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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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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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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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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7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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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쪽

영화가 예술이라고 믿는 한....! (2)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이전 삶에서 쿠엔 태런티노의 <헤이트풀8>의 투자·배급을 웨인스타인 컴퍼니가 했다.

그들이 느꼈을 70mm 시스템 복원의 어려움을 <Tsogang>이 몇 년 앞 서 절감하고 있다.


‘내 영화보다 러닝타임이 한 시간이나 더 길었지 아마....?’


70mm 상영은 필름 로딩 난이도가 35mm와 비교가 불가다.

상영시 발열의 위험성, 렌즈 초점의 불안정성 등 온갖 위험이 산재하고.

70mm 필름 영화를 복원한다는 것은 영화를 완성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최종적으로 극장 상영까지 완벽하게 이어져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당연히 관객들은 그 내막을 자세히 알 수 없다.

영화기자들조차 그 과정을 모두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70mm 필름이 극장에 배달되는 모습을 보기도 쉽지 않고 영사실에 들어가 볼 기회도 없기에.

할리우드 업계에서는 이번의 류지호의 시도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가 없다.

그 과정이 얼마나 복잡하고 번거로운지 누구보다 잘 알기에.

그래서 작품에 대해 비판을 할 순 있어도 70mm 작업을 깎아내릴 순 없다.


“애덤!”


류지호의 목소리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예. 보스!”

“돈이 얼마가 들어도 좋아요. 확보한 상영관에 70mm 전용 제논램프 넉넉하게 준비되고 있는지 확인해 봐요. 각국 영사기술자조합과 협력해서 숙련자들이 영사를 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고.”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 류지호의 70mm 작업에 대해 슈퍼리치의 허세라고 손가락질하기도 한다.

영화 분야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들조차 그렇게 생각하는 이가 있을 정도다.

가깝게는 태런티노, 앤더슨, 놀란 등의 감독들이 필름영화를 찍을 때 좀 더 수월하게 작업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준다는 의미가 있고.

멀게는 2020년대 이후를 대비하는 차원도 된다.

과거에 영화는 TV매체 출연으로 심각한 위기를 겪었다.

그 과정에서 와이드스크린이 탄생했다.

TV매체와 경쟁하며 현재의 시네마스코프 표준이 만들어졌다.

전통적인 영화 상영시스템이 디지털 시네마로 완전히 대체되는 추세다.

OTT라는 새로운 영상 유통구조의 도전에 직면해 있기도 하고.

따라서 전통적인 극장관람 구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다.

류지호가 생각하는 극장을 존속시킬 수 있는 당장의 대안은 대략 두 가지다.

바로 대형스크린(Eye-MAX, 70mm)과 3D 영화다.

스크린 사이즈 180인치, 4K 해상도, 입체음향 시스템으로 어지간한 블록버스터를 홈시어터로 가정에서 즐길 수 있는 시대가 온다.

늦어도 10년 안에.

빔 프로젝터가 OTT와 연결되어 뮤직비디오부터 스포츠, 드라마, 영화를 막론하고 영상 전 부문을 쉽고 간단하게 집안에서 즐길 수가 있게 된다.

자연스럽게 극장을 찾는 이들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류지호는 COVID-19를 경험하지 못했다.

그것이 영화의 관람형태와 유통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알지 못했다.

그럼에도 뭔가 변화가 있을 것임을 어렴풋이 예상하고 있다.

영화를 만드는 입장에서 극장의 존속은 중요한 문제다.

스튜디오로서는 수익과 직결되는 문제다.

감독으로써는 서사와 미학의 개념이 달라질 수 있다.

주의가 산만한 상태에서 관람되는 영화와, 집중도를 유지할 수 있는 공간에서 관람되는 영화는 접근방식이 달라야 살아남을 수 있을 테니까.

2020년대를 대비해서 극장이 살아남는 방법으로 대형화, 전문화, 혁신 세 가지를 미국과 한국의 영화사에 제시했다.

