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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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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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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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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0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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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쪽

Adun Toridas!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스타크래프트> 실사화를 두고 내부적으로 <스타쉽 트루퍼스>를 자주 거론하곤 한다.

일면 타당한 의견이다.

곤충형 외계생명체와 군국주의 기저가 깔린 세계관.

1959년에 출판된 고전 명작 SF소설 <Starship Troopers>의 그 같은 설정이 <스타크래프트>의 중요한 모티브 중에 하나였으니까.

강화슈트, 대규모 우주함대전, 스텔스 기술, 조기경보체제, CIC를 통한 전투관제, 특별한 무기체계 등 <Starship Troopers>는 현대 밀리터리 SF 장르 전 분야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당연히 게임 <스타크래프트>도 그 영향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래서 게임 크레디트 Special Thanks 부분에 소설 <Starship Troopers>의 작가 이름이 떡하니 박혀있다.

따라서 누군가 <스타크래프트> 실사화 프로젝트를 두고 <Starship Troopers>와 비교한다면 애써 해명하거나 변명할 이유가 없다.

다만 감독 류지호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제법 상하는 부분이란 사실.

영화 <스타쉽 트루퍼스> 프랜차이즈가 B급 영화로 전락한지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골수팬들조차 외면하고 있을 정도로 형편이 없다.

그 때문에 <스타크래프트> 실사화에 회의적인 의견을 가진 관계자까지 있을 정도였다.


“오디션을 거절해?”


류지호가 어이없다는 듯 앨런 포스터에게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진짜야?”

“응. 메이저 스튜디오 영화는 안 찍겠대.”

“그 친구가 그럴 입장이었나.....?”

“배트맨 역할도 고사한 녀석이야.”

“배트맨을 차버렸다....? 왜?”

“자신은 더 이상 명성을 쫒지 않을 거래. 소모적인 배역은 맡지 않겠다는데...?”

“돌아이였어? 아니면 약쟁이야?”

“아주 멀쩡하던데?”

“내가 원한다고 했는데도?”

“응.”

“웃긴 녀석이네.”


두 사람이 거론하는 문제의 돌아이는 다름 조지 하트넷(George D Hartnett)이었다.

한창 배우로서 주가를 올리고 있을 때 뜬금없이 고향인 미네소타로 가더니, 인디영화 냄새 물씬 풍기는 영화에 얼굴을 내밀고 있다.

한때는 놀란의 <배트맨>을 걷어차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고.

그 사건을 계기로 메이저 스튜디오 임원들로부터 건방지다고 찍혔다.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있는 모양이다.

메이저 스튜디오 캐스팅 제의가 확연히 줄어들면서 에이전트와의 갈등도 불거졌다.

배우로써 최고 절정기에 할리우드를 떠나더니 미네소타에 처박혀 소규모 예산 영화에 주로 출연하면서 대중들의 기억에서 상당히 희미해진 상태다.

영국의 여배우와 열애설도 돌고 있지만.

그 또한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최근에 <분라쿠라>인가 하는 요상한 영화에도 출연한 주제에....”

“요상함에 끌렸대.”


류지호는 웃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푸하하하.


특이한 스타일이다.

<진주만>, <블랙호크 다운>, <호미사이드> 등 할리우드 메인스트림에서 월드스타로 발돋움 했다.

인기는 물론 몸값도 많이 올랐다.


“부와 인기를 포기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예술을 추구하는 친구인가 봐?”

“<페니 드레드풀>이라는 TV시리즈에 출연할 모양이야.”

“맨데스 감독이 제작하는?”

“응.”

“상업적인 작품을 아예 안 하는 것은 또 아닌가보네?”

“모르지.”


할리우드에서 영화를 시작한 이래로 처음으로 캐스팅 거절을 당했다.

드니로나 올드먼급의 대배우도 아니고.

A-list 끝자락 언저리에 위치해 있는 배우에게 소위 ‘까인‘ 것이다.


“어제 이든 호크도 거절 의사를 분명히 했어.”

“이든은 또 왜?”

“길고 오래가고 싶대.”

“......?”

“네가 제작하는 블록버스터 영화에 출연해 몸값이 말도 안 되게 높아지면, 다양한 작품 활동이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고 미안하다고 전해달라더라.”


