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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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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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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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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쪽

모두에게 영원히 기억될 이름! (1)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COVID-2020>.


팬데믹을 다룬 영화 <컨테이젼>의 TV시리즈 판의 제목이다.

StreamFlicks의 세 번째 자체 오리지널로 기획되고 있다.

목표는 4~5시즌 완결.

쇼러너에는 류지호의 UCLA 동문 파울러 세어링을, 책임프로듀서는 <소프라노스>에 참여한 바 있는 맷 와이너를 데려왔다.

앤드류 핀처 감독이 <하우스 오브 카드> 제작총괄을 수행한 것처럼 류지호 역시 <COVID-2020>의 제작총괄을 맡기로 했다.

JHO Pictures에서 프로덕션을 담당하려고 했지만.


“자체적으로 해볼게.”

“부서를 독립시켜서 스튜디오를 따로 설립할 거라고?”

“Las Palmas Studios에 프로덕션 오피스를 꾸렸어.”

“제작 편수가 늘어나면 자체적으로 감당이 안 될 거야.”

“오리지널 전부를 자체적으로 소화할 생각은 없어. 다만 제작 프로세스를 이해하고 있어야 의사결정을 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류지호로서는 환영할만한 자세다.


“Korean Martial Arts Films 카테고리 영화들도 결정되었지?”

“<Swordsman Of Lady's Guard>가 첫 오리지널이 될 것 같아.”


한국의 인기 신무협소설 <호위무사>를 원작으로 한 TV시리즈다.

마침 StreamFlicks의 Korean Martial Arts Films 카테고리에 이미 시대를 풍미했던 한국의 무술영화들이 업로드되기 시작했다.

‘만주웨스턴‘이라 불리던 <사대철인>, <대적수> 같은 영화부터 홍콩 무술영화를 답습한 <소권>, <돌아온 소림사 주방장> 같은 작품들, 태권도를 베이스로 한국적 고유무술을 담아보려는 의지가 가득했던 <신풍객>, <후계자> 같은 작품들이 올라와 있다.

영어자막으로 서비스하고 있는데, 모두의 예상을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쿠엔 태런티노 같은 무술영화 덕후들이 생각보다 많은 모양이다.


“영화 판권을 확보하는 대로 카테고리가 더 다채롭게 채워질 거야.”

“기대하지.”


홍콩과 일본 영화계는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한때 한국영화는 무술영화의 종주였다.

어느 순간부터 ‘으악새’ 라며 천대를 받고 멸종하고 말았지만.

80년대에도 그 명맥을 유지하면서 홍콩이라는 메이저리그에 대한 기이한 열등감, 그리고 태권도와 반일이라는 고유의 정서가 뒤엉켜 잡탕 무술영화가 양산되었다.

<장군의 아들>이 나오기 전까지 한 번도 무술영화 전통이 단절된 적이 없었다.

그런 한국영화의 역사는 류지호 같은 후배들에게는 매우 다행인 점이다.

시대를 넘어서는 명작은 없을지라도.

전통과 정체성은 후대에서도 중요한 부분이기에.

류지호는 잠들어 있던 한국영화역사의 한 부분을 끄집어 내서 글로벌 OTT에 전시하고 싶었다.

그걸 계승해서 21세기 방식으로 해석해낸 충무로만의 무술무협장르물을 자랑하고도 싶고.

그 첫 시도가 바로 <호위무사>다.


[반드시 지켜야할 것이 있는 자는 쉽게 죽지 않는다!]


<호위무사>의 홍보카피다.

‘Who am I’식 설정.

엇갈린 운명의 남녀 주인공.

절절한 로맨스.

레벨업 서사 스타일의 스토리텔링.

<호위무사>은 무협영화에 진입장벽을 느끼는 이들까지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요소가 많다.


“계약은 잘 마무리 된 거지?”

“Aram Production에 전 부분을 일임했어.”

“Buyout?”

“응.”


매절계약(Buyout)은 저작물에 대한 대가를 미리 일괄 지불하고, 이후의 활용에 대해 별도의 금전적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계약 형태를 말한다.

