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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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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최근연재일 :
2024.09.1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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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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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쪽

돌연변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적어도 일주일에 하루는 꼬박 결재에 매달렸고, 분기별로 감사보고서, 이사회 의결사항 점검, 각종 결산 보고서, 대형 M&A 안건, 증자관련 사안, 투자 보고서 등 오너로써 검토해야 할 서류가 한 둘 아니었다.

그 업무가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홀가분했다.

딱 그 정도.

실제로 일상생활까지 여유로워진 것은 아니다.

매일 수북이 쌓이던 결재서류와 보고서 대신에 다른 것들이 쌓였으니까.

미스터 할리우드가 읽어주길 학수고대하는 시나리오들이다.

영화에 좀 더 집중하게 되면서 묘한 열망도 무럭무럭 피어올랐다.

가령 <Brood War>로 <아바타>의 박스오피스 기록을 깨고자 하는 열망 같은.

사실 첫 번째 에피소드가 세운 19억 달러 월드와이드 박스오피스 기록도 쉽게 깨기 어렵다.

그런데 8억 달러를 더 벌어야 <아바타>의 기록을 깰 수가 있다.

<아바타>의 월드와이드 박스오피스가 얼마나 말도 안 되는 기록인지.

물론 <아바타>를 제작하고 개봉할 때보다 여건은 상당히 좋다.

특히 티켓값이 비싼 Eye-MAX 상영관과 3D 상영관이 당시에 비해 엄청나게 늘어났으니까.

중요한 것은 <Brood War> 첫 에피소드를 통해 나머지 에피소드의 제작비를 벌어들였다는 점이다.

감독인 류지호의 부담감과는 무관하게.

JHO Pictures는 부담감 없이 <Brood War> 삼부작을 마무리할 수 있게 됐다.

<매트릭스> 이후로 삼부작의 나머지 에피소드를 한꺼번에 촬영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편이다.

<Brood War>도 에피소드 Ⅱ,Ⅲ를 동시에 찍기로 했다.

총 러닝타임 320분(154분, 166분)을 한 번에 촬영하는 것이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JHO와 가온그룹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든.

류지호는 신경을 껐다.

오로지 <Brood War>에만 매달렸다.

<Brood War>는 우주활극(Space Opera)이다.

정통 SF영화처럼 심오하고 깊은 철학적 주제의식을 다루고 있진 않다.

그렇다고 알맹이 없이 화려하게 포장된 보석함은 아니다.

나름 삼부작을 관통하는 핵심 질문이 존재한다.


“과연 생물의 진화는 무엇인가?”


류지호는 생물의 진화라는 것이 그냥 유전자가 돌연변이를 일으켜서 바뀌는 모든 걸 말하는 것뿐이라고 규정했다.

그런 생각을 바탕으로.


“바뀐 것이 좋은 방향인지 나쁜 방향인지를 누가 결정할 수 있을까?”


같은 질문을 할 수가 있었다.

영화 <Brood War>의 세계관에서 적어도 프로토스 종족은 가장 완벽에 가까운 종족이다.

젤나가의 실험체로 선택된 후 1,000여 년에 걸친 유전자 조작을 받아 진화를 거듭했기에.

그러나 풍요와 번영으로 종족이 교만해지더니 프로토스만의 특성이었던 정신의 연결마저 끊어버리더니 심지어 신으로 섬기던 젤나가를 공격하기에 이르렀다.

젤나가는 이에 크게 실망하여 아이어를 떠나버렸다.

프로토스 사회는 붕괴하고 말았다.

그리고 끝없는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프로토스 사회의 대혼란 또한 최후의 흑막이 일부러 일으킨 것이라는 사실은 먼 훗날에나 밝혀지지만, 무의미한 살육은 오랫동안 계속되었다.

무려 1,000여 년에 걸쳐 유전자 조작을 통해 진화한 프로토스다.

그럼에도 완벽하지 않았다.

또 하나의 젤나가의 실험체 저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끊임없이 유전정보를 흡수해서 돌연변이를 일으키고 있는 저그는 진화의 끝을 위해 나아가고 있고 끝내 종의 한계를 벗어났지만.

초월체조차도 하등한 생명체들의 단합된 의지에 결국 소멸하고 말았다.

