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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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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최근연재일 :
2024.09.1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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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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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쪽

믿어 좀! 의심하지 말고. (2)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미스터 할리우드가 소유하고 있는 가온그룹에서 사업 통합과 개편작업이 한창이다. 그런데 의도가 심상치 않다. 가온그룹 사정에 정통한 이들은 “IPO를 위한 경영통합과 개편이라고 본다”라고 귀띔했다. 미스터 할리우드를 잘 아는 이들은 한목소리로 “가온이 상장을 하게 된다면 한국증시보다는 뉴욕증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으면서 ”미국증시는 한국 증시와 달리 차등의결권 제도라는 것이 존재한다. 기업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지만 지배권만큼은 공고히 하고 있는 류 의장의 성향상 대주주나 최고경영자가 누릴 수 있는 제도적 이점이 상대적으로 많은 미국 시장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 The Economist.


오너 비서실 감사팀이 JHO와 가온그룹 감사에 착수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실상은 관료주의 및 차별과 관련한 사내문화를 점검하는 차원이었다.

그것이 고위 임원에 대한 감찰로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한편 문지열 부회장이 드디어 ‘대우’ 딱지를 뗐다.

기존 그룹사장단회의 외에 따로 구성된 부회장급 8인이 참여하는 최고사장단회의 대표로 선임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문지열 부회장의 첫 행보가 의미심장했는데, 중구난방으로 흩어져 있던 사업 부문을 통합·개편하는 것이었다.

그와 관련해 각종 억측이 난무했다.

재계 안팎에서 여러 루머가 돌고 있는 사이.

가온그룹 본사에서는 회장 주재 최고사장단회의가 자주 열렸다.

그 또한 여러 해석을 불러왔다.

실상은 오너가 이사회의장에서 물러날 것이란 사실을 공유하고 이후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회동이 잦은 것이었다.

소유와 경영이 완전히 분리될 것에 맞춰서 그룹 내 쇄신 작업에 착수했다.

그 과정에서 일부 기업만 따로 떼어내서 증권시장에 재상장하는 방안이 논의되었다.

대유가온건설과 금융부문이 주로 물망에 올랐다.

그 내용의 일부가 외부에 유출됐다.

와전이 되면서 뉴욕증시 상장 찌라시가 돌기도 했다.

전략기획실 차원에서 시장의 반응을 떠보기 위한 다분히 의도적인 유출이었다.

예상했던 대로 반응이 뜨거웠다.

최고 수뇌부 입장에서는 언제든 기업공개를 할 수 있도록 준비는 해둘 필요가 있었다.

정작 오너의 비상장 유지 의지는 확고했지만.

한 번 손을 대기 시작하자 그룹 개편의 규모가 생각보다 컸다.

그 때문에 2015년 상반기 한국의 재계가 크게 출렁거리기도 했다.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미디어 및 홈 엔터테인먼트 부문을 영화 사업부문으로 통합·개편했다.

그를 통해 영화와 케이블 채널, 음악, 공연, 온라인 콘텐츠 사업, OTT, 게임 사업을 아우르는 종합미디어 회사가 중간지주 형태로 개편되었다.

백화점, 홈쇼핑&인터넷 쇼핑, 물류 사업을 묶는가 하면, 호텔&리조트 사업부문을 독립시켜 중간지주 체제로 개편했다.

가온전자를 중심으로 반도체, 디스플레이, RED 등 사업을 통합·개편해서 또 하나의 제조업사업부문 중간지주 체제를 만들었다.

한울섬유와 국제상사를 PISA Korea에 완전히 종속시켰다.

류지호가 개인적으로 매입한 영진제약을 가온그룹에 매각함으로써 바이오 사업부문이 새롭게 신설되었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서 국내외 제약사 M&A를 계획 중이다.

종합상사와 금융부문이 너무 커져서 고민이 깊었다.

대대적인 개편이 불가피했다.

특히 금융사업부문이 문제다.

정부로부터 금융지주로 전환하라는 강력한 압박을 받고 있다.

정의국 대통령 시절부터 추진해 온 한국형투자은행 모델을 GD금융투자가 실현시켜주길 바라기 때문이라는데.


‘누구 좋으라고....’


