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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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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최근연재일 :
2024.09.1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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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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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쪽

아리울... 가온그룹의 영지!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하루가 다르게 아리울 국제업무지구에 마천루들이 솟아 오르고 있다.

황재정이 단언한 것처럼 10년 안에 싱가포르 중심지구 못지않은 위용을 보일 것도 같았다.

아리울에는 50층 이상의 고층빌딩 외에도 특별한 건물들이 많았다.

새만금개발유한회사는 도시 미관을 위해 건물디자인에 이러저런 조건을 걸었는데.

아파트단지조차 평범함을 거부했다.

특히 대유가온건설의 아파트 브랜드 푸르지요는 몇 차례 혁신과정을 거쳤다.

해외 유명 건축가나 건축설계회사가 디자인한 미적이고 첨단기술로 무장한 아파트 단지를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차별화된 디자인과 설계, 첨단·고급화한 시설을 바탕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특히 아무 곳에나 무분별하게 단지를 조성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는데.

2010년 이후 분양된 푸르지요는 주거 만족도를 높여 지역 랜드마크로 떠올랐다.

주택 가치의 상승까지 이끌고 있어 분양모집만 했다하면 화제가 되고 있다.

아리울은 상업지구의 건물도 평범함을 거부했다.

한국 신도시의 전형적인 유흥가나 먹자거리의 분위기는 천편일률적이다.

그런 모습에서 벗어나서 유럽식 광장문화를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철저히 보행자 중심으로 상업지구를 설계했는데.

광장을 중심으로 관공서, 문화예술회관, 대형 공공시설을 배치했다.

체코 프라하의 구시가지 광장을 떠올리게 하는 건축 콘셉트로 광장 주변을 꾸민다던가, 시청사 일대를 조선의 육조거리를 재해석한 콘셉트로 조성한다던가, 90년대 압구정 로데오거리 레트로 콘셉트를 채용한다던가 하는 식이다.

저층 빌딩의 경우 CLT(집성교차목) 공법을 적극 권장한다는 점이다.

CLT(Cross Laminated Timber)는 유럽에서 처음으로 개발된 구조용 건축재료 제품의 하나이며, 쉽게 말해 합판과 유사한 구조용 집성판으로, 가늘게 쪼갠 목재를 한 층씩 90도 엇갈리게 교차시켜 접착, 압축한 자재다.


“나뭇결을 직각으로 교차해서 목재의 단점인 수축, 팽창으로 인한 휨이나 뒤틀림을 개선해 원목에 비해 강도를 많이 높였습니다. 철의 2배, 콘크리트의 9배의 강도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아리울의 상업지구 한 곳을 둘러보고 있는 류지호의 옆에서 새만금개발유한회사 대외협력부 부사장 백지혁이 궁금한 점을 즉각 해소해주었다.


“뛰어난 강도 덕분에 이전엔 시도하지 못했었던 고층 목조건물에 일조하고 있습니다. 철근콘크리트 대비 탄력이 있고 유연하며 가볍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때문에 운송비를 절감할 수 있고 지진 등 자연재해에 강합니다. 나무판을 겹쳐 생산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크기나 길이에 대한 제한 없이 원하는 형태로 다양한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것도 장점입니다. 나무결이 그대로 노출되기 때문에 구조재이자, 마감재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우드 콘셉트의 인테리어에 바로 적용할 수 있다.

또, 생산, 사용, 폐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철근콘크리트 대비 적기 때문에 유럽에서는 친환경 재료로도 각광 받고 있다.


“건설사나 소비자 모두에게 가장 중요한 속도도 장점입니다. 철근콘크리트 건물의 PC공정과 유사하게 공장에서 생산된 CLT 자재들을 옮겨와 현장에서는 조립만 하기 때문에 공기를 상당히 단축할 수가 있습니다.”

“신재생에너지도 그렇지만 당장 극복할 과제도 많겠죠?”

