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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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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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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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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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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쪽

냉철해질 필요성을 느낀다! (1)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류지호가 가족과 함께 설 명절을 쇠기 위해 한국에 들어왔더니.

가온그룹의 계열사 사장들이 줄줄이 면담을 요청했다.

GAON Mobility Corp 사장은 세계 3대 로봇회사 Industrie KUGA를 내년 상반기까지 M&A 하겠단다.


“KUGA의 기술을 독일 간판 기업들에서 사용하지 않아요? 그런 기업을 외국에 매각하는 걸 독일정부가 가만 볼 리가 없을 텐데?”

“중국 기업에게 넘어가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습니까?”


중국의 독일 기업 인수 러시가 막 시도되던 시기다.

연매출 30억 유로(약 4조 원) 수준의 Industrie KUGA에 대해 중국 역시 눈독을 들이고 있었고.


“내가 알기로 스마트팩토리 핵심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하던데, 그것 때문에 그래요?”

“저희 자회사인 ATS Corp도 만만치 않습니다. 두 회사의 결합으로 더 많은 고객사 리스트를 확보할 수 있지요.”


가능만 하다면 류지호로서는 반대할 이유가 없다.

스마트팩토리를 구현하려면 스마트센서, 공장자동화, 로봇, 빅데이터, 보안, 스마트물류 등 수많은 요소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해야 한다.

중심에 있는 것이 공장자동화와 로봇이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허락을 구하고자 합니다.”

“거기 R&D 역량은 어때요?”

“본사의 500여 명 정도가 연구개발 인력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만약 M&A가 성사된다면 인력과 예산 모두 파격적으로 늘릴 계획입니다.”


참고로 중국의 첨단제조로드맵 ‘제조 2025’라는 것이 있다.

독일의 ‘인더스트리 4.0’ 전략을 참고한 것이다.

그 전략에 따라서 중국은 독일기업을 무섭게 사들이기 시작한다.

이전 삶에서는 한 해에 30개 이상의 독일 기업을 M&A하기도 했다.

그것들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와서 독일 제조업의 일부분을 갉아먹었고.


“알겠어요. 계획대로 진행하세요.”


다음으로 가온인터내셔널 사장이 찾아왔다.

종합상사 업무에서 점차 자원개발 사업으로 사업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가온인터내셔널은 2010년에 매출 15조, 영업이익 2,300억 원을 기록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거두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해에는 16조 원을 기록해 또 다시 자체기록을 경신했다.

대유그룹의 무역부문이 가온그룹에 매각된 이후로 2005년부터 7년 연속 성장세를 기록하며 무서운 상승세를 유지 중이다.


“한국에도 리튬 광산이 있다구요?”

“작년에 충주와 홍천에서 희토류 광맥이 발견됐습니다.”


류지호도 몰랐던 사실이다.

희귀한 흙이란 뜻의 희토류는 광물이 아니라 17개 원소를 함유한 토양이다.

화학적 안정성과 활용도가 높아 첨단산업에 필수로 활용된다.

중국이 전 세계 희토류 소비량의 95%를 공급하고 있다.

가온그룹 산하 첨단산업기업들이 공급망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대표적인 자원이기도 하다.


“작년에 발견된 홍천과 충주 두 곳의 희토류 광맥은 30~50년간 국내 산업계가 자급자족할 수 있는 양으로 알려져 있는데, 광맥에 포함된 희토류 함량을 나타내는 TREO(전희토산화물)는 각각 0.7~0.8%와 1~1.5%로 일반적인 희토류 광맥의 2%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합니다. 일반적인 희토류 광맥과 비교해 함량은 떨어지지만, 개발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닌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가온인터내셔널이 국내외 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개발해보겠단다.


“우리나라는 희토류 가공을 위한 선별·선광 기술과 희토류 추출시 발생하는 방사능을 저감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오~ 그래요?”


