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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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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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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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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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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쪽

그렇게 해야 안 망해.... (2)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감독과 작가들은 전작의 배우들과 닮은 꼴 배우들을 캐스팅하자고 주장했다.

가령 해럴드 포드와 어딘지 닮아 보이는 애덤스 드라이버라던가, 네타 포트먼을 닮은 신인 여배우 누군가를 찾아내길 원했다.

류지호의 생각은 그들과 많이 달랐다.

꽃미남 계열의 배런 렌프로를 남자 주인공으로.

금발에 하얀 피부, 파란 눈의 신비한 분위기를 풍기를 시얼샤 로넌을 여주인공으로 밀고 있다.

시얼샤 로넌은 2011년 <한나>에서 액션연기를 소화한 경험이 있다.

어리지만 연기가 제법 준수한 편이다.

다만 미국인들이 좋아할 만한 정통 미녀상이 아니다.

그럼에도 청아한 외모를 잘만 포장하면 신비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170Cm의 시원시원한 신장과 팔다리가 긴 점은 스턴트 연기를 함에 있어 큰 장점이고.


“배런 렌프로는 너무 잘생겼어요. 배우의 인상이 너무 선해서 쉽게 악역에 몰입할 수 없을 겁니다. 다스베이더나 두쿠에 비해 위엄도 없을 것 같고....”

“새로운 악당은 전형적인 완성형 악당이 아니라고 하지 않았어?”


새로운 <스타워즈> 고민의 가장 큰 부분은 차지하는 것이 악당 캐릭터다.

이미 다스베이더나 다스몰 같은 절대악에 가까운 캐릭터가 팬들의 뇌리에 깊숙이 자리 잡은 상황이다.

절대악의 캐릭터가 또 다시 등장한다면 신선함을 떠나 자기복제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게다가 새롭게 등장하는 악당은 이전 시리즈의 중요한 캐릭터와 밀접하게 관계되어 있다.

캐릭터 설정과 설계에 더욱 공을 들여야 할 이유는 차고 넘쳤다.


“물론 배런 렌프로가 출중한 마샬아츠 실력까지 겸비한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인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가 과연 <스타워즈>의 악역을 맡으려고 할까요?”


제2의 레오날드 그레이프라고 불리던 꽃미남계 배우 중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톱스타가 배런 렌프로다.

20대~30대 초반 연령대 배우 중에서 최고 몸값을 자랑하고 있다.

사실 <스타워즈>의 악역에 출연할 만한 배우는 아니다.


“투자파트, 제작파트, 연출파트가 모두 동의한다면 녀석을 데려오는 건 문제없어.”

“일단 리스트에 있는 모든 배우들의 오디션을 보고 싶습니다.”

“그래 그럼. 캐스팅에는 아직 여유가 있으니까.”


프로듀서로서 류지호는 악역 부분에 대한 부담감을 전혀 느끼고 있지 않다.

뭘 만들어내도 다스베이더를 뛰어넘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영화역사상 가장 위대한 악역 캐릭터로 꼽히는 다스베이더다.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신화가 되었다.

후대의 제작진이 어떤 악역을 <스타워즈>에서 만들어낸다고 해도 비교될 수밖에 없고, 맹목적인 충성심을 보이는 팬들로 인해 새로운 악역들은 평가절하 될 운명이다.

새로운 악역은 다스베이더와 경쟁해선 안 된다.

온갖 막장과 패륜으로 점철된 설정의 <스타워즈> 세계관이다.

기존보다 더한 패륜과 막장 설정이 등장한들 부담이 없다.

그러니 부담 가질 필요 없이 무엇이든 시도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류지호다.


“음악가는 전통에 따라 윌리엄스씨가 맡게 되는 거죠?”

“당연하지.”


제아무리 류지호가 전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바꿀 수 없는 부분도 있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음악감독이다.

다른 건 다 바꿔도 잭 윌리엄스를 바꿀 순 없다.


“혹시 스턴트 코디네이터는 Vic&Jay에서....?”


A-List 감독은 자신이 원하는 크루들도 제작진을 꾸릴 수 있지만.

조 코진스키는 아직 그 정도 레벨의 감독은 아니다.

류지호에게 휘둘릴 수밖에 없다.


“따로 염두에 둔 팀이라도 있어?”

“<The Raid>라고.... 인도네시아 영화인데.... 들어봤습니까?”