그 같은 서사는 신에 도전한 인간의 이야기와 닮아 있다.

신에 도전한 이야기 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음악의 신 아폴론과 피리 연주를 겨룬 반인반수의 마르시아스와 포세이돈의 두 아들 오토스와 에피알테스의 이야기다.

<Brood War>는 신화적 서사를 우주 배경으로 펼쳐놓은 것이지만, 핵심 키워드는 결국 ‘진화(evolution)’다.


“개체의 변이는 돌연변이로 일어나는 것일까?”


다윈의 진화론에 질문을 던지고.


“변이가 없으면 선택의 여지도 없다.”


자연선택론까지 건드린다.

생물의 진화는 개체군 단위로 국지적으로 일어난다고 한다.

그래서 돌연변이보다는 오히려 다른 개체군으로부터 유전자 변이가 유입되어 변화를 일으키는 빈도가 훨씬 큰 것이다.

그렇다면 단순하지만 탁월한 개체군이 건강한 것일까?


‘저그처럼?’


저그는 끊임없이 유전자를 섞는다.

유전적으로 단순한 그러나 탁월한 개체군은 환경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기간에는 성공적으로 영역을 넓힐 수 있다.

그러나 환경은 늘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변한다.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살아남는 개체군은 바로 유전적 변이를 풍부하게 지니고 있는 것들이다.

즉 유전자는 섞여야 건강하다.

<Brood War> 세계관 속에서 저그의 특성이 그렇다.

프로토스 종족은 젤나가의 축복을 받는 시기에는 유전적으로 정체되었다.

젤라가를 부정하며 연결을 끊는 순간 혼돈이 찾아왔다.

돌연변이(다크템플러)도 탄생했다.

신을 부정하는 순간부터 대혼돈을 통해 진정한 진화가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생물의 운명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개체의 수가 아니라 실제로 번식에 참여하는 개체의 수, 즉 유효 개체군의 크기에 의해 결정된다.

진화에서 유효개체군의 크기가 중요한 것은 유효개체군이 작을수록 개체군 내의 대립유전자 빈도가 임의로 변화하는 현상인 ‘유전적 부동’의 영향이 커지기 때문이다.

통계학적 개념으로 보면 유전적 부동은 다름 아닌 표본 오차에 지나지 않는다.

무작위적인 표본 추출로는 결코 훌륭한 적응 체제를 만들어낼 수 없지만, 하릴없이 변화하는 유전자 빈도 역시도 엄연한 진화의 모습이다.

젤나가의 간섭을 받지 않은 지구.

그곳에서 온 테란종족은 자연선택과 상관없이 어떤 행성에서도 적응을 잘 해나간다.

과학문명을 통해 유전적 진화를 극복하는 모습도 보인다.

진화생물학에서 적응은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새로운 환경 조건에 서서히 익숙해지는 과정과는 다른 것이다.

생명체로 하여금 보다 잘 생존하고 번식할 수 있게 해주는 유전적 특징이다.

진화이론에서 진화적 적응은 오로지 자연선택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그런데 <Brood War>에서는.


“자연선택으로 생명체는 완벽해지는가?”


그런 질문을 한다.

류지호의 대답은 ‘아니다’이다.

지구에서도 그렇지만, 우주에서는 자연선택이 작동하는 환경이 일정할 수가 없다.

종족적인 역사적 혹은 계통적 제약 같은 온갖 제약도 있다.

프로토스도 저그도 유전적으로 테란종족보다 월등하다.

그러나 그 종족들이 테란보다 더 완벽한 생명체라는 보장은 없다는 것이 류지호의 결론이다.


“진화는 진보일까?”


생물은 절대적인 수준에서 미래지향적 진보를 거듭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환경 속에서 제한된 자원을 놓고 경쟁하고 있는 다른 개체들보다 조금이라도 낫기만 하면 선택 받는 것이다.

다분히 상대적인 개념인 것이다.

진화의 기본 원리가 그렇다.

류지호는 <Brood War>를 통해 ‘적자생존’은 잘 못되었다고 말한다.

자연계에서 벌어지는 선택과정에서 언제나 최고의 단 한 개체만이 살아남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함께 경쟁하는 다른 개체들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면 그만큼 생존과 번식이 유리한 위치를 갖게 되리라.]


