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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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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최근연재일 :
2024.09.1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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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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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쪽

좋은 기업이란. (3)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채용에서 나이 제한이 없다.

야근도 없고, 해고도 없다.

그런 3무(無) 기업이 한국에 있다.

내근 직원들 중에 원하는 경우 1인 1실의 독립된 사무공간도 준다.

심지어 신입사원도 원하면 자기 방을 따로 가질 수 있다.

이 회사의 일부 사업장은 캠퍼스라고 불리기도 한다.

화이트칼라 직원에게만 각종 편의가 제공되는 것이 아니다.

대규모 사업장에는 최고 수준의 어린이집은 물론 지역 보건소 수준의 진료실까지 갖추고 있다.

의사와 간호사는 모두 정식 직원이다.

추후 아리울대학 부설 종합병원이 세워지면 순환근무 프로그램도 계획 중이다.

캠퍼스라고 명명된 곳에는 미용실, 세탁소, 사내 식당도 있다.

회사 식당에 가족들을 데려와서 먹어도 된다.

심지어 자취생활 하는 직원들은 따로 음식을 싸가지고 가도 된다.

공기업 지방이전으로 말들이 많다.

그러나 주요 자회사 및 계열사 심지어 본사까지 대규모로 지방 이전함에도 이직률은 2% 정도 밖에 안 된다.

모두 가온그룹의 이야기다.

전체 직원수(해외법인 포함) 21만 명을 자랑하는 초거대 기업집단임에도 사내 육아 프로그램과 식음료 간식서비스에서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새만금간척지의 첨단신도시 아리울로 본사와 계열사들이 이전을 하게 되면, 진정한 의미에서 가온 캠퍼스가 조성된다.

그곳에는 사내 육아, 보건, 피트니스, 뷔페 레스토랑, 카페 등의 규모가 종전보다 더 커지고 시설도 업그레이드 될 예정이다.

가온그룹은 한국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직장으로 손에 꼽힌 지 오래다.

2015년 기준, 계열사 포함 그룹 전체매출이 265조를 기록했으며, 창사 이래 27년 연속으로 이익을 남기고 있다.

한국 최고의 대기업집단 오성그룹과의 매출액 차이를 10조 원까지 따라잡았다.

물론 반도체 시장의 불황으로 300조 원을 돌파했던 오성그룹의 연결 매출이 잠시 주춤한 영향 탓도 있지만, 그것은 가온그룹 역시 마찬가지이기에 의미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가온그룹은 지주회사를 포함해 계열의 기업들 거의 전부가 비상장 회사다.

지금까지 상장을 하지 않는 이유는 기업 문화와 철학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상장이 되면, 직원에 대한 투자나 복지보다는 이익 극대화에 중점을 둘 수밖에 없다.

외부 주주들이 많아지면 창업자의 이념을 유지하기 어렵고.


“만드는 사람이 행복해야, 고객도 행복하다.”


오너인 류지호의 경영철학이다.

세계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JHO와 함께 첫 손에 꼽히는 기업이 되었다.

많은 기업들이 가온그룹을 롤모델로 삼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빅테크들도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공공연하게 이야기할 정도다.


“해외에서는 소위 ‘좋은 회사’ 열풍이 불고 있어요.”


오랜만에 류지호가 그룹 자체 행사장 연단에 섰다.

초급 간부들을 위한 세미나다.


“특히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좋은 회사가 되기 위해 열심이고, 인재들은 좋은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 안달이 나있죠. 혹시 심리학에 말하는 ‘레이니어 효과‘라고 압니까?”


객석에서 ‘레이니어 마운틴’ ‘워싱턴대학’ ‘호수’ 같은 말이 나왔다.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했거나 수업을 들은 적이 있는 초급간부가 있는 모양이다.


