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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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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최근연재일 :
2024.09.1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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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0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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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쪽

믿어 좀! 의심하지 말고. (3)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국산차 제조업체도 하지 않는 드라이빙센터를 독일의 RMW가 영종국제도시에 개설했다.

드라이빙센터(Driving Center)는 자동차 시승 체험부터 다양한 드라이빙 트랙과 전시장, 이벤트 홀, 학습 및 편의시설을 갖춘 자동차와 관련한 다목적 공간을 일컫는다.

본사가 있는 독일과 세계에서 가장 큰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 이어 3번째로 건립된 것인데, 그만큼 한국시장을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고, 한국을 아시아 시장 공략의 첨병으로 여기고 있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국내 두 번째로 GAON Mobility Corp에서 드라이빙센터를 새만금간척지에서 문을 열었다.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도입된 서비스다.

류지호 일행이 가온 드라이빙센터에 도착해 보니, 장인어른이 드라이빙 코스를 빠져 나오며 가이드와 하이 파이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어서 장모가 가온모터스 최초의 전기차 모델 칼리스타를 시승했다.

전 세계 1,500대 예약판매 중인 칼리스타는 RMW의 소형차 모델 Mini 정도 크기에 기존 디자인에서 엔진룸이 있는 보닛 길이가 줄어들고 실내가 훨씬 넓어졌다.

전반적인 디자인은 레트로 스타일을 고수했다.


“예약은 얼마나 찼대?”

“국내 400대, 해외 300대.”

“오~ 국내 수요가 기대 이상이네?”

“자동차 마니아들 사이에서 칼리스타에 대한 향수가 있었나봐. 예약 시작하고 120대를 일주일 만에 받았대.”


레트로 스타일이지만, 상당히 고급스럽게 디자인이 빠졌다.

모델명을 모르고 보면 외산 브랜드로 착각할 정도.

차량 가격이 비싼 것이 부담이지만, 꽤나 소유욕을 자극하는 부분이 있었다.


“드라이빙 코스가 모두 몇 개야?”


자신이 나설 때임을 직감한 센터장이 얼른 끼어들었다.


“축구장 30개 부지에 국제규격에 맞춘 8가지 드라이빙 전용 트랙을 만들었습니다. 재규어와 가온모터스 플래그십은 물론이고, 재규어의 고성능 스포츠카까지 고객이 직접 체험해 볼 수 있습니다. 운전자의 주행능력에 맞춰 가이드가 함께 하며 트랙에서 200km/h까지 가속할 수 있는 고속 구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습니다. 17가지 코너가 있는 다양한 코스에서 평소 미숙하거나 잘못된 운전 습관을 바로 잡을 수도 있고, 2.6km의 트랙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혹시 오프로드도 있어요?”

“물론입니다. 저희 차 모델에는 4WD와 SUV의 다양한 브랜드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고객들이 험로 주파를 위한 기술을 습득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또한 바닥에 물을 뿌려 미끄러운 도로에서 자동차의 거동을 제어할 방법을 터득할 수도 있습니다.”


가온의 드라이빙센터에서는 한국의 운전시험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다양한 조건에서의 운전을 해 볼 수 있어서 재미와 함께 안전운전기술까지 학습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


“의장님께서 오프로드 드라이브를 자주 즐기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 번 시승해 보시겠습니까?”

“나중에 따로 아내와 와서 체험해 보도록 하죠. 오늘은 내 장인·장모 신경 좀 잘 써줘요.”

“걱정 마십시오.”


드라이빙센터는 성인 남성만의 로망을 충족시키는 공간이 아니다.

여성과 장년층 안전운전 레슨은 물론이고, 키즈 드라이빙 스쿨도 개설되어 있다.


“제법 돈을 들인 태가 나긴 하네.....”


류지호는 센터장을 데리고 곳곳을 둘러봤다.

재규어-랜드로버스 모델들과 가온모터스의 시판 중인 모든 모델들이 전시되어 있는 전시공간, 이벤트 홀, 주니어 캠퍼스 및 휴식공간, 문화공간들이 갖춰져 있었다.

레스토랑과 아네모네 커피 프랜차이즈도 입주해 있다.

굳이 시승체험이 아니더라도, 아네모네 고급 커피 및 음식을 즐길 수 있고 전문 강사진이 함께 하는 바리스타, 수공예품 만들기, 전통문화 체험 등 원 데이 클래스에 참여해 꼭 자동차 고객뿐만 아니라 전 세대를 아우르는 문화공간으로 키워나갈 계획이다.


