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새글

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최근연재일 :
2024.08.28 09:05
연재수 :
947 회
조회수 :
4,057,257
추천수 :
124,772
글자수 :
10,512,340

작성
24.07.11 09:05
조회
1,283
추천
70
글자
25쪽

떠먹여 주기까진 할 수 없잖아. (1)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상전벽해(桑田碧海).

뽕밭이 푸른 바다가 되었다.

즉, 세상 일이 몰라보게 확 달라졌다는 뜻이다.

경기도 여주와 이천 지역이 딱 그랬다.

여주는 염원하던 대로 시로 승격되었다.

2010년에는 여주·이천 합쳐 인구 30만을 돌파하기도 했다.

쌀과 도자기의 도시는 이제 옛말이다.

여주는 영화의 도시, 이천은 반도체의 도시로 탈바꿈했다.

지난 IMF 외환위기 시기.

가온그룹은 남여주의 부도난 골프장 부지를 매입했다.

산지를 낀 60만 평 일대에 종합촬영소를 조성하고, 배후도시로 가온타운을 만들었다.

이 시기에는 가온그룹 사유지가 남여주 지역에만 100만 평에 이른다.

여의도를 훌쩍 넘는 면적이다.

종합촬영소단지에 WaW 엔터테인먼트 계열의 포스트프로덕션 자회사들이 모두 입주해 있다.

그로 인해 협력업체들도 하나 둘 이전해왔다.

서울의 비싼 임대료로 고민이 많던 스턴트 체육관, 특수효과 사무실, 영화 녹음실, 미술팀, 소품실 등이 가온타운으로 모여들었다.

이제는 사단법인화 된 한국영화 스태프 재교육센터는 한국영화인 노동조합 태동에 큰 힘을 보태기도 했다.

LA지역의 부촌인 벨에어를 벤치마킹한 럭셔리 전원주택 단지도 들어섰다.

주로 가온그룹 출신의 은퇴자 그리고 유명한 영화배우들이 입주해 있다.

최근에는 뉴월드 그룹의 젊은 부회장이 이사 와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특히나 사생활 보호에 민감한 이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판교테크노밸리 입주가 시작되면서 대형 IT기업의 임원급들이 가온타운 입주를 타진하고 있다.

따라서 고급주택단지를 확장하는 것을 고민 중이다.

가온그룹이 舊 하이디스플에 이어서 하이닉스까지 인수하면서 이천 공장 일대의 땅값이 들썩거렸다.

동시에 상가, 오피스텔 등 난개발 조짐도 보였다.

가온그룹은 좋은 의도를 가지고 가온타운을 조성했다.

가온그룹 산하의 기업들이 성장하고 가온타운이 활성화될수록 여주와 이천의 토박이들 삶의 질도 덩달아서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아닌 것 같았다.

돈 많은 외지인들이 토박이들이 취해야 할 이익을 대신 챙기고 있다.

부동산 투기꾼들이 여주·이천 일대를 휩쓸고 다니고 있다.

가온그룹과는 상관없는 분위기다.

서울사람들이 내려와 부동산 투기를 하든, 지역 상인들이 가온타운에 들어오기 위해 데모를 하든.

무시하면 그만이지만.


“....짜증나네.”


류지호의 표정이 찌그러질수록 수행원들은 좌불안석일 수밖에 없다.

이천시는 모르지만, 여주는 군민들의 협조가 있었기 때문에 시로 승격도 하고 지금과 같은 개발도 가능했던 것이다.

시로 승격한 여주 지역은 농어촌 수험생 특례를 더 이상 받지 못한다.

농어민자녀 학자금과 농어촌교사 특별근무수당도 받지 못하고.

고등학교 입학금과 수업료도 올랐다.

주민세도 조금 올랐고.

그렇듯 시로 승격하면서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


“서울에서 농어촌입학 특례를 노리고 이사 왔던 이들이 많이 빠져나갔다죠?”

