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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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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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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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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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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3쪽

Brood War. (5)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8월 초순.

목소리 연기를 하게 될 배우들이 런던의 파인우드 스튜디오로 모여들었다.

브래드 쿠퍼와 마리아 윈스테드도 왔다.

그들이 안내된 곳은 후시녹음 스튜디오가 아니었다.

TV쇼를 녹화하는데 사용되는 소규모 사운드스테이지였다.

그곳에는 CamPro부터 핸디캠, DSLR 등 수십 대의 카메라가 세팅이 되어 있다.


“단순히 목소리 연기만 한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실제처럼 연기를 해주길 바라.”

“.....?”


배우들은 류지호의 의도를 이해할 수 없었다.

일련의 일들이 무얼 의미하는지 가늠조차 하지 못했다.


“가볍게 리허설 한 번 해 보자.”


배우들은 리딩을 한다는 기분으로 대본을 읽었다.


“모두 날 따라와.”


류지호가 배우들을 한편에 놓여 있는 컨테이너 같은 공간으로 안내했다.

안에는 여러 대의 모니터, 사운드 믹서 및 레코딩 시스템이 세팅되어 있고, 엔지니어들이 방금 배우들이 연기한 모습과 목소리를 점검했다.


“더빙을 위해 녹음실에 가두고 싶지 않았어. 저기 스테이지에서 연기하는 모습은 모두 카메라와 녹음장비에 기록될 것이고, 그것은 애니메이터와 VFX 아티스트들이 작업을 하는데 귀한 참고자료로 활용될 거야. 칼날여왕을 연기하는 마리아의 미세한 호흡까지 녹음된다면 그것을 통해 더 창의적이고 풍부한 CG가 탄생할 거라고 믿어.”


브래드 쿠퍼가 물었다.


“실제 촬영하는 것처럼 똑 같은 텐션을 유지해야 합니까?”

“그래주었으면 좋겠지만.... 브래드와 마리아는 그 정도까지 하지 않아도 좋아. 다만 빈센트와 클립, 애덤이 각자의 캐릭터에 좀 더 깊이 몰입할 수 있도록 진지하게 상대를 해줬으면 좋겠어.”

“해보겠습니다.”


애니메이션 더빙에서는 좀처럼 하지 않은 방식이다.

목소리 출연하는 배우들은 많이 이상한 더빙을 이틀 간 진행했다.

그런 후, 모처에서 ‘프로토스 트레이닝 캠프’라고 명명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과학자, 인류학자, 스턴트 코디네이터, 안무가 등이 자문으로 참여해서 배우들에게 프로토스 종족의 특징과 움직임에 대해 교육했다.

프로토스라는 종족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는데 필요한 여러 동작을 창조하기 위해 태양의 서커스 출신의 동작 안무가와 각 분야 자문단이 관련 설정을 정립했다.

류지호까지 참여해서 배우들과 함께 프로토스 종족의 움직임, 버릇, 시그니처 행동을 고안했다.

그 특성들을 일주일 동안 트레이닝 했다.

그런 과정을 거쳐 정립된 배우들의 연기가 모션캡처와 만나서 게임 속 가상 종족에 불과했던 프로토스에게 생명력을 줄 터.


“입과 코 그리고 귀가 없고, 안면 근육을 사용하지 않는 프로토스의 감정은 어떻게 표현할 수가 있을까?”

“....눈?”

“맞아. 눈에 특히 주목을 해줬으면 좋겠어.”


이전 삶에서 영화 <혹성탈출>의 주인공 시저는 실제 침팬지와 달리 눈동자에 흰자위가 있고, 눈동자 역시 인간과 거의 유사하게 설정됐다.

때문에 CG가 창조해낸 시저의 풍부한 감정표현을 눈을 통해 표현할 수 있었고.

관객들이 의인화된 침팬지 캐릭터에게 감정이입할 수가 있었다.

