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새글

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최근연재일 :
2024.09.13 09:05
연재수 :
961 회
조회수 :
4,114,482
추천수 :
126,736
글자수 :
10,676,949

작성
24.08.08 09:05
조회
1,250
추천
69
글자
25쪽

그렇게 해야 안 망해.... (1)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좋은 일도 자주 반복되면 무덤덤해지는 모양이다.

국제영화제나 아카데미 수상은 지인들에게 더 이상 감동을 주지 못하는 것인지.


“그래, 잘했다.”

“응. 고생했어.”


의례적인 인사치레가 끝이었다.

그나마 한국에서 축하 메시지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는 것으로 섭섭함을 달랠 수 있었다.

사람들의 반응과 상관없이 LA로 돌아온 후로 류지호는 여전히 바쁜 하루하루를 보냈다.

가온그룹 산하의 대유가온건설이 세계 40위권의 건설사 FOC를 사실상 계열사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이 뉴스는 한국에서 류지호의 칸영화제 감독상 수상보다 대중적으로 주목도가 떨어지는 모양이다.

한국의 경제신문 몇 군데서 단신처럼 다뤘다.

반면에 미국의 경제지들은 비중 있게 사안을 조명했다.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류지호가 신재생에너지 관련 이야기를 강하게 언급하기도 했고.

특히나 류지호가 도시 인프라 기업이자 신재생에너지 분야 선도 기업을 사들인 것과 관련해서 뉴욕증시 일부 종목이 출렁이기도 했다.

<Tsogang> 홍보에 애가 닳은 상황에서 류지호와 관련해서 경제뉴스가 부상하자, JHO Pictures 홍보·마케팅팀은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매체와 류지호의 접촉이 전면 재조정되었다.

오로지 영화전문 매체와만 인터뷰하기로 했다.

류지호도 딱히 불만이 없었다.

언론을 상대하는 일은 언제나 피곤했으니까.

그렇게 바쁜 와중에 짬을 내서 샌프란시스코로 날아갔다.

두 명의 대선배로부터 밥을 먹자는 연락이 와서 날아간 것인데, 그들을 만나기 전에 할리우드 독립영화의 전설 사울 젠츠 어르신부터 만났다.

사울 젠츠는 거동이 힘들어서 주로 침대에 누워있었다.

대뜸 류지호를 알아보는 것이 아직까지 정신은 온전한 것 같았다.


“그래도 잊지 않고 가끔 찾아와 주는 건 너 뿐이구나.”

“내년에 <호빗> 삼부작이 마무리 될 것 같아요.”


내년 겨울까지는 살아서 일생의 프로젝트가 아름답게 마무리되는 것을 봤으면 좋으련만.

안타깝게도 내일 당장 부고를 접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쉬세요. 또 찾아뵐 게요.”


사울 젠츠를 만난 후.

류지호는 샌프란시스코의 재팬타운에서 스티븐 아들러, 조지프 루카스와 점심을 먹었다.


“E.T 엔터의 협력제안은 잘 들었어요.”


얼마 전 스티븐 아들러로부터 <스타워즈>의 새로운 시리즈를 함께 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감사하지만 사양할게요.”


스티븐 아들러는 못 먹는 감 찔러본 것이 아니었다.

나름 <스타워즈>의 미래가 걱정되어 합작을 제안한 것인데.

면전에서 자세한 설명 없이 거절 의사를 듣게 됐다.

그렇다고 기분이 나쁘다거나 하진 않았다.


“감독으로 제프는 어떻게 생각해?”

“내정된 감독이 있어요.”


스티븐 아들러가 어찌된 일인지 묻는 눈으로 조지프 루카스를 쳐다보았다.

Skywalker Films가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에 매각되기 전이었다.

스티븐 아들러는 <스타워즈>의 다음 삼부작 감독에 제프 에이브람스를 추천했었다.

같은 유대계로써 스티븐 아들러를 삼촌이라고 부를 정도로 오랜 인연이다.

업계에서는 스승과 제자로 볼 정도로 친분이 매우 두터웠다.

조지프 루카스도 그에게 메가폰을 맡기는 것에 불만이 없었다.

하지만.


“<스타워즈>는 여기 Jay가 알아서 할 거야. 내게 말해봐야 소용없어.”


공언한 대로 조지프 루카스는 <스타워즈>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

누가 뭐래도 현 시대의 최고의 프로듀서는 류지호다.