즉 Eye-MAX 같은 대형 포맷 상영관과 음향시스템의 대명사 Doldy의 사운드 특화 상영관에 대한 고민, 또한 안경이 없이도 관람이 가능한 3D영화에 대한 연구를 주문했다.

홈시어터로는 경험하지 못하는 대형화면과 사운드 시스템, 압도적인 화질, 임장감, 공간감이 경쟁력이자 생존의 필수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메이저 스튜디오들은 그 부분에는 관심이 없다.

Eye-MAX와 3D 영화의 미학을 만들어내기 위해 감독들을 지원해도 모자랄 판에 오로지 티켓값에만 매몰되어 있다.


“고예산 영화를 만드는 김에 Eye-MAX로 변환하고 3D로 변환하는 게 이익이야.”

“대신 포스트프로덕션 작업비를 후려쳐야해.”


영화 <트랜스포머>가 욕을 먹고 있다.

그런데 벤자민 베이는 영화를 기획·제작할 때 3D에 초점을 맞춘다.

그는 프로듀서이자 감독으로써 납득할 만한 기획을 한 것이다.

그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연출하는 감독들은 2D에서 3D로 변환하는 공정이 점차 쉬워지고 비용이 저렴해지는 것만 단순히 생각한다.

2D에 맞춰 제작된 영화를 기계적으로 3D로 변환하고 있을 뿐.

벤자민 베이나 제이미 캐머런처럼 고민이 없다.

그러니 3D영화가 만들어질수록 발전하는 것은 디지털 기술밖에 없다.

<아바타> 이후로 잠시 3D영화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불타올랐다.

금방 꺼지고 말았다.

그저 더 비싼 티켓값으로 박스오피스 매출이 많아질 것에 희희낙락할 뿐.

진지하게 3D영화를 고민하고, 또 프리프로덕션에 들어가는 감독은 거의 없다시피 한다.


‘그나마 내 손을 타는 영화들이 나름 3D와 Eye-MAX 변환까지 고민하고 있는 걸 위안삼아야 할까.....?’


왜 Kojak을 인수해 Eye-MAX 필름 제작을 영속시키려고 할까.

왜 골동품으로 전락한 70mm를 끄집어냈을까.

왜 Eye-MAX의 64채널 이상 3차원 입체음향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을까.

왜 아직 이론에 불과한 안경이 필요 없는 3D영화를 준비하는 제이미 캐메론에게 수천 만 달러를 투자할까.

왜... 도대체 왜.

남들 안 하는 것을 굳이 이 시기에 류지호가 하고 있을까.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 중에 하나가 VR이나 홀로그램 영역으로 영화의 형태가 넘어가기 전까지 대형 스크린과 입체음향의 전통을 남겨놓기 위해서다.

시네라마, 시네마스코프, 울트라 파나비전.... 그 같은 대형 포맷들을 통해 미국영화사에서 수많은 감독들이 미학을 창조해냈다.

그런 전통과 미학이 <아바타>나 <트랜스포머> 같은 엔터테인먼트 3D영화에도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화면이 커지면 커질수록 만드는 사람들은 디테일을 신경 쓸 수밖에 없다.

대형스크린에서 감독과 배우는 거짓말을 할 수 없다.

단박에 거짓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반대로 솜씨 좋은 감독들은 대형 스크린을 활용해서 엄청난 사기를 쳐서 관객을 놀라게 하기도 한다.

4DX든 VR이든 홀로그램 기반 영화든.

100년 동안 쌓아온 영화미학과 정체성을 계승하지 않는다면.

영화에서 예술은 사라지고 그저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놀이에 머물지 모른다.

놀이기구 무시하냐고.

놀이기구로도 감동과 여운을 느낄 수 있다고 주장할 수 있겠지만.

그런 것은 테마파크가 제공해 준 감동이나 여운이 아니라, 그것을 체험한 개인의 감정일 가능성이 높다.