온갖 정보가 다 들어오다 보니 이전 삶에서 몰랐던 것을 많이 알게 되는 류지호라지만.

한국에 희토류 광맥이 있는 것도, 관련 핵심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이번에 알았다.


“문제는 인프라인데... 사실 광업권자가 그 기술들을 이전받아서 채굴을 진행해야 하는데. 사실 국내 광맥사업자들의 여력이 없습니다. 국내 광물산업이 꽤 오랜 시간 위축이 되어서 섣불리 뛰어들려는 업체가 없는 것이 문제입니다만. 캐나다와 호주의 업체들과의 컨소시엄을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시기만 해도 국내 광업권자들의 재정능력이 무척 떨어졌다.

그렇다보니 확보한 광업권을 매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기술은 어디가 가지고 있죠?”

“한국지질연구원입니다.”

“민관합작 프로젝트가 되겠군요?”

“저희를 중심으로 대유가온건설과 가온그룹 계열의 자동차, 반도체, 디스플레이 그 외에 계열사들 그리고 캐나다와 아프리카에서 합작 사업을 함께하고 있는 외국기업까지 해서 컨소시엄 기반 개발을 타진 중에 있습니다.”

“정부에서는 뭐래요?”

“구체적인 계획이 수립된다면 전폭적으로 지원할 의향이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쉽게 볼 프로젝트가 아니다.

국가단위 컨소시엄이 필요한 사업이다.

한국의 희토류 관련 기술의 국책과제들은 대부분 연구실 실험단계에 머물러 있다.

현장 적용을 위한 파일럿 플랜트(연구실험·상용화 사이 중간단계)가 절실한 상황이다.

즉 기업에서 사업을 직접 수행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했다.


“자본, 기업, 기술, 국가의 지원, 심지어 경제성까지. 다 좋은데.... 지역주민 반대는 어떻게 해결하려고요?”


한국에서 광산개발이 점점 쉽지 않다.

환경단체와 지역주민들의 환경오염을 우려한 극렬한 반발 때문이다.

희토류를 생산하거나 가공할 때 상당 양의 폐수가 발생한다.


“정부 산하 연구소에 희토류 추출 과정에서 발생하는 방사성 물질이나 폐수를 저감하는 기술이 있다고 합니다. 그를 통해 반발을 최대한 잠재울 생각입니다.”

“알겠어요. 해보세요.”


류지호는 기대감이 없었다.

이전 삶에서 개발로 이어졌다면 자신이 몰랐을 리가 없다.

뭔가 문제가 있었기에 희토류 개발이 되지 않았을 터.

누구나 알 정도로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것으로 보아 흐지부지 되었던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SANYO의 R&D 센터장이 한국을 찾았다.


“태양전지를 세대로 구분하자면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1세대는 실리콘 태양전지, 2세대는 박막태양전지, 그리고 3세대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유기물을 이용한 태양전지입니다. 그 중에서 페로브스카이트가 주목을 받고 있는데, 가성비가 1~2세대에 비교할 수 없이 좋습니다.”


센터장이 페로브스카이트의 장점에 대해 열심히 설명했다.

류지호 역시 신재생에너지에 관심이 많아서 관련 내용을 공부해 본 적이 있다.

태양전지의 기초가 되는 이론적 현상은 광전효과다.

거의 모든 과학 이야기에 빠지지 않는 아인슈타인이 이 광전 효과를 이론화하는 데 성공했는데, 실제로 사용되기까지는 먼 길을 돌아와야 했다.

1958년에서야 처음으로 태양전지가 실용화되었는데, 미해군의 인공위성 뱅가드1호가 태양전지 모듈을 달고 발사에 성공했다.

그 이후로 태양전지는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 신재생에너지를 대표하는 에너지원이 됐다.

발전효율이 높아지고 있고, 발전단가도 저렴해지는 개선을 거듭하고 있다.