조 코진스키 감독의 입에서 의외의 영화가 나와서 류지호가 잠시 멈칫 했다.


“영화는 꽤 조악하지만, 액션 연출이 꽤나 신선하더군요.”

“내가 소유한 한국의 영화사가 투자한 영화야. 혹시 그 영화의 스턴트팀을 데려오고 싶어?”

“액션 안무에 그들의 아이디어를 섞어봤으면 좋겠습니다.”

“내 계획을 말해 줄 게.”

“......”

“전체적인 콘셉트는 Vic&Jay가 디자인한 안무로 가고, 일본에서 활동하는 얀쯔단 사단의 켄지를 라이트세이버 스턴트 디자인에 참여시킬 생각이야. 어쩌면 얀쯔단도 일부 아이디어를 제공할 수도 있겠지. 원한다면 <The Raid>의 이코 우웨이팀을 초청해서 맨몸 격투 디자인에 참여시킬 수도 있고. 카메오 출연도 나쁘지 않겠지.”


타니가 켄지(Taniga Kenji)는 안쯔단 무술팀의 일원이었다.

<바람의 검심> 실사화의 액션 안무와 스턴트팀을 이끌었다.

이코 우웨이는 동남아시아 격투무술인 실랏의 고수이자 배우로 활동 중이다.

영화 <레이드 : 첫 번째 습격>이 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둔 이후로 할아버지가 세운 실랏 무술학교 출신들을 모아 스턴트팀을 꾸렸는데, 할리우드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스턴트 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돼. 아마 조가 상상하지 못했던 라이트세이버 대결 장면을 찍게 될 거니까.”


Vic&Jay의 액션 안무는 할리우드 최고를 넘어 세계 최고다.

1990년대 중반 이후로 꾸준히 전 세계 다양한 무술가와 스턴트맨들을 영입해 오고 있다.

한국의 스턴트맨 대여섯 명이 정식 크루로 활동하고 있고.

류지호의 영화를 잘 찍어보려고 만들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전 세계 스턴트맨들이 소속되고 싶어 하는 스턴트 전문 단체가 되었다.


“메인 빌런에 배런 렌프로를 확정하셨군요?”

“연기에 대해 불만 없지?”

“예.”

“팬이 많은 것도.”

“예.”

“내가 기획한 Timely의 헬스키친 유니버스에서 전문 스턴트맨 못지않은 실감나는 액션을 보여준 것도 의심의 여지가 없고.”

“예.”

“클리프 레저가 현실성이 있는 데다 더러운 조커를 만들어낸 것처럼 배런 렌프로도 미성숙하지만 다스베이더의 길을 따라 최후의 순간에 인간성을 찾는 모습을 표현하면서 신화가 아닌 현실성 있는 악당상을 구현해 줄 거라고 기대하고 있어.”


프로듀서인 류지호로서는 배역의 균형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대본상에서 두 젊은 주인공의 무게감이나 서사가 오리지널 시리즈에 비해 너무 떨어졌다.

그렇기에 오리지널 시리즈의 배우들을 죄다 소환하고, 추바카 같은 올드팬들의 추억을 자극할 수 있는 캐릭터들을 가져오기로 한 것이다.

TCU와 <다크나이트> 이후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주인공보다 빌런 캐스팅에 더욱 공을 들이고 있다.

류지호는 배런 렌프로가 <다크나이트>의 클리프 레저처럼 <스타워즈>의 새로운 시리즈에서 인상적인 악역의 필모그래피를 남기길 바랐다.


“삼부작 전체 스크립트가 반드시 준비가 되어야 그린라이트가 켜지게 되는 겁니까?”

“난 전체적인 계획이 완벽하게 그려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새로운 <스타워즈> 시리즈의 긴 여정의 발을 떼지 않을 생각이야.”


모르긴 몰라도, <일곱 번째 에피소드>를 개봉한 후, 수많은 피드백이 쏟아질 것이다.

중심을 잡고 있지 않다면, 훈수꾼들의 잔소리에 휩쓸려 갈 수 있다.

그렇기에 삼부작의 밑그림을 완벽하게 준비해 놓은 상태에서 영화제작을 승인할 생각이다.

감독과 작가는 이야기에만 집중하면 된다.

현존 세계 최고의 VFX 스튜디오 LMI와 두 번째로 대단한 Hues & Rhythm이 참여하는 영화다.