“그렇습니다. 아직은 신소재에 가깝기 때문에 생산하는 곳도, 설계가 가능한 곳도 많지 않아 비용이 많이 듭니다. 일부 임업이 활성화 된 나라들에서는 인센티브를 통해 건축을 장려하기도 하는데. 우리나라는 활성화되기 쉽지 않습니다.”

“나무 자체가 소리가 통하는 구조 아니에요? 방음이나 층간소음 문제가 생길 것 같은데?”

“정확하십니다. 우리나라 같이 공동주택 위주로 생활할 경우에는 보완이 필요합니다. 외관이 쉽게 오염될 수도 있고, 개미 같은 곤충으로 인해 내구성이 저하될 수도 있고. 그래서 후처리 같은 과정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뭐든지 새로운 것이 적용될 때는 극복해야할 것이 많게 마련이다.

유럽은 90년대부터 CLT를 생산하여 다양한 분야에 활용해왔다.

오스트리아와 독일에서 생산되는 양이 약 70% 이상을 차지한다.

상대적으로 CLT가 늦게 도입된 아시아 지역은 생산량이 많지 않다.


“지진이 잦은 일본에서 올해 국토교통성이 CLT 패널 공법을 고시했으며, 2020년 내에 공공 건축물뿐만 아니라, 민간 건축물에도 목재 사용을 일부 강제할 것이라고 합니다. 가장 적극적인 회사가 목조 건축물의 대표주자인 스미토모임업입니다.”


미국에서도 CLT 제조 공장이 늘어나는 추세다.

북미 최대 임업기업을 소유한 그레이엄 가문에서도 풍부한 산림자원을 바탕으로 정부 지원까지 등에 업고 주택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CLT를 도입하고 있다.


“새만금개발 특별법에도 관련 조항을 넣지 않았던 것으로 아는데....”

“수원에 있는 국립산림과학원에 4층 건물이 처음 지어졌습니다. 현행법상으로 목조건물의 경우 18m로 높이 제한 규정이 되어 있어서 고층건물은 지을 수가 없습니다.”


참고로 2020년에 가서 18m로 묶여 있던 목조건물 높이 제한 규정도 폐지되어 고층건축도 가능해진다.

그 이후로 7층짜리 목조건물이 건설된다.


“18m면 최대 4층?”

“예.”

“유럽 구시가를 벤치마킹한 광장에는 도입할 수도 있겠군요?”

“업종에 따라 매장 설계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지만, 중세 유럽의 건축물의 삼각 지붕을 거주가 아니라 외형 디자인이라고 친다면 5층 높이까지는 올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국내에 CLT를 제조하는 업체가 있어요?”

“침엽수가 풍부한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있습니다.”

“품질은 괜찮아요?”

“오스트리아산보다는 못하지만 그렇다고 품질이 많이 떨어지지도 않습니다. 워낙에 시베리아산 원목 자체가 좋아서.”


탄소 중립과 친환경 이슈로 인해 전 세계적인 열풍이 불어 닥치면 CLT공법이 좀 더 주목을 받게 되겠지만, 아직은 유럽을 중심으로 고층빌딩이 한 둘 실험되고 있는 상황이다.


“화재에 취약할 것이란 선입견이 있는데, 관련해서 면밀히 살피도록 하세요.”

“예!”


한동안 한국에 들어올 일이 없을 것 같아 아리울 곳곳을 꼼꼼하게 살펴보았다.

새만금간척지 곳곳에는 조력·풍력·태양광 그리고 양수발전, 마지막으로 수소에너지까지 재생에너지 분야가 총망라되어 있다.

그 외에도 폐기물과 바이오 발전소도 정부기관과 공동으로 논의 중에 있다.

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는 대유가온건설 에너지 자회사에서는 정부 및 대학연구소와 함께 에너지 헤베스팅을 연구개발 중이다.


“국내 산업분야에서 배출되는 150도 이하의 열이 연간 1,000억 칼로리에 달합니다. 이론적으로 온도차는 어떤 곳에서도 존재하기 때문에 열전발전의 이용한도는 거의 무한대라고 볼 수 있기에 자연계에 있는 열원, 태양열, 해양열, 지열, 인체열 등을 모두 이용할 수 있습니다. 공업폐열, 자동차 폐열, 쓰레기소각폐열 등 인공적인 열원도 사용 가능합니다.”