태양광 분야에서 한국은 기술력과 경쟁력이 있지만, 중국이라는 가격 깡패로 인해 입지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기존 2세대까지의 기술로는 경쟁력이 없다는 위기의식으로 태양전지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도 있는 페로브스카이트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태양전지의 기술력은 효율을 누가 더 높이 끌어올리느냐로 판가름이 난다.

고효율의 태양전지는 같은 환경에서도 더 많은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

효율을 0.5%를 끌어올리는 것에 엄청난 자본과 노력 그리고....


“오랜 연구개발 기간이 소요되는 것이겠죠?”

“....예.”

“인내심을 가지고 꾸준히 연구개발비를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겠고.”


그렇기에 SANYO의 연구센터장이 직접 오너에게 사정을 설명하기 위해 찾아온 것이다.


“신재생에너지에 대해 관심이 많다는 걸 누차 밝혔고 또 연구개발을 강조하고 있어요.”

“잘 알고 있습니다.“

“페로브스카이트 솔라셀 연구개발에 인력이 얼마나 투입되어 있지요?”

“일본 연구실에서 열 명의 연구원이 대학과 공동으로 연구 중입니다.”

“한국은요?”


참고로 이전 삶에서 2020년대 초반 기준으로 세계에 존재하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공인효율을 보여주는 미국 재생에너지원이 발행하는 차트에서 14개의 세계 최고 공인 효율 중 10개가 한국 연구자들이 가지고 있었다.


“한국은 반도체 박막 분야의 연구 역량이 매우 뛰어납니다. 때문에 태양전지 소자 최적화하는 부분에서도 앞서 있습니다.”

“좋아요. 한국에도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연구개발팀을 따로 편성하도록 하세요. 필요하면 그룹 차원에서 지원하는 것도 고려하고.”

“감사합니다.”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도대체 사업이 어디까지 뻗어나가려고 하는지.


‘어차피 제조업에 진출한 거, 미래의 경쟁자인 중국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겠지.’


✻ ✻ ✻


영화 <Tsogang> 포스트프로덕션을 위해 영국을 오가는 사이.

여지없이 아카데미 시즌이 돌아왔다.

류지호를 태운 방탄 체어맨이 오랜만에 산타모니카에 등장했다.

한껏 차려입은 류지호가 매지코폴리스(Magicopolis) 극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150석 규모의 이 작은 극장은 산타모니카 비치의 관광 명소는 아니다.

그저 마술쇼 마니아들에게 유명한 장소일 뿐.

평소에는 류지호가 올 일이 없는 곳이다.

최고급 턱시도를 차려입은 류지호가 투덜거렸다.


“명색이 영화시상식에 레드카펫도 없어..?”


150석 좌석의 절반도 채우지 못한 청중들.

무대 위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탁상과 마이크.


“What the Fu....!"


누군가 류지호를 발견하고 욕설 섞인 탄성을 터트렸다.


“미스터 할리우드가... 왜 이곳에?”

“당신들이 날 초대했잖습니까?“

“....예?”


무슨 개떡 같은 소리냐는 듯 운영위원들이 입만 뻐끔거렸다.


“최다 노미네이트에 빛나는 <브레이킹던 파트2>를 누가 기획하고 누가 투자하고 누가 제작했는지 몰랐단 말입니까?”

“아무리 그래도.... 당신이 직접 올 줄이야.....”

“나는 오면 안 되는 곳입니까?”


지금까지 류지호 정도의 거물이 행차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10여 년 전에는 나도 꽤 많이 거론되곤 했지요. 요즘은 나를 걸고넘어지지 않아 섭섭했습니다.”


이 무슨 괴변이란 말일까.

자신들이 매해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해 걸고넘어지는 톰 메이포더가 직접 나타나도 황송할 지경인데, 할리우드 그 자체라고까지 회자되는 미스터 할리우드가 이 엉터리 같은 시상식에 몸소 왕림하다니.

류지호가 최고급 턱시도를 차려 입고 나타난 이 극장에서는 현재 제33회 골든라즈베리 시상식이 거행(?)되고 있다.