준비 중이란 말로 어물쩍 넘기며 시간을 끌고 있다.

가온그룹은 영화와 미디어 부문에서는 국내에서 독보적이다.

독과점 시비를 불러올 정도로.

그럼에도 리스크를 분산하고 통합 브랜드를 통한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 통합이 불가피했다.

수직계열화된 다양한 사업영역을 통해 OSMU의 사업기회를 확대할 필요도 있었고.


- 한국영화는 WaW에서 시작해서 WaW로 끝난다!


영화 분야에서 WaW의 파워는 막강하다.

트라이-스텔라로부터 흥행영화를 독점공급 받지 못하게 됐지만, WaW는 한국영화 박스오피스 톱10 안에 5편을 꾸준히 랭크 시키고 있다.

2010년대 들어서면서 연평균 67편을 배급하고 있다.

그 중 한국영화가 30편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전체 한국영화 매출에서 평균 42%를 차지하고 있는 절대 강자다.

방송분야 역시도 16개 케이블 채널은 물론 국내 1위 점유율의 MSO로 성장했다.

대략 1조 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영화·방송뿐만 아니라 뮤지컬과 같은 공연 분야에서도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해외 아티스트의 한국 콘서트(카드사 제휴), 유명 해외 뮤지컬 & 연극 공동 제작, 국산 오리지널 공연과 뮤지컬 발굴 등 한 해 30~40편 가량을 무대에 올리고 있다.

이는 전체 뮤지컬과 공연 시장의 35% 정도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사실상 BS그룹과 함께 국내 대형공연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건설과 금융을 분리해서 상장할 것이 아니라, 영화와 미디어에 극장사업을 묶어서 미국증시에 상장하면 어떻습니까?”

“아직은 아시아를 완전히 커버하는 미디어그룹이라고 하기 어렵잖습니까? 좀 더 내실을 쌓아야 한다고 봅니다.”


극장사업 부문만 떼어내서 뉴욕증시에 상장해도 꽤나 큰 규모의 IPO 기록을 세울 것이라 자신했다.

그럼에도 오너의 의지가 비상장 유지에 있기에 매번 검토에만 머물고 있다.


“아무 중간지주회사나 분리해서 한국증시에 상장하면 무조건 역대 최대 규모 기록을 쓰겠죠.”

“굳이 외부투자를 받는 것으로 경영기조가 흔들릴 이유는 없습니다.”


한국의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역대 최대 규모는 생명보험업계 1위사인 오성생명이었다.

2010년에 상장하며 공모 규모 4조9천억 원을 기록했다.

당시에 전체 주식 수의 22%만 공모했다.

이 시기의 오성생명 주가는 10만~11만 사이를 오가고 있다.

코스피 시가총액 순위에서도 10위권이고.

가온그룹 수뇌부 말대로 대유가온건설 하나만 뚝 떼어내서 재상장한다면, 오성생명이 세운 기록을 가볍게 뛰어넘을 수 있다.

새만금개발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고, 해외 수주물량도 10년 치가 쌓여 있으며, 스페인의 대형 건설사까지 인수하면서 중남미 시장에도 진입했다.

스톡옵션을 가지고 있는 몇몇 최고경영진은 기업공개가 되는 순간부터 천억 대 자산가 반열에 오를 수도 있다.

보통 한국에서 그룹 개편을 한다고 하면 주로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것이다.

비록 가온그룹은 지배구조나 중복사업 정리 및 매각 같은 사업 재편과는 무관한 내부적 혁신과정이었지만, 다른 재벌그룹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됐다.

가온그룹이 쏘아올린 그룹 개편 신호탄을 계기로 재벌의 경영권 상속이 본격적으로 대두되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상속세 논쟁도 뜨겁게 불타올랐다.

한국의 오너일가 입장에서 상속 시기에 주가가 높게 유지되는 것은 무조건 불리하다.

주가가 높으면 상속세를 더 많이 내야할 수도 있을 테니까.

때문에 경영권 승계작업이 이루어지는 기간에는 주가를 부양하지 않으려는 경향성을 띨 수밖에 없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 중에 하나가 되는 것이다.

또한 기업 경영권 승계를 위해 불법과 편법도 난무하게 된다.

