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최근연재일 :
2024.09.14 09:05
연재수 :
962 회
조회수 :
4,125,905
추천수 :
127,001
글자수 :
10,687,409

작성
24.09.06 09:05
조회
1,031
추천
73
글자
26쪽

요즘, 유독 외롭다는 생각이 든다.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JHO Company와 가온그룹 오너 비서실장 제니퍼 허드슨.

그녀는 20년 가까운 시간동안 류지호의 그림자로 살아왔다.

의전비서로 시작해서 세계 3대 복합미디어그룹의 오너 비서실장까지,

단순히 출세했다는 말로 부족하다.

신분상승을 이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모시던 분이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면서 이사회의장 비서실 개편이 있었다.

은퇴할 때까지 류지호의 비서실장으로 남을 수도 있었지만.

그녀는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모시던 분의 자선재단인 J&L Foundation의 사무총장이 되기로 했다.

사실 오너 부부의 강력한 요청이 있었다.

계획에 없던 레오나의 임신 때문이다.

일가친척이 거의 없다시피 한 류지호는 명절 때마다 북적거리는 외가를 보며 부러워하던 때가 있었다.

자녀 둘이면 충분한 것 같다가도, 하나 쯤 더 낳으면 어떨까 생각하곤 했다.

레오나 역시 외동으로 자라서인지 셋째에 대해 열린 태도를 보였고.

부부가 셋째를 갖기로 노력을 한 것은 없다.

어쩌다 보니 임신을 하게 됐다.

그나마 더 늦기 전에 임신을 하게 되어 다행이긴 한데.

레오나가 재단 업무에만 집중할 수가 없게 되었다.

막대한 자금을 운영하는 재단의 특성상 믿을 만한 인물이 절실했다.

따라서 선택된 인물이 제니퍼 허드슨이었다.

그녀는 사무총장으로써 부부를 대리해서 사실상 재단의 운영 전반을 책임질 예정이다.

인생 2막은 누군가의 그림자가 아니라,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대중들에게 드러내놓는 삶을 살게 된 것이다.

J&L Foundation은 미국 15대 민간 자선재단 가운데 두 번째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부동의 1위 H&M Gates Foundation(400억 달러)에 이어서 수 년 동안 2위를 유지하고 있다.

142억 달러 기금을 운용하고 있는 J&L Foundation은 다른 전통적 방식의 재단 형태와 달리 ‘LLC’(Limited Liability Company)라는 유한책임회사로 설립되었다.

즉 J&L Foundation은 세법상 비과세 혜택을 받지 못하는 제한이 있다.

그럼에도 류지호 부부가 LLC 형태를 택한 이유는.


“일반 재단들과 다르게 투자영역에 대한 자율성을 갖는다는 점 때문이죠.”


제니퍼 허드슨이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유한회사의 운영에 대한 일반적인 사적 권리 및 통제권을 갖고요.”

“맞아요. 미국의 재단은 의결권이 있는 타 기업 주식을 20% 이상 보유할 수 없잖아요. 매년 순 투자자산 총액 중 5%를 공익적 목적을 위해 의무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5% payout rule을 지켜야만 하고. 이를 어기면 엄청난 세금을 추징당하죠.”


즉 자선재단은 세제상 혜택을 받는 것만큼 투자, 지출, 운영 면에서 규제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반면에 LLC는 그 부분에서 자유롭다.


“그래서 보스께서 영리조직과 비영리조직의 구분 없이 원하는 곳에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었어요.”


심지어는 정치적 의사를 표명하고 이를 위해 재원을 지출하는 것에서도 자유롭다.

그 때문에 J&L Foundation은 선거 때마다 제법 큰 금액을 쓰고 있다.


“사실 LLC 방식으로 운영하는 것 때문에 나와 Jay가 세간의 비판을 많이 받기도 했어요.”


제니퍼 허드슨이 ‘호호‘ 옅은 웃음을 터트렸다.


