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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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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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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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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10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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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3쪽

Big Shot. (2)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처음 뵙겠습니다. 김양호입니다.”


삼십대 후반의 지적으로 보이는 남자가 류지호에게 인사했다.

류지호가 남자와 악수를 나눴다.


“반갑습니다.”


자신을 김양호라고 소개한 남자는 코아백화점 출신이다.

한축공영이 부도나면서 재빨리 영입한 인물 중에 한 명이다.


“‘한축코아 사단’의 별동대장이라고 불리던 친굽니다. 코아에서 점포신설의 타당성 검토는 물론 주변상권 분석, 콘셉트 설정, 건물내부 설계 등 백화점과 관련된 거의 모두라 할만한 것들을 책임졌었죠.”


문지열 실장의 칭찬에 김양호가 쑥스러운 듯 딴청을 피웠다.


“이 친구가 1호점인 노원점에서부터 광명 ,성남, 대전점에 이르기까지 코아 전점포의 개설을 기획하고 지휘했습니다. 사실 업계에서 서로 영입하려고 했었는데 저희가 운 좋게 스카우트 할 수 있었습니다.”


비록 한축공영이 부도를 맞아 그룹 전체가 망할 처지에 놓였지만, 오늘날 코아백화점을 있게 한 1등 공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유능한 인물이다.


“백화점이라.....”


전략기획실에서 백화점 사업진출 테스크포스를 꾸렸다.

당장은 김양호에게 G.O.M의 백화점 입점 협상을 진두지휘할 임무를 부여받았다.

G.O.M이 전국 주요 도시에 화려한 개점의 팡파르를 울리며 진주할 수 있도록 점포 신설을 기획하고 준비하는 것이 김양호팀의 주요 임무다.


“백화점팀은 몇 명입니까?”

“다섯 명입니다. 별동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씩씩하게 대답한 김양호의 긴장한 표정이 조금 누그러졌다.


“백지상태에서 준비해야 하지만, 그래도 코아에 입사했을 때보다는 여건이 나쁘지 않습니다.”


처음 한축공영에서 백화점 사업을 준비할 때만해도 노하우가 있을 리 만무했다.

이제는 전문가다.

당연히 업무처리에 있어 여유가 있었다.

별동대의 특성이 그렇듯 다른 직원들이 상상할 수 없는 어려움을 수없이 경험했다.


“국내 대표적인 백화점에 손님을 가장하고 들어가 줄자로 매장길이를 재다 쫓겨난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집에 제때 들어가 본 적도 거의 없었죠.”


김양호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들은 눈물 없인 들을 수 없는 직장인 스토리다.

한축코아 입사 이후 위험이 따르는 신규 프로젝트만 전담했다.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매사 목숨 걸고 일하는 자세로 임했다.


“4개 백화점 모두 출점 3년 이내에 흑자를 실현했다고 하더군요."

“정말 목숨 걸고 일했습니다. 그런 성과를 내서 보람을 많이 느꼈지만....”


몸담았던 회사가 망했다.

자신의 손으로 개점했던 백화점도 다른 주인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코아백화점의 모회사인 한축공영은 1970~80년대 당시에는 강남개발을 주도하면서 잘나가는 1군 아파트 메이커다.

부도와 함께 위기를 맞으면서 대규모 자산 처분과 인력감축을 단행했다.


“한축공영에서 코아백화점을 처분할 계획이라고요?”

“회사에 남아있는 지인들을 통해 확인한 내용입니다. 코아백화점의 서울 노원점, 광명점, 대전점, 성남점 4개 점포와 서울 잠원동 본사 사옥을 비롯해 5곳의 재개발, 재건축 사업권과 보유 토지 등 자산을 매물로 내놓을 계획이라고 합니다.”

“예상 매각대금은 어떻게 됩니까?”

“1,800억 원이며, 잠원동 본사 사옥은 시가 500억 원 규모입니다. 대전 비래동, 서울 면목동 등 5곳의 재개발·재건축 사업규모는 1,300여 억 원. 이를 처분한 매각대금은 전국 8곳 4,610가구에 대해 공사자금을 우선적으로 투입키로 했다고 합니다.”