그 둘은 무엇을 상상하든 영상으로 구현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정치적 올바름에 입각한 캐릭터의 ‘인종 배분‘ 같은 문제에 골몰하다가 이야기를 망치는 일만 없다면, 이전 삶보다 좀 더 재밌는 영화가 나올 터.

PC광신도들에게 욕을 먹는 것보다, 그 수백 배에 달하는 <스타워즈> 올드팬들이 더 무섭게 다가오는 류지호다.


‘〈스타워즈〉를 다양성과 정치적 올바름으로 바꾸는 것은 진보적인 것이 아니야.‘


1977년~2005년까지 제작된 시리즈는 다분히 남성주의 영화에 가깝다.

핵심 테마 중에는 그리스 신화의 오이디푸스 이야기와 맞닿아 있기도 하고.

절대적 존재인 아버지가 부재하고, 아들이 모험을 떠난 뒤 새로운 질서를 형성하는 전형적인 고전 내러티브를 따르고 있다. 다만 “내가 네 아버지다...”를 통해 반전이 일어나면서 당시로는 매우 현대적인 이야기로 완성이 됐다.

PC주의자들의 주장에 따라서 이전의 <스타워즈> 프랜차이즈가 시대에 역행하는 고루한 세계관으로 전락했다고 인정한다고 해도, 우리는 그 이야기가 미국을 한데 묶고 전 세계를 매혹했던 보편적인 이야기였다는 것 역시도 부정해선 안 된다.

인종적 다양성과 정치적 올바름의 교훈을 주기 위해서 <스타워즈>의 세계관 새롭게 리셋할 것이 아니라, 전 세계를 매혹할 수 있는 정치적 올바름에 입각한 새로운 스페이스 오페라 콘텐츠를 발굴해 내는 것이 ‘올바른’ 자세가 아닐까.

그런 것이 진정한 진보주의자의 자세라고 류지호는 생각했다.

기존의 인기 콘텐츠에 자신이 주장하는 메시지를 넣어서 장사를 하는 사람을 그 누가 진보주의자라고 할 수 있을까.


‘진보를 팔아 마케팅하는 장사꾼일 뿐이지.’


✻ ✻ ✻


<스타크래프트> 실사화를 준비하는 류지호는 마이크 리바가 그리울 때가 있다.

<Tsogang>의 프로덕션 디자인을 책임졌던 대니 개스너가 빈자리를 채워주고 있어 작업 부분에서는 공백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지만.

인간적인 관계까지 채워주는 것은 아니다.


“딴 데 정신 팔리지 말라고 많이도 가져온다.”


대니 개스너와 아트디렉터들이 2만 장이 넘는 아트웍을 보여주었다.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이 SnowStorm의 <스타크래프트Ⅱ> 개발팀에서 5,000장이 넘는 각종 콘셉트 아트웍들을 보내왔다.

게임 속 마린의 상징과도 같은 강화전투복(Powered Combat Suit) 디자인만 수백 장이었고, 사라 케리건이 게임에서 입고 있는 환경차폐복(Hostile Environment Suit) 아트웍과 모델링만 100장이 넘었다.

단순히 그림만 그려오지 않았다.

강화전투복의 금속과 부품의 소재와 재질, 로봇공학·인체공학적 설계 및 원리까지도 첨부해서 보냈다.


“과학적인 고증에만 스무 명의 교수와 엔지니어가 참여하고 있으니까.”


게임 속의 강화외골격 슈트는 인간의 신체비율과 인체공학을 무시한 디자인이다.

그대로 영화에서 선보일 순 없다.

전문가들의 철저한 자문을 받아서 과학적·공학적 근거가 있는 현실적인 디자인을 채용했다.

그렇다고 특유의 육중한 맛을 포기할 순 없다.

영화를 준비하면서 류지호는 16세기 독일에서 만들어진 알메인 리벳 판금갑옷을 주로 리서치 했다.

반면에 프로덕션 디자이너 대니 개스너는 15세기 초반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밀라노 양식의 판금갑옷을 많이 참조했다.


“배우들이 슈트 무게를 견딜 수 있을까 모르겠네요.”

“프로토스도 만만치 않아.”

“결국 답은 CGI에서 찾아야지요.”


촬영과정은 <아이언맨>과 거의 유사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신 강화복을 입고 촬영하는 것보다는 하체부분 파츠만 착용하고 연기할 때가 있고, 어깨부터 헬멧까지만 착용하고 연기할 때가 있으며, 팔만 착용하고 연기하는 식으로 진행하고.

