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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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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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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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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3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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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쪽

행운은 부자에게 더 자주 찾아오게 마련이고.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류지호가 한창 영화 <Tsogang>에 집중하던 기간.

소유한 기업들에서 많은 일들이 있었다.

중요한 이슈 가운데 하나가 시간만 질질 끌고 있던 EMI 인수합병 건이 일단락 된 것이다.

지난 9월 말이었다.

유니벌스뮤직그룹(UMG)이 영국의 전통의 레코드 레이블 EMI를 완전히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비틀스의 음반을 탄생시킨 124년 전통의 영국 음반사가 미국 최대 레코드 회사에 합병이 완료된 것.

총 매각대금은 41억 달러.

다만 UMG 단독 인수합병은 아니었다.

EMI의 사업을 분할해 UMG와 소닉에픽뮤직그룹(SEMG)에서 각각 22억 달러와 17억 달러에 인수했다.

UMG는 EMI의 음반사업 부문을, 미국 미디어업계 거물 게펜 등과 컨소시엄을 이룬 SEMG는 출판사업 부문 일부를 인수했다.


“저작권을 모두 SEMG 가져가는 것은 아니겠죠?”


공연히 EMI를 들쑤셨다가 남 좋은 일 시킨 것이 아닌지.

UMG 글로벌 디지털 음악 부문 책임자인 롭 웰스가 단박에 부정했다.


“아닙니다.”

“출판사업 부문을 SEMG 컨소시엄이 가져갔다면서요?”

“필 콜린스, 오지 오스본, 티얼스 포 티얼스, 핑크 플로이드 등 EMI의 130만 곡 가운데 대표 뮤지션 상당수를 우리가 가져왔습니다. 전체 저작권에서 대략 42%는 우리가 가져왔습니다.”


그나마 다행이다.

저작권을 관리하는 출판사업이 SEMG에 넘어갔다고 해서 UMG에게 EMI 음반사업이 빛 좋은 개살구가 아닌가 생각했던 류지호다.

나름 챙겨야 할 것은 챙긴 모양이다.


“그 정도 양보를 받았다면 그에 상응하는 것을 내놔야 했을 텐데요?”

“EMI의 핵심 자산이랄 수 있는 팔러폰을 매각하겠다는 의사를 EU집행위에 밝혔습니다. 로비 윌리엄스를 제외한 뮤트, 엔자인, 크리살리스의 레이블 매각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안타깝군요.”

“더 있습니다만...”

“뭡니까?”

“EMI 클래식스와 버진 클래식스는 EU집행위와의 약속 때문에 반드시 매각해야 합니다. 워너-타임뮤직그룹과 물밑에서 협상 중에 있습니다. 또한 UMG 레이블 가운데 몇 년 전 인수한 생츄어리, 코옵도 팔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게 다 내놓을 가치가 있습니까?”


미래를 위해서 EMI 음악 저작권을 관리하는 출판사업 부문만 인수하는 것이 낫지 않았나 싶은데.

그런데 류지호가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한국은 LP, CD가 진즉 멸망의 길을 걸었지만, 북미와 유럽은 앞으로 수년 간 음악 CD시장이 건재하다는 사실이다.

스트리밍 시장에 비해 형편없이 쪼그라들기야 하겠지만.

그걸 고려한다고 해도, 이번 M&A를 통해서 해당 시장을 독점할 수도 있다.

마치 StreamFlicks가 경쟁사인 블록버스터와 할리우드 비디오의 파산으로 인해 북미에서 DVD 렌탈 서비스를 독점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일단 SEMG는 이번 EMI 출판부문 인수자금의 5억 달러를 사모펀드 GARAYSTONE에서 조달할 정도로 여력이 없습니다. 워너-타임뮤직그룹 역시 현재 우리와 협상 중인 레이블 인수만으로 벅차고. 그 외에 독립레이블 역시 우리가 내놓게 될 매물을 모두 소화하지 못합니다.”


EU 당국으로부터 UMG의 EMI 인수를 확정짓게 되었으니,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승인을 받을 때까지 시간을 끌 수가 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보면 팔기 아까운 것들을 도로 회수할 수가 있단 의미다.


