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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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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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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쪽

세계 최초의 D-Cinema!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프로듀서이자 영화감독 지호 류가 오는 6월 2일 UCLA TV·영화과 졸업을 앞두고 열리는 상영회에서 영화기술사의 새로운 장을 열 것이라 예고했다. 그날 LA와 샌프란시스코, 캔자스, 텍사스 등 네 군데 극장에서 최초의 D-Cinema 상영이 이루어진다. 이날 상영되는 영화는 그의 졸업 작품인 <Dream Come True>라는 디지털 영화다. 디지털 방식의 영화란 셀룰로이드 필름을 사용하지 않고 영화 화상을 디지털 신호로 옮겨 디지털 영사기를 통해 상영하는 영화다. 이 영화는 소닉의 DV로 촬영되어 포스트프로덕션 전 과정에서 컴퓨터를 이용한 디지털 편집으로 완성됐다. 영화기술사의 새로운 장이라고 표현한 것은 최초로 극장상영까지 디지털 기술로 이루어진다는 사실 때문이다. 다만 최초의 실험만 D-Cinema로 공개되고 이후 정식 개봉은 전통적인 필름 상영이 될 예정이다. 지금까지 DV영화를 키네스코핑을 통해 35mm 필름으로 옮겨 상영하는 대신 이 영화는 디지털 데이터를 인공위성을 통해 송출할 예정이다. 이 신호를 수신한 미국 내 네 곳의 극장들은 디지털 프로젝터를 이용해 영화를 관객에게 상영한다. 특수효과나 편집에 디지털 방식이 도입된 것은 오래된 일이다. 영화 전체를 디지털 방식으로 상영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또한 위성을 이용한 극장상영이라는 점에서 더욱 더 의미심장하다. 만약 이 시도가 성공하게 된다면 할리우드 스튜디오와 감독들 모두에게 희소식이 될 것임은 명백하다. 감독이 될 준비는 되었으나 제작비가 없어서 애태워온 사람들에게 많은 용기를 줄 것임에 틀림없다. 지호 류가 열어젖히게 될 실험은 조프 지 루카스가 <스타워즈>를 찍으면서 절정에 다다를 것으로 보인다.]

- 버라이어티 수잔 로섬 기자.


대학 행사가 지역신문에 소개되는 것은 그 다지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그런데 할리우드 유력 매체인 버라이어티에서 소개한다면 조금 다른 이야기다.

영화업계와 관련해 중요한 행사라는 뜻으로 읽을 수 있을 테니까.

사실 UCLA를 비롯해 USC, AFI, NYU 등 유명한 영화과 졸업작품 상영회는 학교 이벤트를 넘어선다.

졸업생은 물론이고 업계 관계자, 기자들도 많이 참석한다.

UCLA TV·영화과 졸업 작품 상영회는 5월 말부터 세 번에 나눠서 열렸다.

류지호의 D-Cinema 실험 작품은 마지막 날 잡혀 있다.

버라이어티뿐만 아니라 많은 할리우드 매체와 지역 언론에서 올해 UCLA 영화과 졸업작품 상영회를 떠들썩하게 소개했다.

그로인해 예년의 상영회 규모를 아득히 뛰어넘었다.

예술극장의 좌석이 모자라 재학생들은 서서 영화를 관람할 처지에 놓였다.


“3일 간 연장 상영할 예정입니다.”

“역사적인 실험은 오늘 하루뿐이잖아요.”


아무리 안내를 해도 요지부동인 관객들.

그들은 역사적인 이벤트라고 알려진 영화상영을 구경하기 위해 극장을 떠나지 않았다.

앨런 포스터가 혼잡한 예술극장을 둘러보며 말했다.


“마치 최초의 달 착륙을 보기 위해 TV 앞에 모인 사람들 같네.”


나란히 서있던 류지호가 말을 받았다.


“우리가 안일하게 생각했던 모양이야.”

“그러게.”


이렇듯 열광적인 관심을 끌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알았다고 해도 극장을 다른 곳으로 옮길 수도 없다.

UCLA 졸업 작품이기 때문이다.


“조지프 루카스의 영화도 아니고 겨우 졸업생 작품에 말이지.”

“겨우는 아니지.”