류지호처럼 한국의 우량기업 주식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들은 재벌 경영권 승계과정 속에서 큰 손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국장’에 투자한 국내 개미투자들이 직격탄을 맞는 것은 기본이고.

무려 10년째다.

재벌의 상속세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것이.

사실 한국에서 상속세 절감 분야에서 혁신은 10년 주기로 일어났다.

주식과 채권밖에 모르던 90년대에 오성그룹은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같은 신종 증권을 활용해 상속의 기반을 닦았다.

2000년대 들어와서는 경일자동차그룹이 신종 수법을 들고 나왔다.

일감을 몰아줘 상속세를 절감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처음으로 활용했다.

경영권을 승계할 자식이 최대주주가 되는 회사를 설립한 뒤에 일감을 몰아주며 회사를 운영한 후에 지분교환 수단으로 활용하거나 기업공개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얻어 그것으로 상속에 활용한 것이다.

그 같은 방식은 다른 재벌들에게 큰 영감을 줬다.

그들의 자회사와 계열사를 살펴보니 건설, 광고, 전산 등 일감을 몰아줄 수 있는 분야가 널리고 널려 있었던 것.

자녀 명의로 새로운 회사를 만들고, 그 회사에 일을 몰아주는 방식이 상속세 절감 컨설팅의 대세가 되었다.

2010년대에 들어서며, 또 다시 새로운 방법이 등장했다.

그룹총수 일가가 지배하는 계열사들을 자르고 붙이기 시작했다.

상장회사인 계열사들을 붙이기도 하고, 하나를 잘라서 비상장회사로 만들어 다른 상장회사에 붙이기도 하고, 인적 분할이라는 방법으로 회사를 자른 뒤 주식 교환이란 묘기를 쓰기도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오성물산과 오성모직의 합병 사례다.

선경그룹, 경일자동차그룹, 광성그룹 등 주요 재벌 그룹이 총수 일가가 좌지우지할 수 있는 계열사들을 총수 일가에 가장 유리한 방법으로 자르고 붙이면서 편법 상속에 활용하고 있다.


“재벌 총수 일가의 상속문제는 단순히 재벌 집안의 문제로만 봐선 안 됩니다.”


물려주려는 것이 단순한 재산이 아니라 거대 기업집단의 지배권이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오성 같은 기업집단의 지배권을 누가 행사하느냐 하는 문제는, 단순히 재벌 일가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경제 전반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안이죠.”

“가온은 한국의 재벌들과 지분교환을 전혀 하고 있지 않습니다.”

“대신 지분을 제법 많이 쥐고 있고. 좋든 싫든, 총수 일가의 지배력이 계열사들을 그룹으로 묶는 접착제 구실을 해왔고, 이 지배력이 사라지면 그룹 역시 해체될 수밖에 없어요.”

“의장님께서는 필요하다면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도 있다고 하셨습니다.”


류지호의 복심으로 다시 부상하고 있는 황재정의 말에 사장들의 시선이 모여들었다.


“아직은 이른 이야기지만, 언젠가 의장님도 자녀분들에게 경영권을 승계해야 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오너의 상속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사고를 차단할 수 있는 중장기적인 재벌 개혁 조치가 법률적으로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지난 정의국 정권 시절에도 재벌 경영권 승계 문제를 속 시원하게 해결하지 못했다.

반재벌 정서가 강한 진보진영이 정권을 차지하게 됨으로써 재벌 경영권승계 작업에 있어서 험난함이 예고되고 있다.


“상속세 조정 같은 것은 오너도 바라지 않을 겁니다. 재벌들이 지분을 처분하지 않고 상속세를 정상적으로 납부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법을 고민해 봅시다.”


가온그룹 최고사장단 회동에서 한국의 재벌들의 상속관련 ‘특별법 제정’ 언급이 있은 후로 여야를 가리지 않고 몇 명의 국회의원이 상속세 개정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친재벌 정당인 야당에서는 가업상속공제를 확대하고 상속세 연부연납을 20년까지 허용하며 이자율도 없애주자는 극단적인 개정안을 내놓기도 했다.

