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새글

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최근연재일 :
2024.09.13 09:05
연재수 :
961 회
조회수 :
4,114,456
추천수 :
126,736
글자수 :
10,676,949

작성
24.08.24 09:05
조회
1,026
추천
67
글자
25쪽

Brood War. (6)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마 사라, 안티가 프리임에서의 사건, 그리고 차우 사라에서 대학살은 짐 레이너와 사라 캐리건이 프로토스에 대해 경각심을 품게 되는 원인이 된다.

<스타크래프트> 연대기 상에서 2499년.

코프룰루 구역의 테란 종족은 최초로 외계종족들과 조우한다.

저그를 말살하기 위해 프로토스 함대가 출동하여 행성 전체를 초토화시킨 것이다.

프로토스는 감염된 행성의 정화라고 주장하지만.

류지호는 같은 프로토스 유저로써 팬들에게 전율을 안겨주기 위해 종족의 상징 유닛 우주모함 캐리어(Carrier)의 디자인과 설정에 꽤나 공을 들였다.

인게임 설정에서는 전장 1.38km의 매끈하고 다소 날렵한 디자인이지만, 실사화에서는 육중함을 더했다.

특히 압권은 무인 요격기(Interceptors)가 격실 안에서 실시간으로 자동 생산되고, 또 정비되며 출격하는 일련의 과정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피격당한 요격기가 모함으로 복귀해서 수리를 받고는 다시 출격하는 모습은 마치 벌집을 분주하게 드나드는 벌떼를 연상시키는데, 고도의 인공지능이 탑재되었다는 설정상 무질서보다는 질서정연한 모습으로 묘사할 예정이다.

암튼 저그의 존재에 대해 모르던 테란인들은 갑작스럽게 외계인이 침공해서 무차별 학살을 시작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한편 저그의 초월체는 프로토스의 고도의 과학문명을 확인하고 대대적인 침공을 계획하게 된다.

저그는 차우 사라의 자매 행성인 마 사라에도 마수를 뻗치고, 비로소 저그에 대해 알게 된 테란진영은 갑자기 출연한 외계인 그것도 둘을 한꺼번에 맞닥뜨리게 되어 패닉에 빠지게 된다.

때마침 마 사라의 보안관으로 지내고 있던 짐 레이너는 행정관과 함께 외계종족에 맞서는 민병대를 조직하게 된다.

누구보다 용감하게 저그와 맞서 싸우고, 주민들을 구한다.

그 와중에 종군기자 신분으로 마 사라에 와 있는 마이클 리버티의 목숨을 구해주기도 한다.

게임 <스타크래프트> 캠페인에서는 짤막하게 설정만 나오지만, 차우 사라는 코프룰루 섹터의 운명을 뒤집어놓을 대역사의 시발점이다.

테란이 처음으로 저그와 프로토스라는 외계종족과 접하였고, 테란연합 권력자들의 악행을 직접적으로 목도하기도 했다.

테란연합의 수뇌부는 외계인으로부터 주민을 지켜내기보다는 새로운 종족인 저그를 가지고 무기화하려는 욕망에 사로잡혀 주민들을 방치하고 만다.

그 같은 악행들로 인해 테란진영 내부의 적을 낳게 되었으며, 결과적으로 코랄의 후예 같은 반군세력에 더 많은 주민들이 가담할 빌미를 주게 됨으로써 연합의 붕괴로 이어지는 단초가 된다.

프로토스의 행성 정화는 차우 사라를 인류가 살 수 없는 황무지로 만들어버린다.

차우 사라를 탈출한 사라 캐리건은 자매행성 마 사라의 대피소 피난민들 사이에서 대학생으로 신분을 위장해 섞여든다.

그곳에서 연합을 강하게 비난하고 시민들에게 경고하는 열혈기자 마이클 리버티와 인연을 맺게 된다.

이때만 해도 테란연합에서는 저그의 존재를 숨기고 있었는데, 사라 캐리건이 마이클 리버티에게 사실을 알려준다.

그걸 확인하기 위해 저그들이 창궐하는 지역으로 갔다가 위험에 처하게 되고.