영화 속에서 다크템프러 제라툴이 짐 레이너에게 한 말이다.

자연선택 혹은 적자생존 같은 진화이론의 관련한 질문을 담고 있는 말이지만.

솔직히 영화는 깊이 파고들 생각이 없다.


- 보라, 상대적으로 약한 개체인 인간은 끝까지 살아남았다!


라는 다분히 일차원적인 메시지만 남을 뿐.

결국 <Brood War>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다양성이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진화의 방향성 문제도 아니고.

생존과 적응의 문제이며, 결국 생명의 다양성에 관한 메시지로 귀결된다.

류지호가 각색에 참여도 하고 연출을 하고 있지만, 솔직히 본인도 영화가 하는 심오한 질문에 대해 잘 모른다.

치열하게 고민을 했지만, 그걸 영화를 통해 잘난 척 하고 싶지 않았다.


“어설프게 아는 것보다 차라리 모르는 게 나을 지도.....”


모르면 깊게 들어가지 않는다.

반면에 어설프게 알면 자꾸 자랑하고 가르치려 들고.

영화감독이 영화로 잘난 척 하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가르치려 들지 말고 깊게도 들어가지 않으면서 관객 스스로 질문과 답을 찾을 수 있도록 판을 잘 깔 면 된다.

그것을 잘하는 감독이 바로 리드 스콧 감독이다.

스스로 상업영화감독이라는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지적인 관객의 눈높이까지 충족해주는 질문을 영화에 잘 넣으니까.


❉ ❉ ❉


류지호는 영화를 찍을 때는 한눈을 거의 안 판다.

이사회의장으로 경영에 발을 걸치고 있을 때도 그랬다.

그런데 회사에 얽매이지 않게 되자, 심적으로 여유가 많이 생긴 것 같았다.

이전과 달리 영화를 찍는 틈틈이 지역의 자선행사에도 얼굴을 비추고, 구독자 1,200만 명을 보유하고 있는 NeTube의 ‘Mr. Hollywood' 채널을 통해 대중과의 소통도 늘렸다.


“우리 아가들이 MJ를 이겼어.”


레오나가 Mr. Hollywood 채널의 동영상 하나의 조회수를 자랑스레 보여주었다.


“사람들이 이런 걸 좋아할 줄은 몰랐네.”


류지호는 두 아이들과 뉴멕시코의 J&L Bell Ranch에서 오두막을 만들어왔다.

수년에 걸쳐 사유지에 작은 숲을 조성했는데, 그곳에 <허클베리 핀의 모험> 속 오두막처럼 트리하우스를 만들었다.

인부의 도움 없이 순수하게 류지호와 아이들끼리만 만들었다.

3년에 걸쳐서 틈틈이 만든 소박한 트리하우스를 기록영상으로 남겼는데, 그걸 21분짜리로 편집해서 자신 전용 NeTube 채널에 올렸다.

그런데 순식간에 채널 최대 조회수를 기록했다.

마이키 잭슨이 출연했던 동영상 조회수를 뛰어넘었던 것.


“댓글은 가급적 보지 마. 절반은 악플일 테니까.”

“우리 아가들 블러 처리한 것 때문에 달린 악플 빼고 딱히 거슬리는 건 없어.”

“그냥 댓글을 막아버릴 걸 그랬나?”


최대한 시아와 준혁이 적나라하게 노출되지 않도록 편집했음에도 간혹 얼굴이 나올 수밖에 없었는데 그런 동영상에는 댓글창을 비활성화시켜 놓았다.

아이들이 보고 충격 받을 만한 글들도 올라오기 때문이다.


“구독자 수로 보나 조회수로 보나 방송팀을 따로 만들어야 하는 거 아냐?”

“딱히..... 언제든 폭파시킬 수도 있는 채널이라서.”

“1,200만 명을 보유한 채널을?”

“우리 아가들 어릴 때 모습을 찍어두는 김에 남는 짜투리 종종 올리고, 친구들과 수다 떠는 것 중에 사람들에게 도움 될 만한 것 추려서 취미로 조금씩 올리는 것뿐인데. 이것도 직업이 되면 골치만 아파져.”

“제니퍼 말 들어보니까, 수익금으로 기부하는 금액이 상당하다고 하던데?”