비어있는 강화복의 부위들은 모두 CG를 입히는 방식이다.

<아이언맨>을 비롯해 TCU 영화들을 통해 관련 노하우는 충분히 축적이 되어 있다.

거기에 LMI와 Hues & Rhythm이라는 최고의 VFX업체가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기술을 선보일 계획이고.

류지호는 <Chrismas Cargo>에서 수천 만 달러의 의상비를 써본 적이 있다.

<스타크래프트>에서는 비교가 되지 않는 규모의 코스튬이 제작될 예정이다.

프로토스 종족만 놓고 봐도 법무관, 집행관, 심판관, 신관, 템플러, 다크템플러가 각기 코스튬이 제각각이다.

부족별 구분을 위해서도 각각 개성을 줘야 하고.

주인공 중에 하나인 제라툴의 경우 오지의 원주민처럼 헐벗고 돌아다니기도 하지만.

그조차도 일일이 특수제작한 코스튬을 입혀야 한다.


“제다이가 광선검을 작동시키는 모습보다 제라툴이 차원검을 꺼내는 모습이 더 근사할 거야.”

“<스타워즈>에 Lightsaber가 있다면, <스타크래프트>에는 Warp Blade가 있죠.”

“제라툴의 의상도 제작해야 하나? 아니면 CG로?”

“<반지의 제왕>의 간달프를 떠올리면 됩니다. 결국 다크템플러 전사의 전투복을 입혀야 하겠죠.”

“칼날여왕은?”

“특수분장팀과 의논해서 실물 코스튭도 제작해 주세요.”


칼날여왕을 연기할 배우는 모션캡처용 그린슈트를 입고 주로 연기를 하게 될 터.

그럼에도 실물 코스튬도 따로 제작해 줄 것을 주문했다.

배우의 연기 몰입을 위해서다.

그 외에도 돈지랄의 극치를 보여준다.

시체매, 공성전차, 발키리, 드롭쉽, 건설로봇, 드라군 등.

모두 실측 크기 그대로 실물로 제작될 예정이다.

차량들은 동력으로 실제 움직일 예정이고.

초대형 크기의 공중 유닛들은 모두 CG로 처리된다. 지금까지 작업한 어떤 영화보다 이번 영화가 훨씬 복잡하고 업무가 많았다.

프로덕션 디자인 파트는 물론이고 VFX와 FX, 스턴트팀과도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져야 했는데, 대부분이 10년 이상 손발을 맞춰온 크루들이라서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스타크래프트>가 정통 SF장르가 아니라 스페이스 오페라라고 하더라도 과학적 고증을 무시해선 안 된다.

한편으로 과학자들 사이에서 충분히 납득 가능하다고 해도 관객들이 수용할 수 없을 정도로 고증만능주의에 빠져서도 안 된다.

그래서 SF장르가 어렵다.

이전 삶에서 한국형 SF영화들이 아류에도 들지 못하고 망작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것은 과학적 고증과 영화적 개연성 사이에서 헤맸기 때문이다.

먼 외계행성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다가 계약이 끝나 가족과 함께 지구로 돌아오는 길에 우주적 현상으로 우주선이 고장을 일으키고 육체적·심리적 모험을 하는 과정에서 철학적 질문에 직면하는 이야기라면 SF, 우주해적이 우주선을 공격해 고장을 일으키고 아내와 딸까지 납치해서 달아나고 주인공이 가족을 구출하기 위해 우주를 떠돌며 모험을 하는 이야기는 스페이스 오페라.

그렇게 직관적으로 구분할 수 있다.

후자의 이야기를 SF적으로 마무리하고 싶다면, 구출한 딸아이가 죽은 것으로 관객을 속인 후에 지구로 귀환한 부부가 딸아이에게 모종의 조치(칩 혹은 동력원)를 취하자 부활(재가동)한다는 반전을 줄 수도 있다.

로봇 딸에 대한 아빠의 감정이 부성애인지 질문을 던지는 식으로.

류지호가 이전 삶의 한국의 SF영화 망작 리스트를 떠올리는데.

3D 스테레오그래퍼 로이 캠벨의 목소리가 들렸다.


“드롭쉽 램프 도어가 너무 첨단이지 않아? 이래서는 3D 돌출효과가 밋밋해질 것 같은데.”