“실망했습니다. 나는 열렬한 환대를 받을 줄 알았거든요.”


하...하.

너무 황당하면 웃음도 나오지 않는 법이다.

1981년 시작된 골든라즈베리 시상식은 해마다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 하루 전에 열린다.

마치 오스카를 비아냥거리듯이.

지금까지 수많은 할리우드 영화에 상을 수여하며 놀림거리로 삼았다.

‘라즈베리(Raspberry)’는 미국 속어로 조소할 때 내는 야유 소리, 비웃음, 혹평을 뜻한다.

시상식 명칭에 골든라즈베리라고 붙인 것에는 대놓고 면박 주기인 셈이다.


“미안 하지만, 트로피 좀 구경해 봐도 됩니까?”

“......”

“어차피 내가 받을 예정이지만, 미리 마음에 준비를 해 두려고....”


50여 명 되는 청중들이 도저히 삐져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킥킥.


류지호의 태도가 하도 태연하고 뻔뻔해서.

금박을 입힌 딸기송이를 8mm 빈 필름 통 위에 올려놓은 트로피.

트로피는 조악하기 그지없었다.


“이 필름통은 당연히 Kojak이겠죠?”

“미스터! 그 트로피 제작비용이 얼마인 줄 압니까?”

“알 리가 없잖습니까?”

“4달러 27센트입니다.”


한국 돈으로 대략 5,000원 정도다.

웃자고 만든 시상식에 트로피마저 웃겨준다.

누구는 트로피가 5달러도 안 되는 것을 오스카 트로피 가격과 비교하며 이조차 풍자라고 포장하지만.

암튼 이 시상식은 영화인 모두가 참석하길 꺼린다.

수상자로 선정되면 트로피 접수를 거부하곤 한다.

지금까지 배우는 두 명, 감독은 한 명이 이 시상식에 직접 모습을 드러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은 1996년에 벌어졌다.

<쇼걸>로 라찌상 7관왕에 오른 베호벤 감독이 직접 시상대에 올라 트로피를 받은 것.

최초로 시상식에 참석한 배우는 <캣 우먼>으로 최악의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마리아 베리였다.

2010년에는 <스티브에 관한 모든 것>의 아네트 블록이 직접 시상식에 찾아와 수상한 후에 DVD까지 참석자들에게 나눠주었다.

그녀는 바로 다음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블라인드 사이드>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사상 최초로 한 해 골든라즈베리와 아카데미를 동시에 수상한 배우가 되었다.

골든라즈베리 시상식은 절대 공정한 심사로 이뤄지지 않는다.

유명작이나 유명인 가운데 다소 만만한 이에게 장난처럼 준다.

올해부터 로튼 토마토를 반영했다고 하는데, 그 기조는 변함이 없다.

특히나 톰 메이포더 배우는 거의 매해 골든라즈베리에서 언급된다.

노이즈 마케팅의 일환이다.

최고의 배우를 까야 더 많이 주목을 할 것 같아서.

관심을 모으기 위해 없던 부문이 생겨나기도 한다.

1981년 첫 시상식에서는 명작 <샤이닝>이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류지호의 영화들 가령 <The Killing Road>, <REMO>, <Frank Castle>도 여러 부분에서 노미네이트 된 바 있다.

그렇듯 소위 ‘망작‘이라고 불리는 영화만 타깃으로 하지 않는다.

이번 시상식에서 <브레이킹 던 파트2>가 전 부문 노미네이트, 7개 부문 수상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수상 부문은 작품상, 여우주연상, 남우조연상, 앙상블상, 감독상, 리메이크/표절/속편상, 커플상이다.


‘영화의 완성도가 정말 구린 것보다는, 이슈가 되는 영화를 주로 선정하는 거겠지.’


류지호의 추측 그대로다.

어차피 반 장난에 가까운 시상식이다.

당연히 진지하게 심사해서 수상작을 결정하지 않는다.