“이 용어는 미국 워싱턴대학의 한 사건에서 유래했다고 하죠. 이 대학의 교수들이 미국의 다른 대학교 교수평균연봉에 비해 20% 적은 연봉을 받았다고 하죠. 그럼에도 그들이 워싱턴대학에서 교수로 일한 것은 바로 캠퍼스의 아름다운 경관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학교에서 아름다운 경관 중에 하나인 호수에 체육관을 짓겠다고 한 겁니다. 교수들이 강력하게 반대했지요. 왜냐하면 그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연봉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워싱턴대학에 남아있었던 것이 캠퍼스의 아름다운 경관을 좋아했기 때문이니까요. 사실 대학 입장에서 보면 교수의 연봉 중 80%만 실제 돈을 지불한 것이고, 나머지 20%는 아름다운 풍경으로 대신 지불한 셈이 되는 겁니다. 만약에 대학에서 체육관을 지어 캠퍼스의 아름다운 풍경을 파괴하고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다면 교수 입장에서는 20퍼센트의 연봉이 깎이는 것과 같고, 더는 그 대학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죠.”


즉, 돈도 좋지만 근무 환경과 분위기도 중요하다는 뜻이다.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우수한 직원을 붙잡기 위해서는 높은 임금 외에 정신적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환경 역시 중요합니다. 그 환경이란 것은 자연환경만은 아니지요. 근무지 안에서의 다양한 관계나 자아실현을 통한 성취감 또 행복감도 포함됩니다.”


처음 하는 말이 아니었다.

류지호가 줄곧 전문경영인들에게 강조해 왔던 말들이다.


“한국 사회가 많이 빡빡하지요?”


딱히 대답을 기대하지 않았는데.


“예~”


류지호가 픽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특히 젊은 친구들이 살기 어려워졌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취업이 지상 최대의 과제가 된지도 오래 되었지요. 직장이란 게 뭘까요? 그 본질은 구속입니다. 자본주의 시스템이 혹은 노사가 서로 합의한 약속이면서 제도하의 통제와 약속된 구속이죠. 과거와 달라진 것은 덜 강제된 노동 덜 억압된 채찍이 사라진 자발적인 구속이란 점이 다를 뿐. 직장인이 뭐예요? 샐러리맨, 월급쟁이. 규칙적으로 직장을 다니면서 대가를 받고 일하는 것 자체가 구속의 출발이잖아요. 솔직히 그 안에서 자유를 주장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워요. 물론 구속과 자유 사이의 간극을 줄일 수는 있겠지만, 어느 하나로 귀결되진 못합니다. 그렇기에 청년들이 좀 더 자유가 보장되는 직장을 알아보게 되는 것이죠. 아마 이 자리에 있는 여러분은 받아들이기 힘들지도 모릅니다. ‘나 때는 말이야’를 시전할 수밖에 없는 입장일 테니까.”


2010년에도 초급간부들조차 전형적인 한국식 직장문화에 길들여져 있다.

가온그룹처럼 자유롭고 개방적인 사내문화 속에서도 ‘서열’과 ‘기강’은 한국의 직장문화에서 당장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인 모양이다.


“내가 이사회의장으로 있을 때 JHO와 가온 두 그룹 산하 회사들에서 내 직장과 내 회사를 부르는 명칭을 어떻게 바꿔볼까 하는 궁리를 참 많이 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워크-플레이스테이션, 캠퍼스 같은 것들이었죠. 워크는 일하는 공간, 플레이스테이션은 머물며 노는 공간, 대학교정 개념에서 빌려 온 캠퍼스까지. 특히 캠퍼스는 자유분방함을 최대한 표방하겠다는 것인데. JHO Company에서는 캠퍼스 명칭이 쉽게 받아들여졌는데, 가온그룹은 쉽지 않더군요.”


직장을 플레이스테이션, 캠퍼스라고 바꿔 부르는 것이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류지호는 꽤나 진지하게 고민했던 문제다.

명칭이 담고 있는 의도 때문이다.