“경영에서 손 떼고 모처럼 아이들과 함께 할 시간이 많아졌는데, NeTube 하는데 그 소중한 시간을 쓰고 싶지 않아.”


NeTube를 생업으로 살아가는 이들이 들으면 몹시 화가 날 발언이다.

어쩌랴.

SNS를 전혀 하지 않는 류지호가 유일하게 대중과 소통하는 창구이자 중요한 영화홍보 채널 가운데 하나가 NeTube이긴 하지만, 그것이 가족보다 소중하지는 않은 것을.

암튼 Mr. Hollywood 채널이 구독자가 많은 것은 세계 최고 부자의 일상을 엿볼 수 있다는 것과 신작 소식을 발 빠르게 얻을 수 있다는 점, 더해 할리우드 스타들이 종종 출연해 스몰토크를 한다는 것 때문이다.

매체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마이키 잭슨이 종종 나오고, 매체 노출을 극도로 꺼리는 많은 셀러브리티들의 근황도 알 수 있다.

에드워드 버펫 같은 살아있는 투자의 전설도 출연해 류지호와 대담을 나눴다.

가볍게 500만 조회수를 넘기기도 했다.


“간만에 리액션 영상 하나 찍을까?”


류지호는 레오나와 함께 신작 한국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리액션 영상을 올리곤 한다.

StreamFlicks의 한국 콘텐츠를 서구권에 알리기 위해서다.

의외로 조회수가 잘 나오는 편이다.

좋은 콘텐츠 소개시켜주어서 고맙다는 다양한 언어의 댓글이 달리기도 하고.


“뭔데?”

“한국 근현대사에서 가슴 아픈 역사라고 해야 할지 치부라고 해야 할지. 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 사건이라고.”


일명 ‘인혁당 사건‘은 유신정권 시절 대표적인 ‘사법 살인 사건’으로 꼽힌다.

군사쿠데타로 집권한 당시 대통령은 취임 뒤 한일국교 정상화를 위한 한일회담을 추진했다.

여기에 식민 지배의 대가로 일본에서 차관을 받는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될 것이라는 점이 알려지며 '굴욕적 외교'라는 반대 여론이 일었다.

공화당 의장이 도쿄에서 일본 외상을 만나 한일회담 일정에 합의한 사실이 알려졌고, 대학가를 중심으로 공화당 의장의 즉기 귀국을 요구하는 시위가 대대적으로 일어났다.

군사쿠데타 정권은 비상계엄령을 선포하고 군대를 동원해 시위를 진압했는데, 한 달여 만에 1,120여 명이 검거되고 348명이 구속됐다.

그리고 중앙정부보부장이 ‘북괴의 지령을 받고 대규모 지하조직으로 국가 변란을 획책한 인민혁명당 사건이 적발됐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1차 인혁당 사건‘ 그렇게 시작됐다.

기자회견 3일 뒤에 피고인들이 검찰에 송치되고, 당시 서울지방검찰청 공안부 검사 4명이 기소를 거부하고 담당 검사 중 3명은 사표까지 썼음에도 청와대가 나서 사건을 밀어붙였고, 피고인들은 중정으로 끌려가 각종 고문을 당했다.

대법원은 검찰이 기소한 25명 중 8명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당일 재판은 전 대법관의 반대 의견 개진과 10분여의 판결문 낭독으로 끝났다.

판결 하루만인 다음날 새벽 8명에 대한 사형이 집행됐다.

사형 후 시체 두 구는 가족의 동의도 없이 화장됐다.

고문 흔적 때문이라는 것이 당시의 일반적 판단이었다.

변호사의 재심 청구서는 휴지조각이 됐다.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국제법학자협회는 1975년 4월 9일을 '사법사상 암흑의 날'로 선포했다.

설명을 모두 들은 레오나는 그 즉시 류지호의 손을 붙잡고 홈시어터로 향했다.

그리고 StreanFlicks에 올라온 ‘인혁당 사건’을 다룬 영화를 보는 내내 분노를 주체하지 못했다.

영화를 보고 난 후 인터넷을 검색하고, 관련 다큐멘터리가 있는 것까지 확인했다.

비서를 통해 다큐멘터리도 구매했다.

그 중에는....


- 진보의 성지 대구는 어쩌다 보수의 성지가 되었나?


라는 다큐멘터리도 있었다.