반면에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중간 어디 지점을 표방한 실사화 영화 <라이온 킹>은 <혹성탈출>보다 훨씬 더 실감나는 CG 기술력을 선보였음에도 관객들이 감정이입을 쉽게 하지 못했다.


‘최소한 주인공 심바 캐릭터만이라도 인간의 눈처럼 흰자위가 있었더라면.....’


불쾌한 골짜기나 의인화에 대한 부담감이 없진 않았겠지만.

심바를 비롯해 주요 캐릭터들만이라도 인간처럼 흰자위 설정을 했더라면 몇 천만 달러를 더 벌었을지도 몰랐다.

류지호는 이전 삶에서 <워크래프트> 실사화의 문제점까지도 반면교사로 삼았다.

그런 고민들의 결과가 칼날여왕과 프로토스 종족의 디자인에 반영되었다.

겉모습이 어떠하든지, 프로토스의 눈이 인간의 눈을 닮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SnowStorm 개발진들이 반발했다.

게임 원작처럼 푸른색, 녹색, 주황색 광선 효과를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눈동자에서 흰자가 보여서 내 시선을 남에게 알려주는, 따라서 매우 협동적인 영장류는 인간밖에 없어.”


류지호의 설득이 먹혔는지, 금새 반발이 수그러들었다.

게임과 코믹스 등에서 주로 눈동자 색깔로 프로토스 캐릭터를 구별할 수 있었다면, 실사화에서는 체격, 신장, 코스튬, 특히 목소리로 구별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프로토스 트레이닝 캠프’에 참여했던 배우들이 ‘이모션캡처’ 혹은 ‘퍼포먼스 캡처’라고 불리는 업그레이드 된 모션캡처까지 무리 없이 수행했다.

파인우드 스튜디오의 사운드 스테이지에서 진행한 조금은 특별한 더빙과 모션캡처는 다큐멘터리 제작팀의 카메라에 차곡차곡 담겼다.

계약상 목소리만 출연하는 배우들도 무조건 20분 이상 분량의 다큐멘터리 인터뷰를 성실하게 임해야 했다.

나중에 홍보영상으로도 제작되고, 최종적으로 DVD 서플먼트에도 활용될 것이기에.

홍보 외에 수익목적의 다큐멘터리 영화가 제작될 경우에는 목소리 출연 배우들에게도 로열티가 배분된다.

그렇기에 ‘프로토스 트레이닝 캠프’에도 참여하고 메이킹 인터뷰에도 순순히 따랐던 것이고.

더빙을 마친 배우들이 미국으로 돌아간 후.

한국에서 최영웅과 人베스트 스턴트팀이 합류했다.

그들 역시도 ‘프로토스 트레이닝 캠프’에 참여해 프로토스에 대해 연구했다.

그곳에서 사이오닉 검 액션 안무를 열심히 수련했다.


❉ ❉ ❉


8월 말.


<스타크래프트> 실사화 프로젝트가 영국의 파인우드 스튜디오에서 정식으로 크랭크인 했다.

스튜디오가 보유한 38개 스테이지 가운데 초대형 4곳, 중형급 10곳에 각종 세트가 준비됐다.

야외 워터탱크에서는 미니어처를 비롯해 다양한 수중 촬영을 위한 준비가 완료되었다.

야외 세트는 파인우드가 아니라 왓포드의 Leavesden Studios에 지어지고 있다.

워낙 많은 세트가 필요해서 현재도 마무리 공사 중인 세트도 많았다.

<스타크래프트> 실사화에는 90개가 넘는 세트가 제작될 예정이다.

그를 위해 300여 명이 넘는 세트 제작팀이 투입되었거나 될 예정이다.

또한 영국 북부와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등지의 80군데 로케이션도 준비 중이다.

지금까지 류지호가 작업한 영화 중 가장 많은 세트와 장소가 필요했다.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해.....’


<REMO : Or Maybe Dead!>를 제작할 때만 해도 제작과정에서 겪게 될 시행착오와 축적된 기술력의 한계로 인해서 자신의 노력이 제이미 캐머론에게 이어지길 바랐다.