새만금 조력발전소장의 말대로 이미 열전발전의 기본적인 기술은 다양하게 응용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볼 수 있는 것으로 휴대기기용 쿨링패드 같은 것들이다.

앞으론 하이테크 섬유를 통해 체온으로 발전하는 의류를 경험할 수도 있다.

PISA Korea도 관련 연구에 한발 걸치고 있다.

문제는 현재까지 상용화된 열전 변환 시스템이 변환 효율에서 범용화가 불가능하기에 군사 분야, 우주 항공 산업 등의 특수 환경에서만 제한적으로 활용된다는 것이다.

열전 변화 효율을 높이기 위한 기초 소재 연구가 필요한데.

안타깝게 한국은 기초 소재 연구에 관한 국가예산이 주요 국가에 비해 턱없이 적다.

기업 자체적으로 하기에는 부담이 만만치 않고.

대유가온건설 에너지부문의 자회사 사장이 말을 보탰다.


“가온사이언스캠퍼스에 연구조직을 따로 만들어 관련연구에 투자할 계획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리울에 들어서는 데이터센터에서 방출하는 열과 또 냉각수를 활용한다면, 비록 경제성은 떨어질지라도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가전제품이나 자동차 등에서 나오는 열과 진동처럼 너무 작아 무시되고 버려졌던 에너지들을 모아 전기를 만드는 기술을 ‘에너지 하베스팅’이라고 한다.


“2020년까지 적어도 회수되지 못하고 방출되는 군산산단의 공장들의 55%의 열에너지를 회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특히 고온 및 중저온 폐열이 다량 발생하는 자동차의 경우 폐열 회수는 연비와 직결되는 중요한 기술입니다. 꿈같은 이야기로 들리시겠지만, 만일 열전 성능 지수가 2.0 이상으로 확보되면 폐열회수를 넘어 자연에 존재하는 열에너지원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할 수 있게 됩니다.”


현재 상용화된 태양광 발전소자에 열전을 기반으로 하는 태양열 발전소자를 복합시킨 태양에너지 복합 발전소자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상용화만 되면 막대한 양의 청정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다.

인체열로 전기를 만들 수만 있다면 항시 소지하고 다니는 모바일 기기에 전기를 충전시키는 것도 가능해 진다.


“하하. SF영화 같은 이야기들이네요.”


영화 <Brood War>의 설정에서 해병들이 입는 파워슈트에 그런 기능이 탑재되어 있다.


[이봐, 너무 열 내지 말라고. 너무 달아오르면 과충전으로 슈트의 배터리가 녹아 내릴 수도 있으니까.]


레이너 특공대가 농담을 하는 장면도 나온다.

사실 충전이 필요 없는 반영구적인 구동 방식은 모바일 기기의 마지막 성장단계가 될 것이라고 보는 엔지니어들이 많았다.

그 이야기를 듣고 영화 <Brood War>에도 적용했다.

인간보다 몇 단계 이상 진화한 프로토스 종족의 에너지원들이 바로 인류가 꿈꾸는 신재생에너지의 최종판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은 이제 막 유연한 열전소자를 활용해 밴드형으로 손목에 착용하면 체열로부터 전기가 생성되는 것을 실험실에서 성공했다.

미국의 실리콘밸리는 스마트워치가 인체열로 에너지를 확보해 보조전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수준에 거의 근접해 있다.

실제 일본의 한 회사는 열전소자로 배터리나 태엽이 없이 구동하는 손목시계를 개발해서 판매하고 있다.

가온과 JHO그룹의 연구소에서도 열전소자를 응용해 상용화하려고 박차를 가하고 있고.


“다소 무모한 요구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리울 전체가 신재생에너지로만 굴러가는 도시라는 게.”

