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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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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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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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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2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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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쪽

Brood War. (4)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매트릭스> 삼부작은 작가와 감독이 의도하지도 않은 온갖 메타포가 지적인척 하기 좋아하는 대중들에 의해 재창조되고 재생산되었다.

SF장르가 그렇다.

사소한 것도 메타포가 된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은 무엇이든 영화에 넣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소품이든, 설정이든, 다이얼로그든, 화면의 분위기든.... 다양한 방식으로 현실을 풍자할 수가 있다.

때론 의미 없이 가져다 놓은 소품 하나가 확대 해석되는 경우도 있다.

현실 풍자, 권력에 대해 조롱의 방식으로 코미디 장르 못지않게 SF만한 것도 없다.

<스타크래프트> 실사화 역시도 신화적 상상력 말고도 현실의 정치·종교·이데올로기·권력에 대한 풍자가 들어갈 수밖에 없다.

류지호가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간에.


“.....!”


다시 돌아왔다.

언젠가부터 사라졌던 루틴이.

영화 작업을 하는데 도움도 안 되는 오만가지 상념에서 허우적거리다 보면 긴장도 사라지고 평상시처럼 할 수 있게 해주는 과정.

오로지 영화를 찍기 직전에만 발동하던 루틴이다.

직전 두 편에서는 그런 오묘한 과정이 없었다.

그런데 사라졌던 루틴이 돌아왔다.


‘이걸 좋아해야 하나.....?’


오래된 습관이 다시 생겨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없어도 되는 과정이 재발해서 안타깝다고 해야 할지.

알게 모르게 타성에 젖어 있다가 이번에 빠져나온 것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 <스타크래프> 실사화에 대한 부담감이 상당하다는 의미 같기도 하고.

최대 3억 달러의 순제작비.

8억 달러 안팎의 손익분기점.

대중들의 기대와 관심.

핑계거리 없는 정면 승부.

겉으로 담대한 척 해도, 남몰래 류지호 나름 부담감이 상당했다.

상업영화 최초의 Eye-MAX 3D 영화 <REMO : Or Maybe Dead!>를 촬영할 때만 해도 의욕이 넘쳤었다.

3D와 관련해 집중적인 투자와 사전준비를 했어야 했다.

영화 완성도가 다소 부족해도 ‘첫 시도‘라는 빠져나갈 구멍이 있었다.

이제 그런 핑계는 어림도 없다.

<아바타>와 <트랜스포머> 시리즈를 비롯해서 애니메이션까지 매해 3D영화가 제작되고 있다.

수십 편의 할리우드 영화가 3D 컨버팅 되고 있고.

관련 기술도 당시에 비해 엄청난 발전이 있었다.


[쫄리면 뒈지시던가....!]


그렇다고 영화 <타짜>의 도박꾼들처럼 류지호가 모든 것을 영화 한 편에 걸 이유는 없다.

다만 빠져나갈 구멍도 도망칠 구석도 없다는 사실.

류지호의 커리어는 평단과 대중 모두의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려놓았다.

적당히 잘 만들어서는 좋은 평가를 받기 힘들다.

차라리 망했다는 평가를 받을 터.

흥행에 성공해야 그런대로 이름값을 했다는 평가일 것이며.

지금까지 나온 3D 영화들을 뛰어넘는 걸작을 내놔야 겨우 박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 ✻ ✻


최근에 찍은 두 작품에서 류지호는 비교적 여유로운 프리프로덕션을 진행했었다.

둘 다 쉬운 영화가 아니었음에도.

<스타크래프트> 실사화 프로젝트에서는 그럴 수가 없었다.

짐 레이너가 의적놀이를 하며 약탈과 강도행각을 일삼을 때 얻게 된 리볼버의 기본 모델까지 직접 결정할 정도로 세심하게 살폈다.

처음으로 3D영화 작업을 했던 <REMO : Or Maybe Dead!>에서는 줄콘티만 했다.