“김 팀장의 생각은 가온이 그 가운데 4개 백화점을 인수했으면 좋겠다는 겁니까?”

“제 손길이 닿아서 안건을 올린 건 아닙니다. 고수와 하수의 차이가 행마를 가볍게 하느냐 무겁게 하느냐에 있듯이 백화점사업도 투자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좌우 된다고 생각합니다.”


백화점 신규 사업을 바둑에 비유했다.

김양호는 아마 3단의 수준급 바둑실력을 보유하고 있다.


“덧붙여서 전주에 코아호텔도 좋은 M&A대상이라고 생각합니다.”


1985년 문을 연 특2급 호텔인 전주 코아호텔은 한때 전주의 대표적인 명물이었다.

당시에는 보기 드문 지하 2층~지상 12층 규모에 110여개의 객실과 연회장, 사우나, 커피숍 등을 갖추고 있어 시민과 관광객의 사랑을 받았다.

코아그룹이 지난 1993년 인수해 운영해 오다가 실적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상황에서 외환위기까지 겹치면서 회사사정이 매우 어려웠다.


“코아호텔이란 말이지....?”


류지호가 중얼거리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김양호 팀장은 가만히 그가 입을 열기만을 기다렸다.


“김 팀장.”


생각을 정리한 류지호가 본론을 건너 뛰었다.


“3일간 출장 좀 다녀와도 되겠습니까?”

“어디로 말이십니까?”

“나와 전주와 부산에 함께 갑시다.”

“코아호텔을 직접 확인하시는 건 알겠는데, 부산에는 왜....?”

“문 실장이 알려줄 겁니다.”

“코아백화점 부분 빼고 딱히 바쁜 건 없습니다.”

“내일 당장 출장 갈 수 있겠어요?”


의장이 함께 가자는데 안 된다고 말할 직원은 없는 법.

당연히 갈 수 있다.


“예!”

“내일 함께 코아백화점 4군데를 둘러보고 전주로 내려갑시다.”

“알겠습니다.”


류지호가 문지열 실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신사업추진단장, 경영지원팀장, 자산운용팀장도 부산행에 동행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류지호에게 부산 일정이 잡혀 있다.


부산국제영화제다.

다녀오는 김에 코아백화점도 확인해 보고, 백화점 전문가인 김양호 팀장에게 부산의 센텀시티 개발 예정지도 보여줄 생각이다.

김양호 영입을 승인한 이유가 센텀시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

바라는 대로 수영강변 3만 평(광성백화점 부지 포함)을 모두 확보하게 된다면, 극장과 호텔, JHO Company의 아시아 헤드쿼터 입주만으로 부지가 남아돌 터.

촬영 스튜디오를 세우는 것도 고려해 보았다.

여주에 65만 평을 확보한 상태다.

중복투자다.

수요를 훨씬 넘어서는 공급 과잉이기도 하고.

때문에 백화점이나 대형 쇼핑몰 개점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사업이 계속해서 굴러가다보니 걷잡을 수 없구나.’


UCLA에 입학할 때까지만 해도 류지호는 엔터 사업에만 집중하려고 했다.

그런데 사업이 자가 발전을 하고 있다.

이것을 하기 위해서는 저것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그것들을 갖추니 또 다른 무언가가 필요하고.

이래서 대기업들이 문어발식 확장하는가 싶다.


‘어차피 멀티플렉스와 쇼핑몰은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니까.’


❉ ❉ ❉


- 스타는 고급 외제차를 타야 폼이 난다!


인기스타와 고급 승용차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스타의 인기라는 것이 그들의 수입과도 비례하는 탓이다.

국산차를 타고 다니는 스타가 없지는 않다.

대부분의 연예인은 인기가 올라갈수록 고급 수입차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고수입자이니 일견 납득이 간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연예인만큼 ‘깎고’ ‘얻는’ 데 달인도 없다.

깎는 것은 연예인 DC, 얻는 것은 협찬을 가리킨다.

물론 협찬해주는 업체 측이 노리는 ‘스타마케팅’과 맞물리기 때문에 가능하다.