그가 이야기한 <스타워즈>의 비전도 마음에 들었다.


“혹시 자네인가?”


스티븐 아들러의 눈이 가늘어졌다.

마치 꿍꿍이를 캐내려는 듯이.


“나는 아닙니다.”


조지프 루카스가 껄껄 웃으며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


“불행하게도 Jay가 연출하게 될 차기작이 <스타워즈>의 새로운 시리즈와 경쟁할지도 모르겠어.”

“부디 오래된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기를 바라네.”

“포스는 영원할 겁니다.”


류지호의 태도가 워낙에 철벽이라서 합작제안이 없던 것이 되어버렸다.

할리우드에서는 합작이 매우 활발하다.

메이저 스튜디오 입장에서는 수익이 줄어들는 것을 감수하고도 위험을 분산시키기 위해 공동제작을 선호하는 편이다.

스티븐 아들러만 해도 영화적 토대라고 할 수 있는 유니벌스 스튜디오와 끈끈하게 맺어져 있고, 본인의 프로덕션 오피스라고 할 수 있는 E.T Entertainment가 있으며, 친구들과 동업 중인 DreamFactory도 있고, 스티븐 아들러 키즈라고도 불리는 제프 에이브람스 같은 후배들의 영화사에도 자문을 빙자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친구의 영화사인 Skywalker Films에는 직접적으로 힘을 쓸 순 없었지만, 조언하는 형태로 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사실 JHO Pictures는 할리우드 관행으로 봤을 때 매우 특이한 프로덕션이다.

벌어도 혼자 벌고 손해 봐도 혼자 보겠다는 태도니까.


“.....”


오랜 만에 가진 만찬자리다.

스티븐 아들러는 류지호로부터 <스타워즈>의 다음 시리즈를 책임질 감독의 이름을 끝까지 듣지 못했다.

심지어 조지프 루카스도 류지호의 속내를 전부 알지 못할 정도다.

Skywalker Films는 새로운 <스타워즈>에 대해 사소한 것도 외부로 흘러나가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까지 일절 정보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벌써부터 스티븐 아들러가 훈수를 두겠다고 나섰다.

이놈저놈 훈수를 빙자한 합작을 제안하는 이들이 수도 없이 나타날 터.

특히 E.T Entertainment의 카렌 케네디 여사가 끼어드는 것은 류지호로서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다.

새로운 작가와 감독이 외부 상황에 휘둘리지 않길 바라는 류지호다.

한편으로 할리우드에 불고 있는 ‘PC주의‘의 함정에 빠지지 않길 바랐다.

비중 있는 새로운 여성 캐릭터, 다양한 인종 구성의 등장인물들.

‘다양성‘이 <스타워즈>에도 중요한 테마가 되긴 하겠지만.

그것이 중심적인 기획이 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영화에서 ‘인종 코드’의 강제는 무분별한 결과적 평등일 뿐이며, 그 같은 끼워맞추기식 시도들이 이전 삶에서 오히려 작품을 훼손했던 것을 류지호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이야기의 힘으로 관객의 공감을 사는 것이 사회적 메시지까지 아우를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믿고 있기도 하고.

흥미로운 스토리와 매력적인 캐릭터 그리고 완성도 높은 서사를 통해 주인공의 인종이 무엇이 되었든 문제가 없도록 공감대를 만들어야 했다.

영화를 통해 ‘계몽‘을 한다거나 ’선동‘을 하겠다는 발상을 업계 일각에서 하고 있다.

도리어 ’역차별‘과 ’혐오‘를 조장할 위험성이 매우 높았다.

<스타워즈> 같은 대중적 파괴력이 높은 영화에는 무조건적으로 ‘PC주의’ 잣대를 들이밀게 되어 있다.

시대적 요구를 거스를 순 없다.

동참하는 것이 맞지만. 휘둘리는 것은 곤란했다.


‘차별을 금지하는 것이 역차별의 딜레마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되는데 말이지....’


여성 영웅이 남성위주의 악당을 통쾌하게 처벌하는 것이 감동적일까.

아프리카 오지에서 굶주리고 아픈 현지인들과 함께 글로벌 기업의 횡포에 맞서 투쟁하는 용감한 여성의 이야기가 더 감동적일까.

