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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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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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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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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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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쪽

회귀해서 가장 잘 한 일!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류지호는 한국정치에 관여할 수 있는 힘이 있다.

‘을‘의 입장이 아니라 ’갑‘이 되어서.

뇌물을 주고 굽실거리는 위치가 아니다.

마음만 먹으면 권력의 향방을 가를 수도 있다.

종합편성채널이 없는 이 시대에 한국의 지하철역을 비롯해 공공장소와 식당 같은 영업시설에서 주로 시청하는 채널이 YNTV다.

한국인들의 최대 뉴스소비처인 포털사이트도 자발적으로 아웃링크로 개편되었다.

완전한 아웃링크는 아니다.

포털의 뉴스 서비스 내 언론사 구독 페이지에 한해 선택적 아웃링크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인링크 서비스 수익성이 높기 때문에 언론에서 소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지만, 아웃링크를 하지 않는 언론사의 경우 뉴스 메인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서 대형 언론사들은 딜레마에 빠져 있었다.

공정위에 제소도 하고 언론전을 펼치고 있지만.

양대 포털은 아웃링크 정책을 철회할 생각이 없다.

오너라고 볼 수 있는 다울재단의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또한 보수신문에 비해 화력이 약했던 진보계열에 한국신문이 가세했다.

보수야당의 행태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진보정권과 여당을 일방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진보적인 논조를 펴는 것은 확실한데, 정파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할까.

그럼에도 보수진영에서 한국의 언론지형을 두고 ‘좌파에 편향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칭할 정도다.

류지호로서는 웃기지도 않는 말이었는데.

보수를 자처하는 기득권 집단에서 진심 그렇게 믿는 것 같았다.

그 외에도 가온그룹은 한국 사회 곳곳에서 인적 네트워크가 광범위하게 뻗어있다.

온갖 정보가 모이고, 그걸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할 수가 있다.

그럼에도 사사로이 권력을 휘두르지는 않는 류지호다.

정작 그걸 활용하는 이는 따로 있었으니까.

바로 장문식 같은 오래된 수하들(?)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그들은 우파가 아니야. 네오나치 같은 자들이지. 네오나치와 그들이 다른 점은 민족주의가 없다는 거야. 도리어 미국과 일본의 밑으로 들어가려고 안달이지. 세계 어떤 나라에서도 국권찬탈, 식민지배를 옹호하고 고무찬양 하는 자들에게 보수라고 하지 않아. 심지어 독재자도 반외세 캠페인을 통해 권력을 공고히 하지 외국을 찬양하지 않거든. 그러니 그들을 더 이상 보수라고 칭해선 안 된다고 생각해.”

“그럼 뭐라 불러요? 매국노?”

“밀정이겠지. 내부의 분열의 획책하는.”


영화 <밀정>의 홍보를 도와주기 위해 기자들과 티타임을 갖는 자리에서 류지호가 한 말이었다.

본래라면 워너-타임 코리아가 투자·배급했어야 했던 영화다.

이 시대의 WaW 엔터테인먼트는 충무로의 거의 모든 시나리오가 들어오는 메이저다.

따라서 그들에게까지 차례가 가지 못했다.

암튼 한국으로 복귀한 장문식은 새만금개발사업에 꼬이는 벌레들을 퇴치하는 한편 참여정부 시기에 크게 발호한 신흥우파집단을 때려잡기 시작했다.

그들이 가온그룹의 걸림돌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말로는 친재벌 성향처럼 떠벌이지만, 결국 일본 혹은 미국의 이익을 위해 종사하는 자들이다.

가온그룹의 이익과 일본 혹은 미국의 이익과 상충된다면 그들은 가온그룹의 이익에 손을 들어줄 것 같지 않았다.

따라서 그들이 하나의 정치세력화 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다.

사사키재단과 충돌하고 일본재단과 신경전을 벌이는 일까지 있었다.

신흥우파의 최대 후원자 그룹 중의 한축이 일본의 극우였으니까.

그 때문에 일본에 진출한 가온의 사업이 불이익을 받는 일도 있었다.