연예인이 외제차를 공짜로 협찬 받거나 매우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가장 흔한 경우는 신차 ‘1호 고객’이 되거나 ‘홍보대사’를 맡는 방식이다.

억대를 호가하는 고가의 외제차를 협찬해주는 경우가 아주 없진 않다.

그다지 흔치 않다.

대부분 협찬 대신에 연예인 할인을 받는다,

여기서도 스타 파워가 여실히 드러난다.

자체적으로 스타의 등급이 마련되어 있어 연예인이 자동차를 구입할 경우 ‘연예인 할인가’로 가격이 산정된다.

‘직원 할인가(통상 10~15%)’에서 다시 15~20%가량 할인한 가격으로 정상 판매가에서 25~35% 정도 할인된 금액이다.

업체 측은 연예인이 자신의 브랜드 승용차를 타고 다닌다는 것만으로도 홍보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계산에서 대폭 할인된 금액에 차량을 판매하고 있다.

특히 해외 브랜드는 스타에 대한 이런 차량 협찬에 매우 적극적이다.

스왈로우, 호르히, 카이신 등에서 여러 차례 류지호에게 차량 협찬 제의를 했다.

한국에 체류하는 기간이 그리 길지 않은 관계로 거절해오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그랬는데....


“차 새로 뽑았어요?”


류지호가 전속 운전기사이자 경호원이기도 한 김영철에게 물었다.


“아닙니다.”


한남동 주차장에 못 보던 세단이 대기하고 있었다.

신진지프자동차의 프리미엄 세단 체어맨이었다.


“협찬입니다.”


류지호는 연예인이 아니다.

자동차업체로부터 협찬을 받을 순 있지만, 굳이 한 개 업체에 얽매여선 안 된다.

단적으로 류지호와 그의 투자회사에서 다양한 자동차 기업 주식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고.


“전에 타시던 메르세드-벤츠의 안정성에서 불안한 감이 없지 않고.”


현재 독일 메르세드-벤츠는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교통사고가 뜻하지 않게 자사제품의 안전성 시비로 비화되자 전전긍긍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고 직후 다이애나가 탔던 벤츠차가 휴지조각처럼 구겨진 모습으로 전 세계 주요 언론을 장식했다.

특히 왕세자비가 타고 있었던 S모델은 벤츠사가 모든 차량에 에어백을 설치하고 차체를 강화하는 등 안전성을 높이는데 상당한 투자를 해온 기종이었다.

그랬던 기종이 처참하게 부서진 모습으로 공개되자 더욱 곤혹스러운 분이기다.


“벤츠마저도.....”


전 세계 자동차 고객들 사이에서 그 같은 불신이 확산됐다.

당연히 류지호의 경호팀으로서도 불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메르세드-벤츠에서 해명을 하지 않았던가요?”

“말로는 제한 속도 시속 50km 지역에서 1백km 이상의 속도로 달리다 견고한 콘크리트 기둥에 부딪쳤을 경우 어느 승용차든 인명피해가 날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그 같은 사고에도 인명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 자동차 회사라고 생각합니다. 비겁한 변명입니다.”


그렇게 따지고 들자면 안전한 자동차란 없다.


“체어맨 1호 고객이 되는 조건으로 회사 측으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받았습니다.”

“.....무상?”

“대통령이 타는 1호 차량처럼 방탄은 아닙니다. 그런대로 의장님 취향에 맞춘 커스텀 리무진으로 주문했습니다. 저희 직원들이 차량 안전도와 도청 및 이상 유무까지 모두 점검했습니다. 안심하고 타고 다니셔도 됩니다.”

“이 회사 요새 힘들지 않던가요? 이 비싼 차를 공짜로 내줬다고요?”

“정보팀에서는 물밑에서 대유와 신진지프가 인수합병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몸값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무슨 일이든 해야 할 분위기랍니다. 때마침 출시 기간에 의장님께서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하시게 되었고.”

“언제 정식 출시된답니까?”

“영화제 기간과 맞물립니다.”

“그 기간 체어맨 타고 다니며 홍보 좀 해 달라?”