흑인을 부자로 묘사하고 백인을 가난뱅이에 못난이로 묘사한다고 해서 흑인의 위상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여성을 리더십이 출중하게 묘하고 남성을 바보멍청이로 묘사하기에 앞 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할리우드의 PC주의자들은 TCU나 <스타워즈> 같은 세계적인 프랜차이즈가 적극적으로 '정치적 올바름‘에 앞장서야한다고 주장한다.

할리우드 같이 미국에서도 가장 깨어있다는 문화집단에서 이민자나 소수인종을 비롯한 LGBT 등 소수자 인권에 대한 사회 계몽적 메시지, 혹은 사회 운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인종 코드’ 같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행해지는 것에는 류지호는 동의할 수 없었다.

반헌법적이고 반민주적이란 생각을 떨칠 수도 없고.


‘1960년대에 제정된 ‘어퍼머티브 액션’이 ‘역차별의 딜레마’를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케네디 대통령이 1961년에 도입한 ‘어퍼머티브 액션’은 인종, 성별, 종교, 장애 등의 이유로 불리한 처지에 있는 사회적 소수자들에게 우대조치를 제공함으로써 차별과 불이익을 시정하려는 정책이었다.

도입 목적은 좋았다.

현재에 와서는 백인은 물론이고 소수 인종으로 대표되는 아시아인들까지 차별을 받는 역설을 낳았다.

물론 ‘어퍼머티브 액션’에 대해서 미국 내에서도 논란이 뜨겁다.

역차별 논란이 뜨거운 ‘어퍼머티브 액션’이 아니라 흑인, 히스패닉, 아메리칸 네이티브 들이 왜 대학 진학률이 낮은지에 대한 체계적인 고찰을 통해 교육 정책, 사회 기반 시설, 교육 서비스들의 대대적인 개선, 그리고 이를 위한 재정적 투자 등을 장기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류지호는 믿고 있다.

정부가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주는 것 대신에 그 세수를 교육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이들을 위해 쓴다거나, 부자들도 자신의 모교나 자산이 넘쳐나는 명문대학에 기부를 할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교육문화사업에 투자하는 것이 어쩌면 ‘PC주의’의 현실적인 방법론일 수도 있다고 여기고 있다.

어쨌든 새로운 <스타워즈> 시리즈 역시 ‘다양성’이 주요 키워드다.

류지호가 거부한다고 해서 그 흐름에 역행할 순 없다.

그런데 할리우드의 열혈 ‘PC’ 주의자들이 백인중심 또 남성중심을 비판하는 모습을 보면서 류지호로서는 그 같은 캠페인이 선동처럼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소수인종 중에서도 가장 차별 받는 민족 중에 하나인 한국인 류지호가 현시대 할리우드의 주류 영화인이고, 그가 투자했거나 직접 프로듀싱한 작품 중에는 LGBT(Lesbian, Gay, Bisexual, Transgender)를 다뤘거나 주요 캐릭터로 등장시킨 작품도 많다.

그런 이야기들로 각종 국제영화제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은 사례도 수두룩하고.

할리우드에서 ‘PC주의‘가 지금과 같지 않던 90년대 중반에 <Dream Come True>라는 실험적 졸업작품에서 게이를 비중 있는 역할로 등장시키기도 했다.

그 외에도 <복수의 꽃>을 비롯해 여러 영화에서 여성을 기존의 수동적이고 낭만적인 경향성에 벗어나서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모습으로 그려내기도 했고.

<에일리언>의 리플리, <터미네이터>의 사라 코너는 할리우드 영화에서 손에 꼽히는 여성 캐릭터다.

두 캐릭터의 서사는 남녀노소 누가 봐도 공감이 간다.

기독교적인 신 역할을 거의 대부분 백인으로 표현해왔다.

그런데 <브루스 올마이티>라는 영화에서 신을 흑인 배우 모건 포터필드가 연기했다.

그를 두고 누구도 뭐라 하지 못했다.

모건 포터필드란 배우 그 자체가 바로 개연성(영화적으로)을 담보했기 때문이다.

류지호는 화이트워싱이든 블랙워싱이든, 그에 합당하는 반박불가의 배우가 있다면 언제든 인종을 교체할 의향이 있다.

대본을 뜯어고치는 한이 있더라도 충분히 납득 가능하도록 서사를 짤 것이고.


‘나와 JHO는 절대 LOG처럼은 안 해.“


회사 내부적으로 여성 및 인종 다양성 배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놓는 짓은 적어도 류지호가 소유한 영화사에는 없을 것이다.

셀프검열의 한 방식이니까.