“날로 확장하는 디지털음악 점유율을 봤을 때 130만 곡을 전부 차지하지 못한 것은 조금 아쉽긴 하네.”


어쩔 수 없다.

130만 곡 전부를 차지하려 들었다가는 EMI 음반사업조차도 확보하지 못했을 수도 있었으니까.


“SEMG가 이번에 EMI 출판 부문을 인수한다고 해도 UMG에 미치지 못합니다.”

“이번 EMI 인수로 총 190만 곡을 확보하게 된 겁니까?”

“그렇습니다. 보스와 MJ가 공동으로 보유한 음악 저작권 17만 곡을 제외한 숫자입니다.”


류지호와 마이키 잭슨이 공동소유한 음악출판유통사 ATV와 MJJ MUSIC은 인수 이후로 계속해서 저작권을 사들이고 있다.

그 결과 17만 곡의 각종 음악 저작권을 보유하게 됐다.

두 회사에서 벌어들이는 음악 로열티 수입만 매해 1억 달러에 달한다.

마이키 잭슨이 기부와 사치를 부리면서 살 수 있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거기서 얻는 수익이 차지하고 있다.


“전 세계 디지털음악 점유율은 어때요?”

“내년에 40%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몇 년 안에 디지털음악 매출이 전통적인 음반 매출보다 커지겠군요?”

“올해 UMG의 음반매출 63억 달러에서 디지털 부문 매출 비중이 대략 27%였습니다. 3년 안에 절반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롭 웰스는 전통적인 음반시장이 줄어들고 그 자리를 스트리밍이 대체할 것으로 보는 모양이다.

스마트폰이 생활의 일부, 심지어 신체의 일부처럼 되는 시대에는 음악 스트리밍 시장이 전통적인 음반 시장의 몇 배의 규모로 커지게 된다.

단적인 예가 과거에 없었던 중국시장이 새롭게 부상하는 것이다.

비록 불법복제의 천국이라고 해도.

그렇게 앞으로 디지털음악 매출이 기존 전통시장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해가 거듭될수록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나가게 된다.


“롭이 수고가 많았어요."

"별 말씀을.“


설마했던 일이 현실이 되었다.

이번 M&A로 UMG는 세계 음악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절대 강자로 부상하게 되었다.

K-pop의 글로벌 유통사도 UMG다.

음반시장의 침체에도 끄떡없는 클래식 음악의 절대 강자이자, 최고의 힙합 레이블을 다수 거느리고 있기도 하고.

언론에서만 시장지배를 우려하고 있지, 실제 업계의 시선을 완전 달랐다.

업계에서는 기대감을 품고 향후 행보를 지켜보고 있다.

디지털 음원시장의 부상으로 급격하게 위축되어 온 음악 시장을 과연 UMG가 개편할 수 있을 것인가.

EMI 합병 후 UMG의 행보가 세계 음악시장의 미래를 가늠할 이정표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 ✻ ✻


도청파문으로 영국에서 큰 고초를 겪은 로버트 폭스가 마침내 위성방송 bSKYb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

영국과 미국을 잇는 미디어 제국을 건설한 로버트 폭스는 미국의 DirecTV 인수에 실패한 이후로 bSKYb를 먹기 위해 무려 7년을 공들였지만.

The NEWS Corp 계열의 타블로이드 신문의 도청파문으로 인해 그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

결국 20세기 PARKs를 통해 확보한 bSKYb 지분 31%를 내놓기로 했다.


“절 만나보고 싶다고 하셨다고요?”


런던의 메이페어 지역의 최고급 호텔 한 곳에서 류지호와 로버트 폭스가 독대했다.

밀실까지는 아니지만, 비밀이 어느 정도 보장되는 장소다.

로버트 폭스가 되물었다.


“내게 왜 그러는 건가?”

“알아듣게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사사건건 내 앞을 막아서거나 방해하는 이유가 뭐냐는 말일세.”


류지호는 시침을 뚝 뗐다.


“그런 적 없습니다.”


로버트 폭스는 무슨 말도 안 되는 헛소리냐는 듯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미국의 위성방송, 또 일본에서, 호주에서.... The Wall Street Journal, 가장 최근에는 스카이까지....”

“폭스씨와 내가 전개하는 사업이 겹치니까요.”