“대신 가온타운이 커지면서 여주 읍내 쪽으로 젊은 사람들이 많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일자리가 있어요?”

“저희 그룹과 뉴월드 그 외에도 물류 사업장들이 자리 잡으면서 제법 채용이 활발한 편입니다. 비록 상인들의 극심한 반대가 있었지만, 대형마트와 멀티플렉스도 들어오고. 600병상 규모의 병원도 들어오기로 예정되었고. 분위기는 나쁘지 않습니다.”


시 승격으로 잃은 것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돈으로 따질 수 없는 무형의 혜택을 시민들이 누릴 수가 있게 되었다.


“근로자가 몇 명이나 됩니까?”


오랜만에 류지호를 수행하게 된 비서실장 김우영이 얼른 대답했다.


“대략 2,500명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천에서 거주하고 있어요?”

“젊은 직원들은 사원아파트에서 지내고 가정이 있는 직원들은 가까운 대도시에서 출퇴근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천에 제2 가온타운을 조성하는 것에 시당국에서는 뭐래요?”

“자칫 특혜시비가 나올 것 같아 조심스럽다는 반응입니다. 작년 패션물류단지 파동도 있고 해서... 아무래도 지역여론 추이를 살피는 것 같습니다.”


2008년 이후로 금융위기 극복과 국내경기 활성화라는 명분으로 전국의 개발제한구역 일부 해제를 전국적으로 시행했다.

그때 여주·이천 지역도 형질 변경된 부지가 꽤 됐다.

작년 이천시에서 패션물류단지 부지 24만 가운데 2만여 평을 광성쇼핑에 매각한다는 이야기가 퍼졌다.

지역 상권을 초토화 시킨다면서 지역 상인들의 크게 반발했다.

특전사가 이천으로 옮겨온다고 했던 4년 전에는 이천시장과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특전사 이천 이전을 극렬하게 반대했다.

특전사는 안 되고, 광성쇼핑의 패션몰은 되는 논리.

또한 舊 하이닉스에서 가까운 지역에 가온타운이 조성되는 것도 반대했다.

타운 내 자체적인 상권이 형성되면 이천지역 상권이 망가진다는 주장을 펴면서.

중앙 언론에서도 폐쇄적인 가온그룹의 정책을 비판했다.


“지역 여론이 너무 시끄러워서 반도체 클러스터 계획을 새만금으로 확정하자는 그룹 내부 의견이 있습니다. 그 이야기가 언론에 흘러들어가 난리가 났었구요.”


JHO 디스플 시절에는 이천에 내는 지방세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런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사업 모두가 가온그룹에 편입되면서 조 단위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

매출까지 늘면서 이천시에서 가져가는 지방세도 크게 늘었다.


“글로벌 반도체 활황으로 올해 사상 최대 실적 기록이 예상됩니다. 내년 반도체가 이천에 납부하는 지방세 역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얼마나요?”

“530~550억 정도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천시는 가온반도체 이천공장으로 인해서 재정자립도가 몰라볼 정도로 좋아졌다.

예산 부족으로 추진하지 못했던 사업들에 투자할 수 있게 됐다.

2015년이 되면, 이천시 본예산이 1조 원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할 정도다.

가온타운 단지를 일반에 개방하지 않는다고 들고 일어나면 결과적으로 이천시와 시민들만 손해다.

때에 따라서는 최소 500억 원대 지방세수가 사라질 수도 있다.

가온반도체 공장을 유치하고 싶어 하는 지방도시는 많았으니까.


“지역사회와 함께 가야하는 것이 옳은 방향인 것은 맞아요.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끌려 다니진 말라고 전하세요.”

“예. 의장님.”


‘상생‘을 전가의 보도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각자 입장차이란 것이 있음에도.

대기업에 떼써서 뭔가 얻어낸 것으로 ‘상생‘이라고 치부하면 안 된다.

