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새글

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최근연재일 :
2024.07.05 09:05
연재수 :
901 회
조회수 :
3,838,188
추천수 :
118,862
글자수 :
9,980,317

작성
22.10.18 09:05
조회
4,567
추천
155
글자
22쪽

환경이 아닌 인식의 문제. (1)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4월 말.

<스타워즈> 개봉 20주년을 맞아 제작될 프리퀄 3부작을 위해 클래식 3부작에 해당하는 에피소드 1~3편을 새로운 디지털 효과로 재가공했다.

제목까지 <스타워즈 에피소드 4~6편>으로 제목을 바꿔 개봉했다.

이 재개봉만으로 손쉽게 4억 달러를 거머쥐기 된다.

각각 <스타워즈> 클래식 3부작은 1월부터 순차적으로 개봉했는데, 이는 올드 세대는 물론이고 이 영화를 극장에서 접하지 못한 젊은 세대들까지 극장으로 불러 모았다.

미국 극장가는 1월과 2월이 비수기다.

주요 관객층인 학생들이 학기 중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스타워즈>의 스페셜 버전의 관심이 뜨거웠다.

류지호 역시 일부러 시간을 내서 영화를 관람했다.

샌프란시스코 AMT 멀티플렉스에서 조지프 루카스, 프랭크 코폴라와 함께 인터뷰 자리를 갖기도 했다.

루카스가 수많은 기자들 앞에서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디지털 영화기술은 영화에 사운드가 도입되고, 컬러가 입혀진 것과 같은 혁명이라고 단언합니다.”


프랭크 코폴라 감독이 입을 열었다.


“나는 지난 79년에 컴퓨터를 통한 영화 제작으로 거대 자본의 스튜디오가 아닌, 감독의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계산을 했습니다. 하지만 실패했죠. 심지어 그 일 때문에 지금까지 힘든 날들을 겪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잘 알다시피 나는 빚을 갚기 위해 영화를 찍고 있죠.“


코폴라 감독은 1982년에 <마음의 저편>이란 뮤지컬 영화를 3,000만 달러가 넘는 제작비를 들여 제작했다.

그리고 수입은 고작 100만 달러를 거두는 것에 그쳤다.

코폴라는 막대한 제작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프리 비주얼(Previsualization) 개념을 도입했었다.

비디오카메라를 이용해 비주얼 스토리보드를 촬영하고, 편집한 후에 실제 영화 촬영 중에 참조 할 수 있게 했다.

코폴라의 시도는 ‘디지털’의 개념을 발전시킨 원동력이자, 기술 발전이 정체되던 시기의 반성의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가 완전 망하면서 코폴라의 앞 선 방식은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 얼마 안 가서 여러분은 영화와 디지털 공학, 위성에 관한 커뮤니케이션 혁명을 볼 수 있게 될 겁니다!


그것은 선언과도 같았다.

류지호는 대감독 사이에서 부담감을 느꼈다.

거장들과 한 자리에 앉아 있는 것에 위축되어서가 아니다.

현재는 제반 기술이 생각만큼 많이 올라오지 않은 상황.

만약 D-Cinema 시험이 실패하게 된다면?

망신을 떠나서, GMG Lab의 기술력을 의심받게 되는 처지에 놓일 수도 있다.


- 디렉터 류는 촬영현장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간략하게 설명해줄 수 있습니까?”

“필름의 경우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한 정답이 나와 있습니다. 디지털은 그런 노하우와 기술이 거의 전무 한 상태입니다. 데이터를 쌓고 축적하고 공유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립니다. 우리는 이번 작업을 위해 세트 촬영을 준비했습니다. 실내가 아닌 야외에서 낮 시간에 디지털 카메라에 적합한 조명을 설치하는 것은 아직 해결하지 못한 난제였습니다. 또한 일부 고강도 액션을 찍기 위한 프레임 조절에서 디지털 카메라의 성능이 따라오지 못하는 한계가 분명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한 장면을 촬영함에 있어서도 무수히 많은 경우의 수를 시도해 봐야 했습니다. 안전한 장소에서 다양한 전문가들과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조지프 루카스가 불쑥 물었다.


“내게 충고해 줄 말은 없나?”

“디지털 작업을 하려면 가능하면 사운드 스테이지에서 촬영을 해야 할 겁니다. 낮 장면은 필름으로 찍으라고 충고하고 싶네요.”