그걸 토대로 스테레오그래퍼들과 뎁스 스크립트(Depth Script Design)를 함께 작성했다.

이번에도 과정은 비슷했지만, 결과물이 달랐다.

일명 ‘Jaygram’이라 불리는 류지호만의 꼼꼼한 스토리보드를 토대로 프리비주얼(사전시각화)을 만들었다.

3D 효과를 무시하고, 스토리와 캐릭터 중심의 영화를 설계한 것이다.

완성된 프리비주얼을 놓고 스테레오그래퍼와 뎁스 스크립트를 만들었다.

이전의 3D영화들이 철저하게 입체감을 기준으로 스크립트를 해석해 스토리텔링을 적용했다면, <스타크래프트> 실사화 영화는 서사 중심으로 입체감을 설계하는 과정을 밟았다.

서사를 우선순위에 놓고 관객이 가장 강력하게 입체감에 이입할 수 있는 영역과 반대로 입체감을 평이하게 적용할 영역을 구분했다.

입체감을 강조하는 영화가 아니라, 최상의 서사를 전달해 줄 수 있는 수단으로서의 입체감을 고안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모았다.

3D 영화는 일반적으로 스태레오그래퍼가 디자인한 뎁스 스크립트가 나온 후 그것을 토대로 콘티를 하는 편이다.

따라서 관객을 감탄시킬 입체감 그 자체를 위해 콘티가 설계될 수밖에 없다.

이제는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

10년 사이에 관련 기술이 상당히 발전했기 때문이다.

그 사이에 다양한 3D영화가 나오면서 러닝타임 내내 3D가 풍부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기술적으로 입체감을 강조하지 않아도 기존의 조명기술과 다층 레이어 구도를 통해 충분히 아름답고 인상적인 장면을 연출할 수 있다.

감정이 폭발하는 장면이나 매우 극적인 장면은 때로 과도한 입체감이 극적 몰입을 방해할 수도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영상의 구도, 인물의 배치 등 모든 것이 3D를 가장 효율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방식으로 연출되어서는 도리어 빈약한 스토리, 평이한 플롯으로 인해 관객에게 실감나는 체험 대신 지루함만 선사한다는 사례도 확인되었다.

3D영화 촬영의 기본 개념은 간단하다.

영점이라고 하는 주피사체를 결정하면, 그것을 중심으로 돌출영역과 후퇴영역을 나누는 것이다.

원칙은 관객이 가상의 세계를 실제 공간처럼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고.

즉 입체적인 구성 속에서 관객이 가상의 공간에 자신이 같이 존재하며 3인칭의 시점에서 같은 공간에서 호흡하며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류지호는 이미 Eye-MAX 포맷을 통해 3D 기술이 없이도 유사한 체험을 관객에게 경험시켜준 바 있다.

기술은 스토리텔링을 뛰어넘을 수 없는 법.

3D효과를 일정 부분 포기하는 일이 있더라도 관객에게 감정적 울림을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류지호가 처음으로 도입한 것이 ‘뎁스 스코어’(depth score) 방식의 3D 설계다.

이전 삶에서 LOG와 Pixart의 3D 컨버팅 룰이었다.

영화음악에서 감정적 부분을 울림 있게 표현하기 위해 크고 낮은 음악을 사용하는 것과 유사한 기법이다.

가령 영화의 스토리상에서 아주 낮은 감정적 파고가 있는 부분은 레벨1로, 감정이 극도로 고양된 부분이나 클라이맥스는 레벨10으로 설정해서 장면마다 그 깊이를 표시해서 입체감의 콘티를 작성하는 방식이다.

돌출 효과보다는 깊이를 부각하는 방법론이다.

공간감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라고 할까.

눈의 피로감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어서 관객이 좀 더 영화에 잘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전 삶에서 LOG Animation과 Pixart Studios가 뎁스 스코어 방식으로 나름 효과를 톡톡히 봤다.