“알죠. LLC는 정보공개의무가 없고, 특성을 잘만 활용하면 상속세 없이 지배권을 가족에게 넘길 수 있으니까요. 혹시나 보스가 편법적 증여 수단으로 악용하지 않을까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엘리트주의적이면서 오만한 자선이란 비판도 받았고.”


LLC 설립자 개인의 가치관 및 선호에 따라 사회적 의제를 좌우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가장 ‘엘리트주의적 성향이 강한 자선 활동’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외부의 감시와 견제 및 정치활동 참여에서 자유로운 LLC는 사회적 갈등과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고.


“실제 Jay가 재단을 통해 민주당 인사들을 많이 후원하긴 했어요. 남들 안 하는 분야에서 유독 많은 돈을 지출하기도 했고.”

“모두가 어리석다고 한 일들이 10년 또 20년이 지나자 결실을 맺고 있어요. 보스야 말로 긴 호흡과 안목으로 사회를 변화시키려는 탁월한 비전을 가지고 계시죠.”

“그래서 제니퍼가 비서실장이 아니라 재단으로 와주길 바란 거예요. 누구보다 Jay의 그런 긴 호흡의 행보를 잘 이해하고 있으니까.”

“막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어요.”


류지호는 미국의 수많은 억만장자들이 참여하고 있는 ‘The Giving Pledge’에 아직도 서명하지 않고 있다.

그 때문에 욕도 많이 먹고 있다.


“나와 Jay는 돈을 쓰더라도 영리하게 쓰고 싶을 뿐이에요. 전통적인 재단이 받는 사회적 규제와 견제에서 벗어나서 우리 부부의 의지대로 사회를 변화시키고 싶어요. 재단을 기업처럼 운영하려고 하는 것도 전문가 집단의 업무로 보기 때문이고.”

“그래서 아프리카의 IT인재를 육성하는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M-Pesa 같은 사업에서 영감을 받아 개도국 빈곤계층을 위해 소액금융기관에 투자하고, 말라리아 치료제 권리를 사들여서 지속가능한 지원사업을 전개하시고 계신 거고.”

“제니퍼가 와 준 덕분에 그 동안 하지 못했던 사업들도 더 많이 해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사무총장 체제의 J&L Foundation에 대해서 두 사람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일단 재단의 사업영역을 건강·교육·빈곤·문화·환경·안전·사회참여로 명확히 구분했다.

각각의 업무영역에서 전문가를 보강하고, 독립적인 사업과 영역 간 협업을 정리했다.

류지호는 자타가 공인하는 기부왕이다.

이 시기의 60세 미만 사업가 혹은 자선가 중에서 류지호와 비견될 인물은 찾기 어렵다.

전 세계를 뒤져 봐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기업가들이 설립한 수많은 재단들 가운데 상위 15개 재단만 합쳐도 1,360억 달러, 한화로 140조원이 넘는 규모를 자랑한다.

그 중에서 류지호가 약 10%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제니퍼 허드슨 사무총장 취임에 맞춰 8억 달러를 기부했다.

류지호의 친구 중에서 기부에 가장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는 이는 단연 일론 리브스다.

류지호는 기부공급론자에 가깝다.

반면에 일론 리브스는 수요론자에 가깝다.

잘 구성되지 못한 관성적인 기부는 수혜국의 정치 지도자의 부패로 이어진다는 믿는 부류다.

남이 주는 돈을 받는 데만 익숙해진 국가는 지속 가능한 발전에 이르지 못한다고 믿고 있고.

기후문제 같은 부분에서도 단순 기부보다는 경쟁을, 선의보다는 과학적 방법론을 믿는다.

적나라하게 말하면 기부를 돈 낭비라고 믿는다.

류지호가 탄소 배출을 줄이고 대체 에너지원을 발전시키는데 투자하는 성향이라면.

일론 리브스는 이미 공기 중에 있는 탄소를 추출해서 따로 저장하자고 주장한다.

즉 탄소 포집 기술에 투자하는 식이다.

두 사람 모두 기후변화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지만.

해결하는 방식에서 갈린다.

