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새글

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최근연재일 :
2024.07.05 09:05
연재수 :
901 회
조회수 :
3,838,311
추천수 :
118,862
글자수 :
9,980,317

작성
22.11.07 09:05
조회
4,358
추천
138
글자
21쪽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1)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작년까지만 해도 회사 규모가 고만고만하고 사업 영역도 분야가 작았다.

류지호가 직접 많은 것들을 챙길 수 있었다.

이젠 그럴 수가 없게 됐다.

자회사 규모도 커지고 손자회사까지 가지를 치고 있었다.

모든 자회사들은 전문경영인 체제다.

류지호는 이사회 의장으로써 주로 듣는 입장이다.

그들이 기안한 기획과 아이디어를 채택했다.

직접 뭔가를 하기 보다는 경영자들을 관리·통제하는 입장이다.

(주)가온웨딩은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사업영역도 넓어졌다.

따라서 의장 비서실 기능만으로는 부족했다.

동남아시아발 경제위기를 헤쳐나기 위해 컨트롤타워를 강화할 필요도 있다.

그에 따라 의장비서실을 전략기획실로 개편했다.

오너인 류지호의 직속으로.

조직 형태는 기존의 의전실을 그대로 두고, 신사업 발굴을 맡게 될 신사업추진단, 법무 담당인 준법경영단, 전략기획단 4개 단으로 크게 나누고, 실질적인 사령탑 구실을 할 전략기획단 조직 구성은 재무 담당인 ‘경영지원팀’과 각 계열사 사업을 지원하는 ‘전략 1팀’(영화사업 담당)과 ‘전략 2팀’(독립 계열사 담당), 언론 및 홍보 담당인 ‘커뮤니케이션팀’, 인사 담당인 ‘인사지원팀’, 감사를 담당하는 ‘경영진단팀’ 등으로 구성됐다.


“미국에서 보내 온 보고서 모두 읽어봤을 겁니다.”


서른 명에 가까운 인원이 대답 없이 류지호의 입만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들은 감히 의장의 말이 끊이지 않도록 숨소리까지 조심했다.


“한국에 외환위기가 올 거란 것을 이젠 모두가 압니다. 한국정부가 언제 공식적으로 인정하느냐만 남았죠. 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한 만큼 앞으로 맞이하게 될 위기를 기회로 삼아 살아남는 것을 넘어 한 단계 성장해보도록 합시다. 여러분은 오성이나 경일자동차 그룹 구조본 일원이 아닙니다. 오버 하지 마세요. 여러분의 권한은 무한하지 않으며 책임에서 자유롭지도 않습니다. 나는 이건부 회장이 아니고, 여러분도 황제의 경영을 보좌하는 기구의 일원도 아닙니다. 명심하세요.”

“네. 회장님“


40대 중반의 스마트한 인상의 사내가 손을 들어 발언권을 요청했다.

작년 1월 부도를 맞은 우성그룹 출신의 문지열 전략기획실장이다.

시장조사 및 영업에서 실무경험이 풍부했다.

우성그룹에 있을 때 몇 건의 성공적인 M&A로 회사에 크게 기여한 바 있다.


“질문 있습니까?”

“의장님께서는 전통적인 재벌 방식의 경영과 의사결정 구조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알고 있습니다. 조직 개편은 한국의 경제위기 기간 동안만 존재하는 한시적 조치이십니까?

“영원한 조직은 아닙니다. 5년일지 10년일지 현재로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올 연말부터 2001년까지는 할 일이 정말 많을 겁니다. 과중한 업무에 치일 여러분에게 애도를 표합니다. 다만.... 여러분이 한 만큼 아니 그 이상의 보상이 따를 것이란 점을 분명히 합니다.”


지주회사 개편까지 혹은 닷컴버블 정도까지 유지하고 해체시킬 생각이다.

류지호의 뜻대로 될지는 알 수 없다.

10년 주기로 금융위기가 터지고, 사스 같은 전 지구적 전염병도 출몰하고, 세계 곳곳에서 툭하면 전쟁이 터지고, 산업구조가 급변하게 되고.

21세기 경영환경이 만만치 않다.

그 같은 외부적 상황에 일사불란하게 대응하기 위한 컨트롤타워가 필요하긴 했다.

2020년까지 살아본 류지호는 주요 사건과 흐름을 알고 있기에 더욱 손발이 되어줄 전문 조직이 필요하긴 했다.


“가온이 그룹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가온을 위해 분골쇄신 하겠습니다!”