그런 점이 후보에 오른 영화의 관계자에게는 더욱 불쾌하고 자존심 상하는 일이겠지만.

암튼 <브레이킹 던 파트2>의 원작 판권을 확보하고 기획하고 제작비까지 댄 인물이 바로 류지호 본인.

최악의 영화로 뽑힐 걸 알고 있었다.

이미 평론가들에게 온갖 비난을 다 들었다.

그렇기에 자신이 참석해 수상을 하는 것이 맞았다.

조롱을 해학으로 받아치는 방식으로.


“자, 윌슨씨 작품상 호명 안 합니까?”


조나단 윌슨은 골든라즈베리의 창설자다.

마치 맡겨놓은 물건 달라는 식으로 채근하는 류지호를 황당하다는 얼굴로 쳐다봤다.


“......”


암튼 류지호는 최악의 영화상을 직접 수상했다.


짝짝짝.


그리고 소감을 말할 차례다.

오늘의 해프닝이 전부 촬영되고 있다.

벌써 각종 SNS로 실시간으로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고.


“혹시 지금 이 영상을 NeTube에 올립니까?”

“그럴 겁니다.”

“NeTube 창업 취지에 딱 맞는 동영상이겠군요.”


애초 의도가 소소한 일상과 재밌는 사건을 공유하자는 취지에서 처음 고안된 것이 NeTube였고, 꾸준히 사랑 받는 콘텐츠들은 주로 유머와 해프닝을 담은 영상들이다.


“난 언젠가 이 상을 받을 거라 예상했고 드디어 오늘 이 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습니다. 절대 이 상을 폄하하거나 놀리는 것이 아닙니다. 어쨌든 ‘망작’은 언제나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불명예조차 받지 못한 영화들도 많은 법. 무관심보다 관심이 좋지 않겠습니까? 비록 그것이 조롱일지라도. 그 또한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서 다를 것 같습니다. 심각한 비판보다는 웃음으로 골든라즈베리에 노미네이트 된 영화를 감상해 봅시다. 솔직히 1달러 내고 보기도 아깝다고 하는 건 너무하는 거 아닙니까? 다들 P2P를 통해 다운받아서 보면서. 실제 극장 가서 영화보고 욕하는 사람 몇 명 안 되잖아요? 어쨌든 욕하면서도 봐줘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댁들이 조롱하는 <브레이킹 던 파트2>는 8.3억 달러 벌었습니다. 영화를 사랑해준 하이틴 팬들에게 혼나지 않으려면 나중에 그들에게 사과라도 하세요.”


하하하.

객석에서 폭소가 터졌다.


“그 상은 진짜 가져갈 겁니까?”

“당연한 거 아닙니까? 내 영화를 제작하는 사무실에 이 상을 전시해 놓을 겁니다.”

“그냥 웃고 즐기자는 거지 심볼로 삼을 필요까지는....”

“누가 심볼로 삼는다고 했습니까?”

“.....?”

“답답하고 짜증나고 일이 잘 안 풀릴 때마다 이 트로피를 보며 웃을 겁니다. 힘들 때 웃는 자가 진정한 승자라고 하지 않습니까?”


열화와 같은 박수가 터졌다.


짝짝짝.


대단한 자신감이라고 해야 할지, 오만함이라고 해야 할지, 괴짜라고 해야 할지.

무엇이 되었든.

이번 골든라즈베리 시상식은 역사상 최고의 시상식으로 남을 것임에 틀림없다.

비록 영화 <브레이킹 던 파트2>는 최악의 영화라는 오명을 뒤집어썼지만.


“자, 나와 사진 찍고 싶은 사람들 얼른 나와요. 난 바쁜 사람입니다. 빨리 기념촬영을 마칩시다.”


류지호는 시상식 무대에서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해주고 난 후, 마치 팬미팅 현장처럼 시상식 참석자들과 일일이 기념촬영까지 해줬다.