화성이주 문제도 두 사람의 생각과 접근방식이 많이 다르다.

지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화성으로 떠날 것이 아니라.

그 기술을 지구에 적용해 더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믿는 것이 류지호다.

당장 달조차 정복도 못하는 주제에 화성이주는 망상에 불과하니까.

영화 <마션> 정도의 탐사 기지를 화성이주라고 우긴다면 할 말이 없지만.

본인 세대에는 가능하지 않은 것을 마치 될 것처럼 냄새를 피우는 것은... 사기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는 류지호다.

그렇게 류지호와 일론 리브스의 상반된 성향을 두고, 한국의 한 시사평론가는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류지호는 딴따라, 일론 리브스는 매드 엔지니어.”


❉ ❉ ❉


본래는 Doldy에 명칭을 내줬어야 할 오스카 시상식이 열리는 극장이 JHO Company가 Kojak을 인수함으로써 그대로 극장명칭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올해도 어김없이 아카데미 시상식이 Kojak으로 불리는 극장에서 개최되었다.

류지호의 <Brood War>는 각색상, 감독상, 음악상, 음향편집상, 음향믹싱상, 미술상, 촬영상, 분장상, 의상상, 편집상, 시각효과상 등 <레버넌트 : 죽음에서 돌아온 자>의 12개 부문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11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가 그 다음으로 많은 10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다. <마션>이 그 다음으로 많은 7개 부문에, <스포트라이트>와 <스파이 브릿지>, <캐롤>이 6개 부문,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빅쇼트>는 5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다. <룸>, <대니쉬 걸>은 4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다.

올해는 유색인종 영화인들이 후보에서 대거 탈각해 논란이 일었다.

주연상, 조연상 후보로 오른 20명의 배우가 모두 백인이었다.

작품상을 비롯해 주요 부문 후보에 오른 영화들은 대부분 백인감독이 연출하고 백인 배우가 주연한 영화였다.

특히 흑인 영화인들이 만든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이 흥행과 비평에 성공했는데도 각본상 단 1개 부문에만 후보로 오른 것에 대해 말들이 많았다.

그를 의식해서 인지 흑인 오스카 수상자들을 다수 시상식에 출연시켰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작태에.


#OscarWhite.


SNS 해시태그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스팍스 리 감독, 빌 스미스 같은 흑인 영화인들이 대거 아카데미 보이콧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많은 영화인들이 이번 오스카에 대해 비판을 했고, 결국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 긴급총회까지 열렸지만.

막상 시상식은 전혀 달라진 것이 없었다.

다만 긴급총회의 결과로 2020년까지 여성과 인종의 다양성 확보를 위해 유색인종의 회원 수를 2배까지 늘리겠다는 옹색한 대책을 발표했을 뿐.

이 긴급회의 결과로 한 번 가입하면 평생 지속되던 아카데미 회원자격이 10년으로 대폭 단축되었다.

워낙에 인종차별 이슈가 커서 진행을 맡은 그리스티안 락도 비판의 물결에 동참했지만.

진행 내내 '흑인'이 아카데미 후보에 오르지 않았다는 사실만 계속 언급했지 흑인 외의 비백인 인종들이 할리우드에서 받는 차별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ABC 시상식 작가들과 진행자 크리스티안 락에게 관심이 있었던 것은 오직 ‘흑인차별’이었다.

인종 차별이 아니었다.

본래 역사에서는 동북아시아계 '아이들' 3명을 무대 위로 올려서 전형적인 아시아인 스테레오타입을 이용한 농담을 던짐으로써 인종 차별 비판이라는 초기의 의도 자체가 무색해졌는데,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거의 유일하다시피 한 유색인종 참가자 류지호를 두고 아슬아슬한 무리수 유머를 구사하는 바람에 더욱 민망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사실 아카데미 시상식 전부터 류지호도 보이콧에 동참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무성했다.

실제 빌 스미스 배우 부부와 스팍스 리 감독이 전화를 걸어 동참을 호소하기도 했다.

류지호는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레드카펫 인터뷰에서.