“비서실 의전팀 아이디어로 알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경제위기로 사정이 좋지 못한 상황이다.

해외에서 활약하는 특급 유명인사이면서 기업인 류지호가 국산차를 애용한다는 뉴스.

의도적으로 국산차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지 않더라도 류지호가 국산차를 타고 다니는 모습 자체가 일종의 애국심 코스프레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소형차를 타야 하지 않나....?”

“너무 태가 나지 않습니까.”

“이거 기름 엄청 먹지 않나? 이런 차 타고 다니는 게 애국은 아닌 것 같은데?”


1호차 담당 김영철은 대답할 말이 궁했다.

기름 한 방울 나오지 않는 나라다.

대형차를 타고 다니는 것을 애국이라고 포장할 수 있을까?

어쨌든 류지호로서는 공짜로 특별제작 차량을 제공했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신진지프자동차에 대해 짠한 감정도 있었고.

이전 삶에서 하도 우여곡절을 많이 겪은 회사라 연민을 가지고 있었다.


“계약은요? 한국에서는 무조건 체어맨을 타야 하는 겁니까?”

“아닙니다.”

“그럼 주차장에 고이 모셔놔요?”

“.....”

“기름값 때문에?”

“......”

“박 대표나 양 사장이 타고 다니라고 하세요.”

“사장님들은 따로 기사가 없습니다.”

“그럼 손수 운전해서 다녀요?”

“택시나 지하철을 이용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뭐라구요?”


류지호는 깜짝 놀랐다.


“가끔 업무용 차량을 이용하실 뿐. 출퇴근 시에는 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아니, 이 양반들이!”


청백리 코스프레를 하는 것도 아니고.

당연히 회사에서 제공하는 의전서비스를 마다할 필요까지는 없다.


“설마 비용 아끼겠다고 업무용 차량 운용을 하지 않는 겁니까?”

“두 분 다 면허가 장롱 면허입니다.”

“차량에 배정된 기사가 있을 것 아닙니까!”

“그게 접니다. 저는 오로지 의장님 차량만 운전합니다.”

“.....!”

“의장님께서는 1차적으로 안전하고 튼튼한 차량을 타셔야 하는 것과 더불어 최고급 차량을 타셔야 합니다. 남들의 시선도 신경 쓰셔야 하기 때문입니다. 빅샷이시니까요.”


Big Shot.

거물 혹은 유력자라는 말이다.


“이런 협찬 차량은 재테크도 된다고 합니다.”

“차는 한 번만 타도 중고차가 되는데 무슨 재테크요? 혹시 공짜로 받아서요?”

“연예인이 타던 차량은 높은 금액에 중고차로 팔 수 있다고 합니다.”

“중고차 족보......?”


자동차 중고 시장에는 차량의 상태를 표시하는 중고차 족보라는 것이 있다.

전 주인이 어떤 사람이었는가를 의미하기도 한다.

가령 주말 부부가 주말에만 사용하던 차라던가, 여성 운전자가 조심스럽게 타던 차 등.

사기꾼들이 이를 악용하기도 한다.

특히 ‘톱스타 아무개가 타던 차’ 역시 주된 족보 정보에 해당된다.


“연예인이 타던 차라고 해서 차량 상태가 더 좋을 리가 없을 텐데. 험하게 타면 모를까.”

“대신 ‘아무개가 타던 차’라고 자랑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의외로 인기가 많다고 합니다. 비슷한 조건의 중고차에 비해 10~20% 높은 값에 팔린다고.”


결국 연예인은 25~35% 할인한 금액으로 차량을 구입해 중고로 팔 때는 10~20% 높은 가격에 팔고 있는 셈이다.

류지호의 경우는 무상으로 제공받았기 때문에 차후 공돈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잠시 뇌물인가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이거 그냥 팔아도 되는 겁니까?”

“의장님께서는 그러시면 욕먹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의 가장 뜨거운 주목을 끌고 있는 젊은 거물은 누가 뭐라고 해도 류지호다.

영화감독으로써, 또 최연소 억만장자로서.