대기업도 지역사회에 사소한 기여를 한 것으로 ‘상생‘이라고 자랑해서도 안 되고.

일방이 손해 보는 것은 ‘상생‘이 아니다.

한쪽이 양보한다고 해서 손해만 보는 것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윈윈하는 결과를 낳는 경우도 많다.


“여주역으로 가실 시간입니다.”


가온그룹 반도체 사업 부문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천공장을 빠져나온 류지호는 수행원들과 함께 여주 시내로 향했다.

여주역에는 부모님이 먼저 와 계셨다.

국토부 장관, 지역 국회의원, 정부 관계자, 기초의원, 철도 관계자, 지역주민 1천여 명이 참석한 경강선 개통식이 열렸다.

2002년 첫 삽을 뜬 성남~이천~여주 복선전철 사업은 작년 개통예정이었다.

하지만 전철 운영자 선정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1년이 연기 됐다.

총연장 57km, 총사업비는 1조9,485억 원이 투입된 경강선은 류지호가 과거로 돌아오기 전과 달리 4년이나 일찍 개통된 데다가 노선 역시 일부 변경되었다.

여주가 시로 승격되고 치러진 첫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시장이 류지호 곁에 찰싹 달라붙어서 말을 걸었다.


“판교에서 강남까지 약 10분 정도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여주에서 강남까지 1시간이면 닿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에 질세라 이천시장도 달라붙었다.


“말도 마십시오. 지금까지 국회,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를 수십 차례 찾아가서 조기 개통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관계자들을 설득했습니다. 성남~이천~여주 복선전철에 이어 이천 부발~충주~문경으로 이어지는 중부내륙전철사업이 끝나면 이천은 국토의 동서남북 어디로나 통하는 교통의 교차로가 될 것입니다.”


그러니 여주가 아니라 이천에 더 관심을 가져달라.

그런 소리다.

여주시장도 자신의 노력을 알아달라는 듯 쉬지 않고 떠들었다.


“주민들의 추석연휴 교통 편의를 위해 추석 연후기간 동안 성남~여주 복선전철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여주·이천 지역에만 가온그룹 관련 종사자 및 가족이 7,000명 이상 살고 있다.

그들의 수득수준이 제법 높은 편이다.

따라서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

여주는 시로 승격하면서 110여년 만에 여주목의 영광을 되찾고 있다.

도농복합도시를 넘어 영화의 도시 및 웰빙 도시 청사진을 꿈꾸고 있다.


“내년부터 가온타운 스튜디오 투어 프로그램이 시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연간 120만 명 이상의 새로운 관광객이 여주를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요.”

“가온이 여주·이천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상전벽해(桑田碧海)란 말에는 뽕밭이 바다가 되어도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는 의미도 담겨있다.

앉으면 다음에는 눕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이라고 하지만.

가온그룹이 재계 2위 대기업이 되었다고 사람들이 이것저것 바라는 것이 많았다.

당연하게 들어주어야 한다고 여기기 시작했다.

기업이 법인세, 지방세 감면 등 혜택을 받은 만큼 일정 시간이 지나면 지역사회와 이익을 공유하고 받은 혜택을 돌려주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WaW종합촬영소가 처음 여주에 들어왔을 때, 정수처리장을 만들어 기부채납한 것만으로도 사람들이 무한한 감사를 표했다는 걸 떠올리면, 현재 지역사회의 모습이 아쉬운 것 또한 사실이다.

정의(正義)는 언제나 살아 있는 법이라지만.

약자(弱者)가 반드시 정의가 아니다.

강자(强者)라고 해서 무조건 악도 아니고.

이기적이고 탐욕스러운 약자는 악에 가깝다.

약자일 때 보던 약자.

그리고 강자가 되어서 보게 되는 약자 사이의 괴리감이 생긴다.

그 괴리감으로 인해서 류지호는 점점 더 냉소적으로 사회를 바라보게 된다.