이전 삶에서 StreamFlicks의 그 같은 계약방식이 크게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언론에서는 불공정한 계약의 대표 사례로 꼽히곤 했는데.

실제로는 영상 제작물의 경우 다양한 쓰임새로 인해 저작권을 비롯한 일괄 양도가 불가피한 면이 없지 않다.

StreamFlicks는 분명 갑의 위치에 있다.

기본적으로 글로벌 플랫폼과 공정한 계약을 할 수 없는 구조다.

투자를 받게 되면 자연스럽게 글로벌 서비스로 이어지게 된다.

한국시장을 넘어 세계시장으로 나가는 것이다.

불리한 계약서를 쓰지 않으면 투자를 받을 수 없기에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도 있고.

영화산업은 예측이 어려운 특성이 있다.

모든 제작물이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최소한의 이익을 보장해 주는 것만으로도 나쁘지 않다는 의견이 현장의 목소리다.


“내가 WaW의 오너라고 해서 StreamFlicks의 기조를 바꿀 필요는 없어.”


StreamFlicks는 이윤을 추구하는 사기업이다.

한국의 제작사에게 자선행위를 할 이유는 없다.

다만 한국의 제작자들이 협상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 더 현명해질 필요가 있다.


“분기별로 하나씩 공개하기로 결정하긴 했는데. 한국에서 감당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어.”

“새로운 시리즈를 분기별로?”

“그렇게는 안 될 것 같고.”

“WaW의 제휴영화사들과 협업하면 가능하긴 할 거야.”


<호위무사>, <사신>, <용비불패>, <추혼> 시리즈 등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이 장르를 Aram Production에서는 ‘김치무협‘이라 명명했다.

일단은 세계시장에서 중국식 무협 시리즈로 눈길을 사로잡은 후에 한국역사 속 삼국시대 화랑 같은 무사집단을 다룬 퓨전사극, 고려의 무신집권기에 활약한 무사들, 임진왜란 시기의 무예에 능했던 의병장까지 한국의 무인이야기로 넘어갈 계획이다.

Korean Martial Arts Films 카테고리를 채워나갈 한국판 신무협들은 <풍운아> 시리즈, <이니셜D> 등 다수의 성공적인 액션영화를 연출한 바 있는 노장감독 박은상 감독이 총괄프로듀서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중국식 무협영화의 연출은 철저히 GH오락집단유한공사와 인연이 깊은 홍콩감독으로 한정했다.

기본 언어는 광동어지만, 영어 더빙판이 제공될 예정이다.

그 외에도 서비스 지역의 여건에 따라 자막과 더빙이 제공된다.

WaW 엔터테인먼트는 90년대 초에 <인어공주>를 수입하면서 LOG Animation의 선진적인 더빙을 배웠다.

이후로 꾸준히 관련 분야를 발전시켜왔다.

전문성우를 양성하거나 관리하진 않는다.

대신 서구권처럼 배우 중에서 더빙에 소질이 있는 이들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중국 본토인은 가능한 배제하기로 했어. 알고 있으라고.”

“왜?”

“시스템도 다르고, 생각보다 배우와 제작진 모두 쓸 만 하지가 않아서.”


StreamFlicks도 중국에 된통 당하고 있어서 류지호의 조치에 대해 별 다른 반대가 없다.

중국 본토 배우들은 스타입네 몸값만 높지 대체로 연기력이나 인성 면에서 형편없다.

특급스타는 존중받아야 하지만, 상전처럼 모실 수는 없다.

따라서 홍콩 출신이면서 중국 밖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배우들 위주로 캐스팅을 하기로 했다.

가장 먼저 얀쯔단과 사정풍을 류지호가 개인적으로 박은상 감독에게 추천했다.

류지호와 인연이 제법 오래된 홍콩의 배우들이다.

얀쯔단은 <블레이드> 실사화에서 처음 알게 되었고, 사정풍은 만화원작 실사화 영화 <용호문>으로 인연을 맺었다.

