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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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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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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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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2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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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쪽

환경이 아닌 인식의 문제. (4)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고우찬은 류지호의 UCLA 졸업식을 앞두고 출국하기로 되어 있다.

그 전에 매니지먼트 회사 설립을 마무리 지어야 했다.

다행히 고우찬에게도 오랜 인연인 신효정 변호사가 있었다.

법무법인 다온의 도움으로 별 어려움 없이 법인을 설립했다.


CHAN.


고우찬이 설립한 매니지먼트 회사명이다.

김민아가 고우찬을 부르는 애칭의 ‘찬‘과 기회를 뜻하는 ’chance‘에서 따왔다고 한다.

명목상 법인 소유자는 고우찬으로 했다.

실질적으로 김민아가 사장이다.

두 사람이 결혼할 사이라고 해도 일단 소유는 분리하기로 했다.


“아놔! 나를 왜!”

“도와주세요. 형님.”


고우찬이 친 사고가 강현도에게도 불똥이 튀었다.


“우리 오래오래 봐야죠.”


류지호의 한 마디에 강현도는 토를 달지 못했다.

얌전히 CHAN으로 자리를 옮겼다.

과거 장문식 밑에서 밤무대 가수 관리를 해본 경험이 있었다.

연예계가 화려한 빛만큼 그늘도 짙다.

나름 먹물이 든 건달 출신이라 쓸모가 많은 강현도다.

김민아를 충분히 보좌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매니지먼트 CHAN의 1호 연예인은 공다연이 아니다.

류지호다.

향후 영화감독으로서 한국에서 대외 활동은 할 때는 의장 비서실이 아니라 CHAN에서 의전을 챙기기로 했다.

류지호의 의전 비서가 전체를 관리하겠지만.

사업부문만 의장 비서실에서 수행하기로 했다.

사실 그간 유능한 인재들이 단순 비서업무에 치어 각자 전문분야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향후 비서실 체제를 전략기획실로 개편할 예정이다.

그때까지 의장 비서들은 한국 사업체들의 감사와 관리를 집중적으로 챙길 수 있게 되었다.


❉ ❉ ❉


증권가 사설정보지.

시중에 떠도는 소문들을 끌어 모은 가십 매체.

찌라시라고 가볍게 생각하고 구해서 보면 꽤 재밌다.

그냥 재밌기만 하다.

곧이곧대로 믿었다간 바보가 되기 십상이다.

그곳에 실린 루머가 사실로 밝혀지는 경우도 가뭄에 콩 나듯 있기는 하다.

80~90년대 가장 인기 있는 가십거리 중에 하나가 연예인 섹스스캔들이다.

80년대부터 미인대회 출신들이 권력층과의 섹스스캔들 가십에 자주 휘말렸다.

70년대 말에는 미인대회 출신 탤런트가 대통령의 아들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했던 것이 밝혀지기도 했다.

어떤 여자 탤런트는 가난한 가정 형편 때문에 상류층 인사들과의 매춘에 열을 올렸다고도 했다.

모 여배우는 금융사 오너의 조카와 결혼했는데, 과거의 일이 밝혀져 이혼의 고통을 겪어야 했다.

요정에 출입했다는 입방아에 올라 고초를 겪은 여자 연예인도 있다.

성상납 의혹으로 곤혹을 치르는 미인대회 출신이나 탤런트도 있다.

90년대에 접어들면서 연예인 매춘은 에로배우들 세계에서 주로 이루어지고 있다.

실제로 에로영화에 출연했던 여배우들이 나중에 ‘백지수표’를 제시받았다거나, 연예기획사로부터 정치인에 대한 성상납 요구를 받았다는 사실을 방송에서 털어놓기도 한다.

벤처붐이 일어나기 시작하는 때다.

일부 벤처기업 사장과 연예인의 ‘염문설’이 끊이지 않았다.

실제 결혼에 성공하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


[D그룹 계열 미디어 사업부의 최고위급 인사가 자사 투자 영화와 방송 출연을 미끼로 신인연기자들에게 성접대를 받은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찌라시성 기사를 양산하는 모 스포츠 신문에 굴지의 대기업 계열사 사장의 섹스스캔들 기사가 터졌다.

장문식이 작업 중이던 김지훈에 대한 스캔들이었다.

충무로에서는 언젠가 걸릴 줄 알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은근히 기대했다.

아랫도리를 함부로 돌리는 감독과 중견연기자들도 이번 기회에 벌을 받지 않을까 하는.