영화공장 할리우드라고 해도 A-List 배우의 몸값을 감당할 수 있는 영화는 한정적이다.

그 판 안에서도 경쟁이 매우 치열하고.

류지호의 프로포즈를 거절한 두 배우의 전 세계적으로 인지도를 충분히 올려둔 상황에서 거대한 출연료 받는 영화보다는 흥행 여부에 흔들리지 않고 다양한 작품에서 여러 역할을 꾸준히 연기하는 방향으로 노선을 정한 것이다.


“평생 영화를 업으로 삼고 살아가려면 현명한 처사일 지도.”

“에드워드 하디는 꽤 적극적이야. 단지 문제는....”

“톱스타병 걸렸어?”

“하고 싶어 한다니까. 다만 이미 계약한 영화가 두 편이 있는 게 문제야.”

“<매드맥스> 리부트 영화도 논의 중이야?”

“그건 최근에 막 논의가 시작됐나봐. 에이전시를 통해서 자신의 스케줄에 맞춰줄 의향이 있냐고 묻더라. 자신의 일정에 맞춰준다면 당장 사인할 수 있대.”

“스크립트는 읽어봤고?”

“네 팬이래. 꼭 한 번 너와 일해보고 싶다더라.”


현재 에드워드 하디는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할리우드의 어지간한 대본은 다 들어간다고 할 정도로 한창 주가가 치솟았다.


“키가 조금 작은 것 말고는 괜찮지 않아?”


류지호는 에드워드 하디 스케줄에 맞춰 기다려줄 생각이 없다.


“케이아누 립스도 있어.”


앨런 포스터로서는 좋은 선택지가 있음에도 무시하는 류지호가 이해가 안 갔다.


“<매트릭스>의 네오 이미지가 너무 선명해.”

“언제 적 <매트릭스>야?”

“<존 윅> 촬영 들어가잖아.”

“또 뭔가 감이 와?”


대박의 예감이 오는지 묻는 것이다.

류지호는 말을 아꼈다.

앨런 포스터가 툴툴거렸다.


“A-List 배우들 다 지우고 나면 누가 남는다고.”

“말했잖아. 이번에는 블록버스터 시리즈가 없는 배우가 좋을 것 같다고.”

“차라리 신인을 기용해보는 건 어때?”

“게임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은 신경 안 쓴다니까.”

“스웨덴 출신의 조쉬 킨나만, 호주 출신의 스티브 코트니, 네 영화에 출연한 경험이 있는 틸 슈라이버 정도... 남았나?”


스웨덴 출신의 조쉬 킨나만은 190Cm가 넘는 신장에 우월한 신체 스펙을 자랑한다.

현재 AMC TV에서 방영 중인 <더 킬링>에 출연 중이다.

본래 역사대로라면 <로보캅> 리부트에 캐스팅되어야 하지만, 류지호가 해당 프로젝트를 MSM의 프리미엄 채널용 TV시리즈로 전환시켰기에 영화로 리부트될 전망은 밝지 않다.


“스티브 코트니는 <터미네이터 : 제너시스>에 출연하기로 했을 거야. 따라서 탈락!”

“<Frank Castle>의 틸 슈라이버는?”

“짐 레이너와 매치가 안 돼.”

“배런 렌프로는?”

“딴 영화에 계약시키려고.”

“네 친구들을 다 빼버리면 도대체 누가 남는데?”

“브래드 쿠퍼는 어떨까?”

“<행오버>의?”

“응.”

“마초적으로 보이지도 않고, 퇴폐미가 없지 않나?”


빈스 미첸 같은 개발자들의 아트웍을 보면, 짐 레이너의 모습에서 상당한 퇴폐미가 엿보인다.

거대한 악에도 물러서지 않고 맞서 싸우는 모습과 근육질의 야성미로 인해 클락 켄트나 브루스 웨인 같은 모습을 떠올리기 쉽다.

세상사에 찌든 듯.

도덕관념으로부터 달관한 듯.

아트웍들에서 허무적인 분위기가 풍기는 캐릭터의 풍모를 엿보았다.

게임 속에서는 푸석푸석한 피부, 냉소적인 입매, 피곤에 찌든 표정을 주로 짓고 있다.