“기존의 재생에너지 시스템에 공장에서 발생한 폐열과 데이터센터의 열원을 전기에너지로 만들어내는 기술만 더해지면 막연한 상상이 아닌 현실이 됩니다. 현재의 발전 속도와 우리나라의 기술들을 본다면 선구자의 길을 걷지 말란 법도 없습니다.”


민간기업이 아닌 국가차원에서 진행 및 지원하는 R&D는 벤처투자와 비슷한 구석이 있다.

10개에 투자해서 한두 개 성공하면 대박이란 점에서 그렇다.

한국이 기초과학이 약하고 신소재 분야에서 선진국들에 많이 뒤쳐진 것이 사실이지만.

최선두 그룹과 어깨를 나란히 하거나 미세하게 앞 선 분야도 분명 존재한다.


“열전 발전성능은 미세 전자제어기술(MEMS)로 구현한 열전 모듈이 좌우합니다. 열전 모듈은 보통 2차원 반도체 필름 형태로 제작하는데, 성능을 높이기가 쉽지 않습니다. 모듈 내 온도차가 커야 열전 효과가 커지는데 필름 형태로는 온도차를 높이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상온에서 우수한 열전 성능을 갖는 물질을 찾는 것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마침 저희 그룹에는 반도체 사업도 있어서 마이크로미터 크기 열전 모듈 개발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기존 열전 소재를 대체할 수 있는 연구 성과도 조만간 공개할 예정입니다.”


일개 영화감독(?)이 별의 별 이야기를 다 듣고 있다.

설명의 절반 이상은 못 알아들었지만, 연구팀이 나름 성과도 있고 의욕적으로 연구에 임하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그러면 된 것이다.

가온그룹에 몸담고 있는 연구원과 엔지니어들 그리고 연구소가 자판기도 아니고.

돈을 넣는다고 해서 곧바로 원하는 것이 나올 리가 없다.

인내와 끈기가 요구되는 분야가 신소재, 신기술 연구다.

여담으로 가온사이언스캠퍼스의 에너지 하베스팅 연구팀은 2020년대에 들어서며 열에너지의 전기에너지 변환 효율에서 매번 세계 최고 기록을 경신하게 된다.

당장 상용화로 이어져 이익을 창출하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연구실적에서는 투자한 만큼 성과를 계속해서 내게 된다.


“말 나온 김에 데이터센터에도 한 번 가봅시다.”


2000년에 한국에는 53개에 데이터센터가 존재했다.

점차 데이터가 폭증함에 따라 2016년에는 150개를 넘어섰다.

2020년까지 연평균 15.9%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 세계가 빅데이터, 클라우드, 인공지능(AI), 5G, 스마트시티 등 4차산업혁명이라고 일컫는 '디지털전환(DX)‘이 일어나면서 데이터센터 수요가 더욱 가파르게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아리울의 지식산업클러스터에는 축구장 10배 크기 부지에 지하 2층 지상 3층의 본동과 지하3층 지상 4층의 서버관 4개 동으로 이뤄진 데이터센터가 일찌감치 운영 중이다.

현재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폐열은 식물원의 온실에서 사용되고 있다.

외부와 부속건물을 구경하는 것을 생략하고 류지호는 곧바로 중앙통제센터로 안내되었다.

24시간 운영, 관찰되는 통합모니터링 화면에는 전력과 트래픽, 서버실 온도 등을 확인해 보여주고 있다.

가온그룹이 제공하는 다양한 온라인 서비스에 대한 모니터링도 이뤄지고 있다.

심지어 일본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메신저 데이터 흐름도 파악하고 지켜볼 수 있다.

아리울의 데이터센터는 백퍼센트 신재생에너지로 가동하는 것이 목표다.

아직은 조력발전소와 풍력발전이 완비되지 않은 상황이라 목표를 이루진 못하고 있다.


“이곳 데이터센터는 NAVE의 춘천 클라우드의 8배인 360만 메가와트의 전력량이 공급될 예정이고, 80만 유닛 이상 서버를 수용해 빅데이터, AI, 로봇 등 그룹의 기술 역량을 모을 계획입니다. 전력 이외 냉방과 통신 체계도 이중화하고 화재는 3중 진화 대책을 마련해 두었습니다.”