감정이나 정서를 담지 못하고 기술과 놀이를 파는 엔터테인먼트는 오래 가지 못한다.

기술만 팔아먹는 영화 또한 오래가지 못할 것이고.

그것은 즐기는 사람뿐만 아니라, 만드는 사람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


✻ ✻ ✻


칸영화제 막판까지 영화제 데일리 소식지 별점투표에서 <Tsogang>은 꾸준히 높은 순위권을 유지했다.

프랑스의 좌파 성향 일간지 리베라시옹(Libération)은 이례적으로 장문의 기사를 내보내며 <Tsogang>을 분석했다.

<Tsogang>이 인물의 개인적 여정과 정치·사회적 배경이 교차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감독이 영화 구석구석을 충만하게 만들어 교훈을 전달하는 데까지 나아갔다고 극찬했다.

최근 영국에서 불고 있는 EU탈퇴 움직임에 대해 은근슬쩍 꼬집는 것도 빼먹지 않았다.

영화 <Tsogang>을 통해 영국을 비판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리베라시옹(Libération)의 정반대 노선의 우파지 르 피가로(Le Figaro)는 기념비적 영화를 억지로 만들어내기 위해 케케묵은 스타일을 꺼냈다고 비꼬았다.

유럽에서 영화에 대한 시각차가 극명하게 갈린 가운데.

미국의 주요 매체에서는 이번 칸영화제를 ‘미국영화의 칸 공습’이란 도발적인 문구를 동원해 요약했다.

다른 유럽언론에서도 대체로 수긍하는 편이다.

그 말을 반박할 다른 표현을 찾지 못할 정도로 미국 작품들 수준이 훌륭했기 때문이다.

정통(?) 예술영화라고 보기에는 다소 모자란 듯 여겨지는 <Tsogang>과 <위대한 개츠비>가 평단과 관객 사이에서 심한 괴리감이 있긴 했지만.

그럼에도 미국 작품에 대한 평가가 전반적으로 후하게 나왔다.

그렇게 미국영화들이 칸영화제를 달군 가운데, 영화제 후반 문제적 영화 한 편이 공개됐다.

동성애를 다룬 <가장 따뜻한 색 블루>가 그 주인공이었다.

영화가 공개된 직후, 프랑스 현지 매체들 사이에서 뜨거운 반응을 끌어냈다.


- 형식면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가 있다면 바로 케시시의 사실적인 실험주의영화다.

- 배우의 얼굴을 클로즈업하는 방식은 마치 감독 잉마르 베리만 혹은 화가 마네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

- 오랫동안 보지 못한 가장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특히 여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인다.


작정한 듯 프랑스 매체들의 칭찬이 잇따랐다.

소문난 잔치치고 먹을 게 없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 칸영화제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좋은 편이다.

경쟁부문의 영화들이 예년에 비해 고른 수준을 유지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다른 부문의 영화들 또한 비교적 덜 실망스러웠다는 것이 칸의 단골손님들이 내린 평가였다.

그래서일까.

영화제 종반이 되어서 잡음이 솔솔 흘러나왔다.

심사위원들 사이에서 수상작 선정을 놓고 큰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는 소문이 영화제 안팎에서 심심찮게 나돌았다.


[우리는 스티븐 아들러가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를 선호한다는 소식을 전한 바 있다. 그리고 폐막 당일인 일요일 오후 5시쯤에 그 영화를 연출한 이란 감독에게 황금종려상이 돌아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전 세계에서 모여든 기자들도 그 의견에 대체로 공감했다. 하지만 두 명의 심사위원 루마니아의 문주와 영국의 램지 감독은 그 같은 소문을 듣지 못한 모양이다.]


리베라시옹(Libération)은 무언가 내막을 알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어 안타깝다는 듯한 뉘앙스로 기사를 내보냈다.

그 때문에 영화제 종반 각종 억측이 난무했다.

사실 칸영화제 심사에 관해 심사위원 사이에서 의견이 갈렸다거나 내분이 벌어졌다는 이야기는 단골 루머다.