그럼에도 위험천만한 우주에 적응해 나가는 인류의 강인함과 잠재력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90년대 스타일의 전형적인 인간영웅상이라고 할까.

많은 이들이 짐 레이너의 나이를 오해하고 있다.

거대한 우주적 사건을 겪고, 개인사적으로 산전수전 심지어 공중전까지 다 겪은 인물이란 인식 때문인지, 혹은 시네마틱 트레일러가 묘사하는 외모가 중년처럼 보이는 것 때문인지 몰라도 많은 이들이 50대 나이일 것이라 생각한다.

실제로 <스타크래프트 : 오리지널> 시점에서 짐 레이너는 막 서른 살에 접어들었다.

<자유의 날개> 기준으로는 34살밖에 안 되고, 확장팩 <공허의 유산>에서는 대략 38살 정도로 추산된다.

보통 영화에서 30대 캐릭터를 40대~50대 초반 연령층의 배우가 소화하는 편이라서 75년 생인 브래드 쿠퍼가 다소 어려보일 수도 있지만.

곧 계약하게 될 <아메리칸 스나이퍼>에서의 모습을 떠올리면 외모적으로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


“<행오버> 이미지가 너무 강렬하지 않나?”

“기본 바탕이 워낙에 출중해서 영화 내내 망가뜨려도 그 아름다움을 잃지 않을 것 같아.”

“망가뜨려?”

“캐릭터에 맞춰 배우를 망가뜨리는 건 생각보다 쉬워.”


그런 면에서 한국영화는 주연 배우를 잘생기고 예쁘게만 보이게 하는 경향이 있다.

때론 자연스러운 외모가 연기력을 통해 더욱 배우를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것이거늘.


“그 역시 프랜차이즈 배우야.”

“그렇다고 스태이덤을 불러오긴 싫어.”

“<실버라이트닝 플레이북>과 <아메리칸 허슬>로 오스카 노미네이트 된 거 안 까먹었지?”


출연료가 많이 올랐다는 말이다.


“A-List에 턱걸이 할 정도로 오르긴 했겠지.”


대략 1,000만 달러 이상 보장해 주어야 한다는 소리다.


“줄 건 준다고 치고. 과연 스케줄이 맞느냐가 문제겠지.”

“스크립트가 많이 들어왔을 거야. 캐스팅 디렉터에게 접촉해 보라고 말 해놓을게.”

“그렇게 해.”

“사라 캐리건 역할은?”

“엠마 로섬과 마리아 윈스테드.... 둘 중에서 결정하려고.”

“내 의견을 반영해준다면 엠마 로섬에 한 표.”


한국팬들에게 엠마 로섬(Emma Rossum)은 <드래곤볼 에볼루션>의 부르마 역할로 잘 알려져 있다.

다소 한심한 영화에 출연했다고 해서 그렇게 만만한 배우가 아니다.

7살 때부터 오페라 무대에 섰는데, 플라시도 도밍고 같은 세계적인 오페라 가수들과 20여 편의 공연을 했을 정도로 아역배우로 전도유망했었다.

16살에 주연을 맡은 뮤지컬영화 <오페라의 유령>으로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고, 2005년에는 평론가협회상과 방송 및 영화비평가협회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는 재능 있는 배우다.

이 시기에는 TV시리즈 <쉐임리스>의 여주인공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마리아 윈스테드(Maria E Winstead) 또한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배우다.

대중들에게는 <다이하드>의 맥클레인 형사의 딸, <스콧 필그림>의 사차원 여자 친구로 각인되어 있다.


“스칼리는 버리는 거야?”


내부적으로 사라 캐리건 역할에 스칼리 조핸슨을 추천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 녀석은 블랙 위도우로서 TCU 임무를 수행해야 하니까.”

“가만있어보자, 또 남은 중요 배역이 뭐가 있지?”

“아크튜러스 맹스크에는 제이슨 클락, 타이커스 핀들레이에는 리브 슈라이버, 제라드 듀갈 총사령관은 브라이언 리 크랜스턴, 에드먼드 듀크는 리암 커닝햄, 제라툴의 목소리와 모션 캡처 연기는 빈센트 싱클레어, 태사다르는 클리프 레저에게 부탁했어. 피닉스 목소리 연기는 햄스워스나 에반스를 놓고 고민 중이야.”