뜬금없이 CIA가 튀어나오기도 했다.

중국과 러시아 정보조직이 후원하는지 감시하고 있다나.

그럼에도 문지열 회장은 장문식의 행동을 제지하지 않았다.

한국의 정치세력이 복잡하게 분산되는 것은 기업에게도 이로울 것이 없으니까.

장문식이 생각하기에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는 이견이 있을 수가 없다.

엄연한 사실이니까.

그 사실을 부정하고 왜곡하는 것은 지구상에서 일본 극우와 한국의 신흥우파밖에 없었다.


‘한국이 이제 과거의 그 무능했던 조선이 아닌데 말이지.’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가진 선진국 문턱에 발을 걸치고 있는 강대국이다.

세계 최고 부자를 배출한 나라이기도 하다.

비록 그 부자가 미국국적으로 갈아탔다고 하지만.


‘어쨌든 빅보스 국적이 이중국적이니까. 아직도 반은 한국사람이지.’


1인당 GDP와 가처분소득도 이전 삶보다 몇 년을 앞서 일본을 앞질렀고.

그런 한국에서 나고 자란 한국인이 일본에 쩔쩔매며 스스로 종이 되려고 하는 것을 장문식으로서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웠다.

캐나다 호텔에 나가있을 때 그곳에서 사귄 친구들이 하는 말이 있었다.


“너의 조국은 지정학적으로 축복을 받았어. 대륙과 해양세력 그 중간에 위치해 있잖아.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환경적 이점이라고 할 수 있지. G2로 부상한 중국과 G3 일본을 바로 옆에 끼고 이들을 활용하기 가장 좋은 여건 속에 있으니 한국기업과 한국인들의 앞날이 얼마나 밝겠어.”


실제 한국은 일본을 통해 기술을 습득했고, 거대한 중국시장을 활용해 10년 넘게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었다.

빅보스 말로는 그것도 끝물에 다다랐다고 하지만.

어쨌든 영리하게 두 국가를 잘 활용해왔던 것은 사실이다.

물론 미래에도 그렇게 될 것이라 자신할 수 없다.

장문식이 정보를 다루고 그걸 활용하면서 느꼈던 것은.


“단군 할아버지가 터를 잘못 잡으셨어.”


였다.

그런데 캐나다에 있으면서.


“대륙과 해양 그 중간 허브 위치에 절묘하게 터를 잡으셨던 거야.”


라고 인식이 조금 달라졌다.

내부에 있을 때와 밖에 나와서 객관적으로 보게 되면서 관점이 달라졌다고 할까.

암튼 장문식은 철저히 가온그룹과 빅보스인 류지호를 위해 일하지만, 자신의 조국이 아닌 남의 나라의 이익을 대변하는 이들을 방관할 수 없었다.

그룹이 가진 막강한 정보자산을 활용해서 정치세력화 하는 것을 방해했다.

사실 류지호가 한국 현대사에 개입함으로써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

불행한 죽음을 맞이해야 했던 고유현은 없다.

간간이 국제포럼에 초대를 받아 기조연설도 하고 해외 명문대학에서 강연도 하러 다니면서 세계적 명사 놀이를 하고 있다.

정의국 또한 국내정치와는 철저히 선을 긋고는 고유현처럼 국제적인 명사로서 활동을 하고 있다.

사실 김영태 정부에서 정의국 정권에 보복성 수사를 하려고 했다.

류지호가 그 같은 시도를 저지시켰다.

정쟁의 빌미를 만들지 말라고 충고했다.

임기 내내 개혁은커녕 국내정치에 매몰되어 내부분란만 일으킬 테니까.

특히나 미국의 권력지형이 변화하는 중요한 시점에서.


“한국에서 진보정권이 들어서고, 미국에서 공화당이 집권하고. 합이 잘 맞았으면 좋겠는데....”


이전 삶에서는 한미 양국의 정권들 사이에서 서로 노선이 상반되는 정당이 집권했을 때 긍정적인 일들이 많이 일어났었다.

한국의 보수와 미국의 진보가 집권했을 때 관계가 썩 괜찮았다.