매해 한 번도 끊이지 않고 터져 나오는 이야기다.

어떤 시상식에서든 만장일치가 나오기란 쉽지 않다.

모두 9명으로 구성되는 칸영화제 심사위원단 역시 경쟁작마다 담고 있는 미묘한 예술성에 대해 똑같은 감흥과 평가를 내리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국제영화 경쟁부문 초청작이라고 해서.

또 상을 받았다고 해서,

무조건 중요한 영화라고 단정 지을 수 있을까.

영화에 대한 취향과 기호를 논외로 하더라도, 영화제가 취하는 어떤 정치적 입장 때문에 경쟁부문에 진입한 함량 미달의 작품도 많다.

이번 칸 영화제에서 프랑스 영화가 9편이나 경쟁부문에 포함되었다.

그걸 어떻게 봐야 할까.

그 동안의 칸영화제는 프랑스에서 영향력 있는 영화사가 판권을 갖고 있는 영화를 ‘끼워 팔기’ 했다거나, 어떤 나라와의 ‘영화적 교류’에 신경 써야 했다거나, 이름값을 무시할 수 없는 감독의 영화라거나 기타 등등 의도를 가지고 초청작과 수상을 결정했다고 의심할만한 경우가 수도 없이 많았다.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는 감독의 작품은 작품성에 대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다음 영화제 경쟁부문 프리패스라는 것은 비밀도 아니다.

때로는 심사위원들 사이의 알력 다툼으로, 때로는 심사위원장의 사이코 같은 결단으로, 어처구니없는 영화가 주요 상을 받기도 한다.

삐딱하게 본다면, 포스터에 박힌 칸영화제 종려나무 수상 로고는 어쩌면 홍보마케팅을 위한 장식 이상도 이하도 아닐지 모른다.

칸영화제 9명의 심사위원의 기호와 취향 그리고 철학이 경쟁부문 영화들의 예술적 성취를 단정할 순 없다.

그렇기에 국제영화제 수상만으로 예술적 가치를 고평가해선 안 된다.

세계 최고라는 칸영화제마저도.

영화를 고르는 사람은 다름 아닌 관객 본인이다.

평가하는 사람도 관객 본인이고.

그렇기에 국제영화제 그랑프리 작품을 우상화할 필요는 없다.


✻ ✻ ✻


칸영화제에서 <Tsogang>을 비롯해 JHO Company 계열 영화들을 홍보하던 류지호가 잠시 스페인에 다녀왔다.

11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스페인의 대표 건설사 FOC(Fomento de Obras y Construcciones SA)의 창업자의 딸과 변호사를 은밀히 만났다.

스페인 건설회사 FOC는 올해가 지나기 전까지 37개 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은 50억 유로를 차환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시기 FOC의 순부채 규모는 66억 유로로 뼈를 깎는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지난해에 비해 5억 유로를 줄이는데 머물고 있다.

이 회사의 주식을 꾸준히 모아온 류지호는 지난해 2억 달러를 투자해 지분 10%를 확보했다.

4%를 보유 중이던 대유가온건설이 FCC에 7억 유로(9,638억원)를 투자해 지분 25.6%를 취득하기로 했다.

이는 이 회사 창업자의 딸이 보유한 지분 22.43%보다 많은 것으로 FOC 창업 이래 창업자 가족이 아닌 최대주주가 탄생하는 역사적인 사건이다.

그와 관련해 가온그룹 오너로써 경영권 획득에 대해 창업자 가족을 다독이고 FOC와 대유가온건설과 관련한 교통정리를 하기 위해 창업자 가족과 은밀히 회동했던 것.

대유가온건설이 지분을 취득하게 되면 류지호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과 합쳐서 40%가 넘는 지분을 보유하게 되어 사실상 지배를 할 수 있게 된다.

FOC는 세계 건설사 순위에서는 41위에 머물고 있지만, 유럽 최대 규모의 인프라 및 공공 서비스 그룹 중에 하나다.