3D를 비롯해 관련 기술을 통한 영광을 제이미 캐머론이 가져가도 상관없다고 여겼다.

어차피 자신이 제작하는 영화이기도 했으니까.

이제 와 보니, 영광을 다른 누군가에게 양보하고 싶지 않았다.


“<아바타>와 <호빗>, <스타워즈>, TCU 같은 영화들이 모두 <스타크래프트>를 위한 시행착오가 아닌가 싶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언급한 영화들의 스태프들이 대거 <스타크래프트> 크루로 참여하고 있다.

<아바타>, <트랜스포머>, <호빗>에 참여한 스테레오그래퍼 업체가 참여하고, VFX 분야에서는 전 세계 최고 기술력의 업체들이 팔을 걷어붙였다.


“<아바타>가 제작되던 당시보다 모든 면에서 여건이 상당히 많이 성숙해졌지. 그때는 하지 못했거나 돈과 시간이 많이 필요한 것들을 적은 비용으로 더 짧은 시간에 해낼 수가 있게 되었으니까.”

“겨울이 오기 전에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 로케이션을 마쳐보자고.”


<스타크래프트> 실사화 제작진은 5주에 걸쳐서 런던 북부 국립공원, 스코틀랜드, 아일랜드를 도는 강행군에 돌입했다.

그 동안 세컨 유닛은 아프리카의 황무지, 러시아의 동토, 화산지역, 남미의 밀림을 바쁘게 이동하면서 인서트와 소스를 촬영했다.

세 개의 종족이 영화 속에서 생존을 걸고 전쟁을 벌이는 사이.

현실의 지구에서는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캐나다 오타와에서 무장 괴한이 국회의사당에 난입해 총격전이 벌어졌다.

독일 쾰른 시내에서는 이슬람 과격 세력에 반대하는 극우 훌리건들이 경찰과 충돌해 경찰 44명이 다치고 17명의 집회 참가자가 체포되었다.

비슷한 시기 호주 시드니에서 이슬람 무장단체 소속 무장괴한의 인질극이 벌어졌다.

미국 미주리주 퍼거슨에서는 흑인 청소년에 대한 총격피살사건으로 촉발된 흑인봉기 소요사태가 발생했다.

이 소요사태는 ‘흑인의 목숨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 캠페인을 낳았다.

지난해에는 케냐의 한 쇼핑몰에서 테러가 발생하기도 했다.

나이로비 최대 규모의 쇼핑몰에서 발생한 테러로 인해서 2012년에 나이로비에서 오픈한 가온 계열 쇼핑센터가 발칵 뒤집혔다.

서울 본사를 포함해 비상경영에 들어가기도 했었다.

소말리아 이슬람 반군의 소행으로 밝혀진 그 테러로 경찰관 6명과 민간인 61명, 사살된 테러범 5명까지 포함해 총 72명이 사망하고 200여명이 다쳤다.

희생자 가운데 한국인 여성을 포함해 외국인 18명이 포함되었다.

서구와 이슬람 세계가 미쳐 돌아가는 것 같았다.


‘만약에 저그같은 외계 종족이 지구를 침공한다면 과연 인류는 한마음 한뜻으로 똘똘 뭉쳐 대항할까? 아니면 맹스크 같은 야심가들로 인해 역사가 퇴보하게 될까.’


언론, 정치, 종교 등 분열을 조장해 그것으로 원하는 것을 얻는 이들이 존재하는 한.

인류가 멸망의 위기에 처한다고 해도 단결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 류지호다.


‘기독교 근본주의니 이슬람 원리주의니, 그게 다 무슨 소용이고 저 난리를 쳐대는 지.’


왜 인류의 절반도 차지하지 못하는 종족들과 종교 간 분쟁 때문에 아무 상관도 없는 수십 억 인류가 휩쓸려서 원치 않은 피해를 입어야 하는 걸까.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은 서방의 기독교 국가와 성전을 한다면서, 서방이 만들고 판매하는 무기로 무장하고 그 무기로 전쟁을 벌이고 있다.

