절 내내 모범생이었던 존을 단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예술가 데이비드는 잘 나가는 친구들과 비교해 가난하고 비루한 처지다.

열등감 때문인지, 계속해서 허풍을 떨어댄다.

여자들도 마찬가지다.

여자들을 흉보기에 여념이 없다.

가령 금발의 골빈 여자라거나, 흑인 여성을 성적으로 비하한다거나.

술이 들어가면서 네 친구와 여자 친구들은 좀 더 자극적인 즐길 거리를 원하게 된다.


[진짜 게임을 해보시겠습니까?]

[무슨 게임?]

[제한 시간 안에 방을 탈출하는 게임입니다.]


VIP를 담당하는 직원의 얼굴은 의도적으로 보여주지 않는다.

그런데 목소리는 어쩐지 익숙했다.

떠버리 같은 캐릭터가 연상된다.

류지호의 전작을 본 사람은 누군가를 떠올릴 수 있다.


[이 문제를 푼다면 한 번 도전해 보셔도 좋을 겁니다.]


VIP룸 담당 직원이 일행에게 사각형의 큐브를 테이블에 놓고 나간다.

모스부호다.


ㅡ·ㅡ· ···· ·ㅡ ·ㅡ·· ·ㅡ·· · ~ ㅡㅡ· ·ㅡ ㅡㅡ ·ㅡ


큐브의 비밀을 가장 지적이고 똑똑한 존과 흑인 아가씨 커플이 푼다.

답은 도발적인 문구다.


[Challenge the game.]


일생일대의 경험을 원한다면 도전하라.

그렇게 세 커플과 한 남자가 방 탈출 게임에 도전해보기로 한다.

대신 여자 친구가 없는 데이미드는 여자를 구해 와야 하는 조건이 붙는다.

부자 친구 해밀턴은 여자를 구해오면 돈을 주겠다는 조건까지 건다.

데이비드는 VIP룸을 나가 여자를 구해본다.

쉽지 않다.

결국 콜걸을 부른 후에야 방 탈출 게임에 참여한다.

여자들은 새로 합류한 여자가 콜걸임을 눈치 채고 은근히 따돌린다.

그렇게 네 커플 8명이 VIP룸 직원의 안내를 받아 방 탈출 게임장으로 향하게 된다.

그냥 걸어서 평범하게 가는 곳이 아니다.


[멋지게 미션을 클리어 해보자!]

[가장 먼저 탈출하는 것은 내가 될 거야.]

[머리까지 근육이 들어찬 네가 퀴즈를 풀 수 있을까?]


직원이 준 샴페인을 건배한 8명의 주인공들은 기절하듯 정신을 잃는다.

깨어났을 때는 이미 방 탈출 게임장에 들어와 있다.


“또?”

“해결하는데 몇 분 소요되는가 봐요.”


촬영은 결코 순조롭지 않았다.

필름 작업에서도 돌발 변수가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첫 시도라고 할 수 있는 디지털 영화 촬영이니 예상하지 못한 문제들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류지호도 로저 A 딕스도 크게 개의치 않았다.

촬영이 시시때때로 멈추고 있지만, 일정이 밀리진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시간에 세트 한쪽에 마련된 스테이션에서 현장에서 편집을 해본다거나 가볍게 색보정을 해보며 즉석에서 촬영본을 점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 ✻ ✻


세트는 네 개의 방으로 이루어져 있다.

거실을 중앙에 두고, 크고 작은 방 네 개가 마주보고 있는 구조.

일반적인 미국 중산층 가정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은 분위기.

창문이 없는 밀폐된 방이다.

출입구는 각 방마다 단 한 곳만 존재한다.

네 커플이 각자의 방에서 눈을 뜬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난생처음 보는 방 안이다.

남자 주인공들은 한결 같은 반응을 보인다.


[What the Xuck is this!]


대뜸 욕설부터 튀어나온다.

어리둥절한 것도 잠시.

각자 다른 방에서 시작한 각각의 커플들은 정신을 수습하고 방안을 확인하기 시작한다.

첫 씬은 친구들의 리더격인 해밀턴의 방에서 시작한다.

벽 왼편에는 최단 시간 통과 시간이 친절하게 써져 있다.

그 옆 방문 위로는 출구표지 표시등이 걸려있다.

다시 오른쪽을 보면 스위치가 있다.

그 밑으로 ‘도전하려면 스위치를 켜라‘라는 문구가 친절하게 안내되어있다.


[......!]


잠시 방안을 둘러본 해밀턴이 문고리를 잡고 돌려본다.

열려있다.