한 명 한 명이 대단한 배우들이다.

<혹성탈출 : 반격의 사막>의 주인공, <엑스맨 탄생>의 세이버투스, TV시리즈 <브레이킹 베드>의 주인공, <왕좌의 게임>의 사보스 시워스, <분노의 질주>의 도미닉, 체스 소재 영화의 연출을 준비하고 있는 클리프 레저까지.

그 외에도 수많은 배역에서 얼굴만 봐도 그가 누군지 알 수 있는 친숙한 배우들을 캐스팅할 계획이다.


“제이슨 클락이 조연급 악당을 하려고 할까? 짐 레이너라면 몰라도.”

“톱스타병 걸렸으면 거절할 테고 아니라면.... 하겠지. 일단 오디션 볼 의향이 있는지 캐스팅 디렉터 통해서 타진해봐.”

“더빙에 그 배우들을 모두 쓴다면 도대체 개런티가.... 휘유~”


목소리 출연만 한다고 해서 출연료를 깎아주는 법 따윈 할리우드에선 기대하기 힘들다.

미국에선 배우가 곧 성우이기 때문이다.

전문 성우가 없는 것은 아니다.

보통으로 배우가 성우를 겸임한다.

이전 삶에서 빈센트 싱클레어가 “I am Groot!”로 1,500만 달러를 받은 것이나, 브래드 쿠퍼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로켓 캐릭터 목소리 연기로 대략 1,000만 달러를 받은 것이나, 그들의 출연료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스타크래프트> 에피소드 1편의 제작비가 현재 시점에서 2.1억 달러로 책정되어 있다.

류지호가 원하는 대로 캐스팅이 이루어진다면, 배우 인건비에 5,000만 달러를 더 써야 할 수도 있다.


“프로토스와 저그의 모션 캡처 배우는 한국에서 데려올 거야.”

“....한국?”

“최영웅이라고 알지?”

“히어로 초이가 모션 캡처 연기도 해?”

“본인이 하기도 하고, 전담 배우도 따로 있어.”


스펙트럼 게임 스튜디오가 만드는 게임의 거의 대부분의 모션 캡처를 최영웅의 팀에서 전담하디시피 하고 있다.


“그 부분은 VFX 슈퍼바이저와 따로 논의하는 게 좋겠어.”

“알고 있으라고.”


<스타크래프트> 실사화 3부작에서 프로토스 종족은 제라툴(Zeratul)을 중심으로 태사다르(Tassadar), 피닉스(Fenix) 정도가 중요하게 묘사될 예정이다.

류지호는 프로토스 유저로 게임 세계관에서 가장 극적인 죽음으로 피닉스와 태사다르를 꼽고 있다.

영화의 메인 스토리는 세 개의 종족이 얽힌 우주전쟁 속에서 얄궂은 운명의 장난 같은 짐 레이너와 사라 케리건의 러브스토리이지만, 각 종족의 영웅서사 역시 중요한 요소다.

<아바타>가 단순한 스토리 라인을 통해 서사 또한 간결하다고 하지만.

각본에서는 여러 가지 중요한 메시지와 질문을 던졌다.

만약 류지호와 친한 에디 즈웍 감독이 <아바타>의 초고를 가지고 SF 영화를 찍었다면 우주판 <블러드 다이아몬드> 같은 영화가 나왔을 지도 모른다.

즉 월등한 문명을 가진 지구의 기업(다국적 기업)이 판도라행성(아프리카)에 매장된 광석으로 지구의 에너지 고갈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막대한 이익을 실현하려는 탐욕을 보여준다는 식으로 영화를 풀어낼 수도 있다.

그리고 그러한 약탈적 탐욕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 것인지 진지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가 나올 수도 있는 것이다.

제이미 캐머론의 <아바타>에도 서구 식민지 정복의 역사에 대한 반성 또한 무차별적인 환경파괴에 대한 경고 메시지가 담겨 있긴 하지만.

결국은 종족을 초월한 ‘사랑이야 말로 구원이다’가 결론이다.

할리우드 영화가 수십 년 동안 취해오고 있는 스토리텔링이자, 단 한 번도 실패하지 않은 안전한 방식이다.

SF의 진성팬들은 <스타크래프트> 실사화를 두고 진부한 사령타령이라며 대번에 욕을 할지도 모르지만, 제작진 입장에서는 러브스토리만큼 관객 저항이 적은 방식도 없다.