“자네 데이터를 나와 공유할 수는 없나?”

“그런 대화는 나중에 따로 사무실에서 나누는 걸로 하고, 인터뷰에 집중하죠. 저기 버라이어티의 마담 수잔이 우리 두 사람을 잡아먹을 듯 노려보고 있어요.”

“.... 음. 나도 수잔은 조금 성... 무섭지.”


성가시고 귀찮다고 말하려다가 얼른 말을 바꾸는 조지프 루카스다.

데일리 버라이어티(Daily Variety)의 영화 섹션 선임 기자인 수잔은 거머리라는 별명의 여인이다.

수잔이 류지호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 디지털이 필름 특유의 색감을 따라올 수 없다는 이른바 ‘필름룩’의 허상에 대해 디렉터 류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오해가 없길 바랍니다. 디지털 영화를 비롯한 MTV 등의 케이블 채널과 위성방송, 그리고 결정적으로 무섭게 발전하고 있는 정보통신 분야로 인해 새로운 세기는 문자 세대를 지나 영상 세대로 접어들 것이라 생각합니다. 문자 세대와 영상 세대를 나눈 것처럼 영화 분야에 있어서도 필름과 디지털로 나눌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여기서 우리의 판단은 무엇에 익숙한가에 따라 호감도나 향수가 생기는, 일종의 세대의 문제일 수도 있단 생각이 듭니다. 향후 디지털에 대한 경험이나 기술의 성숙이 영상 세대의 디지털화를 가속시킬 것이라 조심스럽게 예상해 봅니다.”

- 디지털 영화의 가장 중요한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여러분도 익히 알다시피 기존의 필름 방식보다 더 선명한 화질과 사운드 제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시간은 조금 걸리겠지만.”

- Kozak에서 들으면 상당한 불쾌감을 드러낼 겁니다. 앞으로 디렉터 류에게 필름을 팔지 않으면 어떻게 대응할 생각입니까?


하하하.


기자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류지호도 웃으며 그에 대한 답을 내놓았다.


“비록 내가 직접 지불하는 건 아니지만, Kozak에 상당한 액수의 로열티를 지불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중요한 고객을 홀대하지 않을 겁니다.”


Kozak은 디지털 분야 원천 기술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다.

디지털 영상 업체들은 매년 Kozak에 관련 기술에 대한 로열티를 지불하고 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디지털 영화는 상영 횟수가 늘어나도 최초의 화질을 그대로 전달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습니다. D-Cinema로 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배급과 유통 문제가 중요합니다. 1895년 탄생한 이래 영화는 기술 진보와 더불어 끝없는 변화를 겪었지만, 오직 배급 형태만은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아무런 변화가 없습니다. 디지털 영사 시스템이 완비된 극장에서 롤링 스톤즈의 공연실황을 상영한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디지털 배급 방식으로 영화뿐만 아니라 스포츠 이벤트, 콘서트, 연극 등의 미국 현지의 콘텐츠를 전 세계에 동시 전송하는 것도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이것은 과거 TV에 의해 공격받았던 영화가 역으로 다시 TV를 위협할 수도 있었음을 상기시킵니다. D-Cinema가 지닌 배급의 용이성은 바꿔 말해, 위성을 이용할 경우 미국 내 자동차 극장까지 실시간으로 할리우드 영화가 개봉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어쩌면 아프리카나 중동의 오지까지도.”


현실화 된다면 위성을 사용한 디지털 배급을 통해 할리우드가 변함없이 세계시장을 지배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류지호는 이런 사실은 속으로만 삼켰다.

이들에게는 듣기 좋은 소리다.

반면에 미국을 제외한 나라에게는 끔찍한 미래다.


- 극장이 아닌 촬영 현장에서 필름이 사라질 날은 여전히 멀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습니다.

“맞습니다. 성급한 낙관은 경계해야 합니다.”


기자들의 시선이 조지프 루카스에게 향했다.

디지털 영화에 관해 공식적으로 가장 낙관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람이 바로 그였기에.