주당 법정근무시간을 자기가 정해서 일하는 것이나, 신입사원 포함 직원들에게 교수 연구실 같은 독립된 사무공간이 주어지는 것이나, 그 모든 것들이 자율과 자유에 대한 인간의 근원적인 요구를 최대한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자유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

어쩌면 책임의 무게가 자유를 통해 얻게 되는 이익보다 더 클 수도 있다.

주어진 자유를 마음껏 누리며 업무를 보다보면 만족할 만한 실적을 쌓기 힘들다.

경쟁에서 밀리다가 결국에는 조직에서 도태될 수도 있다.

따라서 자유의 보장이 자발적인 격무를 낳을 경우가 많다.


“가온그룹 임금은 오성과 비슷하거나 업종에 따라서 조금 높은 곳도 있습니다. 다만 최고 경영자에게 스톡옵션은 잘 안 주죠. 그 대신 연봉을 더 주거나 상여금을 두둑하게 챙겨줍니다. 스톡옵션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다른 대기업으로 갈 겁니다. 그렇지 않고 가온의 가치에 동의하는 사람들은 오는 것이고. 나는 가온이 시스템과 문화가 잘 만들어진 꿈의 직장이 아니라, 같은 꿈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더 높은 가치를 창출하는 직장이 되길 바랍니다.”


강연 내내 류지호는 가온그룹의 비전이나 경영의 방향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사회책임투자, 건전한 사내문화 같은 부분에 대해서만 이야기했다.

그렇다 보니 질의응답 시간에 좀 더 스스럼없는 대화가 이루어질 수 있었다.


“만약 회사가 어려워져서 석·박 지원프로그램도 없어지고, 복지 프로그램도 끊고, 연봉까지 줄어든다면... 그대로 가온에 남아 있겠어요?”


류지호의 질문을 받은 한 초급간부가 대답했다.


“저는 가온그룹의 복지 때문에 다니는 게 아닙니다. 제가 아이가 둘인데,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학교 행사에 가끔 가야할 경우가 있습니다. 아내와 스케줄이 잘 맞지 않아서 제가 점심시간 이후 사무실을 떠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부장님이 딱히 문제 삼지 않으셨습니다. 첫째 아이 학교 자원봉사 때문에 오전 시간을 날리고 출근해도 동료들이 비판하지도 않고요. 물론 저는 그를 만회하기 위해 더 열심히 업무를 봤습니다. 저희 팀은 매분기 좋은 성과를 내고 있고요. 제 대학 동창이 저보고 날라리 직장인이라고 놀림 반 부러움 반 이야기하곤 합니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제가 야근하고 추가근무를 20시간 이상 한다고 말하면 믿지 않을 겁니다.‘


와하하하.


객석에서 웃음이 터졌다.

공감하는 이들이 제법 많았다.


“요즘 세상에 회사가 내 집 같다는 것이 말이 안 됩니다만. 저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것을 회사로부터 충분히 받고 있고, 어떤 어려움이 닥친다고 하더라도 저와 회사 그리고 동료들이 능히 극복하리라 믿습니다. 솔직히 의장님께서 회사가 어렵도록 내버려 둘 것 같지도 않고요.”


또 다시 웃음이 터졌다.


하하하.


좋은 회사에는 충성심 높은 직원보다 애사심에 가득 찬 직원이 더 많다.


“여러분에게 이러저런 좋은 이야기를 좀 해주려고 했는데. 내가 좋은 이야기를 더 많이 듣고 가는 것 같습니다. 부디 가온이란 브랜드가 여러분의 자부심 중에 하나가 되길 기원하면서 길었던 강연을 마치겠습니다.”


좋은 회사란 것이 뭘까.

흔히 말하는 꿈과 비전 같은 것일까.

개개인의 기준이나 바라는 것이 다를 것이다.

일반적으로 임금, 근무 환경과 사내 문화. 자율과 자유, 그리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좋은 직장 혹은 회사를 가르는 기준일 것이다.

류지호는 가온이란 회사가 한국 최고의 기업이니 혁신기업이니 사회적 기업이니 좋은 기업이니 하는 소리를 듣는 것보다 누구나 일하고 싶어 하는 기업으로 남길 바랐다.