주인공 짐 레이너에게 구해지면서 두 남녀 주인공 사이를 이어주게 될 오작교 스토리의 토대가 마련된다.

저그에게 감염된 마 사라의 적나라한 현실을 마주한 마이클 리바는 그 사실을 있는 그대로 뉴스로 내보내고, 테란연합의 높으신 분들에게 찍히게 된다.

어쩔 수 없이 반군인 코랄의 후예에 합류하게 된다.

그는 리더인 아크튜러스 맹스크에게 자신의 합류 조건을 건다.


[짐 레이너라는 마 사라의 민병대장이 있어요. 연합의 군사시설을 파괴했다는 터무니없는 혐의로 궤도 감옥선에 수감 중이죠. 그를 구출해 줘요. 그 후에 코랄의 후예에 힘을 보태겠습니다.]


백워터 기지가 저그에게 포위되었을 때 짐 레이너는 민병대와 함께 기지 주변의 저그를 소탕했다.

안타깝게도 사령부는 이미 저그에게 완전히 감염이 되어 있었고.

추가 감염을 막기 위해서 사령부를 파괴해 버린다.

민병대 주제에 나대는 꼴이 보기 싫었던 에드먼드 듀크는 말도 안 되는 혐의를 씌워서 짐 레너를 감옥에 보내버렸던 것.

코랄의 후예는 약속대로 짐 레이너를 구출한다.

마침 연합의 행태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짐 레이너도 코랄의 후예에 합류한다.

누구보다 든든한 전우이자 연인 사라 캐리건을 만나 운명적인 사랑을 하게 된다.

연인과 함께 각종 작전에서 혁혁한 공을 세우지만... 코랄의 후예에서의 생활은 갈수록 꼬이게 된다.

수장인 아크튜러스 맹스크는 세력이 커질수록 그 동안 숨겨왔던 잔인성이 발현된다.

목적을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냉혹한 면모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테란은 강대한 적인 저그의 위협에 직면에 있다.

그럼에도 그는 오로지 테란연합을 깨부술 생각만 한다.

적이랄 수 있는 테란연합의 장군 에드먼드 듀크를 자신의 편으로 만들지를 않나, 저그를 불러들이는 매우 위험한 도구인 사이오닉 방출기를 폐기하지 않고 활용하기까지 한다.

연합을 반대하면서도 그들과 똑같은 비인도주의적 행태를 거리낌 없이 저지르는 아크큐러스 맹스크에게 짐 레이너는 불만을 품게 된다.

결국 연합의 수도라고 할 수 있는 타소니스에서 본격적인 비극의 시작을 알리게 된다.


- 억압에 대한 자유의 승리!


시대를 초월하는 주제의식이다.

류지호는 현실세계 속 권력의 타락과 기득권에 대한 저항에서 소재의 영감을 받곤 하는데, <스타크래프트> 첫 번째 에피소드는 테란진영을 중심으로 인간들의 권력욕과 권력의 비정함을 ‘악’한 것으로 내세웠다.

즉 저그라는 외계종족 자체가 악당이 아니라, 그들의 원초적인 행동(진화의 욕망)이 프로토스와 테란진영에게 악한 결과를 불러오게 되는 것이다.

저그의 본능은 대체로 순수하다.

보다 완벽한 생명체가 되기 위해서 프로토스와 테란인류를 흡수하려고 하는 것이니까.

우주적인 입장 또는 진화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저그의 본능은 따지고 보면 잘못이 없다.

차라리 욕망 그 자체를 위해 동족의 죽음을 방치하고 심지어 이용까지 하는 테란의 행태가 더 ‘악’에 가깝다.


[저그뿐만 아니라 프로토스도 우리 세계 전체를 쓸어버리러 온 것이다. 그들도 테란의 적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오해에서 비롯되었다곤 하지만, 사실 프로토스는 테란에 대해 적대감이 전혀 없다.

그저 우주를 감염시키는 저그를 말살할 뿐.

그러나 테란진영에서 볼 때 차우 사라와 마 사라를 황무지로 만든 것을 보며 침략자로 규정할 수밖에 없다.