안타깝게도 영화계의 성추문은 김지훈에게 한정되어 파헤쳐졌다.

김지훈의 성접대 의혹보도가 나가고 얼마 후 KBC의 유명 PD의 배임수재 혐의에 대한 의혹 보도가 나왔다.


[KBC의 간판 피디 조모 PD는 1996년 8월부터 올해까지 간판 대하사극을 촬영하면서 조연급 탤런트들로부터 금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대중들은 김지훈의 성상납 사건보다 드라마 PD의 금품 수수에 더욱 관심을 나타냈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금전을 취득한 죄와 인권을 유린한 죄의 무게가 같은 것일까.

아니면 사회전반의 인권인식이 확고하지 않은 탓일까.

여배우에게 출연미끼로 성상납을 받은 업계 권력자보다 돈을 챙긴 방송국 PD가 더욱 욕을 먹는 분위기다.

언론의 태도가 더 문제다.

성상납 뉴스는 사라지고, 가요 연예기획사와 방송국의 비리문제가 집중적으로 뉴스를 수놓았다.

의도적인지 알 순 없지만.

연이어 비슷한 뉴스가 계속해서 터졌다.


[검찰이 STAR-G, 도레미파, W&Y 등 대형 연예기획사들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자금 흐름을 추적하는 등 연예계의 뇌물수수 비리 전반에 대한 수사에 본격 착수해 연예계에 초비상이 걸렸다. 검찰은 이번 수사 착수에 앞서 이미 2~3달 동안 시민단체 등이 제보한 정보 및 자료를 기초로 광범위한 내사를 벌여온 것으로 알려져, 수사대상이 연예계뿐 아니라 방송국 및 언론매체 종사자들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 YnTV 송일성 기자.


[가요 프로그램 PD들이 매니저 등으로부터 상당액수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는가 하면, 유명 음반기획사들에 대한 압수수색도 동시에 벌여 방송사와 음반업체 등에 대한 금품공여 내역이 담긴 회계장부와 컴퓨터 디스크 등을 다수 확보했다. 특히 이번 수사가 그동안 개인 비리차원으로 수사가 마무리 되던 종전과 달리 연예계의 금품수수 관행을 완전하게 뿌리 뽑기 위해 2~3개월 전부터 내사를 통해 음반소개와 방송출연을 위해 오가는 청탁성 금품의 경로들을 파악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 MBS 뉴스데스크.


이런 조사과정 속에서 모 중견 탤런트(김현일)가 연예관련 대학 입학을 빌미로 입시생 부모들로부터 5,000만 원을 받아 전격 구속되는 일이 벌어졌다.

시민단체의 제보라고 알려졌다.

사실은 장문식 팀이 움직인 것이다.


“섹스스캔들로 엮는다면서요?”


강현도의 물음에 장문식이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입시비리가 세간의 주목도 더 끌고 형량이 더 세니까.”

“음반업계는 왜 건드린 겁니까? 형님.”

“안 건드렸어. 김지훈이와 영화 사업하는 대기업 임원 몇 놈 조지려고 하다가 음반하고 방송계까지 퍼진 거지.”

“문화개혁시민연대라는 데는 형님이 만든 어용단체입니까?”

“아니. 기존 시민단체들이 연합을 한 모양이더라. 우리야 먹잇감을 던져준 것뿐이고. 시민단체 연합이 팔을 걷어 부치니까 영화판의 성접대 관행이 가요계 PR관행과 뇌물로 확대된 거지. 검찰에서도 지난번 영화계 금품수수사건처럼 관련된 기자들까지 수사 대상에 올려놓고 조질 거야.”


실제 검찰 내부에서는 단 한 푼이라도 뇌물을 받거나 건넨 사람은 지위나 직업을 막론하고 다 조사하겠다는 분위기다.

수사범위가 연예계에 국한되지 않고 방송사 및 언론매체 종사자들에게까지 확대될 수 있음을 강력히 시사했다.

청와대의 의지가 개입했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가요기획사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 이야기 들어보면 음반제작비 중에 PD, 기자에게 가는 홍보비만 1억~3억 원이랍니다. 골프 접대와 술자리에서의 성상납은 아예 관행화됐고 말입니다.”

“원래 그런 거야. 방송국 간부급 PD 새끼들하고 기자, 기획사는 동업자라고 보면 돼.”


이번 연예계 사정정국에서 지명 수배된 모 PD가 있다.

브로커인지 PD인지 구별이 되지 않을 정도로 막장이다.

