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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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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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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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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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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쪽

영화가 예술이라고 믿는 한....! (1)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가끔은 감독이 아무것도 안 할 필요가 있지 싶은 깨달음을 얻었다.”


기자들은 류지호가 일부 할리우드 감독들의 직무유기를 비판할 것으로 잔뜩 기대했지만.


“나는 이 영화를 어렵게 접근하지 않았다. 그런데 데일리 소식지에서 정치스릴러이며 사회파 영화라고 규정하더라. 난 세기의 로맨스를 그저 힘 빼고 찍었을 뿐이다. 지금까지 내 영화들은 나 스스로 너무 어렵게 접근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예술에 대한 교양을 관객에게 일방적으로 과시하지 않았는지 돌아 볼 기회였다. 앞으로 영화를 대하는데 있어서 조금은 편안해 질 것도 같다.”


류지호의 발언을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따라서.

누군가는 한층 성숙해졌다고 기사를 쓸 것이고.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들의 리뷰에 대한 ‘돌려까기’라는 식으로 삐딱하게 기사를 쓸 수도 있다.

지금까지 류지호가 쌓아온 필모그래피와 맥락에 의거해서 충분히 다른 해석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 이 영화에서 황혼 즉 석양 인서트가 단 한 번도 안 나온다.

“그렇다. 대신 일출은 의도적으로 몇 번 넣었다.”

- 왜 그랬나?

“아프리카가 배경인 영화들을 떠올려보라. 아주 근사한 황혼의 순간이 반드시 들어간다. 그런 관습적인 것이 싫었다.”

- 풍경 인서트가 독특하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초베 국립공원 풍경이 아름답게 담겼다고 생각한다.”

- 리차드슨의 촬영은 흠잡을 데 없이 완벽했다. 그런데 그 내용이 걸린다. 굉장히 아름다운 롱 쇼트 한편에선 하이에나들이 썩은 고기를 뜯어먹고 있다. 또한 사자나 늑대가 초식동물을 사냥하는 모습도 보인다.


아프리카 하면 드넓은 초원에 한가롭게 뛰어노는 야생동물을 떠올린다.

그림같이 아름다운 초원.

너무나 광활해서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은 시원시원한 영상.

주로 낭만적이고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풍경을 주로 보여준다.

류지호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았다.

70mm 화면에 시원시원한 롱 쇼트를 풍부하게 담았다.

그런데 화면을 가만히 뜯어보면 디테일이 심상치 않다.

마치 들라크루아의 그림들처럼.

롱 쇼트 화면 어딘가에 ‘피비린내‘가 혹은 ‘재난‘의 상징이 숨겨져 있다.

익스트림 롱 쇼트 저 멀리 지평선에는 척박한 땅에서 노동일을 마치고 집으로 터덜터덜 걸어가는 베추아날란드 국민들의 고단한 모습이 담기기도 했고, 멀리 떨어진 시냇가에서 물을 길어 수십 리 길을 돌아오는 아낙들의 모습도 담겨 있다.

자연을 화폭에 담듯 찍은 것 같으면서, 아프리카의 일상성 같기도 하다.

초베 국립공원은 해외 유명 잡지들이 반드시 가봐야 한다고 추천하는 곳이다.

야생은 멀리서 보면 낭만적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생명의 투쟁의 연속이다.

류지호는 좌우로 넓은 화면비 구석구석에 다양한 메타포들을 심어두었다.


“아프리카는 이미 수백년 전부터 그런 상태였고 영화의 시간대도 마찬가지며 현재도 그렇다. 내가 보기에... 그것이 리얼리티.. 아니 외면할 수 없는 팩트다.”

- 역사왜곡이란 지적도 있다. 당시 베추아날란드의 최대 부족민들을 영화에서 너무 헐벗고 가난하게 묘사했다는 지적이다. 세로웨 등 주요 대도시는 비교적 살기 나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영국인들과 똑같은 깨끗하고 세련된 옷을 입은 베추아날란드 주민이 영국인이 세금을 걷어가서 힘들다고 하면 관객이 공감할 수 있을까? 당시의 베추아날란드 주민을 연기하는 배우들을 세련되게 묘사하고 점잖게(서양인 기준) 묘사하는 것이 보츠와나 국민을 존중하는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사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진정성이라고 믿는다. 누군가는 불쾌할 수도 있다. 신경 쓰지 않는다. 우리는 과거를 추억으로 포장해서 아름답게 기억할 것이 아니라, 사실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그래야 오늘이 더 좋아질 수 있다.”