똑똑한 사람에게는 세세하게 지시할 필요가 없다.

방향만 일러두면 알아서 잘들 하니까.

50대 중반의 남자가 조심스럽게 다가와서 넙죽 허리를 숙였다.


“안녕하십니까, 의장님.”

“이제 의장 아닙니다.”

“아, 예.”

“처음 보는 것 같은데, 어디 근무하는 분이죠?”

“부경테크... 지난달에 대유가온건설의 식구가 된 하수처리를 전문으로 하는 부경테크의 대표 백동우입니다.”

“반가워요.”


류지호가 손을 내밀자 백동우 대표가 조심스럽게 손을 맞잡았다.

1995년에 설립된 부경테크는 국내 대표 수처리 기업이다.

하수슬러지, 음식물쓰레기 등 유기성 폐기물 처리에 필요한 슬러지 감량기술(열가수분해 기술)과 고농도 질소 폐수처리 기술 등 독자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스페인의 FOC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나름 관련 분야에서는 국내 최정상 업체다.


“아리울의 Co-Flow Campus 체계를 제안한 것이 백 대표에요?”

“예. 의....”


김우영 비서실장이 입모양으로 ‘감독님’이란 호칭을 알려주자 얼른 정정하는 백동우 대표다.


“예, 감독님!”


이 체계는 기존 하수처리장 용지에 바이오가스 생산시설, 스마트팜, 데이터센터 등을 함께 지어 물 부족 문제와 기후변화 대응, 경제성 확보를 모두 가능하게 하는 미래형 하수처리장 모델이다.


“마침 저희 부경테크가 핵심 기술을 모두 보유하고 있고, 계열사인 FOC에서 일부 기술협력을 받기로 했기 때문에 한층 업그레이드 된 시스템을 갖출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개도국의 물 복지 향상을 위해 만들어진 Tomorrow Water 프로젝트라는 것이 있었는데 그것에 착안해서 선진국까지 적용 범위를 넓혀보자는 취지에서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분야의 강소기업이 제법 많다.

류지호도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부경테크도 그런 강소기업 중에 하나다.

하수처리장은 충분한 용지 확보가 기본이다.

그런데 부경테크는 특허기술을 통해 그런 한계를 극복했다.


“기존 하수처리장은 하수를 몇 시간씩 가둬두고 이물질을 가라앉히는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넓은 용지가 필요합니다만 저희가 독자 개발한 바이오필터를 이용하면 2시간 이상 걸리던 1차 처리 시간이 15분으로 줄어들고 기존 용지의 85%를 여유분으로 확보할 수 있습니다.”


남는 용지에 각종 친환경 설비를 함께 지을 수 있어서 캠퍼스라 명명한 것이다.

그래서 아리울에 지어진 데이터센터와 함께 Co-Flow Campus가 함께 조성됐다.


“하수처리장과 데이터센터를 함께 지으면 건설용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이터센터 개발 기업과 노후화된 하수처리장의 개선을 고민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서로 상생할 수 있습니다. 민간은 최적의 입지에 에너지 절감형 데이터센터를 지을 수 있고, 지자체는 토지 장기 임대수익 등으로 수입을 창출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팜도 함께 들어선다고요?”

“바이오가스 생산시설도 지어질 예정입니다. 하수에 함유된 유기물을 활용해 바이오가스 생산시설에서 신재생에너지인 바이오가스를 만들고, 질소와 인은 스마트팜을 조성해 비료로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고도 남은 하수처리수는 방류합니까?”

“데이터센터 냉각수로 다시 쓰거나 도시에 필요한 하천유지용수, 공원용수, 도로청소용수, 분수나 연못 등 다양한 용도로도 활용될 수 있습니다.”