모 기획사에서 수천만 원대의 현금과 고급 외제자동차를 받은 것으로 밝혀지게 된다.

또한 모 연예기획사의 사외이사로서 주식까지 받은 것으로 밝혀진다.

섭외가 안 되는 연예인이 없을 정도로 영향력이 막강했는데, 그를 두고 매니저들과 동업자 관계라고까지 표현하기도 한다.


“가수가 노래를 해야 되는데 금붕어 마냥 입만 벙긋대서 그래.”

“댄스가수들 말씀하십니까, 형님.”


1990년대 초반부터 음반 시장을 립싱크 위주의 댄스그룹이 장악하면서 TV가 미치는 영향력이 더욱 커졌다.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야 주요 음반 소비자인 10대 청소년들을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달에 나오는 판이 100개 안팎이래. 근데 봐봐, 방송국은 3곳이야.”

“케이블이 있지 않습니까.”

“그래봐야 다섯 개. 뇌물이 오갈 수밖에 없지. 내가 듣기로 방송 출연료가 회당 50만 원인가 한다고 하던데, 그걸로 간에 기별도 안 가잖아. 대신에 텔레비전에서 인기를 끌고 음반 팔아먹고 각종 행사 뛰고 CF 찍고 하면 목돈 금방 댕겨. 뇌물 몇 억 발라도 남는 장사라는 이야기지.”


장문식의 말대로 앨범 홍보비로 2억~3억을 쓰더라도 인기를 얻으면, 뇌물 먹인 돈 회수는 시간문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연예기획사의 규모와 상관없이 PD들에게 인사라는 명목으로 촌지를 찔러줄 수밖에 없다.


“너희는 어떻게 하고 있냐?”

“저희야 이제 막 시작한 매니지먼트잖습니까. 건너 건너 친분 있는 AD 위주로 챙길 수밖에 없지 말입니다.”


대형 기획사들은 잔챙이 PD는 건너뛰고 간부급만 집중적으로 공략한다.

매니지먼트 CHAN처럼 신생 기획사는 방송사 인맥이 없기 때문에 바닥부터 다져갈 수밖에 없다.


“그러다가 뒤통수 맞는 수가 있어. 인맥질 하기 전에 꼭 형하고 의논하고.”

“예. 형님!”


단발성’ 수사로 끝맺을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뤘다.

그런데 검찰의 고강도 수사가 이어졌다.

결국 연예계와 방송계가 음습한 제 속살을 드러냈다.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물론이고 전·현직 방송사 PD, 스포츠 신문 본부장 및 부국장 등이 줄줄이 구속되었고, 몇몇 대형기획사 대주주와 임원은 지명수배 되기도 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출국 금지된 사람만 40여명에 이르렀다.

업계 관계자들에게는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사건이다.

대중들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왔다.

수백만~수천만 원대의 현금, 가족들을 위한 항공권 및 숙박권, 룸살롱 접대, 골프채 선물, 경조사비 명목의 촌지 수수 등 금품을 받는 다양한 방법이 알려졌다.

돈을 받은 장소도 강남의 고급 룸살롱, 해외호텔, 고급 식당, 로비 대상자의 사무실 등을 망라했다.


‘발정난 개새끼 한 마리 잡으려다가 연예계가 발칵 뒤집힌 꼴이네.’


그렇다고 오래된 연예계의 못 된 관행이 근절될 것 같진 않지만.


[경제관념조차 없이 암흑기를 헤매던 충무로 영화계의 비정상의 진흙탕이 언제 맑아져 선진적인 환경으로 변모할지 알 수 없는 것이 현실. 특히 대기업이 혼탁하고 부패로 얼룩진 기존 영화계를 개혁해주기를 내심 바랐던 대중들은 D그룹 영화 사업을 총괄하던 모 인사의 일탈행위에 실망감과 배신감을 감출 수 없다.]

- 시네마21. 오은지 기자.


김지훈의 섹스스캔들은 금방 묻혔다.

그가 대유그룹 계열의 영화 사업을 총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신 만만한 연예기획사들이 호되게 털렸다.


✻ ✻ ✻


온 언론이 방송가의 검은 카르텔에 집중하는 사이.

(주)가온 의장 비서실에서 언론사에 보도자료 하나를 돌렸다.

미국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는 류지호가 한국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계획을 전했던 것.

그 규모가 15억 달러(약 1.3조 원)에 이를 것이란 내용이다.

처음 구상은 8억 달러 규모였다.