"영화에 관심을 가져주면 좋으련만... 위성송출 동시상영에만 관심이 많으니....“

“이럴 줄 알았으면, <Escape>를 상영할 걸 그랬어.”


안 될 말이다.


“앨런 어떻게 생각해. 상영회.... 무사히 마칠 수 있겠지?”

“연구실 실험에서는 최근까지 실패가 없었으니까. 문제없을 거야.”


어차피 되돌리기에는 늦었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어디 가?”

“영사실에.”


류지호는 안심이 되지 않아 영사실로 향했다.

이번 D-Cinema 실험에 세 가지 타입의 디지털 영사기가 동원되었다.

먼저 달라스 인스트루먼트(DI)사의 DLP(Digital Light Processing)가 장착된 영사기.

NVC와 Hughes 합작사의 ILA 영사기.

마지막으로 Eye-MAX의 실험실 테스트 수준의 프로토타입 영사기.

그렇게 세 종류다.

위성 송출은 NVC-Hughes 각각의 자회사인 시네콤(CineCom)과 퀄콤(QualCom)의 협력으로 이루어질 예정이다.

특히 휴즈(Hughes)는 민간위성 제작 및 서비스 회사로 지난 95년 인공위성 EchoStarI을 성공적으로 대기권에 쏘아 올렸다.

할리우드의 전설적인 인물 하워드 휴즈가 설립한 휴즈 항공의 중요 사업부문이다.

일본전자회사 NVC는 VHS 비디오 기록장치 개발회사로 유명했고.

또한 NVC와 퀄콤은 합작사인 '시네콤 디지털 카메라'에서 영화용 디지털 카메라도 개발 중이다.

소닉은 Skywalker Films, USC와 협력 중이다.

그들은 댈러스 인스트루먼트의 DLP 대신 독자적인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극장에서 D-Cinema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영사기만 덜렁 있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영화 데이터의 암호해독, 압축해제, FM(Forensic Marking) 등의 기본기능과 컬러스페이스 전환, 리사이징, 포맷전환 등의 부가기능까지 수행하는 디지털 영사서버(미디어 블록), 극장의 상영목록 편집, 선택, 상영 시작과 종료 등의 지역별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는 상영관 관리 시스템, 극장 내의 모든 장비(영사기, 음향, 조명 등)에 대해 제어, 감독, 관리를 위한 극장관리 시스템, 멀티플렉스 극장을 위한 극장 라이브러리 서버 등의 기술과 장비가 필요하다.

따라서 류지호가 시도하고 있는 일련의 실험은 단순히 필름을 대체하는 디지털 영화가 아니라 극장의 전반적인 시스템까지 아우른다.


‘초고속 인터넷 혹은 위성 송수신 비즈니스까지 내가 쥘 수만 있다면 D-Cinema 비즈니스 모델을 JHO가 선도적으로 개척할 수 있다는 거지.’


즉 D-Cinema 유통 부문에서 JHO Company가 파이 큰 조각을 차지할 수도 있다.


딩동!


극장 상영 알람음과 함께 극장불이 소등되었다.

드디어 최초의 D-Cinema 포맷 <Dream Come True>의 역사적인 상영이 시작되었다.


“...음.”

“뭐지?”

“이 영화의 정체가 뭐야?”

“지호답지 않은 영화인데....?”


영화가 상영되자, 관객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류지호를 잘 아는 사람들은 전에는 보지 못했던, 가벼움과 장난스러움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할리우드 관계자와 기자들은 ‘이 영화 뭐지‘ 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하하하.”

“호호호.”


일반 관객만 다소 익살스럽고 코믹북스러운 장면 묘사 때문에 웃음을 터트렸다.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 효과.

과할 정도의 빵빵한 사운드.


"오오~“


UCLA 학생들은 아케이드 게임을 연상시키는 익숙한 화면이 나올 때마다 탄성을 터트렸다.

이번에 작업한 두 영화로 인해서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댔다.

그들 사이에서 수많은 전문지식들의 공유가 이루어졌다.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곳이 Hues & Rhythm Studios다.

원본의 손상 없이 모든 VFX 작업을 컴퓨터로 할 수 있었다.

기존에는 여러 공정을 거치며 화면과 VFX 사이에서 이질감이 생겼다.

기술적 문제들을 종합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 기회였다.