결국 가업상속공제를 받을 시에 주식 증의 증여에 대해서도 연부연납을 허용하자는 것에는 여야가 합의를 본다.

과중한 증여세 부담이 사전 증여를 통한 기업 승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을 수용한 것이다.

그러나 진보정권은 합의안을 곧바로 수용하지 못한다.

대통령의 재벌개혁 공약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 ✻ ✻


“내 회사 사람들이지만.... 무섭다 무서워.”


점심식사에서 지나가는 말로 LA TIMES 인수 건의를 들은 류지호다.

기어코 JHO Company 산하의 Dow Jones & Company에서 LA TIMES를 소유하고 있는 Tronx Publishing을 총액 6억 7천만 달러에 인수하고 말았다.

이로써 JHO Company Group은 The Wall Street Journal을 비롯해 LA TIMES 등 전국지와 수십 개의 지역신문 및 잡지를 소유하게 됐다.

Amazonia.com이 워싱턴 포스트를 인수한 이후로 비 언론사가 인수한 가장 큰 규모의 M&A였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디지털 신문으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는 The Wall Street Journal과 함께 LA TIMES 같은 신문들도 디지털 서비스로 유도할 계획이다.

구르기 시작한 눈덩이는 멈추지 않는 한 계속해서 몸집을 불린다고 하더니.

하다하다 신문·잡지 출판그룹까지 계열사로 거느리게 되었다.


“GAON Mobility Corp이 TESLAS를 인수하면 안 되는 겁니까?”


내친김에 자동차 사업도 덩치를 불려보자는 의견이 있었다.


“가온모터스가 무슨 재주로 시가총액 300억 달러짜리 기업을 M&A 하겠어.”

“보스가 최대 주주잖습니까?”

“너무 나간 거예요.”


친구인 일론 리브스가 순순히 TESLAS를 내놓을 리가 없다.


“.......!”


M&A 이야기가 나오자 자신도 모르게 머리가 핑핑 돌아갔다.

아차....!

류지호는 문득 끔찍한 상상을 하게 됐다.

앞으로도 쭉 경영에 발이 묶이는 상상이다.


‘사업에서 이 정도 했으면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도 되지 않나?’


이사회의장직을 내려놓은 문제에 더는 고민을 하지 않기로 했다.

이미 결정을 내린 사안이고 번복할 이유가 없다.


“...후우.”


옅은 한숨에 잡생각을 날려버린 류지호가 보고서를 들춰보기 시작했다.

Tronx Publishing를 인수한 Dow Jones & Company에서 향후 디지털 신문으로 어떻게 전환할 것인가에 대한 마스터플랜이었다.

그러는 사이 전용기가 한국의 군산공항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 ❉ ❉


군산공항에 류지호의 전용기가 내려앉았다.

본래 미군기지로도 사용되고 있기에 국제선 비행기가 뜨고 내릴 수 없는 공항이다.

개인 전세기도 허용이 안 되었지만, 류지호는 예외를 적용받았다.

하물며 탑승객이 파커 가문 사람들이다.

류지호가 장인·장모까지 온가족을 데리고 한국으로 휴가를 왔다.

미군에서 그 정도 편의를 봐주는 것은 일도 아니다.


“....음.”


새만금간척지 내 수라갯벌 인근에 신공항을 만들려고 했다.

문제는 수라갯벌에 40종의 법정보호종이 서식하고 있다는 사실.

지역민과 환경단체의 극렬한 반대에 부딪쳐 사업이 지지부진한 상황이었다.

그에 가온그룹은 특단조치를 취하려고 했다.

신시-아미 방파제 너머를 매립해서 김해공항 크기의 신공항 부지를 제공하기로 한 것.

다행히 정의국 정부에서 군산시 남쪽 만경강변 농업용지를 용도변경하기로 했다.

그 사이에 새만금개발 사업을 총괄하던 문지열 사장이 그룹 본사로 영전해 올라가고, 후임으로 황재정이 선임됐다.

새만금 테마파크로 휴가를 온 류지호의 가족을 황재정이 직접 챙겼는데, 아시아 총괄매니저로 승진한 고우찬도 오랜만에 류지호를 수행하고 있다.


“......”


류지호가 친구들과 함께 계화산 봉수대에 와 있다.