류지호는 어른들의 가르침에 따라 항상 소신 있는 삶의 자세가 생활 속에 깃들도록 수신하고, 언제나 불의라면 아무리 강자라 할지라도 맞서 싸울 대찬 각오가 되어 있다.

어리석은 자는 말로 행위를 변명한다.

반면에 지혜로운 자는 행동으로 말을 증명하고.

강자는 책임지는 태도로 살며, 약자는 약속만을 남발한다.

길을 가다가 돌이 나타나면 약자는 그것을 걸림돌이라고 말한다.

강자는 그것을 디딤돌이라고 말한다.

또 약자는 기회를 기다린다.

그러나 강자는 기회를 만든다.

강자에게는 큰 소리치고, 약자에게는 다정스럽게 말할 줄 아는 것이 사회생활에서 성공의 기본이다.

류지호는 약자와 강자의 삶을 각각 살아보았다.

그럼으로써 알게 된 인생의 진리가 있다.

본래 약자들끼리는 잘 싸움이 일어나지 않는 법이다.

강자끼리의 싸움이야 말로 진정한 싸움이며, 거기서 이겨야 최고의 승자.

즉 최강자가 된다는 것이다.

한번이라도 강자를 해 본 사람이 다른 곳에 가서도 강자가 되는 것이지, 한 번도 강자가 되어본 적이 없었는데 다른 곳에 가서 강자가 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는 사실.

그럼에도 류지호는 아버지의 가르침을 잊지 않으려 한다.

강자를 누르고 약자를 돕는다는.

억강부약(抑强扶弱)의 소신을.


✻ ✻ ✻


류지호는 여전히 미친 듯이 일을 한다.

출세라는 목표를 아득히 뛰어넘었음에도.

단순히 일중독은 아니다.

일을 하고 난 후에 성취감에 취하는 것도 아니다.

마약보다 더 짜릿한 중독성.

바로 성취감.

한때 그것에 취한 적이 없진 않았다.

이젠 아니다.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류지호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일이 아니라 삶인 이유는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과 놀아주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못된 마녀에게 아이들이 납치라도 당하면 어떻게 하지 같은 공상이다.

아빠가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서 기사가 되어 모험을 떠난다.

기상천외한 모험을 떠났던 아빠와 아이들이 마침내 집으로 돌아온다.

그걸 바탕으로 온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영화를 생각해본다.

아이들이 그런 유치한(?) 영화에 재미를 못 느끼기 전에 얼른 만들어서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어떻게 일이 될 수 있을까.

또한 어떤 사람이 기발한 아이디어로 무언가를 만들어왔다.

자신의 청춘을 모두 바쳐가면서.

누구도 도와주려고 하지 않는다.

류지호가 도와주면 성공은 못할지라도 좌절감에 인생이 망가지진 않을 터.

설령 실패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배운 것이 있다면 그것은 단순한 돈놀음이 아니라 멋진 도전이자 시도였던 거다.

누군가를 도와주는 것.

그를 통해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

그것을 일이라고 할 수 있을까.

무언가를 이뤄내는 것보다 누군가를 돕는 것에서 오는 즐거움.

일을 통한 성취감보다 그 중독성이 더 큰 것만 같았다.


‘이런 단계가 윌리엄 할아버지가 말한 그 행복과 즐거움이겠지.’


여주 부모님 댁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류지호에게 여동생 류아라가 찾아왔다.

임신해서 불룩해진 배를 내밀면서.


“오빠, 얘기 좀 하자.”

“무슨 얘기?”

“학교 얘기.”

“아버지도 함께 들어야겠지?”

“응.”


서재에 아버지와 남매가 마주했다.


“새만금의 새로운 캠퍼스 기공식에는 오빠가 바빠서 참석하진 못했지만, 공사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1차로 1,200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야.”

“남원 캠퍼스 정상화는?”