기술력과 예산만 받쳐준다면, 도시에서 발생하는 하·폐수는 발생량이 일정하기 때문에 재이용하면 도시의 물 부족 문제와 미세먼지, 열섬현상 해소, 기후변화 대응, 심지어 부동산 가치 상승까지도 기대할 수 있다.


“국내 수요는 기대하기 어렵죠, 솔직히?”

“솔직히 그렇다고 봐야 합니다. ESG를 강화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부합되는 혁신 솔루션이라서 미국과 유럽 일부 지자체에서 영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북미에서만 대략 60건 정도 수주가 유력하고 올해 수주 규모만 대략 980억 원 정도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환경산업은 앞으로 전망이 밝아요. 국내에 안주하지 말고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서보길 바랍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아리울의 라이벌 도시라고 할 수 있는 곳이 인천의 송도국제도시다.

비슷한 시기에 개발이 본격화되었고, 경제자유구역이란 면에서 비슷한 구석이 많았다.

송도국제도시의 목표 정주인구는 30만 명이다.

그보다 면적이 두 배 가까이 넓은 아리울의 최초 목표는 10만 정주인구였다.

지금은 20만 명으로 늘어났지만, 여전히 어마어마한 개발면적에 비해 너무 적은 숫자다.

지방이라서 목표인구수를 적게 잡은 것이 아니다.

수변도시이자 녹지비율을 압도적으로 높이고 주민 1인당 활용할 수 있는 면적을 높이기 위해 인구수를 낮게 잡았다.

반도체 파운더리 같은 대형생산시설을 많이 짓기 위해서기도 하고.


‘땅 팔고 임대하고 아파트 지어서 개발이익 따위 벌려고 한 것이 아니라 가온그룹의 현대판 영지를 만들려고 한 것이니까.’


그렇기에 기존의 신도시에서 할 수 없었던 다양한 시도를 할 수가 있다.

하수처리와 데이터센터, 스마트팜의 융합은 해외사례를 보면 대단할 것도 없다.

보행자 중심 거리와 자동차 도로교통을 분리해서 도시를 설계했기 때문에 당장 시내 공도에서 자율주행 테스트가 가능하다.

법적으로 막혀 있지만, 가온그룹 사유지에서 하면 된다.

도시 설계를 할 때, 호수 및 연못, 운하를 치밀하게 계산해서 조성해놓았다.

2020년대 중반에는 그 위로 드론택시가 다니게 할 계획이다.

군산신공항과 연결된 유람선 선착장에서 아리울 다운타운과 테마파크 지역을 왕복하는 유람선 노선도 만들어진다.

대중교통망은 지하철이 아니라 트램을 깔 계획이며.

2020년까지 군산, 전주까지 전기차 충전망을 완비하기로 했다.

트라이-스텔라 월드 야간시장 퇴장 안내를 자율주행순찰로봇이 담당하고.

소독약분사라던가, 발열체크 등의 방역 업무도 로봇이 도와주게 된다.

밤이 되어 공동화가 생기는 첨단산업구역에서도 드론과 순찰로봇을 통해 범죄예방과 화재 등을 감시하도록 할 계획이다.

그 외에도 당장 적용 가능한 스마트시티 기술이 총망라될 예정이다.

첨단기술 못지않게 신경 쓴 것이 시민의 생활이다.

압도적인 녹지비율과 한적하고 여유로운 공원을 많이 조성해서 휴일만큼은 슬로우 라이프를 누릴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가온그룹이 주도하는 기업도시라고 해서 다른 대기업의 진출을 막을 생각은 없다.


‘아리울이 RE100을 백퍼센트 충족한다고 해도 오성전자 반도체 파운더리가 내려오려고 할까?’


턱도 없다.

용인을 포기할 리가 없고.

이미 2020년도까지 국내투자는 얼추 확정이 되어 있다.


“아참. 김 실장.”


김우영 비서실장이 얼른 나섰다.


“Lim Research M&A는 어떻게 되고 있대요?”


세계 3위의 반도체 장비기업이다.