그때 누군가 매우 진지한 음성으로 소리쳤다.


“미스터 할리우드! 레찌는 집어치우시고... 도대체 <스타워즈>는 앞으로 어떻게 되는 겁니까?”

“모릅니다. 나도.”


질문을 한 남자가 화를 냈다.


“당신이 모르면 누가 압니까!”


덩달아 좌석을 채운 이들 모두가 두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류지호를 압박했다.

얼마나 미국인들이 <스타워즈>를 좋아하고 사랑하는지 알게 해주는 일면이었다.


“제발 <스타워즈>로 다시 이 자리에서 당신을 보지 않길 바랍니다.”

“자, 아직 스크립트의 존재조차 알 수 없는 <스타워즈>는 관심 끄고 내가 최근 촬영을 마친 <Tsogang>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랍니다. 중국인들이 극장에서 캠코더나 스마트폰으로 촬영해서 P2P에 올린 쓰레기를 보고 영화를 봤다고 평가하지 말아주세요. 극장에 갈 돈이 없다면 날 찾아와요. LA에서 가장 시설이 좋은 상영관 입장권을 사주겠습니다.”


휘이익!

짝짝짝!


류지호는 시상식 관객들의 열화와 같은 박수를 받으며 골든라즈베리 시상식장을 떠났다.

이날 시상식이 NeTube에 올라가면서 엄청난 조회수를 자랑하게 된다.

영화팬들은 오스카와 골든라즈베리를 ‘최고‘와 ’최악‘으로 구분한다.

이 두 시상식의 차이는 이분법으로만 구분할 수 없을 만큼 단순한 게 아니다.

아네트 블락은 <올 어바웃 스티브>에서 약간 헤매는 듯 보였지만, <블라인드 사이드>로 멋지게 부활했다.

비평가들에게는 엄청난 비판을 들었지만 <트랜스포머>는 흥행에서 대성공했다.

골든라즈베리에서 최악의 주연상을 수상한 배우들 가운데 여전히 팬들에게 열화와 같은 지지를 받는 이들이 수두룩하다.

오스카 트로피가 그 배우의 앞날을 무조건 보장해 주는 것이 아니듯이, 골든라즈베리에서 수상했다고 해당 영화인의 이력에 치명적인 오점을 남기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필모그래피다.

아네트 블락과 마리아 베리가 증명했듯이.

필모그래피는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누군가 규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 ✻ ✻


골든라즈베리에 참석해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류지호는 다음 날에는 아카데미 시장식에 등장했다.

올해 시상식에서 이변은 없었다.

받을만한 작품이 받고, 받을 사람이 오스카를 품에 안았다.

비록 작품상은 워너-타임이 투자·배급한 스모크하우스의 <아르고>가 수상했지만, 그 외 주요상은 JHO Company 계열 영화사들의 잔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아직 지난해 개봉영화 정산이 완료되지 않았다.

JHO Company가 또 다시 월드와이드 박스오피스 줄 세우기를 했다는 것이 공인되진 않았다.

그럼에도 알만 한 사람은 다 알고 있다.

그 때문에 시상식 내내 류지호의 뒤통수가 뜨겁다 못해 익어버릴 지경이었다.

업계 관계자들이 질투와 시기로 이글거리는 시선 때문에.


“VFX맨들은 아티스트입니까 아닙니까? 나는 내 일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아티스트임을 자처하는 내가 훌륭한 영화를 만들고도 회사의 경영난 때문에 실업자가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VFX 회사들도 영화사들만큼 돈을 벌어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


<라이프 오브 파이>의 VFX 감독이 시각효과상 수상소감을 마무리도 못하고 무대에서 내려가야만 했다.

오스카 측에서 시간이 없다면서 소감 발표를 끊어버렸기 때문이다.

이전 삶과 달리 Hues & Rhythm Studios는 건재했다.

그러나 Digital dominion 등 미국의 메이저 VFX 스튜디오들이 연이어 도산하고 있다.