“나는 흑인보다 또 백인여성보다 못한 아시아계이기 때문에 감히 보이콧을 엄두도 낼 수 없었다. 가련한 내 신세를 헤아려 달라.”


자학개그를 통한 통렬한 일침이었다.

류지호는 농담을 통해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에 일침을 날렸다.


“미국은 더 이상 백인과 흑인으로만 이뤄진 국가가 아니지 않나? 나의 백인 친구들은 이번 이슈를 두고 뛰어난 비백인 배우와 감독들을 언급하며 자신들의 생각들을 밝혔는데.... 그들의 언급에서는 오로지 흑인만 있었다. 나와 같은 아시안이나 하다못해 히스패닉 영화인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요즘 같은 날에는.... 유독 외롭다는 생각이 든다.”


유색인종을 좀처럼 찾아볼 수 없던 오스카 시상식 중계.

그런데 카메라가 유독 류지호에게 더 많이 머문 것은 단순히 착각이었을까.

인종(흑인) 차별 이슈 때문인지 몰라도, 이번 아카데미는 지난 8년 간 개최된 시상식 가운데 가장 적은 시청자수(대략 3,400만 명)를 기록했다.

역대 세 번째로 낮은 숫자다.

어쨌든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수상작들 사이에서 다양한 화제성도 있었다.

본래라면 <매드 맥스 : 분노의 도로>가 주요 기술 부문을 모두 석권하면서 6관왕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해야 했지만, <Brood War>라는 스페이스 오페라에게 트로피를 나눠주어야 했다.

<매드 맥스 : 분노의 도로>는 편집상, 음향편집상, 음향효과, 분장상에 만족해야 했고, <Brood War>는 미술상, 시각효과상, 의상상 등 3관왕을 차지하면서 <레버넌트 : 죽음에서 돌아온 자>의 3관왕과 함께 이번 아카데미 최다 부문 후보작이라는 명성에 비해선 비교적 소소한 수상 기록을 거뒀다.

대작의 틈바구니 속에서도 <스포트라이트>가 선전을 벌여 아카데미 최고의 영예인 최우수작품상과 각본상을 동시에 받아 2관왕에 올랐다.

반면 아카데미 이전에 열린 여러 시상식에서 다양한 연기상을 휩쓸며 극찬을 받았던 <스포트라이트> 출연진은 후보에 오른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 외 <빅쇼트>는 각색상을, <스파이 브릿지>는 남우조연상을, <룸>이 여우주연상을 차지했다.

여우조연상은 <대니쉬 걸>에 돌아갔다.

여러 부문에 후보로 이름을 올린 <마션>과 <캐롤>,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는 빈손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특히 '올해의 예술영화'로 꼽혔던 <캐롤>이 무관에 그친 것에 많은 이들이 아쉬움을 표했다.

결론적으로 인종차별 이슈로 인해 류지호는 마음껏 시상식을 즐기지 못했다.


❉ ❉ ❉


아카데미 시상식이 시대의 흐름을 여전히 못 쫓고 있을 때.

한국영화는 무섭게 약진하고 있다.

준비된 천재는 활약할 수 있는 시대를 만날 때 비로소 꽃을 피울 수 있다.

공진형, 박진우 같은 감독들이 활약한 시기는 마침 한국영화 부흥기와 시점이 맞아떨어졌다.

1990년대 후반부터 한국영화는 낙후된 시스템을 정비하기 시작했고, 기획영화 전성시대를 거치며 이전에는 시도하지 못했던 소재가 활발하게 영화화되었다.

시도에 그치지 않고 성공작을 잇달아 만들어내면서 영화가 하나의 산업으로 꽃을 피웠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 사이 영화계에 많은 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

감독 혼자 고군분투하던 영화에 체계적 프로듀서 시스템이 도입됐다.

극장주가 주무르던 '영화판'을 가온을 대표로 하는 대기업 자본이 접수했다.

그로인해서 제작, 배급, 투자, 마케팅 등 영역이 명확해졌다.