<트랜스포머> 시리즈가 세계적인 흥행을 거두면서도 스토리나 플롯에서 비판을 받는 것은 3D에 대한 강박 때문이다.

벤자민 베이 감독 자체가 비주얼에 집착하는 면이 강했고.

영화에서 모든 장면을 화려하고 스펙터클하게 구성하진 않는다.

제작비와 여러 요인들로 인해서 그럴 수도 없고.

눈요깃거리만 나열한 것은 그저 동영상일 뿐.

그런 걸 영화라고 하지 않는다.

또한 영화는 클로즈업의 예술이라고 한다.

배우의 얼굴 혹은 그의 눈동자 클로즈업만으로 관객을 감동시키거나 울릴 수가 있기 때문이다.


짝짝짝!


Playa Vista의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 A 시사실에서 박수가 쏟아졌다.

<스타크래프트>의 주요 배역을 맡은 배우들이 친 박수였다.

프로덕션을 앞두고 주요 배우들이 모두 합류했다.

류지호는 그들을 초청해 3D로 제작된 프리비주얼을 보여주었다.

사라 캐리건을 연기할 마리아 윈스테드가 3D안경을 한쪽으로 치워놓고 류지호에게 물었다.


“혹시 오늘 본 것을 내가 촬영하기 전에도 볼 수 있어요?”

“물론이지.”


류지호의 시원한 승낙에 다른 배우들도 반색했다.


“지금 본 것을 언제든 확인할 수 있게 촬영현장에 세팅해 놓을 거야.”

“촬영현장에서도 안경을 착용하고 봐야 해요?”

“배우들은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될 걸? 자신이 어떤 공간에 있는지만 떠올릴 수 있으면 되니까.”


마리아 윈스테드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비싼 돈을 들여 프리비주얼을 만들고는 헤드스태프들끼리만 공유하는 경우가 많다.

스토리보드도 배우들과 공유하지 않는 감독도 제법 많고.

류지호는 아주 사소한 부분이라도 배우들과 충분히 의견을 나누는 편이다.

배우에게 즉흥연기를 허락하지 않는 성향 상 류지호는 사전에 연기부분까지 설계하고 들어가는 편이다.

알프레드 히치콕은.


“배우는 감독의 도구다.”


라는 말을 했다.

그것은 70년 전에나 통용되는 말이다.

배우의 연기는 더 이상 연출의 포함된 영역이 아니다.

당당하게 서사의 한 축을 구축한 창의력의 영역이다.

영화의 모든 부분들은 감독의 지시와 컨펌에 의해 이루어진다.

배우가 연기를 못한 것이 오로지 배우의 미숙함 때문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

감독의 디렉션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더 높다.

감독은 영화 전체를 꿰뚫고 있다.

아무리 뛰어난 배우라도 순간순간 놓치는 것이 있을 수밖에 없다.

감독은 그것을 지적하고 다시 한 번 배우에게 되새겨 줘야 한다.

명확하게 인물이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

아무리 배우가 사전에 준비를 많이 했다고 해도.

결국에는 카메라 앞에 홀로 덩그러니 남겨지는 존재다.

그 외로운 세계에서 올바른 길로 인도해 줄 수 있는 것은 배우의 내면이 아니다.

감독의 디렉션이다.

그렇기에 배우는 신의 계시(?)를 거부해선 안 된다.

영국에서 프리프로덕션을 진행하며 틈틈이 류지호는 LA로 날아와야 했다.

배우들을 만나 소통을 했다.

까다로운 배우들은 프로덕션 전에 감독과의 미팅 횟수까지 계약서에 넣는 경우도 있다.

감독의 연기 간섭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류지호가 보기에는 같잖았다.

그런 고집이 있는 배우는 절대 캐스팅 물망에도 올리지 않고.


“게임 시네마틱에 나오는 듀갈의 모습과 나는 전혀 닮은 구석이 없는데... 진짜로 괜찮겠나?”