또한 필름은 사운드트랙 수가 6개로 한정되어 있다.

반면 디지털 영사시스템은 최대 12개의 오디오 채널을 이용할 수 있다.

추가되는 채널을 이용해 영화 분위기에 맞춰 좀 더 풍부한 사운드 디자인을 할 수 있었다.

Hues & Rhythm Studios는 남는 사운드 트랙을 이용해 다양한 특수효과를 살릴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의자를 흔들리게 하거나, 화면 현장의 냄새를 전달하는 것 같은.

이런 기술로 구현할 수 있는 것이 바로 4D다.

평론가, 기자, 할리우드 관계자들은 영화가 모두 끝날 때까지 류지호가 왜 이런 영화를 찍었는지 짐작도 하지 못했다.

오락실 게임에서나 보던 화려한 이펙트들.

판타지와 현실이 뒤섞인 장면전환.

개연성은 무시하기로 작정했는지, 툭하면 나오는 코믹한 상황과 생뚱맞은 전개.

그런데 엔딩을 보고 나서야 비로소 박수를 칠 수 있었다.

길거리에 덩그러니 있는 문짝.

주인공이 문을 열고 사라진다.

카메라가 그 문 안으로 빨려 들어간다.

카메라는 대기권을 향해 날아올라간다.

결국 지구 밖으로 나간다.

지구 대기권에 떠있는 무수한 위성들.

그 위성들에는 DALLSA, Eye-MAX, Kojak, Panavision, OMDb, LMI, Da Vinci, Abid, REAL 3D 등 수많은 영화 관련 브랜드들이 새겨져 있다.

캘리포니아주 어딘가에서 쏘아진 디지털 신호가 위성으로 모아졌다가 다시 전 세계 곳곳으로 흩어지는 화면에서 영화가 끝이 난다.


“디지털 판타지를 위성을 통한 D-Cinema 기술로 전 세계가 동시에 즐기게 될 것이다!”


류지호가 영화 내내 게임 화면, 난잡한 VFX 이펙트, 현란한 사운드를 구사한 것은 일종의 선언 같은 것이다.

영화, 게임, 코믹북, VFX, 새로운 서사...

이 모든 것들이 융합된 영화가 디지털로는 가능하다.

그런 선언이다.

영화 자체는 매우 취향을 탄다.

다만 신나는 비트의 BGM, 만화적인 상상력, 깨알 같은 개그 그리고 빠른 전개로 인해 지루할 틈은 없다.

가끔 시원하게 웃음도 선사해준다.

코드가 맞아야 웃을 수 있지만.

돈이 부족해 막 찍은 영화보다는 세련되고, 할리우드 평균적인 상업영화에 비해서는 꽤나 거친 영화다.

볼 때는 지루하지 않지만, 보고나면 허무한.


“우리 성공한 거 맞지?”


앨런 포스터가 찝찝하다는 투로 류지호에게 물었다.


“난들 알아?”


끼이잉!


그때 귀를 거슬리는 마이크 하울링이 들렸다.

밥 세이먼드 GMG Lab 선인연구원과 로랑 를르슈 UCLA교수가 마이크를 들고 나왔다.


툭툭.


로랑 를르슈 교수가 마이크를 두 번 치고는 입 앞으로 가져갔다.


- 샌프란시스코, 캔자스, 텍사스의 극장은 이곳 예술극장과 마찬가지로 영화 상영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밥 세이먼드가 말을 받았다.


- 영화 데이터 위성송출 및 실시간 상영 실험이 성공했음을 알릴 수 있어 영광입니다.


짝짝짝!


예술극장 안에 우렁찬 박수소리가 터졌다.

특히 UCLA 예술대 학장을 비롯해 연구원들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축하해.”


지인들이 류지호에게 몰려와 악수를 건넸다.

연구원들도 달려와 밝은 얼굴로 축하를 건넸다.


“내가 축하받을 일인가? 일은 전부 저들이 했는데.”


류지호가 검지로 볼을 긁적거렸다.

기획을 하고 돈을 댄 것 밖에는 없다.

오늘의 성과는 수 개 월 동안 밤낮없이 고생한 15개 업체 연구팀의 몫이다.

앨런 포스터가 류지호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말했다.


“네가 보스잖아. 그냥 즐겨.”