류지호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현재로서는 기술이 개선돼야 하고 가시적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나는 그런 기술적, 품질적 문제에 대해선 별로 우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비용이 비싸지게 되는 것에는 걱정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권리와 저작권 문제도 우려스럽습니다. D-Cinema 의 경우 권리가 잘 보호되지 않을 수 있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필름으로 찍었을 경우 필름을 갖고 영화관에 가서 상영하고 계약이 끝나면 필름을 회수해 오기 때문에 자연스레 저작권이 지켜집니다. 그런데 D-Cinema는 신호로 가기 때문에 회수할 수 없다는 약점이 있습니다. 저작권 보호 문제가 마지막 풀어야할 문제가 될 것 같습니다. 사실 이 문제는 정말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조지프 루카스의 눈이 동그래졌다.

기술과 배급 등의 문제에만 몰두했다.

저작권 보호 문제는 생각해 보질 못했다.

그런 문제는 애초에 관심이 없긴 했지만.


- 라디오, TV이 등장에도 건재했던 100년 영화가, 디렉터 루카스와 디렉터 류에 의해서 영화의 정의를 다시 추궁 받는 때가 온 것은 아닌가 합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현실은 다릅니다. 스튜디오들은 디지털화하는 데 있어 적극적이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아직 받아들일 자세가 안 되어 있다고 봅니다. 꼭 실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실현될 거라고 희망적으로 봅니다. 진정한 D-Cinema를 여기 디렉터 류가 열고 있지요. 다른 스튜디오들의 속도가 너무 늦습니다. 내가 보기에 오히려 시기를 앞당기자는 사람들이 더 많아 보입니다.”


루카스의 말을 코폴라가 받았다.


“D-Cinema는 거부할 수 없는 미래입니다. 빨리 하면 좋지 않겠습니까? 여기 디렉터 류처럼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류지호가 입을 열었다.


“기대와 달리, 디지털 영화만의 미학이 애매모호한 것도 사실입니다. ‘첨단 영상’일 뿐, 굳이 필름 영화와 구분해야하는지 따져 묻는 이도 많습니다. 또한 독립영화 중심으로 접근성과 개별성을 큰 매력으로 삼았던 디지털 영화가, 결국 완성도나 영화 미학을 높이기 위해 필름 영화에 버금가는 물량과 자본을 찾아가게 된다면 디지털 영화 역시 자본주의화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디지털 영화가 가진 작고 간편한 개성적인 개념이 퇴색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별로 걱정하지 않습니다. 언제나 괴짜들은 그런 풍토에 대해 대안·실험 영화로 대답을 내놓았으니까요. 그리고 나와 JHO는 그런 기조가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을 생각입니다.”


류지호의 약속에 대해 조지프 루카스는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반면에 프랭크 코폴라는 기특하다는 듯 어깨를 토닥거렸다.

마지막으로 두 거장은 류지호의 실험과 노력을 지지한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저녁 식사 하고 가.”


조지프 루카스가 코폴라와 류지호를 그의 집으로 초대했다.

세 사람은 저녁식사를 하며 D-Cinema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루카스가 <스타워즈>의 새로운 에피소드의 진행 상황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를 통해 류지호는 소닉을 포함해 경쟁사들의 움직임을 유추할 수 있었다.


“소닉과 나쇼날이 <스타워즈> 에피소드를 위해 협력하고 있다구요?”

“HD 24p 카메라를 개발하기 위해서.”

“파나플렉스는......”

“소닉과 협력을 하고 있지.”


두 회사가 협력해서 만든 소닉 최초의 디지털 시네마 카메라가 HDW-F900이다.

소닉의 디지털 시네마 카메라 브랜드 CineAlta의 첫 기종이다.

초기에는 Panavision HD-900F라고도 불리게 된다.

가격이 10억 원에 달할 정도로 고가다.


‘5년 안에 DALLSA Origin을 레드 원급까지 가격을 낮춰야 돼.’


디지털 카메라의 원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이미지센서다.

DALLSA Corp.의 CCD(CMOS) 납품 가격에 따라 Origin의 가격도 결정될 터.

류지호는 조지 루카스의 저택을 빠져나오며 모종의 결심을 했다.


‘뉴욕을 중심으로 디지털 작업을 하는 인디감독들에게 카메라와 장비를 무상으로 지원해 봐야겠어.’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서다.

류지호가 돈으로 뭐든 손쉽게 성과를 낸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다.

사람들이 류지호가 내놓은 결과만 접하기 때문이다.

아직은 디지털로 장편영화를 작업하는 것이 어려운 시기다.

6mm 디지털 캠코더로 작업해도 포스트프로덕션이 만만치 않았다.