중국에서의 활동 때문에 태권도를 정면에 내세울 수는 없지만, 얀쯔단은 중국 외에서는 자신의 무술 베이스에 태권도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하곤 한다.

자녀에게도 태권도를 가르치고 있고.

<용호문>에 참여하기로 했을 때 주연배우인 사정풍에게 태권도를 배우라고 요구한 이도 얀쯔단이었다.

당시 사정풍은 6개월에 걸쳐서 태권도 발차기를 수련해야 했다.

정작 영화에서는 와이어를 달고 발차기를 선보여야 했지만.

그 영향 탓인지 이후 액션영화에서 선보인 발차기에 태권도 냄새가 진하게 풍겼다.

곧 개인사와 가정사에서 어질어질한 문제들에 휩싸이게 되겠지만.

활동에 크게 지장을 받을 정도는 아니다.

게다가 연기활동이 아니더라도 가수로 활동하면 되고.

여담으로 홍콩배우 사정풍을 비롯해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친한파 배우들이 대거 Korean Martial Arts Films 콘텐츠에 참여하게 되는데, 홍콩의 뿌리를 둔 GH오락유한공사가 과거의 성세까지는 아니지만 꾸준히 영화와 TV시리즈를 제작하게 됨으로써 중국 본토 활동에 연연하지 않게 된다.

즉 ‘중국 만세’ 영화에 억지로 출연하지 않아도 된다.

해당 카테고리가 자리를 잡으면 한국을 배경으로 하는 무술영화와 TV시리즈로 전환되는데, 드라마 연출자보다는 영화감독들을 데려가 메가폰을 쥐어주게 된다.

참고로 이전 삶에서 한국 최초의 StreamFlicks 오리지널은 2019년부터 등장했다.

이번에는 7년을 앞당겨 제작되기 시작했다.


“한국 콘텐츠를 꾸준히 발굴해 보도록 해. 한국 드라마가 아시아에서 잘 먹히고 있으니까.”

“한국을 아시아 거점으로 해서 헤드쿼터를 설치하려고.”


역시 4년을 앞 선 행보다.


“한국은 4K UHD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의 테스트베드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소프트웨어는 내세울 것이 하나 없지만.

초고속인터넷 네트워크 같은 하드웨어만큼은 세계적인 대한민국.

인프라를 잘 깔아놓고도 세계적인 IT기업 하나 제대로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아시아 시장의 유료방송 가격은 미국이나 유럽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어서 가격경쟁력 우위를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을 거야. 로컬 콘텐츠에 대한 충성도도 높고.”


이 시기의 StreamFlicks의 아시아 진출은 썩 원활할 것 같지 않은 분위기다.

아시아 국가들의 유료방송 요금 수준이 유럽, 미국 등에 비해 낮은 편이기 때문이다.


“현지의 미디어 사업자와 제휴를 통해 리스크 및 비용을 최소화 해야겠지. 마샬아츠 전문 카테고리를 만든 것처럼 현지 맞춤 서비스도 좀 더 고민해야겠고.”


류지호가 시의적절하게 조언을 해주고, 허튼짓을 방지해줌으로 해서 StreamFlicks는 순조로운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이전 삶보다 글로벌 서비스를 몇 년 앞당기게 됨으로써 가입자수에서도 금방 3,000만을 돌파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마샬아츠 콘텐츠 하나 맡아서 할 생각은 여전히 없고?”


만약에 류지호가 메가폰을 잡는다면 한국무협 관련 카테고리가 큰 화제성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그러나.


“없어.”


단호한 류지호의 태도에 시오 사란도스는 더는 말을 꺼낼 수 없었다.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류지호의 차기작은 2017년까지 모두 확정되어 있다.


“디렉터 박과 틈나는 대로 소통할 테니까, 내가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뭐라 그러지 말고.”

“알겠어.”


초기에는 수많은 영화를 월정액만으로 볼 수 있다는 매력에 끌려 가입을 했다면, 이제부터는 StreamFlicks만의 오리지널 콘텐츠 시청이 주요 가입 이유가 된다.