제라드 듀갈역에 캐스팅된 라이언 크랜스턴이 틈만 나면 우려를 드러냈다.

지인들로부터 불길한 말을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게임팬들이 싱크로율을 꽤나 따진다는 것을.


“라이언의 중후한 음색과 뛰어난 발성 그리고 발음은 <스타크래프트> 팬들의 의구심을 단번에 불식시킬 것이라 확신해요.”


류지호는 선과 악이 동시에 보이는 얼굴을 좋아한다.

특히나 아크튜러스 멩스크역에 캐스팅된 제이 클라크는 수더분함과 악함을 능수능란하게 오가는 점이 매력적이다.

류지호의 친구 엘리나 왓츠의 남편인 레오 슈라이버를 상남자 타이커스 핀들레이에 캐스팅했는데, 거구에 강인한 인상, 거친 목소리로 인해 악역 이미지가 강한 편이다.

그런데 배우 커리어가 나름 범상치 않은 배우다.

꾸준히 연극무대에도 오르고 있고 배우로서 기본기도 탄탄하다.

그를 어디에 가져다 놔도 기본 이상을 해낼 수 있다.

류지호가 연출하는 오리지널 삼부작이 흥행에 성공하게 되어 <자유의 날개> 이후 삼부작까지 제작된다면 레오 슈라이버가 할 일이 참으로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 외에도 스테픈 도르프 같은 류지호와 오랜 인연의 배우들도 출연하고, 프로토스 목소리 출연에도 빈센트 싱클레어, 클레프 레저 같은 지인들이 참여하기로 했다.

배우와 헤드스태프 개런티로만 제작비의 2/3가 나갈 예정이다.

그 가치를 할 사람들이기에 아깝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 ❉ ❉


런던과 LA를 오가는 사이에 배우들도 만나고, 뻔질나게 Hues & Rhythm Studios도 드나들었다.

Playa Vista의 Hues & Rhythm 캠퍼스에는 모두 50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닌자터틀> IP를 활용한 OSMU가 한창이라고 하지만, 단순 작업을 모두 해외 협력업체들에 떠넘기고 있는 터라 본사 캠퍼스에서는 핵심 인력들만 일하고 있다.

한국계 직원들도 매해 늘어나서 이 시기에는 80명에 달하고 있다.

<스타크래프트> 실사화에도 많은 한국계 직원들이 참여할 예정이다.

<REMO : Or Maybe Dead!>의 VFX는 숀 김이라는 한국계 아티스트가 총책임자였다.

현재는 퇴사해서 한국의 VFX 업체의 사장으로 가 있다.


“하워드.”


<스타크래프트> 실사화의 VFX 수퍼바이저로 참여하는 하워드 데이비스가 부름에 대답했다.


“예, 디렉터.”

“3D 컨버팅 준비도 모두 마친 거지?”

“예. 원본 무손실 작업공정을 마련해 두었습니다.”


2D에서 3D 전환하는 공정에만 조명, 레이아웃, 효과, 그리고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까지 다양한 분야의 60명이 넘는 3D아티스트들이 동원될 예정이다.

참고로 <REMO : Or Maybe Dead!>의 2D와 3D 작업에 쓰인 전용 툴만 각각 16개, 13개였다.

참여한 VFX 스튜디오는 모두 9개 업체.

새롭게 선보인 각종 기술만도 수십 종이었다.

이후 <아바타>에 이르러서 훨씬 진보된 인하우스 툴과 ‘이모션캡처‘ 발전형 모션캡처도 탄생했다.

게다가 LMI까지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 손자회사가 됐다.


“최근에 업그레이드 한 Hues & Rhythm의 슈퍼컴퓨터에는 3D 관련 각종 신기술의 총집합체가 망라되어 있고, 80년대부터 작업했던 모든 라이브러리가 다 들어 있습니다. 아마 <REMO : Or Maybe Dead!>에서 걸렸던 8개월에 걸친 CG작업과 3D 컨버팅 시간을 상당히 단축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굳이 무리해서 단축할 필요 없어. 만전만 기해주면 돼.”