심지어 서방 무기로 자신들의 동족까지 학살한다.

과연 종교적 신념이나 믿음에 문제일까 싶다.

테러와 폭력으로 누군가는 불행하지만, 반대급부로 우리가 모르는 누군가는 웃는 자가 있을 것만 같다.

실제 이익을 보는 자들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고.


[진정 그 오만한 믿음에 눈이 멀어 눈앞에 펼쳐진 파멸이 보이지 않는 것이오? 당신들은 이 전쟁에서 승리하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상 초월체의 승리를 돕고 있을 뿐이오.]


<스타크래프트> 실사화에서 다크 템플러 제라툴이 한 말이었다.


✻ ✻ ✻


전작인 <Tsogang>에서 이루어질 수 없을 것만 같았던 흑백간의 사랑을 장대한 70mm 화면으로 표현해냈던 류지호는 <스타크래프트> 실사화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우주적 사랑이야기를 Eye-MAX 3D를 통해 선보일 예정이다.

<Tsogang> 전만 하더라도 류지호의 영화에서 통속적인 사랑이야기가 중심 서사에 있었던 적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스타크래프트>까지 연이어서 멜로드라마를 중심 서사에 놓게 됐다.


“나는 딱히 이번 영화가 로맨스가 강하다고 보진 않는데?”


데온 비베는 <스타크래프트> 스토리에 대해 인간이 닥칠 수 있는 온갖 불행을 다 겪은 남녀의 절절한 투쟁의 여정이라고 정의를 내렸다.


“모든 대립과 고난의 종결은 결국 사랑과 용서라는 전통적인 할리우드 서사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해.”

“아예 없지는 않았지. 인류애, 휴머니즘도 결국 사랑에서 출발하니까.”


류지호가 데온 비베 촬영감독과 영양가 없는 대화를 나누는 사이.

촬영준비가 끝났다.


“액션!”


연합 해병대의 전설적인 대원이었다가, 탈영한 후로 코프룰루 은하계 최악의 강도로 활동하고, 개과천선(?)해서 개척행성 마 사라의 보안관으로 영웅적인 행보를 보인 후, 연합에 저항하는 코랄의 후예에 합류하게 된 짐 레이너.

연합의 유령(Ghost)으로 길러졌으나 코랄의 후예 리더 아크튜러스 맹스크의 총복이 된 사라 캐리건.

두 사람의 첫 만남은 안티가 프라임에서 임무를 막 수행하려던 시점이다.


[레이너 대장, 지금 막 지역 정찰을 마쳤는데.... 이런 짐승!]

[난 아무 짓도 안 했는데...]

[일부러 텔레파시를 쓰지 않아도 당신 생각을 알 수 있어.]


서로 연결될 수 없을 것 같은 남녀가 운명적으로 만나게 되는.

유치하기만 한 엉뚱한 오해에서 비롯되는 해프닝.

첫 만남은 마치 로맨틱 코미디 같았다.

사실 짐 레이너는 연합의 유령에 대해 매우 적대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다.

아들이 연합의 유령사관학교에 입학했다가 불의의 사고로 사망했기 때문이다.

그 일로 아내마저 잃었고.

당연히 연합의 유령 출신인 사라 캐리건에게 호의라곤 눈곱만치도 없던 짐 레이너다.

그렇게 어울릴 수 없는 두 사람이 몇 차례 비밀임무를 함께 수행하게 된다.

테란연합의 실험실을 폭파한다던가, 최신 골리앗의 설계도를 빼돌리는 임무 등 각종 작전에서 기막힌 호흡을 자랑하게 된다.

곳곳에서 삐걱거리는 부분도 있었지만, 그런 것들은 서로에게 등을 맡길 수 있을 정도로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이었다.

연합의 유령에 대해 지독한 편견을 가지고 있던 짐 레이너는 사라 캐리건에 대한 미묘한 감정으로 인해 차츰 적대감이 허물어지게 된다.