그렇게 불리는 기업들은 하나 같이 직원 개인의 니즈도 충복해주고 브랜드 평판까지도 좋으니까.

오래 존속하기도 하고.


❉ ❉ ❉


류지호는 단출한 수행원들과 함께 아리울에 조성 중인 첨단산업지구로 방문했다.

그 중에서 한창 마무리 공사가 진행 중인 가온모터스 제2공장을 방문했다.

산업용 로봇 전문회사 Industrie KUGA가 한국기업에 넘어가면서 독일 내에서 우려하는 바가 많았다.

산업 구조적으로 독일의 경쟁국 가운데 하나가 한국이었으니까.

그런 가운데, 최근에 가온모터스가 400대가 넘는 신형 산업용 로봇을 도입했다.

모두 Industrie KUGA로부터 구입했다.

산업용 로봇 팔의 가격은 25,000~400,000달러 사이다.

그러나 컨트롤, 안전 기능, EOAT(End of Arm Tooling) 및 애플리케이션과 같은 사양이 추가되면 장치 비용이 크게 증가한다.

암튼 가온모터스는 아리울의 첨단산업지구에 조성하고 있는 전기차 생산공장에 대규모 제조 로봇을 설치하고 양산 체제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기차 플랫폼에 설치되고 있는 로봇팔들을 보고 있자면 마치 외계인 군단처럼 보인다.


“좋군요.”


로봇은 로망을 자극한 면이 있는 것 같았다.

비록 로봇팔 뿐일지라도.

독일 Industrie KUGA 본사에서 온 마테오 바우만(Matteo Baumann) 수석 엔지니어가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아름답지 않습니까, 보스?”

“실제 가동되는 걸 봐야 더 아름답겠죠.”

“이곳 로봇 어레이가 세계에서 가장 크고 첨단화되어 있는 공장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지금은 400대만 도입되었지만, 점차 늘어날 예정이다.

가온모터스는 전기차 모델 대량 생산을 위해 최대한 많은 생산 프로세스를 자동화하려는 전략을 수립해놓았다.

모든 자동차 메이커의 최대 경쟁사인 TESLA Motors는 저렴한 가격의 대중적인 모델인 Model 3 출시를 앞두고 있다.

진정한 시장파괴자의 초석인 모델이다.

TESLAS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배터리 회사가 되어가고 있다.

현재 리튬이온 배터리의 생산량을 두 배로 늘리기 위해 Gigafactory 건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참고로 Model 3는 판매 개시 36시간 동안 25만 대 예약이 몰리게 된다.

일론 리브스는 TESLAS의 전 생산 라인에서 궁극적으로 사람을 배치할 생각이 없다.

사람은 오로지 기계를 유지보수하고 업그레이드하며 이상 징후를 처리하는 역할에 투입하려고 하고 있다.

완전한 자동생산을 꿈꾸는 것이다.

사실 일론 리브스는 반노조 성향이다.

미국의 자동차 노조의 극성스러움을 생각하면 일견 이해도 가지만.

노조설립 자체를 방해하는 행위는 위선을 넘어 범죄임에도.

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TESLAS 프리몬트 공장 납품도 잘 됐습니까?”

“아직 생산 라인에 전부 설치 된 것은 아니지만, 9월까지 매주 5,000대의 Model 3 차량이 생산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모든 일정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조기 예약자의 경우 올해 말에 모델3에 탑승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프리몬트의 가온모터스 공장의 테스트베드는 잘 가동되고 있고요?”


가온모터스 북미 거점공장인 프리몬트 기지는 GAON Mobility Corp의 산업용 로봇 자회사 Industrie KUGA와 캐나다의 ATS Corp, GMG Technologies까지 합세해 스마트팩토리 시험에 한창이다.


“데이터가 차곡차곡 쌓이고 있고, 그 동안 실험실에 머물렀던 연구과제들이 현장에서 실증이 되고 있습니다.”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R&D다.