저그는 본거지를 떠나서 우주 곳곳을 떠돌다가 진화에 쓸모가 있으면 흡수하고 없으면 파괴하는 것만 반복할 뿐이다.

반면에 프로토스는 분명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침공했다.

테란진영의 입장과 상관없이 우선순위는 무조건 저그의 말살(정화)에 있기 때문에 마치 중세시대 십자군을 연상시킬 정도로 광신적이다.


“성스러운 교회를 수호할 수 있도록 이교도들에게 맞설 원군을 보내달라.”


테란의 누구도 프로토스에게 그 같은 구원요청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프로토스는 마치 십자군처럼 멋대로 테란의 사정과 상관없이 원정을 와서 행성 하나를 초토화 시켜버렸다.

자신의 영역(코프룰루 섹터)이 이교도(부정한 생명체)에 오염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기에.

앨런 포스터의 해석이었다.


“꿈보다 해몽이다.”


<매트릭스>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잘 만든 SF장르는 해석에서 온갖 것들을 가져다 댈 수 있다.

<스타크래프트>의 서사 역시 지구의 신화와 종교, 역사에서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현학적인체 하는 이들에게는 보고와 다르지 않다.

작가와 감독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상관없이.

물론 영화의 완성도가 매우 뛰어나야 한다는 전제 하에서.

암튼 <스타크래프트 EPⅠ> 스토리는 테란진영이 중심이다.

류지호는 프로토스 종족을 최대한 감출 생각이다.

저그 종족도 저글링과 뮤탈리스크, 스컬지 같은 공중유닛 위주로 등장시킨다.

럴커가 한 번 충격적으로 등장해 짐 레이너 일행에게 위기감을 조성한다.

그리고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이라고 할 수 있는 뉴게티스버그 미션에서 히드라리스크 러시와 울트라리스크가 맛보기로 등장한다.

두 종족에 대한 절제된 노출은 두 번째 에피소드가 저그(칼날여왕)를 중심으로 스토리가 전개될 것이고, 마지막은 프로토스(태사다르와 제라툴)의 스토리가 장식할 것임을 암시한다.

수많은 SF영화나 좀비물 그 외 장르물이 대박을 넘어 초대박을 칠 때는 권선징악을 넘어서서 선악의 다툼보다는 인간과 인간의 이념이나 신념의 충돌, 그리고 양보할 수 없는 입장이나 이득의 충돌에 공감이 갔을 때다.

일본의 성공한 애니메이션들이 특히나 그런 주제의식이 노골적이다.

<건담>을 비롯해 많은 시리즈들이 그렇다.

반전이라는 주제의식을 기본으로 어른이 아닌 새로운 세대의 어린이들이 미래의 희망이라는... 일본 전후세대가 주장하는 무능한 기득권과 이득 하나 없는 전쟁에 관한 자성의 이야기를 메인으로 삼는 것처럼.

<스타크래프트 EPⅠ>은 짐 레이너라는 테란 영웅의 탄생을 그리고 있다.

그의 연인이자 대적자가 되는 칼날여왕의 등장도 중요한 서사고.

테란과 외계종족 간의 생존투쟁보다는 테란 내부적인 모순과 갈등에 주목한다.

테란연합의 폭정에 맞서 봉기한 것이 코랄의 후예다.

그런 반란군을 이끄는 아큐튜러스 맹크스는 연합보다 더한 끔찍한 짓을 서슴없이 저지른다.

그는 코프룰루 은하에서 가장 인구가 밀집한 행성 가운데 하나인 타소니스에 사이오닉 방출기를 설치해 저그를 끌어들일 계획을 세운다.

처음부터 그 같은 악행을 의도했던 것은 아니다.

그가 그런 행동을 할 수 있었던 단초가 된 임무가 사이오닉 증폭기(Psi Emmiter) 작전이다.

짐 레이너와 사라 캐리건은 테란연합의 시설에서 제조방법을 탈취해 코랄의 후예에게 전달하게 되고, 그 때문에 아크튜러스 맹스크가 옳지 못한 판단을 내리게 된다.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되는 것이다.