어쨌든 D-Cinema 프로젝트는 성공적이었다.

기술적으로 그리고 인프라 부분에서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었지만, 시작치고는 나쁘지 않은 결과다.

류지호는 공명심이나 유명해지고 싶어 D-Cinema 프로젝트를 실험한 것이 아니다.

D-Cinema 표준을 JHO Company가 주도할 사전작업을 해두려는 목적이 컸다.

미국 영화산업의 모든 규격 혹은 표준은 영화협회(MPAA)에서 결정한다.

영화협회 회원은 단 6개의 메이저 스튜디오다.

흔히 빅 식스라고 불리는 바로 그 영화사들의 단체에서 관람등급도 부여하고, 영화 저장매체(FILM, VHS, LD, DVD)의 규격이나 표준을 결정했다.

그럴 수밖에 없다.

그 6개 메이저 스튜디오에서 할리우드가 생산한 영화의 80% 이상을 배급한다.

D-Cinema 관련 규격도 그들이 만든 TF에서 연구하게 될 것이다.

결정도 그들이 하게 될 것이 뻔하다.

할리우드의 D-Cinema 규격이 곧 세계적인 표준이 될 수도 있다.

영화협회 회원이 아닌 트라이-스텔라는 연구에는 낄 수 있다.

의사결정 과정에 낄 수는 없다.

유대자본으로 탄생한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는 그들 외의 다른 거대한 경쟁자를 용납하지 않아왔다.

그런 시대는 종말을 맞이했다.

일본 자본이 들어왔고, 유럽 자본이 빅 식스에 스며들었다.

앞으로는 유대인이라는 민족적 결속력보다 지분 이해관계에 의해 의사결정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80년대였다면 류지호가 트라이-스텔라를 지금의 위상에 올리지 못했다.

빅7이 트라이-스텔라의 성장을 견제했을 테니까.

파커와 그레이엄 가문이 배경이 되어주어도 마찬가지다.

할리우드를 유대계가 철저하게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90년대에 들어서면서 그런 견고한 판에 틈이 생겼다.

전통적인 미디어와 결합을 하며 유대계의 영향력을 더욱 강화하는 것처럼 보이긴 한다.

그런데 인터넷이라는 완전 새로운 미디어가 출연했다.

유대계 자본이 장악하고 있던 정보와 여론을 약화시킬 경쟁자가 등장한 것이다.

미국영화협회(MPAA)의 정회원이 되는 것이 어렵다면 어렵다.

한편으로 쉽기도 하다.

메이저 스튜디오의 권력과 이익에 부합하기만 하면 되니까.

할리우드 초창기부터 수십 년 동안 메이저 스튜디오는 빅5+1이었다.

복잡한 영욕의 세월을 겪고 있는 MGM Studios 대신 LOG Company가 정회원이 되면서 빅6가 되었다.

한때 빅8이었던 적도 있다.

오라이언과 터너 브로드캐스팅도 회원이었던 적도 있다.

모리스 메타보이는 21세기를 맞이하기 전에 정회원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금의 성장세와 영향력이라면 충분히 가능해 보였다.


- 당신은 인터뷰를 잘 안 하는 걸로 알려졌다.


상영회를 마친 류지호는 기자들과 인터뷰 자리를 가졌다.


“한 때 나를 ‘은둔자’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건 언론의 오해다. 일부러 언론을 피한 것도 아니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대학은 들어가는 것보다 졸업하는 것이 몇 배는 힘들지 않나? 나는 대학생활을 즐기기 위해 UCLA에 입학한 것이 아니다.”

-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그 흔한 파파라치 컷조차 별로 없다.

“내게 프랭크 파머 같은 우수한 경호원이 있기 때문이다.”


영화 <보디가드>에서 마빈 코트너가 연기한 대통령 경호원 출신 보디가드의 이름이 프랭크 파머다.

이 영화 역시 류지호가 영화 선택권리를 이용해 그린 라이트를 켠 영화다.


“참고로 나와 경호원들이 뜨거운 키스를 나눌 일은 절대 없다. 내 경호원들은 대부분 유부남이다.”


하하하.

기자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트렸다.

영화 <보디가드>의 엔딩 장면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류지호의 말은 경호원들은 자신을 절대 떠나지 않을 거란 의미다.