한국판 타블로이드라고 할 수 있는 스포츠신문에서는 류지호가 신는 양말 브랜드까지 기사화하고 있을 정도다.

류지호가 평상시 입는 캐주얼 스타일이 화제가 되기도 하고 그를 따라 하는 이들까지 있을 정도다.

일거수일투족이 청소년부터 장년까지 큰 관심사였다.

물론 의전과 PI 담당 비서진들의 철저한 관리 하에 매스컴 노출시 패션은 물론 언행까지도 진행되고 있었지만.

한국의 재벌이 이렇게까지 호의적으로 대중들에게 주목을 끌었던 적이 없다.

재벌은 탐욕의 화신이자 한국사회를 마음대로 주무르는 악으로 규정되어 있으니까.

물론 류지호의 안티들도 많다.

그들이 활동할 공간이 제한적이어서 큰 이슈가 되진 않았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가 활성화된 시기였다면 류지호를 두고 별의별 말들이 나왔을 것이다.

게다가 중년의 아저씨였다면 단순히 유명한 것에서 그쳤을 터.

류지호는 이제 20대 중반을 넘긴 청년이다.

미혼이다.

특히 여성팬덤은 당대 최고의 스타연예인 못지않았다.


“사실 의장님에 대해 슈퍼스타니 같은 말로 연예인으로 대접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국빈 대접을 해도 모자란데 말입니다.”


JHO Company를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하면 미국 500대 기업에 너끈히 들어갈 수 있다.

그런 기업의 실질적인 주인이 류지호다.

미국에서 15억 달러를 큰 부담 없이 조성할 수 있는 거물 투자자이기도 하고.

단순히 유명인 혹은 셀럽 따위가 아니다.

에드워드 버펫, 에드윈 터너 같은 거물들과 편하게 어울릴 수 있는 대한민국에서 몇 안 되는 기업가다.

가온 이사회의장 비서실은 자신들의 보스가 한국에서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여겼다.

한국의 재벌 2세였다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을 마약 혐의와 관련해 용산경찰서 내사문제도 그렇고, 매스컴에서도 경제면보다 연예계 가십에서 더 많이 다뤄지는 것도 불만이었다.


“쓸데없는 소리 말고, 얼른 갑시다.”


류지호를 태운 체어맨이 한남동 UN빌리지를 떠났다.


✻ ✻ ✻


서울 하계동에 위치한 코아백화점 노원점 주차장에 팀장급들이 이미 도착해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의장님.”

“일찍들 왔네요.”


류지호는 팀장들과 인사를 나누고, 곧바로 백화점 주변 지역을 돌아봤다.

지하2층 지상5층의 연건평 6,600평.

연매출 950억 원에 이를 정도로 꽤 괜찮다.


“모기업의 부도만 아니었다면 절대 매각할 수 없는 지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행은 매장 안으로는 들어가지 않았다.

류지호 본인은 백화점 사업에 대해 알지도 못했다.

공연히 한축공영 측에 이상한 신호를 줄 필요도 없었고.

류지호가 수행원들과 하계동에 나타난 것으로 이미 의미심장한 행보였지만.

암튼 성남점, 광명점, 대전점까지 확인했다.

모회사가 건설회사다 보니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끼고 있다.

미래의 상권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입지가 그런대로 나빠 보이지는 않았다.

물론 멀티플렉스로서는 두고 봐야겠지만.


“전주를 제외하고 네 개 지점 총 매출이 4,000억 원을 넘습니다. 만약 네 개 지점 모두 일괄인수를 한다고 가정하면 최대 1,30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광명점이 애매했다.

중저가 브랜드 백화점 위치로는 나쁘지 않았다.

다만 멀티플렉스 입지로는 적합하다고 보기 어려웠다.

마지막으로 전주 노송동에 위치한 코아호텔을 돌아 봤다.


“여기도 코아백화점이 있었네요? 왜 이곳은 매물로 나오지 않은 겁니까?”

“전주의 한 향토기업과 협상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문 실장, 코아호텔 현황 조사한 대로 이야기 해봐요.”