이대로 문을 열고 나가면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을 텐데....

해밀턴의 의지와 상관없이 갑자기 방의 불이 들어오고, EXIT등이 꺼진다.


순간.


해밀턴은 문고리를 잡아 돌려본다.


철컥!


잠겼다.

보통 이 정도 설정을 보여줬으면, 누군가 이들을 지켜보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 클리셰.

류지호는 그럴 생각이 없다.

일단 방 탈출 게임이 시작되면 논스톱으로 이어갈 생각이다.

마치 영화 <큐브>처럼.

류지호의 <Escape>와 <큐브>는 비슷하면서 다르다.

일단 두 영화는 미스터리 공포 스릴러인 것은 같다.

<큐브>는 SF 장르 느낌을 물신 풍긴다.

공간 자체도 3×3×3 입방 큐브의 원리에서 착안했다.

또한 많은 숫자들이 등장한다.

정육면체의 방은 26×26×26개, 총 17,576개로 구성돼 있다.

26이란 숫자는 영문 알파벳의 글자 수와 같다.

큐브라는 공간에 느닷없이 던져진 6명의 남녀는 탈출을 위해 안전한 방을 찾아 방을 이동한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수학공식을 적용한다.

반면에 <Escape>는 수학보다는 퀴즈와 퍼즐을 풀어야 이동할 수 있다.

그림, 신문, 시계, 책장에 꽂혀있는 책, 지도의 좌표 등.

<큐브>는 함정 통과라는 설정도 인상적으로 이용한다.

류지호의 <Escape>는 함정이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공간적 설정에서 오는 한계 때문이다.

<큐브>는 17,576개 방 가운데 안전한 방을 찾아 이동하며 탈출구를 찾아야 하는 임무다.

<Escape>는 80분 안에 방을 탈출해야 임무를 완수하는 설정이다.

주인공들이 방 탈출 게임을 시작하는 지점은 영화가 시작하고 10분 남짓 경과한 후부터다.

이때부터 80분 간 리얼타임으로 영화가 진행된다.

해밀턴을 시작으로, 다른 방 상황이 하나씩 소개된다.

샘은 자신의 시작 방에 놓여있는 침대를 발견한다.

여자 친구와 섹스를 할 생각만 한다.

금발의 여자 친구는 선입관과 달리 일단 방을 살펴보자고 샘을 타이른다.

참가자들이 잠긴 문을 열기 위해서는 단서를 발견해야 한다.

문제를 풀어서 열쇠를 얻어야 한다.

방에 놓여 있는 모든 사물과 소품은 힌트고 단서다.

어떤 것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상남자 샘은 모든 걸 힘으로 해결한다.

예를 들어 힌트가 들어있는 캐비닛의 문을 강제로 열어버린다든가 하는 식이다.

금발 여자 친구는 아무생각 없이 일을 저지르는 남자친구를 나무란다.

결과적으로 평범한 힘으로는 열수 없을 것 같은 캐비닛이 열린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 안에는 열쇠가 들어 있다.

이 방을 빠져나가기 위한 열쇠다.

적어도 겉보기에는 그렇다.

그런데 캐비닛 뒤편의 어떤 장치의 붉은 경고등이 반짝거린다.

커플은 그 같은 불안한 징조를 알 수 없다.


작가의말

소설 속 주인공의 디지털 영화 ‘Escape’는 영화 큐브, 룸 이스케이프, 이스케이프룸 같은 영화를 떠올리시면 될 것 같습니다. 

평안한 주말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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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6 Celebrity. (2) +8 22.10.27 4,529 148 28쪽
315 Celebrity. (1) +10 22.10.26 4,605 144 27쪽
314 지적인 액션영화는 망할 걸? +4 22.10.25 4,639 155 26쪽
313 엄마는 여한이 없어..... +11 22.10.24 4,572 144 29쪽
312 세계 최초의 D-Cinema! +5 22.10.22 4,513 154 25쪽
311 환경이 아닌 인식의 문제. (4) +4 22.10.21 4,457 143 24쪽
310 환경이 아닌 인식의 문제. (3) +11 22.10.20 4,371 160 22쪽
309 환경이 아닌 인식의 문제. (2) +8 22.10.19 4,470 132 22쪽
308 환경이 아닌 인식의 문제. (1) +6 22.10.18 4,567 155 22쪽
307 괴짜 같은 녀석..... +7 22.10.17 4,511 150 25쪽
306 영화 기술사의 한 획! (5) +13 22.10.15 4,534 162 20쪽
» 영화 기술사의 한 획! (4) +5 22.10.15 4,270 129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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