“<인디아나 존스> 리부트는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요?”


다섯 번째 시리즈가 이미 2009년 개발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내가 메가폰을 잡는 일은 없어.”

“저도 스티븐이 직접 영화를 연출하는 것은 반대에요.”


듣기에 따라서 기분 나쁠 수도 있지만.

<스타워즈>와 마찬가지로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역시 스티븐 아들러의 손을 떠난 지 오래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하기도 하고.

그럼에도 그의 체면을 고려해만 한다.


“스티븐과 Skywalker가 함께 리부트 했으면 좋겠어요.”

“좀 더 적극적으로 프로젝트를 살펴보도록 하지.”

“고마워요.”


자칫 <스타워즈> 문제로 기분이 상할 수도 있는 스티븐 아들러를 <인디아나 존스> 프로젝트에 끌어들임으로써 달래줄 수 있었다.

영화의 실무를 담당하는 이들에게 돈이 시작과 끝이겠지만.

전체 비즈니스를 움직이는 이들에게는 ‘인간관계’가 전부다.

따르는 유대계 감독들에게는 스승일지 몰라도.

류지호에게는 ‘참견쟁이’일 뿐인 스티븐 아들러.

그럼에도 그와의 인간관계에 흠집이 나지 않는 선에 <스타워즈> 문제가 원만하게 일단락됐다.


❉ ❉ ❉


점심식사 자리가 끝나고 스티븐 아들러는 LA로 돌아갔다.

류지호는 샌프란시스코에 남아서 조지프 루카스와 함께 Skywalker Films 본사를 방문했다.


“이곳을 방문할 때마다 매번 부러워요.”

“뭐가?”

“리조트 같은 분위기의 캠퍼스가요.”

“Hues & Rhythm과 Pixart 캠퍼스가 환상적이라고 하던데?”

“남의 케이크가 커 보이는 법입니다.”

“이곳도 자네 거야.”

“회사 거죠.”


Skywalker Films와 자회사들은 샌프란시스코 북쪽 Letterman Digital Arts Center에 입주해 있다.

마치 휴양지 리조트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녹음시설인 Skywalker Sound와 극장인증 회사 THX Limited는 조지프 루카스의 개인 소유 목장인 Skywalker Ranch 안에 있다.

M&A에서 Skywalker Ranch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녹음실은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로 소유권이 넘어왔다.

기존처럼 조지프 루카스에게 임대료를 지불하고 사용하기로 했다.

다만 극장인증 및 음향 시스템 회사 THX Limited는 몇 년 전에 독립해서 현재는 조지프 루카스의 소유다.

류지호가 빼빼마른 190cm가 넘는 큰 키의 백인남자에게 물었다.


“작가들과 작업은 잘 진행되고 있어?”

“예.”


대답한 남자가 바로 새로운 <스타워즈> 삼부작의 감독으로 선택된 조 코진스키(Joe Kosinski)이다.

<오블리비언>을 마무리하고 합류한 그는 작가들과 함께 스크립트를 손보고 있다.

외부에는 <인디아나 존스>의 리부트 감독으로 연막을 친 상태다.

심지어 Skywalker Films의 핵심 관계자를 빼고 모두가 그렇게 알고 있다.

보안 때문이다.


“늦어도 8월 안에는 최종 스크립트를 볼 수 있겠지?”

“예.”

“느리더라도 완벽했으면 좋겠어. 첫 에피소드가 프로덕션에 들어가기 전에 삼부작 전체의 그림을 보고 싶어.”

“그렇게 될 겁니다.”


이야기의 뼈대는 조지프 루카스의 트리트먼트에서 가져왔다.

그걸 류지호와 로렌 카즈던이 손을 봤다.

광고감독 출신답게 단순한 스토리에 뛰어난 비주얼을 추구하는 조 코진스키가 합류하면서 다소 복잡한 이야기가 간결하게 정리되는 분위기다.

무협소설 설정으로 풀어보면 대략 다음과 같다.

무림 외딴 곳에서 출생의 비밀을 모르고 살고 있는 소녀(혹은 소년)가 마교가 지배하는 무림의 엄청난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그는 무림지존으로부터 엄청난 무공과 내공까지 전수받는 기연을 얻게 되고, 무림으로 출두해 마교에 대항하는 저항세력과 힘을 합쳐 마교에 맞서 싸운다.