“총자산은 120억~130억 정도로 추산되고, 총부채는 60억 내외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저기 함께 붙어있는 백화점까지 함께 인수하면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어떤 복안이신지.....”

“호텔, 백화점, 주차장, 그리고 저쪽 건물 두 채까지 사서 아예 리모델링을 하는 거죠.”

“소요 예산이 만만치 않게 들어가게 될 것 같습니다.”

“코아백화점 네 곳을 인수할 자금 외에 따로 운용할 수 있는 자금이 없단 말입니까?”

“500억 선이라면 충분히 검토해볼 수 있을 듯합니다.”

“그렇단 말이죠?”

“혹시 미니 센텀시티.... 가온 복합타운을 고려하십니까?”

“문 실장은 내 머릿속에 무슨 칩이라도 심어놨어요?”

“무슨 말씀이신지.....?”

“내 생각을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요?”

“차라리 땅값이 싼 외곽으로 나가 대규모 타운을 건설하는 것이.....”

“까르푸가 왜 한국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을까요?”

“여러 요인이 있습니다. 핵심역량인 바이어를 양성하는 대신 타 업체에서 스카우트 해오는데 의존하고 있습니다. 이미 타 업체에서는 최소 5~20년 된 전문인력들이 포진해 있는 것과 비교가 됩니다.”

“입지 측면만 놓고 봤을 때.”

“상권에서 너무 동 떨어져 있습니다.”

“비용을 낮추기 위해 도심 외곽에 출점했죠.”

“예.”

“우리나라 고객 특성 상 입지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을 그들은 생각 못했어요.”

“.....”

“한국에 들어오는 외국계 할인점들 스스로 잘 알고 있으면서 놓치는 것이 있지요. 그것은 바로 할인점 경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선점효과라는 겁니다. 좋은 장소에, 가장 먼저, 많이 지어야, 돈을 벌 수 있지 않겠습니까?”


당연히 영화감독인 류지호보다 전문가들인 팀장들이 더 잘 안다.

다점포망 구축으로 인한 규모의 경제.

극장 체인 사업에 대입할 경우에도 똑같다.

참고로 IMF를 거치며 땅값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상황에 L-마트가 전국적인 다점포망 구축에 나서게 된다.

1999년에는 오성과 영국의 최대 유통기업 테스코가 손을 맞잡고 패밀리플러스를 합작 설립하는가 하면, 백화점 업태가 성장의 한계를 노정하기 시작한 상황에서 할인점 진출을 모색하던 광성그룹이 매장 오픈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 시점에 유독 까르푸만이 투자를 멈췄다.

2000년도부터 까르푸 주가가 곤두박질치기 시작하면서, 2001년 그룹의 자금 사정이 굉장히 좋지 않게 되고, 출점을 포기하면서 타 업체에 좋은 시장을 다 뺏겨버리게 된다.


“여러분들은 나보다 기업과 경영에 대해 더 잘 알겁니다.”

“아닙니다. 의장님은....”


류지호가 손을 들어 문 실장의 말을 막았다.


“내가 여러분보다 조금은 낫다고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은 영화 사업 분야일 겁니다.”


수행원들은 말을 끊지 않기 위해 잠자코 있었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난 미국에서 트라이-스텔라와 여러 영화사들을 소유하면서 그들의 비즈니스를 속살까지 모두 들여다봤어요. 극장 부분만 좁혀서 본다면 현재 북미 멀티플렉스 상당수가 대형 유통시설과 함께 있어요. 때문에 온 가족을 위한 놀이공간이 되어가고 있는 추세에요. 극장으로서는 고객을 자신들의 공간 안에 오래토록 붙잡고 싶은 것이 당연한 겁니다. 이미 80년대부터 극장과 쇼핑몰 그리고 오락시설의 융합을 시도했죠. 하지만 뉴욕 같은 거대도시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곳에는 이미 엄청난 브랜드의 쇼핑몰과 문화시설이 넘쳐나니까. 그런 대도시 멀티플렉스의 전략은 무엇일까요?”

“차별화입니까?”

“대형화일 가능성이 높겠군요?”


문지열과 김양호가 차례로 말했다.