“지난 2년간 보통 15번 정도 인터뷰를 한 것으로 기억한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7번 인터뷰를 했다. 이만하면 외부접촉이 잦은 편 아닐까?”


기자 한 명이 손을 들었다.

류지호가 고개를 끄덕이자 기자가 입을 열었다.


- 왜 저예산인가? 또 졸업 작품에 어떤 의미를 두고 있나?

“상업영화로 했다면 시간이 오래 걸렸을 것이다. 나는 현재 기술력과 인프라가 어떤지가 너무 궁금했다. 나는 빨리 D-Cinema가 구현되는 것을 보고 싶었다. 그래야 실제 무엇이 문제인지를 알 수가 있을 테니까.”

- 이번 프로젝트로 영화가 과대포장 돼서 역효과를 발휘할 거라는 생각은 안 해봤나? 자신의 영화가 평론가로부터 정당한 대접을 받을 것이라 생각하나?

“내 영화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을 거란 걸 충분히 예상한다. 평론가들이 높이 평가해주길 기대하지도 않고. 그들을 염두에 두지도 않았다. 그들은 <Dream Come True>를 보고 비웃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런 데 익숙하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는 않는다.”

- 이번 영화는 관객들의 선호도가 크게 갈릴 것 같다. 위험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없다. 아무것도. 내가 만들고 싶은 대로 만들었기 때문에. 나는 비록 장편영화는 겨우 세 편 밖에 연출하지 않았지만, 단편영화는 또래 중에서 가장 많이 찍어봤을 거라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좌절했던 경험이 많다. 내가 하고자 했던 바를 완벽하게 표현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것에는 기술적 한계도 분명 존재한다. 이제 디지털 영화 프로젝트가 분기점이 될 것 같다. 그리고 컴퓨터로 만든 피조물이 점차 자연스러워지고 있기 때문에, 곧 때가 올 것이라 생각한다.”

- 어떤 때를 말하나?

“더 거대하고, 더 신기하며,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

- 디지털 프로젝트를 위해 두 편을 찍은 것으로 알고 있다. 남은 한 편은 언제 공개할 예정인가?

“오늘 본 영화는 부천판타스틱 영화제에 초청되었다. 다른 한 편은 조금 더 다듬어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될 것 같다.”

- 그 곳에서도 D-Cinema로 상영되나?

“안타깝지만 그럴 수 없을 것 같다. 현재 전 세계에서 디지털 프로젝터는 겨우 다섯 개에 불과하다.”

- 그것 참 안타까운 현실이다.

“프로젝트에 참가한 회사들이 영화제 지원에 진지한 검토를 해주길 기대한다.”

- Skywalker 혹은 소닉과 협력할 계획은 없나?

“그 문제는 내가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기업과 연구기관만 15개에 이른다.

류지호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없는 사안이다.


- 전작에서 저예산 영화로 흥행수입 8,000만 달러를 돌파했다. 이번 영화에서도 그 정도 성적을 거둘 것이라 생각하나?

“흥행은 경연이나 올림픽 게임이 아니다. 난 신기록 작성이나 아카데미 수상을 위해 영화를 만든 게 아니다. 괜찮은 성공을 바랄 뿐. 등수는 아무 상관없다.”

- 지금까지 인상적인 영화들은 주로 느와르 풍의 어둡고 비관적인 영화들이었다. 이번 영화는 다른 사람이 만든 것처럼 보일 정도로 완전히 다르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부디 <Dream Come True>에서는 의미를 찾지 않길 바란다. 그저 85분이 매우 신나고 흥미진진하게 흘러가길 바랄 뿐이다. 내가 아무 의미도 두지 않은 장면에서 논란을 만들어지지 않기 바란다. 이번 영화는 의미를 두지 않고 작업했다. 디지털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탐구하고 그것으로부터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가 관심사였다. 이야기와 캐릭터가 있을 뿐. 그저 디지털 영화다.”

- 디지털의 맞춤 영화라고 이해하면 되나?

“사람들은 내게 좀 덜 예술적이거나 사회현상에 대한 자의식이 덜 들어간 영화를 만드는 게 좋겠다고 충고하곤 한다. 내가 좀 더 영화적으로 성숙하려면 일정한 틀에 갇혀서는 곤란하다.”