반면에 조디 워커와 김태평, 고유현은 사이가 극도로 좋지 않았다.

그나마 류지호가 마지막으로 경험한 대통령이 도람프와의 관계가 나쁘지는 않았다는 것 정도가 다행이랄까.

류지호가 개입하게 된 이번 세상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이전 삶과 달리 한국에서는 진보진영이 집권했다.

그것도 민주화운동의 거목 중에 거목이 정권을 잡았다.

미국의 권력은 이전 삶과 같으면서도 달라졌는데.

공화당이 집권한 것은 맞지만 대통령은 전혀 다른 이가 당선됐다.


1월 20일.

한국 시간으로는 21일 새벽.


워싱턴DC의 연방의회 의사당 앞 광장 특설무대에서 도람프가 아닌 짐 페리가 세계 최강국 대통령으로서 4년의 여정을 시작했다.

본래라면 억만장자 부동산재벌 출신으로 공직과 군 복무 경험이 없는 '아웃사이더' 시대의 역사적인 개막이자 반쪽짜리 취임식이어야 했지만, 이번에는 정상적인(?) 미국 보수주의자가 45번째 미국 대통령이 되면서 수십만 명의 '반(反) 도람프' 시위자들 대신에 90만 명이 넘는 축하 인파가 취임식을 보기 위해 몰려들었다.

이전 삶에서는 흑인 인권운동의 아이콘 존 루이스 하원의원을 비롯해 60여 명이 취임식 보이콧을 선언하고, 10만이 넘는 인파가 반대시위를 벌이면서 일대가 통제되는 등 혼란을 겪어야 했지만.

이번에는 무난하게 취임식이 거행될 수 있었다.

류지호는 미국 민주당 지지자로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 막대한 선거자금을 지원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 대선에서 공화당의 짐 페리를 지지하는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보였다.

그 때문에 민주당 지지자로부터 거센 비난과 반발을 불러왔지만.

그렇다고 해서 힐러리 블라이스 여사를 도와줄 수도 없었다.

45대 미국 대통령 임기가 그녀의 시간이 아님을 알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 도람프의 집권을 막아야 한다는 강박 같은 것이 있었다.

사실 개인적으로 도람프와 약간의 친분이 있는 류지호다.

그럼에도 그가 미국의 대통령이 되는 것에는 도저히 찬성할 수 없었다.


“조디 워커 정권은 미국의 위상을 수직으로 추락시켰다. 오만은 개인에게도 독이지만 국가에게도 독일뿐이다. 그가 집권하던 시기는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의 재난 시대였다..... 교만으로, 힘으로 자신과 미국 그리고 세계를 망쳤다..... 우리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조디 워커가 집권하던 8년의 시간을. 그 8년 실정이 얼마나 참담하던가. 지구촌과 그 속의 인류에게 끼친 해악이 실로 크다고 생각한다. 내정은 물론 외교.... 모든 분야에서 실패했다고 단언한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어떤 제어도 하지 못하고 꼼짝없이 그 속에서 살아야만 했다. 미국인들이 그토록 이성과 문명을 발달시켰음에도 대통령의 잘못을 바로잡을 수 없음이 속상하다. 부디 그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길 간곡히 호소 드린다. 위대한 미국이 오래 계속되려면 아마추어적이고 충동적으로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성과 정의를 존중하는 사람이 리더가 되어야 한다. 분노를 부추기고 혐오를 조장하는 사람은 미국에게서 ‘위대한‘이란 타이틀을 떼어내고 국격을 추락시킬 것이다.”


류지호가 공화당 경선 당시 짐 페리를 지지하면서 했던 말이었다.

지난 해 공화당 경선에는 당초 출마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었던 매트 롬니까지 나섰다.

공화당 출신 거물들이 총출동했고, 경선이 시작되고 얼마 안가 중도포기하며 짐 페리에게 힘들 실어주면서 도람프 신드롬을 잠재워버렸다.

류지호를 비롯해 골드만대거스 등 월가 금융재벌들의 슈퍼팩 후원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진보적 매체에서까지 친 러시아 성향의 도람프의 대항마로 짐 페리를 밀었을 정도로 총력전을 벌였다.