투자 자본이 다양화하면서 제작 규모가 커졌다.

주먹구구식이던 입장권 집계에 통합전산망이 도입되며 수익 배분이 투명해졌다.

시내 중심가 단관 위주 극장이 접근성이 좋은 멀티플렉스로 바뀌며 영화 관람이 일상화됐다.

진보정권을 거치며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자 인재들이 영화계로 몰려들었다.

영상원 등 교육기관이 늘어났고, 국제영화제가 탄생했으며, 주요 국제영화제에서 수상이 늘기 시작했다.

한국영화를 지원하는 문화부 소속 공공기관인 영화진흥위원회, 영상 자료를 축적하는 시네마테크 영상자료원도 생겼다.

WaW 엔터테인먼트의 등장은 본래의 역사보다 더 빠르고 더 파괴적이며 더 긍정적으로 영화계를 변모시켰다.

영화인 노조가 훨씬 일찍 만들어졌으며, 이전 삶에서는 유명무실했던 각 직능별 단체들도 자신들의 역할과 소임이 비로소 정립되었다.

현재는 영화진흥위원회 사업이 되었지만, WaW 엔터테인먼트는 스태프 재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일이 없어 경제적으로 곤란한 지경에 처한 영화인들에게 최소한의 연명줄 노릇을 했다.

해외에 수출되는 영화의 양과 질에서도 이전 삶과 비교가 안 된다.

초창기에는 JHO Company 계열의 세계 배급망에 신세를 많이 졌지만, 이제는 WaW 스스로 전 세계에 배급할 역량을 구축해 놓았다.

일본영화는 창의성이 부족하고, 중국에는 표현의 자유가 없고, 대만과 홍콩영화는 과거에 머물러 있다.

지금의 여세를 잃지만 않는다면 WaW 엔터테인먼트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 스튜디오로 명성을 이어갈 수 있다.

문제는 중국의 도전인데.

만달그룹이 미국의 두 번째 멀티플렉스 AMT를 인수함으로써 전 세계 15개 국가에 약 1,000개의 극장, 1만개를 상회하는 스크린을 보유하게 돼 극장 체인의 규모화를 실현했다.

올해는 미국의 카마이크(Carmike)를 11억 달러에 인수하면서 북미 지역 최대 극장 체인으로 올라섰고, 유럽 최대 극장체인에 대한 M&A를 시도하고 있다.

만달그룹은 중국 박스오피스 매출이 대략 76억 위안이다.

시장점유율은 16.7%로 중국 최대 극장 체인 업체 위치를 고수하고 있다.

만달그룹은 2016년에만 전 세계적으로 677개 극장, 6788개 스크린을 증설하게 된다.

그중 중국 내 신규 증설된 극장 및 스크린 수는 각각 154개, 1391개에 달한다.

전 세계 1위 극장 체인 업체를 위한 욕심을 더욱 불태우고 있는데.

이전 삶과 달리 그들의 목표는 쉽게 이루어질 수 없을 것 같았다.

세계 영화시장 점유율 20%를 상회하는 G.O.M Cinema International이라는 명실공히 글로벌 최대 극장업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2015년부터 할리우드 영화에 중국 영화업체가 투자에 참여하면서 미중합작 프로젝트가 본격화됐다.

<아이언맨> 이후로 트라이-스텔라는 더는 중국 합작을 하지 않기로 했지만, 톰 메이포더가 <미션임파서블5>에서 Aliba그룹의 투자를 받았다.

또 중국 영화사들은 영화제작 투자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미국 대형 영화사들의 블록버스터 영화 배급에 참여하고 있다.

<그레이트 월>, <빌리 린의 기나긴 하프타임 산택> 같은 영화들이다.

중국의 Wang Bros는 미국의 STX엔터테인먼트와 공동으로 최소 18편에 달하는 영화 제작·배급에 협력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Wang Bros는 중화권 국가에서 배급 에이전시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됐고, 투자 규모에 근거해 합작영화의 수익 및 영화 판권을 공유할 수 있게 됐다.