“방문하시는 모든 고객께는 슬리퍼, 발 받침대, 우산 등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기념품을 받는 장인·장모를 보며 류지호가 키득거렸다.

2013년부터 제주도는 ‘탄소 없는 섬’ 정책의 일환으로 공격적으로 전기차를 보급하기 시작했다.

각종 보조금을 비롯해 다양한 지원책이 시행되고 있다.

새만금간척지의 첨단기업도시 아리울은 ‘백퍼센트 친환경 시범도시’다.

제주도 못지않은 전기차 관련 지원정책이 시행될 예정이다.

거기에 더해서 ‘전기차충전서비스 규제자유특구‘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처음 가온모터스가 전기차 출시를 발표했을 때, 국내 자동차 마니아들로부터 비웃음을 샀다.

제아무리 재계 서열2위의 거대기업이라고 하더라도 단시일 내에 전기차에서 성과를 내기 쉽지 않기에.

많은 이들의 예상과 달리 가온모터스는 환골탈태라고 할 정도로 바뀌었다.

얼마 안 되는 모델로 돌려막기 하던 자동차 회사가 아니다.

올해 출시된 소형 SUV 티볼리의 주문이 폭주하고 있다.

미스터 할리우드가 타는 플래그십이란 이미지가 만들어진 뉴체어맨W 역시 해외수출로 활로를 뚫었다.

유의미한 실적을 쌓아가고 있다.

대형 SUV모델로 개발된 렉스턴도 과거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의 판매실적을 거두고 있다.

부활한 무쏘 브랜드는 단숨에 카니발의 대항마로 부상했다.

이스타나의 부활로 상용차 분야에서 경일자동차그룹의 독주체제에 제동이 걸렸다.


“평택에 슬라이딩 도어 플랫폼을 구축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대요?”

“새만금 산업지구에 제2 공장이 완공될 때까지는 평택에 과부하가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가온모터스는 지난해 서울모터쇼에서 처음으로 박스형 15인 승 미니밴 이스타나를 선보였다.

2003~2005년 사이에 한국시장에서 15인승 승합차 모델인 이스타나, 그레이스, 봉고가 차례로 사라졌는데, 지난해 이스타나가 부활하고 올해 서울모터쇼에서 경일자동차가 쏠라티라는 신형 15인승 미니밴을 선보이며 부활에 시동을 걸었다.


“SUV EV는 언제부터 시판이 될 것 같아요?”


이미 전 세계 여러 모터쇼에서 가온모터스가 개발한 관련 모델들이 선을 보인 바 있다.


“출시시점을 놓고 심사숙고 중입니다.”

“깍두기 스타일의 코란도는요?”


픽업트럭 마니아로 알려진 류지호는 (주)신진지프를 인수하면서 과거 오프로드 코란도의 직선과 각진 외형의 강인한 디자인을 복원해 줄 것을 요구했다.

지바겐의 롱바디가 아니라, 숏바디 랭글러에 가까운 외형 디자인을 기대했다.


“도시 감성을 강조한 ‘어반’과 ‘컨트리’ 스타일, 오프로드와 아웃도어 활동에 적합한 ‘익스플로러‘ 마지막으로 ’어드벤처‘ 등 다양하게 구성해 고객 선택의 폭을 넓힐 계획입니다.”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로서의 위용을 갖추게 된 GAON Mobility Corp은 지난해 연결회사상 매출이 72조에 달했다.

대부분을 재규어-로버스가 기록했다.

가온모터스와 전장사업 부문이 9조 원을, 그 외에 로봇 및 공장자동화 자회사와 매르클린 형제사 등 계열사들이 나머지를 차지했다.

90조원의 매출을 기록한 경일자동차그룹과 격차가 상당하지만, 전기차와 상용차 부분에서 분발해준다면 2020년 안에 격차를 상당히 줄일 것으로 기대했다.

가온그룹은 큰 어려움 없이 쑥쑥 커가고 있다.

그러나 성장이 더딘 계열사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가온모터스는 아픈 손가락 중에 하나다.

그럼에도 미래에 대해 비교적 낙관적이다.