팀장급들이 저 마다 결의를 다졌다.

상견례를 겸한 전체 회의자리였다.

마무리가 충성맹세의 장으로 변하는 것 같았다.

류지호가 전략기획실 직원 한 명 한 명과 격려의 악수를 나눴다.

(주)가온 계열 기업들의 직급체계는 초창기부터 직무 중심의 직명체계다.

관리형 조직이 아닌 실무형 조직이기에 그렇다.

가람웨딩 스튜디오 시절부터 그랬다.

실무자의 비율이 80%가 넘는 업종의 특성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업이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치중되어 있기도 하고.

전통적인 팀장-부장-차장-과장-대리-주임의 6단계 직급이 아닌 팀장-책임-담당의 3단계 직명으로 단순화한 조직구성이다.

1~3급인 부장과 차장은 책임자(Manager)로, 4~5급인 과장, 대리, 주임은 담당자(Coordinator)로 묶어서 직급을 단순화했고, 팀장(Director)은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담당 직무를 직책 앞에 명기하고 있다.

직원별 업무 전문성을 향상시키도록 독려하고 있다.

예를 들어 비서실 여직원 강은경의 경우...


교육·채용 담당 강은경.


명함과 호칭 모두 그렇게 부르고 있다.

연봉체계는 기존 6단계 직급체계의 연공제를 채택하고 있다.

성과연봉제를 도입할 계획이 없었다.

다만 성과를 낸 직원에게는 특별 상여금을 따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WaW 픽처스 제작부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김재욱의 경우 연봉이 2,400만 원이다.

이 당시 5대 기업 6-7년차 연봉이 기본 상여금 포함 2,500만 원 정도다.

재벌대기업과 비교해도 상당한 수준의 연봉을 받는다고 볼 수 있다.

괜히 WaW 픽처스가 업계에서 꿈의 직장이라고 불리는 것이 아니다.


“문 실장, 바빠요?”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신지.....”

“나와 여주에 다녀오죠.”

“조 팀장과 한 팀장 부르겠습니다.”


사실 가봐야 볼 것도 없다.

그럼에도 경영지원팀장과 전략1팀장까지 준비시키는 문지열이다.

오너가 움직이는 곳에 중요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질 수도 있었으니까.


✻ ✻ ✻


경기도 여주군.

남한강이 지역의 정중앙을 관통한다.

상수원보호구역이다.

인구는 10만이 채 안 된다.

여주IC를 통과한 차량행렬이 여주군 안금리로 향했다.

완만한 산길을 타고 올라가다보니 곳곳에 골프장을 짓다 만 흔적이 보였다.

차량에서 내린 류지호는 작업화를 신고 있다.

단단히 준비하고 온 태가 역력했다.

공사가 중단되어 방치된 골프장 부지를 돌아봤다.

불도저, 굴착기의 난도질에 황량함만 남아 있다.

류지호가 흙더미가 쌓여있는 구릉으로 올라가 크게 숨을 들이켰다.


“후우웁!”


그의 눈앞에 드넓게 펼쳐진 골프장 부지가 펼쳐져 있다.

심각할 정도로 자연이 훼손된 풍경이다.

그럼에도 류지호의 눈에는 드넓은 부지에 들어설 시설과 조경이 보이는 것만 같았다.


“한 팀장.”


영화 사업을 관리하는 전략1팀장 한종혁이 얼른 류지호의 곁으로 다가왔다.


“전체 부지가 얼마나 됩니까?”

“현재 계신 골프장 부지만 35만 평입니다. 저 앞 산 너머까지 포함하면 65만 평입니다.”


류지호의 입에서 절로 휘파람이 흘러나왔다.


“휘유~”

“양수리 영화진흥공사 종합촬영소 부지가 40만평입니다. 미국의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의 Gower Studios가 20만 평으로 알고 있습니다. 참고로 버뱅크의 유니벌스 스튜디오 부지가 50만평 내외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종혁의 음성에서 자부심이 물씬 풍겼다.

계획대로 이곳에 종합촬영소가 건설된다면 적어도 면적만큼은 세계적이다.

이 스튜디오 부지를 마련한 것은 전적으로 전략기획실 작품이다.

WaW 픽처스는 몇 년 전부터 부산시, 경기도, 대전시, 전주시 등과 종합촬영소 건립에 관한 논의를 진행해 왔다.

아직 지방자체단체에 영상위원회가 발족되지 않은 시기다.

창구가 일원화되어 있지 않았다.