“그렇다 치고. The Wall Street Journal은?”

“내가 R&GP의 최대 주주잖습니까. 또 한국에서도 투자은행을 소유하고 있지요. 내 자랑 같지만 세계 최대 벤처캐피탈도 운용하고 있습니다. The Wall Street Journal이 보유한 수십 년의 금융관련 데이터베이스가 탐나겠습니까, 안 나겠습니까?”


솔직히 The Wall Street Journal이 월가의 애널리스트들에게 유료로 제공하는 각종 서비스 따위는 류지호에게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그런데 다른 이들이 보기에 세계적인 큰손인데다가 투자의 귀재 소리 듣는 류지호가 The Wall Street Journal이 서비스하거나 보유하고 있는 각종 금융 및 경제 통계 및 데이터를 소유하고 싶어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거다.

세계 최대 언론사 가운데 하나를 소유한 로버트 폭스 입장에서 The Wall Street Journal이 세계적인 경제전문지로 보이겠지만, 월가 사람들에게 The Wall Street Journal은 경제지 자체 가치보다 수십 년 동안 유료로 서비스하고 있는 각종 경제 관련 통계와 정보 데이터베이스가 더욱 가치가 있다.


“내게 적대감이 정말로 없단 말인가?”

“있어야 합니까?”

“.....”

“위성방송 인수에 실패했다고 해서 경쟁자를 만나 따지는 것은... 가히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협박을 하려거든 단념하라는 말이다.


“후우... 정말 내가 약해졌을 때를 제대로 찔렀어.”

“내 사람들은 언제나 준비가 되어 있거든요.”


류지호는 더는 말을 삼가며 호텔 지배인이 자랑스럽게 추천한 와인을 홀짝 거렸다.

오늘따라 와인 특유의 산도가 입안에서 착 감기는 것 같았다.


“......”


로버트 폭스는 한 동안 어떤 말도 꺼내지 않았다.

다만 미간을 찡그렸다가, 볼을 손가락으로 긁었다가 뭔가 복잡한 심사를 내비칠 뿐.


“영국에만 안주하지 않을 테지?”


로버트 폭스가 마른 목소리로 물었다.

류지호는 대답 대신 어깨만 으쓱해 보였다.


“뉴스채널은....?“

“영국 국내 여론의 향방에 달려 있겠죠.”


bSKYb에서는 자체 뉴스채널 SKY News 1,2를 서비스하고 있다.

그것과 관련해서 영국 여론이 부정적일 경우 분리·독립시킬 계획이다.

JHO Company Group에게 필요한 것은 언론이 아니라 자사의 방대한 콘텐츠를 내보낼 수 있는 일종의 방송허가권 확보에 있기 때문이다.

향후 위성인터넷까지 염두에 두고 있고.


“툭 터놓고 말하겠네.”

“뭐든 말씀해 보세요. 들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자네도 알지? The NEWS가 보유한 전체 지분 60%에 대한 인수액이 터무니없었다는 걸.”

“글쎄요. 입장 차이라고 봅니다.”

“119억 파운드(약 17조 원)가 합리적이라고? 정말 그렇게 생각하나?”

“막상 내놓으려고 하니 본인이 나머지 지분을 매입하려던 가격이 터무니없었다는 것은 까맣게 잊으셨나 봅니다.”


이런 걸 탑-다운(Top-down) 방식의 협상이라고 하던가.

최종 의사결정권자들끼리 허심탄회하게 인수금액을 조율해 보자는.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른 법이라고 하지만.

로버트 폭스가 잔여지분을 인수하고 싶다면서 제시했던 금액으로 산출된 액수가 119억 파운드다.

그런데 이제 와서 터무니없이 낮은 금액이란다.


“빙빙 돌리지 않고 묻겠습니다. 주당 얼마를 받길 원하십니까?”


제법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헌데 로버트 폭스는 가격을 제시하지 않고 어영부영 넘겼다.

이날 만남에서 주당 가격이 결정되진 않았다.

다만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은 만들어졌다.

류지호는 적당히 로버트 폭스가 원하는 쪽에 맞춰주는 시늉을 했다.

화해의 손길?

아니다.