- 다양한 기술을 보유한 IT 기업과 디지털 원천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을 인수합병하고 있다. 모두 D-Cinema를 위한 일련의 행보라고 보면 되나?

“이번 프로젝트는 역사상 가장 많이 연구, 조사한 단일 영화일 것이다. 이런 전 과정도 영화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뉴욕에서는 DV 6mm 캠코더를 이용한 영화작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열심히 디지털 영화를 만들어도 다시 필름으로 상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미학이 나타나기도 하겠지만, 누군가는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까운 미래에 디지털 영화가 보편화 된다고 해서 필름이 패배한다거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어머니에게서 태어났듯 과거와 현재의 영화들은 디지털 영화의 어머니다.”

- 지금까지 자신의 경력에 만족하나? 경영에 나설 생각은 없나?

“난 지금 매우 행복하다. 준비가 되는 대로 영화를 찍어나갈 것이고, 훌륭한 스크립트를 발굴해 역량 있는 감독에게 맡길 것이다. 내 작업실에는 수십 개의 아이디어가 있는데, 내 생애 동안 몇 편이나 그것들을 찍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 디지털 영화에 대해 낙관하나?

“낙관도 비관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속도로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게 된다면 꿈꾸는 모든 게 가능한 날도 오리라 생각한다. 대신에 부작용도 있을 것 같다. 사람들이 전보다 영화를 대충 찍게 될까 우려스럽긴 하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는 음향 스태프들이 붐 마이크가 화면에 나올까 봐 열심히 들고 있었는데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 아무렇게나 들고 있을 수도 있다. 화면에 마이크가 나와도 컴퓨터 그래픽 기술로 지우면 되니까. 그리고 VFX 이미지의 복제 역시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누군가 영화에서 사용한 VFX 기술이 들어간 장면들이 이 영화 저 영화에서 대량으로 복제되어 개성 없는 영화를 양산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 스튜디오는 그런 것에 별로 개의치 않을 것 같다. 당신 역시 메이저의 오너다.

“메이저든 인디영화든 상관없다. 원하는 게 예술적 성취인가, 상업적 성공인가만 있을 뿐이다. 예술 하려면 지금 하던 대로 계속하면 되고, 비즈니스를 하려면 더 나은 방식에 적응해야 한다. 영화계 종사자들은 매번 이런 선택 앞에서 고민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나라고 다르지 않다.“


류지호의 인터뷰는 1시간을 훌쩍 넘겨 진행되었다.

오랜만에 맞이한 인터뷰 기회다.

기자들은 좀처럼 류지호를 놔주지 않았다.


“디지털 영화 기술에 대한 부분은 UCLA 로랑 교수나 GMG의 닥터 밥에게 따로 질문해주시길 바란다.”

- D-Cinema의 보급은 언제쯤이 될 거라 예상하나?

“모든 영화들이 디지털 영화로 배급, 상영된다면 트라이-스텔라가 해마다 6억 달러 이상을 절약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 우리의 추산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것이 있다. 디지털 영사 시스템 설치비용 문제다. 아직 업체마다 디지털 영사기 한 대 설치비용이 명확하진 않지만, 현재로서는 최소 19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극장이 선뜻 모험을 하려고 하지 않을 거다. 극장업계가 영화산업 자금의 원천이고 보면 디지털 영화의 정착은 극장업계를 어떻게 설득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극장주들은 디지털 영사기 설치가 영화사들에 직접 이익을 안겨주기 때문에 설치비를 영화사들에 떠넘길 가능성이 높다.

그것을 빅 식스가 순순히 받아들일 리가 없다.

또한 D-Cinema는 전통적인 영사기사의 퇴출을 가져온다.

때문에 관련 노조의 저항도 풀어야 할 숙제다.

영화사들 역시 큰 문제에 봉착한다.

가장 심각한 것은 무단복제의 가능성이다.

보안을 철저히 한다고 해도 해커들에게 디지털 영화 정보가 절취돼 인터넷에 올라가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을 것이 분명하다.

실제 류지호의 이전 삶에서 그런 사고가 몇 번 벌어지기도 했고.


“이 정도로 인터뷰를 마무리하죠.”


류지호는 적당한 시점에서 말을 멈췄다.

말을 해줘도 이해도 못할뿐더러,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상황에서 험난한 과정에 대해 늘어놓을 필요는 없었다.