남의 지식재산권을 자국에서 보호를 하지 않으면서 돈이 되는 외국의 콘텐츠 IP 확보에 혈안이 되어 있는 중국 기업들이다.

도둑놈 심보가 따로 없지만.

서방의 업체들은 앓으니 죽을 판이다.

만달그룹은 영화와 음악계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미국 TV 프로그램 제작사에까지 손을 뻗쳐 IP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얼마 전만 해도 중국의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은 할리우드 IP에 크게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그러나 <워크래프트> 게임이 중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해당 IP를 기반으로 제작된 영화가 수입영화 중 흥행순위 2위를 기록하는 것을 보며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스타크래프트> 실사화 <Brood War> 역시 중국 내 흥행에서 순항중이다.

IP 경쟁력에 주목한 중국 대기업들이 할리우드 영화 제작에 적극적이고, 중화권 배급권을 가져와서 크게 재미를 보고 있다.

중국 입장에서는 해외로 뻗어나가며 재미를 보고 있지만.

WaW 엔터테인먼트는 골치 아픈 상황에 놓였다.

GH 오락집단유한공사와 합작하고 있는 한국식무협 콘텐츠의 언어문제로 중국의 검열당국과 꽤나 심각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동명의 인기 만화 <검신검귀>의 실사화를 관람한 중국 관객들이 깜짝 놀랐다.

영화 상영 내내 주인공들과 모든 홍콩과 대만 출신의 배우들이 유에위(粤语)로 다이얼로그를 했기 때문이다.

유에(粤)는 광둥(广东)의 약칭으로 유에위는 광둥 사투리를 이른다.


“중국 영화에서 배우가 사투리를 사용하는 경우는 배역과 상황에 맞춰서 제한적으로 사용해야만 돼.”


프로젝트를 지휘하고 있는 박은상 감독의 설명이었다.


“<검신검귀>처럼 모든 홍콩 배우의 광둥어 대사를 그대로 내보낸 일이 없었거든.”


중국은 ‘다민족, 다문화’ 국가이면서 국토면적이 지나치게 넓다.

적지 않은 민족이 한족과 전혀 다른 문자와 언어를 사용한다.

심지어 한족 사이에서도 수십 갈래의 방언이 존재한다.

말이 사투리지 실제로는 아예 외국어나 다름없다.

실제로 중국 동북지방 사람이 서남지방이나 동남지방에 가서 자기 고장 방언을 쓰면 서로 간에 소통이 되질 않는다.

그렇기에 1955년에 베이징과 허베이 일대에서 쓰는 말을 기준으로 표준어인 보통화(普通话)를 제정했다.

이후로 보통화 보급을 강력하게 시행해 오고 있는데, 공무원 응시시험에서 보통화 자격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는 이는 응시자격을 박탈할 정도다.


“문제는 말이야. 정부 지침은 강력한데 관련 법규는 아예 없었다는 거야. 거기다가 홍콩과 마카오가 잇달아 반환되면서 광둥어를 쓰는 두 지역까지 보통화를 보급해야 할 법적인 토대가 필요해졌고, 15년 전 즈음에야 부랴부랴 ‘국가통용어언문자법’이란 게 제정되었지. 그 법률에 따라서 중국 내에서 방영되는 모든 중국 영화는 보통화를 사용토록 했어. TV와 라디오 방송도 마찬가지고. 1980년대부터 아시아권에서 유행의 첨단이라 여겨졌던 홍콩의 광둥어 노래가 방송에서 사라진 거야.”

“홍콩영화는 계속 광둥어로 만들어지지 않았던가요?”

“아니야. 중국공산당은 영화를 철저히 프로파간다의 도구로 이용해 왔어. 배우는 반드시 보통화로 대사를 해야 했지. 외국영화는 물론이고 홍콩과 대만 영화도 마찬가지야.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전문 성우가 보통화로 더빙해서 상영했어.”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할리우드 영화든 한국영화든 거의 모든 영화를 중국어로 들어야 했다.