반도체 웨이퍼에 회로 패턴을 그리는 식각 장비 분야 업체로 52억 달러 매출을 기록하는 미국기업이다.


“반도체 검사와 계측 장비 쪽으로 톱인 덴코를 합병하려다가 반독점에 걸려서 진퇴양란에 빠져있어서 내부적으로 자중지란에 빠졌던 모양입니다. 까딱하다가는 회사가 갈기갈기 찢어져버릴 수도 있는 문제라서 저희 쪽에서 가볍게 흔들었는데 생각보다 쉽게 넘어져서 곧 좋은 소식이 들려올 것 같다고 합니다.”


반도체 장비 분야 5위 업체를 M&A하겠다고 나섰다가 반독점 시비에 휘말려서 그렇지, 본래가 한국시장을 눈여겨보고 있던 Lim Research였다.

결국 합병을 자진 철회하면서 가온그룹의 반도체 사업부문에 적대적 인수합병의 먹잇감이 되었다.


“아리울에 파운드리가 제대로 갖춰지고 나면 한국이 소재·부품·장비를 망라한 반도체 생태계에서 글로벌 테스트베드이자 기술 허브로 부상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게다가 내년부터 반도체 설비 투자 열기가 사그라질 것으로 전망하는 분위기입니다. 가온그룹이 공격적인 반도체 설비 투자에 나설 수가 있기 때문에 Lim Research로서도 거부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M&A 하는 김에 R&D 연구센터까지 아리울 지식산업클러스터로 이전하면 좋겠는데....”

“인수비용에 110억 달러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자금은 오성전자 주식이나 채권 등 현금성 자산을 일부 처분해서 조달할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오성전자 지분을?”

“예.”

“지금 주가가 어느 정도 하기에?”

“150만 원 정도 합니다.”


올해 오성전자 주가가 3년 만에 150만 원을 다시 돌파했다.

2013년 상반기와 하반기, 2015년 상반기에 불연속적으로 150만원을 터치했지만, 안착하지는 못했다.

이번에는 다를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액면분할 하기 전까지 250만 원까지 갈 걸요, 아마?”

“투자파트너스와 증권사 모두에서 현재 오성전자에 대해 이익 상향 조정이 진행 중이라 195~250만 원까지 보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시장 성장 기대치와 중국 시장에서 크게 잃을 게 없어져서 오히려 이전보다 리스크가 크지 않다고 분석하고 국내 기관이든 외국인이든 수급 부담이 크지 않아서 주가는 더 오를 것이 확실하다고 합니다. 다만 원화강세가 지속될 경우 실적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해 환율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솔직히 류지호는 복잡한 사정 따윈 관심이 없었다.

2년 안에 오성전자가 액면분할에 나설 것이고, 한동안 사만전자니 오만전자니 소리를 듣게 될 것이란 점.

그 전의 최고점은 알지 못하지만, 잘하면 250만 원에도 팔수 있을 것 같다는 사실이 중요할 뿐.


“일정 지분율은 깨지 말도록 하라고 전해요.”

“알겠습니다.”


나는 오성전자의 주식을 가지고 있는데, 저쪽에서는 가온의 주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들로써는 매우 불공평한 일이다.

한국의 재벌들끼리는 경영권 방어와 승계를 위해서 서로의 회사 지분을 일정 부분 보유하는 것이 암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오로지 가온그룹만 그런 룰에서 벗어나 있다.

재벌 네트워크가 강고한 한국사회에서 약점이 될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경일자동차그룹조차 멀찍이 따돌리고 오성그룹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글로벌 기업집단에 따지고 드는 간이 큰 이는 더 이상 한국에 존재하지 않는다.

암튼 아리울은 기업도시라 쓰고 가온그룹 영지라고 읽어야 할 판이다.

그럴 정도로 도시 전체가 가온그룹의, 가온그룹에 의한, 가온그룹을 위한 것으로 설계되고 실제로 건설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선보이는 개념의 도시다.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는 것은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는다.

3년 후 맞이하게 되는 위기 속에서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로 우뚝 서게 된다.


작가의말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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