“3D는 저희가 최고입니다.”


<아바타>, <라이프 오브 파이> 등을 비롯해 아카데미의 특수효과 부문 수상작을 밥 먹듯이 배출하고 있는 Hues & Rhythm Studios다.


“지금까지 해왔던 작업들은 모두 <스타크래프트>를 위한 준비과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류지호 사단에 새롭게 합류한 하워드 데이비스가 자신감을 내비쳤다.

충무로에서 똑같은 말을 들었다면 걸러서 들었겠지만.

할리우드의 A-list에 이름이 올라간 사람들은 자신의 말에 책임을 백퍼센트 진다.

대부분 자신하는 근거가 다 있다.


“믿을 게. 다만 내가 허용한 범위 이상 과도하게 멋만 부리지 말아줘.”


❉ ❉ ❉


7월 중순.

<스타크래프트> 실사화에 사용될 코스튬이 모두 완성되었다.

배우 리딩을 진행하기 전에 주요 배우들이 입게 될 강화복과 유니폼의 최종 피팅을 마쳤다.


“와우~”


사라 캐리건 역할의 마리아 윈스테드가 탄성을 토했다.

의상디자이너 카렌 호리(Karen Hawley)이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Snowcon이나 코믹콘에서 팬들이 매우 디테일한 코스튬을 선보인 적이 있긴 하지만, 칼날부리가 리모트컨트롤로 움직일 수 있는 코스튬은 없었지.”


의상디자이너와 협업을 한 엔지니어팀이 실제로 리모트컨트롤로 칼날여왕 코스튬의 칼날부리가 움직이는 모습을 시연해 보였다.

<스타크래프트> 실사화를 위해 수백 벌의 코스튬이 제작되었다.

그 중에서 가장 압권은 마리아 윈스테드가 입을 예정인 칼날여왕 코스튬이다.

최근에 <퍼시픽 림>과 <엣지 오브 투모로우>를 작업했던 카렌 호리와 그녀의 팀이 가장 많은 공을 들인 작품이다.


“전문가들이 제작하니 퀄리티가 확실히 다르긴 하네....”


칼날부리가 날개처럼 활짝 펼쳐지면 3m가 넘는다.

그리고 칼날부리 하나하나가 독립적으로 움직이고.


“완벽하진 않아요, 디렉터. 날개가 펼쳐질 때 시간이 제법 소요되고, 칼날부리가 까딱거릴 때 부자연스러움이 없지 않아요.”

“상관없어요. 어차피 CG로 덮을 테니까.”


코스튬을 입어본 마리아 윈스테드가 소감을 전했다.


“생각보다 무거워요. 이거 입고 연기하려면... 음.”

“걱정 마, 네가 완전체 코스튬을 입을 일은 거의 없을 테니까.”

“....예?”

“스턴트더블이 주로 입게 될 거야.”


마리아 윈스테드가 직접 코스튬을 입고 연기를 하겠다고 나서도 류지호가 허락하지 않을 터.

배우가 할 일이 있고, 스턴트더블이 대신 할 일이 있는 법이다.

완전체 코스튬은 아니지만, 칼날부리가 없는 전신 코스튬을 입어야 한다.

또한 이모션캡처 장비를 착용하고 연기해야 하고.


“고스트의 스킨슈트는 불편하지 않고?”

“몇 번 수정을 거쳐서 그런지 거슬리는 것은 없어요.”


테란진영의 특수요원 고스트의 무장과 전술을 위해 밀리터리 전문가와 전직 미해병 교관으로부터 꼼꼼한 자문을 받았다.

게임 설정 상에서 비과학적이거나 특수부대 전술적 행동과 맞지 않는 부분도 모두 수정했다.