그 과정에서 서로 운명이 엇갈린 마교의 후기지수와 복잡 미묘한 인연을 맺게 되지만,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두 사람은 결국 꼬인 운명의 결착을 짓게 된다.

청년이 된 주인공은 무림지존과 그의 일파가 추구하는 공명정대함을 계승하고 무림의 정의를 위해 끝까지 마교와 싸울 것을 다짐한다.

그리고 출생의 비밀이든, 성별·인종·신분이 어떻든지, 주인공은 무림지존 일파의 진정한 계승자로 악에 맞서 싸우는 무림인들의 희망이 된다.

Jedi VS Sith.

민주주의 VS 파시즘.

가장 소중한 것(사랑 혹은 가족)을 상실한 자의 내면이 어떻게 황폐화되는가.

또 악에 물 들어가는가.

그것을 극복하고 희생을 할 줄 아는 인간의 의지는 얼마나 고귀한가.

<스타워즈> 세계관을 관통하는 핵심 질문들이다.

시리즈가 계속될수록 훨씬 복잡하고 심오한 철학과 사상이 가미되어서 <스타워즈> 세계관이 그리 녹록치 않지만, 어쨌든 핵심만 유지된다면 세계관이 크게 흔들리진 않는다.

그런 굳건한 바탕에 정치적 올바름, 자본주의 모순 지적, 비폭력주의 같은 것들이 얼마든지 융합되어질 수 있다.

다만 이전 삶에서는 무려 6개의 에피소드에서 우주적 전설을 완성한 마스터가 시골촌로처럼 비루해지고, 같은 편에 서있는 남성들은 미성숙하고 바보 같고, 악당은 사춘기 소년처럼 정신만 사납게 묘사한 후, 지혜로운 여성 캐릭터들이 떼로 나와서 어리석기 짝이 없는 남성들을 계도하는 과정을 그려냈다는 점에서 류지호는 경계를 늦출 수 없었다.

도대체 누굴 보라고 만든 것인지.

같은 시간대를 두 번 살고 있는 류지호로서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무려 2억 달러라는 돈을 써가면서 말이지.....’


이전 삶에서의 <스타워즈>를 그대로 답습할 생각이 전혀 없는 류지호다.

물론 ‘다양성‘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실증적 분석으로 증명이 된 중요한 이슈다.

최근 10년 동안 할리우드 영화에서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평등하게 묘사된 영화가 흥행에 도움 되었다는 것은 연구결과로 실증 되었다.

‘평등‘한 존재로 묘사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나치게 정치적이고 사회운동 관점에서 접근해서 가르치려 들고 선동해서는 안 된다.

영화사에서 뛰어난 족적을 남긴 감독들은 그런 메시지와 프로파간다조차 굉장히 품위 있고 고급스러운 방식으로 자신의 작품에서 녹여냈다.

대놓고 관객에게 가르치고 주장하는 영화들은 선전영화로 싸구려 취급을 받고 대중들로부터 철저하게 외면 받아왔다.

예술작품이든 오락이든.

충분히 즐기고 난 후 관객 스스로 어떤 결론에 도달하게 만들어야 진짜다.

창작물을 즐기는 내내 불편함이 있다면 실패한 창작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심각해지지 말자고.”


감독으로써 우주적인 스케일과 ‘PC주의’의 압박감이 없다고 할 수 없다.

<스타워즈>는 미국인들에게 절대적이다.

그 부담감은 누구도 공감할 수 없는 부분이다.


“세계관과 주제의식에 잡아먹히지 말길 바래. 주인공이 쉴 새 없이 발바닥에 땀나게 움직이면서 구르고 깨지고 고난을 겪게 해서 관객이 그에게 동화될수록 해보자고. 새로운 시리즈에서 너무 많은 질문을 하지도 말고. 현실사회 문제에 대한 해답을 영화가 제시해야 한다는 강박도 버려. <스타워즈>는 사회파 영화가 아니잖아. 스페이스 오페라라는 걸 잊지 말자고.”


우리말로 거칠게 해석하는 ‘우주 활극’ 즉 Space Opera는 1941년에 SF 작가이자 평론가인 윌슨 터커에 의해 처음 사용되었는데, 대중 취향의 싸구려 장르라는 비아냥거림을 담고 있다.

그러다가 <스타트렉>, <스타워즈> 같은 작품들이 나오면서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의 재평가와 재구축이 이루어졌다.

따라서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Science Fiction 장르와 명백히 구분되는 장르다.

