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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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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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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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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2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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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쪽

냉철해질 필요성을 느낀다! (2)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아카데미 시즌이 마무리 되고, 류지호 홀로 한국으로 날아갔다.

대한민국 제 18대 대통령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이전 삶에서는 이 시기에 헌정사상 최초로 여성대통령 탄생했었다.

본래의 역사가 또 다시 바뀌었다.

당과 인물 모두 다른 사람이 권력을 잡았다.

다른 국가들의 권력은 본래의 역사와 거의 변동이 없었다.

왜 한국의 정치권력만 유독 크게 변했을까.

가능성이 있는 원인 가운데 하나가 언론지형의 변화 때문이다.

이전 삶과 달리 보수 일색의 종합편성채널이 존재하지 않는다.

24시간 뉴스를 내보내는 YNTV가 류지호와 가온그룹의 영향력 아래 있고.

신문의 판매 부수가 해마다 감소하는 가운데 뉴스 소비가 인터넷 포털로 완전히 넘어간 상황에서 NAVE와 NEXT에도 류지호의 입김이 닿아있다.

즉 기존의 기득권들이 힘으로 여론을 마음대로 주무를 여건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국운이 꺾일 걱정은 당분간 하지 않아도 되겠지.....’


제18대 대통령에 그나마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인물이 당선되었기에.

지난해 초만 하더라도 보수정당에서 다음 대 대통령이 다시 선출될 것 같은 분위기였다.

정의국 대통령이 나름 국정을 잘 챙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번도 분열이 된 적이 없던 보수정당이 두 개로 쪼개지고 말았다.

숭미·친일·반공·독재미화를 계승하는 쪽과 유신에 반대했던 신민당계열로 분열한 것.

사람들은 단순한 정치적 쇼로 치부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단일화를 할 것이라 예상했는데.

갈라진 보수가 서로를 향해 극우와 신좌파로 몰아세우며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말았다.

본래라면 분열로 망해야 하는 진보가 그 수혜를 톡톡히 봤다.

그 결과 민주화운동의 산 증인인 김영태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민주화운동의 상징 같은 인물이라 반미주의자라고 오해할 수 있지만.

딴에는 미국통이다.

미국 국무부 초청으로 IVP(International Visitors Program)에 참가하면서 세계 각국의 차세대 지도자들과 교류를 한 경험이 있고, JHO Company와도 네트워크가 연결되어 있어서 미국 정가에도 나름 인맥을 형성하고 있다.

가온그룹이 암암리에 후원하는 정치집단이 김영태의 손발이 되어 움직였다.

보수 쪽 차세대 리더로 점찍은 충청을 기반으로 한 신민당계 서기표 의원 역시도 일본물이 전혀 묻지 않은 정통(?) 친미주의자다.

한국의 권력구도가 이전 삶과 완전히 달라짐으로 해서 대통령 탄핵이라는 현대사의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졌다.

참여정부부터 정의국 정권까지 사법개혁에서 일부 성공함으로써 검사출신이 최고 권력에 도전하는 일도 없어지게 되었다.


“아무리 못나도 정치는 정치 전문가들이 하는 것이 맞겠지.”


류지호의 혼잣말을 래리 킴이 들었다.


“뭐라고 하셨습니까?”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나저나 신임 대통령 건강에는 문제없대요?”


민주화운동 당시 워낙에 지독한 고문을 받을 이력이 있었던지라.

이러저런 후유증을 앓고 있는 김영태다.


“당내 경선에 도전할 때부터 철저하게 관리를 받아왔고, 당선된 뒤로는 국가수반으로 케어를 받게 되었으니 별 문제 없을 겁니다.”


미국 차세대 대통령 후보로 2008년에 바룩 오밤과 경쟁했던 공화당의 짐 맥레인(Jim S McLain)을 점찍어 둔 상황이다.

그 역시도 나이가 많은 것이 걸림돌이다.


“복수국적 취득심사가 통과된 건 아십니까?”

“듣긴 했는데....”


복수국적을 받아도 그만 아니어도 그만.

다만 재계 서열 2위의 대기업 오너가 한국국적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 부정적인 여론을 확산시킬 염려가 있기에 받아들이기로 한 것 뿐.