그룹 계열사에 리튬이온 배터리 분야 선도 기업이 있고, 비록 중국기업에게 털렸다고는 하지만 하이브리드 기술도 건재하며, 세계적인 명사인 오너를 통한 글로벌 마케팅도 활발하다.

인공지능을 비롯해 사물인터넷, 차량용 온라인 플랫폼 R&D에서 모그룹과 긴밀하게 협력을 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고.


“20세기까지만 해도 유명한 디자이너가 자신의 명성을 배경으로 제품을 디자인해 시장에 내놓으면 소비자는 브랜드의 우열만을 비교해 구매했죠. 그러던 것이 이제는 디자이너의 개성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을 내놓아야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스마트 폰 한 번 보세요. 단말기 안에 내용물 가령 앱 같은 것들을 유저가 원하는 데로 얼마든지 다르게 구성할 수 있잖아요? 자동차도 그렇게 될 겁니다. 어쩌면 모든 제품들이 점차 개인맞춤형이 되어 가겠죠.”


앞으로 자동차 메이커들은 하나의 차명에 수십 가지의 그레이드를 라인업으로 가지고 있어야 한다.

단적인 예로 차량 색상도 더 개성적이고 더 차별화될 수 있도록 구성해야 한다.

옵션을 말할 것도 없고.

특히 고급차량으로 갈수록 하나의 골격을 바탕으로 개별적인 유저의 취향에 대응하는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


“유럽은 물론이고 미국에서도 가장 강조되는 것이 Good Company이에요. 공익 캠페인, 공익연계 마케팅, 기업의 사회 마케팅,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 지역사회 자원봉사, 사회책임 경영 프랙티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예. 의장님!”


바야흐로 2020년대는 공급자 중심이 아닌 소비자 시대가 열린다.

변한 시장에서 다국적 기업들은 세계의 소비자들을 상대로 장사를 해야 한다.

그때 필요한 것은 더 이상 애국심이나 수준 낮은 정서에 호소하는 것이 아니다.

제품의 품질을 기본으로 진정으로 소비자와 소통하고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간파해 제공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동차 산업은 고객대응이 느린 산업이죠. 글로벌 시장의 후발주자인 가온모터스는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략해서 고객 접근성을 높일 필요가 있어요. 산업구조의 특성상 피드백이 느릴 수밖에 없지만, 어차피 한 해 20만대는커녕 10만 대 겨우 파는 자동차 메이커였잖아요? 욕을 먹고 조롱을 당해도 소비자 피드백을 소홀히 하지 말길 바랍니다.”

“명심하겠습니다.”


새만금간척지의 가온 드라이빙센터는 2020년에 누적 방문객 100만 명을 돌파하게 된다.

트라이스텔라 월드 테마파크와 연동이 되면서 아시아권에서 일부러 찾아오는 자동차 마니아까지 생긴다.

전기차 출시 초기에는 자동차 동호회로부터 조롱도 받고 각종 수모를 겪기도 하지만, 칼리스타 모델 이후로 다양한 전기차 모델을 본격적으로 내놓기 시작하면서 아리울 첨단산업지구 전기차 생산능력이 20만 대 수준으로 확대되고, 평택 공장은 45만대 생산능력으로 업그레이드 된다.

그 외에 미국의 프리몬트, 폴란드와 스페인 등지에 10만 대 생산시설을 갖춘다.

중국 대련 공장까지 풀가동하게 되면서 연간 73만 대 생산, 매출 19조 원을 거두는 자동차 회사로 성장하게 된다.


“확 TESLAS를 합병해버려....?”


시가총액 300억 달러짜리 TESLAS는 공매도 세력, 행동주의 펀드라는 투기 세력, 숫자를 다 파악할 수도 없는 개미투자자, 대형 은행 등 이해당사자가 매우 복잡하게 얽혀있는 복마전이다.


“뭐라고 그랬어?”

“아냐, 아무것도.”


많은 이들이 천하의 미스터 할리우드도 가온모터스를 회생시킬 수 없을 것이라 말했다.

그처럼 한국의 테마파크도 재미를 못 볼 것이라 장담하는 이들이 많았다.

미키마우스랜드 상하이가 개장하게 되면 중국 고객을 빼앗길 것이고, 확고부동한 자리를 잡고 있는 일본의 테마파크와 경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했다.

중국인 여행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하는 것이 올해부터다.