그러니 현학적인 주제의식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

류지호가 <스타워즈>를 접근하는 방식이 바로 그것이다.

그렇기에 정치적 올바름(PC)에도 연연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고.

<반지의 제왕>을 우주로 옮겨놓은 서사만으로 충분하다 못해 넘칠 지경이니까.

거기에 뭔가 거창한 것을 새롭게 담겠다고 하는 것은 과욕이다.

류지호는 정치적 올바름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을 설파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 뿐.

류지호는 캐시 케네디 사장을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다.

그저 비즈니스 파트너일 뿐.

그렇기에 감정적으로 교우하진 않는다.

다만 그녀가 최근 들어서 영화를 다루는 방식에는 동의하기가 어려웠다.


“영웅숭배와 정의로운 폭력은 20세기적 낡은 테마야. 언제까지 우려먹으려고?”


TCU를 두고 그녀는 종종 점잖게 충고하곤 했다.

정작 본인의 방식이 얼마나 역차별적이고 폭력적인지도 모르고.

그녀가 기획하는 영화들에서는 여성 캐릭터가 고귀하고 지혜롭다.

그걸 표현하기 위해 다른 남성 캐릭터를 우스꽝스럽게 묘사한다.

어딜 봐서 그것이 21세기 방식이란 것인지 류지호로서는 알다가도 모르겠다.

그녀의 영화에서 비폭력을 노골적으로 설파한다.

헌데 제작진에게 자신의 ‘PC'를 강요하는 폭력을 휘두르고 있다.

그녀의 예에서 보듯이 2010년대로 넘어오면서 할리우드 업계에서 PC주의 투사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성평등, 인종차별을 위해 기부를 비롯해 하다못해 자원봉사를 한다는 이야기를 류지호는 들어본 적이 없다.

락 페스티벌, 집시들의 축제에서 대마초를 피우며 목청껏 평등을 외치는 모습과 시위 때 피켓을 들고 가두행진을 벌이는 것은 많이 봤지만.

류지호는 그런 이들에게 정치적 올바름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다가 자신도 다칠 수 있음을 조언하곤 했다.

그것이 듣기 싫었던지 우르르 몰려와 비난을 퍼부어 대곤 한다.

권력이 생겼다고 해서 정의의 투사처럼 행동하는 건 위선이다.

다만 무엇이 정의인지 대중에게 물을 수 있다.

그에 대한 대답은 관객들이 하는 것이고.

성찰과 실력이 담보되지 않은 위험한 곡예는 반드시 사고가 뒤따라오게 되어 있다.

두 번의 영화쟁이의 삶을 살면서 류지호가 배운 교훈이다.


“모두가 새로운 시리즈가 어떻게 달라질지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럴수록 우리가 함께 힘을 빼보자고. <스타워즈>는 거대한 서사나 심오한 철학, 정치적인 함의를 담지 않아도 충분하다고 생각해. 단순한 스토리지만 촘촘한 내러티브에 우리가 가진 훌륭한 VFX 기술을 활용한다면 올드팬은 물론 새로운 팬도 끌어 모를 수 있을 거야.”

“새로운 시대에 어울리는 <스타워즈>를 제시해야 합니다.”


그래야 비평계로부터 욕을 먹지 않을 수 있을 테니까.

또한 잘난 척하기 좋아하는 자칭 스타워즈 빠들의 지적질로부터 비켜나갈 수 있고.

게다가.


‘나는 당신과 입장이 다릅니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할리우드에서....!‘


류지호는 <스타워즈>가 망해도 전혀 데미지가 없다.

그러나 조 코진스키는 입장이 다르다.


“잘되면 조의 공, 안 되면 다 내 탓이야. 겁먹지 마.”


프로듀서가 뭐라고 입바른 소리를 하든지 말든지.

어차피 감독들은 영화의 주제의식, 사회적 담론, 미학 등을 고민하고 그걸 영화에 녹여내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다.

누구보다 류지호가 잘 알고 있다.

그러니 감독이 부담감에 찌들어 잘못된 판단을 하지 못하도록 주의만 환기시켜주면, 그것으로 프로듀서로서 제 할 일을 하는 것이다.


“시간 나면 개빈 페이지와 대화를 나눠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예.”


조 코진스키가 떨떠름하게 대답했다.

지금 <스타워즈>의 작가들과 감독이 겪고 있는 문제를 개빈 페이지 역시 몇 년 전부터 겪고 있다.