‘대학 영화과에도 지원을 좀 해보고.’


데이터를 수집하는데 단편영화가 적당했다.

다양한 영화들이 시도되고 실험되니까.

몇 주가 지나고, 뉴욕의 ParaMax Films NY에 DALLSA Origin TF가 꾸려진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인디감독들의 단편 프로젝트 가운데 적당한 작품을 골라 디지털 영화 지원을 시작한다.

비서실에서는 류지호의 모교를 포함해 영화과 위주로 지원하자고 조언했다.

독립영화에 투자하는 것이 실익이 없는 지출이란 이유에서다.

결과적으로 류지호의 이런 투자와 지원이 5년 후 유의미한 성과로 돌아오게 된다.

현재는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처럼 보일 뿐이지만.


❉ ❉ ❉


5월 중순.

류지호가 기다리던 종목이 드디어 나스닥에 등장했다.

바로 아마조니아닷컴(Amazonia.com)이다.

1994년 온라인 서점으로 시작한 아마조니아닷컴은 주당 18달러에 공모가 이루어졌다.

GARAM Invest와 Ventures는 섣불리 주식을 매입하지 않고 첫 날은 관망만 했다.

류지호는 그들의 반응이 의아했지만, 따로 채근을 하진 않았다.

어차피 거래량이 그렇게 많지도 않았고, 설령 100달러에 주식을 사게 되더라도 20년 이상 보유하고 있으면 1000배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할 테니까.


‘근데 20년을 가지고 있는 것도 조금 웃기긴 하네.’


배당을 안 하기로 유명한 기업이다.

아마조니아닷컴 CEO 제프리 자이스(Jeffrey P Gise)의 경영 철학은 확고했다.


“투자자에게 높은 수익을 주지 않는다. 대신 고객에게 보다 저렴하게 콘텐츠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 그렇게 해서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면 낮은 영업 이익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기업은 새로운 사업 영역 개척 및 R&D 비용을 확보하기 위해 외부에서 투자를 유치한다.

아마조니아닷컴은 투자 대신 벌어들인 현금을 투입해 새로운 사업 영역을 개척하고, R&D 비용을 확보하는 경영전략을 펼친다.

이러한 방침 덕분에 제프리 자이스는 투자자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이 옳다고 믿는 분야에 지속적으로 투자할 수 있게 된다.

류지호와도 유사한 면이 많았다.

JHO Company 산하의 모든 기업은 비상장이다.

심지어 상장되어 있던 회사를 인수합병한 후에 상장폐지까지 시켰다.

이익을 주주들과 나누고 싶지 않아서 그런 것이 아니다.

자신을 포함해 외부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롭게 회사들이 운영되길 바랐기 때문이다.

암튼 아마조니아닷컴은 첫날 거래에서 1.96달러로 폭락한 채 마감되었다.

다음 날부터 GARAM에서 조심스럽게 아마조니아닷컴의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참고로 2017년에 가면 아마존 주가는 957.97달러를 기록하게 된다.

기업공개(IPO) 당시 4억3,800만 달러의 시장가치였던 아마존은 20년 후 무려 4894억6,500만 달러의 시장 가치를 인정받는 기업으로 성장한다.

20년 후 기업가치가 1,000배 넘게 늘어나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전도유망한 기업에 투자를 했다.


- 전자공학과 85학번 선배님이시거든. 한글과 소프트에도 계셨고.


영화 전문 인터넷 포털 CineFeel.com을 준비 중인 김석민이 국제전화를 걸어 뜬금없는 요청을 했다.


“그래서?”

- 선배님이 벤처회사를 차렸는데 투자 좀 해 줄 수 없을까?

“비즈니스 모델이 뭔데?”

- 기업용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 설립한 선배가 누구라고?”

- 김혁진.


대강 예상은 했다.

서울대 전자공학과 85학번.

훗날 한국의 대표적인 온라인 게임 제작 및 배급사가 되는 NEC Company의 창업자다.

확률형 아이템으로 게이머들에게 있는 욕 없는 욕 다 먹는, 한국 게임계를 망친 주역 중에 한 곳이 되는, 바로 그 NEC의 창업자.


“게임 업체는 별로인데.....”

- 아이네트에서 온라인 게임을 개발하던 후배들하고 개발팀을 불러 모았대. 내년 정식 서비스를 목표로 게임 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하더라. 근데 버틸 자금이 없나봐.