- 아프리카에서 보기 드물게 일찍이 민주주의가 정착되고 최빈국에서 그럭저럭 살 수 있는 나라가 된 것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도 있다는 역설일까?

“세레체 카마는 왕자에서 추방당한 평민의 삶을 살았고, 세기의 로맨스라는 관심도 받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옳은 가치를 버리지 않았단 사실이다. 용기를 냈다는 점을 높이 사야 한다. 세계 곳곳에는 여전히 독재자들이 폭압적인 정치를 펴는 나라가 상당히 많다. 콜라병을 들고 남아공을 모험하는 부시맨의 나라로 묘사된 바로 그 나라. 1960년대부터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이 통치하는 나라가 부시맨의 나라다.”

- <가장 따뜻한 색 블루>가 극단적인 클로우즈업을 많이 활용하는 것과 당신이 롱 쇼트와 롱 테이크를 매우 잘 활용하는 것이 대비가 되는 것이 재밌다. 또한 둘 다 이번에는 사랑을 영화에 담고 있지만, 형식이나 스토리가 완전히 다르다.


<가장 따뜻한 색 블루>는 이번 칸영화제 화제작 가운데 하나다.

유력한 수상후보이기도 하고.


“클로즈업은 아주 작은 움직임도 담아낼 수 있기 때문에 미묘한 감정을 표현하기에 알맞다. 그것이 케시시가 클로즈업을 사랑하는 이유일 것이다. 나 역시 클로즈업을 사랑한다. 다만 어떤 인물을 둘러싼 환경에 더 관심이 많을 뿐. 인물 내면의 황폐화나 각성은 외부환경으로부터 온다. 둘은 떨어질 수 없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를 담기 위해서는 롱 쇼트와 롱 테이크가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사실 과거보다 남발하지 않고 있지 않나? 언젠가부터 절제하고 있다고 느끼지 않나?”


기자들은 동의하지 않는 모양이다.

화제를 전환했다.


-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를 제작하는데, 당신의 역할이 지대했던 일화를 틸다가 소개했다.

“그 영화의 기획은 7년 전에 시작됐을 것이다. 당시에 ParaMax에서 제작하려고 했다. 그런데 진전이 없었다. 틸다가 여성 뱀파이어로 캐스팅된 상태였는데, 그녀가 자무슈를 독촉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느 날 틸다가 나를 찾아왔고, 존이 정신을 차릴 수 있도록 설득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때 ParaMax에 전화를 걸어 그린라이트 권리 한 장을 썼다. 그것이 전부다.”

- 다음 영화가 스페이스 오페라라는 소문이 들린다. 혹시 <스타워즈>의 메가폰을 잡게 되나?

“내게 관객이 바라는 것이 있고, 업계 사람들이 바라는 것이 있다. 또 연예계 기자들과 영화 비평가들이 바라는 것도 있다. 심지어 대학에서 영화역사를 연구하고 사조를 정의하려고 하는 학자들도 내게 바라는 영화가 있더라. 미안하지만 나는 누구를 특정해서 영화를 만들진 않는다. 그저 시나리오를 쓰고 충분히 이야기가 무르익으면 찍을 뿐이다.”

- 업계 소문에 따르면 루카스와 <스타워즈>의 스크립트를 손보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다시 한 번 말 하지만, <스타워즈>와 관련해서 정해진 건 없다.”

- 조금 성급한 질문 같지만 차기작 계획은 어떻게 되나?

“내 사무실 책상에는 스무 편이 넘는 스크립트가 있다. 내가 작성한 것도 있고,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대단한 작가가 작성한 오리지널도 있다. 현재 시점에서 이 말은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한 해도 쉰 적이 없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나는 끊임없이 일을 할 것이다.”


창작자는 자신의 삶을 산화시켜서 예술을 창조한다.