“둘 모두 맞아요. 거기에 보태자면 전통입니다.”

“.....?”

“미국은 땅덩어리가 워낙 넓어 차량으로 움직이는 문화죠. 때문에 우리로서는 상상도 하지 못하는 규모의 극장을 한적한 곳이나 도시 외곽에 짓습니다. 주차장 확보도 쉽고, 압도적인 시설을 건설할 수 있으니까. 그 외에 도심에 있는 멀티플렉스는 가능하면 본래 그 극장이 가지고 있던 전통을 유지보존하려고 하지요. 지금도 LA 차이니즈 극장은 단관극장입니다. 하지만 시설, 장비 모두 아주 끝내줍니다. 때문에 할리우드의 거의 모든 영화가 그곳에서 언론시사를 하죠.”


팀장들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G.O.M 1호점 어떻습니까?”

“적어도 한국에서는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화려합니다. 그런 한 편 깔끔합니다.”

“관객의 동선이 자연스럽습니다. 매표, 매점, 상영관까지 꽤 영리한 설계가 이루어졌습니다.”


팀장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 떠들었다.


“모두 맞는 말입니다.”


류지호가 잠시 뜸을 들였다.


“난 말입니다. 강남점이 자랑스러운 한 편 아쉽기도 합니다.”

“....?”


한국 최고 시설을 자랑하는 극장을 가지고 있으면서 아쉽다?

팀장들은 이해할 수 없었다.


작가의말

즐겁고 행복한 하루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PS. 사전알리미님 후원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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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4 우리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 +6 22.11.14 4,371 143 26쪽
333 Big Shot. (5) +5 22.11.12 4,361 142 22쪽
332 Big Shot. (4) +6 22.11.12 4,143 134 26쪽
331 Big Shot. (3) +7 22.11.11 4,408 139 25쪽
» Big Shot. (2) +16 22.11.10 4,408 143 23쪽
329 Big Shot. (1) +10 22.11.09 4,464 145 23쪽
328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3) +9 22.11.08 4,286 141 22쪽
327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2) +2 22.11.08 4,071 133 22쪽
326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1) +9 22.11.07 4,358 138 21쪽
325 사회생활은 인맥이야...! +9 22.11.05 4,491 138 26쪽
324 선택과 집중. (4) +9 22.11.04 4,469 138 22쪽
323 선택과 집중. (3) +10 22.11.03 4,366 148 22쪽
322 선택과 집중. (2) +7 22.11.02 4,728 148 24쪽
321 선택과 집중. (1) +5 22.11.01 4,596 148 24쪽
320 아무 것도 안 해서, 안 돌아가는 일도 있더라. +5 22.10.31 4,578 144 30쪽
319 아무 것도 안 해도 잘만 돌아간다. (3) +10 22.10.29 4,568 146 27쪽
318 아무 것도 안 해도 잘만 돌아간다. (2) +8 22.10.29 4,303 131 22쪽
317 아무 것도 안 해도 잘만 돌아간다. (1) +9 22.10.28 4,564 153 27쪽
316 Celebrity. (2) +8 22.10.27 4,529 148 28쪽
315 Celebrity. (1) +10 22.10.26 4,605 144 27쪽
314 지적인 액션영화는 망할 걸? +4 22.10.25 4,639 155 26쪽
313 엄마는 여한이 없어..... +11 22.10.24 4,572 144 29쪽
312 세계 최초의 D-Cinema! +5 22.10.22 4,513 154 25쪽
311 환경이 아닌 인식의 문제. (4) +4 22.10.21 4,457 143 24쪽
310 환경이 아닌 인식의 문제. (3) +11 22.10.20 4,372 160 22쪽
309 환경이 아닌 인식의 문제. (2) +8 22.10.19 4,470 132 22쪽
308 환경이 아닌 인식의 문제. (1) +6 22.10.18 4,567 155 22쪽
307 괴짜 같은 녀석..... +7 22.10.17 4,511 150 25쪽
306 영화 기술사의 한 획! (5) +13 22.10.15 4,534 162 20쪽
305 영화 기술사의 한 획! (4) +5 22.10.15 4,270 129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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