사라 캐리건 역시 젊은 나이에 온갖 우여곡절을 다 겪었음에도 인간적인 면모를 잃지 않는 짐 레이너에게 끌리게 된다.

특별할 것 없는.

전형적인 멜로 서사의 공식 같은 거다.

류지호는 흔히 말하는 ‘한국식 신파‘를 무조건 나쁘게만 보지 않는다.

한국식 신파가 나쁜 것은 얕거나 개연성 없는 감정선을 만회하기 위해 한 장면에 순간적인 임팩트를 과도하게 증폭한다는 점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오로지 ‘관객을 울리는 것’에만 초점을 맞춘다.

한국식 신파영화 대부분이 치밀한 각본으로 완성된 캐릭터의 여정 과정에서 오는 ‘감동‘에서 오는 눈물이 아니라 배우들의 울음 그리고 BGM을 한껏 활용해 관객을 울린다.

‘감동‘이란 것은 관객의 감정에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다.

보통의 관객은 눈물을 흘리면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경향이 있다.

특히 영화가 내내 슬프기만 한 것이 아니라 초반엔 웃기거나 따듯하다가 후반에 가서 울게 될 때 그 감정의 변화폭으로 인해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맛보게 된다.

그것으로 한국영화가 재미를 무척 많이 봤다.

어떤 장르를 불문하고 한국영화는 ‘유머‘와 ’신파’ 반드시 들어가 있고, 그걸 적당히 해내기만 하면 흥행에 성공한다.

그 두 개 코드의 조합으로 돈이 되니 ‘신파‘식 서사가 주구장창 만들어지는 것이고.

류지호는 WaW 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하는 영화에 있어서 ‘신파‘에 대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내려놓았다.

별 것 아니다.

‘신파를 대하는 태도’를 분명히 한 것 뿐이다.

관객을 울게 만들려는 명확한 목표 아래서 어떻게 하면 관객을 설득하면서 그들이 따뜻한 눈물을 흘릴 수 있을까 고민을 하라는 것이다.

망한 신파 영화들의 공통점은 개연성이 전무하는 사실.

오로지 비극을 위한 비극으로 서사를 짜기 때문에 관객들이 영화를 보는 과정에서 감정의 변화를 겪지 못한다.

흔히 말하는 영화의 진정성은 사실 별 거 아니다.

제작진이 영화를 대함에 있어서 개연성만 충분히 전달할 수만 있으면 된다.

물론 그것이 쉬웠으면 이전 삶에서 한국영화 시장이 감정이 과잉되거나 논리와 개연성을 무시한 채 관객에게 감정을 강요하는 영화들로 점령당하지 않았겠지만.



❉ ❉ ❉


코프룰루 섹터의 외곽 식민지.

안티가 프라임(Antiga Prime)은 테란연합의 개척 초기엔 행성 전체가 대부분 바다였다.

그리고 육지라고는 갯벌이 전부였다.

인류가 개척을 하면서 바다 속에 잠겨 있던 땅이 드러났고, 초대형 바다생물의 뼈와 기괴한 모양의 갑각류 껍질들이 곳곳에서 산재했다.

류지호는 안티가 프라임 행성 디자인에 한국의 아름다운 갯벌들을 참조했다.

한국의 갯벌 면적은 전체 국토 면적의 약 2.4%, 2489.4㎢에 달한다.

전체 갯벌 면적의 약 83%인 1980㎢가 서해안에 있다.

나머지 409.4㎢가 남해안에 있다.

한국의 갯벌을 세계유산에 등재시키기 위해 결성된 갯벌 추진단으로 인해 2010년 세계자연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될 때 이름이 ‘서남해안 갯벌’이었던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참고로 갯벌 추진단은 올해부터 ‘한국의 갯벌(Getbol, Korean Tidal Flats)’로 이름을 바꿔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이전 삶에서는 2021년에 처음으로 한국의 갯벌이 세계유산에 등재가 됐다.