“일단 300억 원을 지원했어. 2단계에서 의학교육 인증평가 및 교육시설 확보 등에 750억 원, 3단계에서는 향후 10년간 의료시설·지역 연계 시설 구축 등에 500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야.”

“의료시설 구축은 어떻게 되는데?”

“광주의 병원은 매각하려고. 남광병원은 전면 리모델링을 실행하기로 했어. 남광병원이 현재 891병상이거든. 리모델링을 거치면 병상 수는 줄어들 거야. 여주에는 500~600병상 규모의 부속병원이 새롭게 들어설 거고.”


류아라의 설명대로 된다면 아리울대학교 부설병원은 광주, 경산, 여주 세 곳을 합해 총 1,700병상을 확보하게 된다.

추후 아리울 시에 세워질 종합병원까지 포함하면 3,000 병상 이상을 확보하게 된다.


“여주 병원부지는 어디야?”

“이천하고 맞닿아 있는 능서면의 2만 평을 확보해 뒀어. 몇 년 후에 경강선 전철역도 들어설 거고.”

“이천과 여주 중심가에서는 얼마나 걸리는데?”

“버스로 대략 20~30분 정도.”

“의대는 어때, 쓸 만 하디?”

“다른 건 다 개판 쳐도 의대만큼은 학사관리가 엄격했나봐. 의사국가고시 100% 합력이래.”

“의사고시 그거 떨어지면 의대생들 사이에서 병신 소리 들어. 족보만 있으면 다 붙는다더라.”

“그런가....?”

“아산 캠퍼스는?”

“아산에 캠퍼스를 만든 게 좀 웃겨. 남원캠퍼스에 학생 충원이 되지 않아서 만들었대. 입학정원은 아산캠퍼스가 더 많아.”

“미련 갖지 말라고 해.”

“동아대는 캠퍼스가 3개로 분산되어 있어. 아산 캠퍼스를 없앨 것이 아니라 아산 시내 쪽으로 이전하는 게 좋지 않을까?”

“이공계든 인문계열이든, 앞으로 대학에서 분야를 구별해서 교육한다면 그 대학은 좋은 인재를 키울 수가 없어. 교육도 융합의 시대야. 이공계 학생들이 인문사회계열 수업을 들으며 영감을 얻어야 하고, 인문사회계열 학생들은 정보지식 생태계에 무지하면 새로운 시대의 사회현상을 이해하고 적응할 수 없어.”


이미 세계 유수대학들이 90년대부터 그렇게 하고 있다.

한국의 대학은 변화 속도가 느려도 너무 느려 터졌다.


“우리나라에서 변화와 혁신이 가장 더딘 곳 중에 하나가 대학이잖아.”


학력인구가 매해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다.

그럼에도 위기의식을 전혀 못 느끼는 모양이다.

한국의 대학교육은 공급보다는 수요가 큰 공급자 중심의 시장이다.

해가 갈수록 학력인구의 감소로 인해 수요자가 급격히 줄고 있다.

따라서 수요자 중심의 시장으로 변하고 있다.

그러지 않아도 서열화가 심각한 한국의 대학구조 속에서 지방대학이 입학생 모집에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교육의 국제화도 매우 크게 확장되었다.

그 의미는 대학 간 경쟁이 국내에 머물지 않고 국제적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말이다.

일류 대학이라고 분류되는 곳들도 일시적인 여유가 있을 뿐.