미국의 금융권에서 7억 달러를 조달해 총 15억 달러를 마련했다.

GARAM Invest는 한국의 외환위기를 확신했다.

동남아시아보다는 한국에서 먹을 것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매튜 그레이엄은 예상대로 한국이 구제금융을 받게 되고, 당장은 시큰둥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미국정부까지 팔을 걷어붙이게 되면, 한국에서 큰 판이 벌어질 것임을 확신했다.

거기에 한국의 (주)가온이 준비하고 있는 5억 달러를 포함하면 모두 20억 달러의 자금이 운용될 예정이다.


[WaW 픽처스가 대기업 자본과 깡패들까지 뒤엉킨 자중지란의 영화계에 기획과 경영, 관리, 비즈니스, 시스템 개념을 들여 와 바닥을 개조시켜 나가고 있지만, 변혁의 과정이 결코 순탄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이에 류지호 감독은 미국에서 15억 달러를 조성해 한국에 투자할 것을 결심하고, 올해부터 이를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각종 뒷거래로 상징되는 영화, 대중음악 산업의 해묵은 악습에 공권력이 강경하게 대처하는 지금. 비자금이란 악순환으로 돌아가는 영화계가 부패의 늪에 더 깊이 빠져들기 전에 류지호 감독과 WaW 픽처스가 더욱 공격적인 투자로 충무로 환경을 개조시켜 나갈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 겨레일보 사회부 문영식 기자.


[류지호 의장은 영화판의 바닥을 구르는 참 일꾼들을 우대하는 영혼이 있는 기업으로 살아 갈 수 있도록 외형적인 사업 확대에만 매몰되지 않고, 그간 소극적으로 지원하던 각종 영화제와 아카데미 등의 영화인 교육사업 등을 확대하고, 관람 환경 개선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에 대해 투자할 것을 약속했다.]

- 제일신문. 연예부 홍진희 기자.


[끊임없이 스크린쿼터 축소를 요구하는 할리우드의 요구에 맞서기 위해서는 영화계 스스로 대항마를 내놓아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변덕스럽고 까칠한 미디어산업에서 내일은 없다. 속절없이 할리우드에게 영화 콘텐츠의 키를 넘겨주지 말고 영화계 구석구석에서 재능 있고 우수한 인력들을 찾아 키워야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내 것, 나만의 것이란 오리지널리티 없이는 이 험한 미디어세상의 선도자가 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WaW 픽처스의 공격적인 투자가 반갑다. 특히 한국 경제의 빨간 불이 들어온 이 시점에는 더욱 그렇다.]

- 동양일보 경제부 박창길.


매스컴에서는 류지호의 투자 발표에 대해 호의적인 기사를 냈다.

일부 언론에서 칼럼을 통해 WaW가 한국 영화계를 장악할 야심을 드러냈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호의적인 기사들에 금세 묻혀버렸다.

이제는 웬만한 국민들도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한국의 경제상황이 매우 좋지 못하다는 것을.

정부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작년부터 기업들이 연쇄적으로 부도를 내며 쓰러지고 있다.

외환시장에서 거래되는 달러가 씨가 말라가고 있다.

외국자본이 계속해서 한국에서 빠져나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불안한 한국의 외환 상황에서도 무려 15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말만 한 것이 아니다.

3,000만 달러를 즉각적으로 WaW 픽처스에 투자하는 모습을 보였다.


[1차로 투자한 자금은 코엑스 몰 임대를 위한 사전 투자다.]


WaW 픽처스는 언론 플레이를 통해 코엑스 몰 지하 1,2층 임대 입찰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따로 정치인과 무역협회 관계자에게 로비를 할 필요가 없었다.

15억 달러를 한국에 투자하겠다.

그것으로 뜻을 충분히 전달했다.


“혹시나 코엑스 몰 입찰에 실패하거나 여타 영화 사업의 미비한 법률이 정비되지 않으면 철회할 수도 있다고 하셨습니다.”

“일이 뜻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감독님께서 굳이 안정적인 할리우드를 놔두고 불안한 한국에 투자할 리가 없죠.”


WaW 픽처스 측에서 친한 기자들에게 이런 뉘앙스를 은근슬쩍 흘렸다.

곧바로 기사로 나갔다.

류지호의 투자가 빠져나가는 외국자본을 잠시 망설이게 만들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소리까지 나왔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한국의 외환위기는 무엇으로도 막지 못하는 상황이다.

물론 지금이라도 정부가 전향적인 조치를 취한다면 조금은 나아질지도 모른다.