한국의 서해안과 남해안의 갯벌들의 풍경은 다 제각각이다.

생태계도 다르고 철마다 찾아오는 철새도 조금씩 다른다.

<스타크래프트 EP Ⅰ>에 잠깐 등장하는 안티가 프라임이지만.

한국의 갯벌을 토대로 디자인한 안티가 프라임의 풍경을 제법 근사하게 묘사할 예정이다.

인게임 스토리 상에서 프라임 공략시 사라 캐리건이 연합 장교를 암살하는 장면이 있다.

짐 레이너는 같은 인류의 일반 병사를 사살하는 것을 꺼렸다.

기절시키거나 전장에서 이탈 시키는 방향으로 전투를 진행했다.


[그저 연합의 명령을 따를 뿐. 불쌍한 체스판의 말이잖아.]


반면에 냉혹한 살인기계로 키워진 사라 캐리건은 적이라 규정된 모든 사람을 사살한다.


[아침도 못 먹고 죽다니... 굶지 않기 위해 입대했는데 결국 배불리 먹지도 못하고 누가 죽였는지도 모른 채 가는 구나...흑흑.]


전투병도 아닌 기술병과의 병사였다.

사령부 중심으로 가는 길목에 있다가 사라 게리건에게 죽임을 당하고 말았다.

임무에 성공한 후에 기자 출신의 리버티가 연합에 대한 반대 성명을 방송하는 동안 사라 캐리건이 흐느끼는 모습이 묘사되는데.

그녀는 텔레파시 능력자라서 죽은 사람들이 죽을 때 느꼈던 감정과 기억을 고스란히 느낄 수가 있다.


[......!]


사라 캐리건은 저주와도 같은 초능력으로 인해 의도치 않게 상대방의 사고를 계속 읽을 수밖에 없다.

원치 않은 살인을 반복하면서도 제정신을 잃기는커녕 대의를 위해 스스로를 통제한다.

기자 출신의 마이클 리버티는 후에 이런 그녀를 가리켜 ‘수도사‘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일반적인 텔레파시 능력자나 유령 요원들은 타인의 정신을 읽어낼 때 닥칠 정신혼란을 막기 위해 사이오닉 조절기를 달고 있다.

사라 캐리건은 훨씬 강력한 사이오닉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조절기가 약화된 채로 살아가고 있다.

추후 칼날여왕이 되고 나서는 기능이 약화된 사이오닉 조절기조차 제거해 버리지만 누구보다 이성적으로 프로토스에 맞서게 된다.


“포스트프로덕션에서 사라가 냉혹한 살인행각을 벌이는 모습 위로 텔레파시 메시지들이 몰려드는 걸 표현할 거잖아요. 얼핏 정신적으로 흔들리는 걸 표현해야 할 까요?”

“그러지마. 연기할 때는 그 부분은 머릿속에서 지우도록 해.”


악독한 감정, 저주, 회한, 후회, 미련 등 죽어가는 다양한 군상들의 감정이 사라 캐리건을 괴롭히는 것으로 묘사할 예정이지만, 그것을 연기로 표현하고 싶지 않았다.

대신해서.


[흑흑....]


사령부를 점거한 후 마이클 리버티가 안티가 프라임 주민들을 향해 연합 반대성명을 방송하는 동안 사라 캐리건이 남몰래 흐느낀다.

텔레파시 초능력으로 인해 생기는 고통인 동시에 자신이 죽인 사람들에 대한 죄책감을 삭이는 모습이다.

그 모습을 짐 레이너가 몰래 지켜본다.

짐 레이너가 사라 캐리건에게 연민을 느끼게 만들면서 마음의 벽을 허무는 장면인 동시에, 이런 장면들이 점차 쌓인 후에 우주 최악의 악녀로 변하게 되는 캐릭터 반전의 효과를 증폭시키고, 마지막으로 세 개 종족이 힘을 모아 우주적인 적에게 맞서는 사라 캐리건 서사에 대한 개연성을 부여해주는 중요한 장면이다.