그러다가 외국영화 수입 쿼터가 한 해 20편에서 34편으로 늘어나면서 외국어를 그대로 내보내고, 한자 자막을 내보내는 외국 영화가 조금씩 생겨나게 됐다.


“대략 2008년부터 완전히 대세가 됐지. 지금은 외국영화는 원어로 듣고 한자 자막으로 보는 관람 방식이 정착됐어. 문제는 홍콩과 대만 영화야.”

“자국영화로 간주하기 때문에?”

“맞네. 그 두 나라 배우들도 반드시 보통화로 다이얼로그를 해야 하지. 만약 구사하지 못할 경우에는 보통화 성우가 더빙해서 상영하고.”


그 때문에 중국 배우들의 대사처리나 거기서 파생되는 표정연기가 형편이 없다.

지방 출신의 외모만 반듯한 배우가 스타가 되어도 전문 성우가 보통화로 더빙을 해주기 때문에 연기가 늘지 않는다.

중국 배우들의 형편없는 연기력이야 꼭 그 문제만은 아니겠지만.

중국 영화계는 문제의식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모양이다.


“<검신검귀>에서 그런 원칙이 깨지면서 문제가 되었다는 거예요?”

“모든 DCP를 광둥어 판본으로 하진 않았지. 주로 홍콩을 중심으로 남부지방에서 광둥어 상영본을 틀었던 모양이야.


이는 중국 정부의 보통화 통일정책에 역행하는 행위다.

중국 정부는 수년 전부터 홍콩에서도 강제적으로 보통화를 보급하고 있다.

그로 인해 현지 주민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WaW와 GH는 중국영화가 아니라 홍콩영화로 상정하고 네오마샬아츠필름을 제작하고 있다.

한홍합작이기에 당연히 기본 언어는 광둥어일 수밖에 없다.

해외판은 영어 더빙 판본을 내보내고 있고.


“혹시 상영이 취소되거나 불이익을 받았어요?”

“중국 본토 SNS와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뜨거운 논쟁이 일어났지만, 다행히 중국 관영매체에서 관련 문제를 짚진 않았어.”


관영문제가 모른척한다는 것은 공산당 역시 딱히 문제를 삼지 않는다는 의미다.


“중화권 관객 반응은 어떤데요?”

“호불호가 갈리나 봐. 홍콩이나 대만 관객들은 <검신검귀>에 출연한 홍콩 출신 배우들의 목소리를 잘 알고 있잖아. 그래서 오랜만에 배우 목소리를 듣게 되어서 좋았다는 반응이 있고, 보통화에 익숙한 이들은 몰입하기 쉽지 않았다고도 하고.”

“한국 신무협 소설을 원작으로 해서 중국 본토에는 통하지 않을 줄 알았더니. 그래도 중국에서 상영이 되긴 하는가 보네요?”

“와이어 타고 날아다니기만 하고 장풍 쏘는 무협판타지에 질린 이들이 많으니까. 무협안무가 예전 홍콩무협황금기 시절의 향수를 자극하는 면도 있고. 그래서 젊은층에서는 현실적인 이야기에 공감하고 나이가 좀 있는 관객들은 예전 추억을 떠올리게 되지.”

“한국에서 반응은요?”

“극장 수입으로 이어지진 않지만, 일단 반응 자체는 나쁘지 않아. 저우륜파, 류더화 같은 왕년의 스타들을 중국산 보다 훨씬 세련된 콘텐츠로 만나볼 수 있게 되었으니까.”


<사신>부터 최근의 <검신검귀>까지 무협영화와 TV시리즈에는 ‘홍콩의 자치’ 같은 정치적 메시지들도 교묘하게 숨겨져 있다.

GH오락집단유한공사에서는 절대 아니라고 딱 잡아떼고 있지만.

홍콩매체에서는 어떻게든 그 같은 메시지를 엮으려 애쓰고 있다.


“중국 검열당국으로부터 태클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프로덕션을 한국으로 옮기도록 하세요.”

“배급은 어떻게 하려고?”