삶과 창작물을 바꾸는 셈이다.

대부분의 예술가는 자신의 삶만큼의 창작물을 만들고 사라진다.

모든 창작자에겐 전성기라는 것이 있다.

그 어떤 위대한 예술가도 생전에 최고의 창작기가 따로 있다.

위대한 작품을 통해 이름이 사후에도 영원히 남게 된다고 해도, 생전에는 모든 것을 쏟아내고 무기력감에 빠진 예술가가 수두룩하다.

지금의 류지호는 스스로 전성기가 아니라고 여기고 있다.

최선을 다해 작품에 임하고 있지만.

수명이 줄어드는 것 같은 기분으로 삶 자체를 영화에 걸고 있다고 보지 않기에.


- 영화감독이란 석탄광산 같은 것이라서 한계가 있습니다. 아껴서 쓰시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몬스터>, <20세기 소년>으로 유명한 일본의 만화가 나오키가 공진형 감독에게 한 말이었다.

그의 말처럼 영화감독의 재능과 에너지는 유한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류지호는 영화를 찍는 것을 멈출 수가 없다.

만약에 창작자로서 모든 걸 쏟아내고, 그때에 가서 아무 것도 할 게 없다면.

메가폰을 놓으면 된다.

창작활동이 멈췄다고 해서 삶까지 끝나는 것은 아니니까.


❉ ❉ ❉


국제영화제는 보통 그해의 가장 뜨거운 문제의식을 드러낸 영화와 함께 새벽녘까지 끝나지 않는 광란의 파티가 공존한다.

JHO Company는 90년대부터 주요 국제영화제에 거점호텔을 지정해서 성대하게 파티를 열어왔다.

몇 년 전부터는 WaW 엔터테인먼트도 영화진흥위원회와 별개의 네트워크파티를 열고 있다.

류지호는 할리우드는 물론이고 유럽의 영화계가 주최하는 파티에 참석해 친분을 확인하고, <Tsogang>은 물론이고 <헝거 게임 : 캐칭 파이어>를 알리는데도 힘을 보탰다.

비록 경쟁부문에는 단 한편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지만, WaW가 필름마켓에 내놓은 영화들을 소개하는데 팔을 걷어붙이기도 했다.


“올해 칸영화제는 최악으로 기억될지도 모르겠네.”


시도 때도 없이 내리는 심술궂은 비.

각종 도난사건.

‘강남스타일‘로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싸이박 사칭 사건까지.

올해 칸영화제는 유독 영화 외적인 사건사고들로 점철됐다.

개막식 다음날에 공식후원사의 보석이 도난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후원사 직원이 투숙한 호텔방에 도둑이 침입해 100만 달러 상당의 보석을 훔쳐 달아난 것.

또한 칸에서 대낮 총격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신원을 알 수 없는 한 남성이 영화제 주요 행사가 열리는 호텔 근처에서 허공을 향해 2발의 공포탄을 발사했던 것.

그 외에도 영화제에 참석한 해외 손님이 소매치기를 당하지를 않나, 숙박하고 있던 호텔 방에 강도가 들어 여권은 물론 돈이 될 만한 것을 털리기도 했다.

국제적인 스타로 떠오른 싸이박 스타일의 선글라스, 헤어스타일, 양복차림 심지어 경호원 3명을 대동하고 나타난 가짜가 중요 파티마다 찾아다니며 진짜 행세를 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가짜 싸이박은 클럽 VIP룸에서 최고급 와인을 공짜로 마시며 무전취식은 물론 사람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사진을 찍는 대범한 행각을 벌였다.

결국 정체가 발각되긴 했지만, 영화제로서는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

본래가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칸영화제였지만, 올해처럼 다사다난한 적도 별로 없었다.


“스티븐과 마리는 많이 바쁘대요?”


애덤 베이커가 대답 대신에 고개를 끄덕였다.

레드카펫 행사 이후 많은 파티를 돌아다녔지만, 스티븐 아들러나 마리 키드먼 같은 지인들의 코빼기도 보지 못했다.


“어째 심사위원들의 기싸움이 팽팽할 것 같더라니....."