끊임없이 국적논란에 휩싸이는 광성그룹 오너 일가만 봐도, 류지호의 국적문제 때문에 잘 관리되어 온 그룹의 이미지가 훼손되어선 안 될 일이고.


“새벽에 도착한 걸로 아는데, 피곤하진 않으십니까?”

“하도 여기저기 많이 싸돌아다녀서 이젠 시차적응도 크게 어렵지 않네요.”

“하하.... 앞으로 나이를 생각해야 합니다. 너무 무리하진 마세요.”

“갓 마흔 넘겼어요. 요즘 나이 마흔은 청년입니다. 청년!”


대통령들 취임사의 핵심은 한결 같다.


- 희망의 새 시대를 열겠다!


이전 정부까지는 희망이 없었으니까, 자신의 정부에서 희망을 선사하겠다.

김영태 대통령은 ‘문화융성‘ 키워드를 여러 번 강조했다.

참여정부의 국토균형발전 기조를 계승·발전시키는 것과 함께 대중문화를 주요 국정과제로 삼겠다고 취임사에서 선언했다.

대중문화육성과 지원을 핵심 키워드로 삼은 이유가 있다.

‘한류‘의 전 세계 유행속도가 놀라울 정도로 빠르고 거셌다.

본래의 역사보다 빨리 그리고 더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NeTube의 KPOP 카테고리가 훨씬 빨리 활성화되었고, StreamFlicks의 글로벌 서비스지역이 늘어나면서 한류 드라마가 더 많이 서구권에 소개되고 있다.

북미는 물론 유럽까지 진출한 JHO/DirecTV에서는 한국방송을 묶은 패키지 채널이 교민뿐만 아니라, 현지 유럽가정에서 조금씩 스며들고 있다.

한류 거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G.O.M Cinema 계열 멀티플렉스에서도 한국영화와 한류 홍보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신임 대통령은 첨단기술과 문화가 융합된 콘텐츠산업 육성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다양한 장르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겠다고 취임사를 통해 약속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만들어지는 일은 없겠어.....’


명색이 진보정당이 집권했다.

화이트리스트를 만들 순 있어도, 영화계의 요주의 명단을 작성할 리는 없다.

미국도 한 달 전에 제2기 바룩 오밤 행정부가 출범했다.

당초 트라이-스텔라의 모리스 메타보이 회장이 2기 행정부 요직에 등용될 것으로 점쳐졌다.

예상과 달리 모리스 메타보이가 입각을 고사했다.

류지호의 장인 제임스 파커에게도 요청이 있었으나.


“남은 삶은 아내와 손주들에게 봉사하며 살 겁니다.”


제임스 파커는 더 이상 일 속에 파묻혀 살고 싶지 않았다.


“내 할 일은 민주당이 재집권하면서 끝났다. 내 자리는 백악관이 아닌 할리우드에 있다.”


할리우리에 남는 것을 선택한 모리스 메타보이는 미국영화협회(MPAA) 회장직을 맡기로 마음을 먹었다.

할리우드 업계를 대표할 만한 강한 리더십과 로비력을 갖춘 마땅한 인물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모리스 메타보이만한 적임자도 없었다.

류지호도 내심 반겼다.

모리스 메타보이 회장이 미국영화협회(MPAA) 회장직을 수락함으로써 그가 맡고 있던 JHO Company 회장과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 자리에 새로운 인물이 임명되었다.

모두가 예상한 대로 샘 리버먼 부회장 겸 Timely Entertainment 대표이사가 모리스 메타보이의 자리를 물려받았다.

공석이 된 Timely Entertainment CEO 자리에는 TV, 출판 및 브랜드 부문 사장이었던 데니스 버클리가 임명되었다.

1990년 입사한 데니스 버클리는 90년대 말에 잠시 Timely를 떠났었다.

2003년 출판부문 사장으로 복귀한 후, Timely Studios를 제외한 그룹 내 여러 사업부문을 두루 거치며 실적을 만들어 왔다.

다양한 사업 부문을 두루 거쳐 갔다는 이유로 사내 파벌들에 이리저리 휘둘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다.