“혁신센터에도 함께 가 봅시다.”


전기차 공장을 나선 류지호 일행이 아리울 지식정보산업 클러스터로 이동했다.

그곳에는 전기차는 물론 미래의 다양한 모빌리티를 생산하기 위한 제조 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GAON Mobility Corp의 혁신 테스트베드가 만들어져 있다.

그 중에 눈이 띠는 것이 셀(Cell) 생산 방식이다.

기존의 자동차 공장은 고정된 프로세스에 따라 움직이는 긴 컨베이어 벨트를 중심으로 차량을 생산한다.

컨베이어 벨트는 자동차 대량생산의 주역이다.

2010년대 들어서서 주목 받고 있는 셀 생산 방식은 차종과 사양에 제한 없이 시간과 비용 대비 효율적으로 차량을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전혀 다른 모빌리티에 대한 생산 수요가 동시에 발생해도 공정을 즉시 재구성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정해진 생산 라인을 따르지 않고 각 셀 별로 다른 종류의 작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생산의 유연성도 높아진다.

10년 안에 다차종 소량 생산으로 판도가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GAON Mobility Corp은 그 같은 시장변화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혁신센터를 통해 테스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그 외에도 AI, 디지털 트윈, 데이터와 로보틱스에 대한 주요 기술들을 제조공정에서 실제 적용하며 개발과 실증을 동시에 진행하게 된다.


“TESLAS의 기가캐스팅을 벤치마킹한 가온캐스팅? 그건 어떻게 진행되고 있어요?”

“직접 가서 보시죠.”


혁신센터장이 류지호를 거대한 연구동으로 안내했다.

그곳에서 셀 방식과 기가캐스팅 방식이 혼합된 작업장식이 한창 실험되고 있다.

TESLAS Motors는 강판들을 모두 조립하고 용접하는 게 아니라 차제를 한 번에 찍어낸 덕분에 생산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차제 경량화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공법을 도입했다.

바로 기가캐스팅이다.

GAON Mobility Corp 역시 첨단 제조 공법을 받아들여서 부품을 용접 또는 조립하지 않고 차체를 한 번에 찍어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날로 치열해질 전기차 가격 인하 경쟁 속에서 첨단공법의 연구와 도입은 필수이기 때문이다.


“언제쯤 현장에 도입될 것 같습니까?”

“주조·가공, 금형까지 2020년까지 전기차 생산라인에 우선적으로 적용할 계획입니다.”

“대략적인 사업비는요?”

“1조에서 2조원 사이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대화를 한국인들이 듣고 있다면 배를 잡고 웃을지도 모른다.

겨우 (주)신진지프 따위가 경일자동차그룹보다 더 R&D에 자금을 쏟아 붓고 있으니까.

전기차이기에 가능하고 또 할 수 있는 것이다.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였다면 수십 조 원 단위의 R&D를 퍼부어도 전통적인 자동차 메이커들을 따라잡기 쉽지 않다.

출발선이 비슷한 전기차 분야에서는 누가 기술을 선점하는가에 미래가 달려있다.

또한 빠른 시간 안에 내연기관 제조업체에서 종합 모빌리티 회사로 전환해야 한다.

전기·수소차 등 친환경차 생산과 자율주행, 도심항공교통(UAM) 등 신기술에 무리다 싶을 정도로 천문학적인 자금을 넣는 이유가 바로 판도 변화를 대비해서다.


“인력은 충분합니까?”

“계열사들에서도 엔지니어를 파견해 주고 있고, 대학과도 협업을 하고 있고. 문제없습니다.”

“사장에게도 따로 말했지만, 수익을 내는 기존 연구개발 조직과 미래를 위한 장기 과제를 수행하는 연구개발 조직의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신사업 분야 인재를 유치하겠다면서 연구직 사이에 다른 임금체제를 작용하진 마세요. 차라리 성과가 있는 곳에 성과금을 더 많이 할애하는 편이 좋겠습니다.”