“결과에 대해 뒷말이 무성할 것 같아 심사위원 단속을 철저히 하는 모양입니다. 이번 심사위원들은 파티보다는 밤늦게까지 경쟁작이 상영되는 극장을 순회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심사위원장이 천하의 스티븐 아들러라고 해도, 유럽 쪽 심사위원 가운데 꼬장꼬장한 인사들과 마찰이 생길 수밖에 없다.

심사위원 내부적으로 상당한 논쟁이 벌어질 것이란 것을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보스, 폐막식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애덤이 보기에는 어때요? 수상 가능성이 있을 것 같아요?”

“프레스센터에서 흘러나오는 말들을 종합해보면 제법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폐막식 참석을 요청하는지 보면 알겠죠.”


수상 가능성은 대체로 영화제 후반에 가서야 판가름이 난다.

가능성이 없다고 여기는 참가자들은 폐막식 이전에 일찍 칸을 떠나는 편이다.

이번 영화제 종반에 소개되는 <파랑은 가장 따뜻한 색 블루>에 의해 극적 반전이 이뤄지기 전까지 현지 분위기를 주도한 것은 세 편의 미국영화와 아시아 감독이 연출한 세 편의 영화들이었다.

류지호의 <Tsogang>, 고언형제의 <인사이드 르윈 데이비스>, 스티븐 사더버그의 <비하인드 더 캔들라브러> 등과 중국영화 <천주정>, 일본영화의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마지막으로 이란·프랑스 합작영화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 등 모두 여섯 편의 영화가 주목을 받았다.

영화제 중반까지는 미국 영화의 강세, 아시아 영화의 선전, 유럽 영화의 부진으로 요약할 수 있었다.

<Tsogang>의 투자배급사 ParaMax는 내심 감독상 정도를 기대했다.

황금종려상은 처음부터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류지호는 이미 결과를 알고 있었기에 기대가 없었다.

작품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여러 면에서.

이미 주인이 정해져 있다고 봐야했다.


✻ ✻ ✻


[류지호의 재능 낭비. 또는 여유로 빚어낸 향수어린 기술의 복원.]

- Empire magazine(영국).


[이미 구축해 놓은 자신의 스타일에 안주하지 않은 점은 칭찬해 줄만 하지만, 기념비적인 영화에 도달하기 위해 구시대적 유물을 발굴할 필요까지는 없었다.]

- le film francais(프랑스).


[한동안 폭력의 세계에 침잠했던 류지호가 실재했던 역사적 배경을 끌어옴으로써 한층 성숙한 연출 세계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이끌어냈다. 그 동안 관객들이 그의 영화 속 실감나는 폭력 묘사를 즐기다 보면 자연스레 실재 역사에서 벌어졌던 폭력의 문제를 곱씹게 되는 역설적인 재미를 안겨준 것과 반대로 폭력적인 장면 없이도 식민지 제국주의 시대의 끔찍했던 만행을 은연중에 전달하고 있다. 또 류지호는 유려한 빛의 세계를 필름의 질감으로 담아내는 영화적 체험의 장으로 관객을 초대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 EPD Film(독일).


[자선사업가이기도 한(물론 세계최고 부자다) 류지호는 아프리카에 매해 수천만 달러를 지원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많은 이들이 그가 아프리카를 바라보는 시선을 궁금해 했다. 물기 젖은 연민일지 아니면 냉정하고 객관적일지. 다 아닌 것 같다. 이번 영화를 통해 내가 느낀 바로는. 적어도 류지호가 아프리카를 위해 행하는 자선은 거짓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아프리카에 쓴소리도 마다않을 작정이라고 영화에서 주장하는 것 같지만. 내게는 애정이 더 느껴진다. 다만 간간이 보이는 역인종차별이 다소 찜찜하게 다가오는 것은 나만의 오해이길 바란다.]

- Le Monde(프랑스)


[전작들과 비교해보면 소소하고 속도도 느리며 느슨하다. 그럼에도 <Tsogang>에는 다른 어떤 창작자도 흉내 내기 어려운 깊고 거대한 명장면들이 도사리고 있다. 무엇보다 시퀀스의 리듬을 유려하게 조절하는 류지호의 솜씨와 배우들의 장점을 적재적소에 취할 줄 아는 그의 안목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그는 골든라즈베리 시상식장에 쳐들어가 당당하게 일성을 토할 자격이 충분히 있는 영화감독이자 프로듀서임을 다시 한번 자신이 직접 메가폰을 잡은 영화로 증명했다.]