“그는 명확한 비전을 가지고 있습니다. 모두가 그의 경영방침에 협조할 것이라 믿습니다.”


류지호가 지지하자, 일각의 우려가 말끔히 씻겨나갔다.

지주회사 JHO Company Holdings 부회장에는 글로벌 사업을 총괄해 오던 스탠 크레이그가 임명되었다.

성격도 호방하고 모난 데가 없어서 100개가 넘는 자회사와 계열사들을 잘 조율해 나갈 것으로 기대했다.

여전히 오너인 류지호의 열렬한 지지자이기도 하고.

20년 넘게 글로벌 사업을 총괄해 왔기에 아프리카의 독재자부터 중동 왕족, 유럽의 왕실 가족까지 상당한 친분을 과시하고 있는 점이 강점이다.

글로벌 역량강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그룹에 기조에 부흥할 것으로 류지호의 기대가 컸다.

세계적인 복합기업 JHO Company Group의 인사이동은 재계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다.

호사가들 사이에서 류지호의 후계자 혹은 차기 왕좌의 향방까지 거론하고 있고.


“래리 아저씨.”

“말씀하세요.”

“재정이 이제 그만 서울로 올려도 되지 않을까요?”

“....음.”

“문지열 사장도 부회장 대우 딱지 떼버리죠.”

“새만금의 테마파크 개장에 맞춰서 대우 타이틀을 떼는 걸로 하겠습니다. 황 단장은 몇 년 더 새만금개발유한회사에 놔두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어느 정도 사업을 마무리하고 올리는 게 낫겠죠?”

“문지열 사장을 먼저 본사로 올리고, 그 자리를 황 단장 체제로 바꿔서 좀 더 권한을 줘보는 것으로 하시죠.”


즉 가온그룹 대권의 차차기를 고려해 좀 더 능력을 키우고 성과를 내도록 시간과 기회를 주자는 의견이다.


“아저씨도 내심 후임으로 문 사장을 점찍고 있나 봐요?”


래리 킴 회장은 대답 삼갔다.

대신 박수를 쳤다.


짝짝짝!


18대 대통령 취임을 축하는 의미이자.

자신의 퇴임이 얼마 안 남은 것에 대한 자축의 박수였다.

이전 삶과 달리 정치인이 물갈이 되고, 청와대와 여의도 정치 지형도가 바뀌었다고 해서 대한민국이 획기적으로 달라질 것 같지 않았다.

그럼에도 국가적으로 정체나 퇴행이 아니라 한 발자국이라도 앞으로 나아가리라.


‘정파적 대결과 복수의 정치가 아닌 경쟁의 정치가 되기를....’


류지호는 취임식장을 떠나면서 그런 기대를 품어보았다.

대한민국의 정치·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한 기점이다.

국제정세와 과학기술의 발전 속도를 못 쫓아가는 리더로 인해서 한국의 전부분이 정체에 빠진다면... 2020년대는 매우 암울할 가능성이 높았다.

소위 ‘86 운동권’ 출신이 권력을 손에 쥐었다.

그들이 주장하는 적폐에 대해 과연 칼춤을 출 수 있을 것인지.

류지호는 흥미진진한 시선으로 지켜보기로 했다.


❉ ❉ ❉


런던에서 <Tsogang> 최종 편집본을 확인하고는, 류지호가 편집자에게 다짜고짜 사과부터 했다.


“애초 약속했던 일정을 많이 단축하게 되어서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Tsogang>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었다.


“<위대한 개츠비>와 개막작을 놓고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였다고 게리에게 들었습니다.”

“운이 좋았죠.”


<위대한 개츠비>를 개막작으로 선정하게 되면, 레오날드 그레이프 같은 특급스타들이 영화제 개막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릴 수가 있다.

할리우드 슈퍼스타가 출연하지 않은 <Tsogang>은 그에 비해 대중으로부터 주목도가 현저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고

그럼에도 칸영화제는 <Tsogang>을 개막작으로 선정했다.

그를 통해 화제성은 좀 떨어질지라도 칸영화제가 추구하는 방향성을 유지할 수가 있게 됐다.

아프리카의 민주주의를 지지하고, 인종차별에 반대한다는.