결국 지방대들과 비슷한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융합이니 혁신이니 어려운 말 같지만. 예를 들어 로스쿨의 경우를 보면 학생이 졸업 후 기업분쟁을 맡게 된다고 쳐봐. 과거와 다른 문제에 봉착하게 될 거야. 미국의 MacIntosh와 한국의 오성전자 두 회사가 국제 소송을 한다고 생각해 봐. 단순히 법적, 경영적인 문제만 있을까? 무조건 기술적인 문제도 포함돼. 그것도 이전과는 전혀 다른 이슈가 발생하겠지. 당연히 문과와 이과를 아우르고 국가 간 법체계까지 다루는 포괄적인 범위의 학문적 접근이 필요해. 전통적인 학문분류에 따른 전문성만으로는 앞으로 전개될 복잡한 현실을 제대로 다룰 수 없어. 지금의 공과대학은 과거의 공과대학과는 현저하게 달라야 해. 인문사회학 분야에서도 자유전공학부 등에서 융합이 일어나고 있고.”


미국의 많은 대학에서 학제 간 통합과 융합이 활발하다.

예를 들어서 종합적인 생명공학 연구를 위해 생명공학 학과를 중심으로 공대, 의대, 이과대를 배치하고 인문대학과도 수시로 만나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설계하는 방식이다.

학제를 넘나드는 연구에는 학교 차원에서 별도의 연구기금을 통해 지원함으로써 융합 교육을 촉진하고 있다.


“그 문제는 총장님과 학장님들의 숙제겠네.”


류지호가 아리울대학을 대하는 태도는 단순하면서 한편으로는 무식했다.

대학 본연의 힘으로 학교 정상화가 죽었다 깨어나도 안 된다.

한국의 교육환경에서는.

그래서 강제로라도 그렇게 만들기로 했다.

그 첫 단계가 아산 캠퍼스 폐쇄 및 새만금으로의 캠퍼스 전면 이전이다.

완전 이주가 이루어지면 기존 남원 캠퍼스는 인수공통감염병 및 바이러스 전문 연구단지로 개발될 예정이다.

바이러스를 다루는 시설이기 때문에 외진 곳에 위치한 현재의 캠퍼스가 안성맞춤이다.


“스탠퍼드 모델을 잘 연구하고 있지?”

“응. 학교 동문 중에서 잘나가는 벤처 기업가가 없어서 스타트X 같은 조직은 만들 수 없지만, 학교 차원에서 재학생과 졸업생의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전담기구를 만들 계획이야.”


스탠퍼드대학은 올해 액셀러레이터 스타트X라는 조직을 신설했다.

졸업생이나 스탠퍼드와 관련이 있는 이들의 창업을 지원하는 조직이다.

스탠퍼드대 출신으로 성공한 기업가들은 다시 대학을 지원하고, 우수한 학생들이 다시 창업하는 선순환 생태계가 실리콘밸리의 성공 방정식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류지호는 새만금에 그 같은 생태계를 만들 생각이다.

판교테크노밸리 같은 겉만 번지르르한 벤처타운이 아니라.


“새만금에 들어서는 캠퍼스 규모가 어떻게 된다고?”

“60만 평이 조금 넘어. 전국에서 3위 정도라고 보면 돼.”


가만히 남매의 대화를 듣고만 있던 류민상이 끼어들었다.


“근데 아들?”

“예. 아버지.”

“아리울대학에서 신입생을 뽑아 열심히 가르쳐 놨더니 중간에 서울에 있는 대학으로 편입하거나 외국 대학으로 가버리면 어떻게 하지. 아까워서.”


학교 관계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점이다.


“상관없어요. 당장은 좋은 대학의 모델을 마음 놓고 실험할 거라서.”

“학생이 교육의 실험도구란 말이냐?”

“학생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이 아니라. 대학의 교수진, 커리큘럼, 경영, 법률, 수익구조, 장학생 선발 및 운영, 미래 교육전략 등을 실험할 수 있다는 거예요.”

“학생이 많아야 실험도 잘되지 않겠어?”

“나중에 남원캠퍼스는 수의학과 전염병 분야, 또 동계 스포츠 중심의 체대 신설 등. 특화할 생각이에요. 특히 체대에는 가온그룹이 지원하는 동계스포츠 꿈나무 선수들을 많이 받아줘야겠죠. 대학 학과와 연관된 자체적인 수익사업도 고민 중이고.”