램프 도어(RAMP DOOR)는 수송기 후미의 적재입구를 가리키는 용어다.

정신이 돌아온 류지호가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그 정도는 크게 관계없을 것 같아.”

“공중에서 램프 도어가 열리는 장면은 없어?”

“고민 중이야. 드롭쉽에서 짐 레이너가 미친놈처럼 시체매를 몰고 지상으로 뛰어 내리면 어떨까 싶은.....”

“아무 맥락도 없이?”

“그게 문제야. 그런 상황이 납득가능하게 만들 아이디어어가 아직은 없어.”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 호버 바이크 레이싱 장면이 있잖아. 그것으로 부족해?”

“Eye-MAX 3D 효과를 극대화 하는데 수직낙하만한 것도 없으니까.”


이번 영화에서 류지호과 가장 자주 그리고 많이 대화를 나누는 상대가 바로 UCLA 영화과 선배 로이 캠벨이다.

그가 <스타크래프트> 실사화의 3D와 관련해서 모든 걸 책임지고 있는 스테레오그래퍼(Stereographer)이기 때문이다.

콘셉트 아트를 확인 할 때도, 콘티를 할 때도, 스토리보드를 작성할 때도, 각종 소품과 세트를 설계할 때도 늘 함께 하고 있다.

<스타크래프트>의 3D 워크플로우와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는 것도 지휘하고 있고.

물론 혼자서 업무를 보고 있지 않았다.

헤드 스태프라서 어시스턴트를 세 명이나 데리고 다닌다.


“WaW Lab은 3D 작업에 껴줄만해?”

“원하는 견적에 맞춰줄 수 있다면 참여시키는 게 좋겠어.”

“날 생각해서 억지로 함께 갈 필요는 없어.”

“어차피 포스트프로덕션 예산을 줄이려면 해외업체에 외주를 줘야 돼. 한국 CG실력은 아시아에서 최고잖아. 쭉 Hues & Rhythm Studios와 거래하고 있었고.”


Digital dominion을 인수·합병한 가온그룹 산하 VFX업체 WaW Digi Lab은 본격적으로 할리우드 영화들을 수주받기 시작했다.

인수 후 첫 작품이 <스타크래프트>일 확률이 높은 상황이다.


- 보스. 캐나다 미시소거에서 기다리시던 제품을 보내왔습니다.

“어디로 보냈대요?”

- 보스 전용 사운드스테이지로 보냈답니다.

“그랬어요?”

- 지금 확인하러 가시겠습니까?

“그러죠.”


류지호는 로이 캠벨과 함께 종합촬영소 Gower Studios로 향했다.

90년대부터 지금까지 류지호 전용 사운드스테이지가 있었는데, JHO Pictures가 제작하는 영화나 TV시리즈는 보통 Gower Studios에서 세트촬영과 포스트 프로덕션을 진행하는 편이다.


“오랜만이야. Jay.”


데온 비베가 반갑게 류지호를 맞이했다.

그는 <엣지 오브 투모로우>와 LOG Company의 <숲속으로>를 연달아 촬영하고 얼마 전 에야 <스타크래프트>에 합류했다.


“Eye-MAX 신형 카메라 확인하러 왔어?”

“어제 Eye-MAX 본사에서 전화 했더라. 확인해 보라고.”


일행이 데온 비베를 따라 장비 보관실로 들어갔다.

작년에 NAB에서 첫 선을 보인 신형 Eye-MAX 3D 디지털 카메라가 포장이 뜯긴 채 보관되어 있었다.


“이 똑같은 기종이 <트랜스포머 : 사라진 시대>에서 사용되고 있대.”

“대략적인 스펙이 어떻게 돼?”

“DALLSA 8K CMOS, 짜이츠의 듀얼 렌즈, 65mm 풀사이즈 4K, 3D...."

"화면비는?“

“오리지널 화면비를 지원해.”


Eye-MAX가 개발한 신형 3D 디지털 카메라는 리그가 따로 필요 없는 최초의 완전 통합 듀얼 렌즈식 3D 카메라다.


“아직 권장 해상도가 4K에 머물고 있는 것이 아쉽긴 하지만, Eye-MAX with Laser와 결합하면 그럭저럭 이전보다 더 선명하고 밝은 3D 화면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

“멀티 유닛이 사용할 카메라는?”