결국 칸 집행위원회는 미영 합작영화 <Tsogang>을 개막작으로 최종 선정함으로써 자신들의 노선을 유지하는 길을 택했다.

그에 따라서 부랴부랴 <Tsogang>의 포스트프로덕션 일정을 전면 재조정했다.

본래라면 5월 20일까지 프린트 혹은 DCP를 칸으로 보내면 되었지만.

개막작으로 선정됨에 따라 일주일 정도 스케줄이 앞당겨졌다.


“아닙니다. 종종 있는 일입니다.”


편집자는 영국의 수많은 인디영화 편집을 했다.

시간에 쫒기는 편집작업을 하도 많이 경험했기에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영화에 대한 결과물일 뿐.


“어떠십니까?”

“마음에 듭니다. 오늘 보여준 편집본을 최종으로 합시다.”


편집, 영어로 Editing.

이는 영화에서 영상을 자르고 붙이는 것 이상의 창의적인 작업이다.

보통은 사운드를 입히는 포스트프로덕션까지의 전 과정을 편집으로 보기도 한다.

최종편집본은 포스트프로덕션의 설계도이자 이정표다.


- 편집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영화를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다.


영화계에서 흔히 쓰는 표현이다.

그 만큼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로맨틱 코미디 영화로 기획되고 촬영한 영화를 눈물샘을 자극하는 최루성 멜로영화로 만들 수도 있고, 휴먼드라마를 스릴러로 만들 수도 있다.

에로틱한 영화를 드라마 스토리텔링의 영화로 만들 수도 있고.

그처럼 편집에서 마술에 비견되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 원판 불변의 법칙.


이 역시 영화에서도 통용된다고들 한다.

사실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와 관계없는 이야기다.

메이저 스튜디오의 시스템은 지독할 정도로 철저하다.

영화의 기획단계부터 완성 그리고 개봉까지 최대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시스템으로 발전해 왔다.

그 일환으로 편집자가 다룰 수 있는 영상 소스가 항상 넉넉하게 준비된다.

즉 감독의 연출이 마음에 안 들어도 최종적으로 스튜디오가 원하는 방향으로 영화를 뽑아낼 수가 있다.

상업영화는 철저하게 흥행 공식에 입각해 시나리오가 작성되고, 촬영되고, 편집된다.

따라서 편집과정에서 영화의 완성도가 극명하게 갈리지 않는다.

딱 예상했던 대로 영화가 나온다고 보면 된다.

영화 편집권이 전적으로 스튜디오에 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연출의도와 다른 최종영화가 나오게 됨으로써 감독과 갈등이 벌어지는 것이 다반사다.

소위 말하는 스튜디오의 ‘가위질‘ 때문에.

러닝타임에 맞춰야 한다면서 자르고, 지루하다고 자르고.

또 속도가 느리다고 자르고.

편집 단계에서 자르기만 하는 것은 또 아니다.

분량을 늘리기도 한다.

특정 캐릭터를 돋보이게 해야 한다면서 쓸데없는 장면을 늘이기도 한다.


“쓸 만 하다니 다행이야.”


게리 캠프가 안도하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걱정했어요?”

“스펜서와 작업하다가 처음으로 편집을 바꾸는 거라 은근히 신경이 쓰였다네.”


할리우드의 유명 감독들은 대체로 편집감독을 바꾸지 않는다.

류지호 또한 지금까지 줄곧 스펜서 베어드와만 일했다.

촬영 소스만 넘겨받아도 ‘척 하면 착‘ 이었다.

류지호가 영화에서 무얼 하려고 하는지 잘 이해하는 편집자였다.

이번에 함께 하게 된 편집자는 그 정도는 아니다.

베테랑 영화감독은 편집본만 보고 편집기사의 감각과 실력을 확인할 수 있다.

편집은 단순히 장면을 이어붙이는 것이 아니다.

종합예술이다.

때문에 편집감독은 지식으로나 사고력으로나 다양하고 종합적이어야 한다.

영화 한 편을 온전히 책임지고 전체를 지휘하는 이는 감독이다.

하지만 프로덕션 현장에서는 촬영감독이, 포스트프로덕션에서는 편집자가 지휘자다.