성공적 오리지널 콘텐츠를 통해 기존 회원들의 이탈을 막는 것은 물론, 새롭게 늘어나는 가입자들로부터 벌어들이는 수익으로 콘텐츠 제작비를 만회하는 구조로 회사가 돌아가게 된다.

이전 삶과 달리 JHO Company 계열의 콘텐츠를 안정적으로 수급 받고 있다.

자체 오리지널이 보태지면 달리는 말에 날개까지 달리는 셈이다.


‘나머지 6개 스튜디오가 연합을 해도 능히 상대할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류지호는 StreamFlicks의 경영진들이 인문학적 소양을 갖추길 요구했다.

단순히 세상을 보는 안목과 인간을 이해하는 수준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StreamFlicks가 가진 기술을 어떻게 사람들이 잘 쓰게 만들지를 여러 사람과 다양한 관점으로 소통할 줄 아는 능력을 가지라는 의미에서다.

독점에 가까운 시장지배력을 가진 기업의 독선이 시장질서 뿐만 아니라 사회까지도 병들게 할 수 있기에.


✻ ✻ ✻


[오성은 한국사회에서 오랫동안 자본권력의 상징처럼 군림해왔다. 자본권력이 막대한 금력과 정보력을 바탕으로 국가권력에 필적하는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에 대한 우려는 비단 한국만의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20년 역사밖에 안 된 가온처럼 입법·행정·사법·언론·학계 등 사회 전 분야에 걸쳐 가공할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례는 흔치 않다. 그나마 오성은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는 대가를 지불하는 상조상부 방식의 유착이었다면 가온은 한국의 입법·사법·행정·학계·시민사회 전 분야를 길들이고 암중에서 지배하려고 한다. 실로 무서운 일이다.]

- 겨레일보 주필 칼럼.


[독점 자본가가 한 사회를 제 마음대로 주물럭거린다. SF소설에서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다. 2011년 대한민국 사회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사실 가온의 언론 길들이기는 백원일보와 수년 째 벌이고 있는 법정 분쟁과 광고수주 보이콧 등으로 이미 만천하에 알려져 있다. 백원일보가 홀로 가온의 횡포에 대항하고 있을 때 다른 언론은 그렇지 않았다. 가온에게 한 없이 관대했다. 가온은 한국 언론기업의 사활에 영향을 주는 최대 광고주 가운데 한 곳이다. 가온은 언론을 길들이는데 광고의 위력을 최대한 이용하고 있다. 그 작전은 여전히 통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대한민국의 삼권을 길들였고, 제4의 권력이라는 언론까지 장악하게 되니 두려울 게 없는 모양이다. 이런 힘을 일찍부터 알고 있는 공권력이나 언론은 가온을 건드릴 수 없는 성역으로, 치외법권의 존재로 간주하고 있다. 언론의 권력 감시 역할이 가장 필요한 때에 언론은 돈에 눈이 멀어 처음에는 그 역할을 소홀히 했고 이제는 역할을 포기하다시피 하고 있다. 이런 상태가 관행으로 굳어진다면 가온은 각 분야에서 무소불위의 존재로 등극하게 될 것이다. 기업이 우리 사회를 통제·관리하는 현실도 그다지 멀어보이지 않아 무섭다.]

- 백원일보 주필 칼럼.


가습기 살균제 문제로 들끓고 있을 때, 한국의 진보와 보수 언론의 대표적인 신문사 두 군데에서 류지호와 가온그룹을 저격하는 칼럼을 실어서 물의를 빚은 일이 있었다.

공교롭게 류지호와 관련한 황당할 짤들이 인터넷을 떠돌 때와 맞물렸다.

이전 삶에서 악명을 떨쳤던 투데이베스트 저장소가 여전한 가운데, 그곳에서 처음 류지호와 히틀러를 합성한 짤이 돌았다.

경쟁 사이트라고 할 수 있는 일간유머에서는 통일신라시대 해상왕 장보고와 류지호를 합성한 사진을 올려 맞불을 놓았다.