1911년부터 바르셀로나 하수관 청소 및 유지 관리 계약을 맺고 공공서비스 분야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도시 인프라부터 상하수처리 등 환경 분야까지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대유가온건설에서는 FOC가 가지고 있는 풍력, 태양광, 조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 역량에 군침을 흘려왔다.

지난 2008년 경제위기 이후 사업이 기울면서 비용과 부채를 줄이는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스페인 건설업계가 부동산 버블 붕괴로 경기침체에 빠지면서 힘든 시기를 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 비즈니스에 집중해 전체 매출에서 42%를 유럽·아프리카 등 해외에서 올리는 등 나쁘지 않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전 세계 25개국에 진출해 있으며, 매출액의 45% 이상이 주로 유럽과 미국을 비롯한 국제 시장에서 나오고 있다.

암튼 이날의 만남은 엠바고가 걸렸다.

두 대주주들 간의 합의는 칸영화제가 끝나고 발표하기로 했다.

조용히 스페인 출장을 다녀온 류지호는 폐막식에 참석해 달라는 정식요청을 받았다.

참석해야 하나 잠시 고민하기도 했다.

칸영화제에는 공식·비공식 시상이 서른 개에 달한다.

그 중 주요 부문의 공식 시상은 여덟 개.

황금종려상이 단연 최고의 영예다.

모든 국제영화제 수상 중에 가장 크게 주목 받는 상이다.

칸영화제는 세계 최고의 경쟁 영화제다.

언론에서는 칸영화제 수상을 두고 대륙 혹은 국가별로 승자와 패자로 나누기도 한다.

혹자는 칸이 사랑하는 감독은 따로 있다고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결국은 인간에 대한 성찰로 귀결된 작품이 그랑프리를 안게 된다고도 한다.

정치적 구호가 버무려진 영화보다 성찰의 영화가 유리하다고 본다.

그런 면에서 올해 칸영화제에서 이변은 없었다.

<가장 따뜻한 색, 블루>.

2010년 출판된 동명 프랑스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동성애를 소재로 주인공들이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렸다.

이례적인 것은 감독과 두 명의 여배우가 함께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는 사실.

여러 이슈에 대한 나름의 퍼포먼스였다.


“감독의 요구사항은 상식을 넘어섰고 촬영은 심리적 고문에 가까웠다.”


레즈비언 소녀 캐릭터를 훌륭하게 소화한 주연 여배우의 인터뷰가 영화팬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심지어 공식기자회견에서 촬영 과정의 고충을 토로하며 펑펑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 모습으로 인해 혹시나 감독과 제작진에서 여배우에 대한 학대에 가까운 행위가 있지 않았나 하는 의심을 샀다.

영화 종반 내내 뜨거운 논란에 휩싸였다.

이후로 해당 여배우는 기자들의 질문에.


“많이 배웠어요.”

“감독님을 원망한 적은 없어요.”


직접적인 해명보다는 애써 톤 다운이 된 대답을 내놓았지만.

더욱 의구심만 커지게 했다.

그 같은 논란에도 <가장 따뜻한 색, 블루>는 가장 영예로운 상을 수상했다.

그로써 감독은 거장의 반열에 올라섰고, 논란을 부른 여배우는 연기력이 출중한 톱스타에 한 발 더 나가서게 됐다.

당초 <Tsogang>은 황금카메라 수상이 유력하게 점쳐졌다.

예상대로 수상에 성공했다.


“어차피 아카데미에서도 상을 받을 텐데....”


영화제 안팎에서는 <Tsogang>이 오스카를 들어 올릴 것이라면서 황금카메라 수상에 대해 대체로 수긍하는 분위기로 흘렀다.

그 정도로 만족하려고 했다.

그런데 류지호에게까지 상을 안겨줬다.

바로 감독상이다.

굳이 따지자면 황금종려상과 심사위원대상에 이어 동메달 정도라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감사는 진정성 있게 표해야 하기에.