해외여행자유화 초기 시행 때만해도 4개국에 불과했던 허용국가 숫자가 올해부터 151개로 크게 늘어났다.

1997년 해외여행 자유화 이전에는 홍콩 및 동남아에 거주하는 가족친지 방문에 한해서만 중국 당국이 해외여행을 허용했다.

그 외에도 통행증, 보증금 납부 등 제약이 많았다.

올해부터 그런 제약들이 대부분 사라졌다.

1.2억 명.

이전 삶에서 중국인 해외여행인구수다.

2015년 기준 중국인 해외관광객 지출액은 2,150억 달러.

1인당 지출액은 1,792달러.

세계 평균 1,099달러를 상회하는 큰손으로 부상했었다.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해외관광소비국가로 부상했었다.

씀씀이가 큰 중국인을 대상으로 비자발급 간소화 정책 등 국가 간의 치열한 관광객 유치경쟁에 불이 붙었다.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지만.

각 나라들은 사소한 부작용은 눈감아 주었다.

사실 중국인에게 한국은 ‘매력적인’이라 쓰고 실제로는 ‘가성비’ 여행지라는 인식이 강한 관광지다.

일단 지리적 접근성이 좋으며, 가성비 좋은 쇼핑 매력도가 있으며, 젊은층에서는 한류스타의 성지로 여겨진다.

2005년에 70만 명이 한국을 찾았다.

불과 10년 만에 600만 명의 중국 관광객이 한국을 찾았다.


“중국 관광객만 바라보지 말라고 누누이 강조했지만... 눈앞에 떡을 외면하지 못하겠지....”

“자꾸 뭐라고 중얼거려?”

“아냐. 이제 한국에도 그럴 듯한 초대형 놀이시설이 생겼구나. 뭐 그런 생각이 드네.”

“한국에 테마파크가 10개가 넘어.”

“말만 테마파크지. 솔직히 내세울 만한 데가 없잖아.”


손목시계로 시간을 확인한 고우찬이 물었다.


“재욱이와 준우 불러서 오랜만에 소주 한 잔 할래?”

“이 시간에?”

“서해안 고속도로 타면 2시간 반이면 올 걸?”

“올 수 있으면 오라고 해봐.”


류지호는 금한령을 확신하고 있다.

정치경제 구조상 한한령 또는 금한령은 중국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꺼낼 수 있는 카드다.

‘하나의 중국’은 다민족 국가인 중국에서 수천 년간의 화두다.

중국이 자행하고 있는 ‘동북공정‘은 새삼스러운 것이 절대 아니다.

본래 동이(東夷)는 산동반도에 살던 오랑캐를 이르는 말이었다.

산동반도가 중국정치와 문화권에 편입된 이후로 장성 너머와 바다 건너로 확장이 된 것이다.

만약 한반도까지 중화(中華)에 편입되었다면 동이가 태평양 건너 아메리카대륙이 되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암튼 한국도 과거에는 일본문화에 잠식되는 것이 두려워 수입을 제한했다.

암암리에 퍼질 대로 퍼져서 특별한 감흥을 주지 못하게 될 때에서야 개방이 되었다.

이제는 일본문화에 심취한 이들을 가리켜 ‘일뽕’이라는 비하된 표현을 쓸 정도로 비주류다.

THAAD 문제가 아니어도 한한령은 정해진 수순이다.

이전 삶과 달라진 한국정부가 외교적으로 솜씨 좋게 처리한다고 해도 그 흐름을 바꿀 수는 없다.

적어도 화류가 한류를 대체해 중화 문화권 안에서만큼은 주도적이기 전까지.

그 말은 수십 년 안에는 가능하지 않다는 말과 같다.


❉ ❉ ❉


“예에~“


시아가 동생인 준혁의 손을 잡고 트라이스텔라 월드 입구를 통과했다.

경호원들이 얼른 둘의 주변을 둘러쌓다.

어린이날 전에 개장한 트라이스텔라 월드는 개업발을 잘 타고 있다.

평일 평균 6,000명, 주말에는 1만 명이 가까이 입장하고 있다.

호텔과 리조트 객실 예약률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지만, 여름 휴가철 대목에는 연일 만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류지호 가족이 휴가철 막바지에 찾아왔음에도 여전히 트라이스텔라 월드는 수많은 관람객들로 북적거렸다.


“멀리 가지 말고!”


고우찬이 특별편성한 경호팀으로 인해 인파에 휩쓸리는 일은 없었다.