- The Hollywood Reporter(미국).


[진부하다. 전작들에서 보여줬던 그 날카로운 풍자는 어디로 갔을까?]

- Sight & Sound(영국).


[먼지만 풀풀 날리는 황무지 비행장을 떠난 약소국 왕자가 상처투성이로 조국에 돌아와 근사한 아스팔트 도로를 깐다는 소설 같은 이야기에 인종과 국경을 초월한 사랑이야기까지. 이보다 더 영화 같은 실화가 있을 수 있을까. 영화로 만들어지면 재미가 없을 것 같은 실화를 70mm라는 대형화면에 담아내며 놀라운 방식으로 감각과 정서의 폭을 넓혀나간다. 게다가 간결하고 힘 있는 이미지의 승리까지. 감독 본인이 주장했듯, 명백히 멜로영화다. 그것도 국가적 규모를 자랑하는 스펙터클한 사랑 이야기다.]

- Film Comment(미국).


[할리우드가 실화를 다룰 때는 촌스러울 만큼 도식적인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는 경우가 많다. <Tsogang>은 세기의 로맨스와 보츠와나의 민주주의 태동을 절묘하게 오가며 그런 우려를 불식시킨다. 흔히 인종차별을 다룰 때 각각의 캐릭터들이 서둘러 용서와 화해로 모든 관계를 마무리 짓는 경우가 허다한데. 다행히 이 영화에서는 그런 함정이 빠지지 않는다. 보츠와나의 독립 및 민주주의가 세기의 로맨스 심지어 사랑이라는 낭만적 메시지로 마무리하지 않는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 キネマ旬報(일본).


[그가 태어난 나라 한국은 민주주의를 완성한 나라는 아니다. 민주주의 완성은 현실에서 가능하지 않지만. 암튼 여전히 부패지수는 높고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이며 정치적으로도 안정된 국가는 아니다.(중략) 감독 개인의 체험이 영향을 끼쳤다고 고백했다. 그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 한국의 민주주의는 대전환점을 맞이했었다. 당시 학생들은 야간에도 집에 가지 못하고 학교에 감금당한 채 공부를 해야 했다고 한다. 그런 학창시절의 기억들이 지금에 와서 어떤 부채의식으로 남아있는 것 같다고도 했다. 영화 <Tsogang>은 진보주의자로서 아프리카의 나라들이 독재에 저항해야 한다는 것을 매우 점잖은 방식으로 충고하고 있다.]

- Libération(프랑스).


[새삼스럽지만, 지호 류가 진지한 영화예술가인지 혹은 손기술이 좋은 기술자일 뿐인지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혹시 그의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유럽식 정서가 일부 묻어 있다는 것을 두고 지적인 작가라고 오해하고 있는 건 아닌가. 따져볼 시점이다.]

- The SUN(영국).


[지적이며 냉소 가득했던 시선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따뜻한 시선만 남았다. 류지호의 영화가 맞는지 의심스럽다.]

- The Variety(미국).


[형식과 스타일에만 치중하면서 재능을 낭비하고 있다. 70mm가 영화의 예술성을 담보해 주진 않는다. 영화감독에게 화면비가 중요한 건 알겠는데, 너무 나갔다. 안타깝다.]

- 씨네마21(한국).


[제발 영화를 하라. 테크닉을 버려라. 이제 그럴 때도 됐다.]

- The Daily Telegraph(영국 & 호주).


[영화적 허세는 양식의 과장됨이다. 때로 그 허세가 너무나 영화적일 때가 있다. <Tsogang>에서 그렇다.]

- Positif(프랑스).