이전 삶이었다면 ‘인혁당 사건’ 같은 영화를 제작한 WaW 엔터테인먼트가 세무조사를 받고 회장이 검찰조사를 받거나 미국으로 쫓겨나야 했겠지만.

배우들은 블랙리스트에 올라 영화와 드라마 캐스팅에서 배제되었을 테고.

이번에는 아니다.

진보정권이 들어서며 그 동안 하지 못했거나 할 수 없었던 이야기들이 많이 제작되고 있다.

물론 ‘인혁당 사건’ 영화를 두고 대구를 비롯해 보수진영에서는 연일 난리도 아니다.

한국에서는 배우가 정치적 의사표현을 하면 숨 쉬는 상태로 여론에 의해서 생매장을 당한다.

셀럽들도 마찬가지다.

류지호는 그 부분에서 빗겨나간다.

미국에서 자신의 정치적 스탠스를 대놓고 드러내고 있고.

미국의 대통령 후보를 대놓고 디스(diss)하는가 하면, 한국의 정치계에게도 할 말 못할 말 서슴지 않고 해왔기 때문에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일부 극우라는 자들이 가온그룹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한줌도 안 되는 이들의 선동에 놀아나봤자 개미오줌만큼의 영향도 미치지 못했다.

그렇다고 WaW 엔터테인먼트가 한국의 우파들이 좋아할 영화를 만들지 않는 것도 아니다.

가령 2002년 연평도 앞바다에서 벌어진 연평해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를 제작했는데, 충무로 A급 시나리오 작가와 감독을 기용해서 제작했다.

쓸데없는 애국주의를 대신해서 반공우파가 좋아하는 빌런의 모습인 북한 수뇌부의 적나라한 모습들, 가령 1차 연평해전의 패배에 대한 복수심과 체제 단속 그 이면에 자리 잡은 남한과의 비즈니스 욕망을 묘사한 것이나, 이전 삶의 영화에서는 묘사하지 못했던 모 부대 지휘관이 북한의 사전 도발 징후를 포착했으나 김태평 정부에서 이를 묵살했던 정황들을 있는 그대로 묘사해서 우파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해군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기 위해 ‘대한해군 만세‘가 일정부분 들어갈 수밖에 없었지만, 해군의 모습을 비교적 있는 그대로 묘사하려고 노력했고, 신파로 흘러가지 않도록 리얼리티와 해전에 더욱 공을 들였던 것도 주요했다.

결과적으로 연평해전을 다룬 영화 <NLL>은 호평까지는 아니지만 전투 시퀀스에서 만족감을 선사해서 42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우파라고 스스로를 밝힌 문화비평가는 서해판 <블랙호크 다운> 같았다는 호평(?)을 남겼을 정도로 연평해전 당시 상황이 손에 땀을 쥐게 할 정도로 리얼했다고 평하기도 했다.

해외에서도 과거 신파로 무장했던 한국의 전쟁영화와 차별성이 있다면서 비교적 우호적인 평가를 내렸다.

영화는 결국 영화 자체로 평가를 받는 것이다.

잘 만든 영화와 못 만든 영화만 남을 뿐.

좌파니 우파 하니 하는 영화 외적인 놀음은 중요하지 않다.

또한 만드는 사람이 충분히 고민하고 그걸 토대로 진실 된 태도로 제작에 임하면 범작이 나올 순 있어도 졸작은 나오지 않는다.

예비군 홍보영상도 퀄리티를 따지는 세상이다.


“극장에 걸리는 영화가 그 보다 못하면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 ❉ ❉


전보다 여유가 많아졌다지만, 새롭게 여유가 생긴 시간을 다른 것들이 채우는 모양새다.

그 중에 하나가 졸업연설이다.

류지호는 그 동안 미루고 미뤄왔던 UCLA 졸업연설의 연사로도 단상에 섰다.