“병원 말고 다른 사업을 한다고?”

“병원만으로는 대학이 완전히 자립할 수 있을지 장담하지 못할 것 같아요.”


류지호가 여동생을 돌아봤다.


“사립학교법에 대학이 사업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건 없지?”

“교육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라는 단서가 있긴 하지만, 대학 재정을 충당하기 위한 수익사업은 할 수 있어.”

“콘서트홀로 활용할 수 있는 운동장과 실내체육관을 가온과 JHO가 지어서 기부할 거야. 일순위는 학교 행사에 쓰겠지만 남는 시간은 다양한 외부행사를 유치해 수익사업을 벌여야 해.”


류아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류지호가 아버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가온그룹은 관광·레저 전문가들이 많이 필요해요. E-스포츠 산업에서 활약할 전문가도 많이 필요하고. 새만금에 들어서는 호텔 하나를 아리울대학과 공동 소유하는 방안을 찾아보라고 비서실에 일러두었어요. 호텔관광학과 학생들이 인턴십도 하고 호텔 수익으로 대학 재정에 보탬도 되고.”


학교재단 운영권을 가진 한국의 대기업들이 제법 된다.

그 재단들은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경제적 지원만 하고 있다.

대학 자체의 실질적 재산을 늘려주진 않는다.

반면에 류지호는 이미 여흥전문대 자체 재산과 적립금을 최대한 늘려주어 대학 스스로 굴러가도록 여건을 마련해 주었다.

새만금으로 이전하게 될 아리울대학도 적립금을 최대한 늘려줄 생각이다.


“아라는 미국의 명문사립대의 경우 적립금이 엄청나게 많다는 걸 알 거야. 대학이 돈이 있어야 우수한 교수를 초빙해 수업의 질을 높일 수 있어. 학생수가 기대에 못 미쳐도 버틸 수가 있고.”

“여흥전문대에 적립금을 누구도 함부로 손대지 못하게 정관을 매우 빡빡하게 만들어 두었어. 아리울대학도 정관을 개정해서 특정 집단이 사유화하지 못하도록 했고.”

“잘했어.”


심지어 학교의 실질적인 소유주라고 할 수 있는 다울재단도 마음대로 쓸 수 없도록 해두었다.


“근데 오빠.... 신입생이 안 오면 어떻게 하지?”

“가온그룹 직원 자녀 입학을 적극 유도하고, 여흥전문대 졸업생 편입시키고, JHO와 가온 재단이 지원하는 아프리카 대학교 장학생들 유치하고, 외국 대학과 교환학생제도를 십분 활용해야겠지.”

“그게 말처럼 쉽나...?”

“가온그룹 계열 종업원수가 대략 17만 명이야. 국내에만 15만 명이고. 석·박사 지원 프로그램만 잘 활용해도 매년 100명을 우습게 모을 수 있을 걸.”

“아무리 봐도 시작부터 오바하는 감이 없잖아 있어. 60만 평이라니... 신입생 등록률 30%를 채울까 말까하는 대학 캠퍼스 면적이 전국 3위권이라니.....”

“나는 아쉬운데?”

“내가 다닌 신촌 캠퍼스보다 두 배나 크거든!”

“오빠가 다닌 UCLA보다 작거든.”

“UCLA와 경쟁하게?”

“되겠냐?”

“혹시 모르지... 미스터 할리우드가 세운.... 건 아니고 운영하는 학교니깐.”


돈을 쏟아 붓는 다고 한순간에 명문 대학이 되지 않는다.

의대 지원자를 제외하고, 굳이 새만금까지 내려올 수도권 입시생도 많지 않을 것이고.


“그래서 의대 외에도 로스쿨, 체대, 관광학과가 중요해. 전주에 가온이 기부채납한 아이스링크가 있지만. 나중에 남원 캠퍼스에서 새만금으로 완전 이주하고 나며 그 부지에 빙상 및 설상 종목 연습장을 따로 건설할 생각도 있고.”