욕망과 탐욕은 손에 잡힐 듯 구체적일 때 크게 발현된다.

얻을 가능성이 제로에 가까울수록 망상에 불과하고.

아크튜러스 맹스크의 반란은 두 개의 외계종족의 침공이 없었다면 망상에 불과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두 종족이 코프룰루 섹터에서 분탕질을 칠수록 실현가능한 것으로 바뀌었다.

거기에 연합을 몰아낼 수 있는 무기가 쥐어졌다.

결국 맹스크는 안티가 프라임의 반란 진압군을 쫓아내기 위해 사이오닉 방출기를 사용해 저그를 끌어들이기로 한다.

이이제이(以夷伐夷)의 탁월한 전략이라고 말은 하지만.

그 과정에서 수없이 많은 무고한 시민이 희생되어야 하는 작전이다.

암살자로 살아오며 감정이 마모되고 삶과 죽음에 초연한 사라 캐리건조차 맹스크의 계획에 큰 충격을 받는다.


[너도 수수께끼의 외계종족이 아군인지 적인지 분명하지 않다고 했잖아. 아니, 심중으로는 적으로 상정하고 있지.]

[안티가에서 연합을 몰아내기 위해 작전을 수행하겠지만, 다시는 이 같은 방식으로 싸우지 않겠다고 약속해주세요.]

[나는 최선의 전략과 전술을 고민할 뿐이야.]


맹스크의 작전으로 코랄의 후예의 혁명에 회의감을 가지게 되는 사라 캐리건.

그녀는 비인륜적인 작전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연합을 몰아낼 수 있는 길을 찾는다.

그 중에 하나가 연합의 최신형 골리앗 설계도를 입수하는 것이다.

사라 캐리건은 연합의 최신 장비들을 탈취하는데 열을 올린다.

그러나 맹스크는 테란연합의 진압군을 완전히 붕괴시키기 위해서 타소니스에 저그를 불러들이는 작전을 결코 단념하지 않는다.

기어코 에드먼드 듀크를 통해 사이오닉 방출기 작전을 실행시켜버린다.

비인도적인 작전을 막기 위해 짐 레이너가 에드먼드 듀크를 저지하려 하고, 그로 인해서 코랄의 후예 내에서 편이 갈려 일촉즉발의 상황이 전개된다.

이 작전의 문제는 엄청난 규모로 저그만 몰려든 것이 아니라는 사실.

저그를 끌어오게 되면서, 프로토스까지 불러들이게 됐다.

맹스크의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작전 때문에 타소니스에서 세 개 종족이 어울린 대혼란의 전장이 펼쳐진다.


[제기랄! 저놈들이 저그를 처리하는 사이 연합이 도주할 텐데....]

[......]

[저그가 군락을 형성할 시간을 벌어야 해. 사라!]

[....예.]

[저 수수께끼의 종족을 막아라!]


짐 레이너는 당연히 뜯어 말린다.


[지미, 기사 행세는 그만둬. 그게 어울릴 때도 있지만.]

[아무리 맹스크가 네 목숨을 구해주었다고 해도 놈을 위해 자살을 할 필요는 없잖아. 나도 널 여러 번 구했어. 내 말도 들어야 하지 않아?]

[지금은... 지금은 아니야. 내가 뭘 해야 하는지 잘 아니까. 저 종족은 저그뿐만 아니라 행성을 통째로 파괴하고 말 거야. 난 알아. 왜냐하면... 그냥 알 수 있어. 난... 유령이잖아. 저들을 처리하고 나서 저그는 그 때 생각할거야. 아크튜러스도 결국 정신을 차릴 테고.]


사라 캐리건의 단호한 태도에 짐 레이너는 물러설 수밖에 없다.

그럴 정신도 없었고.

사이오닉 방출기를 설치하는 듀크 일당을 막아서랴, 몰려드는 저그떼도 물리치랴.

동분서주하던 짐 레이너는 연인이 뉴게티스버그로 향하는 것을 막지 못한다.