편집은 장면의 분위기, 영상의 톤 앤 매너, 다이얼로그의 길이와 템포, 음향 효과, 서라운드, 음악까지도 가이드한다.

그래서 편집을 제2의 창조라고 한다.

류지호는 자신의 영화를 적당히 잘하는 이가 아니라, 완벽하게 해내는 이에게 맡기고 싶었다.

그런 면에서 이번에 함께 한 편집자의 실력이 꽤 만족스러웠다.

일단 합격점을 줬다.

그렇다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함께 하게 될지 알 수 없지만.


“스펜서 이 양반이 헛바람이 다시 들어서는....”


스펜서 베어드가 감독의 꿈을 완전히 접은 줄 알았다.

아닌 모양이다.

<007 스카이폴> 작업 이후로 여러 영화사들과 접촉하고 있는데, 편집이 아닌 감독으로 미팅을 하고 있단다.

스펜서 베어드가 연출로 복귀할 때를 대비해서 죽이 잘 맞는 편집자를 찾을 필요가 있다.

그 후보군에 이번에 작업한 편집자를 올려두기로 했다.

편집본이 확정되자 이후 과정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가 소유하고 있는 Leavesden Studios는 포스트프로덕션 시설이 없는 사운드 스테이지와 백랏 위주의 시설이다.

따라서 포스트프로덕션 전 과정을 영국의 유명 종합스튜디오인 Pinewood Studios에서 진행했다.

<Tsogang>의 오리지널 스코어는 Soon D(-day)라는 활동명을 사용하고 있는 류지호의 동생 순호가 맡았다.


“이대로 가자.”

“오케스트라 녹음 진행해도 돼?”

“포스트프로덕션 슈퍼바이저와 의논해서 진행하도록 해.”

“오케이!”


<Tsogang>은 이 시기에 할리우드 저예산 영화 축에 속한다.

따라서 함께 해 오던 로이 호너 대신해서 <Frank Castle> 작업 이후로 할리우드에서도 꽤나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동생에게 음악을 맡기게 됐다.

류순호의 부담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그로써도 쉽게 오지 않는 기회이기도 했다.


- 형 덕분에 과대평가된 음악가!

- 동생이 형 영화를 망쳐 놨다!


이런 말을 듣지 않기 위해 다른 작업을 할 때보다 몇 배는 더 노력하고 있다.

솔직히 형의 덕을 봤다는 사실을 부인할 순 없는 류순호다.

독립영화나 B급 영화를 주로 작업하던 류순호가 <Frank Castle> 이후로 메이저 스튜디오 영화 의뢰가 들어오기 시작했으니까.


“어떻게 할래? 난 오후에 LA로 돌아가는데...”

“난 남아서 오케스트라와 녹음실 알아봐야지. 형 먼저 돌아가.”

“미국에서 안 하고?”

“비싸잖아. 한국영화 작업 할 때 연주해주는 체코 오케스트라가 있어. 그 동안 단원에 변동이 있었는지 확인해봐야 돼.”

“그래라. 호텔에서 지내지 말고 켄싱턴 집에서 지내고.”

“잠만 자는 거라 호텔도 상관없어.”

“까불지 말고. 잠은 되도록 집에서 자도록 해.”

“알겠어. 그렇게 할 게.”


켄싱턴에 집을 마련한 것은 자신의 가족 전부가 사용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동생이 영국에서 머무르는 동안 집에서 지내도록 신신당부 했다.

현재 레오나와 아이들은 뉴욕 롱아일랜드 저택에서 윌리엄 파커와 지내고 있다.

류지호는 뉴욕에서 런던으로 출퇴근하고 있고.

뉴욕에서 런던까지 전용기로 5시간 50분 정도 소요된다.

마음만 먹으면 당일치기로 업무를 볼 수가 있다.

사실 매일 런던으로 날아갈 필요는 없다.

반드시 확인해 봐야 할 것만 며칠에 한 번씩 날아가서 확인하면 된다.

영국을 포함해 유럽의 몇몇 억만장자들은 종종 전용기 편으로 미국으로 출퇴근하기도 한다.

류지호가 특별한 것은 아니다.


✻ ✻ ✻


4월 15일.

동부의 JHO Security Service 소속의 현장요원들이 전부 보스턴 시에 집결해 있다.