제이미 캐머론이나 벤자민 베이 감독이 잘하는 부분이다.

무난한 주제와 스토리를 가지고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볼거리로 승부를 보는 방식.

예상 가능하고 무난한 스토리로 인해서 진한 여운과 감동은 맛보지 못하더라도, 풍부한 볼거리로 인해 큰 불만도 없게 만드는 방식이다.


- 재미는 없는데, 돈이 아깝지 않네.


관객의 입에서 그 같은 말이 나오면 성공한 거다.

영화 제작자들이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

상업영화의 기획은 재미를 추구하는 것에 있지 않다.

관객이 돈을 아까워하지 않도록 기획하는 것이 중요하다.

재미라는 감상은 관객마다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스타크래프트> 실사화의 스토리는 테란과 저그를 중심으로 종족전쟁의 중심 플롯을 세워놓고 그 거대한 서사 안에서 남녀 주인공의 엇갈린 사랑과 신의 장난 같은 운명이 절절하게 균형을 잡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거기에 원작게임의 시네마틱 트레일러들이 보여주지 못한 더 실감나고 더 스펙터클한 비주얼 충격을 관객들에게 안겨주면 된다.

‘클리셰‘가 나쁜 것이라고 왜곡하는 평론가들이 있다.

상투적인 이야기(고전적인)이기 때문에 무조건 나쁘다고 한다.

그것들을 다루는 방식이 잘못된 것이지.

고전적인 이야기와 장르물이 오랜 시간 쌓아온 법칙이 나쁜 것이 아니다.

관객들은 하나의 감정만 충족하기 위해 극장을 찾지 않는다.

유쾌함, 통쾌함, 따뜻함, 위로, 슬픔, 감동 등.

영화를 보는 즐거움에는 다양한 감정이 내포되어 있다.

심지어 분노를 즐기는 감정조차 창작물에서 ‘재미‘이기도 하다.

사회고발 영화는 대체로 이야기가 무겁고 보는 이로 하여금 기분을 부정적으로 만든다.

그럼에도 많은 관객들이 기꺼이 돈을 지불하고 영화를 관람한다.

관객을 화나게 하는 영화가 관객을 만족시키는 경우도 많다.

다만 관객이 불쾌감을 느낄 정도로 제대로 영화를 만들었을 때에만 그렇다.

<킬링 필드> 같은 영화는 관객을 불쾌하게 만드는 쪽에 가깝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영화를 보고 만족했다.

따라서 ‘클리셰‘나 영화 내적인 ’부정적인 요소‘ 때문이 아니라, 대부분의 ‘망한‘ 영화는 서사와 감정의 과잉으로 인한 경우가 많다.

류지호는 <Tsogang>을 찍으면서 휴먼드라마에 내재된 신파성을 극복하려고 노력했다.

때문에 로맨스 영화나 휴먼드라마들이 답습하는 ‘극적‘이란 부분을 강조하지 않았다.

흔히 ‘드라마틱‘ 하다라는 감정과잉을 절제하고 나니, 리얼리티가 그 자리를 꽉 채웠다.

그 리얼리티가 관객들에게 진정성으로 다가서게 되었고.

반면에 <스타크래프트> 실사화는 그렇게 접근해서는 안 되는 영화다.

관객들이 예측 가능하도록 친절한 플롯과 때때로 감정 과잉의 극적인 시퀀스를 의도적으로 배치해야 하는 영화다.


‘주인공들의 기구한 팔자가 하도 눈물겨워서 관객이 연민을 품지 않고는 못 배기게 해야하는 영화.’


류지호가 처음 <스타크래프트> 실사화 연출을 결심할 때는 프로토스 위주로 스토리를 전개하는 유혹에 시달렸다.

그 자신이 프로토스의 진성 마니아였기 때문이다.

이전 삶에서 SnowStorm의 개발자들이 <워크래프트>의 포문을 호드의 중심 종족 오크로 밀어붙였던 것처럼.

진화의 단계로서 저그→인간→프로토스라는 설정에 따라서 과학기술과 정신문명이 고도화된 인류의 미래를 프로토스라고 본다면 그들조차 우주적으로 보면 불완전하기 짝이 없는 존재다.