“내겐 칸이 사랑하는 혹은 칸을 통해 세계에 이름을 알린 친구들이 꽤 많다. 그들도 그렇겠지만 나는 칸을 위해 영화를 만들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도 내 성취를 인정해 줘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한다. 종려나뭇잎 문양이 내 영화 포스터에 박히는 것은 분명 자랑스럽고 영광된 일이다. 이 상을 LA로 가져가 친구들과 축하할 수 있게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많은 이들이 이곳에 오기를 꿈꾼다. 경쟁부문에 낀다는 것이 쉽지 않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한번 들기 시작하면 중독되고 만다. 언제일지 모르지만, 가까운 미래에 다시 한 번 경쟁에 참여하고 싶다. 함께 작업한 150여명의 스태프들에게 감사를 표한다. 특히 영화에 참여한 아프리카 친구들에게 이 영광을 모두 바치고 싶다.”


최고상은 아니지만, 감독 개인에게는 최고의 상인 것도 맞다.

올해 최종 수상작을 살펴보면 국가와 지역 안배를 고심했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난다.

황금종려상은 프랑스(감독은 튀니지), 심사위원대상(인사이드 르윈 데이비스)과 감독상(류지호)은 미국, 심사위원상(그렇게 아버지가 된다)과 각본상(천주정)은 아시아, 그 외 유럽이 골고루 나눠 수상했다.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가장 따뜻한 색 블루>와 여우주연상 수상작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가 아니었다면, 유럽 영화들은 망신살이 뻗칠 뻔했다.

두 감독의 출신 국가가 유럽이 아니라 아프리카 튀니지와 이란이라는 것이 함정이지만.

딱히 수상결과에 대해 잡음은 없었다.

대체로 받을 만한 작품이 받았으므로 불만이 없다는 분위기로 마무리됐다.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인사이드 르윈 데이비스>에 대해서도 뒷말이 나오지 않았다.

다만 감독상 부문에서 제법 치열했다는 후문이다.

멕시코의 에스칼란테와 미국의 류지호를 놓고 심사위원들이 치열하게 논쟁을 벌였다나.

류지호와의 친분 때문에 스티븐 아들러가 류지호의 손을 들어준 것은 아닌지 의심하는 목소리도 조금 있었다.

영화제 측과 심사위원들 모두 지난해에 이어서 2년 연속으로 멕시코 출신의 문제적 감독에게 상을 안겨주는 것에 부담을 느꼈다는 후문이다.

물론 멕시코 출신 감독에게 주어야 할 것을 류지호에게 주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 올해 칸영화제는 인종차별보다 동성애를 선택했다.


사실 스티븐 아들러가 심사위원장을 맡게 되면서 인종차별 테마에 좀 더 무게가 실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영화제 중반까지 그런 분위기로 흘렀고.

결국 레즈비언 소녀의 성장 드라마에 손을 들어주었지만.

심사위원들은 제국주의 끝물의 영국이 아프리카에서 행한 인종차별의 부끄러운 민낯보다는 이 시기 유럽과 미국에서 엄연히 존재하는 팽팽한 심리적 대치에 대해 의견을 표출하는 것을 선택했다.

사회참여적 발언이 칸영화제에서 빠지면 섭섭한 노릇.

스티븐 아들러 심사위원장은 프랑스가 시행하고 있는 자국영화 보호정책을 지지하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했다.


“‘프랑스 문화부가 자국의 문화를 보호하기 위해 제정해둔 문화정책은 시네아스트들의 독창성을 유지하도록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이 시기는 미국과 유럽연합이 FTA와 관련해 다양한 문화적 법안에 대해 꽤나 치열한 협상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유럽의 대표적인 엔터테인먼트 기업 EMI를 먹어치운 대중문화계의 포식자에게 세계 최고의 영화제라는 칸의 최고상까지 쥐어주는 것이 부담이 되었을 수도 있다.