현 대통령은 취임 첫해부터 '역사 바로 세우기'를 내세우며 일본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취했다.

그 유명한 ‘버르장머리’ 발언을 한 것이 불과 2년 전이다.

한국에서 외환위기가 막 시작할 즈음 일본은 한국에서 자금을 모두 빼가게 된다.

‘버르장머리‘를 고쳐주게 되는 것은 안타깝지만 일본이 되고 만다.

경제는 당장 안 된다.

문화 분야에서는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고쳐 줄 수도 있다.

다음 정권부터 대중문화예술 분야에 대해 본격적인 투자를 하는 계기다.

암튼 모 대기업 영화 사업 최고책임자의 섹스스캔들도, 방송계의 검은 커넥션도.

류지호의 대규모 투자 뉴스에 모두 묻혀버렸다.

가십성 기사보다는 당장 발등의 불인 비관적인 경제사정 때문이다.

최초 보도자료를 낸 이후로 (주)가온, WaW 픽처스, 의장 비서실에서는 공식입장을 삼갔다.

선 넘은 보도를 바로잡는 것 외에는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 ✻ ✻


5월 말.

코엑스몰 지하1,2층 임대 입찰 결과가 발표되었다.

백설그룹 멀티미디어 사업부는 호주 극장체인 AVT, 홍콩의 영화사 GH오락집단유한공사와의 합작으로, 대유 영상사업단은 미국 극장 체인 Lowes Cineplex 합작으로 입찰에 참여했다.

그 외에 대기업들은 입찰을 포기했다.

불안한 경제 상황으로 인해 영화 사업 철수를 고민하거나 이미 했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WaW 픽처스만 단독으로 입찰에 참여했다.

WaW 픽처스의 모든 관계자들은 이번 입찰을 반신반의했다.

주요 대기업이 입찰에서 발을 빼긴 했지만, 대유, 백설과 경쟁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코엑스몰이 위치한 삼성동과 G.O.M 강남점의 위치 역시 가까운 것도 불안요소였다.

결과적으로 WaW픽처스가 극장입찰을 따냈다.

굴지의 대기업을 제치고 입찰에 성공함으로써 업계에 파문을 일으켰다.

몇 년 간 멀티플렉스를 안정적으로 운영해오고 있다는 점, WaW 픽처스의 오너가 할리우드 대형 스튜디오를 소유하고 있어 극장 매출에서 있어서 다른 경쟁업체보다 우위에 있다는 점.

가장 중요한 것은 임대료 금액을 가장 많이 써냈다는 사실이다.


“부수적으로 감독님께서 15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것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의기양양한 오동석이 설명했다.

박건호 대표가 물었다.


“임대 면적이 어떻게 되지요?”

“지하1, 2층 3,300평입니다.”

“계약 기간은 정확하게 어떻게 계약되는 겁니까?”

“영화관 영업 개시일부터 20년이 기본 임대차 기간입니다. 양측에서 별다른 의사가 없으면 10년간 자동으로 연장하는 내용입니다. 최초 시설자금은 300억 원, 임대차 보증금은 180억 원으로 정했습니다. 연간 임대료는 매출액의 5.04%를 지급하기로 하고, 적어도 13억 5,000만 원은 보장하기로 계약했습니다.”

“감독님께서는 한국의 경제상황은 염두에 두지 말라고 했다던데....?”

“코엑스 측에서 임대보증금을 낮추는 대신 경영성과를 바탕으로 3년에 한 번씩 재계약을 맺는다는 조항을 부속조항으로 넣자고 제안했습니다만.... 감독님 말씀처럼 경제 상황과 상관없이 작년 경제 상황 수준의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류지호는 올리온 그룹이 이 부속조항 때문에 소송에 시달렸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때문에 임대보증금을 애초 150억 원에서 30억 원을 올려주는 것으로 하고, 재계약 관련 부속조항은 따로 두지 않기로 했다.


“보증금을 올려주겠다는데 싫어할 무역협회가 아니죠. 큰 이견 없이 무난하게 계약이 체결했습니다.”


당장은 G.O.M Cinemas가 불리한 조건으로 계약한 것처럼 보인다.

추후 코엑스 몰 지하 멀티플렉스의 매출과 순이익을 확인하게 되면 류지호의 판단을 납득할 수밖에 없다.

류지호가 기억하는 코엑스점은 평일에도 80% 이상 관객이 들어오는 국내에서 장사가 가장 잘되는 극장이었다.