[올해 칸영화제 화두는 사회적 폭력, 빈부 대립, 동물 학대, 동성애 등으로 보인다. 영화제측은 그동안 많이 보아왔던 형식과 스타일은 버려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양한 사회적 주제를 담은 영화들이 초청되었지만, 형식적으로 평범한 영화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것은 어쩌면 모험보다는 안정을 중시하는 칸의 장기적 분위기와도 무관하지 않은 경향일 것이다. <위대한 개츠비>가 칸 영화제 역사상 최초로 3D로 개봉된 장편영화라는 기록을 남기게 되겠지만, 많은 이들에게 향수와도 같은 70mm 시네마스코프가 좀 더 기억에 남을 것 같다.]

- Cahiers du Cinéma(프랑스).


[개인적으로 슈퍼리치인 류지호의 지적 허영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진영에 속해있다. 인정할 건 인정하자. 같은 소재로 영화를 만든다고 해도, 그 어떤 감독도 <Tsogang> 같은 작품을 만들 순 없을 거다. 짜임새 있게 직조된 이야기와 미장센 안에 주인공을 밀어 넣고, 주인공을 입체적으로 그리면서, 실재 했던 사랑의 여정이 마무리되기까지 영화의 키를 결코 허투루 놓는 법이 없는, 감독의 지성과 집중력으로 완성된 작품. 그래서 더욱 재수가 없다. 돈도 많고 영화적 재능까지 뛰어난 류지호가!]

- Cinema Teaser(프랑스).


개막작부터 논쟁이 뜨거웠다.

그럴수록 남몰래 웃음을 짓는 이들이 있다.

칸영화제 집행위원회다.


- 감독의 이름값만큼 호평을 받을 만하다.


<Tsogang>에 대해서 호평 쪽이 우세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는 것이 함정이긴 하지만.


[영화가 어떻게 탄생했고 어떻게 발전해 왔으며 영화 유통의 경로가 더 다양해질 미래에 영화가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온몸으로 보여주는 이가 류지호다. 비록 필름으로 구체화되는 전통적 영화와 극장 상영이라는 절대적인 기준을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는 OTT의 선봉장이란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류지호 만큼 영화산업의 미래를 걱정하고 연구하는 이도 드문 것이 사실이다.]

- The Wall Street Journal(미국).


영화감독 외에도 프로듀서이자 메이저 스튜디오 오너라는 타이틀까지 가진 류지호다.

영화 외적인 부문에 대한 평도 많았다.


[막 개막한 칸 영화제에서 수상을 논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그런데 나로서는 일부 수상은 쉽게 예상할 수가 있을 것 같다. 첫째가 황금카메라 부문이다. 70mm를 복원했다는 건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두 번째는 감독상 부문이다. 첫 번째 이유와 비슷한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홀랑 넘어갈 기술 좋은 재주꾼들이 영화제에는 늘 있어왔다. 그런 면에서 류지호가 올해 칸에 온 감독 중에서 가장 날카로운 기술을 부려 자신만의 재주를 한껏 뽐내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따라서 적어도 황금카메라나 감독상 중에 하나는 훔쳐갈(소매치기) 것 같다.]

- Le Figaro(프랑스).


[류지호는 <Tsogang>에서 아무것도 안 했다고 한다. 다음 작품부터는 열심히 해보겠다고 말했다. 이보다 더 열심히 하면 도대체 어떤 영화가 나올지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없다.]

- The Guardian(영국).


경쟁부문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하랴, 필름마켓에서 바이어들 대접하랴, 파티의 호스트가 되랴, 한국영화 부스를 홍보하랴, 한국영화의 밤에 참견하랴, 전 세계 주요 영화관계자들과 미팅하랴.

류지호는 분신술이라도 쓰고 싶은 심정이었다.

당초 <Tsogang>의 공식일정만 소화하고 런던으로 돌아가서 업무를 보려고 했다.

현지에서 돌발적으로 생긴 일정으로 인해 이틀을 더 칸에 머물러야 했다.


✻ ✻ ✻


칸영화제 주상영관은 뤼미에르, 드뷔시, 브뉘엘, 바쟁 등이다.

개막식이 열리며 스크린이 가장 큰 것은 뤼미에르고 작고 아담한 상영관이 바쟁이다.

<Tsogang>을 투자·배급하는 ParaMax Entertainment는 프랑스 영상기술연맹, 영사기사조합, 칸영화제 사무국과 함께 프랑스 파리의 오래된 극장이 보관하고 있던 70mm 영사기를 대여해 뤼미에르 극장에 설치했다.