“그 전까지는 무주리조트 도움을 받아야겠지?”

“가온그룹이 필요한 인재를 맞춤형으로 육성한다는 기조를 언론에 흘려 봐.”

“알겠어.”

류민상은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자식들을 지켜만 봤다.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아니다.

몇 년 전 큰아들과 나눈 대화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당시에 말한 것들이 현실이 되었다.

어떻게 말한 것마다 척척 되는 것인지.

단순히 돈이 많다고 모든 걸 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남원캠퍼스 인수공통감염병 연구센터 기공식에 참석한 면면들.

한명 한명이 누구나 함부로 오라 가라 할 수 없는 거물들이었다.

그런 이들이 큰아들의 친구다.

그러니 대학 문제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본인은 아들이 하는 일에 방해만 되지 않으면 된다.

한편으로 아이들이 돈과 권력이 있다고 해서 오만하게 행동하지 않도록 감시하면서.


작가의말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Mr. 할리우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출작품 & 소유 기업 정리(2011년 기준) +4 24.06.20 588 0 -
공지 소유 기업 & 연출작품 정리(2000년 기준) +8 23.02.16 3,761 0 -
공지 인사말 & 연재시간 +35 21.12.21 64,804 0 -
947 믿어 좀! 의심하지 말고. (1) NEW +2 5시간 전 430 33 21쪽
946 Brood War. (8) +2 24.08.27 689 50 24쪽
945 Brood War. (7) +5 24.08.26 770 52 27쪽
944 Brood War. (6) +4 24.08.24 829 59 25쪽
943 Brood War. (5) +3 24.08.23 880 56 23쪽
942 Brood War. (4) +5 24.08.22 870 57 24쪽
941 Brood War. (3) +1 24.08.21 920 62 24쪽
940 Brood War. (2) +3 24.08.20 935 61 27쪽
939 Brood War. (1) +5 24.08.19 993 66 26쪽
938 다스리지 않는 것이 최고의 다스림. +1 24.08.17 1,011 66 25쪽
937 본업에 충실하기 위해서.... +2 24.08.16 1,037 72 27쪽
936 자넨... 정말 미스터 할리우드가 맞는 것 같아. +5 24.08.15 1,041 71 23쪽
935 모두에게 해피엔딩이었으면 좋겠습니다. (2) +4 24.08.14 1,037 67 29쪽
934 모두에게 해피엔딩이었으면 좋겠습니다. (1) +4 24.08.13 1,017 76 24쪽
933 미스터 할리우드의 시도를 열렬히 지지한다! +2 24.08.12 1,041 69 23쪽
932 Adun Toridas! +6 24.08.10 1,089 68 26쪽
931 그렇게 해야 안 망해.... (2) +6 24.08.09 1,075 61 26쪽
930 그렇게 해야 안 망해.... (1) +4 24.08.08 1,134 64 25쪽
929 영화가 예술이라고 믿는 한....! (2) +3 24.08.07 1,101 66 25쪽
928 영화가 예술이라고 믿는 한....! (1) +4 24.08.06 1,115 68 26쪽
927 뭐 이런 괴짜가 있지? +2 24.08.05 1,118 62 22쪽
926 냉철해질 필요성을 느낀다! (3) +5 24.08.03 1,116 66 25쪽
925 냉철해질 필요성을 느낀다! (2) +7 24.08.02 1,104 75 26쪽
924 냉철해질 필요성을 느낀다! (1) +4 24.08.01 1,140 77 25쪽
923 행운은 부자에게 더 자주 찾아오게 마련이고. +7 24.07.31 1,150 74 26쪽
922 tsogang! (5) +4 24.07.30 1,087 73 28쪽
921 tsogang! (4) +5 24.07.29 1,095 70 3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