“Hues & Rhythm의 워크플로어가 Origin 시리즈에 강점이 있어서. 그대로 Origin ProⅡ에 리그를 달아서 풀사이즈 촬영을 하려고.”


데온 비베는 8K CMOS 센서를 탑재한 Sonic의 F65를 놓고 고민을 많이 했다.

할리우드 촬영감독들 사이에서 레드 에픽과 소닉 F65가 주목을 받고 있었는데, 조 코진스키 같은 감독들이 F65를 사용해 보고 매우 만족했다는 입소문이 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촬영감독들은 Origin 시리즈를 선호하고 있다.

안정성 때문이다.

최초의 4K 그리고 8K 카메라를 내놓은 브랜드인데다가 지속적인 현장 피드백을 받아들여 업그레이드가 즉각 반영되고 있고, 전 세계 포스트프로덕션과도 호환이 잘되기 때문이다.

참고로 전통의 영화장비회사 PanaFlex와 JHO Company 계열 디지털 카메라 제조사들이 통합을 했는데, 기존의 CCD 센서 탑재 모델과 신규 CMOS 모델을 동시에 출시하고 있다.


“솔직히 Origin ProⅡ, F65 둘 다 8K 이미지센서를 탑재했다지만, 권장 해상도는 4K라서 Eye-MAX 특유의 화질을 기대하기 힘들어. 일반 상영관도 2K 마스터로 상영하는 거라 관객들은 체감을 잘 못할 거야.”


그것이 현실이다.

제아무리 고성능·고해상도 기종으로 촬영해도, 포스트프로덕션을 거쳐서 최종적으로 2K로 상영한다면 화질의 강점을 전혀 얻을 수 없다.


“그래도 8k 이미지센서를 탑재한 카메라로 촬영해서 Eye-MAX DMR로 마스터를 뽑아서 최종적으로 듀얼 영사하면 기존의 디지털 화질과 차이를 확연하게 느낄 수가 있을 거야.”


현재 나와 있는 디지털 카메라들의 룩(Look)이 각기 다르다.

따라서 촬영감독이 선호하는 룩에 맞춰 디지털 카메라가 선택된다.

데온 비베는 그런 면에서 꽤나 열려있는 편이다.


“나는 특정 카메라 메이커에 충성심이 딱히 없어. 카메라는 그저 일을 위해서 사용될 뿐.”


<스타크래프트> 실사화의 메인 카메라가 확정됐다.

<트랜스포머 : 사라진 시대>에서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데온 비베 촬영팀은 시행착오를 조금은 줄일 수가 있다.

리그가 필요 없는 일체형 Eye-MAX 3D 카메라가 만능은 아니다.

보조할 수단이 필요했다.

8K 이미지센서가 탑재된 디지털 카메라의 출시로 조금은 안심이 되는 상황이다.

참고로 Eye-MAX 포맷 전용 상영관인 Eye-MAX GT, Eye-MAX MPX, Eye-MAX XENON, Eye-MAX with LASER 등 전 세계의 총스크린 수는 1,100개다.

그 중에서 420개 스크린이 중국에 있다.

중국이 유독 Eye-MAX 전용관이 많은 이유는 정부차원에서 적극 지원하기 때문이다.


“Jay, 꼭 Eye-MAX 3D로 해야겠어?”

“그렇게 찍어야 안 망하니까.”

“....음.”


Eye-MAX 3D 영화는 티켓값이 비싸다.

서사보다는 시각과 청각적 자극이 더욱 강조된다.

즉 허술한 서사를 조금은 감출 수 있다.

냉정하게 보면 Eye-MAX는 교묘한 상술일 수도 있다.

어쩌면 관객들은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의 상술과 Eye-MAX 및 극장업자들의 암묵적인 동의로 이루어진 사기극에 알면서도 당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 소리 듣지 않으려고 류지호 딴에는 그에 걸맞은 미학을 고민하고 있지만.

100년 동안 정립된 영화미학과 구분되는 새로움이 좀처럼 찾아지지 않고 있다.

암튼 류지호로서는 어떻게든 Eye-MAX 오리지널에 맞게 작업을 하려고 하고, 그 안에서 미학을 고민하고, 표준규격에도 못 미치는 스크린을 Eye-MAX 본사가 직접 임대해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가능한 Eye-MAX 포맷의 의도가 왜곡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비록 알아주는 사람 하나 없지만.