10년도 훌쩍 넘게 창고에 보관하고 있던 영사기로, 처음 구입할 때 가격이 10만 달러를 훌쩍 넘겼던 고가의 장비였다.

<Tsogang>의 그린라이트가 켜지고 ParaMax Entertainment는 전 세계의 70mm 상영이 가능한 극장을 조사했다.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호주, 일본, 한국 등 주요 영화시장에 최소 3개 스크린에서 70mm 상영이 가능하도록 준비했다.


“상영관들은 한 세트당 8만 달러에 달하는 장비를 사용해야 합니다.”

“램프와 렌즈를 포함한 비용입니까?”

“예. 보스.”

“북미 개봉 스케줄을 어떻게 됩니까?”

“콜럼버스의 날(10월) 전 주에 개봉해서 2주 동안 70mm 필름으로만 상영하고, 그 후에 Eye-MAX DMR과 일반적인 디지털 포맷으로 멀티플렉스에서 개봉할 계획입니다.”

“2주간의 로드쇼는 북미만 해당됩니까?”

“예.”


영화 선진국 외의 국가에서는 오리지널 70mm를 상영할 수가 없다.

Eye-MAX MPX는 아프리카의 케냐에도 들어가 있다.

그러나 전통적인 와이드스크린 70mm는 애초에 도입조차 하지 않았거나 소수 있었던 상영관들이 모두 멀티플렉스 시대를 맞이해 사라졌다.

참고로 미국에서조차 70mm가 상영 가능한 곳은 11개 지역의 30개 스크린이 채 되지 않았다.

그랬다가, ParaMax가 제공하는 장비를 구비해서 총 108개의 스크린으로 늘어났다.

70mm 상영을 위해 <Tsogang>의 P&A 비용이 대폭 상승했다.

<Tsogang>의 로드쇼 상영을 위해 소요된 예산만 700만 달러일 정도다.


“한국에서는 어떻게 하기로 했대요?”

“대한극장이라고 아십니까?”

“잘 알죠.”

“그 곳에 있던 영사기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70mm 영사기와 필름을 다룰 줄 아는 사람이 없다는 것인데.”

“일본에서 데려옵니까?”

“WaW가 일본과 홍콩의 영사기술자를 섭외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받았습니다.”


류지호가 한숨을 내쉬었다.

돈만 가지고 시대를 마음대로 조정할 수 없다는 걸 다시 한 번 절감했다.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대한극장 외에 전국 두 곳 정도에 70mm 영사기가 존재했었다.

마지막 70mm 상영관이었던 대한극장마저 멀티플렉스로 전환되면서 이 시기 한국에는 G.O.M브랜드의 Eye-MAX 상영관을 제외하고 필름 상영관이 멸종되다시피 했다.

따라서 70mm 영사기를 다룰 줄 아는 영사기사도 함께 사라졌다.

대한극장 영사기사는 너무나 고령이다.

총 무게 120Kg에 달하는 70mm 필름을 다루기에는 무리가 있다.

가령 Eye-MAX 필름 프린트가 트럭에 실려 극장으로 배달되면, 대기하고 있던 지게차가 특수 제작된 필름 캔을 떠서 바닥에 내리고, 프린트가 담긴 캔 하나를 네 명이 들어서 영사실까지 옮긴다.

오리지널 70mm 역시 똑같은 과정으로 영사실로 옮길 수밖에 없다.

그것이 끝이 아니다.

35mm 필름 영사기도 다루는 것이 간단치 않은데 70mm는 오죽할까.

영화의 나라라고 할 수 있는 미국조차 영사기술자조합에 70mm 영사기 숙련자가 100명도 채 되지 않는다.

그들 숙련자들의 평균 나이는 58.4세다.

지금은 모두 Eye-MAX 필름영사기를 다루고 있고.


‘2.35:1도 이렇게 힘든데, 쿠엔은 도대체 2.76:1을 어떻게 상영한 거야?’


류지호가 처한 상황보다 더 어려웠을 이전 삶의 <헤이트풀8>이 떠올라 류지호의 고개가 저절로 흔들렸다.


작가의말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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