이후 각종 커뮤니티에서 나폴레옹, 징기스칸 같은 역사 속 정복자들과 류지호의 얼굴을 합성하는 것이 일종의 유행처럼 번졌다.

딴에는 사회풍자란다.

류지호가 가진 막강한 금력과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을 독재자나 정복자와의 합성사진을 통해 풍자한 것이라나.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그 같은 합성 사진의 유행은 전 세계적으로 빈번하게 이루어지는 일이다.

류지호가 일루미나티의 일원이라는 음모론이 버젓이 돌고 있는 상황이니, 풍자라 쓰고 조롱이라 읽는 합성사전이 돌아다니는 것은 차라리 애교에 가깝다.

류지호로서도 딱히 기분이 나쁘거나 하진 않았다.

어차피 유명인의 이름과 사진은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온라인 공간에서 공공재처럼 사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니까.

일일이 막거나 찾아내 처벌할 수도 없고.

간혹 기발한 재치와 상상력을 보여주는 풍자가 나와서 류지호조차 깜짝 놀라곤 한다.

대표적인 것이 ‘인생 2회차‘ 드립이다.

그럼에도 용서를 하지 않는 부분도 있다.

심각한 명예훼손이나 허위사실 유포.

특히 가족을 거론하는 것에는 절대 용서가 없다.


“그래서 선을 넘은 몇 개 커뮤니티를 박살냈다고요?”


가온그룹 의장비서실장 김우영이 대답했다.


“예.”


한국으로 복귀한 장문식의 첫 행보는 다소 의외였다.

새만금개발유한회사나 가온그룹과 그다지 엮일 일이 없는 한국의 커뮤니티 사이트를 손 봐준 것인데.

벌써부터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일명 투베와 일유를 공중분해시킨 것.

그 사이트들에서 류지호와 관련한 온갖 억측과 음모론 그리고 풍자를 가장한 조롱이 난무하고 있기 때문이라나.


“합법적으로 사이트를 폐쇄시킬 수가 있나?”


이전 삶에서는 대략 투베 저장소가 주식회사 체제로 개편된 후로 2013년에 ‘투베 운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야당에서 검토하면서 논란이 촉발되었다.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에 위배된다면서 반대에 부딪치며 흐지부지 되었다.


“그게... 장문식 이사 방식으로 처리했다고 해야 할지.....”

“뒷골목 사람들 데려다 썼대요?”

“그런 것은 아닌데... 어떻게 타일렀는지 모르겠는데 핵심 운영자와 유저 중에서 젊은 친구들은 군대에 보내고, 일부는 해외로 내보내고, 또 일부는 신상정보를 주변에 싹 다 퍼트렸다고 합니다. 직장에 다니는 일부 유저가 피해망상 같은 정신질환을 호소한다고....”


류지호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보기에 따라서는 너도 한 번 당해봐라식의 치사한 수법이었으니까.


“해외로 보내요? 유학이라도 보냈대요?”

“얼핏 지나가는 말로 듣기로.... 6개월짜리 원양어선 선원으로 취직을 시켜줬다고 하는데.... 자세한 내용을 따로 알아볼까요?”

“됐어요.”


몇 년 전에 캐나다에서 만난 장문식 부사장이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 옛날에는 원양어선을 탄 이들 중에 아예 그 나라에 주저앉는 애들도 많아요. 몇 년 동안 국내에 안 들어오면서 주민등록이 말소되고 뭐 그런다고 합디다. 그래서 팔라우나 마다카스카라 같은 데 가면 한국인인데 무국적자로 현지인과 살림 차려서 사는 사람도 있고 뭐 그랬다나 뭐라나....


원양어선 타고 나갔다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실종처리 되는 이들도 연간 수십 명이라는 괴담 같은 이야기도 있다.

실제 90년대까지만 해도 원양어선은 노예선이라 불릴 정도로 법의 사각지대에 있었고.