결국 사라 캐리건의 팀은 저그와 프로토스 사이에 끼어 양쪽에서 공격을 받는 최악의 상황에 놓이고 만다.

그럼에도 연합 최고의 유령이었던 사라 캐리건의 활약으로 기어코 프로토스를 격퇴시키고, 저그가 군락을 형성할 시간을 벌어주게 된다.

그 과정에서 팀원이 하나둘 죽음을 맞이하고.

홀로 살아남은 사라 캐리건이 구조요청을 해보지만.


[본부... 구조대는 오고 있는 거예요? 사령관님? 짐? 도대체 어찌 된 거야?]


홀로 고립된 사라 캐리건의 상황과 달리.

작전은 성공했다.


[그녀 하나를 구하기 위해 다른 병사를 위험에 빠트릴 수 없다.]

[함대는 타소니스에서 퇴각하라.]


아크튜러스 맹스크는 애초부터 사라 캐리건을 신뢰하지 않았다.

쓰고 버릴 체스말.

그 정도로 여겼다.

연합을 괴멸시키게 되었으니, 마침내 미련 없이 버릴 수 있게 되었다.

2500년 2월 18일, 타소니스 행성.

코랄의 후예 병력이 철수하는 가운데 사라 캐리건은 파도처럼 밀려드는 저그 무리에 삼켜진다.


“마리아, 자포자기하는 느낌은 아니야. 본래가 사라는 자신의 죽음에 대해 초연했어. 결국 예견된 결말이라고 생각했을 거야.”

“그렇다면 총을 바닥에 떨구면 안 되지 않나요?”

“시네마틱은 잊어버려. 사라는 감염된 테란병사들을 여러 차례 봐 왔어. 자신이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 마지막 순간까지 초능력을 점검하는 성격이야.”

“그렇다면 각오가 느껴져야 하겠군요?”

“초연해야 한다니까.”


그래야 그녀를 구하기 위해 달려오는 짐 레이너의 절박함이 더욱 강조된다.

물론 게임의 스토리를 아는 팬들은 이후의 일들을 모두 알기 때문에 두 주인공의 감정에 어느 정도까지 몰입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사라는 칼날여왕으로 다시 태어나기 전까지 끊임없이 무의식 속에서도 짐에게 텔레파시를 보냈잖아. 그녀는 연인과 있을 때를 빼고 유령일 때는 언제나 의연했어. 어떤 상황 속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적절하게 대처했지. 그녀에게 죽음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야. 언제든 맞이할 수 있는 예정된 결말이고. 다만 죽음의 모습이 지금껏 텔레파시를 통해 경험한 자신이 죽인 자들과 같은 감정에 괴로워하는 모습이 싫을 거야. 그러니 표정에 많은 것을 담으려고 하지 마. 절제하도록 해.”

“예!”


초연(悄然)과 초연(超然)은 전혀 다른 의미로 쓰인다.

전자는 의지를 잃고 기운이 없는 상태를 말하고.

후자는 어떤 현실 속에서 벗어나 그 현실에 아랑곳하지 않고 의연한 것을 이른다.

사라 캐리건은 생물학적으로는 여성이다.

그러나 정체성은 감정이 거세된 암살자이며 전사다.


“그리고 진짜 죽음도 아니지. 결국 칼날여왕으로 다시 태어나게 되니까....”


그런 운명까지 사라 캐리건이 예감했을지 알 순 없다.

어쩌면 <스타크래프트> 열성 팬들은 이 장면을 두고 공감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시네마틱 트레일러에서 지나치게 감성적이고 비장하게 묘사되었기에.

연인을 적진에 내버려두고 타소니스 행성에서 철수하는 맹스크에 대해 짐 레이너는 분노한다.

단독으로 드랍쉽을 몰고 사라 캐리건이 고립된 지역으로 날아간다.

인 게임 스토리와 다른 지점이다.

류지호는 이 시퀀스를 강조하기 위해 짐 레이너 눈앞에서 사라 캐리건이 저그 떼(히드라리스크를 중심으로) 습격으로 부서지는 파도처럼 사라지는 것으로 묘사했다.