매번 미국식 SF영화에서 보던 인간 중심의 서사가 아니라, 외계인 중심의 서사를 해보면 어떨까 고민을 무척 많이 했었다.

결국 단념하게 되었지만, 자신이 그토록 좋아하는 프로토스 종족을 어떻게 하면 영화에서 덜 등장시키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친구를 죽음에 이르게 한 옛 연인에 대해 복수심을 품게 되고.

칼날여왕이 된 옛 연인에 대한 혼란스러웠던 감정이 복수심으로 귀결되는 분기점을 제공해 주는 캐릭터가 피닉스다.

또한 프로토스 종족의 진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암흑기사단의 지도자 제라툴은 짐 레이너의 길을 인도해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주의 구원을 위해 숙적이자 원수인 칼날여왕에 대한 증오마저 접어두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각 종족을 대표하는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기구한 운명이다.

코프룰루 은하 최고의 해병대원에서 상관의 배신으로 탈영한 후에 우주해적으로 전전하다 정착한 행성에는 우주적 악당인 저그의 침공을 받게 되고, 그로 인해 우주적 사건에 휘말리면서 악의 물든 연인으로 인한 번민과 고통으로 점철된 삶을 사는 짐 레이너.

원치 않은 초능력을 갖고 태어난 것 때문에 가족이 죽음을 당하고 탐욕스러운 권력자들로부터 이용만 당하다가 버림을 받은 후에도 끝내 종족까지 초월해 선과 악을 오락가락하는 혼돈의 삶을 이어가는 사라 케리건.

진화를 거듭하면서 고도의 과학과 정신문명을 갖게 되었지만, 신정일치 같은 모순된 체제 속에서 종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해 여전히 불완전 프로토스 종족의 일원으로써 종족의 이단자로 멸시를 받으며 비참한 삶을 살았지만 우주적 구원을 위해서라면 불구대천의 원수인 칼날여왕에 대한 복수심마저 내려놓을 수 있는 우주의 영웅 제라툴.

종족을 대표하는 각 캐릭터들의 설정과 사연들을 요약해보면 나름 입체적이다.

배우로서 관심을 보일 만 한 캐릭터다.

다만 장르가 걸림돌이다.

SF 혹은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에서는 배우가 돋보일 여지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아바타>는 전 세계적으로 27억 달러라는 엄청난 박스오피스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헌데 주연 배우들의 최신 근황에 대해 궁금해 하는 대중은 그리 많지 않다.

감독 제이미 캐머론의 차기작에는 관심이 많아도.

배우들의 활약에 대해서는 큰 주목을 끌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로 인해 SF영화 캐스팅은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스타크래프트> 실사화도 마찬가지였다.

배우들이 자신들의 연기가 볼거리에 묻혀버리는 것은 아닌지 염려하는 면이 없지 않다.

그런 배우들을 안심시키고 설득하는 것이 바로 감독의 역할이다.

류지호는 브래드 쿠퍼를 캐스팅하기 위해서 설득의 자리를 세 차례나 가졌다.

그가 왜 <스타크래프트>에 출연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류지호의 정성이 통했는지 몰라도 결국 브래드 쿠퍼가 출연계약서에 서명을 했다.


“<아메리칸 스나이퍼>를 마치고 조금 쉬다 와도 돼.”

“그 캐릭터의 심리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길 원하는 거 아니었습니까?”

“솔직히 그래줬으면 좋겠어. 강요는 하지 않을 게.”


첫 번째 에피소드 초반까지는 짐 레이너를 피폐해진 모습으로 묘사할 생각이다.

천국의 아이들로 복무하던 시절의 경험으로 인한 PTSD, 우주해적을 하며 방탕한 생활을 할 때의 죄책감, 아들과 아내를 잃은 상실감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모습을 좀 더 깊이 있게 표현해보고자 브래드 쿠퍼가 <아메리칸 스나이퍼>의 주인공에서 금방 빠져나오지 말 것을 주문했다.


“영화를 위해 18kg를 찌우기로 약속했습니다.”

“내 영화에서도 그 몸무게와 근육량을 계속 유지해 주었으면 좋겠어.”

“두 달만 시간을 주십시오.”

“알겠어. 크랭크인을 보름 늦출 게.”