“선원이 되려는 사람들은 반드시 해운만청 산하의 선원인력관리사소를 거쳐야 하지만 아직도 무허가 직업소개소를 통해 원양어선을 타는 이들이 많다고 합니다. 장 상무 팀에 그쪽에 선이 닿은 직원이 있었던 모양인데....”


90년대만 해도 원양어선을 탔다가 밝혀지지 않은 이유로 사망하거나 실종된 인원이 연간 120명에 달했다.

워낙에 험하고 위험하다는 인식이 있어서 더 이상 한국의 청년들은 원양어선에 타지 않는다.


“관련해서 디시아웃사이더 사이트를 중심으로 투베와 일유에서 활동하던 메인 유저들이 원양어선 알바를 갔다가 실종되었다는 확인되지 않은 루머가 퍼져나갔고. 경찰이 내사에 나섰다는 이야기도 있고. 해서 악성 유저들의 활동이 조금 위축되었습니다.”


누군가 극우적 편견에 물들어 있다고 해서 그것을 행동으로 표출하지 않는 한 사회가 단죄할 순 없다.

다만 슬픈 현실은 한창 디시아웃사이더와 투베니 일유 같은 커뮤니티 활동을 했던 이들이 사회활동을 하면서 지역 차별, 남녀 차별, 인종 편견, 극단적인 배타성을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에까지 물들인다는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한국의 주류 대다수의 사고가 그들과 정확하게 일치한다는 것이다.

더욱 류지호를 우울하게 하는 것은 불온한 사고방식을 가진 기득권들에게 억압받고 착취당하는 이들이 그들의 논리를 추종하고 숭배한다는 것이다.

장문식이 투베와 일유를 폐쇄시키고 악성 유저들을 손봐줬다고 해서 온라인 커뮤니티가 건장한 소통의 장이 될 리가 없다.

또 다른 이름의 투베와 일유는 인터넷상에 널리고 널렸고, 계속해서 분화할 테니까.

거기에 불온한 목적을 가진 세력이 끼어들어 작업을 할 것이고.

그래서 딱히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인데.

과거 어두운 부분의 일을 도맡아 처리했던 장문식으로써는 본보기를 삼을 꺼리가 필요했고 겸사겸사 해체되었던 자신만의 네트워크도 복원할 겸 마음에 안 드는 사이트 몇 개를 손봐준 모양이다.


“온라인 공간과 SNS에서는 조롱과 풍자의 대상이 되시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위인 대접을 받으시잖아요. 너무 마음 쓰지 마십시오. 의장님.”


김우영 비서실장의 위로에 류지호가 픽 하고 웃었다.

위인의 삶과 일대기를 책으로 기록한 전기물이 위인전이다.

역사적으로 대단한 업적을 남긴 인물만 위인전으로 출판되는 것이 아니다.

시대가 변하면서 정치인, 글로벌 기업의 CEO, 운동선수, 연예인들도 당당하게 위인전의 주인공이 되고 있다.

류지호를 대상으로 출판된 위인전을 일일이 따지기도 어렵다.

특히 한국에서는 류지호 위인전이 셀 수 없이 많이 출판되었다.

주로 미취학 아동을 겨냥한 위인전이다.


“한국의 부모들은 자녀가 커서 의장님처럼 되길 바라는 마음에 사서 읽힙니다. 저도 두 서너권 잘 써진 책을 사서 아이들에게 읽혔구요. 초등학생이 읽어야 하는 위인전 중에 필독서라고 알고 있습니다.”


좋아해야 할지, 아니면 부끄러워해야 할지.

생존해 있는 인물 가운데 가장 많은 위인전 출판 횟수 및 판매부수 기록 소유자가 류지호다.

비록 비공식이라고 하지만.

가장 각광을 받고 있는 헨리 게이츠와 스테픈 잡스 위인전보다 종류와 판매량에서 상대가 안 될 정도의 엄청난 판매 부수를 자랑하고 있다.

투자의 귀재.

미다스의 손.

디지털 영화의 개척자.