[경고. 경고!]

[닥치고 램프도어 개방 해!]


짐 레이너가 드랍쉽의 후미 램프도어를 강제로 열어젖힌다.

시체매(Vulture)를 타고 다짜고짜 자유낙하를 감행한다.

카메라 오퍼레이터가 활짝 열려진 드랍쉽 램프도어에서부터 시체매가 추락하는 것을 바로 곁에서 촬영하며 함께 낙하, 기울어진 고층건물의 경사면을 벌처가 타고 미끄러져 지상에 착지하는 것을 팔로우 하고, 메뚜기 때처럼 몰려가는 저글링떼 사이를 바로 곁에서 함께 누비고, 때로는 벌처와 함께 히드라리스크를 회피하며, 지하에서 튀어 오르는 럴커까지 뛰어넘는 등.

카메라맨이 환상적인 시체매 체이스를 헬드헬드로 화면에 담았다.

물론 원 씬 원 테이크 롱테이크 씬은 아니다.

치밀한 콘티와 편집기술을 동원하는 원 컨티뉴어스 쇼트에 가깝다.

<REMO : Or Maybe Dead!>를 제작할 때만 해도 Eye-MAX 3D 모델 Solido 카메라 무게는 무려 무려 109Kg이었다.

엄청난 크기와 무게 때문에 카메라를 옮기기 위해 매번 4인 1조로 움직였다.

개량에 개량을 거듭한 끝에.

Eye-MAX Corp에서는 완전 통합 듀얼 65mm 4K 디지털 대형 3D 카메라를 개발했다.

무게도 시중에 나와 있는 3D 카메라 중에서 가장 가볍다.

심지어 스테디캠이나 핸드헬드 기법 촬영이 가능할 정도다.

그로 인해 할리우드 액션영화에서 절대로 빠질 수 없는 체이스(또는 레이싱) 장면이 ‘배신 시퀀스’의 클라이맥스에서 펼쳐지게 되었다.


[지이익~ 누구 없어요! 제발 살려주세요!]


운명의 장난일까.

곤경에 처한 연인을 구하려는 절박한 상황에서 -

민간인의 구조요청을 듣게 된다.

새까맣게 몰려든 저그떼에 파묻혀 흔적조차 볼 수 없는 연인.

저그떼 사이를 헤치고 그녀를 끝까지 따라가 가야 할까, 아니면 민간인을 구출할 것인가.


[....제기랄!]


불나방처럼 사방에서 달려드는 저그가 어느새 수십만으로 불어나 있다.

거대한 저그 무리가 파도가 밀려가듯 저 멀리로 멀어지고 있다.

민간인들의 구조요청은 계속해서 들려오고....


[맹스크! 이 개자식!]


결국 짐 레이너는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다.

저그떼에 삼켜져 파도처럼 멀어지는 연인의 정반대 방향으로.

누군가 구조요청을 보내오는 곳으로.

민간인을 구출하는 것은 분명 옳은 일이다.

영웅서사에서 클리셰다.

신의 장난처럼 선택의 기로에 놓이는 것이.

짐 레이너는 이 날의 일을 두고두고 후회하고 괴로워한다.

맷 호너, 마이클 리버티, 레이너 특공대원 모두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위로하지만.

짐 레이너는 이날의 일을 커다란 마음에 짐으로 살아간다.

적어도 사라 캐리건이 칼날여왕이 되어 모습을 드러내기 전까지는....


❉ ❉ ❉


<스타크래프트>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 자신을 사지로 몰아넣고 죽도록 방치한 아크튜러스 맹스크에 대한 사라 캐리건의 복수심 그리고 자치령을 세워 스스로 황제가 된 맹스크를 권좌에서 끌어내림과 동시에 연인의 복수를 해야 하는 짐 레이너의 동기와 목표를 분명히 했다. 영웅에게 소명이 부여된 것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스페이스 오페라 영화 <스타워즈>, <아바타>와 <스타크래프트>는 서사적인 측면에서 유사한 점이 많다.