문화체육, 산업, 건설 등 여러 부서를 오가며 논의를 진행 할 수밖에 없었다.

주요 대도시가 깊은 관심을 드러냈다.

적극적인 지원약속과 귀에 솔깃한 제안도 해왔다.

부지 무상제공, 장기임대, 세금 감면까지.


“마치 짜기라도 한 듯이 20년 임대에 1회에 한 해서 10년 연장 그 후에는 모든 시설과 부지를 기부채납 방식으로 시에 돌려주는 조건을 걸었습니다.”


최장 30년 간 공짜로 사용한 후 공공재로 시에 기부하라는 조건이다.


“그들은 특혜에 준하는 조건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미 몇 개 지방자치단체에서 공중파 드라마 세트장 건립을 논의 중입니다. 그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규모이니 지자체들이 너도나도 달려들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기업들의 연쇄부도로 개발이 중단된 전국의 골프장이나 레저시설을 리서치했습니다. 그 결과 부도난 골프장 사업체를 여럿 찾을 수 있었고, 서울과의 인접성, 교통편의성 등을 고려해 최종적으로 이곳과 금사면 쪽의 골프장 부지를 타깃으로 해서 두 달에 걸쳐 채권자들과 밀고 당기는 협상을 벌였습니다. 공군 사격장과 가까운 대신면 골프장 부지와 이곳을 경쟁시켜 비교적 헐값에 부지를 매입할 수 있었습니다.”

“경기도 반응은 어때요?”

“자신들의 안을 거절하고, 부지를 매입한 것을 아쉬워하는 눈치입니다.”

“쓸데없이 태클 걸지는 않겠죠?”

“다른 지역으로 가지 않은 것만으로 다행이라고 여기는 분위기입니다.”

“상수원보호구역 문제는 어떻게 처리하기로 했죠?”

“용도변경을 진행하며 도와 합의를 이끌어낼 예정입니다.”

“골프장과 종합촬영소는 업종이 다르지 않습니까?”

“경제 상황이 좋지 못한 시기입니다. 여론을 의식해야하는 공무원들 입장에서는 호화레저스포츠 시설인 골프장보다 문화시설로 분류되는 종합촬영소가 들어오는 편이 차라리 낫다는 반응입니다.”

“산업시설이나 상업시설이 아니라 문화시설이란 말입니까?”

“지난 영화진흥법을 개정 때 복합상영관과 더불어 조항 하나를 끼워 넣었습니다.”

“허가 여부는 여주군과 논의 합니까?”

“경기도 당국과 직접 논의를 하고 있습니다. 현재 경기도지사 자리는 지사의 대통령 선거 출마로 공석입니다. 지사 권한대행이 도정을 처리하고 있습니다. 경기 동부지역에 대규모 시설이 들어서는 것이라, 권한대행이 직접 나서서 챙기고 있는 상황입니다.”

“애로사항은 없고요?”

“부산시와 부천시가 스튜디오 유치를 적극희망 한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어서, 경기도와 협상의 주도권은 우리가 쥐고 있습니다.”


용도변경, 세금혜택, 상수도보호구역 관련 검토 등.

여주군의 범위를 넘어선 대형 프로젝트다.


“추후에라도 특혜니, 비리니 하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주세요.”

“다온 로펌과 보조를 맞추며 진행하고 있습니다.”


류지호는 잠시 대화를 멈추고 경기도지사에 대한 기억을 떠올려봤다.

서울시장을 제외하고 경기도지사가 대권도전에 가장 유리한 지방단체장이다.

유명한 정치인도 많이 배출했다.


‘중간의 한 명이 살짝 걸리기는 하지만.... 십년 진보, 다음 십년 보수였지 아마....?’


오성그룹만큼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정도까지 클 수 있을지 자신할 수 없다.

다만 정치적 외압에도 흔들리지 않는 기업을 만들어 놓을 필요가 있다.

과연 이 나라에서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근처 농가나 환경단체 반응은요?”

“기왕 헤집어 놓은 것 아니겠습니까? 복원할 수 없다면 골프장보다 차라리 리조트나 문화시설이 들어오는 것이 낫다는 반응입니다.”

“의외네요. 환경단체가 그런 반응을 보이다니.”

“환경이냐 지역경제냐 아니겠습니까? 지역의 환경단체에게 필름현상소 같은 화학약품을 사용하는 시설은 일절 없다는 걸 충분히 설명했습니다. 또한 이미 파헤쳐진 숲을 복원할 순 없지만, 일부지역의 숲은 보호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습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산 정상이 아니라 중턱에서도 조금 내려와 있어서 산사태 문제에서는 비교적 자유롭겠네요.”