5~6년 전만해도 관리가 안 되어 있던 일대가 전망대로 탈바꿈했다.

새만금간척지가 한 눈에 들어오는 전망대이자 포토존이다.

저 멀리 신공항 부지를 바라보고 있는 류지호의 곁에서 황재정이 묻지 않은 말들을 끊임없이 쏟아냈다.


“새만금공항이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가 재정사업 평가위원회 원안 의결로 건설이 본격화됐어. 이제 호남에 2개의 국제공항이 생기게 되면서 한쪽이 반쪽짜리 공항으로 전락할 거란 말들이 지역사회에서 돌고 있지. 가끔 이쪽으로 몰려와 반대시위도 하고 하는데. 전북의 여론이 환영일색이라 호응을 못 받고 있지.”

“그래서 무안의 이용객이 어느 정도 수준인데?”

“국제국내 포함 20만 명이 안 될 거야.”

“군산 신공항이 들어섰을 때에 항공수요는?”

“2020년 80만, 2030년에 100만 정도.”


호남의 공항들의 국제선 주 타깃은 중국과 일본, 동남아시아다.

특히 중국에서 오는 고객이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

중국에서 금한령이 시행되면 새롭게 개항하게 되는 새만금 신공항도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


류지호가 신공항 예정지 아래 기업도시 아리울에 시선을 두었다.

공사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벌써부터 고층빌딩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우리 계열사들 이주는 별 탈 없이 잘 진행되고 있고?”

“응.”


서울을 떠나 맨땅과도 같은 새만금간척지로 회사를 옮겨오는 것이 쉬울 리가 없다.

그럼에도 오너의 강력한 의지로 계열사들을 옮길 수밖에 없다.

죽어도 새만금으로 내려오기 싫다면서 퇴사도 불사하는 직원도 있는 모양이지만.

그룹에서는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그들을 대신할 인재는 널리고 널렸으니까.


“연내에 공기업과 정부출연기관의 아리울 이주를 확정할 것 같아.”

“몇 개나 보내준다는데?”

“12개 기업 혹은 출연 기관이 될 것 같아.”

“숫자만 많고 어중이떠중이겠지?”

“대부분 200명 미만이 근무하는 회사나 기관이야. 그런 것들이라도 감지덕지 아니겠어?”

“새정부에서 생색이라고 내고 싶었나?”

“2018년까지 아리울이 성장하는 걸 보여주고 정부에 2차 공기업 지방이전 때 영양가 있는 공기업이나 기관을 보내달라고 해보려고.”

“좋은 생각이야. 고소득자가 많이 살수록 도시 세수확보에 보탬이 되겠지.”


가만히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만 있던 고우찬이 입을 열었다.


“가온그룹 본사가 입주할 랜드마크 빌딩 구경 안 해볼래?”

“말 나온 김에 한 번 가보지 뭘.‘


류지호 일행이 한창 신도시로 개발 중인 새만금간척지 중앙 매립지로 향했다.

국제협력지구로 명명된 공구에는 112층 랜드마크 빌딩 공사가 한창이다.

그 주변으로 가온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의 본사 빌딩들도 하늘을 향해 쑥쑥 높이를 키워가고 있었다.

최대 20만 정주 도시에 112층짜리 랜드마크가 왜 필요할까 싶지만.

첨단도시이자 관광·레저 도시로 개발되고 있는 아리울의 특성상 마천루는 필수다.

마천루(skyscraper)로 이어지는 스카이라인이 도시의 경제력, 기술력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즉 첨단산업단지를 도시의 주요 동력으로 삼고 있는 아리울시에 초고층빌딩은 필수이며, 서해 바다와 변산반도국립공원, 수변도시 아리울과 테마파크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 역할을 할 수 있는 랜드마크 빌딩 역시 관광산업을 위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지금 서울 본사 상주인원이 몇 명이나 돼?”

“1,163명.”

“가족까지 함께 이주한다면 본사 인원만 3,000명이 넘겠는데?”

“대유가온건설 본사도 1,000명 직원 거의 대부분이 내려올 거야. 두 회사 이주인원만 6,000~7,000명이 될 거로 보고 있어.”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금융 부문 같이 서울을 벗어나기 쉽지 않은 사업부문만 수도권에 남고, 글로벌 사업 비중이 높은 계열사들 대부분이 아리울 국제업무지구로 내려올 계획이다.