로버트 폭스가 불쌍해서?

절대 아니다.

너무 싼 가격에 bSkyb를 인수합병하게 되면 영국 내 여론이 안 좋아 진다.

게다가 외국인이 자국 언론사를 갖게 되는 걸 반길 국민도 없고.

그것이 미국기업이라고 할지라도.

로버트 폭스에게 돈을 많이 쥐어주는 것은 싫지만, 그보다는 영국의 여론을 챙길 필요가 있었다.

영국 음반산업의 자존심 EMI까지 인수합병한 마당에는 더더욱.


✻ ✻ ✻


류지호가 로버트 폭스를 조용히 만난 사실은 일절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영국 내에서 류지호의 평판은 나쁘지 않다.

유로존 위기 속에서도 계속해서 막대한 투자를 영국에 하고 있다는 점.

맨체스터유나이티드를 인수한 후에 구단의 전통을 존중하고 성적까지 좋다는 점.

영국 정치권에 특별한 접점이 없어 정경유착 의심이 없다는 점.

영국영화에도 투자를 많이 하고 영국아카데미 수상자란 점.

JHO Company는 영화사업의 최대 시장인 영어권 국가에서의 류지호와 관련한 평판 관리를 세심하게 진행하고 있다.

반면에 로버트 폭스의 평판은 영국에서 최악이다.

그런 상황에서 도청파문으로 인해 The NEWS Corp 계열 주요 회사의 이사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호주와 인도의 신문사 이사직에서도 사퇴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의 영향력을 막대했지만.

The NEWS Corp 지주사와 20세기 PARKs 회장직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청파문으로 폐간된 뉴스 오브 더 월드로 인해 영국 정치권에서 왕실칙령에 근거한 언론 규제기관 신설에 합의가 이루어졌다.

법적 구속력을 가지는 이 기관에서 오보에 있어서는 사과문 게재까지 강제하도록 명령할 수 있도록 강화할 예정이다.

또한 이러한 법률을 개정하는 것을 어렵게 하기 위해서 영국의회 의원 2/3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도록 했다.

로버트 폭스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오던 캐머런 총리와 보수당도 더는 그를 감싸줄 수 없게 되었다.

이러저런 복잡한 사정을 극복하고 마침내 bSKYb가 JHO Company Group의 품에 완전히 안기게 되었다.


“반독점 문제와 외국인의 방송매체 소유에 대해 말들이 많았다면서?”


레오나의 물음에 류지호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위성TV만 놓고 보면 독점적인 지위가 맞아.”

“그런데도 M&A 승인이 났다고?”

“영국의 케이블TV, iPTV 등 모든 유료방송까지 확장시켰을 경우에는 점유율이 시장지배적이지는 않으니까.”



여담으로 이번 사례가 Cast&Com과 워너-타임케이블의 합병에서 미국통신위원회를 설득하는 선례로 작용하게 된다.


“외국인이 방송매체 소유를 해도 돼?”

“로버트 폭스는 잘만 소유했었는데 뭘? 그리고 Sky News1,2를 분사하는 것으로 일단락 지었어.”


사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다.

겉으로는 독립법인으로 분리시킨 것이 맞지만, 사실상 두 뉴스채널은 bSKYb의 자회사인 SKYTV의 영향력 아래 여전히 위치해 있다.

법률상 또 회계상 독립한 것은 맞지만, 실제로는 BSkyB의 지배를 받는 셈이다.


“이제 영국에서 일은 모두 마무리 한 거야?”

“비즈니스는 얼추.....”

“다른 일은 남았다는 거야?”

“영화 포스트프로덕션을 영국에서 하기로 했으니까.”

“허니만 영국에 남아야 해?”

“아니.”

“.....?”

“중간에 몇 번 런던으로 와서 확인만 하면 돼. 전화상으로 충분히 소통할 수 있어.”

“다행이다. 난 또 몇 달 간 헤어져 있어야 하는 줄 알았지.”

“한국으로 떠나기 전에 그리스 섬으로 놀러갈까?”

“미코노스섬?”

“섬을 구입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미리 봐두는 것도 좋잖아.”


섬으로 놀러간다는 말에 류시아가 좋아서 방방 뛸 줄 알았다.