세계 4대 국제영화제 주요 부문 수상 및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자.

세계 최대 복합미디어그룹의 오너.

최연소 억만장자.

Forbes 선정 세계 최고 부자 등.

소설 속에서나 나올 것 같은 이력을 가진데다가 위인으로서의 행보(?)가 현재진행중이라는 사실 또한 대중들의 관심과 흥미를 끌고 있다.


“의장님이 살아오신 성장스토리가 다양하게 소개되었긴 하지만, 여전히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누군가의 성공담은 또 다른 누군가에게 아주 좋은 돈벌이 수단이다.

특히나 류지호는 아메리칸 드림 그 자체라고 여겨지고 있다.

성공담이 얼마나 잘 팔리겠는가.

류지호에게 자서전 출판 제의가 쏟아지는 이유다.

베스트셀러는 따 놓은 당상이기에.

지금까지 수십 종류의 위인전이 출판되었다.

하지만 본인이 직접 집필한 것은 단 하나도 없다.

심지어 대필로 써진 위인전조차 없다.


“자서전이든 뭐든 저술활동은 60세는 넘어야 고려하든 말든 하겠죠.”


당장은 영화에 집중하는 것이 맞았다.


“자서전은커녕 시나리오 쓸 시간도 없구만....!”

“좋은 작가를 선정해서 대신 쓰게 하셔도 됩니다.”

“됐어요. 귀찮아요.”


미국의 저명한 저널리스트들이 서로 류지호의 자서전을 쓰겠다고 줄을 섰다.

류지호의 자서전을 쓴다는 것은 작가가 엄청난 수익이 보장된 연금을 들어놓는 것과 다르지 않기에.


작가의말

활기찬 한 주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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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5 Brood War. (7) +5 24.08.26 768 52 27쪽
944 Brood War. (6) +4 24.08.24 827 59 25쪽
943 Brood War. (5) +3 24.08.23 879 56 23쪽
942 Brood War. (4) +5 24.08.22 870 57 24쪽
941 Brood War. (3) +1 24.08.21 920 62 24쪽
940 Brood War. (2) +3 24.08.20 935 61 27쪽
939 Brood War. (1) +5 24.08.19 992 66 26쪽
938 다스리지 않는 것이 최고의 다스림. +1 24.08.17 1,010 66 25쪽
937 본업에 충실하기 위해서.... +2 24.08.16 1,036 72 27쪽
936 자넨... 정말 미스터 할리우드가 맞는 것 같아. +5 24.08.15 1,041 71 23쪽
935 모두에게 해피엔딩이었으면 좋겠습니다. (2) +4 24.08.14 1,037 67 29쪽
934 모두에게 해피엔딩이었으면 좋겠습니다. (1) +4 24.08.13 1,017 76 24쪽
933 미스터 할리우드의 시도를 열렬히 지지한다! +2 24.08.12 1,041 69 23쪽
932 Adun Toridas! +6 24.08.10 1,089 68 26쪽
931 그렇게 해야 안 망해.... (2) +6 24.08.09 1,075 61 26쪽
930 그렇게 해야 안 망해.... (1) +4 24.08.08 1,134 64 25쪽
929 영화가 예술이라고 믿는 한....! (2) +3 24.08.07 1,101 66 25쪽
928 영화가 예술이라고 믿는 한....! (1) +4 24.08.06 1,115 68 26쪽
927 뭐 이런 괴짜가 있지? +2 24.08.05 1,118 62 22쪽
926 냉철해질 필요성을 느낀다! (3) +5 24.08.03 1,116 66 25쪽
925 냉철해질 필요성을 느낀다! (2) +7 24.08.02 1,104 75 26쪽
924 냉철해질 필요성을 느낀다! (1) +4 24.08.01 1,140 77 25쪽
923 행운은 부자에게 더 자주 찾아오게 마련이고. +7 24.07.31 1,150 74 26쪽
922 tsogang! (5) +4 24.07.30 1,087 73 28쪽
921 tsogang! (4) +5 24.07.29 1,095 70 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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