매사추세츠주나 보스턴 시에서 고용한 것이 아니었다.

본사에서 명령이 내려졌다.

보스턴 마라톤경기를 테러적색경보 수준에서 점검하라는 지시였다.


“용의자 색출은 우리의 임무가 아니다. 폭탄만 찾아.”


체포권도 없을뿐더러 공권력 대신에 사설 보안업체가 나댈 순 없다. 대신 첨단장비와 인력을 동원해서 폭발물을 탐지하는 일을 도울 순 있다.

다행히 매사추세츠주와 보스턴시가 JHO Security Service의 경고를 무시하지 않았다.

위기대응 프로그램이 비교적 잘 갖춰져 있던 보스턴시였지만, JHO Security 차원에서 협조를 하게 되자 보안경비가 한층 촘촘해졌다.

보스턴 마라톤 대회는 세계 4대 마라톤 대회답게 너무나 많은 시민과 관광객으로 북적거렸다.

일일이 확인하고 감시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주와 시 정부 차원에서 필사적인 노력을 했음에도 경기시간 20분 전까지도 폭탄이나 테러 징후를 포착해내지 못했다.


“제발... 아무런 일이 없기를.”


지금까지 수많은 사건들에 대한 예지력을 과시해 온 류지호다.

이번에도 그의 염려가 맞아 떨어진다면...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하네....’


이미 9.11 테러 당시에 확인해 보지 않았던가.


“결승선 부근을 집중적으로 수색해 봐.”


오후 2시 30분이 되어가도록 용의자의 낌새도 또 폭탄으로 의심되는 물체도 발견하지 못했다.

마침내 마라톤 선두 그룹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때 시민들이 밀집해 있던 곳에서 소란이 일었다.

그리고 우승자가 결승전을 통과했다.

그 시간, JHO Security 요원이 수상한 물건을 발견해 경찰에게 알렸고.

현장에 나와 있는 경찰과 주방위대 간에 무전이 바쁘게 오갔다.

워낙 조용히 이루어진 일들이라 시민들은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런데 결승선에서 대략 200m 떨어진 지점에서도 똑 같은 소란이 발생했다.

곧바로 폭발물 처리반이 출동했다.

그제야 시민들이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결승전 주변으로 경찰과 보안요원들이 유독 분주하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한창 대회가 진행 중이라서 현장에서 처리할 수 없었다.

압력솥 안에 쇠구슬 등을 넣어 만든 급조폭발물(IED)을 특수제작 안전박스에 봉인한 채 황급히 현장을 떠났다.

경찰고위관계자가 마라톤 대회 중지를 건의하려는 찰라.


꽝!


보스턴 마라톤의 결승선이 설치된 코플리 광장 뒤편에서 폭발음이 들려왔다.

마라톤 행사장이 아니었다.

폭발물 처리반이 의심스러운 물건을 가지고 사라진 골목 뒤편이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현장에서 두 개의 사제폭탄이 발견되었다.

그 중에 하나만 폭발했다.

이 폭발음으로 인해 마라톤 대회가 엉망이 되어버렸다.

사람들은 꿈에도 몰랐다.

본래라면 3명이 사망하고 250여 명이 부상을 입었었던 최악의 테러참사가 일어났어야 했다는 것을.

이전 삶에서 보스턴 마라톤 테러는 9·11 테러 이후 미국에서 발생한 가장 큰 테러 사건이었다.

그런 테러를 사설보안경비업체 JHO Security Service가 막아냈다.

그러나 공식으로는 보스턴 경찰이 폭발물의 발견부터 처리까지 모두 해결한 것으로 알려지게 된다.

미국의 정보기관들이 류지호의 예지력(?)에 대해 또 다시 의심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테러에 실패한 용의자 형제가 마라톤 대회 얼마 후 검거되었다.

일명 '외로운 늑대(lone wolf)'라는 자생적 테러리스트의 소행이란 점에서 미국은 큰 충격을 받게 된다.


“다행은 다행인데....”


보스턴 테러참사를 막았다는 보고를 받은 류지호의 심사가 복잡했다.