한국의 산정까지 차지한 골프장.

‘녹색사막’이라고 불린다.

과다한 농약사용으로 주변의 하천은 물론 야생동물들의 서식까지 파괴하니까.

들어서는 것 자체만으로도 심각한 자연 파괴를 일으킨다.

유지가 되면 될 수록 그 지역을 초토화 시키는 것이 골프장이다.

WaW 종합촬영소는 숲과 산을 훼손한 채 시설을 건설해야했지만, 잔디 유지를 위해 지독한 농약을 살포할 이유도, 공장처럼 오염물질을 배출할 일도 없다.


“스튜디오에 들어설 시설에 대한 전략기획팀의 의견은 어떻게 모아졌지요?”


전략기획팀의 업무 가운데 시장 환경 분석과 타사 벤치마킹도 포함된다.

JHO 의장 수석보좌관 도널드 제이콥의 도움을 받아 할리우드 스튜디오를 연구하고, 양수리 종합촬영소 수요를 정리한 후 한국식 스튜디오 모델을 기안했다.


“부지 매입 대금을 완납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정리된 보고서를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할 거 없어요. 현재 TFT에서 오가는 내용만 간략하게 말해 봐요.”

“전체 65만평의 부지에 시대별 세트장을 포함한 3만평 규모의 야외 세트장 3곳과 최대 1,000평 규모의 사운드스테이지를 포함한 촬영 스튜디오 6동, 특수목적 촬영 세트가 들어설 건물 3동, 소품과 시대극 의상 등을 보관·대여할 지원관, 후반작업 시설 등이 들어서게 됩니다.”

“부지가 넓으니까 추후 교도소 세트가 들어갈 수 있는 곳은 따로 공터로 빼놓도록 하세요.”

“교도소 세트까지 지으실 생각이십니까?”

“당장은 아니고, 언젠가 교도소 영화도 제작될 겁니다. 그것이 아니더라도 교도소 촬영은 항상 어렵죠.”


한종혁이 수첩에 류지호의 지침을 바쁘게 받아 적었다.


“특수목적 촬영 세트에는 어떤 것들을 고려하고 있습니까?”

“법정, 교도소 사동 내부, 병원 로비를 포함한 수술실, 병실, 복도 등입니다.”

“경찰서 관련 시설 일체와 파출소 내부도 따로 설계에 반영하도록 하세요.”

“설계업체와 논의를 해봐야 하겠지만, 여러 곳으로 분산시키지 않고 가능하면 한 건물로 모아놓는 방향으로 고민 중입니다.”

“안됩니다. 건물 하나에 모아놓지 마세요.”

“......?”

“한꺼번에 촬영팀이 몰리면 쾌적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습니다. 오픈세트의 배치는 따로 날을 잡아서 설계사무실과 이야기 하는 걸로 합시다.”

“알겠습니다.”

“10년 동안 일반인에게 스튜디오를 개방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관람객 수입은 배제하고 계획을 세워보세요.”

“스튜디오 투어는 좋은 수익모델입니다.”

“크게 수익이 나지 않을 겁니다. 이곳의 목적은 테마파크가 아닙니다. 촬영지원 시설이라는 것을 모든 것에 앞서 염두에 두고 설계를 해야 합니다.”

“네, 의장님.”

“디지털 영화 센터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죠?”

“대전시와 협의 중에 있습니다.”

“부산이 아니라 대전?”

“과학기술 인프라를 봤을 때, 첨단과학기술의 메카인 대전에 센터가 건립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또한 수중촬영 스튜디오인 아쿠아 세트장과 각종 VFX 촬영 스튜디오 역시 디지털 센터와 함께 들어가는 것이 시너지효과를 극대화 할 것이라는 것이 저희의 의견입니다.”

“그 부문은 잠시 보류합시다.”

“네.”


대전이 첨단기술의 메카이긴 했다.

그렇다고 시설들을 뿔뿔이 흩어놓는 것이 효율적인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센텀시티 개발 진행은 현재 어디까지 와 있습니까?”


경영지원팀장 조준열이 대답했다.


“1월에 선경그룹과 부산시의 기본업무 협약을 시작으로 개발프로젝트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선경그룹이 프로젝트에서 이탈해 센텀시티개발사업이 좌초되는 분위기입니다.”