“모두 몇 개 계열사가 아리울에 모이게 되지?”

“현재까지는 27개.”


100개가 넘는 자회사와 계열사 수를 봤을 때 그리 많은 숫자는 아니다.

헌데 본사와 건설, 종합상사, 극장 사업 부문 같은 덩치가 큰 계열사 본사들이 내려오기 때문에 파급력이 상당하다.

처음 중심업무지구를 계획할 때는 최대 40~50층 정도 높이의 고층빌딩 십여 개가 마천루를 이룰 것으로 상정했다.


“가온그룹 계열의 덩치 큰 기업들의 입주가 확정되고, 아시아 거점도시 후보로 아리울을 저울질 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도 상당해서 20년 후에는 싱가포르 다운타운 코어의 마천루 스카이라인도 꿈만은 아니야.”


누가 새만금개발을 총책임지고 있는 사장 아니랄까봐.

황재정이 낙관적인 미래에 한껏 부풀어있었다.


“싱가포르 다운타운에 마천루가 한 80개쯤 되지 않나?”


너무 나간 것 아니냐는 핀잔이었다.


“마천루라는 게 80층 100층짜리만 해당되는 건 아니잖아.”


보통 높이가 150m를 넘어가면 마천루로 부른다.

대략 40층 높이다.

가온그룹 계열 국제업무지구 입주 계열사들의 빌딩들 대부분이 그 정도 높이를 자랑할 예정이라서 최소 20개에서 최대 30개의 고층빌딩을 확보해 놓았다고 봐도 무방했다.


“아리울 대학 캠퍼스는 내년부터 사용할 수 있는 거고?”

“응.”

“글로벌 캠퍼스는?”

“아무리 늦어도 2017년에는 미국 2개, 영국 하나, 독일과 벨기에 각각 한 개 대학이 캠퍼스를 개설해 본격적으로 학생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글로벌 캠퍼스 개설이 확정된 대학은 미국의 클레어몬트대학 컨소시엄(Claremont University Consortium), 영국의 맨체스터대학, 독일 베를린훔볼트대학이다.

특히 맨체스터대학을 유치하는데 인맥을 총동원하며 공을 들였다.

이 대학이 그래핀 연구의 종가(宗家)로 불리기 때문이다.

그 외 국내 대학으로는 아리울대학, 연하대 제2 캠퍼스, 청강문화산업대학이 확정되었으며, 한국영화아카데미가 이전하기로 했다.

한국예술종합대학 제2 캠퍼스 개설도 물밑에서 논의 중이다.


“그 시기쯤 가면 대략 10만 정주 인구를 달성할 거라고 보는 모양이네?”

“사실 반도체 사업 부문의 파운더리 공장, 전기차 생산기지, 바이오 부문 공장, 종합연구단지까지 가동을 시작하면 10만 인구는 우습지 뭐.”


문제는 행정, 의료 및 보건, 근린시설 그리고 상업유흥시설이 완비가 되는 가.


“국내 마트들은 여전히 미온적이야?”


새만금개발유한회사는 국내 4대 대형마트 프랜차이즈에 아리울 입주를 타진했다.

3개의 대기업은 난색을 표했다.


“하나로마트와 협의를 시작했어. 문지열 부회장님이 직접 농협과 단판을 지으시겠대.”

“지금 가장 큰 데가 양재점인가?”


이전 삶에서 문제의 ‘875원 대파 논란’을 야기했던 마트가 바로 양재점이었다.

농협이 운영하는 마트 중에서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곳이다.


“양재점이 본점과 플래그십 역할을 하겠지만, 초대형으로 지어달라고 요구하고 있어. 어차피 새만금간척지 내에서는 30분 안에 도시 끝에서 끝까지 주파할 수 있게 교통 시스템이 설계되어 있어서 상업지구에 초대형 마트가 하나 들어서면 지역 전체를 커버할 수 있어. 주말의 경우는 군산을 비롯해 부안과 김제의 주민들까지도 이용할 수 있고.”