신화적이며 영웅담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재능 혹은 과거의 이력을 감추고 평범하게 살고 있는 소영웅을 거대한 무대로 끌어내 소명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영웅은 보이지 않는 거대한 존재로부터 시련을 당한다.

시련을 당하는 과정에서 악의 편에 서도록 유혹에 시달려야 하고.

주인공과 가장 가까운 사람이 악에 물들거나 반대로 악의 유혹을 떨쳐내고 마음을 바꿔먹기도 하는 드라마틱한 상황을 맞이하기도 한다.

거대한 어둠 혹은 악에 맞선 영웅은 희생을 통해 신화를 완성하게 되고.

한 인간으로써 새롭게 태어나게 된다.

기본에 충실한 서사를 엮어내면 실패할 수가 없다.

할리우드 영웅서사의 전형성이고 좀처럼 실패하지 않는 공식이다.

일반적으로 민중혁명은 ‘정의‘로 간주된다.

그러나 <스타크래프트> 실사화에서 민중혁명의 리더가 반드시 정의롭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맹스크는 밝은 편을 따라가는 것이 어렵고 힘들며 희생이 필요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악의 길을 추종하는 것이 아니다.

그의 내면에는 추악한 욕망이 있었고, 일생일대의 기회가 왔을 때 그 본성에 충실한 것이다.

사라 캐리건과 아크튜러스 맹스크는 구원까지 있었다.

연합의 고스트로 활동하던 당시에 사라 캐리건이 맹스크의 부모를 암살했던 것.

맹스크는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

게다가 자치령의 황제로 등극할 야심을 품게 되면서 누구보다 강력한 힘을 가진데다가 통제 할 수 없는 초능력까지 보유한 사라 캐리건을 곁에 두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뉴 게티스버그에서 버린 것은 그에게는 당연한 결정이다.

뉴 게티스버그 작전은 삼부작 전체를 놓고 봤을 때 매우 중요한 분기점이다.

세 개의 종족이 한 행성에서 처음으로 혼돈의 대전투를 치룬다.

듀크VS레이너 특공대, 저그VS프로토스, 캐리건 부대VS프로토스&저그, 레이너VS저그 등.

구도가 매우 복잡하다.

그 과정에서 중요한 등장인물인 프로토스의 피닉스와 주인공이 인연을 맺게 되고, 종족을 초월한 우정을 나누게 되는 토대를 마련해줘야 한다.

따라서 뉴 게티스버그의 에피소드에만 무려 40분을 할애했다.

빈스 미첸이 감탄성을 연발했다.


“와아~ 이게 이런 식으로도 되네.”


자문으로 참여하고 있는 빈스 미첸은 <스타크래프트> 시네마틱 영상에도 관여를 했다.

SnowStorm의 개발자들은 자사의 시네마틱 영상에 매우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류지호의 장면연출을 보며 감동했다.

사라 캐리건에게 달려드는 저글링 한 마리의 사소한 움직임까지 철저하게 계산되어 있었기에.

그저 저글링이 우르르 몰려드는 차원이 장면연출이 아니다.

수십·수백마리의 저글링들이 한꺼번에 몰려들다가 서로 부딪치고 깔리고 밟히고 때로 히드라리스크에 의해 튕겨나가는 것까지 섬세하게 표현되었다.

디테일의 수준이 초월적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우린 빅보스가 <REMO>를 찍기 이전부터 동물 CG에 관심이 많았어."


VFX 수퍼바이저 하워드 데이비스의 말에 빈스 미첸이 귀를 쫑긋 세웠다.


“90년대부터 직원들이 자신의 반려동물과 함께 회사에 출근하곤 했지.”


빈스 미첸이 고개를 끄덕였다.

Snowstorm Entertainment 본사도 일주일 하루 반려동물과 함께 회사에 출근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Hues & Rhythm Studios가 선례를 잘 만들었기에 가능했다.


“우리는 <REMO> 최종편의 좀비 움직임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고릴라, 침팬지, 곰 등의 행동을 연구했고, 실제 고릴라와 새끼를 스튜디오에서 키우다시피 했지.”