“후배들을 챙기면서 가장 열정적으로 일하기 시작하는 10년 차 안팎의 대리 말, 과장 초 연차 즉 허리급 인력을 관리하는데 회사에서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희 그룹은 워낙 임금과 복지가 좋아서 연구직 인력의 이탈이 적은 편입니다.”


단점이 될 수도 있다.

자칫 정년만 바라보는 인력들만 남으면서 연구개발 조직의 종합적 경쟁력이 퇴보할 수도 있으니까.

마치 일본처럼.


“사이언스 캠퍼스도 지식산업클러스터 안에 있지요?”

“예. 저 쪽 운하 건너편에 조성되고 있는 것이 바로 가온사이언스캠퍼스입니다.”


지식산업클러스터 중앙을 운하가 가로지르고 있다.

혁신센터에서 조금 떨어진 운하 너머에서 국내 최대 규모의 융복합연구단지가 될 가온사이언스캠퍼스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총사업비 4조원이 투입되는 가온그룹의 종합연구단지다.

축구장 30개 크기인 9만여 평 부지, 연면적 34만 평에 20개가 넘는 연구동이 들어서게 된다.

연구동마다 개별 계열사의 연구 공간이 마련되지만, 계열사 간 융복합연구, 중소기업·스타트업과의 협력 연구 등도 활발하게 진행될 예정이다.

그룹의 주력사업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은 반도체 및 파운드리와 화학(배터리)에 대한 연구와 함께 LED, 자동차부품, 재생에너지 등 성장사업과 로봇, 자율주행, 인공지능, 5G, 등 미래사업 분야의 융복합연구 등이 중점적으로 진행된다.


“1차로 11개 계열사 연구인력 1만 5,000명이 상주하게 되고, 2020년까지 2만 5,000명까지 확대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가온사이언스캠퍼스는 기업 연구소지만, 개방형 연구개발 생태계도 함께 구축할 계획이다.

중소·벤처기업 및 스타트업을 위한 개방형 연구공간과 글로벌 기업, 연구기관과의 공동 연구 공간인 조인트랩 등을 갖출 예정이다.

그를 위해 가온투자파트너스를 비롯해 류지호가 개인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JHO Venture Capitals같은 외국계 벤처캐피탈도 인근에 자리를 잡을 계획이다.

그를 통해 협력업체 연구개발팀과 스타트업도 활발하게 유치할 계획이다.

대유가온건설이 인수한 스페인의 FOC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에너지 절감형 연구단지로 건설되고 있다.

2030년 내에 전력 부분을 백퍼센트 재생에너지로 채울 계획이다.

새만금간척지에 조성된 다양한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에너지의 생산과 저장, 효율적 사용이 가능하다.

사실상 아리울 도시 자체가 에너지 절감을 실증할 대규모 테스트베드로도 활용된다.


“인재가 서울에 몰려있는데 촌구석에서 인력수급이 될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말들이 많지요?”


해외로 유출되는 인재도 많다.

그들 중 일부만 발길을 돌리게 만들어도 아리울 연구단지 연구원을 채우고도 남는다.


“미국에서는 산업 간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시도가 넘쳐나고 있어요. 이곳이 새 시대 R&D 혁신의 장이 되었으면 좋겠군요.”

“반드시 그렇게 될 것입니다.”


이제 막 기지개를 켠 것에 불과하지만.

글로벌 대기업이 작정하고 신도시를 만들면 어떤 모습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 세계 최고 부자라고 떠받들어 주니까, 간이 배 밖으로 나온 것 같아. 나중에 대유처럼 쫄딱 망해봐야 겸손해지지. 쯧.

- 한국 땅 안에 자기 왕국이라도 세울 모양이지.

- 영국왕실에서 훈장을 받았다고 자기도 영지를 다스리는 귀족인 줄 착각하나봐.


정작 해외에서는 가온그룹이 주도해서 건설하는 미래형 도시에 주목하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지방에 신도시가 하나 지어지는 것쯤으로 가볍게 보는 경향이 있다.