참고로 사라 캐리건의 고스트요원 넘버는 24601이다.

<레 미제라블>의 장 발장의 첫 번째 죄수번호와 똑같다.

그 번호가 암시하는 것은 ‘선인의 타락과 악인의 갱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녀의 운명에 대한 메타포다.

오리지널의 오염된 캐리건의 모습은 흡사 그리스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괴물 메두사를 연상시킨다.

사라 캐리건의 이야기는 명백히 메두사의 전승에서 기인하고 있으며 일부는 이집트 신화에서 유래한 피닉스 전설도 차용했다.

또한 테란진영 해병 전용 강화복 역시도 현실적인 디자인으로 바꿨다.

<워해머> 세계관의 둥글둥글하고 뚱뚱하면서 떡대를 자랑하는 디자인이 아니라, <아이언맨>의 마크 시리즈에서 외피를 좀 더 두텁게 강화한 모양새로 바뀌었다.

화염방사병의 중장갑 모델은 <아이언맨>의 헐크 버스터 방식으로 고스트요원의 스킨슈트 같은 강화복을 입은 상태에서 탑승형태로 디자인 되었다.

일반 마린들은 날렵한 기동이 가능하지만, 화염방사병은 둔중한 느낌을 주기로 했다.

따라서 전위 돌격형 장갑체 골리아스와 시즈탱크까지 조합된 테란진영 간 지상병력의 전투장면은 우주전쟁 영화가 아니라 마치 세계 3차 대전의 지상전 시뮬레이션처럼 보이도록 콘티를 짰다.

그를 위해 미군의 전략전술가들이 도움이 주었다.

공선전차가 시즈모드로 변형될 때 천둥(Thunder)이란 흐릿한 한글과 k-9이 언뜻 드러나거나, 전차 내부가 묘사될 때 ‘DANGER‘ 대신 ‘위험‘ 혹은 ’취급주의‘ 같은 한글을 은근슬쩍 넣어두기도 했고, 테란진영이 사용하는 포탄에는 ‘Made in corea' 마크까지 새겨놓았다.

화면에 그 같은 이스터에그들이 선명하게 잡힐지 알 순 없다.

그럼에도 한국 관객을 위한 나름의 ‘국뽕’ 코드를 은밀하게 심어놓긴 했다.

한때 <스타크래프트> 게임이 한국에서 민속놀이라고 불릴 정도로 인기가 있었으니까.

그에 대한 ‘Respect'이라고 할 수 있다.


“정말 사전 녹음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야?”


제라툴의 목소리와 모션캡처 연기를 하기로 한 빈센트 싱클레어가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알다시피 프로토스 종족은 입과 귀가 없잖아. 텔레파시로 소통한다는 설정이기 때문에 영화가 완성된 후에 ADR을 해도 돼. 모션캡처 연기할 때 다이얼로그를 동시녹음해도 되고.”

“궁금해서 그런데, 프로토스는 음식은 어떻게 먹어?”

“개발팀 말로는 프로토스는 젤 나가에 의해 완전체가 되었대. 그래서 아주 소량의 수분이나 빛을 피부로 흡수하면 몇 년을 살아갈 수 있다더라고.”

“그게 말이 돼?”

“안 될 건 없지.”

“그래서 파충류 비슷하게 생긴 건가?”

“두 번째 시리즈부터 디자인이 많이 바뀌었지.”

“내가 따로 마샬아츠를 해야 하는 건 아니고?”

“모션캡처 전문가가 대신 할 거니까.”


프로토스의 무술 안무를 위해서 Vic&Jay를 중심으로 한국·홍콩·일본의 무술감독들에게 아이디어를 구했다.

<스타워즈>의 제다이 광선검 안무(왜색 짙은)와는 다른 액션 시퀀스가 만들어질 예정이다.