“...음.”


류지호가 검지로 볼을 긁적거렸다.

난감했다.

센텀시티가 정확하게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알지 못하는 그로서는 전략기획팀에 명확한 방침을 내려줄 수 없었다.


“선경 대신 참여하는 기업은 없어요?”

“경제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선뜻 나서는 기업이 없습니다.”


다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그걸 수습하기도 바쁘다.

당장 실익이 없는 중장기 대규모 개발 사업에 뛰어들 대기업은 없었다.

그렇다면 외환위기가 어느 정도 수습된 후 개발 사업이 본격적으로 탄력을 받았다고 추측할 수가 있다.


‘대강 2001년 즈음이라는 건가?’


그 시기 즈음해서 IMF 구제금융을 조기에 상환했다고 대대적으로 떠들었던 걸 기억해냈다.

류지호가 <보컬 시스터즈>라는 코미디영화 조감독을 하고 있을 때였다.

중견 여배우의 까탈에 엄청 스트레스를 받았던 영화라서 잊을 수가 없다.

유독 연출부만 못살게 굴었던.

지긋지긋했던 기억으로 남은 여배우.

류지호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내 떠올리기조차 싫은 기억을 털어냈다.


“우리가 프로젝트에 들어가기는 힘들겠죠?”

“당장은 어렵습니다.”

“다른 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꾸린다면......?”

“함께 할 기업이 있을지 자신할 수 없습니다.”

“벡스코(BEXCO) 건설은 예정대로 진행된답니까?”

“내년 10월 착공 할 것이라는 것이 부산시의 공식입장입니다. 센텀시티 개발 사업은 부산시장의 의지가 워낙 강해 이대로 좌초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어두운 경제상황과 맞물려서 사업이 얼마나 지체될 지는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힘듭니다.”

“다른 곳은 몰라도 벡스코 맞은편의 수영강변에 붙어있는 2만 평의 부지는 반드시 우리가 분양을 받아 봅시다.”


뉴월드 백화점이 위치했던 바로 그 지점이다.

아직은 뉴월드 백화점이 부산의 센텀시티 개발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만약 부지 입찰에 들어가게 되면, WaW, 뉴월드와 광성 백화점이 치열한 경쟁을 벌일 터.

대기업과 수 싸움을 벌이는 것보다 개발주체로 참여해 미리 좋은 부지를 할당 받는 것이 좋다.


“지금 부산시와 논의하고 있는 우리 쪽 사람은 누구죠?”

“박건호 대표입니다.”

“우리가 부산시와 1:1로 센텀시티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건 무리란 말이죠?”

“하려고 하면 못할 것도 없습니다. 다만 이곳 여주 종합촬영소, 멀티플렉스 전국적인 체인망 구축, 그 외 사업에서 지장을 초래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나는 센텀시티 개발로 얻을 이익에는 관심 없어요. 오직 수영강변에 인접한 부지만 확보하면 그걸로 만족합니다.”

“그렇다면 추진해볼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좋아요. 센텀시티 건은 우리가 다른 기업과 함께 참여하는 쪽으로 추진해 봅시다.”

“알겠습니다.”


센텀시티 개발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다.

부산시와 선경그룹이 1996년 기본합의를 체결했다.

그때만 해도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다.

‘IMF 외환위기’ 가 터지고 선경그룹이 사업 참여를 포기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부산시가 주도적으로 사업을 이끌게 된다.

1999년 개발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2000년 11월 기반조성공사에 들어가게 된다.

2001년 5월 벡스코가 준공함에 따라 센텀시티 개발은 서서히 뼈대를 갖추게 된다.


“내가 항상 강조하는 것 있죠?”

“서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겠다는 생각으로 서둘러 프로젝트를 추진하지 말란 겁니다. 이곳 종합촬영소 역시 중장기 계획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명심하겠습니다.”

“최대 10년 장기 프로젝트입니다. 이곳이 유니벌스 스튜디오처럼 투어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게 될 때는 십 수 년 후입니다.”


당장 몇 년 안에 이곳이 근사한 스튜디오로 변모하는 건 바라지 않았다.

외환위기 여파로 한국영화 제작편수는 백여 편에 머문다.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가 소유하고 있는 Gower Studios처럼 14개가 넘는 사운드 스테이지를 만들어 놔 봐야 무용지물이다.

한국영화 제작편수가 폭발하는 것은 대략 2010년 즈음.

물론 류지호가 한국영화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상황에서 제작편수 증가가 몇 년 앞 당겨질 수는 있다.