투기꾼들만 활개를 치고 있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특혜시비도 끊이지 않고 있다.

국책사업에서 민간주도개발로 바뀌는 시점이 외환위기 직후였고.

건국 이래 최대 사업이기에 여러 정권에 걸쳐서 특별법이 제정되고 또 개정되었다.

꼬투리를 잡자고 들면 연루되는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새로운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파보기는 하는데.

금방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글로벌 테마파크가 개장이 되면서 그 나마 남아 있던 의혹과 논란까지 자취를 감췄다.

언론에서는 아리울의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는 기사를 양산해 내고 있다.

실리콘밸리처럼 집값이 천정부지로 솟을 것으로 기대하는 모양이고.

그에 따라 투기꾼들이 설치고 있긴 한데.

그들 뜻대로 되지 않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 아리울의 투기과열을 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엉뚱한 군산시 부동산이 들썩거려서 골치를 썩고 있다.


“메가시티 안에서 엔지니어들이 과연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꾸준히 낼 수 있을까. 산과 바다와 휴양지가 있는 곳에 과학도시를 짓는다면 엔지니어의 뇌가 좀 더 효율을 낼 수 있지 않을까.”


류지호가 한 국제포럼에서 새만금간척지에 첨단기업도시를 개발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면서 한 말이었다.

가까운 일본의 아이치현에 자리 잡고 있는 DOYODA City는 일본 최고의 부자 도시다.

모든 것이 DOYODA 자동차회사에 맞춰서 돌아간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 ‘도요다 카렌다’이다.

적어도 도시에서는 일반명사처럼 통한다.

일개 기업의 휴가 일정에 따라 지역주민들의 한 해 계획도 달라진다.

큰 축제는 물론 지역의 불꽃축제나 신사제사, 상점 운영일 등 도시의 일상이 기업의 일정에 맞춰서 결정되는 것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기업도시는 울산과 포항이다.

안타깝지만 날이 갈수록 쇄락하고 있다.

도시를 먹여 살렸던 기업은 끝내 성공할지 모르지만, 지역의 노동자들과 지역사회에는 결과적으로 실패하는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

새만금간척지에 들어서는 아리울은 그런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고 있다.

모두가 수도권으로 향할 때, 반대로 본사까지 아리울로 내려오는 이유다.

사실 가온그룹은 국토균형발전 같은 것에는 관심이 없다.

간척지 개발을 통해 막대한 개발이익을 얻는 것 또한 크게 중요하지 않았고.

아리울대학을 중심으로 전북지역의 대학들의 연구 기능들을 집약하고 네트워크화해서 그룹에 이로운 방향으로 활용하고, 영세한데다가 난잡하기까지 한 협력업체들의 통폐합으로 대형화해서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하도록 도와주고, 제조업 전반에 자동화율을 높여 고부가가지치 일자리를 만드는 작업에 관심이 있을 뿐이다.

대기업들이 수도권으로 집중하는 것은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이윤추구 목적에 입각해서는 합리적인 선택이니까.

마찬가지로 가온그룹이 새만금으로 오는 것 또한 칭찬 받을 일은 아니다.

수도권에서는 할 수 없는 도시 전체를 신재생에너지, 미래형 모빌리티, 자율주행 등 온갖 테스트베드로 삼으려고 하는 야심이 있으니 투자하는 것이다.

그 때문에 경제자유구역보다는 4차 산업 관련 규제를 받지 않는 것에 중점을 두어 법을 개정해 나가고 있고.

국토균형개발과 낙후된 지역 개발 명분으로 막대한 세금혜택과 지원금을 받고.

특별법까지 만들어 규제로부터 자유로워지며.

중앙의 정치·행정·사법·언론 권력의 태클까지 어느 정도 피하면서.

기업이 누릴 수 있는 온갖 혜택을 누리면서도.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좋은 기업이란 소리 들을 수도 있겠지.”


작가의말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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