“대만을 비롯해서 싱가포르 같은 화교권에 풀면 됩니다. OTT에 지역맞춤형 콘텐츠로 넘겨줘도 되고.”

“어차피 중국 무협에서 점차 한국의 사극으로 옮겨가기로 했으니까. 문제가 생기면 신무협 장르는 축소하지 뭐.”


김재욱은 이 프로젝트에 임진왜란에서 활약했던 한 장수의 무용담을 슬쩍 끼워 넣었다.

바로 웅치, 이치 전투, 수원전투, 죽산·상주 전투, 2차 진주성에서 활약한 황진에 관한 영화다.

바다의 이순신과 육지의 권율에만 집중되어서 그렇지, 임진왜란에서 활약한 장수와 의병은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대표적인 인물이 이순신과 함께 충무공 시호를 받은 김시민 같은 인물이다.

황진 같은 경우는 1차 진주대첩의 김시민과 함께 임진왜란 초중반의 전쟁 판세를 좌우했던 무장 중에 한 명이었다.

안타깝게도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고 있다.

원균 같은 천하의 졸장도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세금을 써가면서 기리면서.


“아참. 자네 한국에 와서 영화 찍기로 했다면서?”


작가의말

1000화를 채울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만, 어찌 되었든 이번 달 안에 소설이 마무리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지막까지 성실히 연재를 이어가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9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Mr. 할리우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출작품 & 소유 기업 정리(2011년 기준) +4 24.06.20 677 0 -
공지 소유 기업 & 연출작품 정리(2000년 기준) +8 23.02.16 3,820 0 -
공지 인사말 & 연재시간 +35 21.12.21 65,587 0 -
962 나를 따라할 생각은 하지 마세요. +8 24.09.14 776 63 23쪽
961 회귀해서 가장 잘 한 일! +11 24.09.13 879 71 25쪽
960 돌연변이. +4 24.09.12 886 72 26쪽
959 아리울... 가온그룹의 영지! +5 24.09.11 915 64 26쪽
958 좋은 기업이란. (3) +4 24.09.10 927 54 25쪽
957 좋은 기업이란. (2) +4 24.09.09 958 62 25쪽
956 좋은 기업이란. (1) +3 24.09.07 1,007 65 24쪽
» 요즘, 유독 외롭다는 생각이 든다. +9 24.09.06 1,032 73 26쪽
954 Mr. Hollywood! +20 24.09.05 1,044 85 27쪽
953 En Taro Kubrick! +9 24.09.04 1,025 74 24쪽
952 박수칠 때 떠난다! (2) +8 24.09.03 1,027 75 26쪽
951 박수칠 때 떠난다! (1) +9 24.09.02 1,056 66 26쪽
950 Tri-Stellar의 경쟁자는 또 다른 Tri-Stellar다! +9 24.08.31 1,072 69 23쪽
949 믿어 좀! 의심하지 말고. (3) +10 24.08.30 1,067 70 27쪽
948 믿어 좀! 의심하지 말고. (2) +8 24.08.29 1,048 72 26쪽
947 믿어 좀! 의심하지 말고. (1) +3 24.08.28 1,080 72 21쪽
946 Brood War. (8) +3 24.08.27 1,024 62 24쪽
945 Brood War. (7) +7 24.08.26 1,018 64 27쪽
944 Brood War. (6) +5 24.08.24 1,048 67 25쪽
943 Brood War. (5) +4 24.08.23 1,076 64 23쪽
942 Brood War. (4) +6 24.08.22 1,047 65 24쪽
941 Brood War. (3) +2 24.08.21 1,093 70 24쪽
940 Brood War. (2) +4 24.08.20 1,112 66 27쪽
939 Brood War. (1) +6 24.08.19 1,180 70 26쪽
938 다스리지 않는 것이 최고의 다스림. +2 24.08.17 1,171 73 25쪽
937 본업에 충실하기 위해서.... +3 24.08.16 1,199 79 27쪽
936 자넨... 정말 미스터 할리우드가 맞는 것 같아. +6 24.08.15 1,201 76 2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