이전 삶과 마찬가지로 힐러리 블라이스 여사는 상대적으로 약세였다.

짐 페리가 역대 최저 수준인 38% 지지율로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그가 대통령이 되면서 미국과 더 나아가 세계정세가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없게 되었다.


‘어차피 2020년대는 세상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지 못하니까. 그때는 그때 가서 생각해 보는 걸로....’


류지호로서는 공화당 집권이 나쁠 것이 없다.

당장 짐 페리 정부의 친기업 정책의 기대감으로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20,000포인트를 돌파하는 일이 있지 않았나.


우우!

꺼져버려 류!


복잡한 속내도 몰라주고.... 민주당 지지자들이 취임식에 참석한 류지호에게 야유를 퍼부었다.

이 세상을 사는 인류는 모를 것이다.

짐 페리가 아무리 개판을 쳐도 도람프보다는 나을 것이란 것을.


❉ ❉ ❉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광성월드타워가 정식 개장했다.

비슷한 시기, 새만금간척지의 첨단기업도시 아리울에서는 112층 랜드마크 타워에 가온그룹 본사 입주가 시작되었다.

본래 역사대로 중국이 한국의 사드배치 결정에 대한 보복조치의 일환으로 중국여행사들에게 한국 패키지 상품판매 전면중단을 지시했다.

그에 따라 국내 여행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한국의 새만금에서 문을 연 트라이-스텔라 월드에도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제니퍼 허드슨의 후임으로 비서실장이 된 짐 맥라퍼티가 담담한 어조로 그간의 일들을 짤막하게 브리핑했다.


“매출 타격이 불가피하겠군요.”

“SnowStorm 내부적으로 일부 변화가 있었습니다. 일부 개발책임자들이 퇴사했고, 성비위와 관련해 회사내규를 대대적으로 손을 봤습니다.”


대대적인 감사가 진행되기 전에 자체적으로 내부단속을 한 결과다.

직위를 이용해 갑질을 일삼던 간부들이 해고되었고, 마초적인 사내문화를 일소했다.


“<패스 오브 엑자일> 게임은 어떻게 하기로 했대요?”

“독립계열사 포지션에 두고 공격적으로 투자해 주기로 했다고 합니다. 기존의 <디아블로> 프랜차이즈는 게임 장르에 변동이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소울라이크에 가까워지겠죠, 아마?”


소울라이크(Soulslike)는 프롬 게임스에서 개발한 <소울> 시리즈의 시스템을 차용하거나 영향을 받은 게임 장르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전투에 특화되어 관련 자원(주로 스태미너, 회피)의 분배를 잘해야 하며 탐험요소, 함정과 강한 몬스터 배치 등 고난이도 필드 스테이지가 특징인 게임을 일컫는다.


“오픈월드의 RPG 액션 장르에 더 가까워질 것 같다고 합니다.”

“모바일 게임 진출은 어떻게 하겠대요?”

“보스의 조언을 일부 받아들여 힐링게임을 시범적으로 내놓기로 했다고 합니다.”


류지호는 <WoW> 세계관의 일부인 드워프와 노움 캐릭터와 특성을 토대로 모바일 건설·건축 및 제작 힐링게임물, 나이트엘프가 동물과 교감하며 숲 가꾸기 힐링물, 타우렌 소년의 칼림도어 모험 어드벤처 힐링물, 고블린의 농장경영 힐링물 등의 다양한 힐링게임을 제안했다.


“클로즈베타 때 알려줘요. 애들하고 해보게.”

“예. 보스.”


여담으로 SnowStorm은 <마인크래프트>를 서비스하는 자회사의 도움을 받아 다양한 건축물을 지으며 퀘스트를 해결하고 <WoW> 세계관 속 지역을 돌아다니며 지역NPC들의 니즈를 해결해주는 게임을 내놓게 된다.

기존 게임의 캐릭터 디자인과 달리 앙증맞고 귀여운 카툰렌더링이 특징이고 스토리만 따라갈 경우 최대 60시간까지 즐길 수 있게 디자인했다.