종종 관람객들이 알아보고 류지호에게 기념촬영을 부탁하기도 했다.

류지호는 싫은 태를 내지 않고 대부분 요청을 들어주었다.

트라이스텔라 월드는 나래안전 시스템과 보안계약을 체결했다.

대규모 접객업은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트라이스텔라 월드는 간결하지만 매우 철저한 보안검색이 이뤄지고 있다.

공원 내에서도 수많은 나래안전 소속 요원들이 순찰을 돌고 있다.

그런데 누가 보안경비 요원인지 알아차릴 순 없다.

글로벌 테마파크 프랜차이즈는 아이들의 동심을 지켜주고 고객들의 안정감을 위해서 철저히 은폐 경비를 한다.

비밀요원처럼 고객들 눈에 띠지 않도록 운용한다.

얼마나 많은 숫자의 요원들이 사복차림으로 공원안에서 돌아다니고 있는지 운영팀과 나래안전 시스템만 알고 있다.

철저히 관람객으로 위장한 경비원들은 음주자, 소매치기, 성추행 등 위협행위를 발견하면 최대한 은밀하게 해당 혐의자를 연행한다.

트라이스텔라 월드 안에는 치안센터 분점이 있어서 명백한 불법행위는 경찰에게 인계되고, 체포될 정도는 아니지만 질서를 헤친다고 판단될 경우 즉각 퇴장조치를 내렸다.

나래안전 시스템은 탐지견 부대와 민간 대테러부대를 운영 중이다.

그 중에 한 팀이 테마파크에 파견 나와 있다.


“티켓값이 너무 비싼 거 아니야?”


손주들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아버지 류민상이 물었다.


“도쿄 미키마우스랜드보다 싸고, 자연농원보다는 비싸고. 그래요.”


개장 시즌인 가정의 달 5월과 7∼8월, 주말, 공휴일 등 성수기 자유이용권 가격은 7만 9000원이며, 평일 입장권은 5만 9천 원이다.

참고로 미키마우스랜드 상하이는 성수기 499위안(8만9000원)이며 평일 입장권은 370위안(6만6000원)이 책정된다.

미키마우스랜드 도쿄와 홍콩은 각각 8만 4000원, 8만 2000원이다.


한국의 자연농원과 광성월드는 성인 주말 5만 9,000원 선이다.


“손해를 안 보려면 일 년에 몇 명이 다녀가야 하는 거야?”

“900만 명 정도로 보더라구요.”


티켓 수입만으로 이 거대한 테마파크를 운영할 순 없다.

손익분기점을 맞추려면 대략 900만 명의 입장수입, 각종 식음료 매출, 기념품 판매, 호텔과 리조트 수입 등을 포함해 대략 1인당 17만 원 가량 지출을 유도해야 한다.

새만금개발유한회사 자체적으로는 2016년부터 1,200만 명이 방문해서 1인당 평균 23만 원을 지출할 것으로 보고 2017년부터 연간 1,5~2조 사이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신도시가 완전히 자리를 잡는데 얼마나 걸릴 것 같아?”

“2020년이면 얼추 자리를 잡을 것 같다고 하네요.”

“송도신도시보다 늦구나.”

“재정이가 고생을 좀 해야죠 뭐.”

“나라가 가온그룹에 상이라도 줘야 하지 않아? 기업도시개발을 하겠다고 선전하고 떠들어대던 재벌들은 지금 뭐하고 있는지.... 쯧. 요란하게 짖는 개가 가장 먼저 도망친다고 하더니.”


류민상의 말처럼 한국정부는 가온그룹에게 엎드려 절이라도 해야 할 판이다.

새만금개발은 대기업들이 세금혜택과 저렴하게 토지를 불하 받아 탄생한 전국의 산업단지를 모두 합친 것보다 훨씬 큰 부가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


“아직은 성공을 논하기에는 일러요. 2020년까지는 가봐야 해요.”


요란하게 시작했던 기업도시들은 대부분 좌초했다.

살아남은 도시들도 언제 사업이 본궤도에 오를지 알 수 없다.

이번 정부는 참여정부의 국토균형발전을 계승·발전시키겠다고 선언했다.

문제는 특성에 맞는 도시를 개발하는 것인데, 아파트단지 건설 같은 토목사업 위주로 변질 될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다.