보통은 안일하며 행정편의적으로 움직이다가도 엄청난 재난이나 사건사고를 겪은 후 관련 시스템이 견고해진다.

미국은 9·11 테러사건 이후로 미 연방재난관리청(FEMA)은 국가사고관리 시스템(NIMS)을 제도화 했다.

이 시스템은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재해를 겪으면서 더욱 견고해졌다.

세계 4대 마라톤 대회가 열리는 보스턴 시는 9·11테러 이후로 프로스포츠 경기, 신년맞이 행사, 독립기념일 콘서트 및 월드시리즈, 수퍼볼, 민주당 전당대회 등 각종 대규모 행사가 있을 때마다 위기관리 대응 훈련을 꾸준히 해왔다.

서로 다른 부서에 있는 담당 공무원들이나 전문가들이 만약의 상황에 어떻게 협업할 수 있으며, 국가사고관리 시스템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연습과 훈련을 거듭해왔다.

제도만 갖춰진다고 위기 대응이 저절로 이뤄지진 않는다.

보스턴 시처럼 평소에 부단한 노력이 선행되어야 막상 사고가 발생했을 때 침착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가 있다.

한국이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이전 삶에서 전라도 진도 앞바다에서 벌어졌던 여객선 침몰 참사 이전과 이후의 재난대응이 큰 차이를 보였다.

성에 차진 않지만, 이전보다 나아진 것은 틀림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럴 것 같지 않다.

가온그룹이 참사의 주범이었던 여객해운사를 인수했기 때문이다.

황해여객은 기존 노후 여객선들을 폐선한 후 고물로 팔아버렸다.

선령이 5년이 넘지 않은 2만 5천 톤급 중형 카페리선을 들여와 인천~제주간 노선에 투입했다.

또한 3만 톤급 카페리선을 한국의 조선사 한 곳에 수주해 놓았다.

안전관리와 사고대응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적어도 인천~제주 간 노선에서는 해상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대폭 낮아졌다.

그 때문에 한국 정부와 국민들이 안전불감증에 빠지면 어쩌나.

그런 고민에 빠졌다.


“후우. 재난대응시스템이고 뭐고 일단 사람부터 살리고 봐야지.”


류지호의 그 같은 고민을 알게 되면, 바보 같다고 놀릴지도 모른다.

어쩌랴.

불행한 일이 벌어질 것을 알고 있는 걸.

남의 일에 지나치게 연연할 필요가 어디 있냐고.

잘 먹고 잘 살기도 바쁜데 뭐 하러 오지랖 부리냐고.

그럴 수도 있다.


‘내가 소시오패스도 아니고 어떻게 외면할 수 있겠어.’


사건을 막을 힘까지 가지고 있는데.

보통의 사람은 사소한 비밀을 자신만 알고 있어도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다.

하물며 엄청난 비밀을 안고 사는 사람이 느끼는 부담감은 오죽할까.

과거로 돌아와 20년 넘게 살아보니 알 게 된 것이 있다.

과거로 회귀한다면 결말은 둘 중 하나라는 것.

잘 적응해서 성공한 삶을 살 수도 있고.

아니면 진즉에 미쳐버릴 수도 있다.

어중간한 삶은 없을 거라고 류지호는 확신했다.

다행이랄까.

류지호는 명백히 전자다.

미쳐버리지 않기 위해 정체성을 견고히 했고.

불행한 사건을 막아보려고 발버둥치고.

힘들게 일군 부(富)도 일부라도 나누려고 애쓰고 있다.


‘후우. 얼마 안 남았어....!’


안 살아본 세상이 다가오고 있다.

올해부터는 세상의 주요 사건이나 이슈에 대한 기억이나 정보가 별로 없다.

이전 삶에서 방구석 폐인으로 지내던 시기였기에.

앞으로는 사전에 막는 것보다 사후에 수습하는 것에 힘을 쓸 수밖에 없다.

20년을 앓던 고민이 사라지게 된다.

한편으로는 회귀자로서 이점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고.

어쩌면 그때부터가 류지호에게 주어진 진짜 두 번째의 인생일지도 모른다.

다른 이들과 똑같이 불확실한 미래를 안고 살아가게 될 것이기에.


작가의말

한 주 마무리 잘 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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