류지호의 두 아이들도 재미있게 즐기는 모바일 게임이 된다.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에 인수되고 나서 처음으로 SkyWalker Films가 <스타워즈>의 새로운 시리즈를 공개할 예정입니다. 기대가 너무 뜨거워 트라이-스텔라 내부적으로 부담이 많은 것 같습니다.”


워낙에 마니아가 많은 시리즈라서 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전 삶과 비교하면 무난하게 영화가 빠졌다.

팔이 안으로 굽어서 그런 것은 아니고.

분명히 이전 삶의 <라스트 제다이>를 시작으로 한 트릴로지보다는 스토리, 캐릭터, 세계관 등이 제법 꼼꼼하게 짜이고 구축되었으니까.

‘PC주의’를 반영하면서도 <스타워즈>의 전통을 충분히 존중하는 태도를 보였고.

물론 기대치가 높은 일부 팬들에게는 미흡한 것도 많을 테지만.


“전반적으로 영화업계가 침체되어 있다지요?”

“졸작들이 지난해에 이어 워낙에 많아서.”


지난해 할리우드는 매우 어수선했다.

성범죄 파문 때문이다.

게다가 졸작들이 쏟아지면서 여러모로 할리우드 업계가 어지러운 한 해였다.

그 여파가 올해까지 이어지는 분위기다.


“PARKs에 대한 LOG의 M&A 소식은 좀 들려요?”

“꽤나 구체적인 합의가 이루어진 것 같습니다. 올해 안에 공식 발표가 있을 것으로 관측됩니다.”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를 잡기 위해 LOG Company는 뭐든 할 태세다.

한국 영화 쪽도 상황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WaW 엔터테인먼트가 멱살 잡고 끌고 간다지만, 신선한 인물과 새로운 바람은커녕 업계가 더욱 고여만 가고 있다.

명작은커녕 수작조차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안전제일주의로 흐르고 있다.

그럼에도 산업적으로는 5년 연속 누적 2억 관객을 돌파하는 등 외형적으로 커지고 있어서 문제의식이 묻히고 있다.


“한국에 체류하는 동안 함께 할 비서진을 구성했어요?”


<Brood War> 촬영을 마친 류지호는 한국에서 영화를 찍을 예정이다.

대작이라서 한국 체류기간이 길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저를 포함해 10명의 비서가 따라갈 계획입니다.”


생각보다 인원을 많이 편성했다.


“베네수엘라 상황도 심상치 않고, 영국과 유럽도 혼란스럽습니다. 실시간으로 파악하셔야 할 것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실제 11월에 가면 베네수엘라가 공식적으로 디폴트를 선언하고 국가부도 상태가 된다.


“맥이 알아서 잘하겠죠.”


짐 맥라퍼티는 데이빗 브레이텐바크와 함께 누구보다 류지호의 속내를 잘 파악하고 있는 측근 중에 한 명이다.

제니퍼 허드슨처럼 살뜰하게 챙겨주는 맛은 없다.

다만 업무적으로는 누구나 탐낼 만한 비서다.


❉ ❉ ❉


미국에서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하고 며칠 후.

한국의 대표적인 해운기업 하나가 파산을 간신히 모면했다.

본래 역사대로라면 정권에 찍혀서 68년의 역사를 마감했어야 하지만.

구원자가 등장했다.

바로 가온그룹이다.

그룹 수뇌부는 비록 현진해운이 부실덩어리 그 자체의 기업이지만, 국내 1위 한때 세계 7위의 해운기업을 인수해 구조조정에 성공만 한다면 수출입 인프라 업종을 모두 보유하게 되어서 유리하고, 글로벌 공급망 구축 차원에서도 득이 될 거라 판단했다.

냉정하게 봤을 때 한국은 사실상 섬나라다.

해운업은 국내 수출입 화물의 99%와 원유나 철광석 등 국가 전략물자 수입의 100%를 운송한다.

국가 차원에서도 생존과 직결된 안보산업이자 전략 업종이고.