스티븐 아들러 심사위원장의 발언은 프랑스의 언론으로부터 찬사를 들었다.

반면에 류지호는 그와 관련해 노코멘트로 일관했다.

왜냐하면 스크린쿼터 같은 보호장치를 무력화시키는 현지 합작영화를 90년대부터 이어오고 있는 장본인이 류지호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올해 칸영화제 최종 승자는 프랑스 영화가 차지했다.

미국영화도 주요 상을 가져가면서 ‘공습’이란 표현에 걸맞은 성과를 안았고.

나름 황금분할에 버금가는 안배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 황금종려상을 놓쳤는데 아쉽지 않나?


폐막식 뒤풀이장으로 향하는 류지호의 발길을 기자들이 붙잡았다.


“감독상도 과분하다고 생각한다. 충분히 만족하고 있다.”

- 올해 칸이 이렇게 마무리 됐습니다. 소감 한 마디 해주시죠.

“<Tsogang>은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번 칸영화제에서 가장 좋은 영화가 아닐 뿐이다. 모든 영화에는 저마다 다른 가치가 있다. 내년에는 어떤 영화가 경쟁부문에 초청될지 알 수 없지만, 누구라도 황금종려상에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가 영화가 예술이라고 믿는 한은.....”


류지호가 보기에 칸영화제가 가장 좋은 영화제는 아니다.

가장 중요한 영화제일 순 있지만.

매해 가장 중요한 영화들이 여기서 첫 상영을 하고 있기에.

토론토나 베니스 같은 경쟁영화제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고 영화 비즈니스의 한 축을 계속해서 칸영화제가 담당하게 된다면.

그런 관례는 오래도록 이어질 것이다.

암튼 성대한 영화축제가 막을 내렸다.

수상에 성공한 영화인들은 명예를 안고, 처음 칸에 초청받은 영화인들은 무용담을 안고 각자의 나라로 돌아갔다.

전 세계 영화기자와 평론가들이 자신만의 베스트 또는 워스트를 선정했다.

어떤 심사결과도 모두를 만족시킬 순 없다.

저마다 마음속으로 최고의 상이 따로 존재할 테니까.

다만 동의하진 않지만, 불만도 없다.

앞으로 오랜 시간 이번의 수상이 옳았는지 틀렸는지를 놓고 논쟁이 계속될 것이다.

칸영화제 집행위원회에서 류지호에게 다음 영화제 심사위원에 참여해줄 의향이 있는지 물었다.

정중하게 거절했다.

영화를 찍어야 한다는 이유에서.


“나는 몸이 세 개라도 모자랍니다. 이미 손을 댔거나 빠져나올 수 없거나 반드시 해내야 하는 영화가 너무나 많습니다. 그걸 제쳐두고 동료들의 영화를 보고 그들의 성과를 이해하고 해석하고 평가할 자신이 없습니다.”

“보름입니다. 그 정도 시간은 낼 수 있지 않겠습니까?”

“내년 5월에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지 알 수 없습니다. 제안은 고맙지만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자꾸만 사양하는 류지호를 향해 집행위원장이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심사위원장 자리도 말입니까?”

“제안은 몹시 영광되지만, 어려울 것 같습니다.”


영화계에서 이룰 것 다 이루고, 더 이상 할 것이 없다면 모를까.

한창 왕성하게 활동할 나이에 국제영화제 심사위원을 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다.


“언젠가는 칸 영화제 심사위원이 되어주실 거라 믿고 싶습니다.”

“그렇게 될 겁니다.”


여지를 남겨두었다.

심사위원장을 시켜주겠다는데 무 자르듯 매정하게 자르는 것도 보기 좋지 않고.

다만 시간적, 심적 여유가 있을 때.

적어도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뗀 후에.

창작력이 한계에 부닥쳐서 고갈 될 에너지를 다시 채워야 할 때 즈음에 가서.

그때 가서야 칸영화제든 어디든 심사위원 제안을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작가의말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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