Eye-MAX가 권장하는 표준규격(24m x 18m)에도 미치지 못하는 스크린을 보유한 전용 상영관이 수두룩한 것이 현실이다.


“더도 덜도 말고, 매년 제대로 된 Eye-MAX 영화가 딱 네 편만이라도 만들어져 제대로 된 시설에서 개봉했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 ❉ ❉


사실 <스타워즈>의 캐스팅보다 류지호가 메가폰을 잡은 <스타크래프트> 실사화 캐스팅이 더 급했다.

내부적으로 짐 레이너 후보로 거론되는 밴틀리 에플릭과 매트 데이만, 윌리 워커 등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 함께 식사를 했다.


“미안하지만, 이번에 찍을 영화는 프랜차이즈 시리즈가 없는 배우를 캐스팅하고 싶어.”


친구들을 캐스팅에서 배제 시키려고 일부러 만든 핑계가 아니다.

류지호는 히어로 무비나 블록버스터 프랜차이즈 시리즈에 발을 담그지 않은 배우를 원했다.

친구들도 그런 류지호의 계획을 지지해 주었다.


“윌, 네가 소유한 차와 바이크가 모두 몇 대였지?”


오랜만에 만난 윌리 워커에게는 따로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21대.”

“모두 개인 차고에 있지?”

“자주 타지 않는 차들은 올웨이즈 이볼빙 차고에 보관하고 있지. 왜?”

“이번에 네 차들 싹 다 점검해보자.”

“.....?”

“내가 소유하고 있는 차들도 모두 안전성을 점검해볼 생각이야. 하는 김에 네 차들도 작은 부품까지 다 체크해보자.”

“로저스가 관리를 잘 해주고 있어. 신경 써줘서 고마운데, 필요 없을 것 같아.”


카체이서 출신이 운영하는 올웨이즈 이볼빙은 카레이싱·튜닝 전문 업체다.

윌리 워커가 지분투자에 참여했다.

따라서 업체가 사들이는 차량을 종종 애용하곤 했다.

최근 구입한 차량 목록에 2인승 미드십 수퍼카 ‘카레라GT' 2005년 모델이 들어 있는데.

이전 삶에서 윌리 워커가 사고를 당할 때의 문제의 차량이다.

출시 후 지금까지 6명의 주인을 거쳐 올웨이즈 이볼빙에 들어왔는데 지금까지 5만Km 이상 주행한 차량이다.


“로저스는 카레이서였지 차량 안전전문가는 아니잖아.”

“회사에 전문가들 많아.”

“관련한 비용은 모두 내가 책임져. 네 차들도 함께 점검하라고 지시할 테니까, 로저스에게 네 차고 열어주라고 미리 일러둬.”

“알겠어. 대신 차량의 나사 하나까지 그대로 둬야 돼. 건드리진 마.”

“당연하지. 안전성과 차량에 문제가 발생할 것에 대비한 리포트만 작성해서 줄 거야. 정비는 네 선택에 따른 거고.”


차 키는 남에게 주는 게 아니라고 했다.

그럼에도 윌리 워커는 류지호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류지호도 많은 차량을 소유하고 있지만, 스무 대 이상의 차량을 세심하게 관리·운영한다는 것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돈도 많이 들고.


“올웨이즈 이볼빙이 구입한 카레라 GT 모델이 현존하는 호르셰 수퍼카 라인업 중에서도 가장 고성능 모델이거든. 이게 1,300대 한정 생산된 거야.”

“미국에는 몇 대나 있는데?”

“600대 조금 넘나 그럴걸?”


점점 희소성이 커지면서 이미 출시될 때의 가격보다 비싼 가격에 중고거래 되고 있다.

즉 윌리 워커는 수퍼카 드라이브를 즐기는 것 외에도 투자목적으로도 수집하고 있다.


“혹시 로저스가 회사를 팔 생각은 없대?”

“올웨이스 이볼빙을?”

“응.”

“내 차는 어떻게 하고.”

“내 차들과 함께 관리 되겠지.”

“....음.”

“로저스와 상의해 봐.”


가장 좋은 것은 류지호가 회사를 인수하는 것이다.

그것이 안 된다고 하면 최대한 검사기간을 질질 끌어볼 생각이다.

적어도 올해만큼은 올웨이즈 이볼빙이 보유하고 있는 차량에 윌리 워커가 타지 못하도록.


작가의말

한 주 마무리 잘 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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