왠 걸.

매우 고민 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빠엄마와 놀러 가는 것은 매우 행복한 일이다.

그렇게 하면 한국의 할아버지할머니를 만날 수 없다.

그것이 류시아의 딜레마였다.


“할아버지할머니는 설날에 뵈러 가도 돼.”

“설 날? 그게 언젠데?”

“2월.”


류시아가 손가락 두 개를 펴보였다.


“이렇게?”


아빠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서야 류시아가 거실을 뛰어다니며 좋아했다.

그리스 섬으로 휴가를 떠나기로 가족과 약속한 후, 류지호는 영국에서 처리해야 할 업무를 빠르게 해치웠다.

이번 영화 <Tsogang> 포스트프로덕션에는 류지호의 사단이라고 불리는 이들이 거의 참여하지 않는다.

대신 영국 현지 전문가들이 참여하기로 했다.

먼저 편집은 최근 <노예 12년>을 작업한 바 있는 편집자와 계약했다.

주로 BBC의 각종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많이 했는데, 영국의 인디영화를 주로 작업해 왔다.

상업영화는 <노예 12년>을 연출한 로드니 맥퀸의 작품을 주로 했다.

사운드 부분은 JHO/Working Title 작품을 많이 했던 영국의 사운드 디자이너를 선정했다.

JHO/Working Title 특유의 훈훈하면서 따뜻한 정서를 잘 살내려낸 경험을 <Tsogang>에서도 발휘해주길 바랐다.

그 외에 필름현상, 텔레씨네, 시각효과, 사운드 작업, 색보정, 네가 편집까지 거의 모든 포스트프로덕션 과정을 영국 현지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그로 인해서 공제혜택 25%를 온전히 다 받을 수가 있게 됐다.


“<Tsogang>이 JHO/Working Title과 공동제작 크레디트를 나눠가지게 되면 영국에서 자국영화로 분류될 수 있어. 혹시 모를까봐....”

“중요한 가요?”

“중요하다면 중요하고 아무렇지도 않다고 하면 또 아무렇지도 않은 것이고.”

“무슨 말이 그래요?”

“적어도 영국 아카데미 수상 가능성을 높일 수는 있지.”

“그건 모르죠.”


영국도 한 해 자국에서 300편 가까이 영화가 제작되는 나라다.

그 가운데 절반은 사실상 할리우드 영화지만.


“아카데미 트로피 들어 올리고 싶어요?”

“당연하지.”

“오스카 캠페인 열심히 해보세요.”

“자넨?”

“난 계약서에 명시된 대로 할 겁니다.”


게리 캠프가 보기에 <Tsogang>은 전형적인 아카데미용 영화다.

진보적인 아카데미 회원들이 좋아하는 인종차별 문제를 건드리고, 거기에 꼰대들이 좋아하는 민주주의의 위대함을 노골적으로 설파하며, 여성 위원들이 선호하는 약자가 강자를 이기고 원하는 것을 성취하는 그런 스토리와 메시지 때문이다.

약점이랄 수 있는 것은 주인공들의 인지도가 떨어진다는 것 정도.

그 부분은 감독이자 프로듀서인 류지호의 이름값으로 충분히 덮고도 남았다.


“칸에 보낸다면서요?”

“보내야지.”

“비경쟁 초청입니까?”

“안 될 말이야. 무조건 경쟁부분이어야만 해. 그렇지 않다면 토론토나 베니스로 보낼 거야.”

“그 부분은 게리가 알아서 하세요. 난 아무래도 상관없으니까.”


<Tsogang>의 개봉은 10월로 잡혔다.

주요 국제영화제 가운데 2월에 열리는 베를린 영화제를 제외하고, 5월의 칸, 9월의 베니스, 10월의 토론토까지 어디든 보낼 수 있다.

만약 배급사가 트라이-스텔라였다면 따지지도 않고 토론토 국제영화제에 출품했을 터.

그곳에서 월드프리미어를 연 후 북미 개봉으로 이어지는 스케줄을 짰을 것이다.

반면에 ParaMax는 칸이나 베를린, 베니스를 더 선호하는 편이다.

다수의 수상작을 배출해냈기에 유럽 영화제에서 힘을 좀 쓴다.