일부 문제를 해결한 것도 있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는 부분도 있다.

류지호는 TCU를 끌고 나가면서 겪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개빈 페이지가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스타워즈> 작가와 감독이 참고하길 바랐다.


“프로덕션 디자인은 <오블리비언>을 함께 했던 길포드씨를 염두에 두고 있어?”

“예.”

“카터씨를 불러올까 생각 중인데, 어떻게 생각해?”

“<아바타>의 그 릭 카터씨 말입니까?”

“응.”

“스티븐 아들러 감독의 차기작을 한다고 얼핏 들었는데.....”

“아직 계약 안 했대.”

“.....?”

“문제없다면 내가 알아서 할 수 있어.”


<스타워즈> 삼부작은 조 코진스키에게 일생일대의 기회이다.

한편으로는 독이 든 성배이기도 하고.

<백 투 더 퓨처>부터 <AI> 등 스티븐 아들러가 연출한 SF 영화 거의 전부에서 프로덕션 디자인을 책임졌고, <아바타>에도 참여한 A-List 헤드 스태프를 마다할 입장이 아니다.


“알겠습니다.”


<스타워즈> 연출 계약서에 사인할 때부터 이미 각오했던 바다.

미스터 할리우드의 통제를 강하게 받을 것임을.


“전체적인 콘셉트 디자인은 카터씨가, 실무적인 전부문은 길포드씨가. 그렇게 정리해 볼 게.”

“부탁드려요.”

“캐스팅 디렉터와 로케이션 디렉터는 마음에 들어?”

“아주 유능한 사람들입니다. 만족합니다.”


캐스팅 부분에서 류지호와 코진스키 감독의 의견이 다소 엇갈리고 있다.


작가의말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Mr. 할리우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출작품 & 소유 기업 정리(2011년 기준) +4 24.06.20 664 0 -
공지 소유 기업 & 연출작품 정리(2000년 기준) +8 23.02.16 3,814 0 -
공지 인사말 & 연재시간 +35 21.12.21 65,513 0 -
961 회귀해서 가장 잘 한 일! NEW +9 23시간 전 597 63 25쪽
960 돌연변이. +3 24.09.12 765 69 26쪽
959 아리울... 가온그룹의 영지! +3 24.09.11 833 61 26쪽
958 좋은 기업이란. (3) +3 24.09.10 859 52 25쪽
957 좋은 기업이란. (2) +4 24.09.09 898 61 25쪽
956 좋은 기업이란. (1) +3 24.09.07 965 64 24쪽
955 요즘, 유독 외롭다는 생각이 든다. +9 24.09.06 995 71 26쪽
954 Mr. Hollywood! +20 24.09.05 1,014 84 27쪽
953 En Taro Kubrick! +9 24.09.04 991 73 24쪽
952 박수칠 때 떠난다! (2) +8 24.09.03 998 75 26쪽
951 박수칠 때 떠난다! (1) +9 24.09.02 1,026 66 26쪽
950 Tri-Stellar의 경쟁자는 또 다른 Tri-Stellar다! +9 24.08.31 1,047 68 23쪽
949 믿어 좀! 의심하지 말고. (3) +10 24.08.30 1,045 70 27쪽
948 믿어 좀! 의심하지 말고. (2) +8 24.08.29 1,026 72 26쪽
947 믿어 좀! 의심하지 말고. (1) +3 24.08.28 1,058 72 21쪽
946 Brood War. (8) +3 24.08.27 1,006 62 24쪽
945 Brood War. (7) +7 24.08.26 998 64 27쪽
944 Brood War. (6) +5 24.08.24 1,027 67 25쪽
943 Brood War. (5) +4 24.08.23 1,055 64 23쪽
942 Brood War. (4) +6 24.08.22 1,027 65 24쪽
941 Brood War. (3) +2 24.08.21 1,074 70 24쪽
940 Brood War. (2) +4 24.08.20 1,089 66 27쪽
939 Brood War. (1) +6 24.08.19 1,155 70 26쪽
938 다스리지 않는 것이 최고의 다스림. +2 24.08.17 1,152 72 25쪽
937 본업에 충실하기 위해서.... +3 24.08.16 1,179 78 27쪽
936 자넨... 정말 미스터 할리우드가 맞는 것 같아. +6 24.08.15 1,180 76 23쪽
935 모두에게 해피엔딩이었으면 좋겠습니다. (2) +5 24.08.14 1,161 72 2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