보수언론과 야권에서 호남 특혜, 영남 역차별 정서를 마구 선동하고 있다.

그에 대한 김영태 정권은 부울경 메가시티와 부산신항, 가덕도 신공항 카드를 내놨다.

국토균형발전은 낡은 개념이 됐다.

이 시기의 어젠다는 ‘다극체제‘다.

진보적 성격의 김영태 정부는 정치적인 유불리를 떠나서 ‘부울경‘과 ’대경권‘에 대한 메가시티 계획을 임기 내에 밀어붙일 태세다.

류민상이 혀를 끌끌 차고는 입을 열었다.


“자기들 좋으라고 정책을 추진하는데, 좌파가 하는 것이라고 반대하려나?”

“주민들은 몰라도 지역 정치인들은 그러고도 남을 사람들이죠.”


이번 정부의 영남권 메가시티 구상은 가온그룹에게도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부산과 대구에 대한 투자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가온그룹이 부산에 제법 투자를 많이 하지 않았어?”

“그랬죠.”

“고민이 많겠구나.”


이전 삶과 같이 젊은층이 해마다 두 대도시에서 사라진다면, 가온그룹으로써는 굳이 투자를 확대할 이유가 없다.

만에 하나 사업철수까지도 고려해야 할 수도 있고.


“전문경영인들이 잘 판단하겠죠.”


류지호는 아버지와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며 메인 스트리트를 통과했다.

아이들 못지않게 장인·장모도 트라이스텔라 월드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오랜만에 스틸 카메라를 잡은 류지호는 아이들을 따라다니며 열심히 셔터를 눌렀다.


❉ ❉ ❉


노인과 아이들은 익숙한 장소에서 지내는 것에서 안정감을 느낀다고 한다.

아이들은 반복적인 생활 속에서 안정감을 느끼고, 그 과정에서 세상에 대한 통제감을 익혀간다고 한다.

그래서 아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책, 놀이, 노래, 만화 등을 반복하고, 그런 과정을 통해 즐거움을 얻고 통제감을 얻으며 충분히 익숙해지면 드디어 좀 더 넓은 세상을 향해 탐구를 시작한다고 한다.

집에서만 놀던 아이가 놀이터에 나가고, 형제가 아닌 아이들과 함께 놀기도 하면서 점차 영역을 확장해나가는 식이다.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면서 도전과 정복의 경험을 쌓아가고, 자율성을 얻게 되고 자신감을 가져간다고 한다.

따라서 어린시절에 너무 많은 변화를 겪으면 새로운 것에 대한 불안과 대인관계의 긴장이 지속적으로 생길 수 있다고 한다.

류지호의 아이들은 LA, 여주, 뉴멕시코 별장, 영국 런던의 켄싱턴 등을 자주 옮겨 다녔다.

어른인 류지호 입장에서 모두 익숙한 곳들이라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던 모양이다.

특히 류준혁이 스트레스를 조금 받는 것 같았다.


“다섯 살이잖아. 이젠 서핑을 배워도 돼.”

“미국식으로는 4살이거든.”

“알게 모르게 준혁이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 바뀐 환경에 적응하도록 그에 맞는 놀이를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고.”


류지호 가족의 주치의는 어떤 장소나 환경에 적응하도록 하는 것에는 정복과 도전 만한 것도 없다고 했다.

그를 통해 자신감과 통제감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류지호의 가족은 <Tsogang>에 이어 <Brood War>를 작업할 때도 영국 런던에서 장기간 머물렀다.

벨에어의 주택으로 돌아온 후로 류지호는 아이들과 동네 산책길, 공원과 놀이터, 자주 가던 빵집, 장난감 숍, 아빠엄마의 일터, 시아가 다니게 될 사립초등학교 등 익숙했던 곳을 확인하고 때론 낯선 곳을 탐험하듯 돌아다녔다.

그리고 아이들의 친구들을 초대해 파티도 열어주었다.


“준혁아, 서핑 배우자!”

“진짜?”

“그럼 진짜지.”


레오나로서는 남편의 성화와 아들의 열망에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다.

아내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아들을 데리고 새만금간척지에 만들어진 인공서핑장으로 향했다.

새만금개발유한회사는 새만금 관광·레저 지역에 세계 최대 규모의 야외인공서핑장을 조성했고, 워터파크와 함께 여름 휴가철을 맞이해 개장했다.