[젊은 여러분은 무엇이든 될 수 있고 아무것도 안 될 수 있습니다. 남이 만든 인생버스에 타지 말고 스스로 인생을 운전하는 사람이 되세요. 뭘 망설이나요? 지금이야말로 여러분 세대를 정의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만들 때입니다. 인류가 지구를 멸망시키기 전에 기후변화를 막고, 보건과 위생의 사각지대를 위한 프로젝트를 더 크고 더 지속적으로 전개할 때입니다.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건강 데이터를 추적해 유전자를 공유하게 하는 것은 어떨까요? 아프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찾는 것보다 아프고 나서 치료를 하는 쪽에 50배 많은 인적 자원을 사용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보세요. 이게 말이 되나요? 여러분이 바꿀 수 있습니다. 모두가 온라인으로 투표할 수 있게 민주주의를 현대화한다든가, 이동수단인 자동차로 사망하는 이들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자율주행에 힘쓴다던가, 모두가 배울 수 있도록 맞춤형 평생 교육을 제공하는 것은 어떤가요? 여러분의 삶을 기성세대에게 맡겨놓지 마세요. 여러분은 그들이 가고 난 다음 시대를 살아야 합니다.]


류지호는 SNS 기업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

정작 본인은 전혀 하지 않는다.

그가 대중과 소통하는 창구는 오로지 레거시 미디어다.

또 하나가 NeTube고.

그리고 공식 팬클럽 사이트에 글을 남기고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이전 삶에서 수많은 설화(舌禍)로 스스로 무덤을 판 이들을 많이 본 류지호다.

친구 일론 리브스처럼 SNS를 통해 전 세계적인 ‘어그로‘를 끌어서 여론전에 써먹을 수도 있겠지만.

유력 언론사를 소유하고 있는 류지호로서는 ‘SNS 어그로‘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딸과 함께 백화점 쇼핑을 하는 장면을 파파라치가 찍기도 하고, 벨에어 저택 상공으로 드론을 띄워 도둑촬영을 한 영상이 방영되는가 하면, 지인이 전한 말들이 언론을 통해 수시로 전해지기도 한다.

시작은 신변잡기 위주 콘텐츠를 담았던 ‘Mr Hollywood' 채널이지만, 어느 순간 일반 대중들이 쉽게 만날 수 없는 인사들을 초청해 대담을 나누는 것 위주로 방향성이 바뀌었다.

진지한 토크쇼는 아니다.

에드워드 버펫을 초대했을 때는 미국 금융당국과 경제정책 담당자들을 신나게 씹어대기도 했으니까.

헨리 게이츠를 불러서는 인수공통감염에 대한 미흡한 경각심에 대한 경고를 보내기도 했다.

트라이-스텔라의 경쟁 스튜디오라고 할 수 있는 워너-타임 회장을 초대해서 업계와 영화산업의 전망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수다를 떨기도 했다.

Gower Studios에 있는 류지호 전용 스테이지에 근사한 세트를 마련하자는 이야기가 많았다.

그렇게 하지 않았다.

벨에어의 별장에서 또 롱아일랜드 파커저택 서재에서 아니면 소유하고 있는 요트에서 때로는 자주 가는 레스토랑이나 카페테리어에서 CamPro 최신 모델로 대충 찍었다.

비정기적이라서 한 달에 한 편이 올라올 때도 있고 빨라야 일주일에 한 편이 올라오는 수준이다.

일론 리브스가 아이언맨 마스크를 쓰고 출연한 적이 있다.

자신이 쓰고 있던 아이언맨 마스크를 류지호에게 씌우면서 남긴 말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토니 스타크의 현실판은 내가 아니라 내 친구 Jay라고 생각한다. 여러분은 혹시 토니 스타크가 나이를 먹어 슈트를 입고 싸울 수 없게 된다면 그가 어떻게 세상을 구하려고 할까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엄청난 부를 이룬 뒤 경영자의 업무를 뒤로하고 자선가로 변신하지 않을까. 여기 내 옆에 앉아 있는 누군가처럼.”


전 JHO Company Group 회장, 현 미국영화협회 회장 모리스 메타보이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Jay는 제작자로서 한 가지 원칙을 가지고 있다. 작품을 기획할 때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내용을 두고 감독과 토론을 하고, 캐스팅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는 데까지가 그가 간여하는 단계다. 일단 제작에 돌입하면 일절 간섭하지 않는다. 산으로 끌고 가든 바다로 가든 배를 움직이는 것은 선장이 할 일이다. 배 주인은 운항에 차질이 없도록 지원하는 역할에 그쳐야 한다는 것이다. 스튜디오로서는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그의 방식은 의외로 효율이 좋았다."