류지호는 대기업 계열 마트 프랜차이즈들이 괘씸했다.

어려울 때 함께 해야 친구다.

판이 성숙할 때로 성숙했을 때에 기어들어오는 것은 친구가 아니다.


“나머지 3개 마트까지 아리울에 들어올 필요가 있겠나 싶다?”


척하며 척이다.


“당연하지. 초대형 마트 하나와 고층아파트 밀집 택지구역에 중형급으로 두 개 정도 하나로마트가 들어오면 20만 정주인구는 가볍게 커버할 수 있을 거야. 우리 그룹 백화점 사업부와 이커머스 부분이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면 되고.”


유명 호텔 체인들도 새만금 테마파크의 사업성을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새만금에 호텔 체인 진출을 생각하지 않거나 유보 중이다.

황재정은 그런 생각을 가진 호텔 체인들을 협상대상에 모두 탈락시켰다.

정 안 되면 JHO와 가온그룹이 호텔을 지으면 되니까.


“주택들은 꾸준히 공급되고 있는 거지?”

“테마파크 배후도시에 4,179세대 아파트 단지, 250세대의 타운하우스, 60세대 도심형 전원주택이 공급되어 있고. 올해 안에 1,100세대가 공급 될 거야.”

“파트타임 계약직들은 인근 도시에서 출퇴근하나?”

“군산, 부안에서 출퇴근 할 수 있도록 따로 직원용 셔틀을 운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아.”


그 동안 대규모 개발에서 소외되었던 호남지역이었다.

호남출신 대통령이 집권을 했음에도 대형국책사업에서 홀대를 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 척박(?)한 지역에 동양 최대 규모의 테마파크가 개장했다.

재계 2위 대기업 본사와 주요 계열사들이 이주를 해 올 예정이고.

해외 유명 사립대학들이 글로벌 캠퍼스를 열기로 했다.

송도국제도시 이주가 주민반발로 무산 된 연하대학이 아리울에 제2 캠퍼스를 만들기 위해 물밑에서 논의 중이다.

그 외 수도권 중상위권 대학도 제2 캠퍼스를 진지하게 논의 중이다.

아리울 대학이 완전히 이주하고 정상적으로 학교가 운영되기 시작하면 1,200병상 규모의 대학부설종합병원도 건설할 계획이다.

그 외에도 초등학교부터 중고등학교는 물론 특목고와 국제학교들도 준비 중이다.


“해외의 유명 기업도시들을 죄다 분석하고 장점 중에서 한국에 맞는 걸 하나씩 적용할 계획이야. 그러기 위해서 선출직 공무원과 지역 정치인들이 스마트해야 할 것 같아. 똑똑한 사람들하고 일 좀 해 봤으면 좋겠어.”


한국의 기업은 물론이고 젊은 세대들까지 글로벌화 된 지구촌에서 살아남기 위해 누구보다 최첨단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적응하고 있다.

그러나 제자리걸음하고 있는 집단도 분명 존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전쟁 세대와 그들의 헌금으로 장사하는 종교집단, 정치를 직업으로 하는 집단, 공무원 집단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의 지방정치와 자치정부 수준은 내막을 들여다볼수록 한숨만 나온다.

마치 조선시대 당론의 근거지이며 서생들의 사사로운 이익과 관련되고 특권계층로 전락해 백성을 착취하는 부패의 산실이 되었던 서원처럼.

지역사회 발전보다는 잿밥에 관심이 많은 토호들끼리 기득권을 형성해서 지방 정계를 쥐락펴락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새만금 쪽으로 호남의 토호들이 얼씬도 하지 못하도록 단속 잘 하고.”


고우찬이 끼어들었다.


“장문식 상무가 단도리 잘하고 있으니까. 그 부분은 네가 신경 쓸 거 없어.”


돈 받고 부려지는 사람들이 알아서 할 일이다.

굳이 류지호가 보고 받을 것까진 없다.

따라서 관심 두지 말도록 명확히 선을 긋는 고우찬이다.


“장인장모는 어디 계셔?”

“드라이빙 센터에.”

“거기로 가 보자.”


말이 나온 김에 일행이 관광·레저 지역으로 향했다.


작가의말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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