그렇다고 해도 갑자기 제작편수가 두 배로 늘어날 수 없다.

멀티플렉스 확대, 영화제작 인프라 확충, 투자 활성화, 배급 선진화 같은 것들이 종합적으로 발전해야 한다.

차근차근.

서두를 필요가 없다.

경쟁자들보다 딱 한 발 앞서 나아가면 된다.

이전 삶에서 제2의 한국영화 르네상스는 대기업이 열었다.

문제는 관람권의 제한, 독과점, 대승적인 한국영화 산업 구축은 무시한 채 오로지 당장의 기업 이익에만 눈이 멀어 결과적으로 한국영화의 발전을 정체시킨 주범 역시 대기업이었다.

류지호는 적어도 한국영화 산업이 건전하게 나아갈 바를 걱정한다.

스스로 영화광이기에 관객의 관람권 보장을 고민하고 있다.

그것이 위선일지언정.

탐욕스럽지 않다는 것은 분명하다.

WaW 픽처스가 한국영화 산업을 옳은 방향으로 이끌어간다고 해서 대기업들이 따라올 것 같지 않다.

월급쟁이 경영진이 10년 혹은 20년을 내다보는 장기적인 관점의 경영을 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대해 열린 사고를 하고 있는 백설그룹 역시 마찬가지다.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고 있는 류지호를 향해 문지열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조금 더 이곳을 둘러보시겠습니까 아니면....”

“내가 알고 있어야 할 것이 더 있습니까?”

“G.O.M 목동점이 입주할 건물을 조만간 확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목동에요?”


류지호는 경일자동차그룹이 건설 중인 백화점일 것이라 예상했다.

아니었다.


작가의말

입동입니다. 올겨울도 한파가 예상된다고 하던데, 월동 준비 잘 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9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Mr. 할리우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34 우리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 +6 22.11.14 4,371 143 26쪽
333 Big Shot. (5) +5 22.11.12 4,361 142 22쪽
332 Big Shot. (4) +6 22.11.12 4,144 134 26쪽
331 Big Shot. (3) +7 22.11.11 4,409 139 25쪽
330 Big Shot. (2) +16 22.11.10 4,408 143 23쪽
329 Big Shot. (1) +10 22.11.09 4,465 145 23쪽
328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3) +9 22.11.08 4,286 141 22쪽
327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2) +2 22.11.08 4,072 133 22쪽
»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1) +9 22.11.07 4,359 138 21쪽
325 사회생활은 인맥이야...! +9 22.11.05 4,491 138 26쪽
324 선택과 집중. (4) +9 22.11.04 4,469 138 22쪽
323 선택과 집중. (3) +10 22.11.03 4,366 148 22쪽
322 선택과 집중. (2) +7 22.11.02 4,729 148 24쪽
321 선택과 집중. (1) +5 22.11.01 4,597 148 24쪽
320 아무 것도 안 해서, 안 돌아가는 일도 있더라. +5 22.10.31 4,579 144 30쪽
319 아무 것도 안 해도 잘만 돌아간다. (3) +10 22.10.29 4,569 146 27쪽
318 아무 것도 안 해도 잘만 돌아간다. (2) +8 22.10.29 4,304 131 22쪽
317 아무 것도 안 해도 잘만 돌아간다. (1) +9 22.10.28 4,565 153 27쪽
316 Celebrity. (2) +8 22.10.27 4,529 148 28쪽
315 Celebrity. (1) +10 22.10.26 4,606 144 27쪽
314 지적인 액션영화는 망할 걸? +4 22.10.25 4,640 155 26쪽
313 엄마는 여한이 없어..... +11 22.10.24 4,573 144 29쪽
312 세계 최초의 D-Cinema! +5 22.10.22 4,513 154 25쪽
311 환경이 아닌 인식의 문제. (4) +4 22.10.21 4,457 143 24쪽
310 환경이 아닌 인식의 문제. (3) +11 22.10.20 4,372 160 22쪽
309 환경이 아닌 인식의 문제. (2) +8 22.10.19 4,471 132 22쪽
308 환경이 아닌 인식의 문제. (1) +6 22.10.18 4,568 155 22쪽
307 괴짜 같은 녀석..... +7 22.10.17 4,512 150 25쪽
306 영화 기술사의 한 획! (5) +13 22.10.15 4,534 162 20쪽
305 영화 기술사의 한 획! (4) +5 22.10.15 4,270 129 2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