사실 토론토 국제영화제는 캐나다에서 열릴 뿐 실제로 할리우드 빅7의 입김이 매우 센 영화제다.

북미시장 진입의 창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칸에서 수상하면 그랜드 슬램 아닌가?”

“영화제에 무슨 그랜드 슬램이 있어요? 스포츠도 아니고.”

“칸에서까지 좋은 성과를 내면 4대 국제영화제 모두에서 의미 있는 상을 수상하는 거 아니었어?”

“몰라요.”


굳이 생각해본 적이 없다.

국제 영화제에서 수상해서 흥행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몰라도.

더 이상 상 욕심이 없기 때문이다.

벨에어 저택에 트로피만 따로 진열해 놓은 방이 있다.

과장 조금 보태서 매년 진열대가 새롭게 추가된다.

한국에서는 류지호가 충무로를 무시한다고 섭섭해 한다.

심지어 욕하는 사람도 있다.

언젠가부터 부산영화제, 부천영화제 등 영화제와 춘사상을 비롯한 시상식에 코빼기도 비추지 않는다며.

시상자로 초대받는 것이라면 몰라도 한국에서 상을 준다면 사양을 할 판이다.

그 상을 다른 누군가에게 주는 것이 한국영화발전을 위해 좋으니까.

배가 불러서 그런 것이 아니다.

춘사상을 제외하고 한국영화 시상식들이 여전히 수상작 선정에 있어서 공신력이 의심스럽다.

예술적이 가치에 비중을 둘 것인지.

박스오피스 성적에 가중치를 둘 것인지.

그 사이에서 오락가락하기 때문이다.

저예산 영화가 유독 홀대받는 것도 여전하고.

앞으로 류지호가 한국의 영화시상식에서 받을 만한 수상 부문은 단 하나다.

영화발전에 크게 기여한 인물에게 주어지는 상.

명예상이다.

그 외에 목표가 있다면 자신이 연출한 영화가 월드와이드 박스오피스 10억 달러를 달성하는 것이다.

물론 프로듀서 타이틀을 달고 전무후무한 박스오피스 기록인 28억 달러(아바타)를 달성했고, 작년에는 <어벤져스>로 15억 달러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감독 류지호의 최고 박스오피스 성적은 <Christmas Cargo>가 거둔 6.1억 달러다.

전쟁영화로 5억 달러를 넘기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 현실이기에 대단한 기록이긴 하지만.

미스터 할리우드라는 별명에 맞는 감독으로써도 박스오피스 기록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참고로 2012년 기준으로 월드와이드 박스오피스 10억 달러를 넘긴 영화는 모두 17편이다.

슬그머니 <어벤져스 : 엔드게임> 욕심이 나긴 하는데.


‘<스타워즈>도 있고, <듄>도 있지만....’


그럼에도 그 영화들은 자신이 메가폰을 잡을 영화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류지호다.

이전 삶부터 현재까지 실사화가 되지 못한 비운의 명작게임 <스타크래프트>를 잘 만들어서 10억 달러 기록을 만들어보는 것이 의미가 있어 보이기도 하고.


✻ ✻ ✻


영국에서의 일들을 마무리 짓자마자, 류지호는 가족과 함께 그리스의 미코노스섬으로 날아갔다.

산토리니 섬과 함께 에게 해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미코노스 섬은 풍차로도 유명했는데.


“엄마, 사람은 없고, 새만 엄청 많아. 댑따 큰 새도 있어.”

“시아는 저기 큰 새가 뭔 줄 알아?”

“독수리?”

“팰리컨이야.”


비수기였기에 미코노스 섬은 비교적 인적이 뜸했다.

레오나가 딸을 챙겨주는 사이, 준혁을 안고 있던 류지호는 온통 하얀색으로 물들은 미코노스 항구를 둘러보았다.

처음 방문이다.

그런데 왠지 낯이 익은 느낌이다.


‘아~ 이온음료하고 그 무슨 커피 광고 때문이구나...’


당연히 할리우드 영화의 단골 촬영지이기도 하고.

밤이 되니 한적했던 미코노스섬이 돌변했다.

어디 숨어있기라도 했는지 낯에 보이지 않던 사람들이 밤이 되니 중심가 동네에 북적거렸다.