그들이 그 유명한 온라인 게임 ‘혈통’의 개발진이다.

류지호는 이미 Snowstorm Entertainment라는 메이저급 게임 개발·유통사를 소유하고 있다.

한국의 게임 개발사는 딱히 끌리지 않았다.

NEC 소프트가 시가총액 최고를 달릴 때 10조 안팎이었다.

비슷한 시기 Snowstorm Entertainment는 50조가 넘었다.


“알겠어. 얼마나 필요한지 가온투자파트너스와 상의하라고 해.”

- 고맙다. 지호야.


투자를 원하는 금액이 푼돈(?) 수준이다.

흔쾌히 김석민의 부탁을 들어주었다.


“Timely의 저작권 회수가 안 된 게 뭐가 있죠?”


류지호의 물음에 도널드가 얼른 관련 보고서를 확인했다.


“하워드 덕, 캡틴 아메리카, 판타스틱4, 헐크입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모두 회수해야 됩니다. 헤드쿼터에서 도울 것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도우세요.”

“알겠습니다.”


류지호는 피곤함을 느꼈다.

아무리 저예산 영화라고 하더라도 영화 두 편을 연달아 연출했다.

정신적인 피로도가 장난이 아니었다.


“혹시 보고 할 것이 남았어요?”

“배런 렌프로에 관해 보고드릴 것이 있습니다.”

“또 방황이라도 하던가요?”

“아닙니다. 딴 데로 새는 일 없이 학교와 촬영장만 오갔습니다.”

“그럼 뭔데요?”

“배런이 출연하고 있는 <죽음보다 무서운 비밀>이 소송에 휘말렸습니다.”


소송은 할리우드에서 자주 있는 일이다.

마치 일상이라고나 할까.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


“배런과는 상관없습니다. 감독과 제작사, 그리고 트라이-스텔라가 소송을 당했습니다.”

“소문이 안 좋다고 출연하지 말라고 그렇게 말렸건만.”


류지호는 배런 랜프로에게 <죽음보다 무서운 비밀> 출연을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충고했었다.

배런 랜프로는 꼭 출연하고 싶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감독이 다름 아닌 <유주얼 서스펙트>의 라이언 징거였기 때문이다.

그도 문제지만, 그의 절친 프로듀서가 문제가 심각했다.

비교하자면 그 프로듀서가 게이 세계의 웨인스타인급이라고 할까.

라이언 징거의 재능이 아까워 나름 관리를 해주려고 프로듀서와의 관계를 끊도록 만들려고 했다.

워낙 두 사람이 죽이 잘 맞아서 갈라놓는 것을 포기했다.


“성추문과 관련된 소송인가요?”

“그렇습니다. 영화에 출연한 단역 두 명의 부모가 감독과 영화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습니다.”


배런 렌프로는 라이언 징거 감독의 <죽음보다 무서운 비밀>을 찍고 있다.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가 북미와 일부 나라를 제외한 전 세계 배급을 맡은 영화다.

영화촬영이 한창 진행되는 가운데, 엑스트라로 출연한 청소년 두 명이 올 누드로 출연하는 것에 수치심을 느껴 보호자가 항의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고등학생인 토드(렌프로)가 학교 체육 시간에 급우들과 농구를 한 뒤 샤워를 하다가 나치즘과 관련된 음산한 분위기의 환상을 겪는 장면이다.

단역 배우들은 수영복을 입은 상태로 상체만 노출되는 건 줄로만 알았다.

막상 촬영 현장에 가보니 제작진이 성기만 겨우 가릴 수 있는 T팬츠 형식의 특수 의상 착용법을 알려주었다.

미성년자에게 성기 외의 모든 신체 노출을 강요한 것이다.

사전공지 없이.

부모들은 용납할 수 없었다.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올 누드 촬영을 강요한 것에 대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참고로 두 청소년은 각각 14세, 17세 남학생이다.

이 때문에 영화촬영이 잠정 중단 되었다.


“감독과 제작사는 알겠는데, 트라이-스텔라는 왜 소송에 휘말린 것이죠?”

“알고도 묵인했다는 이유입니다.”

“학부모를 부추긴 누군가가 있는 것은 아니겠죠?”

“밝혀진 것은 없습니다.”


라이언 징거 감독은 게이다.