수출로 먹고사는 개방경제인 한국에 해운은 매우 중요한 산업 인프라다.

오랜 기간 전 세계에 구축해놓은 네트워크는 국가의 자산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 같은 네트워크를 새롭게 구축하기는 어려워도 망가뜨리는 것은 한순간이다.

이전 삶에서 현진해운 파산으로 한국 해운이 강세를 보인 북미 황금노선의 점유율은 반 토막 났고, 이 항로의 해운 화물량은 중국과 프랑스 업체들이 가져갔다.

사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로 전 세계 화물 물동량이 크게 감소했다.

운임까지 폭락하면서 해운 업계는 치킨게임에 휩싸였다.

당시 현진해운은 상황을 만회하기 위해 값비싼 장기 용선료 계약 비중을 크게 높였다.

이는 고정비용 증가를 가져와 적자가 매년 수천억 원씩 쌓였다.

거기에 회장 일가의 모럴 해저드와 오너 리스크 이슈까지 터졌고.

국민적으로 감정이 매우 악화되었다.

이전 삶에서는 괘씸죄까지 적용되어서 서둘러 회사가 정리되었다.

문제는 현진해운 법정관리 이후 엄청난 해운업 혼란 상황이 벌어졌으며 해운업 1위 기업의 파산을 밀어붙이기 식으로 처리하게 됨으로써 해운업 구조조정은커녕 국가적 자산 하나를 잃어버린 셈이 되어버렸다는 점이다.

또한 미국의 새로운 대통령과 공화당은 미·중 갈등을 본격화 할 작정이다.

앞으로 세계 질서는 경제와 안보가 합쳐진 '경제안보 시대'이자 '신냉전 시대'로 흐르게 되어 있다.

그에 따라서 전 세계 해상운송의 흐름도 변화하고 물동량도 달라질 터.

비록 기업들에게 ‘총독부‘라는 악명을 떨치고 있는 산업은행과 약간의 마찰을 빗기도 했지만, 가온그룹이 현진해운을 인수하는 것으로 잘 마무리가 될 것 같았다.

가온그룹의 현진해운 M&A는 국내 해운업계의 칼바람을 예고하는 것이다.

차일피일 미루어왔던 해운업계 구조조정이 거세게 불어 닥칠 터.

노동계의 거센 반발도 예상됐다.

한국에서 대형 M&A가 이루어졌다는 소식이 들려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미국 연예산업에서 초대형 뉴스가 떴다.


-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가 전 세계 영화사 최초로 연간 흥행수익 100억 달러를 돌파했다!


2016년의 JHO Company Group 영화사업부문 결산 결과가 발표된 후, 모든 언론에서 관련 뉴스를 중요하게 내보냈다.

구체적으로 미국 내 흥행 수익이 36억 2천만 달러, 국외 수익이 67억 2천만 달러를 기록했다.

관련 기록도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가 보유하고 있었는데, 2015년에 기록한 88억 달러였다.

단일 영화사로 기준을 정하고 100억 달러라는 상징성으로 인해 JHO가 아닌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로 한정했다.

매 분기 블록버스터가 공개될 정도로 확실한 흥행보증수표들이 있는 것이 주효했다.

특히 Timely Studios의 활약이 눈부셨고, 새롭게 프랜차이즈 행렬에 가세한 <Brood War>의 세계적 흥행도 한몫 단단히 했다.

글로벌 흥행의 지표로 얘기되는 10억 달러 영화만 6편이 이른다.

그 같은 기록은 계열사인 ParaMax와 MSM의 작품을 합산하지 않은 결과다.

두 계열사의 흥행수익까지 포함하면 JHO Company Group의 영화사업부문은 무려 120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기록될 수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2016년은 그 기록마저 뛰어넘을 것으로 기대된다.

새롭게 자회사로 합류한 프랜차이즈 시리즈 <스타워즈>가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류지호가 트라이-스텔라 픽처스의 주인이 된 이후로 언제나 전인미답의 길을 걸어왔다.

오너가 이사회의장에서 물러나고도 한국과 미국의 두 그룹은 끄떡없다.