그 여파가 영세업체에까지 미치고 있고.

메이저 VFX 업체 The Meal Studios는 TV사업 부문을 아예 접었다.

소닉-콜롬비아스 산하 VFX 업체인 이미지웍스는 정리해고를 통해 인력을 감축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도 메이저 스튜디오들은 저가에 고퀄리티를 요구하고 있다.

할리우드 VFX업계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그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고.

업체 간 제살 깎아먹기 경쟁을 하고 있다.

악순환의 반복이랄까.

<라이프 오브 파이>의 VFX 감독은 이를 안타깝게 여기며 VFX 아티스트에 대한 처우개선과 CG작업비 현실화를 역설하던 중이었다.

그걸 시상식 측에서 일방적으로 끊어버렸다.

이 수상소감 일방 종료는 오스카 시상식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았다.


- 내가 보기에 컴퓨터 그래픽에 너무 많은 돈이 드는 것 같다. 더 많은 감독들이 <라이프 오브 파이> 같은 영화에 도전할 수 있게 CG 비용이 더 싸져야 할 것이라고 본다.


VFX의 수혜를 입은 이안 감독이 한 말이다.

이 발언이 할리우드 VFX 종사자들의 심기를 건드렸다.

그들은 바로 행동에 들어갔다.

페이스노트를 시작으로 SNS의 메인 사진을 녹색(혹은 RGB칼라)으로 바꾸는 운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녹색은 CG합성을 위한 그린 스크린을 상징한다.

이안 감독의 발언, 오스카 수상소감 강제 종료 사건 등에 대한 업계 종사자들의 SNS 운동이 영화팬들에게까지 옮겨갔다.


- 미스터 할리우드. SkyWalker 산하의 LMI에서 대규모 구조조정이 있을 거란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JHO Company Group 산하에는 Hues & Rhythm Studios를 비롯해 Azuresky Studios가 있고 Pixart Animation Studios도 있다.

거기에 세계 최고 VFX 스튜디오인 LMI까지 품에 안게 되면서, 어떤 식으로든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LMI는 500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들이 원하지 않은 한 그들의 작업대는 비워지지 않을 겁니다. 다만 세제혜택을 주는 밴쿠버 같은 도시에 지사를 설립할 필요는 있습니다.”


무분별한 해고는 없다.

그리고 신규채용도 없다.

왜냐하면 해외에 지사를 설립하기로 했으니까.

또한 류지호는 VFX 아티스트 노조 설립을 지지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세계 최고의 VFX 기술력을 보유한 LMI.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동시에 최근에는 <닌자 거북이> IP를 활용한 콘텐츠를 기획 중인 Hues & Rhythm, LOG Animation과 당당히 경쟁하고 있는 Pixart, <아이스에이지> 프랜차이즈를 기반으로 안정적으로 매년 작품을 내놓고 있는 Azuresky까지.

그룹 내부적으로 산하 VFX 및 애니메이션 회사 정리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의견이 있기도 했다.


“10년 후에나 고려해 봅시다.”


JHO Company 산하 VFX 스튜디오들은 저 마다 개성이 있으며 강점이 다 달랐다.

각자 가진 장점을 약화시킬 필요는 없다.

설사 통합을 통해 덩치를 키운다고 해서 전 세계 340억 달러 수준의 VFX 시장의 점유율을 바짝 끌어올리는 것도 불가능하고.


“아직은 때가 아닙니다.”


500억 달러까지 시장이 커진다면 모를까.

대략 2020년경으로 전망하고 있다.

산하 디지털 콘텐츠 관련 스튜디오의 개편을.

암튼 올해 아카데미는 영화보다는 다른 사건들이 화제가 되었다.

재밌자고 골든라즈베리 시상식에 참석했는데.

괴짜 억만장자의 돌아이 같은 행동으로 치부되는 것이 다소 아쉬운 부분이지만.


작가의말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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