영업이익도 개장 3년차부터 100억 원을 넘긴다.

경영성과에 따라 재계약을 한다는 조항을 넣게 되면 당연히 무역협회와 갈등을 겪을 수도 있다.


“임대 계약 체결 뉴스는 그렇다고 치고.... G.O.M Cinemas를 계열 분리해 전국적인 멀티플렉스 체인 구축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는 성급한 거 아니었을까요?”

“정면돌파야.”

“저항이 만만치 않을 텐데요.”

“전국의 멀티플렉스 확장 계획은 어떻게 진행되지?”

“현재 검토 중인 방법은 크게 두 가지 방식이에요. 기존 백화점 체인과 제휴를 맺어 입점하는 방법, G.O.M 강남점처럼 복합건물을 직접 지어서 영업하는 방법. 이미 부산 남포동에 12개 스크린의 복합빌딩이 들어설 예정이고, 일산과 분당 야탑동에 2000년 전까지 각각 12개와 13개 관 규모의 멀티플렉스를 개관할 계획입니다. 그를 위해 토지매입을 마치고, 시공사 선정에 들어간 상태죠.”


G.O.M Cinemas는 2003년까지 주요 광역시에 12~14개 스크린 규모의 멀티플렉스 개관을 위해 총 2,0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 같은 발표가 나가자마자 극장업자들이 들고 일어났다.

오동석의 우려가 현실이 됐다.


“와우는 극장 생존권 말살 행위를 즉각 중지하라!”

“대기업의 극장 진출 반대 한다!”

“와우는 각성하라!”

“와우는 복합상영관 사업 중단 하라!”


서울극장주연합회 회원들이 G.O.M 강남점으로 몰려왔다.

이전에는 대한극장, 스카라, 서울극장 등 대기업이 임대 운영하는 극장에서 주로 시위가 벌어졌다.

그랬던 극장주들의 타도대상이 WaW와 G.O.M으로 바뀌었다.

주말에는 전국극장주협회 회원들까지 떼로 몰려왔다.

경찰이 시위대를 해산시키면, 종로로 넘어가 시위를 벌였다.

그들의 시위는 대중에 호응을 얻지 못했다.

당연했다.

못된 관행이 만천하에 드러났기 때문이다.

밥그릇 지키겠다고 시위를 벌이는 모습이 대중들에게 달가울 리가 없다.

여담으로 극장주들의 시위는 <타이타닉> 상영 시에 최고 정점을 찍게 된다.

외환위기에 편승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안보기 운동으로 노선을 변경하게 된다.

이 역시 영화팬으로부터 크게 호응을 얻지 못한다.

본래는 대기업 영화사업부로 향해야할 극장주들의 협박과 시위다.

WaW 픽처스로 향했다고 해서 대세를 거스를 순 없다.

다만 WaW 픽처스가 대기업으로 가야할 것들을 야금야금 갉아먹고 있다는 사실.

한국영화계 판도가 원래 역사와 완전 다른 양상으로 흘렀다.

그렇다고 WaW 픽처스가 마냥 순수할 순 없다.

기업의 덩치가 커지면 커질수록.

감정보다는 이성이.

이상보다는 현실이.

사회공헌보다는 이윤을.

기업의 목적은 이윤추구의 극대화에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경영학에서는 어떻게 이윤을 극대화 할 것인가 질문하지만, 정작 무엇이 이익인지는 정확하게 정의하지 않는다.

기업에게 이윤은 목적이 아니라 결과라고 주장하면, 경제와 경쟁을 모르는 백면서생의 이상론일까.

기업의 경영 목적을 이윤 추구가 아니라 기업의 존재 의미에 충실한 것이라고 한다면, G.O.M Cinemas의 존재 의미는 대중들에게 최적의 서비스로 최상의 영화를 관람하게 하는 것이다.


- 이 서비스들은 당신을 위해 준비한 겁니다.

- 경험하지 못하면 당신만 손해입니다.


현대 경영학에서는 기업의 목적을 고객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한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모두가 좋아하지 않는 것처럼.

나에게 이득이 모두에게 유익한 것은 아니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겠지만.


“서는 곳이 바뀌면 풍경도 달라진다."


웹툰 <송곳>에 나오는 명대사다.

이윤을 추구하든.

사회적 책임을 다 하든.

문제는 환경이 아니다.

인식과 태도의 문제다.

류지호 혼자만 변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작가의말

한 주 마무리 잘 하시고 즐겁게 주말 맞이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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