도리어 미래를 향해 좀 더 보폭을 늘려가는 모양새다.

이대로만 간다면.

Mr Hollywood 소유의 Tri-Stellar가 아닌.

Tri-Stellar의 오너 Mr Hollywood가 더욱 친숙하게 들리는 날이 머지않은 것 같았다.


❉ ❉ ❉


UCLA 메디컬 센터의 산부인과 병동.


“아빠, 동생은 언제 나와?”


정신없어 보이는 어른들 틈바구니에서 아무도 상대해 주지 않아 심심했던 듯 다리를 흔들거리고 있던 소년이 물었다.

다섯 살 쯤 되었을까.

총명해 보이는 파란 눈망울에 하얀 피부는 제 엄마를 빼다 박았다.

약간 각진 턱선과 고집스러운 입매는 아빠를 쑥 빼다 박았고.

아빠 류지호가 아들의 물음에 대답했다.


“조금 있으면.”

“조금 언제?”

“1~2시간 안에.”

“아까부터 1시간이라고 그랬는데.....”

“준혁아.”

“응?”

“아빠가 동생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했지?”

“내가 형아니까 잘 챙겨줘야 한다고 그랬어.”

“그래.”


대견하다는 얼굴로 류지호가 아들의 머리를 쓱쓱 쓰다듬었다.


“근데 동생이 한꺼번에 둘이 생기는 거야?”

“여동생하고 남동생이야.”

“저번 크리스마스 때 남자동생 생기게 해 달라고 산타할아버지한테 소원 빌었는걸.”

“선물을 두 배나 받게 되었다 그치?”

“그래두 남자가 좋아.”

“왜? 여동생은 싫어?”

“싫지는 않은데... 남자애면 같이 탐험도 하고 전쟁놀이도 하고 서핑도 할 수 있잖아.”

“여동생이랑도 그렇게 놀면 되지. 시아 누나랑도 그렇게 놀았잖아.”


그러자 준혁이 인상을 찡그렸다.


“누나는 그렇게 안 한단 말이야. 자기들끼리만 놀지. 그리고 여자애들은 만날 놀아 달라고 떼쓰고 무시하면 울어서 선생님한테 야단맞게 만드는 걸.”


입술을 삐죽거리며 하는 말에 류지호가 자기도 모르게 실소를 터트렸다.

언젠가 아내가 지나가는 말로 아들이 어린이집에서 인기가 많다고 그랬다.

아무래도 사실이었던가 보다.


“혹시 여동생이 태어나도 귀찮다고 괴롭히면 안 돼. 알았지? 착한 오빠가 되는 거야.”

“응. 친하게 지낼게.”


산부인과 분야에서 쌍둥이 임신은 고위험 임신으로 꼽힌다.

한 아이 임신에 비하여 자궁 및 태아, 양수, 태반 등 부피가 과도하고 급격하게 늘어나게 되고, 임신중독증이나 임신성 당뇨병 등 합병증도 더 자주 발생할 수 있으며 산후 출혈이 많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위험은 조산 문제다.

두 아이를 비교적 순탄하게 출산했던 레오나도 이번에 고생을 많이 했다.

혹시나 임신 37주 이전에 분만하게 될까봐서 온 가족이 가슴을 졸였다.

쌍둥이 신생아가 주로 많이 사망하는 경우가 조산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임신 39주 만에 사내아이가 먼저 나오고 딸아이가 연이어 건강하게 나왔다.

윌리엄 파커는 셋째까지 이름을 지어주고 돌아가셨다.

노아(Noha)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는데, 할아버지가 한국이름으로 재혁을 지어주었다.

막내딸은 장인장모가 지어주었다.

미국과 한국에서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새론(Sharon)을 지어주었다.

히브리어로 평온을 뜻하고 이름으로 사용될 때 아름다운 공주란 의미를 부여한다.

암튼 다둥이의 아빠가 되고 보니.


‘내가 과거로 돌아와서 가장 잘 한 일. 그리고 최고의 보상은 네 명의 아이들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보게 되는 류지호다.


작가의말

한 주 잘 마무리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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