끊임없이 터지는 변태적인 남색 폭로전으로 인해 양성애자라고 밝히고 결혼까지 하지만.

때만 되면 구설수와 소송에 휘말린다.

동성 성추행, 동성 성희롱, 미성년자 동성 강간 등.

성적인 문제가 끊임없이 터지는 감독이다.

류지호의 기억에는 대부분 증거 불충분으로 혐의가 입증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하비 웨인스타인처럼 여러 수단을 동원해 입막음을 했기 때문이다.

그 같은 사건에는 언제나 프로듀서 절친이 함께 연루된다.

한편으론 그가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언론의 만만한 표적, 동네북이 되어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는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오랜 기간 같은 문제들이 꾸준히 제기되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의심에서 확신이 들 법도 했다.


“라이언이 매우 권위적인 감독이죠.”


이전 삶에서 갑질 감독으로 유명했다.


“이번 영화에서도 고압적인 태도와 제작진들에게 가하는 폭언, 고약한 성미로 불만이 많다고 합니다. 그 사실이 이미 알음알음 할리우드에 퍼져 있고.”

“알 만한 사람은 다 알죠.”


류지호는 뜨고 나서 사람이 바뀐 것으로 이해했었다.

안 좋은 소문이 계속해서 들려오는 걸 보면 인성에 문제가 있는 것도 같고.

류지호는 혹시나 하는 의심이 들었다.


‘배런의 10년 후 죽음이 이런 사건들이 쌓여서 벌어진 것은 아닐까?’


라이언 징거 감독에 관해서는 무수한 소문들이 할리우드에 떠돌고 있다.

이제 겨우 두 편의 영화를 연출했을 뿐인데.


“배런은 괜찮대요?”


작가의말

오늘 하루 즐겁게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6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Mr. 할리우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34 우리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 +6 22.11.14 4,371 143 26쪽
333 Big Shot. (5) +5 22.11.12 4,361 142 22쪽
332 Big Shot. (4) +6 22.11.12 4,143 134 26쪽
331 Big Shot. (3) +7 22.11.11 4,409 139 25쪽
330 Big Shot. (2) +16 22.11.10 4,408 143 23쪽
329 Big Shot. (1) +10 22.11.09 4,464 145 23쪽
328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3) +9 22.11.08 4,286 141 22쪽
327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2) +2 22.11.08 4,071 133 22쪽
326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1) +9 22.11.07 4,358 138 21쪽
325 사회생활은 인맥이야...! +9 22.11.05 4,491 138 26쪽
324 선택과 집중. (4) +9 22.11.04 4,469 138 22쪽
323 선택과 집중. (3) +10 22.11.03 4,366 148 22쪽
322 선택과 집중. (2) +7 22.11.02 4,728 148 24쪽
321 선택과 집중. (1) +5 22.11.01 4,597 148 24쪽
320 아무 것도 안 해서, 안 돌아가는 일도 있더라. +5 22.10.31 4,578 144 30쪽
319 아무 것도 안 해도 잘만 돌아간다. (3) +10 22.10.29 4,568 146 27쪽
318 아무 것도 안 해도 잘만 돌아간다. (2) +8 22.10.29 4,303 131 22쪽
317 아무 것도 안 해도 잘만 돌아간다. (1) +9 22.10.28 4,564 153 27쪽
316 Celebrity. (2) +8 22.10.27 4,529 148 28쪽
315 Celebrity. (1) +10 22.10.26 4,605 144 27쪽
314 지적인 액션영화는 망할 걸? +4 22.10.25 4,639 155 26쪽
313 엄마는 여한이 없어..... +11 22.10.24 4,572 144 29쪽
312 세계 최초의 D-Cinema! +5 22.10.22 4,513 154 25쪽
311 환경이 아닌 인식의 문제. (4) +4 22.10.21 4,457 143 24쪽
310 환경이 아닌 인식의 문제. (3) +11 22.10.20 4,372 160 22쪽
309 환경이 아닌 인식의 문제. (2) +8 22.10.19 4,470 132 22쪽
» 환경이 아닌 인식의 문제. (1) +6 22.10.18 4,568 155 22쪽
307 괴짜 같은 녀석..... +7 22.10.17 4,512 150 25쪽
306 영화 기술사의 한 획! (5) +13 22.10.15 4,534 162 20쪽
305 영화 기술사의 한 획! (4) +5 22.10.15 4,270 129 2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