“8월 중순으로 말입니까?”

“5월 첫 주에 크랭크업하기로 되어 있는 거 아니었어?”

“....그렇습니까?”

“내가 워너-타임에 직접 확인했어. 12월 개봉이 잡혀 있는 모양이더라.”


아직 프로덕션에 들어가지 않은 다른 회사 작품 일정까지 꿰고 있다니.

브래드 쿠퍼는 괜히 미스터 할리우드라고 불리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출연계약서에 서명 하는 것은 올해 안에 마무리 하는 걸로 했으면 좋겠는데.”

“에이전트에게 말해 두겠습니다.”


류지호가 손을 내밀자, 브래드 쿠퍼가 손을 맞잡고 악수를 했다.


“잘 부탁합니다.”

“나야 말로.”


브래드 쿠퍼는 1,400만 달러의 출연료에 합의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로켓 캐릭터의 목소리 출연료인 1,000만 달러보다 400만 달러가 많은 금액이다.

2,3부가 제작된다면 계약을 새롭게 갱신하기로 했다.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해주는 대신 브래드 쿠퍼는 겹치기 출연을 할 수 없다.

총 14주의 기간을 온전히 <스타크래프트> 프로덕션에 제공해야 하고.

만약 보충 혹은 재촬영을 하게 되면 당연히 오버페이를 지불하는 조건도 추가했다.

사라 캐리건 역할도 결정됐다.

마리아 윈스테드가 총액 30만 달러에 계약했다.

브래드 쿠퍼와 비교하면 터무니없는 액수처럼 보인다.

비교적 후하게 쳐준 것이다.

만약 <스타크래프트> 1편이 대박을 치게 된다면 그녀의 몸값은 몇 배로 뛰어오른다.

참고로 스칼리 조한샌을 캐스팅했다면 최소한 800만 달러를 줘야 했다.

<헝거 게임> 시리즈의 제니 로렌스는 1,500만 달러를 받고 있고.

최대 30만 달러를 받던 제니 로렌스는 <헝거 게임> 프랜차이즈의 대성공으로 A-List 배우로 우뚝 섰다.

할리우드는 철저하게 부익부빈익빈 구조다.

마리아 윈스테드는 체중을 늘려야 하는 브래드 쿠퍼와 달리 가장 좋은 상태의 체중과 몸매를 영화제작 기간 내내 유지해야 하는 계약조항이 붙었다.

크랭크인 전에는 류지호가 지정한 곳에서 훈련프로그램을 수행해야 하고.

바로 Vic&Jay다.

주인공을 뺀 주요 배역들도 연말까지 차례로 계약서에 서명을 받을 예정이다.


9월 중순.


브래드 쿠퍼와 마리아 윈스테드가 캐스팅되었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그에 따라 류지호의 차기작의 정체가 밝혀졌다.

<워크래프트>에 이어 <스타크래프트>까지 영화화 된다는 소식에 전 세계 SnowStorm팬들이 환호성을 터트렸다.

영화 커뮤니티는 물론이고 각종 게임 관련 커뮤니티까지 뜨겁게 달아올랐다.

게임팬들이 캐스팅을 두고 설전을 벌였다.

종족별 팬덤 사이에서 쓸데없는 감정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게임팬이든 영화팬들이든.

한마음이 되어서 남은 배역을 두고 가상 캐스팅 놀이가 이어졌다.

그럼에도 팬들이 한 목소리로 하는 말이 있었다.


- 제발! <아바타> 만큼만 만들어 다오. 부탁한다, 류지호 감독아!


한편 류지호가 차기작으로 <스타워즈>가 아닌 게임 실사화를 택한 것에 대해 아쉽다는 의견도 많았다.

전 세계적으로 <스타크래프트> 실사화나 류지호 관련 기사마다 달리는 댓글이 있었는데.


- Adun Toridas!

- My life for Aiur!


바로 프로토스 종족을 상징하는 인사와 구호였다.

SnowStorm빠들은 류지호의 종족이 프로토스인 것을 잘 안다.

프로토스의 영웅들을 영화에서 멋지게 형상화 해주길 바라는 심정을 담은 언어유희이자, 실사화에 대한 응원 댓글이었다.


작가의말

평안한 주말 보내십시오.

감사하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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