비상식적인 신체능력과 초능력을 활용하기 때문에 인간이 구현하지 못하는 어떤 몸동작도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프로토스 종족 대부분은 풀 CG로 창조되기 때문에 게임 캐릭터처럼 자유롭게 안무를 짤 수가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암튼 할리우드에서는 다이얼로그를 녹음해 두고 그 후에 애니메이션을 제작한다.

애니메이션 입모양에 맞춰 녹음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사전에 녹음된 것에 맞춰 애니메이션을 맞춘다.

그렇게 하기에 캐릭터 표정이 생생하게 표현될 수가 있다.


“나도 영국으로 가야 돼?”

“와서 받은 만큼 일해야지.”


모든 포스트프로덕션을 영국의 파인우드 스튜디오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목소리와 모션캡처를 해야 하는 배우들도 영국으로 와야 했다.

그 때문에 출연료가 조금 더 책정되었고.

빈센트 싱클레어와 클리프 레저는 목소리 출연과 모션캡처 연기에 각각 1,800만, 1,400만 달러에 계약했다.

아무리 봐도 할리우드 몸값 인플레이션이 너무 하다 싶다.

자성에 목소리가 없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스튜디오들은 A-List 배우들에 대한 출연료를 올리는 것에 주저하지 않고 있다.

사실 몸값에 대해 류지호가 투덜댈 일은 아니다.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는 <스타크래프트> 실사화의 연출료로 2,500만 달러 계약을 제시했다.

어지간한 특급배우 못지않은 몸값이다.

거기에 총수익에서 무려 18%를 배분 받는 옵션을 걸었다.

할리우드 감독 개런티 역사를 새로 쓰는 계약조건이다.

헌데, 류지호가 고사했다.

계약금을 1,000만 달러로 낮추고 수익분배에서 25% 분배조건, DVD와 블루레이 분배까지 조건으로 걸었다.

각색과 프로듀서 계약은 별개다.

각본·감독·프로듀서, 촬영, 미술, 음악 감독과 주인공급 출연진의 인건비만으로 1.5억 달러를 가볍게 넘기는 영화가 <스타크래프트>다.

때문에 프로듀서 앨런 포스터는 세금혜택, PPL 등 제작비를 충당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강구했다.

특히 PPL에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


‘킥킥... 나 때문에 앨런이 양아치 짓을 못했지.’


앨런 포스터는 촬영스튜디오, CG업체, 녹음실 등에서 가장 저렴한 금액을 제시하는 업체와 계약을 했어야 했다.

할리우드에서 블록버스터는 일반 영화도 가격 후려치기가 더 심한 편이니까.

그런데 류지호의 영화는 선택지가 없다.

자신만의 크루와 JHO Company 계열의 전용 시스템이 있기에.

심지어 주연급 배우들과 헤드 스태프가 묵을 숙소도 기본이 호화판이다.

런던에서 프로덕션 기간 동안 미국에서 출장 가는 배우들은 5성급 호텔 스위트를 배정받게 된다.

남녀 주인공은 펜트하우스급에서 묵게 된다.

톱스타에게 최고 대우를 해줘야 하는 것이 맞지만.

5성급 호텔이라도 해도 저렴한 객실은 얼마든지 있다.

그럼에도 주요 배우 모두 스위트에서 묵게 하는 것은 지나친 면이 없지 않았다.

예산을 다루는 프로듀서 입장에서는.


“받은 만큼 가치를 보인다는 말이 있잖아. 최고에게 최고 대우를 해주고 그 만큼 부려먹으면 되지.”


앨런 포스터 입장에서는 속 편한 소리다.

어쩌랴.

자신에게 월급 주는 인간이 그렇다고 하는데.


작가의말

즐겁고 행복한 하루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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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6 자넨... 정말 미스터 할리우드가 맞는 것 같아. +6 24.08.15 1,179 76 23쪽
935 모두에게 해피엔딩이었으면 좋겠습니다. (2) +5 24.08.14 1,160 72 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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