[짐의 어머니는 아마도 연합이 유독물질을 넣은 통조림 때문에 돌아가셨을 거야.]


테란연합의 대전쟁시기에 통조림 배급 식량이 일반에 보급되었다.

유독물질이 검출되는 불량식품이었다.

연합의 농간이기도 하고, 테란연합 사회의 부패상을 암시하기도 한다.

짐 레이너는 연합 해병대 시절 월급 대부분을 부모님에게 부쳤다.

그것으로 빚을 갚는데 쓸 수밖에 없었던 어머니는 연합의 배급품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연합의 불량 배급식량으로 죽음을 맞이했다.

연합이 짐 레이너의 어머니를 죽인 셈이다.

부모님의 죽음은 짐 레이너 가족사의 불행 중에 작은 부분일 수도 있다.

짐 레이너를 무너뜨린 것은 아들의 죽음이다.

아들 조니는 3~4세 때 유령 사관학교에 반강제적으로 입학했다.


[유령 프로그램 중에 사고가 났다고 하는 것은 사고가 아닐 확률이 백퍼센트죠. 프로그램 중에는 사람을 죽이는 시험도 있으니까요.]


한때 기자였던 마이클 리버티는 확신했다.

연합 최정예 해병대 출신인 짐 레이너 역시 그런 의심을 가지고 있었고.

사라 캐리건 역시 마이클 리버티의 머릿속에서 어린아이들이 유령 프로그램에서 사람을 죽이는 훈련을 하다가 사고로 죽는 것을 읽어내고는 괴로워한다.

자신도 감당해야 했던 고통이었으니까.

유령사관학교에서 아들이 훈련 중 사망하자, 그 충격으로 아내마저 병에 걸려 사망하고 만다.

그 때문에 짐 레이너는 초능력자 집단인 유령을 매우 싫어했다.

아들을 잃은 원인을 제공한 것이기에.

자신의 모든 것이나 마찬가지인 가족을 모두 잃은 짐 레이너는 그런 현실을 외면하기 위해서 마 사라의 보안관 직책에만 매달렸다.

저그가 쳐들어오고 사라 캐리건을 만나기 전까지는.

암튼 짐 레이너는 생사를 넘나드는 다양한 작전을 사라 캐리건과 함께 수행한다.

점차 유령에 대한 감정이 희석되면서 그녀와 심리적으로 가까워진다.

급기야 동침할 정도로 사이가 가까워진다.

관람등급 PG-13 영화이기 때문에 베드씬은 찍지 않았다.

다만 두 사람의 비극적 운명을 노골적으로 암시하는 대사가 등장한다.


[짐... 만약 내가 어둠에 삼켜지거나 인간 사라 캐리건이 아니게 될 때... 자기의 손으로 날 죽여줘.]


짐 레이너는 한때 범죄로 점철되었던 어두웠던 과거를 털어놓고.

사라 캐리건 또한 자신의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어둠에 대해 토로한다.


[맹세해줘, 짐.]

[사라가 천사가 될 순 없겠지, 손에 그렇게 피를 많이 묻혔는데... 그렇다고 악마가 될 리가 없어. 옳은 일을 하기 위한 과정에서 벌어진 일들이니까.]

[모르겠어, 짐. 내가 계속해서 이 길을 걸어가게 된다면 언젠가 어둠에 삼켜질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어. 그러니까... 내가 피에 미쳐서 사라 캐리건이 아니게 되면... 자기가 죽여줘.]

[그럴 일은 없겠지만... 그런 날이 온다면 내가 끝을 내줄게.]


<스타크래프트>의 스토리를 알지 못하는 일반 관객들도 향후 벌어질 비극을 유추할 수 있는 강력한 암시다.

스토리를 복잡하게 꼬지 않았다.

워낙에 방대한 에피소드와 설정 그리고 많은 등장인물이 등장하는 스토리라서 이야기를 꼬아버리면 관객이 쫓아오질 못하기 때문이다.


작가의말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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