축구장 5배 크기로 조성된 인공 서핑장은 8초에 한 번씩 최대 2.4m 높이까지 파도가 치도록 설계 되었다.

초급자부터 상급자에 이르기까지 수준에 맞는 서핑을 계절이나 날씨에 상관없이 즐길 수 있게 만들었다.

이 시기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인공서핑장이다.

동양에서 최초의 서핑장이고.

사계절 내내 좋은 수온에 즐길 수 있었는데, 한국수자원공사와 계약을 맺어 물은 전량 수돗물을 사용하며 매 시간 실내수용장 수준의 정화·소독 처리하며 겨울철에는 새만금에 만들어진 발전소의 폐열과 데이터센터의 냉각수를 활용할 계획이다.

겨울철에도 서핑을 즐길 수 있도록 온수 채비까지 완벽하게 갖춰져 있다.

서핑장에서 사용된 물은 약간의 정수를 거쳐서 도시의 조경수, 거리세척용, 공공화장실 변기물로 재활용된다.

류지호는 아이들과 함께 일주일 동안 매일 3시간씩 서핑을 즐겼다.


“서핑 재밌어?”

“너무 신나! 내일도 여기 올 수 있어?”

“내일은 누나와 경호원 아저씨들이랑 놀아.”

“알겠어.”


인공 서핑장이라서 레벨 1-6중 자신의 실력에 맞게 고를 수 있다.

파도의 종류도 본인이 고른다.

본래라면 신장 130Cm 이하는 입장 금지다.

오너가 아들에게 서핑을 가르치겠다는데, 그 부분을 지적하는 이는 없었다.

다만 일반 이용자들을 의식해서 준혁의 서핑은 개장 전이나 폐장 후에 주로 가르쳤다.

새만금 인공서핑장은 최대 입장 인원과 한 번에 파도에 올라갈 수 있는 인원도 6명으로 한정하고 있다.

실력에 상관없이 한 파도에 한명씩 차례로 타야 하도록 제한을 두었다.

전 세계 모든 인공 서핑장의 안전을 위한 공통적인 조치다.

8초마다 파도가 바뀌었는데, 서핑 마니아인 류지호가 보기에 질이 나쁘지 않았다.

고우찬도 아들에게 서핑을 가르치는 것에 동참했다.


“따지고 보면 인공적이니까 서핑보드 타기 딱 좋게 만들 수 있겠지. 어때? 네가 보기에.”

“캘리포니아의 예측할 수 없는 파도의 맛은 없지만. 초심자들이 즐기기에는 안성맞춤.”

“이거 만들자고 했을 때 반대가 장난 아니었다면서?”

“한국에서 누가 서핑을 하냐고들 했지. 내가 놀라고 만드는 것이라고 빈정거린 사람도 많았고.”


대한서핑협회에 따르면 이 시기의 국내 서핑인구가 약 5만 명이다.

매년 그 인구가 크게 늘고 있어서 2020년에는 50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전 삶에서는 2020년에 서핑 마니아 코어층은 10만 명을 넘겼다.

가볍게 즐기는 라이트층까지 포함해 100만 명이 서핑을 즐겼다.

절대 무시할 수 없는 레저스포츠다.


“솔직히 네가 비인기종목인 아이스하키를 지원해서 제법 효과를 본 걸 보고도 사람들이 말이야. 의심을 하고 말이지.”


유명인사가 하는 것을 모방하고 따라하려는 심리가 있다.

UCLA 재학시절부터 류지호가 서핑 마니아라는 사실이 한국에 알려졌다.

한때 젊은층에서 붐이 일기도 했다.

문제는 한국에서는 서핑을 즐길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는 사실.

이제는 제주와 양양에 제법 동호회 활동이 활발한 편이지만,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제주도가 아니면 서핑을 즐길 마땅한 바다가 없었다.

그러다가 부상한 지역이 강원도 양양이다.

이전 삶에서 양양은 ‘동물의 왕국’이라는 이명으로 불릴 정도로 낮에는 서퍼들로 밤에는 즉석만남을 추구하는 젊은이들로 넘쳐 났었다.

고우찬은 몇 년 안 가 이곳 인공서핑장이 서퍼들로 문전성시를 이룰 것이라 확신했다.


“믿어 좀! 의심하지 말고. 사람들이 말이야.....”


작가의말

한 주 마무리 잘 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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