<Brood War> 홍보를 위해 출연한 브래드 쿠퍼는.


"현장 분위기가 좋기 때문에 함께 작업하는 게 기쁘다. Jay는 중용의 미덕을 아는 감독이며 항상 계획한 것 이상을 해낸다. 우리 시대 가장 위대한 예술가 중 한 명인 미스터 류가 나를 선택해 준 건 굉장한 행운이다."


할리우드 업계의 A-List에 올라 있는 촬영감독 밥 리차드슨도 출연했다.

2013년에 타계한 유명 비평가 로저 이버트의 말을 인용했는데.


“1990년대 중반 이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말할 때 우리는, 미스터 할리우드의 손을 거쳐 간 영화들을 주로 언급한다. 그는 스티븐 아들러나 조지프 루카스가 문을 연 할리우드 프랜차이즈를 Eye-MAX와 입체영화로 근사하게 포장해 대중을 흥분시켰다. 물론 그 자신 역시 필모그래피에 Eye-MAX로 써내려간 이야기들로 채우고 있다.”


클리프 레저가 출연했을 때는 류지호에게 체스를 가르쳐 주는 모습만 주구장창 화면에 담겼다.

장난 비슷하게 번번이 패배하는 류지호를 구박하는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Jay가 흥행과 작품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데는 바로 그가 지닌 상상력, 열정, 성실함, 휴머니즘 이 네 가지에 있다. 인간에 대한 배려, 그만이 갖고 있는 남다른 기본기는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독보적인 것이다.”


1시간 촬영 분량 전부를 체스로 채우고 떠난 클리프 레저가 남긴 말이었다.


“정말 빨리 찍는다. 그런데 잘 찍는다. 솔직히 어떻게 가능했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해냈다. 최근 들어 가장 재미있는 작업이었다."


메리 윈스테드가 출연했을 때 한 말이었다.

SnowStorm의 마이클 모하임과 빈스 미첸도 출연했다.


“Jay가 40대 중반에 인생 최대 스케일의 역작을 완성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는 마치 자기 자신이 '신'이며 '왕'인 듯, 코프룰루 은하의 장대한 서사를 관객들 앞에 거대한 스펙터클과 드라마로 재창조해 펼쳐 놓았다. 사실 블리자드는 미심쩍은 것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불가능해 보이는 프로젝트를 현실로 만들어냈다. 나와 친구들은 그를 '영화의 신'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몇 안 되는 감독 중 하나라고 평가한다.”


두 사람의 찬양이 도가 지나쳤다.

류지호가 쥐구멍으로 숨을 들고 싶을 정도로.

편집에서 낯간지러운 부분을 상당히 들러냈음에도 찬양 일색의 콘텐츠가 나와 버렸다.

출연자가 모두 셀러브리티로만 채워지진 않는다.

오랜 시간 비서를 하다가 자선재단으로 옮겨간 제니퍼 허드슨과 경호팀장이던 티노 곤잘레스 같은 지인들도 출연해 함께 하며 재밌었던 일화를 수다 떨듯이 소개했다.


“한국 자동차에서 돌연변이가 하나 나왔네요.”


간혹 픽업트럭 리뷰를 찍어 올리기도 했다.

명차들 사이에 은근슬쩍 가온모터스의 신형 모델을 끼워 넣었다.

미국시장을 노리고 풀체인지한 일명 ‘깍두기’ 스타일의 올 뉴 코란도를 리뷰하기도 했는데.

당초 2만대 팔면 대성공이라고 생각했던 모델이다.

그러나....


- 올 뉴 코란도 누적 15만대 판매 달성!


2년마다 페이스오프 모델을 계속해서 선보이게 된다.

해외 언론에서는 돌연변이의 출현이라고 떠들썩했다.

과거에 많은 랠리 우승 차종이었던 것도 모르고.

류지호의 리뷰가 도움이 되었는지 알 순 없다.

NeTube 조회수도 다른 콘텐츠에 비해 매우 실망스러웠고.

다만 이사회의장 신분을 벗어던지고 나니 편하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게 됐다는 사실.

오너 리스크를 신경 써야 하지만.

이전보다 훨씬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기업과 투자 부분에 더 큰 성과를 낸 영화계 돌연변이에서.

영화인의 정체성으로 회귀하는 모양새다.


작가의말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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