인터뷰는 무려 2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류지호는 뒤늦게 프로젝트에 참여한 연구진들과의 뒤풀이에 합류했다.

류지호와 UCLA는 디지털 시네마 패키지(DCP:Digital Cinema Package) 방식과 위성송출 배급 방식 모두를 통합하는 디지털 영화 표준화를 꾀하고 있다.

Skywalker Films는 디지털 영화 자체에 관심이 지대했다.

배급·유통 부문에는 다소 미온적이다.

그 첫 테이프를 류지호가 끊었다.

어느 쪽이 앞서간다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곧 출시될 예정인 고화질 디지털 프로젝터까지 보급되면 더 이상 비디오 영상을 필름으로 옮기는 키네스코핑 비용으로 편당 수천만 달러를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조금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하고, 컴퓨터로 디지털 편집을 하고, 디지털 프로젝터로 상영하는 날이 머지않은 것처럼 보인다. 프랭크 코폴라 감독은 이번 실험에 대해 “할리우드에서 여러 차례 엉뚱하고 신선하며 매혹적인 기획을 선보였던 젊은 영화감독의 이상한, 한편으로 엉뚱한 열정 그 자체다”라고 말했다. (중략)...과거 워너와 PARKs가 발성영화와 비스타 비전, 시네마스코프 등을 통해 그들의 지위를 확고히 다졌던 점을 생각하면, 디지털 영화 보급에 열의를 보이는 Tri-Stellar와 Skywalker의 전략이 과연 그에 못지않은 역사적 획을 긋게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 버라이어티 수잔 로섬 기자.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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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4 우리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 +6 22.11.14 4,371 143 26쪽
333 Big Shot. (5) +5 22.11.12 4,361 142 22쪽
332 Big Shot. (4) +6 22.11.12 4,144 134 26쪽
331 Big Shot. (3) +7 22.11.11 4,409 139 25쪽
330 Big Shot. (2) +16 22.11.10 4,408 143 23쪽
329 Big Shot. (1) +10 22.11.09 4,465 145 23쪽
328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3) +9 22.11.08 4,286 141 22쪽
327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2) +2 22.11.08 4,072 133 22쪽
326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1) +9 22.11.07 4,359 138 21쪽
325 사회생활은 인맥이야...! +9 22.11.05 4,491 138 26쪽
324 선택과 집중. (4) +9 22.11.04 4,469 138 22쪽
323 선택과 집중. (3) +10 22.11.03 4,366 148 22쪽
322 선택과 집중. (2) +7 22.11.02 4,729 148 24쪽
321 선택과 집중. (1) +5 22.11.01 4,597 148 24쪽
320 아무 것도 안 해서, 안 돌아가는 일도 있더라. +5 22.10.31 4,579 144 30쪽
319 아무 것도 안 해도 잘만 돌아간다. (3) +10 22.10.29 4,569 146 27쪽
318 아무 것도 안 해도 잘만 돌아간다. (2) +8 22.10.29 4,304 131 22쪽
317 아무 것도 안 해도 잘만 돌아간다. (1) +9 22.10.28 4,565 153 27쪽
316 Celebrity. (2) +8 22.10.27 4,529 148 28쪽
315 Celebrity. (1) +10 22.10.26 4,606 144 27쪽
314 지적인 액션영화는 망할 걸? +4 22.10.25 4,640 155 26쪽
313 엄마는 여한이 없어..... +11 22.10.24 4,573 144 29쪽
» 세계 최초의 D-Cinema! +5 22.10.22 4,514 154 25쪽
311 환경이 아닌 인식의 문제. (4) +4 22.10.21 4,457 143 24쪽
310 환경이 아닌 인식의 문제. (3) +11 22.10.20 4,372 160 22쪽
309 환경이 아닌 인식의 문제. (2) +8 22.10.19 4,471 132 22쪽
308 환경이 아닌 인식의 문제. (1) +6 22.10.18 4,568 155 22쪽
307 괴짜 같은 녀석..... +7 22.10.17 4,512 150 25쪽
306 영화 기술사의 한 획! (5) +13 22.10.15 4,534 162 20쪽
305 영화 기술사의 한 획! (4) +5 22.10.15 4,270 129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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