“좀비와 고릴라가 어떤 관계라도 있었습니까?”

“고릴라가 문제가 아니었어. 우리는 기존의 좀비들이 보여준 행동을 뛰어넘는 뭔가 특별한 아이디어가 필요했거든. 그래서 직립보행을 하는 모든 동물을 탐구해야만 했지.”

“빅보스가 요구한 거야?”

“약간의 조언을 했을 뿐이야. 당시 우리만이 가질 수 있는 강점이 무엇인지 정립할 필요가 있었거든. 살아남기 위해서.”

“.....?”

“LOG Company의 <정글북>을 우리가 작업할 수 있길 바랐지만, 다른 업체로 가게 되었지. 당시에는 얼마나 아쉽던지.”

“대신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라이프 오브 파이>를 했지 않았어요?”

“오스카 시상식 이슈로 논란이 있긴 했지만, 우리의 기술과 실력이 크게 점프하는 계기중에 하나야.”


빈스 미첸을 비롯해 <스타크래프트> 개발진은 Timely Comics도 하는데 자신들이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오산이었다.

그들이 경험하고 있는 <스타크래프트> 실사화의 과정이 결코 만만치 않았다.

물론 그들이 처음으로 경험한 작업이 디테일에 강박적으로 집착하는 류지호의 방식이라는 것이 함정이긴 하지만.


작가의말

평안한 주말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5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Mr. 할리우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출작품 & 소유 기업 정리(2011년 기준) +4 24.06.20 664 0 -
공지 소유 기업 & 연출작품 정리(2000년 기준) +8 23.02.16 3,814 0 -
공지 인사말 & 연재시간 +35 21.12.21 65,513 0 -
961 회귀해서 가장 잘 한 일! NEW +9 23시간 전 596 63 25쪽
960 돌연변이. +3 24.09.12 764 69 26쪽
959 아리울... 가온그룹의 영지! +3 24.09.11 833 61 26쪽
958 좋은 기업이란. (3) +3 24.09.10 859 52 25쪽
957 좋은 기업이란. (2) +4 24.09.09 897 61 25쪽
956 좋은 기업이란. (1) +3 24.09.07 965 64 24쪽
955 요즘, 유독 외롭다는 생각이 든다. +9 24.09.06 995 71 26쪽
954 Mr. Hollywood! +20 24.09.05 1,014 84 27쪽
953 En Taro Kubrick! +9 24.09.04 991 73 24쪽
952 박수칠 때 떠난다! (2) +8 24.09.03 998 75 26쪽
951 박수칠 때 떠난다! (1) +9 24.09.02 1,026 66 26쪽
950 Tri-Stellar의 경쟁자는 또 다른 Tri-Stellar다! +9 24.08.31 1,047 68 23쪽
949 믿어 좀! 의심하지 말고. (3) +10 24.08.30 1,045 70 27쪽
948 믿어 좀! 의심하지 말고. (2) +8 24.08.29 1,026 72 26쪽
947 믿어 좀! 의심하지 말고. (1) +3 24.08.28 1,057 72 21쪽
946 Brood War. (8) +3 24.08.27 1,006 62 24쪽
945 Brood War. (7) +7 24.08.26 997 64 27쪽
» Brood War. (6) +5 24.08.24 1,027 67 25쪽
943 Brood War. (5) +4 24.08.23 1,055 64 23쪽
942 Brood War. (4) +6 24.08.22 1,027 65 24쪽
941 Brood War. (3) +2 24.08.21 1,073 70 24쪽
940 Brood War. (2) +4 24.08.20 1,089 66 27쪽
939 Brood War. (1) +6 24.08.19 1,155 70 26쪽
938 다스리지 않는 것이 최고의 다스림. +2 24.08.17 1,151 72 25쪽
937 본업에 충실하기 위해서.... +3 24.08.16 1,179 78 27쪽
936 자넨... 정말 미스터 할리우드가 맞는 것 같아. +6 24.08.15 1,179 76 23쪽
935 모두에게 해피엔딩이었으면 좋겠습니다. (2) +5 24.08.14 1,161 72 2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