특히 게이들이 상당히 많이 눈에 띠었다.

미코노스섬은 바람의 섬이라고도 불린다.

풍차의 섬이라고도 불리고.

한편으로 게이의 천국이며 유럽에서 손에 꼽히는 나이트클럽 밤문화를 자랑하고 있다.

누드비치도 빼놓을 수 없고.


“달링, 어때? 섬은 마음에 들어?”

“내가 알기로 여름에는 온 섬이 인파들로 넘쳐나는 걸로 알아. 번잡스럽지 않을까?”

“해변은 몰라도 바닷가를 끼고 있는 고급 빌라나 호텔을 구입해서 별장처럼 사용하면 되지 않을까 싶은데?”


류시아가 끼어들었다.


“풍차두~”

“시아는 풍차 있는 집이 좋아?”

“응. 또, 또 펠리컨이 집으로 놀러왔으면 좋겠어.”


낮에 류시아가 본 펠리컨은 이 섬의 마스코트다.

개인이 소유하거나 함부로 다룰 수 없다.

딸바보가 된 류지호는 류시아가 원한다면 세상을 다 뒤져서라도 똑같은 펠리컨을 구해 오겠지만.


“일단 오늘 하루는 아무것도 하지 말고 쉬자.”


류지호 가족은 미코노스 섬에서만 머물지 않았다.

산토리니와 크레타 섬도 돌아보았다.

따로 시간을 내서 현지의 부동산에 들어가 보기도 했다.

류지호 수준에 맞는 최고급 빌라가 500~1,000만 달러에 매물로 나와 있었다.

펜트하우스 수준의 매물도 많이 나와 있었고.

류지호가 미코노스섬의 2/3을 매입하게 된다면 굳이 빌라나 펜트하우스를 따로 구입할 필요는 없다.

섬을 개발하는 김에 사유지에 별장을 함께 지으면 되니까.

섬 구입이 불발 된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인 1,000만 달러에 꽤나 근사한 별장을 소유할 수가 있으니까.


“....?”


수행비서 한 명이 리포트 하나를 슬쩍 디밀었다.

그리스 정부는 IMF, EU집행위원회, 독일 등 채권국가의 요구에 따라 2015년까지 500억 유로의 재원을 마련키로 했다.

그 일환으로 정부 소유의 자산 150~200억 유로어치를 매각키로 했다.

보고서에는 그리스 정부가 매각하기로 한 아테네국제공항 지분 55%를 포함해 다양한 국가 자산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전력회사, 수도회사, 유틸리티 공기업, 도로공사 등.

그리스 정부의 민영화 계획도 비교적 자세하게 나와 있었고.

심지어 은행까지 매각하기로 한 모양이다.

그 가운데 가온인터내셔널이 그리스의 라르코 니켈광산의 지분을 확보했다는 메모가 눈에 띠었다.

한때 한국도 비슷한 경험을 했었다.

한국의 경우는 온 국민이 뼈를 깎는 심정으로 희생을 감수했다.

많은 상처와 고통을 뚫고 지옥 같은 외환위기의 터널을 간신히 빠져나왔다.

반면에 그리스의 미래는 그리 밝아 보이지 않았다.

한국인들의 행동이 특이한 것이다.

국정농단한 대통령을 물러나게 하려고 촛불을 들지언정.

부도난 국가에 항의해서 시위를 벌이는 민족이 아니니까.

도리어 자신이 가진 금붙이를 내놓으며 나라 빚을 대신 갚아주는 민족이 한민족이다.

유럽은 그렇지 않다.

나라살림을 거덜 낸 국가와 정부에 대해 그 책임을 묻기 위해 화염병을 던진다.

암튼 MSM-Mirage는 그리스의 한 카지노 호텔 인수를 협상 중이다.

가온그룹은 그리스의 광물자산을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 물밑에서 움직이고 있다.

또한 그리스 곳곳의 휴양지 알짜 호텔을 구입하기 위해 가격 하락상황을 예의 주시 중이다.

남의 불행은 언제나 있는 자에게 기회를 제공한다.

행운은 대체로 부자에게 더 자주 찾아오게 마련이고.


작가의말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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